일제강점기 짧은 생 살며 항일 노래한 선생<br/>광복 염원한 ‘그날이 오면’ 여전히 깊은 감동
106주년 삼일절이 다음 주다.
새삼 심훈(沈熏)이 생각난다. 당진 출신인 그는 35년 짧은 생(1901~1936)을 마감했다.
시 ‘상록수’로 널리 알려져 있는 계몽가이자 민족 저항시인이다.
특히 그는 일제에 넘어간 조국의 아픔을 여러 시를 통해 절규했다.
심훈은 열아홉 살이었던 1919년 경성고등보통학교 4학년 재학 중 3·1운동에 가담한다. 이로 인해 체포돼 옥고를 치른 그는 연희전문 문과에 재학 중, 그날의 감격을 되살리기 위해 시를 쓴다. 그게 바로 ‘그날이 오면’이다.
광복된 조국의 그날을 열정적으로 그려낸 일제강점기의 대표적인 애국민족 저항시 중의 하나로 지금도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준다.
3·1절에 광복의 그 우렁찬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아쉬움 없이 눈을 감겠다는 시인의 당찬 의지와 외침을 느껴봤으면 한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와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처매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심훈 시 ‘그날이 오면’
/손수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