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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익선동’ 같은 핫플 포항에서도 가능할까?

박귀상 시민기자
등록일 2025-03-06 19:18 게재일 2025-03-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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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6가에 있는 ‘진옥화할매닭한마리’는 여행객들에게 핫한 곳으로 종일 줄을 선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해외여행을 떠나지만 코로나 이후는 국내에 있는 핫한 곳을 찾아 편안한 여행을 떠나는 이도 많다. 같은 장소 다른 느낌을 주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의 다양한 모습을 즐기기 위해 가볍게 떠날 수 있는 것도 국내 여행의 묘미다.

서울에 잠시 머무는 동안 종로에서 지인을 만나 닭한마리로 소문난 맛집을 찾았다. 점심시간으로는 다소 이른 시간임에도 이미 번호표를 든 손님들이 줄을 선다. 오랜 식당가 느낌의 허름하고 좁은 골목을 가득 메운 손님들은 환담을 나누며 기다리는 지루함 또한 즐긴다. 핫한 곳이라는 걸 증명하듯 외국인 여행객도 많이 보인다. 생각보다 순번이 빠르게 돌아 잔칫집 같은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맛있게 오찬을 즐긴 우리는 종로 주변을 가볍게 여행한다.

웅장함보다는 절제된 엄숙함과 위엄이 서린 종묘 정전과 더 넓은 월대를 바라보며 조선시대 역대 왕들의 기운을 잠시 느낀 뒤 종묘 돌담길을 끼고 ‘서순라길’을 걷는다. 옛 정취와 이국적인 느낌이 조화로운 젊은 감성의 이색적인 카페와 공방이 돌담길과 마주하며 늘어서 있다. 옛 조선의 치안을 담당하던 순라군이 다니던 길이다. 어설프게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익선동 한옥거리로 향한다. 두 사람이 비켜가기도 빠듯한 골목과 낮은 기와집이 한국의 정서를 품고 있다. 한옥과 현대적 감성이 결합된 공간은 오밀조밀 골목에 개성 넘치는 식당과 카페, 소품가게들로 정겹다. 외국인 관광객이 더 많다. 소금빵으로 유명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치즈를 직접 만든다는 카페에서 맛있는 치즈케이크도 산다. 소소한 즐거움이 인다.

익선동은 서울시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단지 중 하나로 1920년대부터 형성되어 판소리 여장 명창들을 비롯하여 많은 예술인이 살았다. 해방이후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공존하였고 한때 요정 관광으로 성행하다 쇠락한다. 20세기 후반 성소수자들의 보금자리가 되기도 했던 이 곳은 서민들이 모여 살면서 자연스럽게 골목길과 작은 가게들이 형성된다. 재개발 논의가 있었지만 젊은 창업자들과 예술인들이 한옥의 멋을 그대로 살리며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하니 서울 도심 속에서 색다른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는 감성 공간으로 변신한다.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 있는 명소가 되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을 겪기도 한다.

핫플레이스란 SNS나 뉴스에서 화제가 되어 많은 사람이 자주 찾는 곳으로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공간을 말한다. 핫플레이스가 성공하는 핵심요소는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특징을 반영한 테마 공간에 스토리텔링을 더해 젊은 감성으로 지역특색을 살린 상점과 카페, 공방 등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서순라길과 익선동도 전통적인 분위기와 젊은 감성의 조화로움이 입소문을 타면서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는다.

포항 효자동 ‘효리단길’도 젊은 감성 카페와 음식점으로 나름 핫한 곳이라 불리지만 스토리텔링이 아쉽다. 효리단길도 ‘익선동(益善洞) 한옥거리’ 같은 핫플레이스가 될 수 있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지만 효리단길 만의 색깔을 담은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려면 지역 아티스트와 청년창업가, 정책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포항에도 많은 여행객이 핫플레이스 감성을 찾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본다.

/박귀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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