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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재산 잃었어요” 송이버섯 농가 발 동동

단정민기자
등록일 2025-03-26 20:28 게재일 2025-03-2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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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씨 10만 평 군락지 전소<br/>화염 휩쓴 자리 회복에 수십 년<br/>
산불이 지나간 소나무 군락지 모습. /이상범씨 제공

“전 재산을 다 잃었습니다”

경북 영덕에서 대를 이어 송이버섯 채취를 생업으로 삼고 있는 이상범(54) 씨는 의성에서 번진 산불로 10만 평에 달하는 소나무 군락지를 잃었다.

이 씨는 “서 너시간 만에 산이 모두 불에 탔다”며 “살다 살다 그런 불은 처음 봤다. 할아버지 때부터 대를 이어 관리해 온 송이밭이 완전히 전멸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송이버섯 수확에 필요한 장비들도 다 타버렸다. 불길이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송이버섯은 환경에 매우 민감하다.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를 회복하는데 수십년이 걸릴텐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5일째 이어지며 인근 시·군으로 확산한 가운데 영덕 송이버섯 농가들은 번져가는 불길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산에서 자라는 자연산 송이반의 경우 산불화염이 한번 쓸고 가면 땅이 황폐화하면서 회복하는데만도 수십년이 걸릴 정도로 피해가 크다.

영덕군은 지난 수년간 가뭄 등의 영향으로 2023년 송이 채취량이 15만 3000kg에서 지난해 4000kg, 능이버섯도 2만 5000kg에서 7000kg으로 감소하며 전년에 비해 생산량이 50% 정도 떨어졌다.

특히 이번 산불이 주요 군락지인 지품지역 일대도 침범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올해 가을 영덕을 비롯한 경북도의 송이버섯, 능이버섯은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영덕군 내 가을 자연산 송이 생산량은 전국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그동안 절대적 주산지 역할을 해 왔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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