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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뚫고 코 찌르는 탄내산불 연기, 주민 건강 위협

피현진기자
등록일 2025-03-27 19:55 게재일 2025-03-2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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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화탄소·벤젠 등 유해물 포함 천식·만성 폐질환자들에 치명적<br/>혈압상승·심장 리듬 불균형 유발<br/>고령자와 임산부 특히 조심해야<br/>“행동지침 창구 없어” 고통 호소

안동 시내에서 무용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윤예원(26) 씨는 27일 “처음 불이 난 25일 밤 연기를 피해 창문을 모두 잠그고 집안에만 머물러 있었는데 다음날부터 매캐한 연기가 집안까지 스며들었다”며 “코를 찌르는 탄내를 계속 맡아 속이 따갑고 어지럼증이 심해져 지인의 본가로 거처를 옮겼다”고 말했다.

윤 씨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피해예방 행동 지침을 전달받을 창구가 없다”며 “개별적으로 실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지인들 사이에 나누는 정보에만 의지하고 있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등 5개 시군에 걸친 대형 산불이 장기화하면서 산림·주택·농작물 피해와 함께 짙은 연기로 인한 주민들의 건강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산불 연기에는 초미세먼지, 일산화탄소, 벤젠 등 유해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관지염,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들에게 매우 위험하다.

산불연기는 또 혈압상승과 심장 리듬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어 고혈압이나 심장병 환자는 물론 고령자와 임산부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기침, 호흡곤란, 목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눈 따가움, 알레르기성 비염, 피부 가려움 등의 증상도 자주 발생한다.

실제로 지난 24일 의성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된 40대 소방대원 A씨가 연기로 인한 어지러움증을 호소했다. A씨는 당시 구토 증세도 보였다.

산불연기를 마시는 것이 일상이 된 주민들도 하나 같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의성 주민 임순연(여·74·의성읍)씨는 “산불이 난 이후 계속해서 목이 따갑고 숨쉬기가 답답하다. 가만히 있다가 어지러움을 느끼기도 한다”며 “산불이 빨리 꺼져야 연기도 사라질 텐데 매캐한 냄새와 함께 연기까지 겹치면서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김상학(52·안평면) 씨는 “하루종일 산불 연기가 자욱한 상태에서 생활하다 보니 목과 눈이 따가운 일이 흔하다”며 “큰 호홉 대신 작게 숨을 쉬는 버릇까지 생겼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산불 연기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면 창문을 꼭 닫아 연기의 실내 유입을 차단하고, 외출시 KF94 이상의 마스크를 곡 착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연기로 인한 기관지 건조를 막기 위해 충분한 수분 섭취와 실내 습도 유지도 중요하다”면서 “만약 기침이 심해지거나 숨 쉬기 불편할 경우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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