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가이자 전각가인 일만(一晩) 김상년의 8번째 개인전 ‘달가루zip 전’이 열렸다. 지난 3월 27~4월 2일 서울 백악미술관을 시작으로 4월 3~8일 안동시립박물관 별관 전시실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古有一小兒 見星曰 “彼月屑也”, 예전에 한 어린아이가 하늘의 별을 보고 “저것은 달가루야”라고 하였다.
‘달가루’라는 제목은 조선시대 문장가로 알려진 이덕무의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의 한 구절을 모티브로 한다.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고 달에서 떨어져 나온 가루라 생각한 순수함을 읽고, 붓으로 글씨를 쓴다는 것 또한 꾸밈없는 순수에서 무르익음으로 끝없이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간결한 글귀, 현대적 감각, 강건하나 온화한 성정이 드러나는 붓끝 그리고 여백의 미. 김상년 작가는 2018년 ‘오늘 전’을 시작으로 ‘좋은 일만 전’ 등 8번째 개인전을 선보이며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서양화가 덧칠의 미학이라면 서예는 일획의 미라고 할 수 있어요. 한번 끊으면 덧칠해서 고칠 수 없으니까요. 먹의 농담, 획의 흐름을 숨길 수가 없으니까 얼마나 열심히 작업했는지 단박에 알 수가 있죠. 개인전은 나의 실력을 오롯이 보여주는 장이라고 생각돼요.”
칭찬도 신랄한 비판도 기꺼이 받아들여 지금 자신의 실력에 대한 객관적 점검을 하다 보니 언제나 허투루 임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일까 작품과 사물, 일상과 삶을 대하는 그의 자세는 사뭇 단단하다.
“붓으로 큰 뜻을 이루려는 건 아녜요. 글씨로 과거와 현재, 미래의 나를 끊임없이 만나서 종래에는 ‘참 나’를 찾으려는 아우성이죠. 오롯이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탄탄한 마음으로 무장할 따름입니다.”
아득한 외길에 밝은 등불이 되어 줄 달가루, 그 순수함에서 희망을 보았다는 김상년 작가는 국립안동대학교 한문학과와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 서예문화학과를 졸업하고 안동에 마련한 작업실 일만서소(一晩書巢)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에세이집 ‘좋은 일만’(2021), 작품집 ‘달가루zip’(2025)이 있다. 특히 순수하고 서정적인 ‘달가루집zip’의 표제는 작가의 어머니 김순남 여사의 첫 휘호로 그 의미를 더했다.
/백소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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