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 대구지회 첫 ‘가족봉사회’ 조옥수 회장과 남편·동생·자녀·며느리·사위·손주 등 16명 손자 생일날 모여 경로시설에 전달할 빵 직접 만들어 ‘훈훈’
“봉사는 할 일이 무궁무진하게 많아 자기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며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에서 처음으로 가족봉사회를 결성한 조옥수(68·여) 회장의 말이다.
조옥수 회장은 3대가 함께 헌신적으로 봉사활동을 펼친 공을 인정받아 지난 2024년 적십자 봉사명문가로 선정됐다.
조 회장은 언젠가부터 생각만 해오던 ‘가족과 함께하는 봉사’에 대해 조심스럽게 동생들과 자녀들에게 털어놓았고, 가족들은 이를 흔쾌히 동의하면서 가족봉사회가 탄생했다. 이후 작은 준비들을 거쳐 지난 1월 가족 봉사단인 평리6동 한울타리 적십자봉사회가 결성됐다.
가족봉사회는 조옥수 회장을 비롯해 남편과 동생들, 자녀, 며느리, 사위, 손주 등 16명으로 구성됐다.
가족봉사회는 지난 19일 대구 달서구 적십자 서부봉사관에 모였다. 이날은 봉사 단원인 조 회장의 손자 이상윤(11)군에게 생일날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경로시설에 전달할 빵을 직접 만들기로 했다. 가족봉사단이 이 군의 생일날 봉사활동을 펼치는 것은 특별한 날에는 파티보다는 남을 위한 좋은 일을 해야한다는 나름의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생일날 봉사활동을 해야하는 이 군의 얼굴에는 섭섭한 기색은 온데간데 없고 즐거운 표정으로 빵을 만들며 연신 웃어보였다.
이 군은 “잠시 잠깐 모여 하는 파티 보다는 하루 종일 가족들과 함께 하는 봉사활동이 더 좋다”며 “어려운 분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조 회장도 가족과 함께 봉사를 하는게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더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봉사를 통해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게 된 만큼 서로 눈빛만 봐도 이해하고 살피게 되면서 가족간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면서 “봉사를 마친뒤 뿌듯한 마음으로 점심을 먹으며 대화도 많아진다”고 전했다.
단점을 굳이 뽑자면 가족구성원들이 생업과 학업 등 각자의 일이 있다보니 평일 봉사에는 함께 할 수 없어 아쉬워 했다. 그래도 매주 첫째주 토요일 월례회를 통해 서로의 스케줄을 미리 맞추며 봉사 일정을 잡고, 주말에는 봉사활동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가족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으로는 어린 손자와 함께한 수해복구 활동을 꼽았다.
그는 “지난 2019년 영덕 수해 현장에 큰 손자(정연준·15)와 버스를 타고가서 봉사활동을 했다”며 “수재민 집을 정리하기위해 물을 퍼내고, 닦고, 쓸고, 씻어내기를 3시간 넘게 쉬지않고 했는데 손자가 힘든 내색도 없이 묵묵히 일하는 걸 보고 너무 고마웠다“고 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싶다는 소망도 전했다.
조옥수 회장은 “40여년전 갑자기 쓰러졌을 때 누군가에게 큰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감사한 마음에 그를 찾으려 수소문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그때의 마음의 빚을 갚기위해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조그마한 희망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