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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노란꽃 비상… 외래종 ‘큰금계국’ 확산

단정민 기자
등록일 2025-06-01 15:04 게재일 2025-06-0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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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경관용으로 식재 1년 만에
주택가·저수지 등 빠르게 번식
생태계 교란 우려…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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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포항시 남구의 한 주택가 골목길 곳곳에 외래종 ‘큰금계국이’ 피어있다. /단정민 기자

1일 오후 포항시 남구의 한 주택가. ‘큰금계국’이 초여름 햇살 아래 강한 생명력을 뽐내기라도 하듯 골목길 곳곳에 흐드러지게 피었다.

 

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 역시 누군가 인위적으로 심어놓은 듯 큰금계국이 도로와 인도, 건널목 일대를 장악하고 있었다. 인적이 드문 외곽 저수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큰금계국은 5월~8월 사이 개화하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풀로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외래식물이다. 우리나라에는 1950년대 관상용으로 도입된 후 ‘노란 코스모스’란 애칭과 함께 도시 경관 조성에 널리 활용됐다. 

하지만 농지와 산지, 강변으로까지 빠르게 번지며 생태계 교란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포항시는 지난 2023년 관광객 유치와 도시경관 개선을 목적으로 포항운하 인근 1만5000㎡ 산책로 일대에 큰금계국을 심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듬성듬성 올라오던 금계국은 1년 사이 크게 번져 올해는 도시 곳곳을 뒤덮을 만큼 개채수가 폭증했다.

국립생태원은 큰금계국을 ‘생태계위해성 2등급’ 외래생물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생태계에 위해를 줄 가능성이 있어 지속적인 관찰과 모니터링이 요구되는 등급이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큰금계국은 번식력이 매우 뛰어나고 다른 식물의 생육을 방해할 우려가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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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포항시 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 인도 옆 외래종 ‘큰금계국이’ 빼곡하게 피어있다. /단정민 기자

현재 안동시 등 일부 지자체는 이미 큰금계국을 제거 대상으로 분류해 생태계 보호 차원의 조치를 시행 중이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큰금계국을 생태계 교란식물로 지정하고 적극적인 퇴치에 나서고 있다. 

 

반면 포항시는 여전히 도시경관 미화의 수단으로 활용해 생태계 교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외래식물을 도입할 때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변채호 국립경국대학교 바이오생명공학부 교수는 “큰금계국은 이미 중국과 일본에서 생태계 교란식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우리도 그 확산을 막으려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꽃밭 조성을 추진하는 지자체가 있다면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큰금계국의 성공적인 침입에는 높은 종자 생산량, 강한 생존력, 근경을 통한 빠른 확산, 긴 개화 시기, 다양한 수분 매개체, 지표면에서의 높은 잎 피복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외국에서 생태계 교란식물로 지정되지 않은 다른 기타 외래종보다 알려진 위험성이 훨씬 높은 식물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제부터인가 가을하면 갈대, 억새라는 말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외래종보다 자생종이 안전할 뿐만 아니라 더 아름다울 수 있다. 이왕이면 전통 고유의 멋과 문화를 살릴 수 있는 자생종 식재를 권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당시 금계국 씨앗을 뿌릴 때 해당 식물이 생태계 위해성을 가진 외래생물인 줄 몰랐다”며 “운하에 심은 금계국을 앞으로 어떻게 관리할지 검토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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