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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배앓이와 설사

등록일 2025-06-25 17:54 게재일 2025-06-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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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장마철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설사와 복통이다. 갑작스레 배를 싸매며 화장실을 찾게 되는 날들이 늘어나고 식사는 잘했는데도 금세 더부룩하거나 설사로 이어지는 일이 반복된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단순히 장이 약하거나 혹은 음식을 잘못 먹어서라고 생각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이 시기 반복되는 복부 이상을 단순한 장기 문제가 아니라 자연환경의 습기와 인체 내부의 수습(水濕)이 상호작용한 결과로 본다. 특히 장마철처럼 공기 중 습도가 높고 체표 양기가 약해지기 쉬운 환경에서는 몸속 수습의 흐름이 정체되며 장 기능이 무너지기 쉽다.

현대 의학적으로도 장마철은 급성 장염 발생률이 높아지는 시기다. 높은 온도와 습도로 인해 음식물이 상하기 쉬우며 식중독균이나 바이러스가 급격히 증식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복통, 발열, 설사, 구토를 동반하는 장염 환자가 늘어나고 특히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장염에 더 취약하다. 실제로 장마철 소아 장염 환자 중 상당수가 설사와 함께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며 밤새 울거나 보채는 경우가 흔하다. 아이들은 복부에 찬 기운이 쉽게 침투되기 때문에 평소에도 잘 때는 배를 따뜻하게 덮어주는 것이 중요하고 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찜질이나 합곡 같은 손부위 마사지를 활용하면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의학에서는 장마철 복부 이상을 ‘습(濕)’이라는 병리적 요인으로 설명한다. 습은 물처럼 무겁고 끈적이며 흐름을 막는다. 이것이 장 안에 머물면 음식물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고 수분 재흡수가 이뤄지지 않아 설사로 이어진다. 여기에 냉방과 찬 음식 섭취가 겹치면 비위 기능이 약해지면서 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상태에 대해 한의학은 습을 제거하고 비위를 도와주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대표적인 처방으로는 오령산, 향사평위산, 반하사심탕 등이 있다. 사람의 체질과 증상에 따라 후박, 진피, 의이인, 복령, 백출 같은 약재들을 가감해서 처방을 구성할 수 있다. 아이들은 체질과 연령을 고려해 순한 약재 위주로 쓰고, 뜸이나 복부 찜질 등 순한 처치도 병행한다.

이 시기에는 생활습관 관리도 무척 중요하다. 음식은 반드시 끓여 먹고, 조리 후 오래 방치된 음식은 섭취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찬 음료나 얼음 아이스크림처럼 몸을 차게 만드는 음식은 장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가급적 삼가고 평소 따뜻한 차나 소화를 도와주는 음식(매실차, 생강차, 미음 등)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냉방기기 사용 시 직접 몸에 찬 바람이 닿지 않도록 하고 아침 기온이 낮은 날엔 복부를 가볍게 덮는 습관도 체온 유지에 효과적이다.

결국 장마철의 복통과 설사는 단순히 장의 문제가 아니라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인체 수습 균형이 맞지 않아 장이 약해진 것이 원인이라고 본다. 특히 아이들은 면역력과 장 기능이 미숙하기 때문에 배앓이를 자주 하기에 복부를 따뜻하게 해주고 음식 위생에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 한방적 접근으로 습을 제거하고 비위를 돕는 치료를 병행하면서 생활습관을 조금만 조절하면 장마철도 건강하게 지나갈 수 있다. 내 몸 안의 습기를 다스리는 것 그것이 여름철 장 건강의 시작이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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