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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들여 만든 레저시설 두달만에 문 닫아

장은희 기자
등록일 2025-06-25 20:17 게재일 2025-06-2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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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서 하이로프·클라이밍장 폐쇄
  이용객 수 기대 못 미치며 운영난… 위탁사 계약 해지통보
“졸속행정·예산 낭비” 비판… 區·교통공사 “재정비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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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대구 달서구 도시철도 2호선 용산역에 조성된 ‘하이로프·클라이밍장’이 운영되지 않고 폐쇄돼 주민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장은희기자

대구 달서구가 10억 원을 들여 조성한 공공 체험형 레저시설 ‘하이로프·클라이밍장’이 개장 두 달 만에 운영을 중단해, 졸속행정과 예산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달서구와 대구교통공사는 수습책 마련에 나섰지만 공공성 확보와 운영 타당성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5일 대구 달서구청에 따르면 구청과 대구교통공사는 지난 3월 도시철도 2호선 용산역 남쪽 광장에 ‘하이로프·클라이밍장’을 조성했다. 이 시설은 체험형 레저 시설로 하이로프 존과 클라이밍 존으로 구성했다.

클라이밍장 설치에 들어간 직접 예산 10억 원은 모두 달서구청 몫이었다. 교통공사는 부지 제공과 시설 유지·운영을 맡았으며, 운영사는 교통공사에 임대료를 납부하고 수익은 자체 확보하는 구조였다.

달서구는 인근 아파트 단지와 학교, 공영주차장 등을 감안해 높은 수요를 기대했지만 실제 이용객 수는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개장 이후 5월까지 시설 수입은 약 1480만 원에 그쳤으며, 이는 운영사가 납부해야 하는 임대료(1360만 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위탁운영사인 ‘스파크’는 지난 1일 운영난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시설은 개장 두 달 만에 사실상 폐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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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대구 달서구 도시철도 2호선 용산역에 조성된 ‘하이로프·클라이밍장’이 운영되지 않고 폐쇄돼 주민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장은희기자

지역사회에서는 사업 타당성 검토 부족과 안일한 대응이 결국 조기 폐쇄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타 지자체의 실패 사례를 참고하지 않았다는 점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정순옥 달서구의원은 “타 지자체의 유사 사례를 분석해 이 사업의 실패 가능성을 수차례 지적했지만, 달서구청은 이를 무시하고 사업을 강행했다”며 “사전 검토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한 책임은 구청에 있다”고 비판했다.

홍보 부족, 안전장비 미비도 문제로 지적됐다. 실제로 달서구는 구민 할인 30% 조건만 명시했을 뿐, 추가적인 활성화 전략은 운영사에 맡겼다.

인근 주민 정윤경(40·여) 씨는 “미취학 아동이 이용할 장비 사이즈가 맞지 않아 이용을 포기했다”며 ”헬멧도 없어 안전사고 위험도 우려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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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대구 달서구 도시철도 2호선 용산역에 조성된 ‘하이로프·클라이밍장’이 운영되지 않고 폐쇄돼 주민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장은희기자

현재 달서구와 대구교통공사는 새 사업자를 모집하고, 놀이시설 외에 체험 콘텐츠와 상업시설 도입 등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대구 남구의 저조한 전문 클라이밍장 사례를 참고해 가족 단위 취미형 시설로 방향을 조정했고, 청도 신화랑 풍류마을의 하이로프 성공 사례를 근거로 했다”며 “두 달밖에 운영하지 않았는데 실패로 단정하는 것은 이르다. 평일 이용객 저조는 학기 중이라 당연하고, 여름방학과 주말에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접근성이 좋은 위치에 조성된 시설물인데 그냥 두지 않고 재정비를 통해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교통공사 관계자는 "공사는 운영사와 수차례 사업의 활성화 방안을 협의했지만 전국적인 경기부진으로 인해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투자 여건 또한 불투명하게 됐다”며 “향후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형 테마파크로 운영할 수 있도록 사업자 모집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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