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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일, ‘록의 정신’이 죽은 날

홍성식 기자
등록일 2025-07-02 18:11 게재일 2025-07-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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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식 기획특집부장

50대 이상 한국의 중년, 그 가운데 록음악을 조금이라도 들으며 살아온 이들에게 짐 모리슨(Jim Morrison·1943~1971)은 인간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상징 기호’로 다가온다. 

 

54년 전 오늘은 그가 프랑스 파리에서 사망한 날이다. 27년7개월의 짧은 삶을 살다갔지만, 그가 전 세계 청년문화에 미친 영향은 ‘노래로 미국을 점령했다’고 이야기되는 영국밴드 ‘비틀즈’ 이상이었다.

 

록밴드 ‘도어스’의 보컬리스트이자, 시인, 영화감독이기도 했던 그는 경직된 기독교문화가 지배하던 시절 미국에서 태어났다. 자신이 밴드를 결성해 술과 마약에 취한 채 생의 허무함을 노래할 때, 또래 청년 수십만 명이 ‘일그러진 전쟁’이라 불러 마땅한 베트남전에 끌려가 목숨을 잃는 것을 본 그는 분노했다.  

 

중고교 시절부터 초현실주의 문학에 심취했던 짐 모리슨의 초기 노랫말은 염세적이고 난해하다. 

 

그러나, 국익이란 허울뿐인 미명 아래 미국과 베트남 젊은 군인들이 서로의 가슴에 총을 겨누는 비극과 참상을 인식한 이후엔 그의 가사가 바뀐다. ‘반전(反戰)’과 ‘이데올로기를 넘어선 인본주의’의 메시지가 담기기 시작한 것. 이는 잘못된 미국의 정책에 저항했다는 의미다.

 

“하늘은 재주가 승한 자를 부러워해 그를 일찍 데려간다”는 이야기는 동양만이 아니라, 서양에서도 통했나보다. 청년들 사이에서 드높았던 영향력을 이용해 베트남전 반대운동의 핵심으로 우뚝 설 수도 있었던 짐 모리슨은 베트남전이 끝나기 4년 전 숨을 거둔다. 

 

록의 기본 정신은 부당함에 대한 저항이 아닐지. 그러니, 1971년 7월 3일은 록의 정신이 사라진 날로 기념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홍성식(기획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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