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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등록일 2025-07-03 16:56 게재일 2025-07-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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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라 변호사

반려 인구 1500만의 시대, 이제 우리도 인구 셋 중 하나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회가 되었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동물보호와 동물복지를 위한 제도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개 식용금지법이 2027년 2월부터 전면 시행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월, 이전보다 강화되는 동물보호 방안들이 담긴 ‘동물복지 종합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세부적인 동물보호 방안들을 아우르는 법 개정안이 하나 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를 규정한 민법 개정안이다. 

21대 국회 본회의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되었던 이 법안은 작년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다시 발의되었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이 한마디가 법전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법률관계를 구성하는 권리라는 것을 다룬다. 우리 민법은 이 권리의 주체를 자연인과 법인으로, 권리의 객체는 물건으로 한정한다. 

도롱뇽이 원고가 되어 제기되었던 천성산 터널 소송이 각하되었던 이유도 도롱뇽은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권리의 객체는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인데, 이것을 민법은 ‘물건’이라고 칭한다. 

동물은 법률적으론 권리의 객체 곧 물건일 뿐인 것이다. 동물이 책상, 탁상시계와 같은 물건이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주인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던 요크셔테리어를 차량으로 충격해 피해 견이 평생 치료받아야 할 뇌 손상 상해를 입은 사건에서 법원은 가해자에게 해당 연령의 요크셔테리어 종의 시가 약 100만 원과 정신적 손해배상금 5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할 뿐이었다. 

피해 견은 15년 이상을 함께 산, 주인에게는 가족과 다름없는 존재였다. 반려견이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어도 해당 견종의 시가를 넘는 치료비는 배상받을 수 없다. 물건을 손괴했다면 물건의 시가를 넘지 않는 한도에서만 수리비를 배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과 동물을 똑같이 취급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가족과 같은 생명을 가진 존재의 상실로 정신적 고통을 겪더라도 그저 식탁 다리가 하나 부러진 것과 마찬가지로 취급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를 민법에 규정하면 동물은 단순한 권리의 객체인 물건도, 권리의 주체인 자연인도 아닌 독자적 지위를 얻게 된다. 

그러면 동물을 죽이거나 다치게 한 피해에 대한 배상도 실제 입은 고통에 보다 부합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고, 동물이 물건 지위에서 벗어나는 만큼 동물보호나 생명존중을 위한 다양하고 창의적인 제도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서는 법에 동물의 법적 지위를 물건이 아닌 것으로 규정한지 오래다. 미국은 주인이 사망할 경우 남겨진 반려동물의 돌봄을 위한 유산 신탁 제도까지 법제화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민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말을 넣을 때가 되었다. 그리고 더 나은 동물보호를 위한 단계로 차근차근 나아가면 된다. 가장 약한 생명인 동물에 대한 존중과 인식 변화는 곧 사람의 생명에 대한 귀히 여김으로, 또 우리가 사는 지구와 생태계에 대한 귀히 여김으로 나아갈 것이다.

/김세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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