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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과 포스코, 숙명적 공진화(共進化) 관계

등록일 2025-07-27 19:56 게재일 2025-07-2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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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충운
환동해연구원장

필자는 오늘의 포항을 보면서 미국 유학 당시 한동안 머물렀던 피츠버그시를 떠올린다. 포항의 자매도시이기도 한 피츠버그시는 철강 도시로 불리며 번성을 구가했으나 1970년대부터 신흥공업국들에 밀려, 불과 10여 년 만에 인구 70만 도시에서 30만 도시로 쇠락했다.

그러나 피츠버그는 녹슨 도시의 오명을 벗고 세계적인 첨단바이오·문화도시로 거듭났다. 이는 민관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수십 년에 걸친 ‘르네상스’ 운동을 벌이며 도시 재개발·재창조에 나선 노력의 결과였고, 무엇보다 혁신과 포용, 인재와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포항은 지금, 철강산업의 위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경제 전반이 철강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철강 공단 출근자 수가 현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포스코가 기침하면 포항경제는 감기에 걸린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필자는 피츠버그에서 포항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포항은 포스코라는 세계적 기업과 대학, 그리고 과학기술연구 기반이 탄탄해 잠재력이 풍부한 도시이다. 포항의 산학연민관이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도시 재개발에 나선다면 피츠버그에 버금가는 도시 재창조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포항과 포스코는 반세기 넘게 한 집단이 진화하면 그와 연관된 집단도 함께 진화하는, 숙명적인 공진화(共進化) 관계였으나 언제부턴가 둘의 관계가 느슨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포항과 포스코가 공진화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여는 일이다.

포스코는 포항시의 산업구조 전환과 탄소중립, 디지털 혁신 등에 있어 핵심 파트너가 되어야 하고, 수소·이차전지·신소재 등 포스코의 산업전환 노력에 포항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지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포항과 포스코는 지금부터 새로운 공진화 모델을 구축해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과거의 동반자에서 미래의 파트너’로, 더욱 성숙한 단계로 나아갈 것이다.

이를 위해 ‘지속가능한 공진화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 이는 포항시·포스코·시민사회·전문가가 함께하는 상설협의체가 되어야 하고, 환경·안전·일자리·교육·사회공헌 등 의제별 분과 운영 등을 통해 실질적 소통을 강화하면서, 공진화의 길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포스코는 청년창업·교육·복지·지역소멸 대응 등 포항시의 미래 전략사업에 대한 공동투자 참여, 수소환원제철과 친환경 소재 등 자사의 미래 사업들에 대한 포항투자에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둘의 공진화는 단지 포스코의 노력만으론 요원할 것이다. 포항시와 시민들의 노력이 함께 해야 가능하다. 이에 포항시는 ‘포스코와의 파트너십 행정’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정책공유 플랫폼 운영 등을 통해 포스코 계획과 시정 목표의 교류, 공동 기획도 가능할 것이다.

환경·안전에 대한 협치 역량도 더 키워야 한다. 과학적 데이터와 정책 대안을 가지고 협의하고, ‘산업도시의 숙명’을 인정하면서도 시민 건강권 보호에는 철저해야 한다. 지역사회도 기업에 대한 균형된 시각으로 잘못은 비판하되, 지역 공헌에 대한 평가는 공정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포항시와 시민, 포스코가 새로운 공진화 파트너십을 구축해나간다면, 지금의 느슨한 관계를 넘어 미래형 지역-기업 모델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포항과 포스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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