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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제안 어떻습니까?!

등록일 2025-07-27 16:31 게재일 2025-07-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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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퇴임 이후 한 달에 한 번꼴로 대구에 나간다. 경북대 인문대학 퇴임 교수들을 주축으로 ‘인문 세상’이란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문 세상’은 ‘법인으로 보는 단체’로 설립되어 인문학의 확산과 보급을 목표로 1년 정도 연륜을 지닌다. 월 1회 이사회에 나가서 ‘인문 세상’의 현황과 우리가 견디는 일상과 세상사를 화제로 두어 시간 환담한다.

지난번 이사회에서 감사를 맡은 분이 솔깃한 제안을 했기로 독자 제현의 고견을 청하고자 한다. 그분은 한국 사회에 넘쳐나는 퇴직 고급 인력의 활용방안을 고민해보자고 운을 뗐다. 해마다 교직을 떠나는 초중등 교사들과 대학교수들 숫자가 상당할 것인데, 그들을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하는 문제 제기였다. 그 말을 듣고 나를 잠시 돌이켜보았다.

나는 퇴임 이후 시간강사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단에 서고 있다. 4학기 가운데 3학기 동안 교양 교과목을 담당하고 있다. 강사료는 둘째치고 삶의 규칙성과 활력이 이어지고 있기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여유 시간이 늘어난 덕분에 예전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수업을 준비한다. 열렬하되 여유롭게, 단단하되 유연하게 학생들을 대하는 기쁨이 자못 크다.

작년 2월 18일부터 청도와 대구 시민들을 대상으로 3학기째 주 1회 무료 인문학 강연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배우고 익힌 지식을 시민들에게 돌려드리는 작업으로 시작했다. 첫 번째 주제는 ‘문명과 인간’으로 고대문명의 발생에서 시작하여 21세기와 4차 산업혁명에 이르는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살펴보는 것이었다. 이 강의는 작년 10월 하순에 종료되었다.

‘문명과 인간’ 강의에 이어 공자의 ‘논어’를 원문으로 읽고 있는데, 지금까지 네 번째 장(章)인 ‘이인편(里仁篇)’을 마무리했다. 강연 시작할 당시에는 적당한 공간이 없어서 청도에 자리한 카페에서 강의를 진행했는데, 작년 말부터 ‘청도 도서관’의 도움으로 동아리방을 강의실로 활용하고 있다. 세상에는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는 분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여기 더해 경북대 인문 학술원에서 행하는 시민 인문학 프로그램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돌이켜보면 나는 운이 좋은 경우다. 그러나 다수 퇴임 교수들은 등산이나 도서관 혹은 취미생활로 차고 넘치는 시간을 축내고 있다. 아울러 그들이 가진 고도의 전문지식도 시나브로 사장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까닭에 감사의 제안이 솔깃하게 다가온 게다.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가 발전된 나라의 복된 시민으로 살면서 자신이 가진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회가 없음은 애석한 노릇이다. 최소한의 경제적 보상이나 혹은 무상으로 각자의 지식과 경험을 사회 구성원들과 공유한다면 매우 유익하지 않겠는가?! 한 사람의 지식인 양성을 위해 가족과 사회, 국가가 기울인 노력을 공염불로 만드는 것은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때마침 새로 출범한 ‘국민 주권 정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 기획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참에 녹슬지 않은 지식과 혜안, 미래기획과 통찰을 지닌 퇴임 교수들의 활용도 적극적으로 모색해보는 것도 우리 사회를 위한 긍정적인 방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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