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기관에 전권 넘기고, 공무원은 책임 회피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9월 경주에서 열리는 ‘2025 세계유산축전–경주역사유적지구’가 시작하기도 전에 투명성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세계유산축전은 최근 국가유산청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와 시비 등 총 사업비만 3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행사이지만, 경주시의 대응은 ‘깜깜이 행정’ 그 자체다.
이 축전은 석굴암·불국사 세계유산 등재 30주년을 기념해 경주역사유적지구, 양동마을 등지를 무대로 진행된다.
축전의 목적은 ‘세계유산 가치 확산’이지만, 정작 경주시의 태도는 시민의 알 권리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사업의 핵심 정보 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언론이 수 차례 정보공개를 요청했지만, 경주시는 “행사 운영 전이라 자료를 줄 수 없다”는 원론적 입장만 고집했다. 논란이 일자 경주시는 뒤늦게 형식적인 문서 2장을 보내는 데 그쳐 시민을 무시하는 ‘불통’ 행정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시민 김모 씨는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에서 경주시가 투명성은커녕 최소한의 감시 마저 차단한다”면서 “이는 시민을 배제한 독단 행정”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경주시는 사업의 실질적인 기획과 집행은 출자·출연기관인 신라문화유산연구원에 전적으로 맡겨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공기관 대행사업으로 제안서 평가와 업체 선정은 모두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을 통해 이뤄졌으며, 우리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각 업체와 긴밀히 협의 중이며 보내준 자료는 확정된 것이 아니며, 사업비도 변경될 수 있다”고 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공사업의 기본은 책임성과 투명성에 있다”며 “행정 주체인 경주시가 권한은 외부에 넘기고, 정보는 감추는 지금과 같은 구조는 행정 불신만 키우는 등 행정의 존재 이유를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국가 유산공모사업 선정’이라는 성과 뒤에 숨어 책임은 회피하고, 정보는 차단하는 행정이 시민에게 어떤 신뢰를 줄 수 있겠는가”라며 “유산을 기념하는 행사가 아니라 시민을 배제한 축제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시민을 위한 사업인지, 경주시와 출자·출연기관의 이권 챙기기용인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 ‘깜깜이 유산축전’으로 일관하는 경주시가 모습은 불통 행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황성호 기자 hs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