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일본 니가타현을 찾았다. 세계적인 브랜드 쌀 ‘고시히카리’를 직접 마주한 순간, 나는 농업이 단순한 재배를 넘어 철학과 문화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쌀 한 톨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네 차례의 검사를 거친다. 정성 어린 포장을 통해 소비자를 만나는 과정에서 농부는 장인으로 존중받는다. 그 현장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칠곡의 농업도 이제 그 길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선명해졌다.
현실은 냉혹하다. 기후는 달라지고, 농촌은 늙어가며, 젊은이들은 떠난다. “이대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멈출 수는 없다. 희망은 방향에서 온다. 그래서 우리는 농업대전환의 길을 차근차근 열어가려 한다.
먼저 쌀부터 바꾸려 한다. 왜관·북삼·동명에 프리미엄 쌀 단지를 조성하고, 생산에서 포장까지 전 과정을 새롭게 설계할 계획이다. 1인 가구 시대에 맞춘 소포장과 진공포장을 도입해 신선도를 오래 지켜낼 것이다. 직거래 접점도 넓혀 농산물에 ‘칠곡’이라는 이름값을 더해 갈 것이다. 목표는 쌀을 단순한 먹거리에서 신뢰할 수 있는 지역 브랜드로 키우는 일이다.
대전환은 쌀에만 머물지 않는다. 참외·고추·딸기 등 주요 품목 전반을 함께 끌어올릴 계획이다. 값싼 물량 경쟁의 시대에서 벗어나, 고품질과 특화로 승부해야 한다. 많이가 아니라 잘하는 농업, 흔한 것이 아니라 특별한 농업, 값싼 것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농업이 우리가 지향할 길이다.
생산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고령화된 현장에서 노동력만으로 버티기는 어렵다. 수경재배와 수직재배를 도입해 서서 일하는 환경을 만들겠다.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수확을 기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 드론 방제를 확대해 작업의 정확도를 높이고 농약 사용량을 줄이겠다. 땀과 근력만이 아니라 기술과 데이터가 함께하는 농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농민의 삶을 지키는 길이고,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전하는 길이다.
가공과 유통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저급과 참외를 활용한 비건가죽은 ‘버리는 것을 벌이가 되게 하자’는 생각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유주방을 통해 농민의 소규모 식품 창업을 돕고, ‘퍼뜩시장’ 같은 판로를 넓혀 소비자와 더 가깝게 만나겠다. 아파트 단지, 고속도로 휴게소, 도심 광장에서 만나는 직판장은 신선함과 신뢰를 동시에 전하는 창구가 될 것이다. 농업은 이제 재배를 넘어 체험과 문화가 결합한 6차 산업으로 확장될 것이다.
안전은 농업의 뿌리다. 농업인이 직접 참여한 안전교육 뮤지컬 ‘농터맨’ 같은 시도를 더 발전시켜, 교육이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보완해 나가겠다. 안전이 확보될 때 지속 가능성도 단단해진다.
환경 역시 미래를 가르는 과제다. 유용미생물배양센터를 통해 친환경 농법 보급을 넓히겠다. 영농부산물은 파쇄·재활용해 미세먼지와 산불 위험을 낮추겠다. 농약과 소각에 의존해 온 관행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가는 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것이 곧 우리 아이들에게 깨끗한 미래를 물려주는 길이다.
농업대전환은 곧 농민의 삶의 대전환이기도 하다. 기술이 들어오면 허리는 덜 굽히고도 더 많은 수확을 올릴 수 있다. 판로가 넓어지면 농민의 소득이 안정되고, 자부심도 커진다. 변화는 결국 사람에게서 완성된다. 농민이 존중받을 때 농업도 지속된다.
앞으로는 청년들이 다시 농촌으로 들어올 수 있는 기반도 만들어야 한다. 스마트팜과 데이터 농업은 젊은 세대가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농업이 힘들고 낡은 산업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때, 농촌은 다시 활력을 찾게 될 것이다.
이 모든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시대의 요구다. 농업이 흔들리면 농촌이 무너지고, 농촌이 사라지면 우리의 삶터도 함께 위태로워진다. 지금이 변화의 적기다. 앞으로의 농업은 데이터와 기술로 정밀하게 관리되고, 가공과 유통으로 가치가 확장되며, 문화와 체험이 더해지는 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우리는 그 방향을 분명히 바라보고, 현실적인 걸음으로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이다. 그 길을 군민과 함께 열어가겠다. /김재욱 칠곡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