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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소맥·1900원 생맥주···경기 침체 속 '불황형 마케팅' 다시 ‘활활’

단정민 기자
등록일 2025-08-19 16:23 게재일 2025-08-2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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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술값으로 고객 유인해 매출 증대 전략 
서민 애환 깃든 소주 가격 하락, 소비자 만족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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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남구의 한 고깃집 앞에 붙은 '소주·맥주 2000원’ 안내문.

포항 남구의 한 고깃집은 ‘반값 소맥’을 내세운다. 보통 소주는 4000원, 맥주는 5000원 정도여서 ‘소맥’을 마시려면 술값이 9000원이 필요하지만,  소주와 맥주 모두 2000원에 불과해 4000원이면 ‘소맥’을 즐길 수 있다. 

지난 17일 저녁 이 식당을 찾은 손님들은 “술값 정말 싸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업주 A씨는 “저렴한 술값으로 손님을 끌어모은다는 프랜차이즈 회사의 방침이 마음에 들어 2년 전 개업했다"라면서 “술값을 싸게 책정한 덕분에 손님 대부분이 소주와 맥주를 같이 주문하고 있고, 단골도 꽤 늘었다”고 했다. 

인근 식당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소주 무료’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치열한 가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당장 수익은 줄더라도 손님을 더 많이 모아 매출을 올린다는 전략이다.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심리가 극도로위축된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이 생존을 위해 술값을 내리는 등 ‘불황형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불황 탓에 술집 매출도 1년새 10% 가깝게 감소했다. 한국신용데이터(KCD)의 ‘2025년 2분기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술집의 매출은 1년 전에 비해 9.2%가 주는 등 큰 타격을 받았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2021년 6월부터 46개월 연속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이례적인 점은 소주와 맥주 가격이 내렸다는 것이다. 외식용 소주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떨어진 것은 2000년 통계 집계 이후 단 1차례, 2005년 7월(-0.8%) 뿐이었다. 맥주 역시 1999년 7~11월 이후 26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외환위기(1997년)나 금융위기(2008년) 때도 없었던 현상이다.

포항시 북구의 한 프랜차이즈 이자카야도 다른 곳에서는 3800원 하는 생맥주 300㏄ 한 잔을 1900원에, 닭 날개 튀김 1개는 900원에 판다. 저렴한 가격에 인기를 끌면서 포항 뿐만 아니라 전국에 180개 이상의 매장이 있다. 

주로 주점에서 나타나는 이런 현상은 일반음식점에도 압박으로 작용해 가격 인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식당 주인 B씨는 “손님들이 여유 있게 돈을 쓰지 않는 상황에서 고깃값은 내리기 힘이 들어 술을 미끼 삼아 발길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은아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외식 물가뿐만 아니라 식자재, 공산품, 기본요금까지 모두 오르면서 외식을 줄였다는 말이 흔해졌다. 그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30년 전 가격’ 마케팅”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술 한 잔이 주는 쾌락적 욕구는 단순한 음주를 넘어 감성적 만족으로 이어지고, 특히 소주는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가격이 절반 가량 낮아지면 소비자가 느끼는 만족감은 훨씬 커진다”라고 설명했다. 

글·사진/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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