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여전히 온몸을 감싸지만, 조금 시원하다 느끼며 포항시립미술관으로 향했다. 포항시립미술관과 함께하는 음악회가 지난 8월 28일 100회를 맞았기 때문이다. 2014년 어느 봄날 시작한 미술관 음악회는 코로나 시기에 잠시 멈추었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즐겨 찾는다. 10여 년이 훌쩍 넘은 시간이다. 꾸준히 미술관 음악회를 찾아주는 시민들의 고마움은 말할 것도 없다.
100번이라는 의미를 생각하며 미술관 관람도 할 겸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미술관에 도착했다. 오전 11시에 시작하는 음악회지만 로비에 조금 일찍 정돈된 의자는 100번의 음악회를 즐기려는 시민들을 차분히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특별히 백범 김구 선생의 ‘문화강국론’의 한 구절이 적힌 종이가 의자 위 얇은 비닐에 포장되어 함께 시민들을 맞이한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는 구절이다. 포항시립미술관 음악회도 일상에서 경험하는 우리의 놓은 문화를 보여주는 힘 중의 하나라고 느껴졌다.
의자 앞에 마련된 무대에는 ‘100번의 기다림’이라는 제목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세로로 긴 파란색의 현수막이 손님을 맞이하는 인사 같다. 무대 위에는 첫 무대를 장식할 플룻과 기타의 연주가 서로의 호흡을 맞추는 중이다. 기타 소리가 플루트와 잘 어울리니 새롭게 다가온다. 연습하는 곡은 기타리스트 안형수가 직접 작곡해 그 특별한 의미를 더했다. 그동안 포항시립미술관 음악회의 참여 경험도 있는 기타리스트라는 친근함도 느껴졌다.
미술관 음악회를 시작하기 전, 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님의 인사 말씀이 있었다. 미술관 음악회는 문화가 있는 날의 하나로 매월 목요일에 열리고 있다. 10여 년 넘게 이어지며 372명의 뮤지션과 40개 가까운 밴드와 함께 했다. 그동안 이곳을 찾아주신 2만여 명의 시민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새로운 200회를 위해 시민들에게 즐겁고 행복한 시간으로 다가가길 바란다는 말씀도 남겼다. 또 미술관 음악회를 즐길 수 있게 애써 주신 임희도 미술관 음악회 감독님께 시민이 꽃다발을 증정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뜨거운 박수와 함께 플루트와 기타의 협연으로 음악회가 시작했다. 직접 작곡한 ‘100번의 기다림’ 연주가 끝나고 바흐 ‘첼로 모음곡 3번’과 가스파르 카사도 ‘무반주 첼로 모음곡’ 중 3악장으로 이어졌다. 첼로 모음곡 중 가장 인기가 높은 곡들로 이루어진 연주였다. 미술관 로비는 이내 첼로의 낮지만 깊은 울림으로 가득 찼다. 로비에 앉은 사람들은 귀로 음악을 들으며 눈길도 따라 움직였다. 자리에 앉은 눈빛들은 이어지는 해설에도 공감의 반응을 하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현재 미술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누워있고 서 있는 에너지 있는 철의 모습과 장두건 미술상을 수상한 작품과도 의미를 연결 지어 본다.
플루트로 듣는 박실의 ‘한오백년’은 맑고 가는 플루트의 소리가 ‘한오백년’의 곡이 다 표현이 되니 공감하기도 쉬웠다. 마지막은 플루트와 기타와 첼로가 함께 했다. 각자가 내는 악기 소리가 튀지 않아 차분해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나오니 100회를 기념한 쿠키가 기다리고 있다.
함께한 시민 이은경(52)씨는 “포항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음악회에 매월 참석한다. 나에게 미술관 음악회는 미술 작품 관람도 하고 음악도 듣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날이다”고 반겼다.
미술관 음악회는 9월은 작품 전시로 쉬어가고 10월의 마지막 주 목요일에 열릴 예정이다.
/허명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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