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숙
엄마가 죽었을 대
엄마의 말씨가 남았다
이내, 이내
이내가 어미의 시간처럼 돌아왔다
밥 짓는 손끝에서
아궁이 불꽃처럼
말이 피어올랐다
그 말은 내 귀에 박히고
내 입에서 다시 불러졌다
나는 엄마의 사라진 시간을
아로새긴다
불꽃처럼, 이내
….
위의 시를 읽고 뜻을 알고 있다고 여겼던 ‘이내’를 사전에서 찾아봐야 했다. ‘곧’이라는 시간적 의미만이 아니라 ‘가까이’라는 공간적 의미도 있는 오묘한 말이었다. 이 시에서 ‘죽은’ ‘엄마’가 자주 입에 올렸던 ‘이내’는 “아궁이 불꽃처럼” 피어오르며 “어미의 시간처럼 돌아”와 시인의 말이 된다. “엄마의 사라진 시간”이 시인에게 ‘불꽃처럼’ 아로새겨진 것, 이로써 ‘엄마’는 시인과 같이 사는 ‘이내’의 존재가 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