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산란기 수초에 손 넣어 사냥… 신선도 높아 물회로 즐겨

최병일 기자
등록일 2025-12-04 17:27 게재일 2025-12-05 15면
스크랩버튼
해담길에서 만나는 울릉도 (20) 전설의 맛 손꽁치 요리

 

비린맛이 없는 손꽁치 물회 

△ 신선도 높아 물회로도 먹을 수 있는 손꽁치 

울릉도에는 꽁치를 활용한 요리가 많다. 작은 꽁치 하나로도 참 다양한 요리들을 만들어냈다. 구워 먹고 끓여 먹는 것은 기본이고 날 것은 회로 먹고 물회로도 먹고, 꽁치전도 부처먹었다. 소금에 절여서는 젓갈로도 담가 먹었다. 다양한 꽁치 요리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울릉도를 대표하는 꽁치 요리는 꽁치물회다.

손으로 꽁치를 잡는 모습 

과거 울릉도의 꽁치잡이 풍습은 독특했다. 낚시나 그물이 아니라 맨손으로 잡았다. 어선을 타고 나가 맨손으로 꽁치를 직접 잡았던 것이다. 그렇게 잡은 꽁치는 손꽁치라 했다. 손꽁치는 그물이나 낚시로 잡은 것 보다 신선도가 높아 물회로 먹을 수 있었다. 그래서 탄생한 음식이 꽁치물회다. 보통 비린 맛이 강한 꽁치로는 물회를 만들어 먹기 어렵다. 울릉도 손꽁치니까 가능했던 음식이다. 옛날에는 손꽁치가 잡히는 4-5월에만 맛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냉동시설이 발달해 그물로 잡은 꽁치도 급랭해 두고 오래 맛볼 수 있다.

 

4~5월에 꽁치들이 산란을 위해 울릉도 해안으로 찾아든다. 꽁치는 공치, 청갈치, 추광어 등으로도 불린다. 꽁치는 일본의 남부 바다에서 겨울을 난 뒤 봄과 여름 사이에 북쪽으로 이동하여 동해에서 산란한다. 꽁치는 산란기가 되면 수초에 몸을 비비며 산란을 하는 특성이 있다. 어부가 수초 사이에 손을 넣으면 꽁치들은 손가락 사이를 콕콕 쑤시고 손가락 사이에도 몸을 비벼대며 산란을 하려 한다. 

이때 어부는 그냥 손으로 꽁치를 잡을 수 있다. 이처럼 꽁치가 해조류에 산란하는 특성을 이용해 잡는 것이 손꽁치 어법이다. 어부들은 천연 수초 사이에서도 꽁치를 잡았지만 바닷물 위에 잘피나 몰, 가마니 같은 것을 깔아놓고 잡기도 했다. 이때 잡히는 꽁치를 손꽁치, 햇물꽁치, 몰꽁치 라고 했다. 성질이 급한 꽁치는 낚시에 물려 올라오면서부터 스트레스 때문에 부패하기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손꽁치는 산란철이라 기름이 오르고 스트레스나 상처가 적어 선도가 아주 뛰어나다. 이 신선한 꽁치를 이용하여 ‘손꽁치 물회’, 손꽁치 무침 등을 만들어 먹었다.

 △ 울릉도 토속젖갈로 이름높은 꽁치젖갈 

 

꽁치는 암컷이 알을 낳은 뒤 숫컷의 체외수정이 이루어지며 알은 실과 같은 섬유질 조직을 통해 해조류나 부유물에 부착된다. 수명은 약 2년 남짓이다. 한국의 동해와 남해, 아시아, 북아메리카 대륙을 잇는 북태평양 해역에 널리 분포한다. 요즈음은 더 이상 손으로 잡지 않고 그물로 잡는데 살아있는 꽁치라도 바로 물회를 하지 않고 급랭해 하루 이상 냉동시킨 후 물회로 만들어 먹는다. 

비린 맛이나 세균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냉동해 둔 꽁치는 껍질을 벗기고 포를 뜬 뒤 배, 오이, 당근, 파 등과 적당량의 물을 넣고 물회를 만든다. 꽁치무침은 발라낸 꽁치 살에 무채, 양파, 상추, 당근채, 마늘, 고춧가루, 식초, 오이채를 넣고 무쳐낸다. 생 꽁치 요리를 처음 먹어보는 사람은 간혹 탈이 나기도 하니 장이 나쁜 사람은 주의가 필요하다.

꽁치젓갈은 울릉도 바다에서 잡은 꽁치로 담은 울릉도 토속 젓갈이다. 섬이지만 울릉도는 젓갈 음식이 잘 발달하지 못했다. 소금이 부족했기 때문이란 추정도 있다. 천일염을 만들 수 있는 갯벌도 없고 육지에서 유입된 소금 가격은 너무 높아 젓갈용으로 쓸 수 없었다. 

울릉도 자체에서는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만들었지만 아주 소량이었다. 음식에 쓰기도 부족할 정도니 젓갈을 담을 수 없었다. 일부에서는 울릉도에 사철 싱싱한 해산물이 넘치니 젓갈을 담을 필요가 없었다고도 하지만 내륙의 해안가에도 사철 해산물이 넘쳐 나지만 젓갈이나 염장해서 말리는 건정 생선 문화가 발달한 것을 보면 소금이 귀하고 부족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꽁치젓갈은 꽁치와 소금의 비율을 7대 3으로 해서 3개월 정도 숙성한 뒤 먹었다. 5월에 담그면 8월쯤 먹을 수 있었다. 꽁치젓갈은 손으로 찢어 먹어야 제맛이다. 그 자체로도 먹었지만 김치를 담그거나 겉절이 등 각종 음식을 만들 때도 다양하게 활용됐다. 울릉도에서 김치에 멸치젓을 쓰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 꽁치다대기, 꽁치 시락국수 등 다양하게 변화

 

포항 지역에서는 꽁치를 뼈째 다져서 만든 완자를 넣고 끓이는 음식을 꽁치 다대기 혹은 꽁치 완자 시락국, 꽁치국, 꽁치 당구국, 꽁치 다대기 추어탕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부른다. 완자를 넣은 꽁치 시락국수도 인기가 있다. 꽁치 완자 요리는 포항뿐만 아니라 울릉도에서 즐기는 향토 음식이었다. 울릉도에서는 꽁치 완자와 섬엉겅퀴를 넣고 끓이는 꽁치완자 엉겅퀴된장국이 대표 요리다.

꽁치가 많이 나던 시절 싸고 영양가 많은 꽁치를 뼈까지 다져 먹기 위해 꽁치 완자가 만들어졌고 그것이 지금까지 음식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꽁치 완자 요리는 살뿐만 아니라 칼슘이 풍부한 뼈까지 버리지 않고 다져서 완자로 만들어 먹었던 지혜로운 음식이다. 꽁치 완자는 칼등으로 두드려 잘게 다진 뒤 녹말가루를 섞어 적당한 크기로 만든다. 꽁치완자엉겅퀴 된장국은 된장을 푼 물에 섬엉겅퀴와 꽁치 완자를 넣고 끓여낸다. 섬엉겅퀴에 이면수를 넣고 끓이기도 한다.

섬엉겅퀴는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풀인데 울릉도 자생엉겅퀴다. 울릉도만이 아니라 일본에도 사는데 다른 엉겅퀴에 비하여 키가 매우 크다. 꽃은 8~10월에 자주색으로 핀다. 한방에서는 대계라고 하며, 뿌리는 가을에 사용하고 잎과 줄기는 꽃이 필 때 채취하여 햇빛에 말려 사용한다. 

엉겅퀴에서 나오는 휘발성 기름인 정유, 알칼로이드, 수지, 이눌린 등의 성분이 있어서 옛날에는 지혈, 해열, 소종, 백일해, 고혈압, 장염, 신장염, 토혈, 혈변, 산후조리, 대하증, 종기 치료제로 사용했다. 그만큼 약효가 뛰어났다는 반증이다. 말린 잎은 차로, 어린잎은 나물이나 국거리로 먹는다. 부드러운 잎과 순을 데쳐서 고추장이나 된장에 무쳐 먹기도 하고 된장국이나 해장국을 끓이기도 한다.

육지의 엉겅퀴는 가시가 나서 새잎이 아니면 식용하기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울릉도에서 나는 섬엉겅퀴는 가시가 없어서 봄의 새순은 물론 가을에 나는 끝순까지도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섬엉겅퀴는 번식력도 좋은 데다 담백하고 감칠맛도 뛰어나다. 일반적으로 시래기는 많이 끓이면 흐물거리지만 엉겅퀴는 오래 끓여도 흐물거리지 않고 본래 모양을 잃지 않는다. 그래도 부드럽고 맛있다.

울릉도에서 비린 생선으로 꼽히는 생꽁치로 물회나 무침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손으로 직접 잡는 손꽁치잡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래 기억해야 할 소중한 전통 문화다. 손꽁치 어법은 사라졌어도 손꽁치가 있어서 척박하고 먹거리가 풍성하지 못했던 울릉도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꽁치 요리법을 개발해 냈다. 척박함이 창의적인 요리를 발전시킨 원동력이기도 했던 것이다.

/강제윤(시인,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해담길에서 만나는 울릉도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