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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곳곳에 자라는 명이 나물, 생채·무침·절임·튀김·김치⋯

등록일 2025-12-07 16:26 게재일 2025-12-0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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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해담길 (21) - 울릉도 사람들의 목숨을 이어준 음식들

 

위통구미 명이 나물 밭.

구충·이뇨·해독·감기에 효과

 

정력에 좋은 자양강장 식물

 

日 수도승들 체력 증진에 이용

△백합과의 다년생 식물인 산마늘

명이는 백합과의 다년생 식물인 산마늘의 울릉도 이름이다. 춘궁기 울릉도 사람들의 목숨을 살린 나물이다. 그래서 목숨 명자를 써서 명(命)이라 부른다. 산마늘은 명이란 이름 외에도 땅이나물, 망부추, 맹이나물, 산산, 각총, 소산, 산총, 행자마늘 등의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시베리아, 중국, 한국, 일본 등에 분포하는데 한국에서는 오대산, 지리산, 설악산 등의 고산지대나 울릉도 숲속에 자생한다. 울릉도의 명이는 내륙 지방의 산마늘에 비해 잎이 넓고 끝이 둥글다. 산마늘의 비늘줄기는 각총이라 하여 구충, 이뇨, 해독 및 감기 증상을 제거하는 약용으로 쓰인다. 정력에 좋은 자양강장 식물로도 알려져 있다.

명이는 생채나 무침, 절임, 튀김, 김치, 염장 가공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식용한다. 다른 나물들과든 달리 명이는 뿌리와 인경(저장기관의 역할을 하는 짧은 땅줄기), 잎, 꽃 등 식물 전체를 식용할 수 있다. 3~6월까지는 새싹과 잎, 잎줄기 등을 식용하고 뿌리와 인경은 연중 내내 식용할 수 있다. 명이의 꽃과 꽃봉오리는 6~7월에 식용 가능하다. 명이가 인체 내 비타민 B의 흡수를 촉진한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는 수도승들이 고행에 견딜 체력을 기르기 위해 즐겨 먹는다 해서 행자 마늘이라고 한다. 울릉도산 명이는 1994년 경 울릉도에서 반출되어 현재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지만, 품질 면에서는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것이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요즈음은 명이 장아찌가 별미로 팔리고 있지만 예전에는 울릉도 산천에 널린 것이 명이였다. 개척 당시 먹을 것이 떨어지면 주민들이 명이 나물을 뜯어다 먹고 목숨을 부지했다. 명이는 겨울에는 눈밭 속에서 찬 바람을 피해 웅크리고 있다가 새봄에 눈이 녹자마자 푸릇푸릇 다시 자란다. 주민들은 눈 녹으면 명이부터 채취하기 시작한다. 명이는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한다. 절임이나 김치, 물김치 등으로 조리해서 김치 대용으로 즐겨 먹는다. 명이 장아찌는 주로 초간장에 절여서 먹는다. 장아찌는 성장 중인 부드러운 명이 잎과 줄기로 담는다. 아주 부드러운 명이는 잎과 줄기, 뿌리까지 온전히 통째로 장아찌로 담가 먹기도 한다.

죽도 더덕밭.

하지만 본래 울릉도 사람들은 명이를 소금에 절여서 젓갈 넣고 김치로 담가 먹었다. 간장 절임 해서 장아찌로 담가 먹은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관광 상품으로 인기를 끌면서 명이 장아찌 담기가 본격화 됐다. 명이 장아찌는 보통 물과 간장 식초 설탕을 1:1:1:0.5의 비율로 섞어서 명이가 잠기도록 붓고 무거운 돌 등으로 눌러둔다. 2-3일 정도 지난 후 명이 나물의 숨이 죽으면 초간장 물을 따라내서 끓인 뒤 식혀 다시 부어준다. 그후에는 냉장 보관해서 저온 숙성시킨 뒤 먹는다. 명이는 마늘과라 다른 나물에 비해 잘 상하지 않는다. 울릉도에서는 명이 장아찌 외에도 40cm 정도 되는 명이를 채취해서 잎은 떼어내고 줄기만 불에 졸여 먹는 명이 졸임도 즐겼다. 설탕을 넣지 않아도 졸이면 달콤한 맛이 난다. 명이는 또 잘라서 콩가루에 무처 먹기도 한다. 부드러운 명이는 초고추장으로 무침도 해 먹는다. 완전히 성장한 명이는 장아찌로 담지 않는다. 줄기는 물김치로 담고 잎은 쌈으로 먹는다.

뿔명이 김치도 울릉도 토속 요리다. 명이는 한 포기에서 한 줄기의 쌍엽만을 피워내는데 잎이 다 퍼지지 않고 뿔처럼 올라온 명이나물의 어린 순을 뿔명이라 한다. 4월 초 솟아난 명이의 어린 순인 뿔명이를 일 년 내내 두고 먹기 위해 만들어진 저장 음식이다. 본래는 가정에서 집 간장을 달인 물에 명이를 절여서 잠깐씩 먹었다. 하지만 요즈음은 관광객에게 판매하려면 장기간 보관을 해야 하는 까닭에 소금을 많이 첨가한다. 채취하여 깨끗이 씻은 뿔명이를 항아리에 담은 뒤 물과 소금을 섞은 소금물로 염장한다. 뿔명이 김치는 먹을 때 조금씩 꺼내서 무쳐낸다. 염장한 뿔명이를 꺼내 물에 씻은 뒤 물기를 꼭 짜낸 다음 고춧가루, 마늘, 생강, 꽁치젓갈을 넣고 양념장을 만들어 버무려 내면 뿔명이 김치가 완성된다.

농가 소득 작물인 울릉미역취

 

초봄부터 年 4-5회 수확 가능

 

비타민 풍부·다이어트에 좋아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취나물

울릉도에도 취나물이 자란다.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취나물의 일종이기 때문에 울릉미역취란 이름으로 불린다. 미역취는 국화과(Asteraceae)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로 평지부터 해발 1000m의 높은 지대까지 널리 분포하고 있다. 미역취와 비슷한 식물은 울릉미역취와 미국미역취가 있다. 울릉미역취는 육지의 참취와는 구분되는데 육지에서 자생하는 취나물보다 잎이 훨씬 커서 큰 미역취라고 부르기도 한다. 울릉미역취는 두상 꽃차례(꽃의 배열 상태)가 빽빽하게 모여 있고, 미국미역취는 길이가 1m가 넘는데 줄기에서 꽃이 달리는 가지가 많이 나온다.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울릉미역취는 미역취의 변종이다. 미역취는 민간에서는 갑상선종양, 후두암, 기관지염의 치료에 약용한다. 한방에서 식물 전체를 말려 건위제·강장제·이뇨제로 쓴다.

미역취의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개미취, 메역취, 일지황화, 야국화, 주금화 등의 다른 이름이 있다. 야생에서 자생하던 울릉미역취는 울릉도의 소득 작물로 개발돼 농가에서 재배되고 있는데 농가 재배 시에는 초봄부터 채취하여 연간 4~5회 수확도 가능하다. 초벌 채취한 나물은 곧장 육지의 시장에 출하 되지만 두벌 채취 이후의 것들은 삶아서 말린 뒤 저장 판매된다. 울릉미역취는 울릉도 산나물 가운데 비타민A의 함량이 가장 높다. 피부미용과 감기에 대한 저항력, 시력을 좋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울릉미역취는 어린잎은 살짝 데쳐서 무쳐 먹거나 데친 나물을 햇볕에 말려 묵나물로 먹기도 한다. 묵나물을 무쳐 먹을 때는 먼저 마른 미역취를 물에 불린다. 불린 미역취는 물에 넣고 끓인다. 끓인 물속에 미역취를 7시간 정도 담가두었다가 물기를 꼭 짠다. 불에 달군 후라이팬에 콩기름이나 들기름을 두른 후 마늘과 양파를 넣고 살짝 볶는다. 진간장을 넣고 다시 들들 볶다가 미역취를 넣고 더 볶는다. 여기에 미리 만들어둔 멸치 육수를 살짝 넣고 김이 한번 나면 바로 불을 끄고 먹는다. 멸치 육수는 나물이 눌러붙지 않을 정도만 넣는다. 싱거우면 집 간장이나 소금으로 간을 더 한다. 미역취를 볶지 않고 무쳐 먹을 때는 참기름을 사용한다. 참기름은 미역취에 부족한 식물성 지방을 보충해 준다. 미역취는 열량과 지방 함량은 낮고 비타민이 풍부해 다이어트 시 섭취하면 위에 부담이 적고 부족한 비타민을 보충할 수 있어 좋다. 울릉도에서는 된장찌개를 끓여 생 미역취나물에 쌈을 싸먹기도 한다.

울릉도 연안에서 채취한 대황.

바다에서 베어와 삶은 잎 썰어

 

보리·감자·옥수수 섞은 대황밥

 

춘궁기 굶주림 면한 귀한 음식

△춘궁기에 먹던 대황밥

과거 춘궁기에 울릉도 사람들은 대황을 넣은 대황밥으로 굶주림을 면했다. 바다에서 베어온 대황을 갯바위에 널어 말린 뒤 마르면 짊어지고 와서 장작불을 때서 삶았다. 삶은 대황의 줄기는 빼고 잎만 썰어서 보리나 감자, 옥수수 섞어서 밥을 한 것이 대황밥이다. 대황은 염증을 없앤다고 한다. 간혹 곰피를 대황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둘은 전혀 다른 종이다. 울릉도에서도 통구미 지역에서 대황을 넣은 대황밥을 많이 먹었다.

대황은 쌈이나 무침으로도 먹는다. 대황무침은 마른 대황을 물에 불린 뒤 마늘, 고춧가루, 쪽파 등 양념과 젓갈을 넣고 버무려서 만든다. 생 대황은 살짝 데쳐서 먹기도 한다. 남획으로 양이 줄어들자 현재는 3개월 동안 대황 채취 금지 기간으로 정해서 보호하고 있다.

/강제윤(시인,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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