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대 포항지역 국어국문과 발간 2009년 창간호서 2013년 5호 이후 세대 아우르는 다양한 목소리 담은 6호 내놓으며 지역문화 새싹 틔워
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해바다 호미곶. 그 기운을 품고 한동안 멈춰 있던 문학의 숨결이 다시 살아났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포항지역 국어국문과에서 발간하던 문예지 ‘호미곶’이 2013년 5호 이후 12년 만에 6호를 세상에 내놓으며 끊겼던 전통을 다시 이었다.
‘호미곶’ 문집은 2009년 창간호를 시작으로 2013년 5호까지 발간되며 지역 학우들의 문학적 열정을 담아냈다. 일과 가정,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여건 속에서도 틈틈이 써 내려간 시와 수필, 단편들은 배움에 대한 갈증과 삶의 온기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한때 경상북도 문화예술진흥원의 지원을 받으며 활발히 이어졌으나, 여러 사정이 겹치며 발간이 중단됐다.
현재 방송대는 학위 취득보다 자기계발과 평생학습을 목적으로 등록하는 학습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지원 학생 수는 감소 추세에 있어 학과 활동과 학회 운영에 어려움이 따르는 게 현실이다. 국문과 역시 선배들이 일궈 온 전통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재학생들이 뜻을 모았다. 학우는 물론 동문 선후배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취해 원고를 청했고, 선배들 또한 바쁜 일상 속에서도 기꺼이 글을 보탰다. 그렇게 모인 원고들이 한 권의 문집으로 묶였고, 지난해 12월, 창간호를 발간한 동문 김두섭을 비롯한 선후배들이 한자리에 모여 ‘호미곶’ 6호 발간식과 국문인의 밤을 열었다. 서울에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참석한 이호권 지도교수는 현장에서 격려를 전하며 재학생들에게 든든한 힘이 됐다.
이번 6호에는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목소리가 담겼다. 사회 경험이 녹아있는 중장년 학우의 사색적인 수필과 오랜 꿈을 다시 붙잡은 만학도의 시, 지역의 삶을 섬세하게 그려낸 단편 등이 담겼다. 단순한 작품집을 넘어 세대를 잇는 기록이라는 평가다. 총 200부가 제작돼 학우와 동문 선후배 그리고 2026년 포항지역 국문과 신입생들에게 배포됐다. 김일산 학회장은 “이번 문집 발간은 ‘재개’가 아니라, 앞으로의 열정을 다시 밝히는 출발”이라며 “선배들이 지켜온 전통을 이어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예지 발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원고 수집부터 교정, 편집, 디자인, 인쇄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자발적인 참여와 회비, 작은 후원에 의존해야 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들이 펜을 다시 든 이유는 선배들의 전통을 잇고, 감성이 통하는 사람들과 서로의 언어를 나누기 위해서다.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학습자들이 모이는 방송대는 그 자체로 하나의 공동체다. 그 안에서 피어나는 문학 활동은 개인의 성장을 넘어 지역 문화의 활성화에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 ‘호미곶’이 이를 보여준다.
한 권의 문예지가 세상을 바꾸지는 못한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다시 글을 쓰게 하는 용기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잊고 지냈던 꿈을 떠올리게 하는 불씨가 된다. 무엇보다 함께 읽고 공감하는 경험은 삶을 한층 더 충만하게 만든다. 이는 곧 지역사회의 작은 자산이 된다.
변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마음일 것이다. 12년의 공백을 넘어 다시 이어진 ‘호미곶’의 전통이 또 한 번 중단이 아닌 지속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 결단이 지역 문화의 또 다른 씨앗으로 싹을 틔웠다.
‘호미곶’의 맥이 더는 멈추지 않고 오래도록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박귀상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