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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의 음표를 그리다

등록일 2026-03-04 15:53 게재일 2026-03-0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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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블 바로크 튜티 앤 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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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블 바로크 튜티 앤 솔로의 인상깊었던 비발디 ‘라 폴리아 사단조’ 앙코르 무대.

2월의 마지막 금요일, 대구 비원뮤직홀에서 따스한 봄을 맞이하는 특별한 콘서트가 열렸다. 바로크 바이올린, 바로크 첼로, 그리고 클라브생이 어우러진 ‘앙상블 바로크 튜티 앤 솔로’가 지역 주민들에게 봄의 시작을 알렸다. 지난해 비원뮤직홀에서 실력 있는 연주자들의 공연을 보고 감동을 받았던 터라, 이번 공연도 기대를 한껏 품고 기다렸던 시민기자에게는 더욱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비원뮤직홀 3기 입주음악가인 우창훈 첼리스트가 연주와 곡 해설을 동시에 맡았다. 그의 재치 있는 입담은 무겁고 진지할 수 있는 클래식 음악의 분위기를 한층 가볍게 만들어주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악기는 바로 ‘클라브생’이었다. 연주가 시작되기 전에 해설자가 이 악기에 대해 설명해 주었는데, 클라브생은 그랜드 피아노와 비슷한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현을 뜯는 방식으로 소리를 내는 악기여서 피아노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또, 바이올린과 바로크 바이올린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설명이 이어졌다. 바로크 바이올린은 양의 창자로 만들어지며, 그로 인해 독특한 음색을 지닌다.

해설자의 17~18세기 유럽으로 떠나보자는 말과 함께 륄리의 ‘아르미데의 파사카유’가 연주되었다. 현악기만으로 이루어진 연주라면 다소 단조롭고 지루할 수도 있지만, 클라브생이 함께 어우러지며 곡이 훨씬 밝고 다채로워졌다. 각 악기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연주되는 모습은 듣는 이를 전혀 지루하게 만들지 않았다. 특히 바로크 바이올린과 바로크 첼로는 일반적인 바이올린과 첼로보다 부드럽고 중후한 음색을 자랑해, 클래식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바흐의 ‘첼로 독주 모음곡’을 지나 비발디의 ‘라폴리아 사단조’가 연주되었고, 그 순간 관객들 사이에서 소리 없는 감탄이 흘러나왔다. 빠른 선율 속에서 바이올린과 첼로의 현란한 활시위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특히 첼로의 강렬한 연주가 인상 깊었고, 온몸으로 음악을 즐기는 연주자들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감정이 이입되었다.

인터미션을 지나 후반부에서는 르클레르의 우아한 궁정음악이 연주되었다. 이 곡은 푸른 숲에서 듣는 맑은 새소리가 느껴졌다. 때문에 숲을 거닐며 생각을 정리하는 듯, 복잡한 상념이 떠올랐고 곡의 후반부에선 그런 생각들을 맑게 흘려보내듯 후련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실제로 숲속을 거닐며 감정을 정리하는 경험을 한 듯했다.

마지막 곡은 우리에게 익숙한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이 연주되었다. 연주 전 해설자는 비발디에게 ‘여름’이란, 뜨거운 태양 아래 지쳐 있는 농부와 그 이후 찾아오는 폭풍을 그린 곡이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마치 곡 속의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 악장에서 손가락이 안 보일 수 있으니 꼭 실종신고를 해달라는 우창훈 첼리스트의 농담을 증명하듯, 빠르고 격렬한 연주가 인상적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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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후 우창훈 첼리스트와 사진을 찍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함께 공연을 관람한 친구 우석이는 “연주자가 빠르게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마다 활시위 끝에서 음표가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며 깊은 인상을 전했다. 그의 말처럼 이날 무대는 단순한 연주를 넘어, 눈앞에 음악이 그려지는 듯한 생생한 순간을 선사했다. 2월의 끝자락에서 만난 바로크 선율은 관객들의 마음에 잔잔한 봄기운을 남기며 오래도록 기억될 공연으로 자리했다.

/김소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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