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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6번째 건의한 대구의 조정대상지역 해제

대구시가 지난 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찾아 대구시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해 달라고 건의했다. 정해용 경제부시장 등이 건의한 조정대상지역 해제 요청은 지난해 5월 이후 이번이 벌써 6번째다. 대구시의 주택시장 사정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부동산 보유세와 거래세 등 세 부담이 늘고 대출한도도 줄어든다. 부동산 거래에 대한 규제가 커져 주택시장은 침체되고 그 여파가 지역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국토부에 따르면 1일 현재 대구의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4천561가구다. 지난해 12월 1천977가구보다 2.3배 증가했다. 경북지역도 1일 현재 미분양 아파트가 6천552가구나 된다. 전국의 미분양 물량 2만5천254가구의 44%가 대구와 경북에 있다.한국부동산원 집계에 의하면 대구는 아파트 매매가격도 21주 연속 하락세다. 게다가 대구의 아파트 입주 예정물량은 올해만 2만여 가구에 이른다. 2024년까지 총 7만5천여 가구가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지금 상태로 가면 주택시장 침체는 불을 보듯 뻔하다.주택업계가 대구의 연간 적정 주택공급량을 최대 1만2천가구로 보는 것을 감안하면 대구는 이미 공급과잉 단계다.문재인 정부는 2019년 12·16 대책으로 서울 등 39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뒤 2020년 네 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모두 111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불가피한 점도 있으나 시장 상황에 따라 정책의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대구와 경북은 미분양물량 증가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일로다. 조정대상지역 지정의 요건에 맞지 않을뿐더러 시장 흐름의 정상화를 위해 조정대상지역 해제가 시급하다.특히 지역 특성에 맞게 주택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 권한을 위임해달라는 대구시의 건의가 이제 적극 검토돼야 한다. 부동산시장은 도시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의 집값이 폭등한다고 전국을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시장 상황을 왜곡하는 일이다. 새 정부의 대안있는 정책을 기대한다.

2022-04-10

새 정부, 지방시대 연다는 초심 잃지 말아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전국 17개 시도지사와 만나 “새 정부는 본격적인 지방시대를 열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이에 앞서 당선인 신분으로 “지방시대라는 모토로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선거 과정에서도 지역균형발전을 약속해 그의 지방시대 언급은 이제 특별한 의미가 담긴 메시지가 됐다.윤 당선인은 인수위 내 처음으로 지역균형발전특위를 만들었고,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를 유지하겠다는 의중까지 보였다. 또 세종 2집무실 설치와 특구 설치 등 지역균형 특위 5대 과제를 정하고 실천에 대한 각별한 의지도 보여 비수도권에서는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시도지사회의에 참석한 단체장은 각 지역 현안 건의와 함께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대한 정부의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했다. 국가경영의 중심에 지방을 두라는 뜻이다. 당선인도 지역발전이 국가발전이라는 생각으로 강력한 균형발전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약속했다.우리나라가 수도권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 신세가 된 지는 오래다. 역대 정부가 이런 불합리한 국가경영 구조를 개선키 위해 노력했으나 제대로 된 성과를 낸 적은 없다. 오랫동안 젖은 중앙집권적 체제가 큰 부담이 됐다. 그동안 수도권은 인구가 몰렸고 지방에 있던 대기업 공장마저도 줄줄이 수도권으로 이전했다. 국토면적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살고, 매년 지방에서 수만명의 젊은이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을 찾는 게 현실이다. 수도권은 사람이 넘쳐 도시 과밀화로 날로 경쟁력이 떨어지나 대안 모색도 않았다. 반면에 지방은 젊은이가 떠나 노령화로 소멸위기에 직면해도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지방시대는 새 정부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됐다. 새 정부가 내세울 지방자치는 불균형 문제뿐 아니라 멀리는 국가 경쟁력 저하로 생길 국가적 위기에 대응할 중요 키워드가 된다. 일자리 부족, 저출산, 고령화 등 국가적 과제를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정책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할 시대다. 획기적 정책전환이 있어야 지방시대도 앞당길 수 있다. 새 정부는 지금의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2022-04-07

‘시청이전 이슈’ 대구시장선거 판세 흔드나

6·1지방선거 대구시장 유력 후보인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대구 수성구을)이 달서구 두류정수장으로 결정된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물의를 빚었다. 홍 의원은 지난 6일 기자들에게 “시청은 중심부에 있어야 한다. 시청 이전이 과연 그리 급한 업무이고 수천억 원 예산을 들여야 하는 것인지 이전 정책을 전부 검토해본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993년 중구 동인동에 건립한 대구시청사는 시설이 낡고 업무공간이 부족해 지난 2004년부터 이전 논의가 진행돼 왔다. 그후 2019년 권영진 대구시장이 시민공론화 과정을 거쳐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부지에 신청사를 짓기로 최종 결정했다. 신청사는 올해 설계공모 과정을 거쳐 2026년 완공 예정이며, 3천억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간다.홍 의원은 7일“대구시청 이전은 계획대로 추진하겠다. 대신 새로운 시청에 버금가는 도시계획을 세워서 중구가 도심공동화 현상을 초래하는 것은 막도록 하겠다”며 발언을 번복했지만, 파문은 확산되고 있다.대구시장 경선 예비후보인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시민이 직접 참여해 민주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어렵게 마련한 이전 계획을 하루아침에 백지화한다는 발표가 과연 대구시장 후보가 할 말인지 귀를 의심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정상환 대구시장 예비후보도 “시청 이전 백지화는 시의 공신력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달서구 주민을 모욕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홍 의원이 신청사 이전 원점재검토를 언급한 지 하루만에 입장을 바꿨지만, 앞으로 시청사 이전 문제는 대구시장 선거의 주요 이슈로 자리잡게 됐다. 시민 공론화위원회를 꾸려 합숙까지 하며 숙의한 끝에 결정된 시청사이전의 재검토 발언은 대구시민들에겐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다. 건립 예정지가 선정되긴 했지만 신청사 유치전에 뛰어든 지역 간 갈등이 현재까지도 앙금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특히 이전 대상 지역이 대구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달서구(58만명)라는 점에서 대구시장 경선에 뛰어든 후보별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22-04-07

엔데믹 논란

엔데믹(endemic)은 주기적으로 발병하거나 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을 이르는 말이다.일정 수준의 사람에게 계속적으로 질병이 발생하나 관리가 가능한 경우다. 말라리아, 뎅기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엔데믹은 감염병이 사회 각 기능이 작동하는데 큰 차질을 주지 않을 정도로 파괴력이 낮다는 뜻도 포함한다.팬데믹(pandemic)은 우리말로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이다. 역사적으로 중세기 유럽을 거의 전멸시킨 흑사병이나 20세기 초 발병한 스페인 독감 등이 팬데믹 사례다.최근 정부가 사적모임 10인, 밤 12시 영업으로 거리두기를 완화하자 코로나가 엔데믹 상황으로 전환할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우리나라가 엔데믹으로 전환하는 세계 첫번째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해 이런 가능성을 더 짙게 한다. 또 18일부터 실내마스크를 제외하고는 모든 방역조치가 해제될 거란 전망도 나오면서 코로나19 종식을 기다린 국민의 관심이 온통 정부의 엔데믹 선포에 쏠려 있다.그러나 의료계 일각에서는 코로나 하루 확진자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마당에 엔데믹 선언은 섣부르다고 평가한다. 정부가 엔데믹 검토에 나선 가장 큰 이유가 치명률이 낮다는 것인데 3월 한달 사망자가 9천명에 육박하는 상황을 도외시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그러나 정부는 엔데믹이란 말보다 포스트 오미크론이라는 표현을 하면서 조심스레 엔데믹 쪽으로 무게의 추를 옮기는 모양새다. 코로나로 인한 그동안의 사회경제적 손실이 너무 큰데 대한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건강과 국가적 손실을 모두 건질 묘안은 쉽지 않다. 새로운 변이 발생 가능성도 여전하다. 정부가 선뜻 엔데믹이라 선언하지 못하는 고민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4-07

기사(己巳)

육십갑자 중 여섯 번째 기사(己巳)다. 기토(己土)를 문전옥답(門前沃畓)으로 표현한다. 집 가까이에 있는 비옥한 논이며, 아주 귀한 재산을 의미한다. 사화(巳火)는 물상으로 겨울잠에서 깨어 나와 허기에 지쳐 독이 오른 뱀이다.기사(己巳)는 초여름 정원(庭園)을 상징하며 지적이고 대중적이다. 어떤 고난을 당해도 구렁이가 담 넘어가듯이 여유로움을 부릴 줄 아는 지혜를 갖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는 고집이 강하고, 불굴의 의지를 갖고, 확신에 차있는 모습이다. 때론 독선으로 흐르면 무엇이든지 받아들이는 흙토(土)의 성질이 강하여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향으로 나타날 수가 있다.기사일주(己巳日柱)는 항시 분주다망하며, 뱀이 기어가다 머리를 세운 모습이라 활동력도 강하다. 총명하고 재주가 많기 때문에 자만심으로 빠질 수가 있다. 뱀은 혀끝이 두 개로 갈라진, 혀가 두 개인 동물이다.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며, 겉과 속이 다르다고도 한다. 호불호(好不好·좋음과 좋지 않음)가 명확하여 낭패하기도 한다. 그러나 좋음과 나쁨, 추하고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가 있다.불경(佛經) ‘아함경’과 ‘열반경’에 ‘공덕천녀와 흑암천녀’ 이야기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녀가 길을 가다가 날이 저물어서 어떤 부잣집에 도착했다. “잠시 묵어갈 수 있겠는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집주인은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어디서 오신 누구신지요?” “저는 공덕천녀라고 합니다. 저는 주인님이 원하시는 대로 금은보석과 말, 수레, 의복, 하인 등을 얼마든지 드릴 수가 있습니다. 하룻밤 묵어갈까 합니다.” “호오! 그렇소? 어서 들어오시오. 환영합니다.” 그리하여 집주인은 공덕천녀를 맞아들였다. 그런데 공덕천녀 옆에는 차마 눈 뜨고 보기 민망할 정도로 추악한 여인이 서 있는 것이었다. “아니 이런 경사스러운 때 나타난 당신은 누구요?”라고 묻자, “저는 흑암천녀라고 합니다.” “이름이 꼭 걸맞는구려. 당신이 하는 일은 대체 뭐요?” “저는 가는 집마다 재물은 없어지고, 마침내 망하게 되지요.” “썩 나가라! 우물쭈물하면 목을 베어버리겠다.” 그러자 흑암처녀는 싸늘하게 웃었다. “어리석은 주인이여! 언니가 곁에 계시는데 나를 이리 구박할 수 있소?”“그럼 네가 공덕천녀님과 자매간이란 말인가?” “그렇소, 이 분은 내 언니이며, 우리 둘은 단짝이어서 늘 함께 다닌다오.” “믿을 수 없다. 공덕천녀님! 이 여자 말이 사실입니까?” 집주인은 마침내 결심한다. “정 그렇다면 나로선 두 분 다 사양하겠소이다. 나가 주시오.”그런데 어느 가난한 집에 가자, 그 집 주인은 기뻐하면서 두 천녀를 맞아들이고 후대하는 것이었다. 좋은 걸 좋아하고, 싫은 걸 싫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그 둘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아서 앞면을 가지기 위해서 뒷면을 버릴 수 없다. 부처님은 이 비유를 드신 후 말씀하셨다.“비구들이여, 여기서 공덕천녀는 행복이나 삶을, 흑암처녀는 불행이나 죽음을 의미한다.”사주(四柱)에 뱀 사(巳)가 있는 사람은 대체로 권력지향적인 경향이 있다. 승부욕도 강하고 질투심도 많다. 지혜로운 면이 있는 반면에 질투에 눈이 멀어 남들에게 날카로운 말을 해 상처를 줄 경우가 있다. 자신을 낮추어서 겸손하게 처리하면 출세할 운이 온다. 만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릇이며, 인내와 노력이 있어 성공이 따르는 성품이다.중국 전국시대 제나라의 재상인 추기(鄒忌)는 남들보다 훨씬 키가 크고, 아주 잘 생겼다. 어느 날 아침 그가 좋은 옷에 좋은 모자를 쓰고는, 거울을 보면서 자기 아내에게 “온 나라 사람들이 미남이라고 떠드는 서공과 나를 비교할 때 누가 더 잘생긴 것 같소?”라고 물었다. 그의 아내가 “당신이 훨씬 잘생겼어요. 서공이 어찌 당신에게 비교될 수 있겠어요”라고 대답하였다.추기는 자기가 서공보다 잘생겼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어서 자기의 첩(妾)에게 가서 “나와 서공을 비교할 때 누가 더 잘생긴 것 같소?”라고 물었다. 첩(妾)도 “서공이 어찌 당신만 하겠어요!”라고 대답하였다. 그 다음날 어떤 손님이 추기를 찾아왔다. 손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추기는 또 “나와 서공 중에 누가 더 잘생긴 것 같습니까?”라고 물었다.그 손님도 “서공은 어른만큼 미남이 못 됩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런 다음날 마침 서공이 추기를 찾아왔다. 서공을 자세히 뜯어보니 서공보다 못함이 확실하였다. 거울을 앞에 놓고 뜯어보고, 또 뜯어보아도 서공보다 훨씬 뒤떨어졌다. 밤이 되어 잠자리에 누워서 주위 사람들이 입을 모아 자신을 추켜 세워준 사실을 거듭거듭 생각하다가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나의 아내가 나를 잘 생겼다고 한 것은 나만을 사랑하기 때문이고, 애첩이 내가 더 아름답다고 한 것은 나를 두려워하기 때문이고, 손님은 나의 도움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로구나!” 유향 전국책 ‘제책(齊策)1’에 나오는 글이다. 류대창명리연구자 추기는 한 나라의 재상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자기 자신을 볼 줄 아는 안목을 가지고 있다.

2022-04-06

대선 뒷소감

장규열 한동대 교수 대선 이후 한 달이 흘렀다.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한 나라와 백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희망과 기대에 부풀어야 한다. 박빙의 힘든 싸움을 거쳤다 해도 결과를 확인한 국민은 새 리더십에 높은 기대를 건다. 이번엔 왠지 다르다. 당선 때 획득했던 지지율을 못 미치는 국정기대치가 잡힌다는 여론조사발표가 있다. 물러가는 대통령보다 당선인에게 거는 지지율이 낮다고도 한다. 대통령이 되기도 전에 민심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 선거 직전 온 국민의 마음을 졸였던 동해안 산불로 피해를 본 주민들을 당선인은 잊었을까. 지켜온 한반도의 평화는 없어도 그만일까 의아해진다. 지난 정권들이 쌓아온 선진국의 국격은 생각이나 하는가.대통령집무실 이전이 민생의 어려움에 밀려난 모양새가 아닌가. 돌려받겠다 요청한 국민이 주변엔 안 보이는데 굳이 취임식 이전에 청와대를 개방해야 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정치보복은 없다더니 진정인가 묻고 싶다. 당사자도 아닌 딸과 어미가 빠진 질곡과 멍에는 못난 대학들만 탓해야 하는가. 일본을 대하는 태도에는 분명한 매듭이 없다. 일본이 한국민들에게 가했던 상흔과 씁쓸함은 ‘파친코(Pachinko)’가 소설과 드라마로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다. 일본교과서의 부당한 기술 앞에 무엇 때문에 ‘입장표명이 부적절’하였을까. 지난 정부도 소홀하여 국민이 힘들었던 ‘교육’은 아예 돌아보는 이가 보이지 않는다. 교육은 백년대계인가, 아니면 무려 부처폐지를 고려할 애물단지인가. 당선인과 인수위의 집행기준은 ‘민심과 미래’인가 아니면 당신들만의 정권탈취 축하행진인가.당선인은 선택해 준 국민들에게 겸허해야 한다. 박빙의 차이 0.7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1963년 대선에서 박정희가 윤보선을 면도날 박빙 15만표 차이로 이겼던 기억을 되살려야 한다. 승자독식이라지만, 통합과 협치를 내세운 자신의 지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오만과 독선으로 유신에 이르러 불행한 마감을 초래했던 역사를 돌아보아야 한다. 지지했던 국민과 함께 지지하지 않았던 표심도 돌아보는 지도자가 되었으면 한다.끝을 모르고 벌어지는 반목과 격차는 사회문화적으로도 건강하지 못하다. 나라와 국민의 분열을 걱정하였던 미국 부시 대통령이 ‘보다 친절하고 부드러운 나라(Kinder and gentler nation)’를 구현했으면 싶다. 역량과 슬기의 한민족이 품격과 관용까지 갖춘다면 손색없는 선진국이 되지 않을까.대통령이 앞장서야 한다. 나라의 격과 국민의 마음은 앞에 선 리더가 하기에 달렸다. 국민은 당신의 말을 믿고 따르는 게 아니라 당신이 실천하는 바를 보고 겪으며 마음을 결정할 터이다. 성패의 여부는 리더를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 마음의 향배에 달려있다. 그들의 마음을 돌이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거꾸로, 지지하던 사람들이 그에게서 멀어진다면 경고등은 이미 들어온 게 아닌가. 나라의 미래와 국민의 살림을 국정의 기준으로 삼는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리더가 잘해야 나라가 살고, 국민이 깨어야 미래가 밝다.

2022-04-06

리뷰알바의 폐해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코로나19 대유행의 장기화에 따라 배달문화가 대중화되면서 배달의민족 등 배달전문업체들이 각광을 받으면서 자영업자들이 리뷰알바 업체들의 난립에 힘겨워하고 있다.리뷰알바업체는 SNS를 통한 영업이 대중화하면서 급격히 늘어난 업종으로, 신규로 가게를 연 업체들을 대상으로 돈을 받고 리뷰를 조작하는 ‘리뷰알바’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을 말한다. 리뷰알바 업체는 배달비와 음식값 외에 리뷰 한 건당 2천~3천원을 지급하며, 재택이 가능한 꿀 알바라는 광고로 리뷰어를 모집한다.리뷰어를 대량 모집한 업체들은 새로 개업했거나 단시간 내에 배달 건수를 끌어올리고 싶어하는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영업을 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확보한 리뷰어 숫자를 과시하며, 이른 시일 안에 식당 영업을 안정시켜주겠다고 광고하니, 마음이 급한 업주 입장에선 유혹에 넘어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이들 허위 리뷰어들이 자신들을 고용한 업체에 좋은 리뷰만 써주는 것이 아니라 배달 지역이 겹치는 경쟁업체들에 악성리뷰를 쓰는 방식으로 영업한다는 데 있다.배달 앱 업체들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과 전담 조직까지 만들어 대응에 나섰다. 배달의민족은 2020년 11월부터 허위·조작 리뷰를 자동 탐지하는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과 리뷰 작성자의 주문기록과 이용현황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알고리즘까지 적용하며 대응하고 있다. 쿠팡이츠 역시 지난해 8월부터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악성리뷰를 30일간 블라인드 처리하는 등의 대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단속은 역부족이다. 다수의 리뷰어를 확보한 리뷰알바 업체들의 불법적인 영업행태는 정상적인 시장을 교란하고 업주들에게 피해를 준다. 리뷰알바의 폐해를 막으려면 자영업자스스로 불법업체를 이용하지 않아야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4-06

지역현안 풀어갈 속 시원한 정치 아쉽다

대구의 30년 숙원이던 구미 해평취수장 공동이용이 난산 끝에 협정을 체결했으나 여전히 뒤끝이 개운치 않다. 체결장소를 세종시로 옮겨 진행해야 할만큼 구미지역 전체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최대 현안인 통합신공항 사업도 군위의 대구시 편입 문제가 걸려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고심을 거듭해 시도민 의견을 모아 이전부지를 확정했으나 지금 와 정치가 되레 발목을 잡고 있다. 지역 정치권이 서둘러도 제때 개항이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지역 정치인이 선거구 조정을 이유로 제동을 걸고 있다. 정치권 스스로가 이를 풀어야 하나 결자해지의 모습도 없다.지금 부산은 인수위 출발을 계기로 산업은행 본점 이전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어 가덕도 신공항 예타면제가 정치권 이슈로 등장하는 등 지역발전을 위한 정치권 움직임이 발빠르다. 또 지난 4일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산업은행 이전에 이어 수출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의 뜻도 밝혀 지금 부산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 있다. 새만금 사업도 지역균형발전 특위 5대 사업에 포함되면서 발빠르게 움직인다. 새만금 개발에 대한 구체적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이에 반해 대구경북의 현안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다. 정치권의 분발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 통합신공항을 포함 지역현안에 대한 속도감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정치력이 발휘돼야 한다. 인수위 참여와 소통을 통해 진행 과정을 확인하고 그 상황을 지역민에게 전달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큰 힘을 보탰다는 지역민의 자부심에 대한 정치권의 보답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알다시피 대구는 GRDP 28년째 전국 꼴찌다. 지역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해평취수원 공동이용도 완벽한 해결을 위해 정부 차원의 통 큰 지원을 정치권이 나서 해결해야 한다.대구경북 현안 해결에는 지역정치권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새 정부가 출범하는 지금이 정치인의 역량을 과시할 좋은 기회다.

2022-04-06

단체장 인사전권이 공직자 선거개입 원인

경북도를 비롯해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5일부터 공직사회 특별감찰에 들어갔다. 경북도는 지방선거일 전일인 5월 31일까지 일선 시·군과 함께 11개 감사반을 편성해 암행 감찰활동을 벌인다. 주된 감찰대상은 공직자가 특정 후보 선거운동에 참여하거나 SNS를 통해 지지 또는 비방하는 등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행위다. 금품·향응 수수와 근무지 무단이탈 등의 비위행위도 집중적으로 살핀다. 퇴직 공무원이 후보자로 등록된 지역은 취약지역으로 지정해 감찰을 강화한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정치 운동의 금지)는 ‘공무원이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 결성에 관여하거나 가입할 수 없으며, 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한 행위를 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률을 위반해서 징역형이나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퇴직 조치되며, 공공기관 임직원 등 공직에도 일정기간 취임할 수 없게 된다.이같은 법적장치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공직자들의 선거개입 행위는 끊임없이 적발됐다. 근무시간에 업무용 컴퓨터를 통해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비방하는 글을 올리거나, 공무원향우회를 비롯한 친목모임에 참석해 특정 후보 지지발언을 하고 법인카드로 식사대를 냈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사례도 있었다. 현 군수 개인의 사조직모임을 총괄 운영하면서 지지활동을 벌이는가 하면, 현직 단체장의 선거전략 수립에 깊숙이 개입한 공무원도 있었다.공무원들의 만성화된 선거개입 행태는 결국 선거 이후 행해지는 논공행상식 인사 때문이다. 실제로 상당수 기초자치단체에서는 누가 단체장이 되느냐에 따라 출신학교별 인사부침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다. 단체장과 출신학교가 같은 공무원들이 핵심보직을 맡거나 승진을 한 반면, 이 그룹에 끼지 못한 공무원들은 한직으로 쫓겨났다. 일선 시·군 선거에서 흔히 나타나는 이러한 선거병폐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감찰활동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단체장이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인사권을 제도적으로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2022-04-06

우리 집 치킨이 맛있대요

배달 라이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정말 많은 음식점들을 가게 된다. 프랜차이즈 식당부터 작은 동네 가게까지, 한식, 중식, 양식, 일식, 도시락, 빵, 커피, 아이스크림 등등 메뉴도 다양하다. 워낙 인기가 많아 하루에도 몇 번씩 가게 되는 식당들도 있다. 그런 가게는 직원들도 많고, 항상 분주하다. 음식을 가지러 매장에 도착하면 아예 배달 주문 음식들만 따로 한 곳에 수북하게 쌓인 걸 보곤 한다. 배달 기사가 알아서 주문번호를 확인해 음식을 찾아 가야 한다. 주방이며 홀이며 카운터며 워낙 바빠서 뭘 어떻게 물어볼 틈도 없다.반면 ‘파리 날리는’ 가게들도 있다. 홀에 손님은 하나도 없고, 배달 주문 전화도 좀처럼 걸려오지 않는다. 대부분 프랜차이즈가 아닌 동네 골목 식당이거나 단골 장사를 오래 해온 가게들이다. 아주머니나 아저씨 한 분이 음식 만들고, 홀 서빙하고, 계산까지 혼자 다 한다. 이런 집들에 배달하러 가면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진다. 안 그래도 힘든 자영업인데, 코로나 시대에 얼마나 고달프실까. 장사가 잘 되길 진심으로 바라면서, 음식을 받아 나올 때 늘 하는 인사인 “감사합니다” 대신 “많이 파세요”라고 크게 외치곤 한다.요식업 중에도 치킨은 가장 치열한 전쟁터다. 수많은 프랜차이즈들과 동네 골목 상권이 경쟁을 벌인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메뉴가 등장하고, 온갖 광고와 프로모션이 넘쳐난다. ‘치맥’이 배달 음식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치킨 공화국’이다. 우리나라 식품 관련 자영업의 20퍼센트가 치킨집이라고 한다. 하지만 폐업할 확률이 높다. 코로나19가 지배한 최근 몇 년 동안은 매년 6~7천 개의 치킨집이 창업하고, 1만 개 넘는 집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치킨 한 마리에 2만원 시대라지만 재료비와 서비스비(배달 앱 수수료와 배달 운임)를 제외하면 매장에서 가져가는 마진은 10퍼센트, 약 2천원 정도다. 하루에 닭을 100마리 튀겨야 20만원 버는 셈이다.평촌의 오래된 아파트 상가 건물에 작은 치킨집이 하나 있다. ○○치킨. 웬만한 치킨집은 다 한번쯤 들어봤는데, ○○치킨은 정말 처음 들어본 이름이다. 가을볕이 따사로운 토요일 오후, ○○치킨을 찾아 미로 같은 아파트 상가를 좀 헤맸다. 낡은 상가 건물 지하 1층 한 구석에 자그맣게 자리 잡고 있어 찾기가 쉽지 않았다. 끼익 끽 소리를 내는 녹슨 철문을 열고 “배달이요” 외치자 연세 지긋한 노부부께서 “거의 다 됐어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하신다. ‘배민’이냐 ‘쿠팡’이냐 묻지 않으신다. 배달 주문 들어온 게 딱 한 건인 모양이다.테이블 몇 개 없는 매장 안은 한산하기 그지없다. 겹쳐놓은 치킨 박스 더미 옆에 작은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미스터 트롯’ 뽕짝 소리가 기름 끓는 소리와 어우러져 정겹다. 빈 테이블 위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마요네즈’, ‘튀김가루’, ‘엿기름’ 등을 적어 놓은 메모지가 널브러져 있다. 아주머니가 치킨을 튀기면 아저씨가 그걸 양푼에 담아 양념 넣고 버무린다. 맛있는 소리와 냄새가 토요일 오후를 채색한다. “아이고, 세 마리나 한꺼번에 주문이 들어와서 좀 걸렸어요. 미안해요” 아주머니는 포장 박스가 닫히지도 않을 만큼 치킨을 가득 담더니 양배추 샐러드까지 용기에 꽉꽉 채워 넣으신다. 잔뜩 무거워진 비닐봉지 세 개를 건네받고는 왠지 떠나기 싫다는 생각이 든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날 늦은 저녁, 한 건만 더 하고 퇴근하려는데 마침 배달 콜이 울린다. 어라? 아까 낮에 갔던 ○○치킨이네? 반가운 마음에 금방 달려갔다. 이번에는 헤매지 않았다. 문을 열자마자 아저씨가 “빨리 오셨네. 다 됐어요” 하신다. “저 아까 낮에도 왔다 갔는데, 오늘 두 번이나 오네요” 말씀드리니 이번엔 아주머니가 주방에서 고개를 쓱 내밀면서 “그래요? 아 맞다. 아까 낮에 세 마리, 맞아 맞아” 하신다.“얼마나 맛있으면 저한테 두 번이나 콜이 들어 왔겠어요. 퇴근하고 집에 가서 먹게 양념 반 후라이드 반 하나만 포장해주세요. 이거만 배달하고서 찾으러 올게요” 낮부터 내 침샘을 자극한 소리와 냄새가 치킨집 안에 다시 가득 퍼지기 시작한다. 치킨을 건네받고 “다녀올게요” 하는 나를 보며 아주머니 아저씨가 해사하게 웃는다. “우리 집 치킨이 그렇게 맛있대요. 먹어 본 사람들이 다 맛있다고 그래.”

2022-04-05

사소하고 수월한 행복

걷기 좋은 봄이다. 서늘한 밤 목련 주우며 거니는 산책로도 좋고, 얇은 경량 패딩 하나 입고 가벼운 걸음으로 걷는 것도 즐겁다. 겨울 길거리에서 만나는 녹차호떡이나 크림 붕어빵을 파는 트럭은 보기 어려워져서 아쉽지만, 그럼에도 주머니 안쪽에 3천 원씩 품고 다녀야 하는 이유가 하나 있다.퇴사를 한 뒤 시간 여유가 많아지면서 그간 못 갔던 병원도 다니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만났지만 어쩐지 금방 시들해졌다. 여유 시간엔 새로운 취미생활을 갖기 위해 양말에 꽃 자수 놓는 법도 배워보고, 펀칭니들이나 썬캐쳐 만들기 등 손으로 집중할 수 있는 취미에 몰두해 보려 했지만 이 또한 쉽게 질리고 말았다.그러다 우연히 집 근처 마트 안에 있는 토이 샵에서 뽑기 기계를 발견했다. 기계 앞에 내 또래로 보이는 이들이 얼마나 많던지 순간 장난감 샵에 들어온 게 맞는지 다시금 확인 했다. 대부분 팔에 플라스틱 바구니를 끼고선 한창 뽑기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인기 캐릭터를 뽑을 수 있는 기계 앞에선 줄이 길게 늘어서 있을 정도로 진귀한 풍경을 보여주었다. 직원분께 여쭈어보니 인기 캐릭터인 경우엔 매장에 입고된 지 4시간 만에 뽑기 상품이 동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했다.호기심에 친구 주머니까지 탈탈 털어 뽑기에 시도해보았다. 동전을 차곡차곡 넣어 레버를 돌릴 때 묵직하면서도 경쾌하게 돌아가는 움직임이 어찌나 짜릿하던지! 동그랗고 매끄러운 플라스틱 케이스가 배출구로 떨어지는 소리도 유쾌한데다 형형색색의 캡슐을 쥐고 있으니, 어린 시절 문방구 앞에서 납작이 수그려 뽑곤 했던 해맑은 열정이 단숨에 기억나고 말았다.레고나 인형, 스티커나 다이어리 등 키덜트족들의 취향을 겨냥한 제품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어른(adult)이지만 아이(kid)시절 좋아하던 감성과 취향을 추구하고 즐기는 키덜트 족은 이미 식음료, 뷰티, 패션 업계 아울러 놀라울 만큼 커다란 시장 규모를 이루고 있었다.한국 콘텐츠진흥원의 자료를 참고해보자면 국내 키덜트 시장 규모는 지난 2014년 5000억원대에서 지난해 1조6000억원까지 성장했고 추후 최대 약 11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 예측했다. 특히 뷰티나 패션 쪽에서도 큰 확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뷰티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찰스 M. 슐츠의 만화 피너츠(스누피) 캐릭터와 협업하여 한정 에디션을 출시했고 의류 브랜드인 빈폴 또한 스누피 캐릭터와 콜라보한 제품을 내놓았다. 이탈리아 대표 명품 브랜드인 구찌는 2020년 쥐띠 해를 맞이하여 미키마우스X구찌 컬렉션을 선보였었으며 출시 후 완판될 정도로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또한 밀레니얼 세대의 어린 시절 즐겨 먹던 먹거리를 다시금 재현한 포켓몬 빵 시리즈, 초등학교 문방구에서 팔던 간식 세트 등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먹거리들이 뉴트로 트랜드 흐름에 발맞추어 반가운 모습으로 재등장 하고 있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어린 시절 소풍 필수품이었던 뿌요 소다 또한 24년 만에 재출시 되었는데, 집 근처 편의점에서 나의 첫 탄산 음료였던 뿌요소다를 발견하자마자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언제 찍혔는지도 모를 만큼 까마득한 어린 시절의 사진 한 장을 우연히 발견한 느낌이었달까.물론 강렬한 추억 여행을 하게 해준 건 뽑기였다. 뽑기 기계가 있는 마트 주위만 가도 기분이 절로 상기되는데다, 어느새 뽑기를 하러 가기 위해 산책을 할 정도였으니까. 그러다 뽑기에 한참 빠져들 때쯤 느낀점이 하나 있다. 원하는 걸 뽑기 위해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 너무나 당연하지만 막연히 심취해 있다 보면 갖고 싶은 제품을 뽑기 위해 잔뜩 욕심이 올라 무작정 돈을 밀어 넣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결국 필요 없는 제품만 실컷 뽑다가 덩그러니 남은 씁쓸한 욕심을 마주했을 때 얼마나 민망했는지 모른다.이렇게 자제력을 잃고 낭비를 저지른 날엔 바다 깊숙이 머무르고 있는 해녀를 생각한다. 딱 자신의 숨만큼만 있다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는 해녀처럼 내게 딱 주어진 몫만을 고려하여 행동할 것. 열정과 중독은 비슷한 듯 싶으면서도 분명한 한 끗 차이를 지니고 있다. 뽑기로 다시금 지혜로움을 배운다.

2022-04-05

대구시장 최우선 조건은 ‘현안해결 역량’

6·1 지방선거의 국민의힘 대구시장 예비후보 간 초반 판세는 역시 인지도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매일신문이 에브리미디어에 의뢰해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1일까지 대구지역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대구시장 예비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홍준표 의원(44%)과 김재원 전 최고위원(18.3%)이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 뒤를 이진숙 전 걸프전 종군기자(4.4%), 김형기 경북대 명예교수(2.5%) 등이 추격하는 양상이었다.2주 전 에브리미디어 조사에 비해 홍 의원은 다소 하락한 반면, 김 전 최고위원은 상승 곡선을 타는 추세지만, 지지율 격차가 워낙 커 ‘홍 의원 독주구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다크호스로 등장하긴 했지만, 조사시점이 출마선언 전이라 이번 조사에서는 제외됐다. 다만 그의 출마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결과, ‘부적절하다’(59.4%)는 의견이 ‘적절하다’(23.8%)는 의견보다 2배 이상 많았다.정당지지율 조사에서 국민의힘이 67.5%로 1위를 차지했듯이, 이번 대구시장선거에서도 국민의힘 공천자가 당선될 확률이 높다. 국민의힘 공천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대구는 지금 시대적 위기상황에 놓여있다.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대구는 사회·경제분야 각종지표에서 최하위권에 속해 있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IT나 첨단지식산업 쪽으로 개편해야 하는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외나 타지역 유수기업을 유치한 성적도 빈약하기 짝이 없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다.이런 모든 현안을 차기 대구시장이 풀어야 한다. 몇 년간 행정력을 집중시킨다고 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장기간의 플랜을 가지고 차근차근 대처해야 풀 수 있는 숙제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이러한 역량을 가진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려면 예비후보들의 리더십과 능력, 경력, 정책공약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지지자를 결정해야 한다.

2022-04-05

원자재값 상승 등 3중고에 시달리는 농촌

본격 영농철을 맞아 영농준비에 나서는 농가의 농업경영 상황이 농자재값 상승 등 각종 물가 인상과 인력난 등이 겹치면서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도 농사짓기가 만만치 않아 농사를 지어도 남는 게 없는 빈 농사가 될까 봐 걱정하는 이도 많다고 한다. 영농철이라 정부의 대책이 당장 필요하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정세가 변수로 작용해 마땅한 대책도 잘 보이지 않는다.현재 농촌지방은 코로나 사태가 3년째 되면서 인력난 문제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로 면세유 가격과 비료비 등 원자재 값이 폭등, 농산물 생산비에 반영되면서 영농 경영에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가 폭등에 대해 정부가 유류세 인하폭을 3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하나 농어민이 사용하는 면세유의 경우 지난 2012년 10월 이후 최고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부의 별도 대책은 안 보인다. 또 지난해 10월 중국의 수출제한으로 촉발된 요소수 대란이 농촌지방에는 비료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지금까지 진행 중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면서 전세계가 비료 대란을 우려하는 가운데 국내서 사용되는 요소비료 가격이 최근 3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염화칼슘과 암모니아 등의 가격도 급등했다. 축산농가도 비상이긴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밀과 옥수수 등 사료용 곡물 수급 사정이 악화돼 사료값 인상도 불가피하다.법무부는 농어촌 인력난 해소를 위해 올 상반기 중 국내에 들어올 외국인근로자 규모를 1만1천550명으로 확정해 작년보다 수를 늘렸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론 농어촌 인력난 해소에 근본 해결책이 안된다. 경북은 12개 시군에 1천614명을 배정받았으나 보통 경북지역 농번기(4∼6월, 10∼11월) 인력 소요 규모를 23만명 정도라 보면 올해도 인력난으로 시달릴 전망이다.지금 농촌은 영농준비에 바쁜 때다. 원자재값 상승 등의 부담을 안으면서 농사를 준비하지만 일부는 영농규모도 줄일 생각을 한다고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지금 가장 절실한 때다.

2022-04-05

자신의 진실을 ‘제대로’ 마주해야 하는 이유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 절망을 극복하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상실’의 깊이에 대해서 탐구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서 ‘상실’은 거의 모든 작품들의 기저에 흐르는 중심이다. 부재에서 오는 혹은 결핍에서 오는 상실은 고독을 동반한다. 고독하게 상실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방황하고 스스로를 괴롭힌다. 또는 고독과 상실을 잊기 위해서 특정한 것에 몰입한다. 몰입은 해소되지 않는 갈증과도 같다.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영화감독 하마구치 류스케는 같은 지점에서 같은 이야기로 출발했지만 과정과 결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하루키의 소설이 현상을 통해 질문을 던지는데 반해 류스케 감독은 질문에 이어 해소된 결과로 향한다. 소설 속 행간의 의미를 되살리고 이유를 유추하며 질문을 반복한다.‘상실’의 근원으로 들어가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서 하루키의 소설이 여기까지라면 류스케의 영화는 그 이유를 개인의 태도에서 답을 찾는다. 20년 전 4살된 딸을 폐렴으로 잃었던 연극 연출가이며 배우인 가후쿠는 사랑하는 아내의 갑작스런 죽음을 맞는다.러닝타임이 3시간이나 되는 영화는 프롤로그에 40여 분이 넘는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40여 분의 프롤로그는 상실과 죄책감, 두려움의 과거다. 이후 오프닝 타이틀이 나오며 2년 후 현재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떠나왔다고, 극복했다고 생각했던, 애써 외면해 온 과거의 진실이 다시 되살아 온다. 그냥 아무 일 없을 줄 알았던,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거나 해결될 줄 알았던 날카로운 진실이 마음을 핥퀸다.프롤로그에서 남았던 후회의 원인은 상처가 된다. 그 상처의 치유를 위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직시하여야 한다. 하지만 가후쿠는 또 다른 상실이 두려워 현상유지를 선택한다. 이러한 선택을 했던 그의 ‘태도’에 대한 반성에 이르는 여정을 보여준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크게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연극무대로 영화 속 연극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사뮈엘 베케트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로 시작해 안톤 체홉의 ‘바냐 아저씨’로 끝난다. 영화의 이야기는 주인공 가후쿠가 ‘바냐 아저씨’를 위해 배우들 오디션을 보고 완성해서 무대에 올리는 과정이다. 연극 무대에서 시작된 영화는 연극 무대에서 끝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심 공간은 영화의 제목처럼 자동차 내부다. 연극 무대가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표현해가는 열린 공간이라면 자동차 안은 온전히 자신과 마주하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다. 히로시마 예술문화극장에서 기획한 연극제의 연출직을 제안받은 가후쿠는 상주 예술가는 반드시 운전기사를 고용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내키지 않았지만 주최 측이 추천한 운전사 미사키에게 운전대를 넘긴다. 가후쿠의 사적인 공간에 동승하게 된 미사키. 이후 영화는 연극 무대와 자동차 내부를 오간다. 연극 무대에 누가 어느 배역으로 오르는가의 문제와 가후쿠의 자동차에 어느 좌석에 누가 동승하게 되는가에 따라 ‘상실’의 두려움을 회피했던 개인의 태도라는 문제에 접근해 간다.연습이 거듭되면서 배우는 맡은 배역의 대사를 읽고 또 읽으며 그 너머의 있는 의미들을 좇는다. 자동차 안에서는 프롤로그에서부터 이어진 사건의 진실과 마주해야하는 고통의 시간이 흐른다. 그 고통은 서서히 자동차 좌석의 자리를 옮겨 다니며 다가와서 깊고 아프게 마주해야할 용기를 요구한다. 그렇게 고통을 직시할 때 상처는 아물고 삶의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진실로 타인이 보고 싶으면 자기 자신을 깊이 똑바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대사처럼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줄 알았던 것들에게 ‘제대로’ 안부를 묻고 스스로의 내면을 정면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세세한 장면들로 전달하고 있다. 아픔을 딛고, 봉인된 상처 뒤에 아름답고 행복한 삶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살아가야하고, 운명이 가져다주는 시련을 견뎌야 하는 삶이 연속될 것이라 말한다. 눈물을 흘리고 괴로워할지라도 ‘제대로’ 마주해야하는 태도를 통해 삶은 이어지고 있음을 영화는 말한다. /(주)Engine42 대표

2022-04-04

찰 영(盈)에 돌아볼 권(眷) 길 영(永)에 권세 권(權) <Ⅰ>

허 형사가 메모지에 그림을 그려가며 박 팀장에게 설명을 했다.-만약에 출발부터 다른 차를 타고 갔다면? 그럴 가능성은 없어?허 형사가 컴퓨터에 영상 하나를 띄웠다.-이게 병원 지상, 지하 주차장 CCTV 전체 영상입니다. 살펴봤는데 지상, 지하 주차장 그 많은 자리를 두고 CCTV 사각지대에 주차가 되어 있었나 봅니다.피해자 차량이 어디에 있었는지 보이지가 않아요. 여기 보시면 피해자가 보입니다. 피해자도 자기 차를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한참 동안 지하 2층 주차장을 돌아다니더라고요. 그러다가 여기서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이 구역에는 CCTV가 없다 하네요. 피해자가 보이지 않은 시점 후로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차량을 살폈는데 이십 분 정도 있다가 피해자 차량이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이십 분이면 좀 길지 않아?-길죠. 무슨 일을 한 건지 알 수도 없고. 주차하러 들어오고 나가는 차량이 워낙 많은 곳이라 시간대를 맞추어서 살피기는 애초에 불가능하고. 큰 회사의 회장이나 되는데 혼자 퇴원하게 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일이 그렇게 되려고 하니 그렇게 된 건가 싶기도 하고.-왜 혼자 퇴원했다는데? 마우스가 왜 이래?박 팀장이 마우스로 영상을 확대하려 했으나 마우스가 말을 듣지 않았다.-아까부터 이상하더니. 건전지가 다 되었나 봅니다. 갈아놓겠습니다. 왜 혼자 퇴원하게 두었는지 물어봤지요. 인공 폐 이식 수술을 받은 후 한참 동안 입원을 했답니다.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상태가 되어 퇴원을 했는데 피해자가 다른 사람에게 운전대를 안 맡기는 성격이라네요. 나이가 팔십 일곱인데도 자기가 운전할 수 있다고 아무도 나오지 말라고 했답니다.담당 교수가 그러는데 마지막 회진을 돌 때 그랬답니다.혼자 퇴원해서 회사에 깜짝 출근을 할 거라고. 그래야 평소에 직원들이 어찌하고 있는지 볼 수 있다고.하나 있는 아들은 해외 출장을 갔고 사실혼 관계이던 여자는 산전 진찰을 갔었답니다. 하필 그날.-산전 진찰? 무슨 말이야? 손주 며느리도 아니고 사실혼 관계? 팔십 일곱이라 안 했어? 내가 잘못 들은 거지?-그게, 마이걸이랍니다. 마이걸. 나 같은 홀아비는 피해자 가족이나 용의자들 쫓아다니고 구십이 다 되어가는 노인은 어린 여자하고 그러고 있고. 세상이 그런 거지요, 뭐. 임신까지 시켜가면서. 임신이 가능하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 사건 별로 재미없습니다. 나는 왜 사나 싶기도 하구요.의자에서 일어난 박 팀장은 허 형사의 등을 토닥였다. 담배나 한 대 피우러 가자며 허 형사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하여튼 이거 빨리 끝내자. 위에서 말 나왔다. 빨리 그리고 반드시 범인을 잡아내라고.허 형사는 담배 연기를 한 모금 빨았다가 뱉어냈다.-그게 재촉한다고 됩니까?박 팀장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서장님한테 전화가 온 모양이야. 김영권이라고. 국회의원. 있잖아, 지난번 전 국민 기본 소득 국민 투표 부결시킨 그 국회의원. 피해자와 관계가 깊었던 모양이야. 범인을 반드시, 빨리 잡아내라고 서장님에게 닦달을 했나 봐. 그 국회의원이 지금 여당 실세라며?허 형사는 담배꽁초를 종이컵 바닥에 문질렀다.-김영권요? 국민 기본 소득 부결시키고 노인 기본 소득으로 바꿔 통과 시킨 그 사람이지요? 거기도 나이가 팔십이 다 되었을 겁니다.팔십이 다 되어가는 정치가와 구십이 다 되어가는 부자라. 친할 수밖에 없겠네요. 지들이 다 해 처먹고 있으니.혼자 먹으면 심심했을 거고. 니미, 젊은 나는 똥이나 닦고 있고. 아, 갑자기 이 사건 수사하기 싫어지네. 팀장님, 이 사건 다른 팀 주면 안 됩니까? 아니면 뭉개다가 미제사건으로 처리해버리든지.박 팀장은 두 손으로 허 형사의 양쪽 어깨를 주물렀다. 김강 작가 2017년 제21회 심훈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우리 언젠가 화성에 가겠지만’ ‘소비노동조합’ ‘여행시절’(공저) ‘당신의 가장 중심’(공저) 등을 썼다. -그렇지. 그래도 어쩌겠냐. 우리 일인 것을. 그러니까 빨리 끝내고 다른 사건 해결하러 가야지.허 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박 팀장의 손을 어깨에서 내리며 대답했다.-네, 압니다. 알지요. 그냥 기분이 그렇습니다.둘은 경찰서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박 팀장이 앞서서 계단을 걸어 올라갔고 허 형사가 뒤를 따랐다.-팀장님, 이상한 게 또 있습니다. 굳이 왜 시신이 발견되도록 두었냐는 겁니다. 어디에 묻어버리거나, 물속에 던져버려도 될 것을 굳이 옷을 다시 입혀 차에 태웠냐는 거지요. 일부러 발견되기를 원했던 거잖아요.-그러네. 단순한 사건이 아닐 수도 있겠어. 범인을 잡으면 꼭 물어보자고.-지금 농담하는 게 아니잖습니까. 왜 그랬는지 추측이라도 해야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아들이….

2022-04-04

나무를 심는 마음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일제히 꽃망울을 터트리는 찬란한 봄이다. 길섶에 다소곳이 알거나 모르게 들꽃이 웃음짓고, 언덕이나 길가에 벚꽃이 팝콘처럼 피어나는 개화의 절정이다. 앞서거나 뒤서며 시시때때로 피어나는 꽃들은, 어쩌면 밤하늘의 별들이 땅으로 쏟아져내려 꽃의 화신으로 새롭게 빛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꽃을 보면 마음이 환해지고 별을 보듯 밝아지는 걸까? 대지에 새 옷을 입히는 풀과 별빛같이 총총한 꽃과 가지마다 연둣빛 잎새가 손짓하며 바야흐로 봄날이 깊어 가고 있다.차분하게 또는 현란하게 꽃잔치를 벌이고 나면 산과 들은 온통 잎새 잔치로 이어진다. 꽃이 피기 전부터 이미 실눈처럼 연한 움을 틔우거나, 꽃이 지고 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앙증맞은 연초록 잎새들이 동시다발로 생명의 손을 내민다. 하루가 다르게 봉긋봉긋 돋아나며 잎차례를 벌이는 나무들은 힘찬 기지개라도 켜듯이 줄기와 가지 마디마디 연둣빛 촉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쪽저쪽 새순이 나무마다 가지마다 어김없이 돋아나기에 4월을 ‘잎새달’이라 하는 걸까?“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빛나는 꿈의 계절아/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목련꽃 그늘 아래서/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 박목월 시 ‘4월의 노래’ 중피어나는 꽃들과 잎새들이 부쩍 돋아나는 4월은 그야말로 빛나는 생명과 약동의 계절이다. 봄 기운이 충만하고 나비가 날아다니는 잎새달은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튼다’는 말처럼, 강인한 생장을 멈추지 않고 줄기와 이파리를 줄기차게 늘려 나간다. 그래서 나무심기 좋은 4월 5일을 식목일로 정해 조림(造林)정책과 산림녹화사업을 강화하기도 했었다. 그만큼 나무와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산림육성과 보호를 실천했었기에 녹화사업의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기록되기도 했었다.나무는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주기만 한다. 꽃과 잎새를 드리워 향기와 신선함을 주고, 맑은 공기와 시원한 그늘로 건강과 편안한 쉼을 누리게 해준다. 또한 양식(良識)의 보고(寶庫)인 책 종이를 만들어 주고 세찬 바람을 막아주는가 하면 팍팍한 삶의 터전을 굳건히 지켜주기도 한다. 그러한 나무에는 켜켜이 애환이 스며 있고 나이테마다 역사가 점철돼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식 같고 이웃 같으며 친구 같고 스승 같은 나무와 숲을 잘 가꾸고 보전해야 한다.옛날에는 딸이 태어나면 오동나무를 심어 시집갈 때 장롱을 만들어 보냈듯이 나무는 재산의 밑천이기도 했었다. 요즘도 관공서나 기업체에서 기념식수를 하는 것은 단순히 기념식의 요식행위가 아니라, 어쩌면 봉황을 기다리는 벽오동을 심은 뜻처럼 태평성대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염원이 아닐까 싶다. 최근의 울진 산불로 송이 주산지의 소나무 70%가 소실됐다 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예년 같은 송이 생산을 하기까지는 최소한 50년이 걸린다니, 삶의 터전을 잃고 망연자실해하는 주민들의 모습에서 녹화와 조림, 산림보호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청명(淸明)이자 식목일인 오늘, 저마다의 반려나무를 심으며 국토와 마음의 밭을 푸르게 일궈보자.

2022-04-04

윤석열 당선인에게 드리는 고언(苦言)

변창구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둘러싼 신(新)·구(舊)권력의 충돌은 윤석열 당선인의 앞날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협치를 통해서 통합에 노력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벌써 잊어버렸는지 ‘떠오르는 별’이 ‘지는 별’과 힘겨루기 하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윤 당선인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무엇보다 ‘열린 마음’으로 협치와 통합에 나서야 한다. ‘닫힌 마음’은 협치의 가능성을 외면하는 ‘적대적 사고방식’이다. 협치는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민주주의 원칙이며,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요구하는 현실적 조건이다. 이 원칙과 조건을 무시하고 일방통행 한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식물대통령이 되고 말 것이다. 더욱이 빈부·이념·정당·학력·성별·세대 등의 갈등, 즉 ‘문화전쟁(culture war)’이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나라이니 협치와 통합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다.협치를 위해서는 패자를 포용할 수 있는 승자의 넓은 도량이 필요하다. 협치는 힘을 가진 자가 먼저 손을 내밀고 양보할 때 시작된다. 협치의 전제는 ‘다름에 대한 존중’이다. 야당의 생각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협치 할 수 있다. 독일은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준 메르켈(Angela D. Merkel) 수상의 성공적인 협치 16년을 통하여 세계의 중심국이 됐다. 야당의 이념과 가치를 존중하고 그들의 합리적 주장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두 동강 난 나라의 현실과 ‘승자독식(勝者獨食)’ 정치제도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고 ‘통섭(統攝)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측근과 공신(功臣)만 챙기는 보은인사는 결국 자신에게 독이 되어 돌아온다. 협치를 위해서는 여야를 가리지 말고 널리 인재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통합의 정치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하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가 통합을 역설했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체적 행동이 뒷받침되지 못함으로써 분열만 심화시켰다. 통합을 위한 실천행동의 첫 단계는 ‘소통’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옮긴다고 해서 소통이 잘 된다는 보장은 없다.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소통에 필요한 대통령의 인식과 의지다. 상명하복(上命下服)의 검찰조직 총수가 지녔던 권위적 태도로서는 소통이 어렵다. 소통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통행이며,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대선 결과 0.73% 득표율 차이는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았던 절반의 국민소리도 경청하라는 의미이다.이를 위해서는 당선인의 오만과 독선을 막아줄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이 필요하다. 권력 주변에는 언제나 ‘권력 불나방’들이 우굴 거린다. 당선인이 ‘예스맨(yes man)들’의 감언이설과 집단사고에 휘둘리는 순간, 교만과 독선의 늪에 빠진다. 이 늪에서 그를 구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충성스런 비판자’ 밖에 없다. 당선인의 성공 여부는 ‘내로남불’이 아니라 ‘춘풍추상(春風秋霜)’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2022-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