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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경사·험지도 거뜬”··· KIRO, 산악용 목재수확 로봇 기술 개발

포항 소재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 원장 강기원)이 급경사와 험지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국내 산림 지형 특화 로봇 제작에 성공했다. 기존 장비가 접근하기 어려웠던 험지에서의 작업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은 4일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이 지원하는 ‘고성능 목재수확 기계장비 개발 사업’의 2차년도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이번 사업은 KIRO가 주관하고 한국생산기술연구원·한국건설기계부품연구원·로비텍이 공동연구기관으로 참여해 총 4년 7개월간 국비 126억 원을 투입하는 대형 국가 연구개발 프로젝트이다. KIRO 연구진은 올해 연구를 통해 국내 산림 지형에 최적화된 4지 바퀴형 로봇 하부체를 설계·제작했다. 이 로봇은 지형 변화에 따라 본체 높이를 스스로 조절하고 35도 이상의 급경사나 험지에서도 균형을 유지하며 주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다리 모듈이 독립적으로 동작하는 모듈형 모션 메커니즘 △험지 이동 안정성을 위한 균형 제어 알고리즘 △동역학 시뮬레이션 기반 알고리즘 검증을 마쳤으며, 내년에는 실제 주행 제어와 반자율 주행 기술 적용에 나설 계획이다. 목재 수확을 위한 임무장비도 개발을 마쳤다. 연구진은 고출력 유압 구동 로봇팔과 그리퍼·톱을 결합한 임무장비를 설계·제작해 나무를 동시에 ‘잡고-자르는’ 작업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임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장시간 연속 작업 성능도 확보했다. 지난 11월 26일 KIRO 본원 실험동에서 진행된 2차년도 현장평가에서는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 관계자를 비롯한 외부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로봇 하부체·로봇팔·임무장비의 단위 구동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강기원 한국로봇융합연구원장은 “이번 연구 사업은 국내 임업 분야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고 임업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핵심 과제”라며 “작업자의 안전과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인력난 해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정혜진기자 jhj12@kbmaeil.com

2025-12-04

고용24, 공공마이데이터 도입···실업급여·육아휴직 신청 ‘서류 없는 행정’으로

고용노동부가 고용서비스 디지털 전환을 본격 추진한다. 고용부는 3일 열린 ‘제6차 고용행정데이터 정책심의위원회’에서 △고용24 공공마이데이터 도입 △고용행정통계 개방 확대 △AI 기반 맞춤형 고용서비스 고도화 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고용24에서 실업급여·육아휴직급여 등 민원을 신청할 때 제출해야 했던 총 37종의 구비서류가 공공마이데이터로 자동 제출되는 방식으로 대체된다. 예컨대 실업급여 신청 시 가족 돌봄으로 인한 자진퇴사를 증명하려면 기존에는 대법원 가족관계증명서를 직접 발급해 제출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대법원이 고용24로 정보를 직접 전송해 별도 제출 절차가 사라진다. 고용부는 오는 12월 15일부터 육아휴직급여·유급휴업지원금·국민내일배움카드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에 들어가며, 내년 상반기에는 모성보호·실업급여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고용행정통계포털(eis.work24.go.kr)에는 기존 실업급여 통계 외에 국민취업지원제도 참여·지급 현황 등 36종의 통계가 추가 개방된다. 또한 ‘외국인 고용사업장 현황(연간)’ 신규 공개로 시도별·산업별 외국인 근로자 분포 등을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포털 화면도 사용자 중심으로 개편돼, 별도 매뉴얼 없이도 주요 기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초기 안내 기능이 강화된다. 국가일자리정보플랫폼(MDB)을 기반으로 AI 활용도 대폭 확대된다. 2026년부터는 구직자 대상 AI 이력서·자기소개서 컨설팅, 구인기업 대상 채용 확률 기반 맞춤 컨설팅이 제공된다. 또한 정책 사각지대였던 이른바 “쉬었음 청년”을 위해 지역·직종·진로 유형에 따른 맞춤 프로그램이 자동 추천되는 기능을 고용24에 탑재한다. 아울러 고용보험·직업훈련·자격정보 등 핵심 고용정보를 공공마이데이터로 민간 취업포털·대학일자리센터 등과도 연계해 활용 범위를 넓힌다. 고용부는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통합 처리하는 AI 데이터 레이크 구축도 추진한다. 대규모 데이터 저장소와 벡터DB, GPU 등 기반 인프라를 확보해 향후 AI 고용서비스의 정확성과 확장성을 높일 계획이다. 임영미 고용정책실장은 “정부 차원의 공공 인공지능 전환(AX)을 고용서비스 분야에서도 적극 추진 중”이라며 “국가일자리정보플랫폼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민 취업과 기업 채용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

2025-12-04

포스코퓨처엠, 美 팩토리얼과 전고체 배터리 기술개발 MOU

포스코퓨처엠이 미국 전고체 배터리 기업 팩토리얼 에너지(Factorial Inc.)와 전고체 배터리 소재 기술개발 협력에 나선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퓨처 배터리 포럼(Future Battery Forum)’에서 팩토리얼과 전고체 배터리 기술개발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협약식에는 홍영준 포스코퓨처엠 기술연구소장과 팩토리얼 시유 황(Siyu Huang) CEO 등이 참석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을 액체 대신 고체로 대체해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 충전 성능을 크게 높인 차세대 배터리로 평가받는다. 전기차·로봇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 기술로 글로벌 업체들의 개발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팩토리얼은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본사를 둔 전고체 배터리 선도 기업으로, 최근 한국 충남 천안에 파일럿 공장을 가동하며 상용화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MOU 체결 배경에는 팩토리얼이 다수 소재회사로부터 전고체 배터리용 양극재 샘플을 받아 성능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포스코퓨처엠 제품이 출력 특성 등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전고체 배터리용 양극재, 실리콘 음극재 등을 연구·개발해왔으며, 이번 협력을 계기로 전고체 배터리 소재 기술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홍영준 기술연구소장은 “팩토리얼의 배터리셀 기술과 글로벌 완성차 네트워크, 포스코퓨처엠의 양·음극재 경쟁력이 결합하면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사업에서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팩토리얼 시유 황 CEO는 “전고체 배터리 상업생산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포스코퓨처엠과의 협력은 핵심 소재 혁신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강화와 비용 경쟁력 확보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포스코퓨처엠은 엔트리·스탠다드·프리미엄 전기차 전반을 아우르는 양·음극재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으며, 포스코홀딩스도 리튬메탈 음극재, 고체전해질 등 미래 배터리 소재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

2025-12-04

3분기 GDP 1.3% 성장··· 민간소비·설비투자 살아나며 반등

한국경제가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을 중심으로 회복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25년 3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1.3% 성장했다. 이는 속보치보다 0.1%포인트 상향된 수치다. 연율 기준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은 1.8%다. 민간소비는 승용차·통신기기 등 재화와 음식·의료 서비스 소비가 늘며 1.3% 증가했다. 정부소비도 물건비·건강보험 급여비 집행 확대 영향으로 1.3% 늘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반도체 제조장비 등)를 중심으로 2.6% 증가하며 반등했다. 다만 건설투자는 토목 중심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반적 부진이 이어지며 0.6% 증가에 그쳤다. 수출은 반도체·자동차 수요 개선으로 2.1% 증가, 수입은 기계·장비·자동차 중심으로 2.0% 증가했다. 경제활동별로는 제조업이 운송장비·전자·광학기기 중심으로 1.5% 증가했다. 서비스업도 도소매·숙박음식, 운수, 금융보험업 호조로 1.4% 성장, 전체 성장세를 견인했다. 건설업은 0.7% 증가했으나 전년 대비로는 여전히 부진한 흐름이다. 3분기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전기 대비 0.3% 감소했다. 명목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14.1조원에서 8.0조원으로 크게 줄며 명목 GDP 증가율(0.7%)을 하회했다. 실질 GNI 역시 교역조건 악화와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 감소 영향으로 0.8% 증가에 그쳤다. 총저축률은 34.4%로 전기 대비 1.2%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가계순저축률은 8.9%로 0.1%포인트 상승했다. 국내총투자율은 28.6%로 0.2%포인트 하락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12-04

포항에서도 쿠팡 유출 여파···무단결제 피해 확인되며 불안 확산

쿠팡의 3370만개 계정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포항에서도 실제 무단결제 피해가 확인되며 지역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다만 해당 피해가 쿠팡 유출 정보와 직접 연결됐는지는 현재 조사 중이며, 결제 정보 유출 여부 역시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2일 경북 포항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A씨는 쿠팡으로부터 개인정보 유출 안내 문자를 받은 직후, 쿠팡에 등록해 둔 카드에서 약 300만원이 본인 동의 없이 결제되는 피해를 입었다. 경찰 조사에서는 499만원 결제가 시도됐다가 한도 초과로 실패한 뒤 금액을 낮춰 재시도한 정황과, 150만원 추가 결제 시도도 확인됐다. A씨는 “해당 카드는 쿠팡 외 다른 플랫폼에는 등록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실제 유출 경로와 결제정보 노출 여부는 당국이 분석 중이다. 쿠팡은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결제 정보와 비밀번호 등 로그인 정보는 망 분리로 인해 유출되지 않았다”고 재차 설명했다. 그러나 포항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 무단결제 사례가 등장하면서 쿠팡의 설명에 대한 소비자 불안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포항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해외에서 로그인 시도가 감지됐다는 인증 글과, 쿠팡을 사칭한 스미싱 문자가 늘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시도가 실제 쿠팡 정보 유출과 구조적으로 연계된 것인지, 혹은 별도의 범죄 시도가 우연히 시기적으로 겹친 것인지는 현재까지 확인된 공식 통계가 없다.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공동현관 비밀번호 유출 우려가 제기되며 비밀번호 교체 안내문을 배포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그러나 쿠팡이 공개한 공식 유출 항목에는 공동현관 비밀번호가 포함돼 있지 않아, 이 부분 역시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소비자들의 ‘탈팡’ 움직임과 불편도 늘고 있다. 포항 거주 50대 B씨는 “대응이 미온적으로 느껴지고 탈퇴 절차도 복잡해 탈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쿠팡 탈퇴는 PC에서만 가능하며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국회에서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포항 사례처럼 개인정보 유출과 별도로 탈취된 금융정보가 결합해 악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김승주 고려대 교수는 “피해 규모가 더 드러날 수 있는 만큼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 이용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안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쿠팡에 2차 피해 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요구했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스미싱 문자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포항북부경찰서는 무단결제 신고 건에 대해 카드사와 공조해 실제 결제 경로와 사용 IP 등을 면밀히 분석 중이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포항에서도 실제 피해 사례가 확인된 만큼 지역 소비자 불안이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이라며 “결제정보 노출 여부가 명확히 규명되기 전까지는 주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12-04

대구 동성로 일대서 12·3 비상계엄 1년 진보·보수단체 각각 집회 열어

12·3 비상계엄 1년째인 지난 3일 오후 대구 도심 곳곳에서 진보와 보수 진영 단체들이 집회를 각각 개최했다. 계엄 1년 대구대회 시민추진위원회는 이날 오후 7시 중구 동성로 CGV대구한일 앞에서 ‘내란청산 사회대개혁 실현을 위한 대구시민대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집회 측 추산 250여 명이 참석했다. 집회는 약 1시간 반 동안 진행됐으며, 시민과 종교계, 시민단체 등이 계엄 저지 1주년을 기념하고 아직 끝나지 않은 내란 청산과 사회 개혁을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형형색색의 응원봉과 손피켓 등을 들고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처벌하라’, ‘내란세력 옹호하는 사법부를 규탄한다’ 등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 참여한 이근하 씨(28·여)는 “불법계엄을 맞서 탄핵 집회때도 이자리를 지켰다. 불법 계엄이 1년이 지났지만 바뀐게 없다”면서 “내란 세력이 끝까지 심판을 받아 정의로운 사회가 구현되길 바란다”고 외쳤다 박 모 씨(30·여·달성군)는 “계엄이후 눈깜짝할 사이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제대로 처벌 받지 않았다”며 “하루 빨리 국민을 공포로 몰고간 내란 가담 세력에 대한 청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이에 맞선 보수단체인 구국대구투쟁본부는 오후 5시 반월당역 10번 출구 앞에서 계엄령 1주년 기념 집회를 열고 ‘윤석열 석방’과 ‘합법 계엄’을 주장했다. 이후 이들은 중앙네거리∼ 공평네거리∼ 봉산네거리∼반월당역 10번 출구까지 2.3km를 행진했다. 한편, 경찰은 진보·보수 단체 간 집회 장소가 겹치면서 충돌 방지를 위해 경력을 배치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지만 큰 충돌 없이 집회는 마무리됐다. 글·사진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12-04

“의사는 환자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제30회 포항MBC·삼일문화대상' 대상 수상자 구자현 포항 내집에서의원 원장

"이렇게 큰 상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져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더 잘하라는 격려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에 끝까지 매진하겠다는 각오로 임하겠습니다.” 3일 포항 효자아트홀에서 열린 ‘제30회 포항·MBC 삼일문화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구자현(57) 포항 내집에서의원 원장의 수상 소감이다. 구 원장은 2024년 5월 억대 연봉을 마다하고 장애인·거동불편자 등 의료 접근성이 낮은 이들을 위한 방문진료 의료기관 ‘내집에서의원(포항시 북구 창포동)’을 설립해 지역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구 원장은 종합병원 원장직을 내려놓고 방문진료 사업에 뛰어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동이 어려워 치료를 받지 못하는 많은 이들을 방치하는 것은 사회 전체의 책임 방기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코로나 전담병원에서 일한 경험과 함께 지난해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 집에서 치료받고 싶다고 하신 말씀도 결정적이었습니다. 중증 질환이 아니더라도 익숙한 환경에서 돌봄을 원하는 분들이 분명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2019년 12월 시작된 일차 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대상으로 지역 내 의료진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진료하는 서비스다. 과거 1970년대 의사들이 가방을 들고 다니던 왕진 시스템이 현대적 의미의 ‘재택의료’로 재탄생한 것이다. 대상은 만성질환자, 독거노인, 말기 암 환자 등 다양하다. 구 원장은 “내원 환자 중심의 기존 시스템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진정한 ‘의료’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개원 이후 18개월 동안 포항·영덕·울진 지역에서 하루 5~10명의 환자를 만나며 총 2000여 명을 진료했다. 시종화 부원장 겸 사회복지사와 김보람 간호사, 한록수 재활물리치료사, 김경석 응급구조사 등 8명과 함께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다. 그는 “방문진료의 핵심은 ‘현장’에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첫 진료 당시 만난 80대 당뇨 환자는 혈당 수치가 400을 넘어 위급했지만, 가정에서 인슐린 주사법과 식이요법을 교육해 상태가 호전됐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죠. 대부분 환자가 독거노인이나 취약계층이라 진료비 부담조차 버겁습니다. 기금 신설이나 정부의 지원 확대가 절실합니다.” 구 원장은 한국의 초고속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마을주치의’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지자체가 몇 개 동씩을 묶어 나누는 등 마을 단위로 주치의를 지정하고 이동형 진료소나 재택의료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는 환자의 심리적 안정과 치료 효과 모두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방문진료는 환자가 요청하면 휴대용 의료기기를 갖춘 팀이 가정을 방문해 기본 검사와 처방을 진행한다. 구 원장은 “방광염 등 현장에서 즉시 처치 가능한 질환도 많다”며 “특히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에겐 즉각적인 대응이 생명을 좌우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경제적 어려움보다 심리적 부담이 크다”며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는 병원에 앉아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라 환자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내집에서의원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2-03

‘제30회 포항MBC·삼일문화대상’ 시상식 개최

삼일가족과 포항MBC가 공동 주최해 포항·경주·영덕·울진 지역의 숨은 일꾼을 발굴하는 ‘제30회 포항MBC·삼일문화대상’ 시상식이 3일 오후 6시 30분 포항 효자아트홀에서 열렸다. <관련 기사 5·13면> 이 자리에는 수상자와 가족, 삼일가족 및 포항MBC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포항MBC 서영석 MC와 김희수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시상식에서 대상은 외과 전문의 구자현씨(57·포항 내집에서의원 원장)가 수상자로 뽑혔다. 구씨는 억대 연봉의 종합병원장 자리를 내려놓고 지난해 5월 장애인과 거동 불편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방문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집에서 의원’을 설립해 현재 매월 200명의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의료 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한 공적이 높이 평가됐다. 본상은 △사회봉사 부문 최주화(전국소기업총연합 경북포항시지부 회장) △문화예술 부문 최경춘(서예가·유오재서예연구소장) △환경 부문 장은재(이학박사) △교육 부문 이관(동국대 의과대학 학장)씨가 각각 수상자로 뽑혔다. 특별상에는 경상북도맨발걷기협회, 독도평화호&독도안전요원, 포항YMCA가 선정됐다. 이날 시상식은 오는 20일 오후 3시20분부터 포항MBC TV를 통해 녹화 방영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2-03

특검, 김건희에 징역 15년·벌금 20억 구형⋯내년 1월 28일 선고

김건희 여사가 3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으로 징역 15년과 벌금 20억 원을 구형받았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결심공판에서 이 같은 처벌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은 김 여사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및 알선수재 혐의로 징역 11년과 벌금 20억원, 추징금 8억 1144만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4년과 추징금 1억 3720만원을 각각 구형했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세력과 공모해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에 깊이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이후 모든 공범이 법정에 섰으나 피고인만 예외였다”며 “종교단체와 결탁해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을 무너뜨리고, 선거 공정성 및 대의제 민주주의라는 국가 통치 시스템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또 “헌법 가치를 침해하고 범행을 전면 부인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없으며, 죄질이 불량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구형 배경을 설명했다. 선고기일은 내년 1월 28일로 지정됐다. 김 여사는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해 약 8억 1000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 등으로 지난 8월 29일 구속기소 됐다. 또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공모해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2억 7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58회 결과를 제공받은 혐의, 2022년 4~7월에는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공모해 통일교 관계자로부터 교단 지원 청탁과 함께 고가의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샤넬 가방 등 총 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여사는 최후진술에서 “국민께 큰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2-03

울릉도 자살의심 신고 접수 30분 만에 구조...울릉경찰서·유관기관 협업으로 A학생 안전 확보

울릉경찰서는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가출한 A학생이 울릉도에서 체크카드를 사용했다는 신고를 접수한 후 30분 만에 발견해 부모의 품으로 무사히 돌려보냈다. 울릉경찰서에 따르면 2일 오후 1시 30분쯤 경기도 화성동탄경찰서로부터 “12월 1일 A학생이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집을 나갔으며 휴대폰 전원이 꺼져 위치 추적도 어렵지만 방금 울릉도에서 체크카드 사용 내역이 확인됐다”며 공조 요청이 접수됐다. 신고 직후 울릉경찰서 112상황실은 울릉군 시설관리사업소를 통해 A학생이 태하 모노레일 매표소에서 카드를 사용한 뒤 전망대 방향으로 이동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지역은 절벽으로 이뤄진 위험한 지역이 많은 곳이다. 이후 주변 순찰차와 형사팀을 긴급 투입하는 동시에, 경찰 도착 전 위험 상황을 막기 위해 울릉군의 협조로 모노레일 관계자들에게 수색 협조를 요청했다. 관계자들은 수색 과정에서 향목전망대로 향하던 A학생을 발견했다. A학생은 발견 당시 부상이나 극단적 선택 시도 흔적은 없었지만, 기상 악화로 여객선이 통제돼 즉시 육지로 이동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울릉경찰서는 심리적 안정을 우선 고려해 경북경찰청 항공대에 지원을 요청했고, 경찰관 보호 아래 헬기를 이용해 A학생을 포항으로 이송해 가족에게 안전하게 인계했다. 최대근 서장은 “신고 접수 후 불과 30분 만에 학생을 구조할 수 있었던 것은 경찰과 울릉군 등 유관기관이 유기적으로 협업한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협력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해 안전한 울릉도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2025-12-03

사기범죄 양형 강화···법정형 최대 30년으로 상향

사기범죄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투자리딩방 등 불특정 다수의 서민을 대상으로 한 사기 범죄에 대해 최대 징역 30년까지 선고가 가능해지면서 형사정책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12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사기죄·컴퓨터등사용사기죄·준사기죄의 법정형을 종전 ‘징역 10년·벌금 2000만원 이하’에서 ‘징역 20년·벌금 5000만원 이하’로 상향하는 형법 개정안이 최종 의결됐다고 밝혔다. 종전에는 피해자 1인당 피해액이 5억원을 넘지 않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적용이 어려워 최대 징역 15년(가중 포함)에 그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개정안은 피해자 개개인의 피해액이 5억원 이하라도 피해자가 다수인 경우, 죄질이 악질적이라고 판단되면 형법 내 가중 규정을 적용해 최대 징역 30년(법정형 20년 + 가중 10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조직적·지능적 방식으로 서민을 대상으로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사기 범죄에 대한 실질적 처벌 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번 개정은 서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사기 범죄에 엄정히 대응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민생침해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계속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은 전세사기와 보이스피싱 등 사회적 파장이 큰 범죄의 양형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향후 시행령 및 사법부 양형기준 개정 과정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

2025-12-03

본지 ‘노거수 이야기’ 연재 장은재, 포항MBC·삼일문화대상 본상 수상

지난 2년여 간 본지를 통해 매주 1회 꾸준하게 경상북도 도처에 산재한 노거수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장은재 작가가 3일 포항 효자아트홀에서 시상된 ‘제30회 포항MBC·삼일문화대상 환경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벌써 연재 100회를 넘긴 ‘수필가 장은재의 명품 노거수와 숲 탐방’은 크고 작은 경북의 마을을 수호신처럼 지키며, 오랜 세월 주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살아온 오래된 나무를 발굴해왔다. 이 연재기사는 ‘보호해야 할 노거수’로 불리는 돌올한 나무를 둘러싼 설화와 전설, 그 나무와 마을 사람들과의 질긴 인연을 따뜻하고 정감 있는 문체로 소개함으로써 신문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 인기 기사로 우뚝 자리 잡았다. 이런 인기의 배경에는 수필가로도 활동해온 장 작가의 깔끔한 문장과 세상을 바라보는 온화함이 있었다는 게 문학 전문가와 독자의 공통된 평가다. 이학박사이기도 한 장은재 작가는 청송군 부군수와 대구 가톨릭대학 겸임교수, 대구·경북 정책연구관 등을 지냈다. 그는 자신의 본업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중에도 적지 않은 시간 집필에도 힘썼다. ‘수헌 장은재 전원생활 수필집’ ‘꿈과 함께 자연과 함께’ ‘사계 산책’ ‘노거수 물음에 답하다’ ‘푸르름의 자유’ ‘綠花 푸른 꽃’ 등의 저서는 장 작가가 바쁜 일상 속에서도 취재와 글쓰기에 게으르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책들이다. 적지 않은 나이가 된 지금도 뜻이 맞는 사람들과 어울려 역사·환경적 가치가 있는 노거수를 찾아다니고, 나무와 숲에 대한 강연이 있다면 빼놓지 않고 찾아가는 장은재 작가. 이번 수상은 그간의 노고가 맺은 작지만 소중한 결실이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12-03

“당연”VS“반발”···추경호 영장 기각, TK 여야 정치권 상반된 반응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 갈림길에 섰던 추경호 전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3일 기각되자 대구·경북(TK) 정치권에서는 “처음부터 무리한 영장신청이었다”며 일제히 “당연한 결정”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국회 부의장인 주호영(대구 수성갑) 의원은 “기각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라며 특검 책임론을 제기했다. 주 의원은 “반대 증거가 있는데도 억지로 엮으려다 무리하게 한 것”이라며 “민주당이 추천한 특검이 정치적으로 엉뚱한 짓을 한 것인 만큼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검이 지금까지 얼마나 편파적으로 수사해 왔느냐”며 “특검 자체가 양당 추천이 아니라 민주당 단독 추천 아닌가. 아무 증거 없이 무리하게 내란 프레임을 씌우려다가 영장이 기각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자근(구미갑) 경북도당 위원장은 “기각을 반대할 사람 있겠느냐.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였다”며 “내란 방해라고 하는데 공범도 없고, 실제 행위도 없다. 독립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에게 ‘오라 가라’ 했다고 그게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구 위원장은 “그 논리대로라면 당시 민주당에서 표결에 불참했던 인사들도 다 휴대전화 뒤지고 조사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억지 프레임을 씌워 내란으로 몰아가려 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측은 추 의원 영장 기각과 관련해 “내란 청산과 헌정질서 회복을 방해하는 세력은 결국 국민에 의해 심판받고 해산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강민구 수성갑 위원장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도 기각된 사례가 있어 이번 기각을 예상했다”며 “다만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반드시 내란 재판부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으니 앞으로도 추 의원에 대한 수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구속 여부와 무관하게 내란 재판은 예정대로 진행된다”며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책임 있는 수사가 필요하다. 기각이 곧 무죄는 아니다. 진실은 법정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오중기 포항 북구갑 위원장은 “내년 1월 14일까지 내란 세력들을 끝까지 끄집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거짓말로 일관하는 내란 가담자들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2-03

비상계엄 1년···장동혁·송언석 ‘엇갈린 메시지’ 속 당내 사과 확산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은 3일 국민의힘 지도부가 상반된 메시지를 내놓으며 당내 혼선을 빚었다. 비상계엄을 둘러싼 책임 문제를 두고 입장이 엇갈린 가운데 의원들의 잇따른 ‘사과 릴레이’가 확산하자 당내 결속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계엄에 이은 탄핵이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다”며 책임 통감을 언급했지만, 계엄 자체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았다. 장 대표는 “추경호 전 원내대표 영장 기각이 바로 그 신호탄이다. 2024년 12월 3일부터 시작된 내란몰이가 2025년 12월 3일 막을 내렸다”며 강성 지지층 결집을 겨냥한 메시지를 냈다. 반면 원내 사령탑인 송언석 원내대표는 공식 사과했다. 이날 송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지난해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거나 참여하지 못한 국민의힘 의원 107명을 대표해 지난 1년의 시간을 반성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계엄의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도부 메시지가 갈리는 사이 당내에서는 사과 움직임이 확산했다. 이날 당내 소장파·개혁파로 분류되는 재선·초선 의원 25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계엄 사과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을 선언했다. 이들은 “집권 여당 국회의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국민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의 입장문에는 고동진·김건·김소희·김용태·김재섭·박정하·박정훈·배준영·서범수·안상훈·엄태영·유용원·이성권·정연욱·조은희·진종오·최형두 의원 등 25명이 이름을 올렸다. 대구·경북(TK)에서는 권영진(대구 달서병)·우재준(대구 북갑)·김형동(안동·예천)·이상휘(포항남·울릉) 의원이 동참했고 4선 안철수 의원과 3선 김성원·송석준·신성범 의원도 참여했다. 계엄 당시 당 대표였던 한동훈 전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계엄을 미리 예방하지 못한 데 대해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2-03

與, 12·3 계엄 1년···"국민과 함께 내란 청산 매진"

더불어민주당이 12·3 계엄 사태 1년을 맞은 3일 국회 본청 앞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내란의 완전한 종식’과 사법·민생 개혁을 재차 강조했다. 이날 민주당의 최고위원회의는 1년 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기습적인 비상계엄 선포를 상기하는 차원에서 진행됐다. 당은 계엄 선포에서 국회 해제 표결, 윤 전 대통령 탄핵까지의 과정을 담은 영상을 상영하며 당시 계엄군에 맞서 국회를 지켰던 시민도 초대했다. 이날 정청래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이 선두에 서서 내란 청산과 민생 개혁의 두 깃발을 들고 시대적 과제와 국민의 명령을 받들기 위해 앞장서겠다”며 “국민과 함께 2026년을 내란 청산과 민생 개혁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역사는 직진하지 않지만, 결코 후퇴하지 않는다. 국민이 지킨 민주주의, 국민이 지킨 헌법 수호를 위해 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끝까지 내란 청산을 위해 매진하겠다”면서 “국민의 뜨거운 함성으로 내란·외환 수괴 윤석열을 탄핵하고 시대를 밝히는 빛의 혁명을 통해 이재명 정부를 탄생시켰지만, 윤석열의 12·3 내란은 아직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을 거론하며 “내란 청산을 방해하는 제2의 내란, 사법 쿠데타”라며 “역사는 윤석열 정권과 조희대 사법부가 한통속이었다고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내란전담재판부가 필요한 이유를 조희대 사법부가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며 “내란 저지 1년을 맞아 내란 잔재를 확실하게 청산하고 사법개혁을 반드시 완수해 이 땅의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계엄을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선 “망언”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아직도 내란에 대해서 반성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는 국민의힘, 그러니까 국민은 국민의힘을 내란 옹호 정당이라고 규정한다”고 말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2-03

“현지누나한테 추천” 문진석-김남국 인사청탁 문자 논란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대통령실 김남국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차기 회장에 홍성범 전 KAMA 본부장을 추전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비서관에게 경고 조치를 했다고 밝혔지만, 국민의힘은 김 실장이 ‘청와대 상왕’임이 드러난 인사청탁이라고 총공세에 나섰다. 지난 2일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텔레그램 대화에 따르면 문 수석부대표가 김 비서관에게 같은 대학 출신의 특정 인사를 KAMA 회장에 추천해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이 담겼다. 문 수석부대표는 특히 추천하는 인사가 중앙대 동문이며,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에 출마했을 때 대변인을 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실제 문 수석부대표는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비서)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 봐”라고 했고, 이에 김 비서관은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께요”라고 답변했다. 김 비서관의 이 같은 대답은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과 김현지 제1부속실장을 언급한 셈이다.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의 집사 역할을 수행하는 자리로 인사와는 무관한 자리다. 이에 국민의힘은 김 실장이 ‘청와대 상왕’임이 드러난 인사청탁이라고 총공세를 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국정 곳곳에서 ‘김현지를 통하면 다 된다’는 ‘만사현지, 현지형통 공화국’이라는 조롱이 왜 나오는지 적나라하게 입증됐다”며 “왜 그토록 민주당이 김현지 실장의 국정감사 출석을 온몸으로 막아섰는지 이번 사건이 명확히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 임명직이 아닌 민간협회 회장직까지 김 실장이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적 청탁이자 직권 남용으로 범죄 행위”라며 “즉각적인 특검, 수사가 필요한 중대한 국정농단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2-03

[경제 이슈] 쿠팡 고객정보 털릴 때 중국 이커머스는 웃는다

쿠팡은 흔들리고,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은 조용히 웃는다. 한 시대의 유통 패권이 바뀔 때는 늘 작은 틈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지금, 그 틈이 가장 넓게 벌어지고 있다. 쿠팡 고객명부가 중국에 넘어갔다고 한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데이터 유출을 넘어 한·중 경제에서 ‘유통과 물류’라는 전략적 축의 이동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의미심장하다. 지난날 조선 말기 청(淸)의 강요에 의해 체결된 조청상민수륙무역장정(朝淸商民水陸貿易章程)에 빗댄 해석도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거 청나라 상인에게 조선 내지(內地) 통상을 허용한 그 협정처럼, 이제는 디지털이라는 이름의 ‘데이터와 유통망’이 국경을 넘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현실을 보자. 최근 Temu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물류센터를 세운다는 보도가 나왔다. 경기·인천 등 수도권 물류 허브 구축 움직임이다. 이 센터는 제품 저장은 물론, 배송 처리까지 감안해 설계된 대형 시설로, 한국 내 소비자들이 저렴한 중국 제품을 주문하면 하루 이틀 내에 받아볼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과거 조선이 “청상인의 내지 통상 허용”을 통해 시장에 경제적 침투를 허용했던 것처럼, 지금은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한국 소비자의 구매 패턴, 기호, 소비 데이터, 물류 흐름을 통째로 가져가려 하고 있다. 만약 쿠팡의 국내 고객 명부와 소비자 행동 데이터가 실제로 중국 측으로 넘어갔다면, 그 가치는 단순한 개인정보의 유출을 넘어선다. 그것은 한국 유통 시장 전체의 설계도가 넘어 마케팅 전략과 물류 기획의 핵심 정보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이 정보를 쥔 쪽은 가격 경쟁력에서부터 판촉 전략, 재고 배치, 물류 동선, 지역별 소비 패턴까지 면밀히 설계할 수 있다. 이런 데이터가 중국 기업의 손에 들어간다는 건 단순한 시장 침투가 아니라, 한국 유통 체계의 전략적 재편이 될 수 있다. 과거의 통상 허용이 “누가 시장에 진입하느냐”를 다뤘다면, 지금은 “누가 데이터를 갖고 시장을 재설계하느냐”가 핵심이다. 특히 이를 바탕으로 한 새벽배송, 당일배송, 저가·다량 판매, 지역별 맞춤 마케팅, 모두 한국 소비자들이 익숙하게 여겨온 유통 패러다임을 중국 측 주도로 변화시킬 수 있다. 더욱이 최근 국내 패션 유통망의 일대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때 아시아 패션 유통의 주요 거점이었던 국내 물류센터가 화재로 큰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이랜드 물류센터 화재 소식은, 단지 한 기업의 불행이 아니라 유통의 축이 재편될 수 있는 기회를 알리는 신호였다. 기존 유통망이 흔들릴 때, 중국 기업이 새롭게 채워 넣을 틈이 생긴 것이다. 1995년 고베 지진 이후 일본 항만과 환적(換積) 시스템이 붕괴되자, 아시아 물류의 축이 부산으로 이동했던 것처럼 한국 유통의 중심축이 중국에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알리바바, Temu 같은 중국 기반 플랫폼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글로벌 데이터와 유통망을 설계해왔다. 만약 이들이 한국 내 소비자 데이터와 물류 인프라를 장악한다면, 향후 가격 결정, 배송 속도, 소비자 취향 맞춤형 추천, 재고 관리, 물류 동선, 모든 것이 중국 측 주도로 재편될 수 있다. 물론, 데이터 유출이나 고객 정보 이전이 사실인지, 어떤 경로로 이뤄졌는지는 명확히 검증돼야 한다. 그러나 설혹 일부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 상징성은 충분하다. 단 한 번의 정보 유출과 물류센터 설립이, 한국 유통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위한 단초가 될 수 있다. 과거 조선이 외세에 통상 문을 열면서 시장 구조가 흔들렸던 것처럼, 지금은 데이터와 물류를 통째로 넘기며 유통의 지형이 뒤집히는 변곡점에 서 있다. 우리는 지금, 단순히 ‘가격이 싼 중국산’이 유입되는 시대가 아니다. 중국 기업이 한국 소비자의 생활 패턴, 소비 취향, 유통 동선, 심지어 유통의 시간을 좌우하는 시대다. 만약 이 흐름을 그냥 흘려보낸다면, 우리는 유통의 주도권을 잃을지도 모른다. 결국, 이번 사건은 단순한 데이터 유출 해프닝이 아니라, 한국 유통 체계의 전략적 전환을 예고하는 경고다. 한국의 소비자와 유통 산업이 이 변화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과거 조선이 내지 통상을 허용하면서 겪었던 시장 침탈의 역사가 반복될지도 모른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12-03

호미곶 생태공원, 동해안 관광업 기폭제 되길

경북 포항 호미반도가 올해 내로 국내 최초의 국가해양생태공원으로 지정된다. 해양수산부는 포항 호미반도와 충남 가로림만, 전남 무안, 전남 여자만 등 4곳을 국가해양생태공원으로 지정한다고 밝히고, 연말까지 해양수산발전위 심의를 거쳐 국가해양생태공원 지정을 완료하겠다고 했다. 국가해양생태공원은 해양보호구역 및 그 인근 해양 자산의 가치를 보전하고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해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제도다. 해수부는 국가해양생태공원 지정을 계기로 해양생태계를 유엔생물다양성협약(UNCBD) 기준으로 끌어 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해양생태공원을 지역경제 활성화 거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생태공원을 찾는 관광객을 1000만명까지 달성하겠다고도 했다. 한반도 최동단의 호미반도는 해안선 길이만 106.7km다. 해양생물인 게바다말과 물수리,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종으로 지정된 점박이 물범, 해양보호생물인 바다거북이 등이 출현하는 곳이다. 또 호미반도 주변 해양생태계 건강도도 우수하다. 수천만 년 전 만들어진 동해안 지질과 해안단구가 다양한 생물자원의 보고 역할을 한다. 경관적 가치 또한 뛰어나다. 정부가 국가해양생태계공원을 지정한 배경에는 늘어나는 해양생태 관광수요를 수용하고, 해양생태 자원을 활용해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지자체 개발 욕구를 충족하고자 하는 데 있다. 정부는 해양생태계를 보존과 이용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복합해양생태 관광의 지역거점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관광 수요가 늘면 지역경제가 잘 돌아가고 인구소멸을 걱정하는 어촌지역의 지역소멸 위험도 줄일 수 있다는 전략이다. 포항 호미반도는 일출·일몰 명소로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호미반도의 국가해양생태공원 지정은 포항 등 동해안 지역 관광산업을 진작하는 획기적 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국가정원 1호인 순천만은 연간 43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포항시도 호미반도 국가해양생태공원 지정의 효과를 높이는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2025-12-03

정치 후폭풍 몰고올 ‘추경호 영장기각’

서울중앙지법이 3일 새벽 국회 계엄 해제 표결방해 혐의를 받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시간에 걸친 영장실질심사 후 “피의자 주거·경력, 수사 진행 경과 및 출석 상황, 관련 증거들의 수집 정도 등을 볼 때 도망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추 의원이 현직 국회의원 신분인 만큼 도주의 우려가 없고, 실제 국회의 계엄해제 표결을 방해했는지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은 당시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에서 중앙당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 중앙당사로 세 차례 바꾸며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수사 기간(14일 종료)이 얼마 남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영장 재청구 없이 추 의원을 불구속기소 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추 의원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면서 향후 정국은 살얼음판을 걷게 됐다. 민주당은 예고한 대로 내란 공세와 사법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고, 국민의힘은 여권 독주에 대해 대대적인 역공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계엄 선포 1년 만에 ‘위헌 정당 해산심판’에 내몰릴 상황은 일단 면하게 됐다. 민주당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이어 추 의원에 대한 특검의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자 법원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등 ‘사법개혁’ 패키지 법안 처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 대표는 최근에도 “추 의원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그 화살은 조희대 사법부로 향할 것이다. 내란 재판부 설치 같은 사법 개혁 요구가 봇물 터지듯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의 영장 기각을 ‘조희대 사법부’ 책임으로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민주당의 사법부 위협과 국민의힘에 대한 ‘위헌 정당 심판 드라이브’ 공세가 계속 강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극단 정쟁이 몰고 올 정치적 후폭풍이 걱정된다.

2025-12-03

고객정보 유출, 책임은 어디에?

쿠팡이 사고를 쳤다. 소비자 고객들의 소중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름, 주소, 전화번호, 계좌내역, 심지어 자택입구 비밀번호까지 시중에 떠돌게 되었다. 정보유출이 퇴직자의 소행이었다지만, 책임의 소재를 단순히 개인에게만 떠넘길 수는 없다. 회사는 고객정보를 관리하고 보호할 책임을 지닌 주체로서, 이 같은 사고로 초래되는 모든 문제에 대해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미국이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쿠팡이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규제환경을 인지하고 있었을 터이다. 상응하는 소비자 보호체계를 갖추어 높은 수준의 정보보호시스템을 보유했어야 한다. 개인정보 유출은 단순한 행정실책이 아니라 기업생존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건으로 여겨져야 한다. 막대한 금액의 피해 보상은 물론 주주와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고경영진이 직접 사태수습에 나서야 한다. 회사의 신뢰가 흔들리면 주가급락과 투자자 손실이라는 직접적 피해가 뒤따르기 때문에, 미국 기업이라면 기업의 사활을 걸고 대응했을 사건임에 틀림없다. 쿠팡의 대응은 전반적으로 미흡하다. 한국 사업장에서만 활동하는 기업이라는 이유로, 미국 본사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 정보가 유출되어 발생할 수 있는 사기, 금전적 피해, 심리적 불안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게 필요하다. 기업이 법적, 도덕적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단순한 관리소홀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문화와 경영철학의 문제다. 한국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업에 대한 규제와 처벌이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하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존재하지만, 현실적 강제력과 피해보상 체계는 턱없이 부족하다. 데이터 유출 시에 금융적, 평판적 피해가 단기간에 직접적으로 가시화되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므로 책임있는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쿠팡이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등록기업으로서 한국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글로벌수준의 개인정보 관리와 책임 있는 대응을 보여주지 않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퇴직자의 실수’라 치부하며 면죄부를 줄 수 없다. 고객의 개인정보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결국 소비자 대중이 짊어지게 된다. 제도적인 보완과 철저한 규제확보가 뒤따라야 한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한국소비자들이 기업에게 정당하게 요구해야 할 책임과 투명성, 그리고 대응수준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쿠팡은 고객정보 유출로 발생한 모든 문제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기업의 신뢰와 사회적 책임은 법적 의무를 넘어, 공공의 신뢰형성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 기업이 소비자를 가벼이 여기는 풍토를 일소해야 하며, 정부가 국민을 대신하여 기업으로 하여금 소비자 국민을 존중하고 개인정보를 소중하게 여기도록 이끌어야 한다. 경제환경이 예전과 비교할 때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소비자 환경이 나아지지 않고는 선진국이라 불릴 자격이 없다. 국민이 신뢰하고 소비하는 기업이 되어야 하며, 소비자 국민은 늘 깨어있어 경계해야 한다. /장규열 본사 고문

2025-12-03

왜 운동과 치료를 해도 괜찮다가 다시 나빠질까

통증이 생기면 사람들은 운동을 하거나 약을 먹고 병원·한의원 치료를 받아 일단은 편해지는 순간을 경험한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면 다시 똑같은 통증이 올라오고 좋아졌다가 나빠졌다를 반복한다. 마치 몸 안에 보이지 않는 스위치가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는 것처럼 움직인다. 이것이 단순한 근육의 문제라면 반복될 이유가 없지만 몸의 더 깊은 층위에는 늘 같은 방향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존재한다. 그 힘의 정체가 바로 자율신경의 긴장 패턴과 무너진 체형 구조다. 스트레스, 과로, 수면 부족이 반복되면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몸은 싸우거나 도망가야 하는 모드에 들어간다. 이 상태에서는 어깨와 목, 뒷목, 허리 근막이 미세하게 수축한 채로 유지된다. 이 긴장은 겉으로는 눈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내부에서는 계속 근육과 근막을 조이고 커다란 고무줄을 팽팽하게 당겨놓은 것처럼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침 치료나 마사지, 스트레칭, 운동을 하면 일시적으로 개선되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고무줄이 잠깐 느슨해졌다가도 이내 다시 원래의 팽팽한 상태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문제는 통증이 오래될수록 체형과 움직임도 함께 변한다는 점이다. 사람은 아프면 아픈 부위를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보상 자세를 만든다. 허리가 아프면 골반을 틀고 목이 아프면 턱을 당기고 어깨가 아프면 팔을 덜 쓰는 식이다. 이런 보상 패턴은 통증을 일시적으로 줄여주지만 결국 또 다른 부위에 부담을 주고 그 부담이 다시 통증을 만들며 악순환을 완성한다. 결과적으로 단순한 운동이나 한 부위만 푸는 치료로는 이 보상 구조를 되돌릴 수 없다. 여기서 중요한 건 몸이 이미 이렇게 긴장된 상태가 정상이라고 기억해버렸다는 것이다. 자율신경은 몸의 전체적인 톤을 조절하는 시스템인데 이 시스템이 긴장 상태로 세팅되어 있으면 잠깐 이완시켜도 다시 긴장 쪽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래서 운동을 잘해도 치료를 아무리 받아도 몸은 다시 원래의 불편한 패턴을 반복한다. 결국 재발의 핵심은 통증 자체가 아니라 통증을 만들어내는 배경 패턴이 유지되고 있어서이다. 이 패턴을 바꾸는 과정은 단순히 아픈 부위를 손보는 것과 다르다. 자율신경의 과흥분을 낮추고 근막의 전체적인 긴장도를 줄이며 잘못 굳어진 구조와 움직임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 성상신경절이나 익구개신경절을 다루는 치료는 높아진 자율신경의 신경 흥분을 끌어내리고 몸의 톤을 이완 방향으로 다시 설정한다. 초음파 가이딩 약침은 긴장된 근육·근막을 정밀하게 풀어주며 매선은 약해진 구조를 장기적으로 안정시키고 다시 긴장으로 돌아가는 속도를 늦춘다. 한약은 늘 경계 상태에 머물러 있던 몸의 회복력을 끌어올려 부교감신경을 활성화 시켜 이 패턴 전환을 더 빠르게 만든다. 결국 잠깐 좋아지고 다시 나빠지는 몸은 아픈 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몸 전체가 긴장을 기본값으로 저장한 채 그 방향으로 되돌아가려는 성질 때문이다. 자율신경, 근막, 구조, 호흡, 움직임이 함께 조율될 때만 비로소 몸은 새로운 패턴을 학습한다. 치료 효과가 길게 유지되고 재발이 줄어드는 몸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5-12-03

'쌍벽가' 감상하기

내방가사가 2022년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 아태목록에 등재되자 대구와 경북의 관심 있는 여성들은 내방가사 공부에 더 큰 열망을 가졌다. 물론 오래전부터 안동내방가사보존회에서 내방가사 공부방을 열어 안동과 주변 지역의 뜻있는 여성들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이 있긴 했다. 대구에서도 동호회나 연구모임 같은 자생단체가 있어 공부한다는 정보도 들어 알고 있었다. 나는 퇴직 후 여러 사회단체에서 특강 형식의 강의를 하긴 했으나 단발성이어서 아쉬움이 컸다. 강단에서 연구하고 강의하던 것을 사회적 교육으로 지속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긴 했으나 용렬한 탓에 뜻을 비쳐 내지도 못한 터였다. 그러던 차에 몇 달 전부터 대구에서 뜻을 같이하는 몇 분과 같이 공부 모임을 만들었다. 비록 카페에서 만나서 한 달에 두어 번, 한두 시간 공부하는 거지만 나로서는 제대로 수업하고 싶다는 생각에 강의 준비를 나름 열심히 했다. 내방가사 이론을 제대로 알고 창작까지도 할 수 있는 수준을 목표로 잡았다. 강의계획서를 만들어 나누고, 내방가사의 역사를 짚고, 이론을 정리하여 수업 준비를 했다. 내방가사에 대한 이론을 단단히 잡은 후에야 창작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훌륭한 작품 감상에 특히 공을 들였다. 내방가사 창작을 꾸준히 하는 분들이 많기는 하지만 이론적 바탕만 있으면 좀 더 나은 작품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신변 소회 정도의 시적 소재와 내용을 4.4조의 운문 형식에 맞춘 듯한 작품이 많아 안타까움이 컸다. 공부하는 분들의 열정이 크고 넘쳐 나기에 강의 준비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되었다. 무엇보다 국문학 사상 손꼽히는 훌륭한 가사를 먼저 읽어 이해하고, 문체와 구성을 익히는 것이 좋다는 판단을 했다. 정극인의 ‘상춘곡’, 송순의 ‘면앙정가’, 송강 정철의 ‘속미인곡’과 같은 명작 가사를 세심하게 읽고 문체와 표현과 구조 분석을 하면서 내용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나로서도 새삼 다시 공부하는 기회가 되었기에 나름 귀한 시간이었다. 며칠 후 잡힌 시간에는 ‘쌍벽가’를 감상해 볼까 준비하고 있다. 현전 대부분의 내방가사가 작자와 연대가 미상인 데 비하여, 이 작품은 작자와 연대가 잘 알려진 작품이며 연대가 가장 오래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자료적 가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강의 주해만 있을 뿐 제대로 된 해석본은 없어 감상하기 어려웠다. 한자어 많음에도 한글로 쓰여진 것도 원인이었다. ‘쌍벽가’는 1794년(정조 18) 안동 하회의 연안이씨(延安李氏)가 지은 내방가사인데,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애독되었던지 경북 여러 집안에서 발견된 이본도 상당히 많다. 작자는 예조판서의 딸로 한양에서 하회로 시집와 신고를 겪은 뒤 58세 되던 해, 맏아들과 조카가 한 해에 과거에 급제하는 경사를 맞는다. 당시 임금 정조가 제문을 지어 내리자 이를 경축하는 내용의 가사이다. 제목에 쓰인 ‘쌍벽’은 과거 급제한 두 형제의 준수하고 출중함이 서로 백중함을 칭찬한 것이다. 구성의 일관성, 뛰어난 표현과 유려한 문장이 초기 내방가사임에도 수작으로 꼽힌다. ‘쌍벽가’를 필두로 다양하고 훌륭한 내방가사를 감상해 볼 계획이다.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2025-12-03

李대통령 “계엄극복 국민 노벨상 충분…12월 3일 국민주권의 날”

이재명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인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국민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이날을 ‘국민주권의 날’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3일 대통령실에서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을 통해 현 정부를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국민주권정부”라 지칭하고 “우리 국민의 위대한 용기와 행동을 기리기 위해 12월 3일을 ‘국민주권의 날’로 정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역설적으로 지난 12·3 쿠데타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놀라운 회복력을 세계만방에 알린 계기가 됐다”며 “저들은 크게 불의했지만 우리 국민은 더없이 정의로웠다”고 높은 국민의식에 찬사를 보냈다. 그는 “국민께서는 폭력이 아니라 춤과 노래로 불법 친위 쿠데타가 촉발한 최악의 순간을 최고의 순간으로 바꿨다”면서 “세계사에 유례없는 민주주의 위기를 평화적 방식으로 극복한 대한국민들이야말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성명 발표를 끝내고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노벨평화상 관련 언급에 대해 실제로 국민을 노벨평화상에 추천하는 절차를 밟을 거냐는 질문을 받고 “저는 그런 의견을 갖고 있지만 이것도 국민의 의사가 중요하다”면서 “세계 시민들의 의사도 중요한데 제가 이 말씀을 드린 걸 계기로 현실 가능성 등에 대한 논의가 되면 좋겠다”고 답했다. 12·3 비상계엄일을 법정공휴일로 제정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빛의 혁명이 시작된 날, 국민주권이 진정으로 실현된 날로 법정공휴일로 정해서 국민이 하루쯤은 이 날을 회상하는 건 어떨까”라고 언급하면서 “국회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최종적으로 국민 의사에 따라 가부가 결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2-03

추경호 구속영장 기각…대구시장 선거판 요동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을 받는 국민의힘 추경호(대구 달성)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내년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군에 포함된 추 의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보수 텃밭’인 대구시장 선거판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새벽 추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혐의 및 법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면밀하고 충실한 법정 공방을 거친 뒤, 그에 합당한 판단 및 처벌을 하도록 함이 타당하다”며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방어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는 점, 피의자 주거·경력, 수사 진행 경과 및 출석 상황, 관련 증거들의 수집 정보 등을 볼 때 도망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법원이 추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대구시장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 의원은 그동안 내란 특검 수사를 “짜맞추기”라며 비판하는 등 여권과 싸우는 과정에서 투사 이미지가 부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와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내며 행정과 정치 분야에서 내공을 갖춘 이력도 장점으로 거론된다. 다만, 특검이 추 의원을 불구속 기소하는 방향으로 정했다는 점은 악재일 수 있다. 구속은 피했지만 향후 재판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은 점을 거론했다. 그는 이날 “(계엄 당시 추 의원의 행동이) 단순한 머뭇거림에 불과하느냐, 고의가 있었나(를 두고) 법원은 불구속 수사 원칙을 택했다”며 “불구속이 종국적인 면죄부는 아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한덕수도 같은 케이스(구속영장 기각)로 불구속되었지만 그는 (결국)기소돼 그 재판은 결심되었고 내년 1월 21일 판결 선고가 예정돼 있다”고 했다. 앞서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은 지난달 26일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위증 등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지역 정치권은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특검과 정부의 수사가 잘못됐다는 점이 나타나면 추 의원이 당원들의 힘을 받아 대구시장 공천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반대로 불리한 내용이 나온다면 당 전체는 물론 대구시장 출마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이번에 추 의원에 대한 영장 기각으로 안갯속 국면이었던 국민의힘 대구시장 공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대구시장 후보에는 주호영(대구 수성갑) 국회부의장을 비롯 윤재옥(대구 달서을) 의원 등이 출마 여부를 고민하고 있고,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유영하(대구 달서갑) 의원도 대구시장 출마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3선 구청장들도 가세하는 분위기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2-03

전국에서 재봉틀을 가장 오랫동안 돌린 사람

1953년 포항 육거리서 문 연 ‘코주부사’ 마크 ·명찰 제작 가게, 새학기땐 북새통 포항 육거리 시립중앙아트홀 옆에 코주부사라는 아담한 가게가 있다. 상호가 독특해 행인들이 호기심 어린 눈길로 쳐다보게 되는 곳이다. 이 가게는 명찰과 마크, 휘장 등을 만드는 마크사로 1953년에 개업했으니 원도심의 터줏대감이다. 학생들이 가슴에 명찰을 달고 다니던 시절, 새 학년이 시작될 때면 코주부사는 장사진을 이루었다. 명찰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물론 체육복과 교련복에 학교 마크를 붙여야 했기 때문이다. 한 학교 학생만 몰려도 북새통을 이룰 텐데 여러 학교의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으니 그 풍경이 어떠했을까. 하지만 이제는 개점휴업 상태다. 학생 명찰은 사라져버렸고 마크사의 일감도 대부분 컴퓨터로 대체되면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주부사를 지켜온 박영준 대표는 이제 고령(85세)이어서 더 이상 일하기가 힘들어졌다. 박영준 대표는 1940년 포항 신흥동에서 태어났다. 포항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건강이 안 좋아 2년 동안 쉬었다가 동지중학교 야간부에 입학했다. 그 무렵 중앙동 신한은행(구 조흥은행) 뒤편에 인쇄소가 있었고 그 옆에 코주부사가 있었다. 박영준의 친구가 인쇄소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박영준이 친구를 만나러 인쇄소에 갔다가 우연히 당시 김대정 코주부사 대표를 만났다. 손재주 좋고 똑똑했던 박영준 대표 중학생 시절 창업주 김대정 대표 만나 재봉틀 배우며 1978년 가게 이어받아 체육복·태권도복 등 다양한 품목 소화 중학생 때 처음 재봉틀 잡아 김대정 대표는 착하고 똑똑해 보이는 박영준에게 재봉틀을 다뤄보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박영준은 머리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든 해야 하는 처지였던 박영준은 재봉틀 다루는 일이 괜찮아 보였다. 곧이어 김 대표는 박영준을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혀놓고 재봉틀 다루는 기술을 차근차근 가르쳤다. 슬하에 자녀가 없던 김 대표는 박영준을 양자처럼 여기며 일을 전수했다. 발로 밟는 재봉틀을 다룰 때는 손가락을 다치기가 예사였고 힘이 들었지만 새로운 일을 배우는 재미도 있었다. 박영준은 일을 배우며 자신에게 손재주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마크사 일을 원활하게 처리하려면 한문과 영어, 일본어도 웬만큼 알아야 하는데 박영준은 이를 빨리 습득했다. 일제 주키(JUKI) 자동 재봉틀이 들어오면서 일이 조금 쉬워졌다. 박영준 대표는 중학생 때 쓰던 주키 재봉틀을 70년 가까이 사용하고 있다. 동지중학교를 졸업한 박영준은 동지상고와 포항수산전문대학 야간부를 다녔다. 중학교부터 전문대학까지 8년을 주경야독한 것이다. 동지상고 야간부 1년 선배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초창기 코주부사는 명찰, 마크, 휘장은 물론 체육복, 작업복, 태권도복 등 다양한 품목을 다뤘다. 박 대표는 손님들한테 “가게 이름이 왜 코주부냐”라는 질문을 수없이 들었다. 상호는 김대정 대표가 만들었다. 주고객인 어린 학생들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당시 인기 절정의 만화였던 「코주부 삼국지」의 주인공 이름에서 빌려온 것이다. 코주부사는 원도심의 하나뿐인 마크사였기에 일감이 몰려들었고 한창 바쁠 때는 2~3일 철야 근무를 했다. 당시는 체육복이나 작업복을 양복처럼 맞춰 입었기에 학교나 공장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특히 1970년대 포항제철이 들어오면서 호황을 맞았다. 한때는 열 명이 넘는 직원을 두기도 했는데 일감을 소화하지 못할 때는 대구의 기술자를 부르거나 큰 공장에 주문을 넣었다. 다른 한편으로 포항에서 처음으로 등산복과 등산장비를 취급해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1978년에 코주부사를 물려받아 오지에서 불러도 군말 없이 달려가야 하던 시절이 있었다. 박영준 대표가 당시를 회상했다. “상옥, 하옥은 시내에서 먼 곳이잖아요. 그쪽 학교에서 운동회가 열릴 때면 교사용 체육복 치수를 재러 와달라고 해요. 지금도 그곳까지 가려면 시간이 꽤 걸리는데 과거에는 어땠겠어요. 그 멀고 험한 길을 안 갈 수가 없었지요. 그보다 더 먼 분교에서 연락이 오기도 했어요. 체육복이 겨우 다섯 벌 정도 필요하다고 해도 달려갔습니다. 그런 곳에 다녀오면 하루가 다 갔어요.” 김대정 대표는 1978년 코주부사를 박영준 대표에게 물려주었다. 가게를 넘겨받은 박 대표는 더 부지런히 일했다. 박 대표의 부인이 일화 한 토막을 들려주었다. “그때는 돈 쓸 시간도 없었어요. 돈이 들어오면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집 안 장롱에 넣어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곤 했지요. 대신동 해동아파트에서 살다가 해도동 동아타운으로 이사 갈 때 장롱을 옮기는데 검은 비닐봉지 하나가 툭 튀어나왔어요. 무언가 싶어 봉지를 뜯어보니 지폐 뭉치가 들어 있어 깜짝 놀랐지요. 곰곰이 생각하니 지폐를 넣어둔 비닐봉지 중에 새까맣게 잊고 있던 것이더군요.” 컴퓨터 기술 변화 속 쇠락한 수작업 친구들의 사랑방 ⋯ 가게만 덩그러니 재봉틀과 함께한 70년, 추억 속으로 “몸만 괜찮다면 재봉틀을 돌리고 싶어” 지금도 재봉틀을 돌리고 싶어 1970년대까지는 어느 분야에서든 기술을 가진 사람이 대접받았다. 하지만 컴퓨터가 도입되면서 많은 기술자가 사라지고 말았다. 재봉틀 기술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손으로 하던 자수(刺繡)도 컴퓨터가 대신했다. 작업복이나 체육복을 만드는 기술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흐름 속에 코주부사의 규모는 점차 줄어들었다. 코주부사는 박 대표 친구들의 사랑방이었다. 원도심 한복판에 있기에 친구들이 오며 가며 들르기에 좋았다. 친구들이 칠순, 팔순을 넘기며 “누가 먼저 저세상에 갈 것 같냐”고 얘기를 꺼내면 “아무래도 영준이가 먼저 가지 않겠냐”고들 했다. 박 대표가 어릴 때부터 건강이 안 좋은 탓이다. 그런데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던 친구들은 하나둘 저세상으로 떠나고 이제는 박 대표만 남았다. “포항이 좋았던 시절을 다 지켜봤지요. 육거리에 남은 노포는 코주부사와 길 건너 로타리냉면밖에 없군요. 전국에서 재봉틀을 저처럼 오래 돌린 사람은 없을 겁니다. 지금도 몸만 아프지 않다면 재봉틀을 돌리고 싶어요.” 박 대표는 필자의 이름을 묻더니 재봉틀을 잡았다. 재봉틀 굉음이 울리면서 파란색 명찰에 이름이 새겨졌다. 50여 년 전, 초등학생인 필자의 명찰을 새기던 박 대표의 모습이 환영처럼 떠올랐다. 글 : 김도형(작가) 사 진 : 김 훈(작가)

2025-12-03

가을·겨울에 더 맛있는 ‘오징어 내장탕’ 숙취 해소에 탁월

오징어 내장탕 - 흰색 찾자 중 심장·수란관·맹장·난소 등 재료로 사용 오징어 똥창찌개 - 적갈생 내장 이용 ⋯ 식당서 맛 볼 수 없는 토속요리 오징어 순대·오징어 잡채·오징어 홍합꼬지 등 여행 즐거움 더욱 커져 △ 겨울에 맛있는 오징어 내장탕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토속 음식이다. 울릉도에 가야만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오징어 요리들은 울릉도 맛 기행의 백미다. 오징어 내장탕은 오징어 내장 중 흰 창자를 이용해 끓인 울릉도 토속 음식이다. 오징어 내장은 쉽게 부패하고 내장에 기생하는 기생충 아나사키스 때문에 식용으로 잘 쓰지 않는다. 하지만 식량이 부족했던 울릉도에서는 오징어잡이가 시작될 때부터 내장을 버리지 않고 식용했다. 오징어 내장탕은 냉동을 해 두고 사철 먹지만 본격 오징어 철인 가을과 겨울에 먹는 것이 더 맛있다. 울릉도 사람들이 식용하는 오징어의 내장은 하얀 창자와 적갈색 창자 두 종류가 있다. 적갈색은 간장 부위, 흰색은 기타 내장기관이다. 흰색의 내장 가운데 심장, 수란관, 맹장, 난소 등을 내장탕 재료로 쓴다. 내장탕은 계절마다 제철에 나오는 야채를 이용한다. 내장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뒤 호박이나 호박잎, 콩나물, 파, 무, 양파 등을 넣고 끓인다. 호박, 양파는 비린 맛을 잡아 준다. 숙취 해소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울릉도의 일부 노인들은 오징어 내장탕을 ‘이카 창대기국‘으로 부르기도 한다. 오징어의 일본 말인 ‘이카‘(イカ)와 내장의 비속어 ‘창대기‘가 결합한 말이다. 오징어 똥창찌개는 식당에서는 맛볼 수 없는 울릉도 토속 요리다. 적갈색 내장인 간장으로 끓인다. 울진 등 오징어가 많이 나던 동해안 내륙 지역에서도 즐겨 먹던 음식이다. 오징어의 간장을 소금에 절였다가 끓인다. 끓일 때 냄새가 고약해서 일반 식당에서는 팔지 않는다. 오징어의 건조를 위해 내장을 제거할 때 하얀 창자는 급랭하거나 즉석에서 오징어 내장탕을 끓여먹고 적갈색인 간장은 소금에 절여 항아리에 1년 정도 숙성시킨 뒤 끓여 먹는다. 이 음식은 똥창찌개 혹은 오징어 누런창 찌개라고도 한다. 소금에 절여 숙성된 간장에 된장과 마늘을 넣고 달달 볶다가 시래기와 고춧가루, 제피 등을 넣고 졸여서 먹다. 찌개나 탕이라기보다는 조림에 가깝다. 울릉도에서는 1980년대 후반까지도 주민들의 식탁에 자주 오르내리던 소울 푸드 같은 음식이다. △ 오징어 간장, 오징어 순대 등 다양한 요리로 변주 오징어 간장은 쌈장으로 요리해 먹기도 한다. 쌈장은 ‘뽀글장‘ ’빡빡장‘이라 부른다. 빡빡장은 간장과 된장을 냄비에 넣고 볶다가 물을 조금 부은 뒤 고춧가루와 양파, 마늘, 고추 등을 넣고 졸여낸다. 배추 같은 생채소가 나는 철에는 주로 쌈장으로, 생채소가 없을 때는 찌개로 끓여 먹었다. 오징어 간장은 방어 잡이 미끼에도 최고로 친다. 그만큼 맛있다는 뜻이다. 오징어순대는 오징어 몸통 속에 각종 야채를 다져넣고 쩌낸 요리. 오징어순대는 만드는 방법이나 형태가 순대와 비슷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징어순대 만든 법은 어렵지 않다. 먼저 오징어 몸통에서 오징어 다리를 분리한다. 오징어 몸통 속의 내장은 제거한 뒤 소금을 뿌렸다가 물로 씻고 오징어 몸통 속을 전분이나 밀가루로 깨끗이 씻어낸다. 오징어 다리와 당근, 양파, 부추, 숙주 등을 잘게 다진 뒤 찹쌀밥이나 으깬 두부 등을 섞어 양념한 소를 만든다. 오징어 몸통 속에 만들어진 소를 채워 넣고 입구를 꼬치로 봉한다. 오징어 몸통 곳곳을 바늘로 찔러둔다. 내용물이 팽창하면서 오징어가 터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익으면서 생긴 수분이 밖으로 흘러나와 순대 속과 오징어 몸통이 분리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순대는 김이 오른 찜통에 15분 정도 쩌 낸다. 울릉도에서는 오징어의 내장으로 순대를 만들기도 했다. 오징어 내장 중에서 먹통만 떼어내고 다른 내장을 남긴 채 뱃속에 고추, 당근, 쪽파, 양파 등을 다져 넣은 뒤 묶어서 쪄냈다. 생오징어로 만든 오징어순대는 강원도 해안이나 울릉도 지방의 향토 음식이지만 생오징어를 구할 수 없었던 옛날 경기도 지방에서는 마른 오징어로 순대를 만들기도 했다. 마른 오징어를 불린 뒤 물기를 없애고 밀가루에 파, 마늘, 참기름, 설탕, 간장을 섞어 반죽한 것을 바른 다음 돌돌 말아 실로 꽁꽁 묶어서 찜통에 쪄냈다. 울릉도에서는 오징어 내장탕뿐만 아니라 오징어의 살과 야채를 넣고 끓인 국도 있다. 오징어국은 생오징어와 마른오징어 모두가 사용된다. 오징어 내장이 주로 국 끓이는 재료로 이용된 것은 몸통은 상품으로 팔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유가 있는 집은 오징어 몸통으로도 국을 끓였다. 울릉도 뿐만 아니라 내륙에서도 옛날부터 건오징어와 생오징어 모두 국으로 끓여 먹었다. 그래서 1809년 빙허각 이씨가 쓴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말린 오징어는 물에 불려 썰어 닭 속에 깻국을 탕하여 잣 띄워 여름에 쓰면 먹음직스럽다”고 건오징어 요리법을 소개한다. △ 1830년대 농정회요에도 오징어 요리 기록 있어 1830년대에 최한기가 편찬한 ‘농정회요農政會要’에도 “오징어의 흰 살점을 썰어 볶아 국을 만든다. 달궈진 솥에 기름과 술을 두르고 오징어를 재빨리 볶아 5~6할 가량 익혀낸다. 기름, 간장, 물과 재료를 솥에 넣고 끓어오르면 오징어를 넣고 조금 더 끓인다. 역시 참깨즙을 뿌려 올린다”고 기록되어 있다. 오징어국은 먼저 적당한 양의 물에 무를 넣어 끓인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넓적하게 자른 오징어를 넣는다. 거기에 콩나물, 매운 생고추, 마늘 등 갖은 양념을 하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기호에 따라 고춧가루를 넣기도 한다. 울릉도 토속 오징어 요리 중에는 누구나 좋아할 만한 오징어 잡채도 있다. 내륙에서는 잡채를 만들 때 고명으로 고기를 넣고 만들지만 울릉도에서는 홍합이나 오징어 등 해산물을 이용했다. 그중 가장 흔하고 대중적이면서 비리지 않은 생선인 오징어를 재료로 만들어 먹었던 것이 오징어 잡채다. 오징어 잡채는 일반적인 잡채 재료에 고기 대신 오징어를 주재료로 하고 홍합을 사용하는 점만 다르다. 오징어 2마리 기준으로 잡채를 할 경우 부재료는 조선 홍합 4개, 당면 200g, 풋고추 4개, 당근 1개, 마늘, 파 약간, 식용유, 간장, 설탕, 깨소금, 참기름 등이다. 더러 부추를 넣기도 한다. 오징어는 껍질을 벗기고 끊는 물에 데쳐 4cm정도 길이로 썬다. 홍합은 어슷하게 저민다. 당면은 삶아둔다. 후라이팬에 파, 마늘을 볶다가 오징어, 홍합과 풋고추, 당근 등 야채를 넣어 함께 볶아낸다. 당면은 따로 볶다가 간을 한 다음 오징어, 홍합, 야채 볶음과 섞은 뒤 깨소금, 참기름을 첨가해 완성한다. 오징어홍합 꼬지도 울릉도만의 특별한 토속 음식인데 오징어와 홍합을 꼬챙이에 끼워 구운 산적이다. 각 지역마다 고기나 홍합, 바지락, 대합 등의 조개나 전복, 소라 등을 대나무 꼬챙이에 꽂아서 굽거나 말려서 먹는 꼬지 요리가 있다. 낙지를 꼬챙이에 말아서 구워 먹는 낙지꾸리도 꼬지 요리의 일종이다. 내륙에서는 주로 고기를 이용하는 반면 해안이나 섬 지방은 해산물을 꼬지 요리에 활용했다. 울릉도에서는 옛날에 흔했던 수산물인 오징어와 토종 홍합을 이용해 꼬지 요리를 만들어 명절이나 제사상에 올렸다. 오징어는 생물을 두툼하게 자르고 홍합은 삶아서 껍질과 알을 분리한 뒤 물기를 뺀다. 대나무 꼬챙이에 오징어와 홍합을 번갈아 끼운다. 꼬지가 만들어지면 후라이팬에 참기름을 살짝 두른 뒤 구워내면 완성된다. 단순해 보이는 오징어 하나에도 이토록 많은 요리가 깃들어 있다. 울릉도가 보전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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