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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현재의 기원을 미래에 놓는 새로운 철학적 접근

오스트리아의 대표 철학자인 아르멘 아바네시안의 ‘미래’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뒤집고 현재의 기원을 미래에 두는 독특한 시각을 제시한 신간 ‘미래의 형이상학’(한울엠플러스)이 출간됐다. 아바네시안은 이 책에서 미래가 우발적이며, 가능성과 필연성의 양태로 이미 현재에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원초적인 과거 역시 우발적인 기원을 허용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미래로부터 현재를 바라보며 문제를 파악하고 도전하며, 어떤 미래를 실천할지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기후 위기나 난민 위기는 이미 도래한 미래로서, 인류의 생존과 새로운 지정학 및 정치 주체의 형성 등 해결책에 대한 구상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아바네시안은 현재의 기술적, 사회적, 정치적 변화 속에서 형이상학이라는 철학의 핵심 분야를 통해 미래를 분석하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사유를 제시한다. 형이상학은 존재, 세계, 지식의 근본을 탐구하는 철학의 한 분야다. 아바네시안은 실체와 우유성, 형상과 질료, 진리, 사변 등 형이상학의 중심 개념들을 동시대인들이 마주치는 다양한 문제들에 접목하여 설명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소셜 미디어, 과학기술, 전쟁, 좌우 갈등, 난민, 기후 위기 등 현대 사회의 주요 이슈들과 이에 대한 형이상학적 사고들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그는 나쁜 형이상학이 항상 나쁜 정치에 봉사한다고 경고하며, 형이상학의 언어를 통해 미래를 분석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철학적 상상력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옮긴이(한정라)는 ‘미래의 형이상학’을 통해 아바네시안이 의미하는 ‘미래’가 미리 정해진 고정된 이상향이 아니라, 허구이기에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며, 예상치 못한 것과 낯선 것에 항상 열려 있는 미래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한, 이 미래는 인식론적으로 계속 탈주하고 형이상학적 사변의 힘으로 끊임없이 구상돼야 하며, 실천을 통해 실재가 되는 허구로서의 미래라고 설명한다. 나아가, 이 미래는 기후, 동물, 해양, 지적 기계와 같은 비인간 행위자들뿐만 아니라, 비가시적인 난민들, 아직 존재하지 않은 후손들, 우리에게 낯설게 다가오는 것들을 새로운 정치 주체로 참여시키는 미래라고 강조한다. 아바네시안이 제시하는 미래는 다분히 이질적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06

‘민족어의 보석’ 조지훈의 시 29년 만에 전집으로 재출간

“꽃이 지기로소니/바람을 탓하랴//주렴 밖에 성긴 별이/하나둘 스러지고//귀촉도 울음 뒤에/머언 산이 다가서다” - 조지훈 시 ‘낙화’ 부분 ‘지조와 멋의 시인’ 조지훈(1920∼1968)이 남긴 모든 시 작품들을 망라한 전집이 29년 만에 다시 출간됐다. 조지훈은 ‘승무’, ‘낙화’, ‘고풍의상’, ‘바위송’ 등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과 서정을 담은 여러 시를 발표했다. 박목월·박두진과 함께 시집 ‘청록집’을 발표해 ‘청록파’로 불리기도 했다. 출판사 나남이 펴낸 ‘조지훈 시전집’은 1996년 출간된 ‘조지훈 시 전집’의 30주년, 2000년 제정된 지훈상 25주년을 앞두고 조지훈 시를 온전히 한자리에 모은 신간이다. 시집은 1996년의 ‘조지훈 전집’을 기반으로 조지훈의 모든 시 작품들만을 새롭게 한 권에 엮은 전집이다. 이번 전집은 시집과 발표지 원본, 시인이 남긴 육필원고를 검토해 시의 정본을 만들고, 기존의 한자 표기도 한글로 바꿨다. 지훈상 운영위원장이자 박목월, 윤동주, 이육사 시인의 시집을 엮었던 이남호 고려대 교수의 책임 편집 하에 오늘날의 어법을 존중하면서도 조지훈만의 시적 언어를 보존하고자 했다. 뿐만 아니라, 조지훈이 생전에 시에 대한 자신의 이론과 감상을 담은 글인 시론 ‘나의 시의 편력’과 새로이 만든 시 연보 등도 수록했다. 한편 조지훈 시인은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아버지다. 경북 영양 출신인 조지훈(1920 ~1968)은 한국 현대시의 주류를 완성함으로써 20세기 전반기와 후반기의 한국 문학사에 연속성을 부여해 준 큰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박두진, 박목월 시인과의 3인합동 시집 ‘청록집’을 포함해 총 5권의 시집을 출간했고, 시론집 ‘시의 원리’, 수필집 ‘지조론’ 등을 펴냈다. 그가 남긴 시집들은 모두 민족어의 보석으로 평가되며, 전통적인 운율과 선의 미학을 현대적인 방법으로 결합한 것이 조지훈 시의 특색이다. 현대의 선비였던 조지훈은 진리와 허위, 정의와 불의를 준엄하게 판별하고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엄격하게 구별했다. 특히 1960년에는 잡지 ‘새벽’에 ‘지조론’이라는 논설을 발표해 당시 정권을 준엄하게 꾸짖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지훈 시인은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애수를 바탕으로 우리 민족의 전통과 자연에 대한 서정을 그려냈다. 또한 혼란의 시대에는 첨예한 언어로 현실을 직시하며 역사 속 상실과 고뇌를 생생히 기록했다. 본명은 조동탁(趙東卓)이며 1920년 경북 영양에서 태어났다. 1939년과 1940년에 ‘문장’지의 추천을 받아 등단했다. 혜화전문학교(현 동국대학교)를 졸업한 후, 월정사 불교강원 강사를 지냈으며 조선어학회 ‘조선말 큰 사전’ 편찬 위원으로도 일했다. 1948년부터 고려대 문과대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종군 문인으로서 6·25 전쟁을 겪었다. 이후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 초대 소장으로 국학 연구의 기틀을 마련하고 ‘한용운 전집’ 간행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다양한 저술 및 편찬 활동을 펼쳤다. 조지훈 시인은 한국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로 평가받으며, 그의 시와 수필은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윤희정기자

2025-03-05

해양과학기술 연구 성과와 역사 한눈에 본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원장 이희승·KIOST)과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원장 허은)이 공동으로 ‘한국해양과학문화사대계’(바다위원정원)를 출간했다. 이 책은 우리나라 해양과학의 연구 성과와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학술총서로, 전 10권 중 첫 번째 권인 ‘총론: 한국해양과학문화의 현재와 미래’사진가 먼저 출간됐다. 이번에 출간된 ‘총론’에서는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강정극 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 김웅서 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 고철환 서울대 명예교수, 장순근 극지연구소 명예연구원, 장창익 부경대 명예교수, 이형대 고려대 교수 등 국내 최고의 해양 전문가들이 참여해 해양의 미래, 해양 진출, 해양과학과 기술, 해양자원, 해양환경, 해양영토와 해양정책, 해양산업, 어업과 수산, 해양과 민족문화, 해양사, 해양법, 해양교육과 진로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특히, 이 책은 해양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자연과학과 응용과학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해양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한국해양과학문화사대계’는 KIOST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으며, 앞으로 3년간 해양자원, 해양사, 해양문화, 해양개척, 해양공학, 해양환경, 해운항만, 어업·수산, 해양정책과 관리 등 9개 분야를 순차적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이 책은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따른 ‘통합해양’ 선택과목과 개정 교육과정 진로선택 과목인 ‘해양문화와 기술’의 내실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해양학 및 인문사회과학 등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유용한 참고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한국해양과학문화사대계’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희승 원장은 발간사에서 “오늘날 해양은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환경정의 등 지구촌의 실존적 위협 문제의 중심에 있다. 하지만 해양에 대한 우리의 성찰적 인식과 대중적 관심은 부족하며, 어렵게 얻은 해양 관련 성과도 대중에게 쉽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 KIOST 창립 50주년을 맞아, 두 기관이 해양과학과 해양문화를 아우르는 역사적인 학술총서를 발간하게 됐다”라며 “이번 작업은 해양과학기술의 성과와 그 문화적 역량을 되새기며, 국가의 해양정책 수립과 실행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KIOST는 ‘한국해양과학문화사’를 집대성하기 위해 올해부터 3년에 걸쳐 해양자원, 해양사, 해양문화, 해양개척, 해양공학, 해양환경, 해운항만, 어업·수산, 해양정책과 관리 등 9개 세부 분야를 발간할 계획이다. /윤희정기자

2025-02-27

슬픔과 허무함에 흔들리는 당신에게…

포항에서 활동 중인 중진 작가인 서숙희(서빈) 시조 시인과 신국향(국향) 화가가 그림에세이집 ‘꽃을 놓고 돌을 쥐다’(도서출판 득수·사진)를 출간했다. 두 작가는 예술적 관능미와 날카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수식어 같은 이름을 지우고 서빈, 국향이라는 예명으로 책을 출간했다. ‘꽃을 놓고 돌을 쥐다’에서 글을 쓴 시인 서빈은 인생 2회차를 사는 이처럼 삶에 관조적이다. 그의 글은 몸부림치듯 현란하기보다는 솔직하며, 독자로 하여금 너무 아파서, 너무 아려서 다음 행간으로 건너가지 못하게 한다. 거기 밑줄을 그으며 오래 생각에 잠기게 하며, 맑은 눈물을 그 문장에 바치고 싶은 밤을 만나게 된다. 또한 이 책을 펼치는 순간 화가 국향의 물감 냄새와 섬세한 붓질로 마음까지 채색된다. 그의 그림에는 일상에서 한 번쯤 마주쳤을 것 같은 흔한 여자도 있고 살면서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굵은 감정선들이 난립해있다. 도서출판 득수 측은 “2024년 문학기반시설 상주작가지원사업을 통해 책방 수북의 상주작가로 선정됐던 서숙희 시인이 8달 동안 책방에 있으면서 집필한 결과물이다.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독자들은 살면서 겪은 다양한 슬픔과 그리움, 운명에 관한 단편적 기억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감정의 기복을 아름답게 타 넘을 것이고 그렇게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 알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그림에세이집은 1부 가지런한 슬픔을 보았다, 2부 하루를 백 년처럼 떠돌다가 신발도 없이, 3부 운명이라는 말을 더듬어 볼 때가 있다 등 총 3부로 구성됐으며 52편의 글과 35점의 그림을 담았다. “아득히 다 흘러간 줄 알았던 지난날이/가시 같은 아픔으로 되돌아와 그게 사람의 일이라고 너는/내게 가만히 속살댄다.”(p.14) “너무 아파서, 너무 아려서 다음 행간으로 건너가지 못하게 하는 문장./거기 밑줄을 그으며 오래 생각에 잠기게 하는,/맑은 눈물을 그 문장에 바치고 싶은 밤이 있다.”(p.84) 서숙희 시인은 1992년 매일신문과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고, 1996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소설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첫 시조집 ‘아득한 중심’부터 작년에 출간된 ‘빈’까지 모두 여섯 권의 시조집을 출간했으며 백수문학상, 김상옥시조문학상, 애린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신국향 작가는 영남대학교 대학원 한국회화과를 졸업했으며 오랫동안 순지에 먹과 색채를 사용해서 현실과 이상향의 중간을 찾기 위해 끈질기게 작업하고 있다. 지금까지 11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서울 대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광개토왕 미술대전 최우수상 수상, 포항 불빛미술대전 등 다수 수상했다. 경상북도 도청 안민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28일까지 갤러리 수북에서 출간기념 원화 전시를 만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27

탈북작가 공동 창작집 ‘사람이 운다’ 출간

탈북작가 공동 창작집 ‘사람이 운다’(예옥)가 출간됐다. 이 책은 북한 현실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넓히고, 탈북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자 서울대 국문과 방민호 교수가 2016년부터 추진한‘남북 작가 공동 창작집’, ‘탈북작가 공동 창작집’ 출간 작업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이번 창작집은 (재)통일과 나눔의 후원을 받아 기획됐으며,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김정애, 김유경, 도명학, 설송아, 송시연, 위영금, 이지명 작가 등 7명이 참여해 소설 7편, 시 10편 등 총 17편의 작품을 수록했다. 작품들은 탈북 이전 북한에서의 삶과 탈북 과정, 그리고 한국 정착 이후의 생활 전반을 다루며, 보편적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특히 이번 작품들은 사랑과 배신, 체제와 예술, 자유와 억압이 교차하는 인간의 갈등과 선택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김정애 작가의 ‘나비’는 고난의 행군 시기, 극심한 기근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비와 곤충을 먹으며 연명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다. 도명학 작가의 ‘여행자 집결소’는 길주군의 악명 높은 집결소에서 벌어지는 부조리와 강제노동,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을 리얼하게 묘사한다. 송시연 작가의 ‘사람이 운다’는 북한의 정치적 숙청과 연좌제로 인해 한 가정이 겪는 비극을 조명하며, 이지명 작가의 ‘배신’은 세 남녀의 얽힌 인연을 통해 사랑과 배신, 기다림과 현실, 그리고 인간관계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김유경 작가의 ‘마지막 쇼’는 예술을 향한 갈망을 끝까지 놓지 않은 성악가가 마지막 공연에서 최후를 맞이하기까지의 비극적인 운명을 조망한다. 설송아 작가의 ‘내 사랑은 강남스타일’에서는 학생들에게 한국 춤을 가르치다 체포당한 한 여인이 자신을 심문하는 공안조사관이 된 과거 연인과 재회하여 겪은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젊은 세대가 겪는 문화적 갈망과 체제의 억압, 그리고 사랑과 자유를 향한 용기 있는 선택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위영금 시인의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에는 분단으로 인해 생이별을 겪은 이들의 슬픔과 재회에 대한 간절한 바람과 같은 길고도 복잡한 마음이, 간명하게 압축된 시어들을 통해 제시되는 독특한 미학이 드러난다. 예옥 관계자는 “탈북작가들의 생생한 경험담과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보다 입체적인 ‘탈북민’이라는 존재를 만날 수 있다. 또한, 탈북작가들의 언어적 자원을 통해 변화하는 북한 사회의 현재적 상황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며 “그들의 서사는 보편적인 인간의 삶과 가치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26

사랑과 고통, 삶에 대한 두 철학자의 대답은

최근 한국에서는 열풍이라 불릴 만큼 쇼펜하우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니체 역시 서양 철학자 중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사랑받는 인물이다. ‘쇼펜하우어가 묻고 니체가 답하다’(21세기북스)는 고통의 문제와 직접 대결한 두 철학자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사상과 통찰을 체계적으로 보여준다. 그동안 철학자의 저서는 주로 명언을 모아 전달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신간은 잘못된 해석을 거부하고 두 철학자의 철학을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룬다. 쇼펜하우어가 당대 지식 체계를 거부하며 자신의 염세주의를 어떻게 주장했는지, 니체가 100년의 시간차에도 불구하고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시켰는지 정확하게 짚어낸다. 저자인 크리스토퍼 재너웨이 영국 사우샘프턴대 철학과 교수는 이 책에서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철학이 그동안 너무 쉽게 다가온 것은 누군가 그들의 사유를 납작하게 찍어 눌러 판매하기 쉽게 만든 결과라고 말한다. 그는 니체가 쇼펜하우어와 타협했던 문제들, 예컨대 신의 죽음, 존재의 의미, 고통, 연민, 의지, 기독교적 가치, 삶의 긍정이나 부정 등이 니체 철학에서 가장 성과 있고 핵심적인 측면이자, 철학사에서 쇼펜하우어가 가장 강력하게 참여하는 영역이라고 설명한다. 박찬국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이 책이 듣기 좋은 문장만 추려 전달하는 책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유의지, 사랑, 고통의 의미 등에 대한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답이 이 책에 수록돼 있다. 독자는 이에 동의하거나 반대하고, 반대한다면 어떤 근거로 반대할지 생각하게 된다. 저자 크리스토퍼 재너웨이는 쇼펜하우어와 니체에 정통한 영국의 철학자로서 이들에 관한 연구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명성을 갖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두 사상가를 한데 묶어 논하는데, 이는 니체가 쇼펜하우어와 타협해야 했던 문제들이 니체 철학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철학사에서 쇼펜하우어가 가장 강력하게 참여하는 영역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책은 쇼펜하우어 철학 전체의 중심 개념인 ‘의지’의 다양한 측면을 조명한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행복이 좌절되거나 실현 불가능해지는 많은 상황을 묘사하며, 의지가 우리의 의식적인 삶에 침투해 훼방을 놓는다고 주장한다. 우리에게는 오직 관점적인 앎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철학이 단순히 학문적 연구 대상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불안과 위기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철학자의 유명한 문장만을 나열하는 오류를 범하기 쉬운 기존의 철학 도서들의 방식에서 벗어나 체계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또한 철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념을 풀어서 설명한다. 특히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와 니체의 실천적 철학을 단순히 대립적인 개념으로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두 철학자가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보완하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한다. 쇼펜하우어가 인간의 욕망과 고통을 냉철하게 분석했다면, 니체는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저자는 이런 분석을 통해 철학이 단순히 비관적이거나 낙관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하고 사유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쇼펜하우어와 니체라는 두 사상가를 한데 묶어 논하는 것은 니체가 쇼펜하우어와 타협해야 했던 문제들, 즉 신의 죽음, 존재의 의미, 고통, 연민, 의지, 기독교적 가치, 삶의 긍정이나 부정 등이 니체 철학에서 가장 성과 있고 핵심적인 측면이자, 철학사에서 쇼펜하우어가 가장 강력하게 참여하는 영역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P. 14)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20

스타트업 흥망성쇠 ‘인간관계’에 달렸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성공 여부는 기술, 시장 적합성, 자본이라는 3가지 요소에 따라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버드 경영대학원과 매킨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65%는 인간관계 때문에 실패한다. 사람 간의 문제는 신제품 개발이나 자본 유치가 시급하다는 이유로 뒷전에 물러나 있다가 서서히 조직을 갉아 먹곤 한다. 문제가 눈에 보일 정도로 커졌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모닥불 타임’(원제: The Bonfire Moment·김영사)의 저자 마틴 곤잘레스와 조시 옐린은 구글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구글 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의 책임자로서 전 세계 수많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강의와 코칭을 진행해왔다. 책은 9년 동안 70여 개국의 스타트업 팀에서 실행하고 입증한 1일 워크숍 ‘모닥불 타임’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마틴 곤잘레스는 구글 ‘유능한 창업자 프로젝트(Effective Founders Project)’의 창시자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성공하는 이유를 밝히고 그 성공 공식을 전 세계에 알렸다. 70여 개국에서 수천 명의 기술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리더십을 가르쳤으며 현재 구글에서 조직 및 인재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경영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며, 2024년 세계 최고의 경영사상가 50인에게 부여하는 상인 Thinkers50 Radar Award를 수상했다. 조시 옐린은 구글 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의 공동 창립자. 구글 액셀러레이터 팀에서 근무하는 동안 전 세계 300개 이상의 스타트업과 긴밀히 협력하며 구글 액셀러레이터가 글로벌 8개 지점으로 확장하는 데 일조했다. 세계 최고의 스타트업 사이에서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하고, 2015년 마틴과 함께 구글의 ‘유능한 창업자 프로젝트’를 출범시키며 팀 내 인간관계 개선을 위한 1일 워크숍 ‘모닥불 타임(Bonfire Moment)’을 개발했다. 현재 구글 딥마인드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능력은 있지만 독단적인 리더, 포용력은 있지만 결단력이 없는 리더 둘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흥미롭게도 대부분의 사람은 전자의 리더를 채용하고 싶어 하는 반면, 후자의 리더 밑에서 일하고자 한다. 이 역설은 인간관계가 얼마나 복잡한 문제인지 보여준다. 이 책은 1부에서 조직이 겪는 인간관계의 함정을 4가지로 분류해 사람 문제가 얼마나 일반적인지를 설명한다. 대표적인 인간관계의 4가지 함정은 인간관계가 더 긴급해 보이는 다른 문제에 밀려버린다는 속도의 함정, 집단사고로 인한 이너서클의 함정, 위계질서 등 기존 관행을 지나치게 무시하는 이단아적 마음가짐의 함정, 창업자의 자신감이 지나치게 많거나 부족하거나 혹은 양쪽을 오가며 생기는 자신감의 함정을 일컫는다. 두 저자가 이러한 인간관계의 문제를 극복하고자 개발한 것이 ‘모닥불 타임’이라는 워크숍이다. 2부부터는 모닥불 타임의 실제 프로세스를 구체적으로 다룬다. 모닥불 타임의 핵심은 하루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팀원들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전체 일정은 4타임으로 나뉘며, 현실 인식에서 문제 해결로 나아간다. △1타임: 냉엄한 현실을 직시한다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다. 모든 참가자는 자기 평가를 시작하고, 다른 리더들의 데이터와 비교하여 자신의 성과를 측정한다. 마지막으로 동료 코칭을 통해 문제의 해결책을 논의한다. △2타임: 숨겨진 역학을 인식한다 팀원들의 개인적 동기, 업무 스타일, 기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다. 각자 자신의 사용설명서와 같은 유저 가이드를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로 간의 공통점을 찾는다. △3타임: 가면을 벗는다 하루 중 가장 꾸밈없고 거침없는 시간이다. ‘가식 고백 모임’이라 불리는 주요 활동을 통해 각자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그간 숨겨왔던 자기 회의와 불만을 드러낸다. △4타임: 암묵적 문제를 해결한다 공통의 해결책을 만드는 시간이다. 스타트업이 흔히 직면하는 갈등의 20가지 요인을 살펴보고 팀에서 즉시 대처해야 할 3가지 문제를 투표로 선정한 후,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다. 모닥불 타임은 리더로서, 또는 팀원으로서 숨기고 있던 불만과 어려움을 토로하고 해결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한 번의 워크숍으로 모든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 책은 워크숍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는 물론 모닥불 타임을 이상적인 루틴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까지 제시한다. 어떤 조직도 인간관계 문제를 피해갈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미뤄두지 말고 바로 해결하려는 노력이다. 이 책은 우리가 간과하고 있던 조직 내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밝혀내고 효과가 입증된 워크숍을 통해 실제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리더를 위한 지침서다. “겸손한 리더와 자신감이 과하고 나르시시스트적 성향이 강한 리더를 비교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겸손한 리더들이 성과 면에서 명확한 우위를 보였다. 그들의 팀은 보다 협력적이고, 정보 공유에 한층 적극적이었다. 또한 공동 결정을 좀 더 잘 내렸고, 개인적 성공보다 집단적 성공에 열성적이었다. 다른 한편, 겸손과 높은 자신감을 겸비한 리더는 겸손하지만 자신감이 부족한 리더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188, 189p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20

장은재 작가 시·수필집 ‘綠花, 푸른 꽃’

본지에 ‘명품 노거수와 숲 탐방’을 연재하고 있는 장은재 작가가 자연과 생명의 조화를 노래하는 시수필집을 출간하며 독자들과 새롭게 만났다. 수헌(須軒) 장은재의 신간 ‘綠花(녹화), 푸른 꽃’은 이전 책 ‘노거수 물음에 답하다’의 후속편 격이다. 나무와 숲, 산과 생명의 터전인 자연을 노래하며, 그 속에서 인간이 공존해야 할 가치와 의미를 탐색하는 ‘산림문학’ 작품으로 읽힌다. 장 작가는 이학 박사이자 수필가로 자연과 환경을 오랫동안 연구하고 탐방하며 얻은 통찰을 다양한 저서와 신문 연재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해왔다. 본지에 ‘명품 노거수와 숲 탐방’을 연재하고 있는 장은재 작가. 이번 신간은 그의 여섯 번째 시수필집으로, 나무, 숲, 산, 생명, 자연이라는 다섯 개의 주제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글에는 저자가 직접 경험한 자연의 모습과 그 속에서 깨달은 삶의 철학이 녹아있다. 나무 한 그루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숲과 산을 지나, 생명과 자연이라는 커다란 순환으로 이어지며, 독자들에게 자연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우리 삶의 본질적 터전임을 일깨운다. 특히, 이번 책에는 관련 사진과 음악 QR코드가 삽입돼 있어 독자들이 글을 읽으며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첫 번째 장인 ‘나무’ 편에서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의 선율이 소개되며, 독자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장은재 작가는 “자연은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우리가 자연을 이해하고 보호할 때 비로소 더 나은 미래가 가능하다”며 “이번 책을 통해 독자들이 자연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생태 보전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2-18

‘아는 만큼 보인다’ 이창민 교수의 도시사용설명서

유명 관광지 앞에서 인증 사진만 얼른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도장 깨기식 관광의 시대가 지나간 지 한참이다. 이제 사람들은 알려지지 않은 작은 미술관에서 호젓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낯선 도시의 특색 있는 이벤트에 적극 참여하기도 하며 자신만의 여행을 만들어 간다. 30여 년 동안 70개국 이상, 270여 도시를 방문하고 경험하고 연구한 이창민 유럽도시문화공유연구소장이 밀도 높은 도시 이야기를 열 권의 책으로 정리한 ‘도시의 얼굴’ 시리즈(도서출판 비엠케이)를 출간했다. ‘도시의 얼굴’ 시리즈는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도시를 다시 한번 주목하게 만드는 책으로, 다양한 해외 도시 경험을 가진 저자가 각 도시의 다양한 면모를 다각도로 조명하고 그 도시만의 고유한 얼굴을 보여준다. 시리즈는 뉴욕, 파리, 런던, 도쿄, 샌프란시스코, 베를린·함부르크, 밀라노·베네치아, 암스테르담·로테르담 그리고 스위스, 스코틀랜드를 각각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단순한 관광을 넘어 도시의 다양한 이면을 보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어떤 책에서도 만날 수 없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저자인 이창민 소장은 30년 넘게 세계 여러나라 도시들의 개발 및 재생 사례를 면밀히 조사하며 도시 경제와 부동산 분야를 연구해 왔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도시가 처음 태동한 이래 현재 모습을 갖기까지의 역사를 간략하고 알기 쉽게 정리했으며, 문학과 예술, 음식과 패션 등 도시가 만들어 온 문화를 소개한다. 또한, 도시의 모습과 성격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켜 온 주요 랜드마크와 한 번은 꼭 방문하기를 추천하는 명소를 조목조목 짚어준다. 주요 백화점과 쇼핑센터의 특징을 정리하고 도움이 될 만한 쇼핑 팁도 추가했다. △ 도시의 역사, 경제, 문화, 랜드마크, 주요 명소, 쇼핑 스토리까지 한 권에 담다 한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담았다. 먼저 도시가 속한 국가의 간략한 역사와 개황을 살펴보고 행정구역과 경제적, 문화적 특징을 알아본다. 그리고 도시가 처음 태동한 이래 현재 모습을 갖기까지의 역사를 간략하고 알기 쉽게 정리한다. 문학과 예술, 음식과 패션 등 도시가 만들어 온 문화를 소개하고, 도시의 모습과 성격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켜 온 주요 랜드마크와 한 번은 꼭 방문하기를 추천하는 명소를 조목조목 친절하게 짚어 준다. 주요 백화점과 쇼핑센터의 특징을 정리하고 도움이 될 만한 쇼핑 팁도 추가했다. △ 도시재생과 개발의 역사를 상세하게 서술한 획기적인 책 1600년대 네덜란드가 아메리카 원주민으로부터 사들인 땅 맨해튼은 뉴 암스테르담으로 불렸으나 이후 영국에 흡수돼 오늘날의 뉴욕이 됐다. 뉴욕은 빠르게 발전을 거듭하며 남북으로 12개의 애비뉴와 동서로 155개의 스트리트로 구성된 격자형 도시 블록인 그리드 시스템을 갖추게 됐고, 용도지역 지구제인 조닝 코드 등을 통해 개발의 폭을 넓혔다. 뉴욕의 도시재생과 개발의 역사를 상세하게 서술한 책은 이 책이 유일하다. 저자는 이외에도 런던의 ‘런던 플랜 2021’, 파리의 ‘일드 프랑스 2030’, 도쿄의 최신 복합 개발 프로젝트, 밀라노 2030 PGT까지 각 도시가 최근 거쳐 왔거나 진행 중인 주요 개발 프로젝트를 상세하게 기록했다. △ 여행이 교양이 되도록 각종 미디어 매체의 발달 덕분에 수많은 자료를 앉은 자리에서 취합할 수 있는 시대다. 동시에 정보를 잘 모으는 것보다 잘 버리고 고르는 것이 미덕이 됐다.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이야기를 엮을 것이냐가 중요한 이유다. ‘도시의 얼굴’ 시리즈는 철학과 중심을 가지고 잘 정리한 정보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 준다. 도시를 방문하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을 미리 알아 두고, 도시를 방문해서 반드시 봐야 할 것을 보고 온다면 여행은 책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가르쳐 줄 것이다. △화려한 이미지가 담긴 간편한 핸디북 책에는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 도시에서 보내는 저자가 직접 찍은 생생한 사진을 보기 좋게 배치했다. 또한 적절한 인포그래픽을 사용해서 각 나라와 도시를 한눈에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책의 크기 역시 여행할 때 들고 다니기에 부담 없는 고려했다. 해외여행을 할 때 가까운 곳에 두고 수시로 펼쳐 본다면 즐거운 여행길을 함께하는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해 줄 것이다. 이창민 소장은 도시 개발 및 재생 연구자이자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최고경영자과정(ARP)과 차세대 디벨로퍼 과정(ARPY) 주임교수다. 그동안 ‘스토리텔링을 통한 공간의 가치’, ‘도시의 얼굴’, ‘사유하는 스위스’, ‘해외 인턴 어디까지 알고 있니’ 등을 집필했다. 현재 (사)공공협력원재단 원장과 이창민유럽도시문화공유연구소를 운영하며 지속 가능한 지역 개발, 글로벌 인재 양성, 나눔 실천,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17

치밀한 고증으로 그려낸 연암 박지원의 마지막 생애

조선시대 후기 실학자이자 ‘열하일기’와 ‘허생전’의 저자로 유명한 연암 박지원(1737∼1805)의 마지막 생애와 그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역사소설 ‘안의, 별사’(파람북)가 출간됐다. 이 소설은 ‘안의에서 이별하는 이야기’라는 뜻으로, 연암이 1792년부터 4년 2개월 동안 안의현(현재의 경남 함양군 안의면) 현감을 지냈던 시기를 배경으로, 가상의 여성 이은용과의 만남과 이별을 그린다. 연암은 아내와 사별한 후였고, 이은용은 결혼한 지 2년 만에 남편과 사별해 수절하는 여성으로 그려진다. 작품은 두 주인공이 번갈아 화자가 돼 이야기를 서술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소설은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에 맞게 두 사람의 관계나 애정을 자극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대신,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만 간직한 채 이별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제목 ‘별사’(헤어지는 이야기)의 의미를 잘 살린다. 저자인 정길연 작가는 연암이 쓴 글과 연암에 대한 연구서들을 찾아 읽다가 소설을 구상했으며, 8년 만에 집필을 끝냈다고 밝혔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연암에 대한 일종의 연모의 정으로부터 시작되고 마무리된 작품”이라며 “위대한 문사에 대한 거대한 사심으로 올곧게 집요하지만, 플롯을 쌓아 올리면서는 치밀한 문헌 고증으로 객관성을 놓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소설은 연암의 혁신과 애민 정신, 절제와 수양의 자세를 치밀한 문헌 고증을 통해 객관적으로 묘사하면서도,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철학적인 고민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특히, 불의하고 무도한 시대에 맞서는 그의 도저하고 돌올한 정신이 오늘날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땅덩어리가 참말 둥글다면 이 강물도 공처럼 굴러 굴러 한곳에 가 모이지 않을까요. 엉터리없는 말인 줄 알지만, 그렇게 믿으면 그런 것이지요. 음양의 인연만 인연이겠는지요. (중략) 저 글씨들처럼 이전의 저를 지우려 합니다. 비웠으니, 비었으니, 다시금 새로이 채우며 살아갈 수 있지 않겠는지요. 그리하려고요. 모쪼록 그리하려고요.”(559쪽) 연암이 말년에 안의현에 부임했다는 사실은 그의 대표작들에 비하면 덜 알려져 있다. 연암의 비분강개함과 우울증 역시 그의 골계와 정신에 비하면 덜 알려진 개성이다. 조선 후기 사회의 한계에 대한 연암의 절망감을 차분히 파헤치면서도, 그가 남긴 안의현에서의 선정을 빠짐없이 디테일하게 조명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13

광복 80주년 맞아 되새기는 ‘신채호 정신’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역사학자, 언론인인 단재 신채호(1880∼1936)의 삶과 사상을 다룬 실록 소설 ‘네 칼이 센가 내 칼이 센가’(달빛서가)가 출간됐다. 이 책은 90%의 사실과 10%의 허구를 섞어 신채호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저자인 역사학자이자 전 독립기념관장 김삼웅 박사는 2005년 ‘단재 신채호 평전’, 1995년 아홉 권짜리 ‘단재 신채호 전집’을 펴냈지만, 여전히 담지 못한 사연을 다루고 싶어 소설을 집필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러시아, 만주, 중국, 대만을 거치는 긴 망명 기간과 8년여의 혹독한 감옥살이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특히, 을사늑약 체결 당시의 울분부터 조선 민중 계몽을 위한 언론 활동, 망명 이후 중국과 러시아, 만주 등지에서 전개한 독립운동까지 신채호의 중요한 사건들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신채호는 독립운동가이자 역사가이지만 투철한 언론인이기도 했다. 그의 글은 오늘날에도 사회적 부조리와 지식인의 역할을 돌아보게 하며, 역사의식을 북돋우고 현대 사회의 지식인과 언론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출간된 이 책은 신채호가 추구했던 ‘진리’와 ‘진실’의 가치를 일깨운다. 신채호의 선비정신이 무엇인지를 생생하게 깨닫게 하면서 단재 정신이 왜 필요한지, 왜 시대정신이 돼야 하는지를 각인 시킨다. 신채호가 쓴 소설 ‘꿈하늘’의 한 부분을 제목으로 가져온 이 책은 신채호의 삶을 대부분 사실에 근거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소설 속 그의 삶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극적이다. 신채호가 대한매일신보 주필로 있을 때 안중근을 구출하려 했다는 이야기는 저자의 바람을 담은 허구다. 저자는 “한 개인의 역량으로는 도저히 버티기조차 힘겨웠던 망국의 시대에,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청고한 기품과 만고의 기상을 지녔던 단재 선생의 선비정신의 근원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것이 “이 실록 소설이 찾고자 하는 방향이고 목적지”라고 말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13

‘신서정파’ 장석남 시인의 ‘벼락 같은 울림’

섬세한 감성과 감각적인 시어로 서정시의 지평을 넓혀온 장석남(60·한양여대 교수) 시인의 아홉 번째 신작 시집 ‘내가 사랑한 거짓말’(창비)이 출간됐다. 지난 2017년 편운문학상·지훈상·우현예술상 수상작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 이후 8년 만이다. 이번 시집에서는 오랜 정진을 통해 도달한 시경(詩境)을 활달하게 전개하는 원숙함과 깊고 투명한 철학적 사유가 빛나는 74편의 시를 선보인다. 198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장 시인은 그동안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 주요 시문학상을 받으며 주목받아왔다. 전통 서정에 바탕을 두면서도 참신한 감각을 빚어내는 ‘신서정파’의 대표 시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시집에서는 자연을 향한 진득한 응시가 자아와 본연의 인간에 대한 웅숭깊은 탐색으로 아득하게 이어진다. 작금의 현실을 예견한 듯한 풍자와 알레고리가 서정에 바탕을 둔 시인의 고유한 개성과 정교하게 맞물려 독자들에게 벼락같은 울림을 선사한다. 자연과 교감하는 아름다운 서정의 풍경을 그려내는 장석남의 시는 이제 무심지경에 이른 듯하다. “삼월 마지막 날이 사월 첫날을 맞아들이는 듯한 순전한”(‘느티’) 마음이 피어나고, 아침 해가 “굶주린 호랑이처럼 쏟아져 들”(‘대숲 아침 해’)어오는 고즈넉한 풍경 속에는 생명의 신운(神韻)이 생동한다. 시인의 시선에 담긴 풍경은 ‘물에 심은 노래’처럼 은은하고 아름답다. ‘언덕’과 ‘느티’, 그리고 ‘노을’을 비롯한 1부의 시에는 오랜 사유 속에서 찬란하게 영근 시인의 사유가 편편이 녹아 있다. 한편, 시인은 또 “살아온 내력의 울음 섞인 이야기”(‘느티’)를 담담하게 노래한다. 세대를 아우르는 기억과 해후하며 삶의 이력을 곰곰이 되짚는 이러한 시편들에서 과거와 현재가 맞닿는 순간을 감각적으로 포착해낸 시인의 미학적 성취가 눈부시다. 이번 시집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오늘날의 현실을 내다본 듯한 날선 현실 인식과 예리한 풍자가 돋보이는 ‘정치시’다. “유골함을 받아 안듯/오는, 봄/이 언짢은 온기로 시작하는 ‘서울, 2023, 봄’은 시참(詩讖)으로 전율이 일 만큼 오싹하다. 진실을 가려내는 법정을 거짓과 조작의 마술을 상연하는 극장에 비유한 ‘마술 극장’ 연작과 가전체를 새로운 시법으로 패러디한 ‘법의 자서전’은 풍자시의 절정을 보여준다. 이득과 기득을 좋아하고 양심 같은 건 우습게 여기는 법부의 허울 좋은 법을 작심하듯 신랄하게 비판한다. 산송장들을 만드느라 관청의 서류마다 죄가 난무하고, 거짓들이 끝도 없이 거짓들을 모으는 부조리한 현실을 직시하며 시인은 “파아란 입술을 달싹”이며 “김수영의 방 말고 혁명”을, “최제우의 개벽 자유 자유 자유”(‘대기실’)를 외친다. 탁월한 서정성을 바탕으로 자아와 인간에 대한 질문을 거듭해온 시인은 이제 현실에 한 걸음 더 다가선다. 폐허가 되어버린 현실에 대한 “의문과 숙제를/평생 풀지 못할까”(‘숙제’) 두려워하면서도 “무섭도록 서러운 노래도 좀 부르면서”, “사람 사는 땅”(‘쾌청’)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사랑이 보이는 그 긴 언덕”(‘언덕’)을 느릿하고 “희끗한 걸음”(‘다시 언덕’)으로 넘어오는 한 사람, 시인의 모습이 숙연하다. 고유한 서정성과 더불어 ‘시’로써 더 나은 현실로 나아가겠다는 시인의 굳건한 믿음이 수 놓인 이번 시집은, 현실에 발 디딘 굳건한 시의 소리에 목마른 독자들의 갈증을 단숨에 해소해줄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13

세상을 설명하는 흥미로운 수학 이야기

신간 ‘수학의 발견 수학의 발명’(베누스)은 수학의 역사와 철학을 아우르며, 일상에서 접하는 수학적 개념을 흥미롭게 풀어내는 책이다. 수학이 발견인지 발명인지, 수학의 본질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수학이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가 되는 이유를 다양한 예시로 설명한다. 저자 앤 루니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뉴넘 칼리지에서 왕립 문학 기금 특별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며, 영국 왕립 문학 기금 수혜 작가이자 영국 학교 도서관 협회 정보 도서상 수상자다. 그는 이 책에서 부제 ‘세상을 설명하는 26가지 수학 이야기’로 고대 수 체계부터 팬데믹 모델링, 외계 생명체와의 교신 가능성, 생일 역설 등 흥미로운 소재를 다룬다. 책은 수학이 어렵고 먼 학문이 아닌, 일상 속 필수 도구임을 일깨우며 수학에 대한 편견을 바꾼다. 독자는 이를 통해 수학적 사고의 힘을 얻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작가는 수학의 원리를 쉽고 생동감 있게 풀어내면서 수학이 우리 일상과 우주를 이해하는 데 어떻게 기여하는지 철학적이고 실질적으로 탐구한다. 바빌로니아인의 60진법 체계부터 팬데믹 확산 분석, 외계 생명체와의 교신 가능성, 생일 역설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수학이 단순한 계산을 넘어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얼마나 유용한지를 보여준다. 1장 ‘수학은 발견되었나, 발명되었나’에서는 수학의 기원에 대한 논쟁을 다룬다. 피타고라스와 플라톤 같은 철학자들은 수학이 인간의 이성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진리라고 본 반면, 수학이 발명됐다고 보는 입장은 수학을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만든 언어로 본다. 이 두 관점은 수학의 현실 세계 적용성을 탐구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6장 ‘바빌로니아인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에서는 바빌로니아의 수 체계인 60진법을 소개한다. 이 수 체계는 오늘날 시간과 각도 단위 체계에 남아 있으며, 우주의 거리를 측정하는 데도 쓰인다. 이를 통해 수학적 상상력이 시간을 초월해 현대 과학 기술에 미친 영향을 탐구한다. 9장 ‘통계는 순 엉터리에 사기일까’에서는 숫자 뒤에 숨은 진실을 파악하는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인지 오류는 통계가 판단을 왜곡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치인, 광고주, 언론인이 통계를 조작하는 방법도 다룬다. 17장 ‘팬데믹, 우리는 이대로 죽는 걸까’에서는 팬데믹의 확산과 종식을 R0(기초감염재생산수) 값의 변화로 분석한다. R0 값은 질병의 전염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개념으로서 전염병의 전파와 대응에 대한 호기심을 풀어준다. 18장 ‘외계 생명체는 과연 존재할까’에서는 드레이크 방정식을 통해 은하계 내 지적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수학적으로 추정한다. 수학이 우주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21장 ‘두 사람이 같은 생일일 확률은 얼마일까’에서는 생일 역설을 통해 직관을 넘어선 확률의 세계를 다룬다. 30명이 있는 공간에서 두 명 이상의 생일이 같을 확률이 50퍼센트를 넘는다는 사실을 통해 확률의 세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하도록 한다. 이 책은 수학의 본질을 탐구하는 동시에 수학적 사고의 세계를 열어준다. 복잡한 원리를 쉽게 이해하도록 풀어내는 저자의 스토리텔링은 수학을 어렵게 느끼는 독자에게도 수학의 매력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2025-02-06

“관찰하고 그리다” 새로운 시각으로 본 자연

생물학자 마거릿 코훈과 환경 예술가 악셀 이월드가 함께 쓴 ‘식물을 보는 새로운 눈’(안그라픽스)은 자연을 관찰하고 그리는 연습을 통해 사계절을 여행하면서, 자연을 보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책이다. 이 책의 장점은 예술과 과학과 철학이 한데 어우러져 있지만, 쉬운 말로 쓰인 글과 일러스트레이션을 함께 엮어 책 속의 여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법’을 익힐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예술에서 과학으로 전환함으로써 또는 과학을 할 때 예술을 사용함으로써’ 식물을 관찰하는 방법을 발전시킨 작가이자 자연과학자였던 괴테의 총체적인 접근 방식을 기반으로 하며, 이를 통해 예술로서의 과학을 실천하는 새로운 방법의 문을 열어주고자 한다. 우리는 서로를 보완하는 두 활동, 즉 자연을 관찰하는 활동과 그리기라는 예술 활동을 통해 사물을 깊이 있게 인식할 수 있다. 책 속에는 식물에 관한 상세한 과학적 사실과 예술적이고 철학적인 통찰을 비롯해 씨앗부터 새싹, 꽃과 열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식물을 아름답게 그린 일러스트레이션이 어우러져 있다. 저자 마거릿 커훈은 이 책의 효용이 ‘적극적인 참여’에 있으며 이 책은 워크북(실습서)임을 밝힌다. 책 곳곳에 식물을 관찰하고 그리는 방법뿐 아니라 흐름꼴이나 빛과 어둠 등을 그리는 방법에 관한 유용한 제안이 있어 독자들은 직접 그리기 연습을 해볼 수 있다. 책의 계절은 감자를 캘 무렵인 늦가을 혹은 초겨울에서 시작하며, 한겨울과 봄과 여름을 지나 탐스럽게 열린 열매를 수확하는 가을로 돌아와 끝난다. 계절의 순서를 따르지만 읽는 순서는 고정돼 있지 않다. 지금 계절에 맞춰서 읽어도 되고, 처음부터 읽은 뒤 지금 계절에 맞는 장으로 돌아와도 된다. 마지막에는 식물표본집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흥미로운 부록과 옮긴이 이정국 번역가의 글이 수록돼 있다. 이 책과 비슷한 과정을 수행한 적 있는 옮긴이는 막연하고 지루한 느낌과 씨름하다가 봉오리가 터진 순간의 충격과 큰 울림을 글로 공유한다. 저자들이 여는 글에서 말한다. “만일 이 책으로 인해 독자들 마음 안에 살아 있는 식물의 세계를 향한 경이로움과 적극적인 관심, 그리고 그 성장과 발전에 창조적으로 참여하는 마음이 생겨난다면, 우리는 새로운 인식 기관을 위한 씨앗, 즉 ‘식물을 보는 새로운 눈’으로 성장할 씨앗 하나를 독자들에게 심었다고 자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06

AI가 탄생하기까지의 다섯 번의 혁신

세계적인 과학자이자 AI 기업가인 맥스 베넷은 인간의 지능 너머 AI가 탄생할 수 있었던 비밀은 인간 계통의 뇌에서 일어난 다섯 번의 혁신에 있다고 말한다. 그의 저서 ‘지능의 기원’(더퀘스트)은 뇌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 인간의 본질을 알고 싶은 사람뿐만 아니라 AI 산업을 이끌어가는 사람과 미래의 변화를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베넷은 인간의 지능이 출현하기까지 그리고 인간이 새로운 지능을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전체를 요약하면 다섯 번의 혁신이 누적된 결과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진화적 관점과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통합해 새로운 통찰을 전하며, 뇌과학의 현주소를 만나는 최적의 안내서로 평가받고 있다. 저자는 최초의 지능이 탄생한 순간부터 인간의 지능이 출현하기까지, 그리고 인간이 새로운 지능을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전체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조종(Steering): 5억5000만 년 전 우리 조상들은 뇌를 갖춘 좌우대칭동물로 바뀌면서 조종을 통한 탐색이라는 혁신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신경학적 변화를 이뤘다. △강화(Reinforcing): 약 5억 년 전 등장한 물고기처럼 생긴 척추동물은 강화학습이 가능해지면서 미래의 보상을 예측하고 호기심이 생겼으며 패턴을 인식할 수 있게 됐다. △시뮬레이션(Simulating): 초기 포유류에서 새롭게 등장한 뇌 구조인 새겉질 중 감각새겉질이 바깥세상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이마엽새겉질이 자기 모델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만든 결과 초기 포유류는 대리 시행착오, 반사실적 학습, 일화기억 등을 통해 포식자를 따돌리며 시뮬레이션을 무기화해갔다. △정신화(Mentalizing): 초기 영장류에게는 마음이론, 모방학습, 미래의 필요예측이라는 큰 세 가지 축이 등장하면서 성공적으로 과일을 채집하면서도 정치공작을 벌이는 능력을 동시에 촉발시켰다. △언어(Language): 초기 인류는 아프리카 사바나 숲이 사라지면서 도구를 만들고, 육식으로 생존하는 생태적 지위로 내몰렸다. 이런 생태적 지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세대를 거쳐 도구 사용법을 정확하게 전파할 수 있어야 했고, 그 결과 원시언어가 등장했다. 이 가능성을 위해 뇌의 오래된 구조물들이 재조정되면서 뒷담화, 이타주의, 처벌의 되먹임고리를 바탕으로 한 퍼펙트 스톰이 야기됐다. 이 다섯 번의 혁신이 이 책을 구성하는 지도이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모험의 이정표 역할을 한다. 각각의 혁신은 뇌가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거나 강력한 되먹임고리에 갇혔던 시기에 등장해 동물들을 새로운 지적 능력의 포트폴리오로 무장시켰다. ‘지능의 기원’은 인간 지능의 진화를 설명할 뿐만 아니라, 미래 인공지능의 발전 방향에 대한 비전도 제시한다. 저자인 베넷은 언어모델들이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받으며 크기를 키워나가더라도, 외부 세계나 마음에 대한 내부 모델을 통합하지 않으면 거대한 언어모델(LLM)이 인간의 지능에 대한 본질적인 무언가를 담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또한, 저자는 AI와 인간의 상호작용이 완전해지면 뇌의 여섯 번째 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인공 초지능’이라고 불리며,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는 디지털 매체에서 새로운 형태의 지능을 창조하는 단계로 발전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공 초지능의 발전 속도와 방향은 기존의 진화 과정과는 다를 것이며, 심지어 기존의 진화체계 자체도 폐기될 가능성이 있다. 즉, 인공 초지능은 기존의 패턴을 뛰어넘는 전혀 새로운 진화를 이뤄낼 것이라는 의미다. /윤희정기자

2025-02-06

짐 로저스가 전하는‘글로벌 투자법’

“지금껏 보지 못했던 최악의 경기 침체에 대비해야 한다.”(짐 로저스) 워렌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자로 손꼽히는 짐 로저스사진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신간 ‘2030년 돈의 세계지도’(알파미디어)를 출간했다. 짐 로저스는 이 책에서 향후 10년간 쇠락할 나라로 한국을 꼽았으며, 성장할 나라로는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을 지목했다. 세계 경제는 지금 대전환기에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미중 무역 갈등, 그리고 오는 20일 트럼프 2기 출범은 이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것이다. 짐 로저스는 이러한 상황에서 10년 넘게 지속된 글로벌 호황이 끝나가며, 최악의 경기 침체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역사적 패턴과 현재의 경제 데이터를 근거로 미국, 일본, EU 같은 전통적 경제 강국의 쇠퇴를 예견하며,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등 새로운 경제 성장 지역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책은 단순한 공포나 경고에 머무르지 않는다. 저자는 각국의 경제적 조건과 지도력, 인구 구성 등을 분석하며 미래를 대비할 구체적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그가 강조하는 생존 방법은 역사를 통해 배우고, 흐름을 읽으며,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짐 로저스에 대한 시각은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그가 지나치게 비관적이며, 또 한물간 인물로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과거 닷컴 버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트럼프 당선 등 그의 예측은 큰 흐름을 읽는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이번 책에서 그는 단순한 투자 전략 제시를 넘어, 세계정세를 통찰하며 돈의 흐름을 읽는 법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그는 역사적 패턴과 현재의 경제 데이터를 근거로 미국, 일본, EU 같은 전통적 경제 강국의 쇠퇴를 예견하며,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등 새로운 경제 성장 지역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10년간 4200%라는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하며 ‘세계 3대 투자자’로 불려온 짐 로저스. 그는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세계를 뒤흔들었던 경제 위기를 정확히 예견해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다. 세계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분쟁 등 혼란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럼에도 짐 로저스는 이 책에서 당황할 필요가 없으며, 역사를 통해 배우고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키우면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짐 로저스는 성장하는 국가들의 공통점으로 일본의 경우처럼 낮은 가격과 극적인 변화를 꼽는다. 차세대 패권국으로는 중국을 꼽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기간 산업인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개방적인 정책으로 관광산업의 중심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또한 우즈베키스탄, 르완다, 베트남, 콜롬비아 등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향후 10년 이내에 저무는 나라로 분류됐다. 하지만 짐 로저스는 남북 사이의 국경이 열리고 통일이 실현되면 한국이 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1-30

급속한 기술 발전에 대처할 교육의 역할은

많은 이들이 현대 경제의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불평등을 꼽는다. 미국의 경우 1980년대 이후 그 이전에 비해 불평등이 심화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난 30~40년간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된 원인은 무엇인가? 202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라우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와 로렌스 카츠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자의 숙련을 중시하는(숙련 수요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숙련 기술 보유자(고학력자)들의 소득 비중이 늘어나고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통념을 반박한다. 이들에 따르면 오히려 숙련 기술 보유자의 공급, 즉 교육 측면이 약화됐던 것이 미국의 불평등 확대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들은 ‘교육과 기술의 경주’(생각의힘)에서 불평등의 장기적인 변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간단하면서도 유용한 ‘교육과 기술의 경주(Race between Education and Technology·RBET)’라는 개념 체계를 제시한다. 이 책의 세 가지 키워드인 기술 변화, 교육, 불평등은 일종의 ‘경주’에서 서로 복잡하게 관련을 맺어왔다. 20세기의 첫 세 분기 동안에는 교육의 진전으로 인한 숙련 노동자의 공급 증가가 기술 변화로 인한 숙련 노동자의 수요 증가를 능가했다. 그리고 실질소득이 증가하는 동시에 불평등은 감소했다. 하지만 20세기의 마지막 20여 년 동안에는 반대의 일이 벌어졌고 불평등이 빠르게 증가했다. 불평등의 급격한 증가는 테크놀로지 요인의 결과라기보다 대체로 교육 성장의 둔화 때문이었다. 이 책 1부 ‘경제성장과 분배’에서는 20세기 미국의 경제성장 배경에 교육을 통한 인적자본 향상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1970년대까지 축소되던 경제 격차는 1980년대부터 확대되기 시작했는데, 이 중 하나의 요인으로 기술혁신 자체의 질이 ‘숙련 편향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2부 ‘교육 대중화를 향한 세 번의 대전환’에서는 미국의 교육 확대가 빠르게 시작된 까닭을 미국 교육 제도를 지탱하는 여섯 가지 미덕으로 설명한다. 이 여섯 가지 미덕은 공적으로 제공되는 교육, 재정적으로 독립적인 수많은 학교 지구, 무상교육, 비종파적인 공교육, 성별에 상관없는 공교육,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시스템으로, 모두 미국 특유의 평등주의적 요소를 담고 있다. 이러한 교육 제도는 미국의 젊은이들이 생애에 걸쳐 직업을 바꿀 수 있게 해주고, 기술 변화에도 빠르게 반응할 수 있게 해줬다. 3부 ‘경주’에서는 교육 확대로 인한 노동력 공급과 기술혁신으로 인한 수요의 속도 경쟁으로 격차의 확대·축소가 일어난다고 지적한다. 1915년부터 2005년 사이 대졸 노동력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했으며, 1915년부터 1980년 사이 대졸 노동력 공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대학의 임금 프리미엄을 낮췄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대졸 노동력의 공급 증가가 크게 둔화되면서 대졸 임금 프리미엄이 증가했고, 이는 교육 확대 둔화로 인한 고학력 노동력의 공급 부족이 격차 확대의 원인임을 시사한다. 저자들은 20세기 초중반까지는 교육 발전이 기술진보에 앞서 있었지만, 20세기 마지막 30년 동안에는 교육의 진전이 기술진보에 뒤처졌다고 지적한다. 이는 자녀의 학력이 부모의 학력을 뛰어넘는 세대 간 학력 상승의 추세가 멈추고, ‘아메리칸드림’의 핵심인 ‘자녀가 부모보다 잘살게 된다’는 전제가 흔들리게 된 원인 중 하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들은 양질의 취학 전 교육 확대, K-12(유치원부터 12학년까지) 단계 교육의 질 향상, 장학금 확충 등을 정책 제언으로 제시한다. 또한, 급속한 기술 발전이 노동의 성격과 일자리 수요를 어떻게 바꿀지, 이에 대처할 수 있는 교육의 역할은 무엇인지 모색하는 데에도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생각의힘 출판사 측은 “한국 역시 불평등과 계층 간 격차 확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교육과 기술의 경주’의 시점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벌어진 경제 불평등의 양상을 설명하는 데에도 유의미하며, 미국을 성장 모델로 삼았던 한국 사회에서의 격차나 교육 문제에도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1-30

세상을 변화시킨 리더들 꼼꼼히 ‘해부’

리더가 역사를 만드는가, 아니면 역사가 리더를 만드는가? 경제가 주저앉았을 때 필요한 리더는 누구인가? 사회를 개혁하려면 기성 권력과 협상해야 하는가, 맞서 싸워야 하는가? 독재자의 폭정에 도전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똑똑했던 리더가 어리석은 무리수를 두는 맥락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역사는 어떤 가르침을 주는가? ‘다시, 리더란 무엇인가’(어크로스)의 저자인 역사학자 모식 템킨은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전 세계의 미래 지도자들을 가르치며 리더십에 관한 핵심적이고 보편적인 질문들을 탐구해왔다. 이 책은 템킨 교수의 하버드 케네디스쿨 강의 ‘역사 속 리더들과 리더십’을 기반으로 쓰였다. 90여 년의 전통을 지닌 하버드 케네디스쿨은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전 총리,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등을 배출한 최고의 공공정책대학원으로 손꼽힌다. ‘다시, 리더란 무엇인가’는 더욱 풍성해진 사고실험과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오늘날 리더들이 더 나은 선택, 최선의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저자는 특히 극심한 경제난이 닥쳤을 때, 사람들은 리더의 정치적 이념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누가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 상황을 설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가다. 저자는 대공황 시절 미국을 이끈 두 대통령에 주목한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취임 100일 만에 뉴딜을 비롯한 76건의 법안을 통과시킬 만큼 엄청난 추진력을 발휘했고, 초고소득층에게 최대 75%의 세금을 부과하는 부유세를 도입하는 등 급진적인 행보를 보였다. 반면 허버트 후버는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4선에 성공한 대통령이지만, 미국에서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꼽힌다. 후버는 굶주린 참전용사들의 시위에 무력 진압으로 일관했고, 정부 지출을 대폭 줄이는 등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인지하거나 인정할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 저자는 리더로서 후버와 루스벨트의 성패를 가른 가장 결정적인 차이를 위기 대응 방식과 공감 능력에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적 어려움과 절망감에 시달리는 민심 앞에 얼마나 진정성 있게 화답할지, 이들의 생계에 얼마나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시행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짐승은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 그리고 리더는 유산을 남긴다. 영국의 전 총리였던 마거릿 대처는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만큼이나 대처주의(Thatcherism)로 유명하다. 대처주의는 정치적 노선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세계관에 가까우며, 대처는 ‘사회 같은 것’은 없으며 오직 개인과 가족만 존재한다고 여겼다. 그녀의 유산이 지금의 세상을 지배하는 담론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한편, 이렇다 할 대의나 사명감 없이 리더의 자리에 오른 로버트 맥나마라 같은 사람도 있다. 맥나마라는 대통령의 의중을 읽고는 자신의 장기인 데이터를 앞세워 확전을 밀어붙였고, 이후 그 데이터가 틀렸음을 깨닫고도 정권 유지와 명성을 지키고자 임기 내내 전황이 순조롭다는 거짓을 일삼았다. 그 결과 베트남전쟁으로 5만8000명의 미군과 300만명 이상의 베트남인이 목숨을 잃었다. 이 책은 세상을 변화시키고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 역사 속 리더들의 유산을 면밀하게 탐구한다. 이들이 남긴 유산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판가름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각자가 바라는 세상을 만들려면 어떠한 사명을 가진 리더가 필요한지 분별하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다. “훌륭한 공직자는 언제나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다. 훌륭한 공직자는 그 자신이 세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지 않는다. 공직자는 그게 국민을 위하는 길일 때만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것이 바로 공직자가 훌륭한 리더가 되는 길이다.”-456쪽.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1-09

일상의 순간, 사진작가의 섬세한 시선으로 ‘포커스’

사진 에세이스트 이호준 작가의 신작 흑백 사진집 ‘직조’(궁편책)가 출간됐다. 이 책은 사진이라는 도구를 통해 포착한 일상의 순간들을 섬세한 시선으로 엮어낸 포토 에세이다. ‘직조’는 기계나 베틀로 천을 짜는 일이자, 곧바로 비춘다는 뜻을 가진 말이다. 일상의 풍경을 흑백으로 담은 이 사진집의 제목은 빛과 그림자라는 씨줄과 날줄로 만들어낸 사진과, 그 흑백 사진으로 곧게 비춘 일상을 뜻한다. 작가는 평범한 사물과 풍경 속에서 빛나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이를 사진으로 담아냈다. 그리고 그 사진들을 통해 우리에게 삶의 의미와 가치를 묻는다. 이 책은 단순히 사진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마다 작가의 생각과 감정을 담은 글을 함께 실어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사진의 색감과 구도가 매우 뛰어나며, 페이지마다 다양한 질감과 형태의 종이를 사용해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빛과 그림자의 섬세한 교감, 흑백의 농담이 만들어 낸 시각적 내러티브다. 책을 펼쳐 사진 한 장 한 장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일상적 시간 감각에서 벗어나게 된다. 속도와 효율이 지배하는 오늘날, 이호준 작가에게 사진은 단순한 이미지의 집적이 아닌 시간의 결을 읽어 내는 창이다. 책은 ‘1전시실: 점선’부터 ‘2전시실: 평행선’, ‘3전시실: 겹선’, ‘4전시실: 직각선’, ‘5전시실: 동선’, ‘6전시실: 포물선’까지로 구성돼 있다.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갖가지 풍경을 담은 사진을 제각기 다른 ‘선’이라는 주제로 묶었다. 제목과 설명 없이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사진과 피사체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만으로도 예술적 표현이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40편의 에세이와 107장의 사진으로 가득 채웠다. 이호준 작가는 “평소 흑백 사진을 고집하지는 않지만, 이번 책에 담긴 사진은 모두 흑백이다. 컬러 사진과는 다른 호소력을 지녀 시간이 지날수록 그에 매료되는 중이다. 최근엔 아끼는 단일 초점 카메라의 촬영 모드를 모노크롬으로 고정하고 출사에 나가고 있다. 삶의 본질이 묻어나는 생생한 사진을 얻고 싶어서다. 이 책은 그런 흑백 사진의 세계로 나아가는 발걸음이라고 여겨도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1-09

‘필사’로 읽는 나태주 대표시 88편

‘오늘도 이것으로 좋았습니다’ (열림원)는 ‘국민 시인’나태주 시인이 엄선한 그의 시 88편을 모아, 독자들이 시를 읽고 나서 그대로 따라 쓸 수 있게 구성한 ‘라이팅북’이다. 올해로 등단 55주년을 맞는 시인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로 시작하는 시 ‘풀꽃’을 선보이며 대중들이 시와 친숙해지는 계기를 만든 주인공이다. 이번 책에서 시인은 ‘독자들이 꼭 한번 따라 써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의 시 88편을 위로와 사랑, 행복, 희망이라는 4개 키워드로 나눠 곱다라니 한 권에 담았다.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일상에서 영감을 받아 쓴 그의 시는 독자들에게 웃음과 위안을 주며 어제를 추억하고 오늘을 살아갈 힘을 준다.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기에, 누구나 품은 마음이기에, 누구나 인생을 사는 동안 지니고 싶은 시선이기에, 나태주 시인의 시는 끊임없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며 감동을 선사한다. 나태주 시인은 이번 시집 출간을 두고, 읽고 베끼는 과정을 통해 “나태주의 시집을 떠나 시집을 베끼는 독자분의 시집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글을 베끼다 보면 그 글이 나의 마음 안으로 들어와 안기는 것을 느끼는데, 이것은 참 신비로운 경험”이라면서 이번 시집을 통해 그런 ‘신비한 경험’을 해볼 것을 권한다. “자 오늘은 이만 자러 갑시다 / 오늘도 이것으로 좋았습니다 / 충분했습니다” 시인의 아내는 텔레비전을 보다가 잠들고 시인은 방에서 책을 읽다가 잠이 든다. 시인은 거의 매일처럼 이어지는 이와 같은 일상의 풍경을 이렇게 시로 옮겼다. “오늘 하루 좋았다 아름다웠다 / 우리는 앞으로 얼마 동안 / 이런 날 이런 저녁을 함께할 것인가!”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더 사랑하고 알뜰히 살피고 마음 깊이 감사하는 시인은 독자로 하여금 세상을 더 깊고 아름답고 섬세하게 바라볼 수 있는 눈과 귀를 열리게 한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은 시집 ‘대숲 아래서’, ‘풀꽃’을 비롯해 총 150여 권의 책을 출간했으며 작년 제9회 윤동주문학대상을 받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1-09

‘혁명’의 의미는 아직 유효한가

현대 정치 이념인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기원은 어디서 왔는가? 학자들에 따라 여러 견해가 있지만 ‘프랑스혁명’을 빼놓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1789년에 일어난 ‘프랑스혁명’은 전 세계 정치와 사회에 큰 변화를 일으킨 역사적 사건으로, 서양 정치사와 민중사에 큰 획을 그었다. 사회 제도, 인권 사상, 정치 체제 등 수많은 유산을 남겼고 그 여파는 프랑스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아직도 학자들은 230여 년 전에 일어난 이 사건에 대해 수없이 많은 연구를 하며 논문과 책으로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윌리엄 도일 영국 브리스톨대 역사학과 명예교수의 저서 ‘프랑스혁명’(교유서가)은 ‘프랑스혁명’에 관한 훌륭한 개괄서로서, 옥스퍼드대 출판부에서 펴낸 입문서 총서인 ‘첫 단추’ 시리즈의 한 편인 ‘THE FRENCH REVOLUTION(A Very Short Introduction, 개정 2판)’의 번역서다. 책은 1장 반향, 2장 왜 일어났는가?, 3장 어떻게 일어났는가?, 4장 혁명이 끝낸 것, 5장 혁명이 시작한 것, 6장 혁명의 위치 등 총 6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 책은 프랑스혁명이 일어난 정치·경제·사회적 등의 재정 위기, 사회적 불평등과 계몽주의 사상의 확산 등의 배경과 함께 입헌군주제 수립에서 나폴레옹의 등장까지, 루이 16세, 로베스피에르, 당통 등 핵심적 인물들의 역할과 활동을 통한 혁명의 전개 과정, 혁명이 남긴 유산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면서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군주제의 종말과 단두대의 칼날,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사람의 죽음과 공포로 점철된, 23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사람들은 왜 프랑스혁명을 이야기하며 기념할까? 저자가 서문에서 말한 것처럼, 과거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 더 큰 지식을 얻는다 해서 사람들이 마음을 바꾸는 일은 반드시 일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역사적 사실에 관해 알고 있으면 무작위적인 축적보다는 더 건전한 판단의 근거를 제공할 수 있어 그 유용성에 빛을 더한다. 분명 프랑스혁명에는 배울 점이 많고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 시대, 특히 민주주의의 퇴행을 밟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더욱 그 의미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아직 낡지 않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프랑스혁명의 시대를 다시 한번 통찰해 보길 추천한다. 저자는 어느 역사가보다 세심하게 프랑스혁명의 원인과 전개 과정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놓치지 않는 방식으로 설명한다. 짧은 분량의 역사서이지만 독자들에게 거대한 한 사건을 통찰하게 한다. 원인, 과정, 결과, 인물을 분석하고 혁명에서 행한 그들의 역할을 설명한다. 또한 혁명이 끝낸 것과 출발시킨 것에 대해 조목조목 상세하게 설명해 좀 더 큰 의미를 찾아내고 전달하려고 했다. 프랑스혁명이 유럽과 세계에 어떻게 퍼져나갔는지, 어떻게 현대의 정치 이념인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기원이 됐는지, 혁명은 과연 성공인지 실패인지에 대한 논쟁도 요약해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을 번역한 조한욱 교수는 이 책의 특징으로 “영국인이면서도 프랑스혁명에 대해 낮추어 평가하려는 영국적 전통과는 거리를 두고 본질적으로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면서 프랑스혁명의 공과에 대해 엄정하게 평가한 책”이라 밝히고 있다. 윌리엄 도일 교수는 서문에서 “나의 관심은 프랑스 혁명이 왜 중요했고, 왜 그것이 발생한 지 두 세기가 지나도록 계속하여 수많은 방식으로 중요했는지 논하는 것이었다. 18세기 말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으로뿐만 아니라 후손들의 정신에 새겨진 관념과 이미지와 기억으로 프랑스 혁명에 대한 모든 이야기는 그 복합성을 보여주는 현저한 사례이자 역사의 중요성에 대한 강력한 논지이기도 하다”고 설명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12-26

법조문·책 통해 세상을 통찰하는 법조인의 시각

신간 ‘책 속을 걷는 변호사’(궁편책·사진)는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책을 읽는 변호사’를 자처하는 조용주(52) 법무법인 안다 대표 변호사가 이 시대를 함께 걸어가는 이들에게 독서의 묘미를 전하는 책이다. 인천 출신인 조용주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부장판사를 역임한 엘리트 변호사다. 현재는 전국을 걸으며 사색하는 ‘순례길 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주변 법조인들과 함께 독서회도 꾸려나가고 있다. 또한 어려운 이웃들에게 쌀을 기부하는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책 속을 걷는 변호사’는 판사 출신 변호사인 조 변호사가 30여 년간 법조인으로 활동하며 읽어온 책들을 큐레이션해 소개한 독특한 서적이다. 이 책은 법조문과 책을 통해 세상을 통찰하는 법조인의 시각을 담고 있으며, 총 58권의 책을 주제별로 나눠 소개한다. 조 변호사는 ““책만큼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 있을까. 좋은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삶의 근본을 발견하고, 궁극적으로 발전한다. 갈수록 책을 읽지 않는 세상에서 독자들과 함께 읽고 싶은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며 “오늘의 변화를 만든 책들과 내일을 그리는 책들을 소개해 독자들이 더 나은 길을 찾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1997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대전지법 판사로 시작해 대전지법 천안지원, 인천지법, 서울남부지법 등에서 판사로 근무했다. 현재는 법무법인 안다의 대표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12-26

시간·정성이 빚은 공예의 세계로 초대

우리는 흔히 명품을 값비싼 물건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진정한 명품은 가격이 아니라, 그 안에 깃든 가치로 결정된다. 고급스러운 품질과 디자인, 정성을 들여 만들어진 물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다. 명품은 단순한 소유의 개념을 넘어, 개인의 품격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삶의 가치와 의미를 더한다. 신간 ‘명품, 쓰임의 미학’(굿웰니스)은 100년 이상의 전통을 지닌 세계적 브랜드 명품들을 빚어내는 장인들의 섬세한 손길과 끊임없는 열정을 바탕으로 하는 놀라운 기술과 정신을 소개한다. 긴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를 지닌 비밀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장인의 손끝에서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빚어낸 기술과 줄기차게 이어온 전통에 있다. 이 책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물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명품으로 거듭나는지 그 과정을 추적한다. 이를 통해 전통과 현대를 잇는 공예의 아름다움을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 김혜원사진 박사(디자인매니지먼트)는 “명품에 대한 세상의 눈높이도 중요하지만 ‘쓰임’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알고 바라보면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다”며 “공예품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실용적 목적과 예술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철학이 함께 담겨 있다”고 말한다. 또한 “세월의 흔적이 더해진 물건이야말로 진정한 명품”이라고 강조한다. 책은 총 18개의 상징적인 아이템을 통해 명품이 어떻게 시간이 만든 예술품이 됐는지를 알려준다. 저자는 “공예품은 실용성과 예술성을 결합하며 세월을 견딘다”며 “우리가 일상에서 가치 있는 물건을 선택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해 통찰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12-26

‘문명탐험가’ ‘세계 속 한국인’으로서의 혜초 재조명

현재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세계 4대 여행기 중 가장 오래된 여행기인 혜초의 기행문 ‘왕오천축국전’을 서양의 철학적 지평 위에서 더욱 깊이 이해하고 해석한 ‘혜초의 기행문과 철학’(소명출판)이 출간됐다. 저자는 서양의 하이데거 철학을 전공한 윤병렬 홍익대 교수다. 저자는 하이데거의 ‘현사실성의 해석학’과 ‘존재 사유’에 입각해 혜초의 구법 여행과 기행문을 재조명한다. ‘왕오천축국전’은 승려이자 구도자인 혜초(704~787)가 인도를 비롯한 40여 개국을 4년(723~727) 동안 여행하면서, 즉 2만㎞가 넘는 길을 도보로 걸으면서 경험한 것을 기록한 기행문이다. 무려 1200년 동안 중국 돈황의 천불동에 잠자고 있었는데, 1908년에 프랑스인 동양학자인 펠리오에 의해 최초로 발견된 혜초의 기행문에는 그가 여행한 곳의 지리, 정치, 종교. 경제적 상황, 생활양식(식생활, 복식 등), 문화, 언어 등 다양한 정보들을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 혜초 당대의 역사뿐만 아니라 동서양의 교역로에 관한 귀중한 정보를 담고 있다. 말하자면 ‘왕오천축국전’은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의 정치·국제정세·지리적 상황·사회·문화·종교·경제적 상황 등을 담고 있는 유일한 사료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기행문에는 인도뿐만 아니라, 아랍과 페르시아의 사회적 정황들을 관찰하여 기록한 내용들도 있다. 혜초는 승려의 관점에만 머문 것이 아니라, 문명탐험가의 모습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있다. 그것은 정치, 경제, 역사, 지리, 국민이 처한 상황을 기록했으며, 나아가 종교적 관점을 벗어나 서정적인 5편의 오언시도 남겼다. 결국 혜초는 8세기의 인도, 중앙아시아, 아랍, 페르시아, 히말라야 산맥 주변의 부족들의 삶의 양식과 당대의 세계의 다양한 정신을 탐험하고 기록한 한국인이었다. 혜초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이 원본에 대한 고증과 주석 및 번역 작업에 집중했다면,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에서는 혜초의 여행기를 독해함에 있어 문헌학과 서지학의 차원을 넘어 철학적 사유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텍스트에만 얽매여서는 안 된다”라며 “보통 사람이 결코 따를 수 없는 수고와 고통이 수반된 구법 여행은 텍스트 밖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혜초의 깨달음을 향한 구법 여행에 동반된 철학적 사유를 강조하며, 그의 여행이 단순한 답사나 의례적인 순례가 아닌, 차안의 세계와 신화적 작별을 하고 피안의 세계로 나아가는 목숨을 건 여행이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혜초의 인생과 철학, 역사와 지리, 문화와 문학 등을 포괄하며, 그의 순례 여행이 깨달음을 주목적으로 했다는 점에서 철학과 결부된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이러한 상호문화적 비교 철학의 시도는 독보적이고 창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12-12

금리를 알면 돈이 보인다… “자본주의 시대 필독서”

“현재 미국 금리가 어떻게 되나요? 금리가 계속 오를까요?” “미국 금리가 오르는데 왜 우리가 걱정해야 하나요?” 답은 미국 금리가 전 세계 금융시장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내리면 전 세계 금융시장의 자금 비용이 하락해 대출이 늘고, 대출이 증가하면 주택 구입도 늘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경기가 진작되고 주가도 오른다. 반면 금리를 올리면 주택과 주식시장이 동시에 하락한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2기가 출범하고, 대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금융시장에서 기본기가 기업체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계 은행 현직 딜링룸 매니저이자 대한민국 최고 금융 전문가의 금리 사용 설명서인 ‘슈퍼 금리 슈퍼 리치’(연합인포맥스북스)가 출간됐다. 2022년 출간돼 지금까지도 환율에 대한 최고의 교과서로 읽히는 ‘슈퍼달러 슈퍼리치’의 저자인 일본 3대 시중은행 중 하나인 미즈호은행의 변정규 서울지점 딜링룸 그룹장이 이번엔 금리 입문서를 펴냈다. ‘슈퍼금리 슈퍼리치’는 금리의 기초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일반인과 금융시장 초보자가 기본 지식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쓴 교양서적이다. 딱딱한 이론과 한자어 설명은 배제하고, 챕터마다 그림과 한눈에 들어오는 도표, 사례를 제시해 이해를 돕는다. 또 금융시장의 실제 거래 등 실무적이면서도 깊은 내용까지 다룬다. 금리와 관련된 기본 용어를 정리하고 이를 실제 사례와 연결해 이해를 돕는다. 해외 채권 및 초보자를 위한 금리 투자 방법도 제시한다.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코노미스트인 김진일 교수는 “화폐금융론 교과서를 저술하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나에게 이 책은 곁에 두고 참고서로 읽으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라고 평가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이원직 대표이사는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며 “기업의 재무 담당자라면 특히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 저자는 “금리의 기초를 제대로 이해하면 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자금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고, 자금의 변화를 이해하면 자산가치의 변동도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12-12

“한국 인구 3분의 1로 줄 것” 국가 생존 기로, 해법 모색

“와,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 수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저명한 교수인 조앤 윌리엄스가 놀라서 한 말이다. “한국의 인구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3분의 1로 줄어들 것이다. …. 장기적으로는 세계 인구 붕괴가 가장 심각한 위협이다.”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의 경고다. 대한민국은 1971년 한 해 출생아 수가 102만 명에서 2023년 23만명을 간신히 넘겨 50여 년 만에 4분의 1에도 못 미치도록 급전직하했다. 급격한 출생률 저하에 따른 인구 소멸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88만 원 세대’ 공저자 중 1명인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가 신간 ‘천만국가’(레디앙)를 통해 그 해법을 제안했다. 우석훈 박사는 2007년 저서 ‘88만 원 세대’를 통해 세대 간 경제적 불균형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천만국가’에서는 한국의 저출생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안한다. 우 박사는 한국이 산업화 시기에는 자본 희소 사회였으나, 인구 감소로 인해 이제는 노동 희소 사회로 전환됐다고 주장하며, 이에 따른 사회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한국 사회가 “사람을 막 대하고, 노동자를 막 대하고, 가능하면 돈을 적게 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러한 문화가 저출생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우 박사는 가진 것이 적은 사람들도 결혼과 출산을 결심할 수 있는 사회로의 전환을 역설한다. 대한민국의 출생아 수 감소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OECD 모든 국가와 함께 중국도 출산율이 대체출산율 2.1 이하로 떨어졌지만, 한국처럼 빠르게 1.0 미만으로 급감한 사례는 없다. 우 박사는 이러한 급격한 출생률 감소의 원인으로 경제 불평등, 가난의 세습화, 저임금 불안정 고용, 출산과 육아 지원 제도의 미비, 사회적 경쟁에 따른 육아 비용 및 사교육비 부담 증가, 높은 주거비용 등을 꼽는다. 그러나 그는 인구 문제를 단순히 사회경제적 요인으로만 보지 않고, ‘문명’ 차원에서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낮은 출산율과 세계 1위의 자살률은 한국 문명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우 박사는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문화와 극심한 경쟁 체제, 그리고 사회적 혐오와 배제 정서가 깔려 있다고 주장한다. 가난이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현실은 예비 부모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원인이 된다. 저출생으로 인한 영유아와 청소년 수의 감소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어린이집이 사라지고 노인 요양원이 늘어나는 현상, 청소년 책 시장과 공연 시장의 위기, 경공업의 미래 불투명성, 사회적 문화적 다양성의 축소 등이 그 예다. 또한, 이주노동자와 이민 문제 같은 사회적 이슈도 출생률 감소와 관련이 있다. 우 박사는 출생아 수 감소로 인해 한국이 자본 희소 사회에서 노동 희소 사회로 전환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국민연금이나 군 병력 운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며, 노동이 자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희소해짐에 따라 노동자의 지위가 향상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는 MZ세대 청년 노동자들의 조기 퇴사나 워라밸 문화를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시장의 변화로 해석하며, 청년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출산 대책에 대해서는 고액 과외나 선행학습 금지 입법, 고등학교 때 언론학 수업과 수능 과목 포함,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연방제실시 등 다양한 대안을 제시한다. 특히, ‘알바 공화국’이라는 개념을 통해 유산을 물려받지 못한 ‘알바’들을 중심으로 저출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알바 출산 지원본부’ 신설을 제안한다. 우 박사는 인구 문제가 모두의 문제이면서도 아무의 문제도 아닌, 해결 주체가 없는 의제이기 때문에 풀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해법 모색에 나서야 한다고 경고한다. 그는 ‘천만국가’가 대한민국 인구의 새로운 균형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한 줄 아는 사회’, ‘뒤에서 5등을 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문명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결론짓는다. “지금 한국을 지배하는 사람들은 한 해 100만 명씩 태어나던 시절의 사람들이다. (중략) 선진국 경제의 기본은 사람이 귀한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중략) 알바들이 행복하고, 그들도 걱정 없이 아이를 낳는 시대, 그 정도는 유럽에서 이미 50년 전에 만든 사회다. 우리가 지금 그걸 해야 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12-12

‘포항문학’ 통권 51호 발간 지역의 아동문학 재조명

포항문인협회(회장 손창기)는 최근 기관지 ‘포항문학’ 통권 51호사진를 발간했다. 연간지로 발간하는 ‘포항문학’은 이번 51호에서 2000년 이후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뤘던 아동문학을 특집으로 기획했다. 특집 1에서 아동문학가 김종헌은 ‘포항지역 소년 운동과 아동문학’을 주제로 일제 강점기 소년 문사의 활동에서 출발해 2010년대까지 포항 아동문학의 전개를 개괄적으로 되짚어 봤다. 동화작가 김현욱은 ‘한국 동시 문학의 지평을 넓힌 시인들’에서 권오삼, 송찬호, 김개미 시인의 동시를 세밀하게 다뤄 동시를 읽는 참맛을 선사했다. 특집 2에서 동화작가 김일광은 ‘동화로 만나는 세상’에서 동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자신의 작품 세계를 친절하게 소개하면서 동화에 대한 사랑을 보여줬다. 특집 3에서 초대 동시와 회원 동시를 실었다. 76명의 포항문협 회원 작가들은 각기 장르는 다르지만 소외된 공간을 찾아 절망과 신생을, 이상 기후에 자연을 소중히 하는 생명성을 다루고 있다. 또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과 사람 맛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현실 문제와 내면의 문제를 문학적 언어로 촘촘하게 담은 신작들을 게재했다. 포항문협은 임원회의를 열고 ‘포항문학’ 통권 51호에 실린 작품을 토대로 제2회 포항문학작품상 수상자를 선정했다. 운문 부문에 손수성의 시조 ‘한 잎의 지느러미’, 산문에 이강란의 소설 ‘선잠’으로 상금은 각각 100만원이며, 다음 달 갖는 총회 때 시상할 예정이다. 손창기 포항문인협회장은 “가장 주체적인 지역 문학이 보편적인 것으로 발돋움할 때는 미학적으로 얼마나 잘 승화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이에 포항 문단이 치열하게 문제 의식을 갖고 문학으로 풀어낼 때 포항지역의 고유성은 한국을 넘어 세계로 퍼져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12-08

21그루 나무 여행, 느낌은?

매일신문 기자 출신인 이종민 전 선임기자가 나무에 대한 성찰과 기록, 에피소드를 모은 ‘대구의 나무로 읽는 역사와 생태 인문학’(학이사)을 펴냈다. 계절 별로 사랑 받는 나무의 종류와 그 수목에 얽힌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담아냈다. 우리에게 나무는 늘 접하는 일상이고, 생활의 일부였지만, 대구 지역에 오랫동안 터를 잡고 자란 나무와 새롭게 뿌리를 내리는 나무를 중심으로 역사, 인문학적 스토리를 간결한 문체로 정리했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총 21종의 나무에 얽힌 역사와 설화, 식물에 대한 기본 지식을 사진과 함께 담았다. 저자는 ‘대구에는 훌륭한 인물들을 기리기 위해 나무에 위인들의 이름을 붙인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중구 달성공원의 서침(徐沈)나무, 대구제일교회의 현제명나무, 중구 종로초등학교의 최제우나무, 동구 옻골의 최동집나무, 천주교대구대교구청의 타케나무 등이 좋은 예다. 30여 년 넘게 기자로 활동한 저자는 전문 지식을 나열하기보다 발로 뛰며 취재한 내용을 통해 배경처럼 스쳐 지나가던 나무에 스토리텔링을 입히고,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나무들, 특히 수백년 수령의 노거수들은 그 자체로 역사요, 역사의 증언이다. 저자의 고향인 경북 포항시 청하면의 행정복지센터 마당에는 수령 300년을 넘는 회화나무가 있다. 조선 후기 청하현감으로 부임한 화가 겸재(謙齋) 정선이 그린 ‘청하성읍도’에도 등장한다. 나무는 누구에게나 존재하지만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의미 있는 대상’이 되기도 하고 무의미한 사물의 일부로 여겨질 수도 있다. 애정 어린 눈길로 늘 수목을 대해왔던 저자에게 나무는 감상의 대상이자 기록, 수집의 대상이었다. 저자는 대구·경북의 노거수와 정원수 그리고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들을 탐독하며 계절마다 사진을 찍어 모았다. 사찰, 서원, 향교, 재실, 종택 등 사람이 기거하는 지역뿐만 아니라 깊은 산골이나 벌판에 서있는 나무를 보면서 자연의 위대한 이치를 느끼고, 선인들의 전설과 설화를 듣게 되었다. 저자는 “그렇게 알고, 보고, 모으다 보니 예전에 무심코 보던 나무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책은 계절의 흐름에 따라 네 가지 주제로 나뉘어 있다. 1부에서는 백화경염(百花競艶)의 계절인 봄을 ‘뭇 꽃들 경쟁’이라는 주제로 묶었다. 2부 여름에서는 ‘신록의 잔치’를 주제로 한창 커가는 나무의 화양연화 세계를 다뤘다. 뽕나무와 양잠에 얽힌 청사, 옥황상제 정원에 피는 꽃이라는 배롱나무꽃 백일홍, 역사를 증거하는 수백 년 된 회화나무 등을 다루었다. 3부 가을에서는 ‘화려한 결실’에 초점을 맞추고 나무들의 막바지 정염인 감홍난자(酣紅爛紫) 단풍과 추풍낙엽을 즐긴 선비들의 노래도 담았다. 봉황이 앉아 쉬는 상서로운 나무는 벽오동으로, 화투의 11월을 상징하는 속칭 똥광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4부 겨울은 ‘홀로 선 나무’에 집중해 추위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절개와 지조의 상징에 주목한다. 대나무, 전나무, 측백나무 등 곧은 모습만큼이나 우리 역사와도 깊게 관련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작은 에피소드들을 작은 서사로 모았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4-12-05

공동체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기반은 ‘대화’

인간은 왜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의 말을 신뢰하도록 진화했을까? 왜 누구와 대화했느냐에 따라 우리의 기억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걸까? 어떤 기억은 살아남고, 어떤 기억은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이며, 인간 집단은 어떻게 대화를 통해 유지될 수 있었을까? 최근 출간된 ‘대화하는 뇌’(어크로스)는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며, 대화라는 행동에 관해 우리가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영국의 뇌과학자인 저자 셰인 오마라는 다양한 질문들에 답하며 인간이 어떻게 말하고 왜 대화하는지, 그리고 대화하는 동안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과학적으로 파헤친다. 최신 뇌과학 연구뿐만 아니라 심리학, 사회학, 철학, 인류학을 솜씨 좋게 엮어내는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공동체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기반이 바로 대화였음이 밝혀진다. 셰인 오마라에게 인간이란 ‘대화하는 인간’이다. 뇌과학의 관점에서 볼 때 대화는 인간의 삶을 유지하게 만드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오마라는 대화를 ‘우리 자신의 기억과 언어를 지원하는 뇌 시스템과 상대방의 기억과 언어를 지원하는 뇌 시스템 간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이라고 정의한다. 우리의 뇌는 대화 상황에 상당히 기민하게 반응한다. 일반적으로 한 화자가 말을 멈추고 다음 화자가 말을 시작하기까지의 간격은 약 0.2초 정도이며, 대화를 나눌 때 우리의 반응 속도는 총알이 발사될 때의 최소 반응 시간에 가까울 정도다. 인간은 하루에 몇 시간씩, 무려 1500번이 넘게 차례를 바꾸어가며 대화한다. 라드바우드 대학교의 사라 뵈겔스 연구팀은 대화 상황에서 뇌파를 측정해 우리는 질문을 들을 때 처음 두세 단어만을 듣고 대답을 준비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질문에 최대한 빠르게 반응할 수 있게끔 뇌가 준비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이토록 빠르게, 자주 대화를 나누며 살아가는 이유는 바로 대화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사회가 구성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개인을 하나로 묶어줄 공통 현실 또는 공통 기억이 있어야 하는데, 이 공통 기억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대화의 과정이다. 사회집단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기억은 과거, 현재, 미래를 해석하게 하는 틀로써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사회가 무엇을 기억할 것이냐가 집단적 정체성을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면, 내가 무엇을 기억할 것이냐는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흔히 기억을 과거에 관련된 것으로만 생각하지만, 기억이 없다면 지금 내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으며, 마찬가지로 미래에 대한 전망도 잃게 된다. 기억이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는 기능까지 담당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억은 내가 누구였으며, 지금 누구인지, 그리고 앞으로는 누구일지까지 결정한다. 저자는 국가 또한 대화를 통해 구성된 정체성이라고 본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아일랜드 더블린 공항에 있는 미국 CBP(관세국경보호청)다. 더블린 공항에서 CBP 직원들의 출입국 심사를 통과한다는 것은 미국에서 새롭게 국경을 넘을 필요 없이, 미리 국경을 넘었다는 말이 된다. 이 점을 이해한다면 자연스럽게 국가주의가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까지 나아갈 수 있다. 국가주의는 특정한 시공간에 있는 사람들끼리 공유하는 ‘이게 우리나라다. 우리는 나라에 충성하고 헌신하며 자결권을 가진다’라는 의식이다. 즉, 국가주의는 대화의 뇌과학적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강력한 심리적 힘이다. 정치학자 베네딕트 앤더슨이 1983년 ‘상상된 공동체’라는 책을 통해 국가가 상상의 공동체라는 인문학적 설명을 해냈다면, ‘대화하는 뇌’에서 저자 셰인 오마라는 심리학적이고 뇌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국가가 상상의 공동체이며, 그 상상의 도구가 바로 대화임을 밝혀낸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11-28

성공에 대한 두려움… ‘가면 증후군’의 위험성

능력 있고 성취를 이룬 사람들 가운데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은 자신의 성공이 타인을 속인 결과라고 여기며, ‘내가 보기보다 안 똑똑하다는 걸 들키면 어떡하지?’ 혹은 ‘내가 정말 이 일을 해낼 수 있을까?’라며 스스로 의심한다. 이는 ‘임포스터’라고도 불리는 가면 증후군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미국의 기업가이자 심리학자인 밸러리 영은 신간 ‘우리는 왜 성공할수록 불안해할까-남에겐 관대하고 나에겐 가혹한 여성들의 가면 증후군 탐구’(갈매나무)에서 가면 증후군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면 증후군이 자신을 성공에 대한 자격이 없다고 느끼게 만들어 도전을 주저하게 하고 성공의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40년간 워크숍과 강의를 통해 가면 증후군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연구 결과와 분석을 종합해 이 책을 집필했다. 저자는 가면 증후군의 원인을 ‘양육자로부터의 메시지’, ‘학생으로서의 부족함’, ‘자기 불신을 키우는 조직문화’, ‘긍정적인 피드백의 부재’, ‘창조적인 분야에서의 업무’, ‘소속감의 결여’, ‘사회집단 대표’ 등 7가지로 정리한다. 이러한 원인을 파악하면 수치심에서 벗어나 올바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왜곡된 유능함의 기준이 가면 증후군을 부추긴다고 지적하며, 완벽주의자, 타고난 천재, 전문가, 개인주의자, 초인간 유형이 어떻게 자신의 유능함을 부정하는지 설명하고, 현실적인 성과 기준을 제시한다. 책 곳곳에는 여성들이 자신의 심리 상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질문과 체크리스트가 수록되어 있다. 여성들은 성공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성공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틀어지거나 소외될 것을 우려하여, 자신을 위한 선택보다는 타인을 위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성공에 대한 망설임이 지적인 능력의 부족 때문인지, 부가적인 문제들 때문인지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를 되찾고, 성공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수를 실패로 여기지 않고, 비판을 개인적인 비난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며, 모르는 길도 아는 것처럼 모험할 용기를 갖도록 격려한다. 또한, 저자는 ‘겸손한 현실주의자’들을 롤모델로 제시하며, 이들의 방식대로 생각을 재구성함으로써 가면 증후군을 극복할 것을 제안한다. 저자는 자신감이 항상 유지되는 것은 아니며, 실수와 실패는 예정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가면 증후군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용기를 제공할 것이다. “당신은 1년 365일 내내 자신감이 유지되길 바란다. 하지만 자신감은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배웠듯 실수, 실패, 후퇴는 예정된 것들이고, 완벽한 사람은 없으며 배워야 할 것들은 늘 더 많다. 그리고 나의 똑똑하고 유능한 가면 증후군 친구들이여, 그것은 좋은 일이다. ”- 본문 중에서 /윤희정기자

2024-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