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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타인이 규정하는 나의 실패… 실패에서 무엇을 배우나

실패에서 배워야 혁신과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실패에서 배우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한국 사회는 실패에서 제대로 배울 만한 환경과 분위기를 갖고 있는가? 신간 ‘실패 빼앗는 사회’(위즈덤하우스)는 실패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법을 탐구한 책이다. 2021년 6월 설립된 카이스트 실패연구소는 3년 넘는 기간 동안 다양한 세대와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실패에서 배우는 법을 연구해왔다. 이 책은 실패에서 배우기가 개인의 의지나 능력에 국한되지 않으며, 오히려 사회 구조와 문화가 이를 방해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저자들은 실패의 쓸모를 알리는 것을 넘어, 각자의 실패 경험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성찰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실패에서 제대로 배울 수 있음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2024년 10월 실패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실패가 성공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사람이 73.5%로, 실패가 성공의 장애물이라고 응답한 사람(26.5%)의 두 배를 넘었다. 그러나 한국 사회 전반은 실패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으며, 이는 실패를 통한 학습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은 “성공률이 80%가 넘는 연구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파격적인 선언을 하며, 실패를 거듭해도 재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실패연구소를 설립하게 된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실패연구소는 참여형 연구, 세미나, 공모전,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실패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노력했으나, 실제로 사람들에게 가닿지 못하는 문제를 겪었다. 이에 연구소는 실패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과정에 집중하며, ‘포토보이스’라는 질적 연구 방법을 도입해 학생들이 자신의 실패 경험을 사진과 글로 기록하게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실패를 보다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통해 얻은 배움을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하게 됐다. 안혜정 카이스트 실패연구소 연구조교수, 조성호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은 이 책에서 실패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법을 제시하며, 개인과 조직, 사회 전반에 걸쳐 실패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저자들은 “실패를 용인하고 배움을 장려하는 문화에서는 실패로부터 학습이 활발하게 일어난다”고 강조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03

멈춤의 순간, 그 깊이와 감각의 기록

오는 6일까지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B관에서 서양화가 임춘미의 첫 번째 개인전이 열린다. 임 작가는 사색과 명상을 통해 얻은 감각을 자신만의 독특한 색채와 형상으로 표현하며 고유한 예술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멈춤의 순간, 시간을 그리다’라는 주제로, 30여 점의 작품을 통해 기하학적 추상과 색면 회화를 통해 시간의 깊이와 감각을 탐색한다. 임 작가의 작품은 기하학적 구조를 통해 시간의 축적을 암시하는 조형적 장치를 담고 있다. 정제된 선과 면의 구성은 기억의 단편들이 질서 있게 배열된 듯한 느낌을 주며, 그 안에는 유동적이고 비가시적인 시간의 흐름이 담겨 있다. 이는 칸딘스키와 몬드리안의 조형적 실험을 연상시키며, 임 작가만의 독창적인 조형 언어로 승화된다. 현대사회는 때로는 사랑과 행복으로 다가오지만, 때로는 지루하고 힘겹게도 느껴진다. 임 작가는 이러한 현대인의 삶에 반짝이는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멈춤의 시간’을 제안한다. 그는 사색과 명상을 통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찰나의 순간을 평화롭게 느끼며 작품을 제작한다. 임 작가는 “파도가 바다에서 나와 다양한 형상을 만들고 사라지는 것처럼, 인간의 삶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한다”며 “사색과 명상은 ‘잠시 멈춤’을 통해 존재를 느끼고 쉼을 누리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러한 ‘잠시 멈춤’의 시간이 그림을 그리는 순간에 가장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한다. 그는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수많은 생각을 내려놓고 사색과 명상의 세계로 초대하는 마음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01

이름만으로 설레는 기다림 뮤지컬 ‘돈 주앙’ 대구 온다

그의 이름은 돈 주앙(Don Juan). 오만하고 자신만만한 귀족 청년 ‘돈 주앙(Don Juan)’은 모든 여성이 그에게 빠져 들만큼 매력이 넘치는 남자다. 하지만 그는 여자를 쾌락과 정복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정혼녀인 엘비라까지 버린 채 끊임없이 순간의 정열을 쫓아 방황하고, 그런 그의 자유분방함은 지인들에게도 늘 실망거리일 뿐이다. 어느 날 밤, 돈 주앙은 존경받는 기사의 딸을 유혹하고 기사와 결투를 벌여 그를 죽이고 만다. 육체적인 기쁨만을 쫓아 방탕하게 살아온 돈 주앙에게 죽은 기사의 저주가 내려지는데, 그 저주는 다름 아닌 ‘진정한 사랑’.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던 돈 주앙은 기사의 동상 앞에서 우연히 조각가 마리아를 본 후 생애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고, 둘의 사랑은 점점 깊어 가는데…. 희대의 바람둥이이자 서양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전설적인 인물 돈 주앙의 이야기가 이제 대구에서 펼쳐진다. ‘돈 주앙’은 수 세기 동안 희곡과 소설 등 다양한 형태의 예술 작품에서 다뤄졌다.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뮤지컬 ‘돈 주앙’ 오리지널 내한공연은 상반기 유일한 내한공연으로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프랑스와 캐나다의 공동 제작으로 탄생한 이 뮤지컬은 프랑스 최대 흥행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연출가 질 마으와 프로듀서 샤를 타라, 니콜라스 타라가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대사 없이 노래로 극을 전개하는 독특한 형식의 이 작품은 2004년 2월 캐나다에서 초연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6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큰 성공을 거뒀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외국인 배우들이 프랑스어로 공연을 펼치며, 한국어 자막이 제공돼 한국 관객들도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스페인 세비야를 배경으로 한 화려하고 매혹적인 무대와 정열적인 플라멩코와 41곡의 풍성한 음악은 대중적이면서도 강렬한 라틴풍 선율을 자랑한다. 뮤지컬 ‘돈 주앙’은 주인공 돈 주앙이 처음으로 사랑을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깨닫고 변화해가는 여정을 그린다. 펠릭스 그레이가 각색한 이 작품은 기존의 다른 공연들과 달리 주인공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인간적인 관점에서 묘사한다. 주목할 만한 캐스팅으로는 2021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내한 공연 당시 팬덤을 형성한 지안 마르코 스키아레티가 돈 주앙 역을 맡았으며, 마리아 역에는 프랑스 및 유럽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레티시아 카레레가 출연한다. 19년 만에 내한하는 프랑스 오리지널 팀의 무대인 이번 공연은 더욱 진화된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시간 18일 오후 7시 30분, 19·20일 오후 2시·6시. /윤희정기자

2025-04-01

유물·유적에 담긴 신라 왕경인 생활과 놀이문화

‘신라 왕경인의 삶, 톺아보기’학술대회 홍보 이미지.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에 살았던 왕경인들의 삶의 모습과 그들이 남긴 유산을 새롭게 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와 영남고고학회는 오는 4일 오전 9시 30분 경주 힐튼호텔에서 ‘신라 왕경인의 삶, 톺아보기’라는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대회는 신라 유적지에서 확인된 다양한 유물과 유구를 통해 왕경인들의 생활과 문화를 깊이 있게 탐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여러 학자들이 모여 신라 왕경 주민들의 생활 양식, 사회 구조, 그리고 그들이 남긴 유물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논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신라 시대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그들의 문화가 현재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게 된다. 학술대회는 1개의 기조강연과 5개의 주제발표로 구성된다. 먼저, 경북대학교 주보돈 명예교수가 ‘신라 왕경인의 삶 톺아보기’라는 주제로, 문헌과 금석문 등에 흩어져 있는 신라인의 의·식·주(衣·食·住) 관련 기록을 되짚어보고, 신라인의 생활과 놀이 문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의미를 들려줄 예정이다. 이어지는 주제발표에서는 신라 왕경인의 의복과 장신구, 음식, 주거와 난방, 화장실, 그리고 놀이 문화에 대해 다룬다. 첫 발표인‘신라 왕경인의 음식문화’(김현희, 국립경주박물관)에서는 왕경 사람들의 식량 자원 및 음식의 저장과 소비, 유통, 활용 등의 내용을 고찰한다. ‘신라 왕경인의 거주문화와 난방시설’(차순철, 서라벌문화유산연구원)에서는 발굴조사로 확인된 왕경 지역의 거주 시설의 형태를 분석하고, 다양한 난방시설에 대해 살펴본다. ‘신라 왕경인의 복식에 대한 고고학적 접근’(김재열, 국가유산진흥원)에서는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토제 인물상(토우, 토용)과 고분 부장품인 귀금속제 장신구 등을 통해 신라 복식의 변화상과 그 의미에 대해 분석한다. 이어지는‘신라 왕경인의 측간’(김경열,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에서는 왕경 지역에서 확인된 다수의 석조시설을 분석해 측간(화장실)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신라 왕경 측간의 특징과 위계, 그리고 인분뇨의 활용에 대해 새롭게 검토한다. ‘신라 왕경인의 놀이문화(이은석, 국립해양유산연구소)에서는 바둑, 주사위, 윷놀이, 고누놀이와 관련한 다양한 고고자료를 살펴보고, 고분에서 출토된 바둑 관련 유물(바둑돌, ‘마랑(馬郎)’명 칠기 등)을 통해 신라에 바둑이 전해진 시기를 추정할 예정이다. 주제발표 이후에는 강봉원 문화유산위원회 위원장을 좌장으로, 오승환(가디언문화유산연구원), 김창억(세종문화유산재단), 권준희(수원대학교), 전용호(국가유산청), 어창선(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등 문화유산 관련 전문가들과 발표자들 간에 깊이 있는 종합토론이 진행된다. 이번 학술대회는 현장 등록만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누리집(https://www.nrich.go.kr/gyeongju)을 참조하거나 전화(054-777-8838)로 문의하면 된다. /윤희정기자

2025-04-01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봄을 두드리다

대구 수성아트피아의 2025년 첫 시즌 페스티벌 ‘4월 음악제·Oblivion’이 오는 4일부터 12일까지 수성아트피아 대극장에서 개최된다. ‘망각’을 주제로 다양한 클래식 공연을 선보이며,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10여 회의 공연이 계획돼 있다. 특히, 개막일인 4일 오후 7시 30분 대극장에서는 세계 정상급 실내악단인 유럽챔버오케스트라가 3년 만에 내한 공연을 펼친다. 이번 공연에는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김선욱이 함께해 더욱 섬세하고 완성도 높은 연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선욱은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이자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서, 이번 공연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4번과 ‘황제’라고 불리는 5번까지 연주와 지휘를 맡아 완성도 높은 연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들은 독창적이며 베토벤 특유의 음악적 색채가 드러난 곡들이다. 3번은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작품으로, 극적인 감정과 복잡한 구조가 돋보인다. 4번과 5번은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구조로 주목받으며, 특히 5번 ‘황제’는 웅장한 서사와 혁신적인 형식으로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협주곡이자 가장 위대한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피아니스트 김선욱 각각의 피아노 협주곡은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며, 베토벤의 음악적 성장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1981년 창단 이후 클라우디오 아바도를 비롯한 전설적인 지휘자들과 함께 성장해 온 유럽챔버오케스트라는 실내악단으로서 연주자 간의 긴밀한 조화가 돋보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독주, 협연, 지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음악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고 있는 김선욱은 2022년 내한 공연에서 협연자로 참여했으며, 이번 공연에서는 지휘와 협연을 함께 맡아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3년 독일 본의 ‘베토벤 하우스’ 멘토링 프로그램의 첫 수혜자로 선정된 이후, 김선욱의 음악 인생에서 베토벤은 중요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 이번 베토벤 프로그램은 그의 음악 인생에 깊은 울림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선욱은 2006년 18세의 나이로 리즈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자로 주목받았으며,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31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 안동 무대

‘건반 위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백건우(79·사진)가 안동에서 모차르트의 세계를 선보인다. 안동문화예술의전당은 ‘클래식마스터시리즈 - 백건우와 모차르트’ 공연을 오는 4일 오후 7시 30분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웅부홀에서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지난달 발매한 세 번째 모차르트 음반 ‘백건우 모차르트 피아노 작품 3’을 기념해 펼치는 모차르트 리사이틀 순회공연의 일환이다. 백건우는 지난해 5월 음악 인생에서 처음으로 모차르트 앨범을 낸 데 이어 11월 두 번째, 지난달 초 세 번째 앨범을 발매한 바 있다. 백건우의 이번 모차르트 연주 프로그램으로는 ‘피아노 소나타 16번 다장조’(K.545), ‘론도 라단조’(K. 511), ‘피아노 소타나 2번 바장조’(K. 280), ‘글라스 하모니카를 위한 아다지오 다장조’(K.356/617a), ‘작은 장례식 행진곡 다단조’(K.453a), ‘피아노 소나타 10번 다장조’(K.330), ‘환상곡 다단조’(K.475) 등이다. 백건우의 매니지먼트사인 판테온은 “기쁨 속에 내재된 슬픔, 순수하고 맑은 화음 속에서도 시린 아픔을 그려낸 모차르트 특유의 감정선을 단조와 장조 작품이 잘 어우러진 이번 공연 프로그램을 통해 보다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31

전시·공연 동시에 ‘미술관 라이브’ 즐겨요

대구문화예술회관(관장 김희철)은 매월 첫째 주 토요일에 ‘미술관 라이브’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5일 오후 3시에는 대구문화예술회관 중정홀에서 대구시립무용단의 현대무용 공연 ‘대구 무지개’가 펼쳐진다. 사진 ‘미술관 라이브’는 바쁜 일상 속에서 미술관과 공연장을 찾기 어려운 시민들을 위해 전시와 공연을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매회 100명 이상의 시민들이 참여하며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지난 3월 1일에는 삼일절을 기념하여 대구시립극단이 준비한 음악극 ‘봄을 기다리며….’가 진행됐으며, 이 공연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운 투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해당 공연에는 150여 명의 시민들이 크게 호응했다. 따뜻한 봄날을 만끽할 수 있는 4월의 첫째 주 토요일 무대에는, 1981년 창단돼 국내 최초의 국·공립 현대무용 단체로서 수준 높은 현대무용을 선보이고 있는 대구시립무용단이 출연한다. 대구시립무용단원 30명이 참여하는 현대무용 공연 ‘대구 무지개’(안무 최문석 감독)는 하늘과 땅을 잇는 다리이자 희망을 상징하는 무지개를 주제로 한 희망의 춤이다. 대구시립무용단은 이번 공연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행복의 기운을 전하고자 한다. 4월 ‘미술관 라이브’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로는 지난 3월 재단장 후 개관한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 ‘스페이스 하이브’에서 13일까지 펼쳐지고 있는 ‘한국추상미술 하이라이트’전이 있다. ‘미술관 라이브’는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오후 3시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 1층 중정홀에서 진행되며, 대구문화예술회관을 찾는 누구나 공연과 전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2025-03-31

중국 상하이서 K패션쇼 열려

중국 상하이서 "K-패션 위상 알려" 프랭커스, 中 상하이 패션위크 빛냈다 지역출신의 글로벌 패션 기업 프랭커스(PRANKERS·대표 박기량)는 ‘2025년 상하이 패션위크’에 참가해 케이팝(K-POP) 아이돌 댄스를 접목한 패션쇼를 선보였다고 31일 밝혔다. 전 세계 패션·유통 기업이 한자리에 모인 이번 행사는 지난 25~3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다. 이 회사는 이번 행사에서 유아·주니어·시니어 등 18여개 그룹별, 연령별 댄스그룹을 만들어 모델 킹과 아이돌 케이팝 커버댄스를 선보여 무대를 빛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해 프랭커스 소속의 일본, 유라시아, 중국 등 다국적 유아와 주니어들이 커버 댄스를 직접 보여줘 관람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프랭커스는 문화사절단의 역할을 수행하며 해외에서 케이(K)-문화를 알리고 있다. 케이팝 교육, 모델 워킹 교육 등 전문화된 서비스를 통해 글로벌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선도적인 변화를 주도하는 리더를 양성하는 것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이번 패션쇼 참가를 통해 청소년들을 위한 긍정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프랭커스는 패션쇼 이외에도 의류와 모자를 생산하는 수출기업으로 대구·경북 지자체와도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프랭커스는 오는 5월 11일 송도컨벤시아 4홀에서 국내 최대 규모 아이돌 패션쇼도 개최할 예정이다. 박기량 대표는 “해외 패션쇼에 매년 참가하고 있지만 이번만큼 열기가 뜨거운 적이 없었다”며 “패션쇼에 참여한 유아, 주니어들이 아이돌 꿈나무로 자라나 자신의 꿈을 이루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2025 상하이 패션위크’에 참가한 유아, 주니어들이 아이돌 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프랭커스 제공

2025-03-31

화마가 할 퀸 경북 문화유산 25건… 상시 방재체계 서둘러야

경북 북부와 동해안 지역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산불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확산된 가운데,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국가 문화유산 산불 보호책에 비상이 걸렸다. 화마가 덮치는데도 속수무책 발만 구르는 등 문화재 보호를 위한 사투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국가유산 위기 경보가 사상 최초로 최고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돼 위기 지역의 유형유산 이동 피난 작업이 진행됐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30일 기준으로 의성군과 안동시, 영양, 청송, 영덕을 포함한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이번 산불로 인해 피해를 본 국가유산은 총 30건이며, 이 중 25건이 경북 지역 문화유산이다. ‘천년 고찰’의성 고운사의 보물은 화마에 무너져 내렸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초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안동 봉정사와 영주 부석사 등 주요 사찰과 종가에서 소장한 유물 24건(1581점)에 대해 한밤중 긴급 유물 이송 작전이 펼쳐졌다. 석탑 등에는 방염포를 설치하며 총력 대응에 나섰으나, 피해를 온전히 막지는 못했다. 목조 문화유산이 많은 경북에서는 화재에 특히 취약한 만큼, 국가유산 방재 대응체계를 재점검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송 사남고택·만세루, 안동 지산서당·지촌고택·송석재사 등 옛 전통과 역사를 간직한 건물 등도 화마를 이기지 못했고, 영양 답곡리 마을을 지켜주던 만지송도 불에 탔다. 지난 24일 의성 고운사에서는 화선이 5.8km 거리까지 근접하자 사찰 관계자들이 일부 유물을 옮기고 주요 건물에 방염포를 설치했지만, 결국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보물인 석조여래좌상은 겨우 빼냈으나 받침인 대좌(臺座)는 옮기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한때 안동 길안면의 16세기 정자 만휴정이 무사하다는 소식과 함께 방염포(방염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방염포는 화재가 1000도 이상인 경우 약 10분, 500~700도는 무제한으로 견딜 수 있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명확한 기준이나 지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으며, 소방 방재 전문가들은 “단열재와 비교했을 때 방염포의 효과가 명확하지 않고, 무게가 무거워 긴급 상황에서는 설치가 어렵다”고 방염포의 단점을 지적하고 있다. 2005년 강원도 양양 낙산사 화재 이후 문화유산 관련 재난 방지 시설 구축 사업에 방염포가 투입됐으며, 이를 위해 연간 국비 110억 원 정도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국가유산 안전 방재의 중요성에 비해 현재 예산과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의 올해 문화유산 안전 방재 기술 개발 연구 분야 예산은 3억8700만 원에 그치고 있어 연구개발(RD) 성과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문화재 방재 전문가들은 “문화유산은 화재에 매우 취약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 응급 상황이 아니라 상시로 가동할 수 있는 국가유산 방재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과거 의 방식으로는 현재의 재난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국가유산 방재 근간을 바꾼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30

공연·전시계 소식

경주 전시 2025 경주솔거미술관 ‘경북작가 공모전’- 박심정훈 ‘어쩌면 그런 관계’展(3월 22일~4월 22일) 경북문화관광공사 경주솔거미술관의‘경북작가 공모전’에 선정된 작가 6명 중 첫 번째로 열리는 박심정훈 작가의 개인전이다. 이 전시는 작가가 2018년부터 이어온 ‘어쩌면 그런 관계’시리즈의 연장선으로, 작가는 10년간 다양한 시공간에서 수집한 이미지, 오브제, 사운드를 전시 공간에서 서로 관계를 맺도록 구성했다. 경주솔거미술관 기획실 1, 2관 │입장료: 무료│문의: 054-740-3990 안동 클래식 클래식마스터시리즈 - 백건우와 모차르트 (4월 4일 오후 7시 30분) 2024년 5월, 생애 첫 모차르트 앨범 발매와 동시에 13여개의 전국 투어를 성황리에 마친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두 번째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에 자신의 79년 음악 여정을 빗대어 담아내고 있다. 모차르트 음악을 통해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발견한 순수함의 세계를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다.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웅부홀│입장료: 1만원~3만원│문의: 054-840-3600 전시 기획전시 [글로컬 아트 네트워크 Ⅱ] (4월 8일~5월 17일) 안동 출신으로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작가들이 활동했던 국가의 문화 예술 속 ‘현대성’, ‘정체성’, ‘미래전망’을 경험과 작품을 통해 본 지역과 연결고리를 이어주는 소통의 장을 느낄 수 있다.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상설갤러리, 5갤러리│입장료: 무료│문의: 054-840-3613 대구 클래식 피아니스트 최희연 베토벤 전곡 음반 발매 기념 리사이틀 ‘Testament’ (4월 2일 오후 7시 30분) ‘베토벤 스페셜리스트(전문적인 연주자)’로 불리고 있는 피아니스트 최희연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 발매 기념 리사이틀’을 선보인다. 그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뿐만 아니라 피아노 트리오 전곡 연주 등을 통해 베토벤을 집중 탐구해왔다. 베토벤에 관한 깊은 음악세계를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입장료: 3만원~7만원 (학생 50%)│문의: 02-780-5054 전시 고관호 전(展) 좌대와 고무통 / Pedestal rubber bucket (4월 2~6일) 전시될 작품은 ‘Aporia -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난제와 모순’의 답을 찾는 과정에 있다. 작가가 뚫은 구멍은 개별 사물에 부여된 기능과 역할에서의 해방이며 개별 사물로서 의미 부여되기 이전 본래의 존재 상태로 돌아가는 방편이다. 봉산문화회관 2전시실│입장료: 무료│문의: 053-422-6280 전시 한·일 입체 조형展 KOREA·JAPAN Tree-Dimensional Exchange Exhibition (4월 8일~13일) 대구에서 접하기 어려운 한국과 일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조각가들의 전시가 펼쳐진다. 한국과 일본의 조각 현주소를 가늠하며 향후 양국 조각가들의 활발한 교류의 장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봉산문화회관 2전시실│입장료: 무료│문의: 053-422-6280 무용 2025 미술관 라이브 ‘대구시립무용단 - 대구 무지개’ (4월 5일 오후 3시) 대구시립무용단은 1981년에 창단된 국내 최초의 국.공립 현대무용단체이다. 뛰어난 안무자와 함께 수준 높은 창작 작품을 선보인다. 대구를 넘어 아시아, 유럽 등과 활발히 교류하며 세계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 1층 중정홀│입장료: 무료│문의: 053-430-7600 /박정은 객원기자

2025-03-30

빠르게 흐르는 현대사회, 스킵된 이야기들

영천 시안미술관(관장 변숙희)은 오는 4월 4일부터 2025년 첫 특별기획전 ‘사라진 이야기’를 개최한다. 4일부터 6월 22일까지 본관과 1, 2, 3전시실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시각예술창작산실 지원사업에 선정된 기획전이다. 박나래, 박선경, 이용학 등 대구경북 지역 대학을 마친 뒤 올해 홍익대 대학원을 졸업한 신진 큐레이터 3명의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신선한 예술감각을 만나볼 수 있다. 큐레이터들은 실무 경험이 풍부한 시안미술관 큐레이터와 매칭돼 전시의 완성도를 높이고 신선한 시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받았다. 큐레이터들은 현대인의 문제를 미묘한 감정과 순간에서 포착해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10명의 회화, 사진, 설치, 영상 작가들과 함께 오늘날 삶 속에 내재된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현대 사회는 ‘빠른 스킵’, ‘사이다 패스’, ‘릴스 및 쇼츠 중독’ 등 용어가 상징하듯,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되고 자극적인 결말을 추구하는 문화로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서사의 밀도와 풍부함을 초 단위로 편집되거나 빠른 클릭으로 넘길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며, 이는 우리 시대가 점점 더 많은 이야기를 생략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사라진 이야기’ 전시는 점차 우리의 시야와 정신에서 멀어지는 대상과 순간에 주목한 작가들의 시선을 담고 있다. 참여 작가들은 소외된 대상과 현상, 잊힌 흔적을 탐색하거나 빠른 속도에 맞추기 어려운 사회에서 고민하는 자아의 모습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다. 전시는 작가들의 다양한 시선을 통해 현대인이 놓치고 지나치는 순간과 대상, 그리고 과정 속에서 사라져가는 요소들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사라진 이야기’전은 단지 느린 템포의 이야기를 강조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우리가 무심코 ‘건너뛰기(skip)’하며 상실한 삶의 깊은 지점들을 드러내며 관객들에게 총체적인 경험을 제안한다. 고재욱 작가는 ‘모범적인 조연들’을 통해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 2’의 유색인종 조연을 조명하며 서구 중심 서사를 전복하고 객체와 주체의 위계를 전환해 새로운 서사를 탐색한다. 박수연 작가는 인간의 불완전함과 삶의 불안정성을 초현실적 자연 풍경으로 표현하며, 삶의 변곡점에서 세계와 생의 의미를 찾는 내적 여정을 담고 있다. 송민규 작가는 풍경 속 운동 현상과 에너지를 기호로 변환해 효율성과 속도로 인해 생략되는 기록과 사건을 붙잡고 경험의 밀도를 복원하려 한다. 양인아 작가는 외부 요인으로 축적된 개인적 감정을 회화적으로 표현하며, 감정 교류 과정에서 불완전성을 드러내고 타자와의 관계를 조명한다. 이을 작가는 언어의 한계와 정체성의 변형을 탐구하며, ‘Don’t Believe Me, I‘m Eul’ 퍼포먼스를 통해 실체와 허구의 경계를 흔들며 현대 사회의 구조를 비판한다. 장입규 작가는 디지털 매체와 이미지가 인간 세계관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며, 디지털과 현실의 혼성적 시공간을 연구한다. 장시재 작가는 낡고 거친 재료를 사용해 불안정한 풍경을 표현하며, 불확정성이 지닌 가능성과 미의식을 탐구한다. 정문경 작가는 일상 사물을 변형해 인간의 내면과 사회적 맥락을 탐구하며, 개인과 사회의 복합적 관계를 시각화한다. 조희수 작가는 신체와 공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인간 존재를 탐구하며, 강남역에 육상 트랙을 설치해 도시 공간을 새롭게 점유한다. 홍보미 작가는 미술관 청소부 경험과 취재를 통해 예술의 본질을 찾고, 예술과 비예술, 제도와 일상의 경계를 체화하며 예술의 사회적 담론을 활성화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30

걸작은 천재적 재능일까, 노력의 결과일까?

천재는 타고나는 것인가, 아니면 길러지는 것인가? 이 질문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오랫동안 천재가 신으로부터 부여된 타고난 재능이라고 여겨졌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교육과 사회적 환경이 천재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주장도 늘었다. 신간 ‘천재와 거장’(글항아리)의 저자 데이비드 갤런슨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학 이론과 관점으로 천재성을 분석한다. 그는 대학 시절 현대미술 강연 수강 후 미술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고, 훌륭한 컬렉션을 보유한 여러 미술관을 다니며 작품을 감상하며 경매가 분석을 통해 작품의 가치를 연구했다. 그 결과, 젊은 나이에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개념적 혁신가’와 경력을 쌓아가며 가치를 높이는 노련한 ‘실험적 혁신가’의 차이를 발견했다. 예를 들어, 피카소의 ‘아비뇽의 여인들’은 26세에 그린 작품이 67세의 작품보다 4배 더 높은 가치를 보였고, 세잔의 경우 67세의 작품이 26세의 작품보다 15배 더 높은 가치를 보였다. 저자는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념적 혁신가는 연역적 사고를 통해 어린 나이에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급격한 창조를 이루는 반면, 실험적 혁신가는 귀납적 사고를 통해 인생 후반부에 주요 성과를 낸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두 혁신가 사이의 긴장과 협력이 예술적 혁신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두 접근 방식의 차이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얻는 이점을 설명하며, 인간의 창의성에서 생애 주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결국, 이 책은 천재와 거장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예술 발전에 기여했으며, 이들의 혁신적 접근 방식이 예술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결론짓는다. 저자는 개념적 혁신가의 대표 주자로 피카소와 앤디 워홀을, 실험적 혁신가로는 세잔·폴록·로스코 등을 꼽는다. 또한, 많은 실험적 혁신가들이 완벽주의적 성향 때문에 작품을 쉽게 공개하지 않으며, 외부 비판을 피하려다 보니 성장 속도가 느려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연구의 촉매제로 삼아 더 많은 연구를 자극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두 접근 방식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보여주며, 이를 통해 인간의 창의성에서 생애 주기의 역할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저자는 두 유형의 혁신가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인류의 예술 발전에 기여했음을 강조하며, 각각의 접근법이 지닌 독특한 가치를 인정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27

공격을 넘어서는 감정… 왜 세상은 분노에 휘둘리는가

현대 사회는 분노로 가득 차 있다. 정치권을 필두로 극단적 선동과 혐오 발언으로 물든 공론장, 소셜 미디어에서의 마녀사냥 등 각종 분노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분노는 단순한 감정을 넘어, 문화, 이념, 성별, 계급 간의 갈등을 증폭시키며 사회적 기능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저명한 영문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조시 코언 영국 골드스미스런던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는 신간 ‘분노 중독’(웅진지식하우스)에서 이러한 분노를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그 기원과 대처 방안을 탐구한다. 그는 분노를 ‘의로운 분노’, ‘실패한 분노’, ‘냉소적 분노’, ‘유용한 분노’ 등으로 나눠, 문학과 심리학, 역사와 철학을 통해 그 내밀한 기원을 분석한다. 저자는 개인의 내면과 사회·정치적 맥락을 모두 아우르며, 분노의 본질을 탐구하는 방대한 지적 여정을 시작한다. 감정의 도가니와 같은 자신의 상담실에서부터 성경과 셰익스피어, 프로이트와 헐크, 트럼프와 툰베리를 넘나들며, 단순히 분노를 나쁜 것, 위험한 것으로 단정 짓는 시각을 뛰어넘는 인간 본성에 관한 근본적 통찰을 펼쳐 보인다. 저자는 분노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사랑처럼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분노는 공격과 짝을 이루지만, 공격은 분노를 표현하는 여러 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 분노는 억압되거나 과장된 친절로 감춰질 수 있으며, 이는 자기 이해와 성찰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특히 저자는 ‘의로운 분노’에 주목하며, 이는 자신이 옳다는 확신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분노는 공격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폭력적일 수 있으며, 무능하고 취약한 자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분노는 억압될 경우 무의식에 남아 정치적 자원으로 악용될 수 있다. 따라서 저자는 분노를 완전히 없애거나 관리하는 대신, 분노를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분노를 느끼고 이를 표현함으로써, 이를 예술적 창조나 자아 성찰의 도구로 전환할 수 있다. △공격과 폭력을 부추기는 성난 감정의 정체 저자는 서론에서 정신분석학을 기반으로 분노를 재조명한다. 일반적으로 분노를 공격과 동일시하지만, 실제로 공격은 분노를 표출하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정신분석학에 따르면, 분노는 태어날 때부터 경험하는 욕구와 만족의 간극에서 비롯된다. 요구가 거부되고 불만이 지속될 때, 분노는 무의식에 ‘총체적 무력감’으로 새겨진다. 이러한 유아기의 분노는 일생의 여러 단계에서 끈질기게 남아 영향을 미친다. △스스로가 옳다고 확신하는 사람의 분노는 자신과 세상을 파괴한다 저자는 분노의 이면에 있는 유아기적 무력감을 지적하며, 분노의 네 가지 유형 중 첫 번째로 주목하는 것은 ‘의로운 분노(Righteous Rage)’다.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확신에서 비롯되는 이러한 분노는 뚜렷한 공격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폭력적일 수 있다. 옳음은 울음을 통해 즉각적인 보호를 받으며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한다는 ‘전능 환상’과 유사하다. 저자는 이러한 심리적 배경에서 발생하는 ‘의로운 분노’가 어떻게 총기 난사범이나 폭탄 투척범들의 정의 구현 서사로 이어지고, 사실을 왜곡하는 음모론이나 ‘우리’와 ‘저들’을 나누는 분열적 사고로 발전하는지 상세히 설명한다. △우리는 분노를 완전히 없앨 수 없는 걸까: 분노의 정치적 악용 분노를 완전히 제거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분노를 억제하거나 긍정적 사고를 강요하는 접근, 즉 ‘실패한 분노(Failed Rage)’는 무력감과 우울감을 초래하며, 수동적 공격 등 부정적 방식으로 표출된다. 억압된 분노는 정치적 악용에 취약해진다. ‘세상 다 망해버려라’, ‘모든 것은 조작되었다’와 같은 구호는 공동체를 결속시키며 모호한 위안을 제공한다. 또한, 극단주의자들은 이를 이용해 ‘외부의 적’을 지목하고 폭력을 정당화한다. 이러한 분노는 냉소적 분노(Cynical Rage)’로 변질된다. △분노하는 것과 분노를 느끼는 것은 다르다…분노의 파국적 영향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법 분노는 인간의 원초적 감정이며 삶의 필연적 요소다. 이를 다루는 방법으로 저자는 분노를 ‘느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분노는 예술적 창조의 원동력, 자아와 관계의 균열을 메꾸는 접착제, 그리고 타인에 대한 진정한 호기심으로 변모한다. ‘유용한 분노(Usable Rage)’는 충족되지 않은 분노의 무게를 견디는 내성을 통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불행과 분노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기 쉽다. 이해되지 않은 분노는 우리를 내부에서부터 갉아먹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자기감정에 대한 깊은 성찰과 타인에 대한 공감, 호기심을 회복해야 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27

색채와 구도의 혁신… 전통 민화를 넘어 현대 예술로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는 오는 30일까지 전관에서 대구에서 활동 중인 현대 민화 작가 26명을 초대해 ‘대구 현대 민화 대표작가 초대전: 전통 민화를 넘어 현대 민화’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대구미술협회 및 여러 미술 단체, 공모전 수상 중견작가들이 참여해 전통 민화의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인다. 현대 민화 작가들은 다채롭고 강렬한 색상으로 널리 알려진 전통 민화를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색채 조합이나 과감한 색상 사용을 통해 현대적 감각을 소화해내고 있다. 또한, 형태의 자유로움을 강조하면서 전통적인 구성에서 벗어나 추상적이고 실험적인 구도와 선의 변형을 통해 기존 민화의 틀을 넘어서려는 시도도 지속 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대중문화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민화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민화는 소박하고 순수한 민족의 정서를 담고 있으며, 서민들의 그림으로서 우리 문화에 큰 의미를 지닌다. 최근 젊은 예술가들은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며, K-ART의 전통을 잇는 중요한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 민화의 상징적 의미와 색채, 구성을 현대적 요소와 결합한 작품 100여 점이 선보일 예정이다. 화조화나 영모화의 형태를 현대적 추상 기법으로 풀어내거나, 새로운 소재와 기법을 사용해 재구성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이를 통해 작가들은 전통 민화의 소박함과 순수성을 현대 사회의 이슈와 연결해 표현하며, 인간과 자연, 사회적 가치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낸다. 또한, 전통 색채의 아름다움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색채 조합과 과감한 색상을 사용해 현대적 감각을 추가한다. 전통적인 구성에서 벗어나 추상적이고 실험적인 구도와 선의 변형을 통해 기존 민화의 틀을 넘어서려는 시도도 보여준다.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는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문화적 흐름을 제시하는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의 발전과 국제적 교류를 촉진하는 중요한 시도”라며 “26명의 작가들은 K-아트로서 민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한국적 요소를 현대적이고 국제적인 언어로 변형시킴으로써 국제적인 예술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25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양성평등정책 지원사업 실시

경북여성정책개발원(원장 하금숙·사진)이 양성평등 문화 확산과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2025 경상북도 양성평등 정책 지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이번 사업은 경북도 내 양성평등 의식을 제고하고 도농 간 인식 격차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경북 한 바퀴 찾아가는 양성평등교육’△‘풀뿌리단체 양성평등 활동 지원 사업’‘농촌 특화 다양성 존중 교육’ 등 세부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경북 한 바퀴 찾아가는 양성평등교육’은 기존의 획일적인 교육 방식을 탈피해 생애 주기별 맞춤형 교육을 도입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올해는 아동을 주요 대상으로 선정해 조기 교육을 강화함으로써 양성평등 의식을 아동기부터 형성할 수 있도록 하고, 향후 점진적으로 교육 대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풀뿌리단체 양성평등 활동 지원 사업’은 지속 가능한 양성평등 사회 구축을 목표로, 지역 내 풀뿌리단체의 역량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는 경북도의 ‘저출생과의 전쟁 시즌 2’에 발맞춰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성과가 우수한 단체를 선정해 시상함으로써 동기 부여를 강화할 예정이다. ‘농촌특화 다양성 존중 교육’은 경북 농촌지역 내 양성평등문화 확산과 인식 개선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이장, 청년 농부 등 농업 관련 직업군을 대상으로 양성평등인식 개선 교육, 다문화 이해 교육, 세대통합 교육 등을 체계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의 신청 접수 등 세부 사항은 경북여성정책개발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금숙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은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양성평등의식 향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특히 농어촌지역에서의 양성평등문화 확산이 더욱 요구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25

매화향 그윽한 초봄, 수묵화 여행 떠나볼까

‘탈사군자적 대나무’ ‘목가·전원풍’ ‘맑음-淸’ ‘고절한심(苦節寒心)’ 등 해마다 동양화의 변주(變奏)를 거듭해온 석경 이원동사진이 올해는 ‘수묵화 잔치’로 관객들을 맞는다. ‘1998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으로 유명한 석경 이원동의 33번째 개인전이다. 이 전시회는 25일부터 30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2층 제11전시실에서 열린다. 올해로 서화 입문 52년째인 이원동의 ‘수묵화 잔치’에는 전시장 정면 벽을 메운 폭 10m, 높이 2.4m의 고매도(古梅圖)가 작년에 이어 다시 한번 등장한다. 작년에 짙은 홍염(紅艶)의 매화가 여심을 흔들었다면, 올해는 400인치 묵직한 백매(白梅)가 남성들의 춘심을 저격한다. 대작과 더불어 130호 크기의 난초, 대나무, 국화, 노송이 당당한 자태를 뽐내는가 하면, 1호 크기 작품 330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비구상의 대형 묵화가 다수 출품돼 작가의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어 감상하는 재미를 더해준다. 칼을 차고 총을 든 사람과 꿇어앉은 사람 모두가 고개를 꺾고 놀라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옆에는 군중 속에 둘러싸인 개인의 고독을 표현했는가 하면, 줄타기를 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려내기도 했다. 이전에 비해 확연히 정형(定型)에서 벗어난 화풍은 그가 구상에서 탈피해 추상의 영역으로 몰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더욱 깊어진 화의(756B意)는 혼미한 현재의 정치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한 1호 크기의 사군자에는 눈 덮인 산을 뒤로 하고 핀 매화, 둥근 달을 배경으로 삼엄한 설죽(雪竹), 깊은 계곡 낭떠러지에 핀 난초 등을 표현해, 작지만 깊은 울림으로 대작에 못지않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1호 작품의 대량, 전시는 이번 전시회의 테마이자 관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석경은 300점이 넘는 작품은 “매일매일 작품에 정진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이라며 “부처님 손바닥에 삼라만상이 담기듯 17㎝ 수묵화 속에도 화두와 사유(思惟)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석경 이원동은 그동안 수묵 사군자뿐만 아니라 석채(石彩)로 그린 포도나 비파, 금니(金泥)를 입힌 불화, 화강석으로 쪼아낸 불상, 도자기 판에 양각으로 새긴 선승 등 소재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전시회에 앞서 석경은 “이번 전시에서는 장자 소요유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처럼 ‘아무것도 없는 경지의 무위자연’을 노래하고 싶었다”면서 “탑과 매화 그림의 화제 ‘잔잔하게 바람 부는 날 달빛 좋은 밤, 다만 응답이 없어 돌아섭니다’는 그런 담담함의 세계에 중점을 두고 붓을 잡았다”고 말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3-24

동해안 유배자들이 남긴 문학·생활 풍경

조선시대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첫 유배지인 포항시 남구 장기면에서 ‘기성잡시’와 ‘장기농가’를 저술했다. 이를 통해 그는 당시 농민의 생활과 고충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현재 이 지역은 정약용 등 조선시대 유배 실학자들의 청렴과 학문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매년 수천 명의 방문객이 찾는다. 또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장기면의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매력을 널리 전파하고 있다. (재)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제4회 포항 장기유배문화제’를 4월 12일, 19∼20일 3일간 포항시 장기면 일대에서 개최한다. 이번 문화제의 주제는 ‘동쪽 끝에서 새 길을 잇다’로, 포항, 영덕, 울진 등 동해안 지역의 유배자들이 남긴 문학 자료를 통해 동해안의 풍경과 생활상을 조명한다. 특히 조선시대 가장 많은 유배자들이 거쳐 간 포항 장기의 장소성을 살려 고난을 넘어 학문의 고귀한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유배문화길 투어, 토크콘서트, 선비육례, 백일장, 사생대회, 유배문화촌 탈출게임, 전통체험 등이 있으며, 다양한 세대가 참여할 수 있는 장기만의 특색 있는 프로그램들로 구성돼 있다. 문화제의 시작은 ‘유배문화길 투어’로, 과거 한반도 최대 규모의 활엽수 숲으로 기록된 장기숲의 흔적과 우암 송시열을 기린 죽림서원 터, 장기 뇌록, 모포줄, 일출암 등 장기가 가진 보물들을 발굴하는 2시간 이내의 트레킹 코스로 알차게 꾸며져 있다. 이 투어를 통해 참가자들은 장기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다. 12일 장기읍성에서는 유배자들이 편지를 통해 가족들과 소식을 전한 의미를 담은 주제로 백일장이 열리고, 봄날의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장기읍성을 배경으로 사생대회가 진행된다. 또한, 장기유배문화체험촌에서는 문화관광해설사들과 함께하는 탈출 게임이 진행된다. 이는 유배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면서도 역사에 대해 탐구할 수 있는 현장형 장소 탈출 게임으로, 포항시 문화관광해설사가 직접 진행해 내용이 풍부하다. 19일 개막식은 오전 10시 45분 식전행사로 장기풍물단과 함께하는 유배 행렬을 재현하고, 유배문화체험촌 내 우암 적거지에서 축제의 문을 연다. 체험촌 내에는 장기부녀회가 운영하는 ‘장기주막’에서 장기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음식과 딸기주스 등이 판매될 예정이다. 이어 오후 2시에는 ‘맑은 시대에 자유로운 백성’이라는 타이틀로 ‘유배문화 토크 콘서트’가 진행된다. 장기를 중심으로 울진, 영덕 지역의 유배자들이 남긴 문학을 통해 동해안 풍경과 생활상을 주목하며, 각 지역의 전문가들과 남양주시에서도 참여해 정약용의 문학을 더욱 깊이 있게 탐구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체험촌 마당과 정약용 적거지에는 장기만이 지닌 ‘특색 있는 체험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여기에는 한지 뜨기, 고서 만들기, 뇌록(단청) 그리기, 한복 체험 등이 포함돼 있으며, 미술심리 상담사가 진행하는 ‘촌병혹치 치유 차(茶) 방’도 운영된다. 이 프로그램은 포항에서 나는 풀을 활용해 나만의 차를 블렌딩하는 시간으로, 포항 풀 차 ‘위티(We:T)’ 팝업스토어도 함께 열려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한편, 장기향교 및 장기읍성에서는 유배문화가 남긴 선비정신을 이어받은 ‘선비육례’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장기 향교에서는 예법을 배우고, 전통 악기 감상, 이하우 교수와 함께하는 천문도 이야기, 그리고 윷놀이를 통해 경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읍성 북문에서는 마술과 말 체험, 무술과 활 쏘기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이번 축제는 관람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장기면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더욱 뜻깊게 진행된다. 장기풍물단은 개막 공연을 맡고, 자율방범대와 의용소방대는 주차와 안전을 담당하며, 부녀회는 전통 먹거리를 선보인다. 또한, 장기충효관, 장기향교, 장기읍성 등 지역 명소가 총동원돼 유배 문화를 더욱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포항문화재단 관계자는 “장기유배문화제는 유배지에서 고난을 극복하며 학문과 정신을 이어간 선비들의 삶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조명하는 의미 있는 축제”라며 “지역 정신문화의 중심이자 천혜의 자연환경을 품은 ‘장기’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의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유배문화길 투어, 백일장, 사생대회, 탈출게임은 사전 신청 후 참가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24

풍부한 색채와 공간감의 세계

아일랜드 출신인 현대 추상회화의 거장, 션 스컬리(80)의 개인전이 국내 국공립 미술관 중 처음으로 대구미술관에서 열린다. 션 스컬리는 선과 블록 모티프를 중심으로 추상을 탐구해온 작가로서, 그의 작품에는 수평, 수직 등 벽돌 같은 모양들이 불규칙하게 배열된 기하학적인 패턴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대구미술관은 오는 8월 17일까지 어미홀 및 1전시실에서 ‘션 스컬리: 수평과 수직’이라는 제목의 션 스컬리 회고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작가의 작품 세계 전체를 아우르는 작품들이 대거 출품된다. 1945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나 현재 미국과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션 스컬리는 지난 수십 년간 현대 추상회화를 은유와 영성, 휴머니즘으로 이끄는 데 선구자적 역할을 해온 동시대 대표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다. 회화, 사진, 조각, 판화 등 다양한 장르를 다루는 그는 특히 풍부한 색채와 기하학적 형태에 기반한 독자적인 화풍으로 유명하다. 물감이 채 마르기 전에 여러 겹으로 덧칠하여 얻는 풍부하면서도 미묘한 색채감과 강한 공간감은 그의 회화를 대표하는 특징이다. 작가는 1989년과 1993년 두 차례 터너상 후보에 올랐다. 현재 그의 작품은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돼 있고, 광범위하게 전시를 하고 있는 동시대 가장 중요한 현대미술가 중 한 명이다. 이번 전시에는 1960년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기별 대표작과 신작을 아우르는 회화, 드로잉, 조각 등 70여 점을 전시해 그의 예술적 여정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대표적인 ‘빛의 벽’, ‘랜드라인’ 연작을 비롯해 작가 활동 초기인 1960년대의 구상작품, 정밀한 선들이 교차하는 구성의 1970년대 구조적인 격자(Supergrid) 회화, 캔버스 패널 안에 또 다른 패널을 배치하는 인셋(inset) 기법을 활용한 1980년대의 대형 회화, 그 밖에 수채화, 연필 드로잉, 디지털 프린트 등 작가의 작품 세계에 다층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된다. 특히 이번 대구미술관 전시를 위해 제작한 4m 높이의 기념비적인 대형 철 조각 ‘대구 스택(Daegu Stack)’과 작가 특유의 풍부한 색채로 도색한 알루미늄 프레임을 층층이 쌓아 올린 ‘38’을 미술관 야외 공간과 어미홀에 각각 설치해 처음으로 선보인다. 노중기 대구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션 스컬리의 깊이 있는 예술세계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자리다. 현대 추상회화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거장 션 스컬리의 풍부한 색채, 구조, 그리고 시적 감수성이 어우러진 작품 세계를 경험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23

가족 위한 사랑과 희생… ‘엄마의 고물상’에 담아

사람들이 쓰다 버린 온갖 물건들이 모이는 고물상 흙바닥에서 다섯 아이는 맨발로 뛰어다니며 자란다. 엄마는 갈 곳 없는 사람들에게 방을 내어주고, 손수레와 엿판도 마련해 주었다. 그들은 아침마다 밤새 만든 엿을 손수레에 가득 싣고 가위를 흔들며 길을 나선다. “고물 삽니다! 맛있는 엿으로 바꿔 줍니다!” 소란스럽고 어수선해도 따뜻한 정이 흘러넘치는 그곳은 엄마의 고물상이다. 도서출판 비엠케이에서 출간된 그림책 ‘엄마의 고물상’은 다섯 아이를 키우기 위해 고물상을 열었던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현지영 작가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그림책이다. 한국어린이교육문화연구원의 ‘으뜸책’으로 선정됐으며, 2025년 볼로냐 아동도서전에 위탁도서로 해외에 소개되기도 했다. 현지영 작가는 다섯 남매 중 넷째로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도 오랫동안 품어온 그림책 작가의 꿈을 이뤘다. 특히 올해 아흔넷을 맞은 그녀의 어머니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다는 소망을 실현하게 됐다. ‘엄마의 고물상’은 고물상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가족의 사랑과 희생을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엄마가 다섯 아이를 키우기 위해 연 고물상은 단순한 폐기물의 집합소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놀이터였다. 작가는 이 그림책을 통해 고난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헌신한 어머니의 모습을 생생히 묘사한다. 어머니는 갈 곳 없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정을 나눴다. 그림책 ‘엄마의 고물상’은 독자들에게 시대를 초월한 감동과 희망을 전달하며,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의 힘을 일깨운다. 현지영 작가는 “엄마의 희생과 사랑은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가치”라며 “이 책이 독자들에게 아름다운 가치와 희망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23

매화향 그윽한 초봄, 수묵화 여행 떠나볼까

‘탈사군자적 대나무’ ‘목가·전원풍’ ‘맑음-淸’ ‘고절한심(苦節寒心)’ 등 해마다 동양화의 변주(變奏)를 거듭해온 석경 이원동이 올해는 ‘수묵화 잔치’로 관객들을 맞는다. ‘1998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으로 유명한 석경 이원동의 33번째 개인전이다. 이 전시회는 25일(화)부터 30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2층 제11전시실에서 열린다. 올해로 서화 입문 52년째인 이원동의 ‘수묵화 잔치’에는 전시장 정면 벽을 메운 폭 10m, 높이 2.4m의 고매도(古梅圖)가 작년에 이어 다시 한번 등장한다. 작년에 짙은 홍염(紅艶)의 매화가 여심을 흔들었다면, 올해는 400인치 묵직한 백매(白梅)가 남성들의 춘심을 저격한다. 대작과 더불어 130호 크기의 난초, 대나무, 국화, 노송이 당당한 자태를 뽐내는가 하면, 1호 크기 작품 330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비구상의 대형 묵화가 다수 출품되어 작가의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어 감상하는 재미를 더해준다. 칼을 차고 총을 든 사람과 꿇어앉은 사람 모두가 고개를 꺾고 놀라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옆에는 군중 속에 둘러싸인 개인의 고독을 표현했는가 하면, 줄타기를 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려내기도 했다. 이전에 비해 확연히 정형(定型)에서 벗어난 화풍은 그가 구상에서 탈피해 추상의 영역으로 몰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더욱 깊어진 화의(畫意)는 혼미한 현재의 정치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한 1호 크기의 사군자에는 눈 덮인 산을 뒤로 하고 핀 매화, 둥근 달을 배경으로 삼엄한 설죽(雪竹), 깊은 계곡 낭떠러지에 핀 난초 등을 표현하여, 작지만 깊은 울림으로 대작에 못지않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1호 작품의 대량 출품, 전시는 이번 전시회의 테마이자 관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석경은 300점이 넘는 작품은 “매일매일 작품에 정진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이라며 “부처님 손바닥에 삼라만상이 담기듯 17cm 수묵화 속에도 화두와 사유(思惟)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석경 이원동은 그동안 수묵 사군자뿐만 아니라 석채(石彩)로 그린 포도나 비파, 금니(金泥)를 입힌 불화, 화강석으로 쪼아낸 불상, 도자기 판에 양각으로 새긴 선승 등 소재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석경 이원동 전시회에 앞서 석경은 “이번 전시에서는 장자 소요유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처럼 ‘아무것도 없는 경지의 무위자연’을 노래하고 싶었다.”면서 “탑과 매화 그림의 화제 ‘잔잔하게 바람 부는 날 달빛 좋은 밤…다만 응답이 없어 돌아섭니다’는 그런 담담함의 세계에 중점을 두고 붓을 잡았다.”고 말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3-23

올해 대구사진비엔날레 예술총감독에 엠마뉘엘 드 레코테 선임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대구사진비엔날레가 프랑스의 세계적인 사진 전문가를 예술감독으로 선임해 국제적인 위상을 한층 더 강화하게 됐다. 대구문화예술회관(관장 김희철)은 제10회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예술총감독으로 엠마뉘엘 드 레코테(57·사진)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레코데 예술총감독은 프랑스 파리 4대학에서 미술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 퐁피두 센터와 파리사진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또한 그는 매년 11월 파리에서 열리는 대규모 사진 축제인‘포토 데이즈(PhotoDays)’의 설립자이자 예술감독으로서 국제적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올해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생명의 울림(The Pulse of Life)’을 주제로 9월 18일부터 11월 16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 전관에서 열린다. 지난해 9월 총감독 선임 이후 전시 주제 ‘The Pulse of Life(생명의 울림)’를 설정하고 명망 있는 국내외 큐레이터로 기획팀을 구성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레코데 예술총감독은 “동시대 사회적인 이슈와 현대사진의 주요 경향을 반영한 주제를 선정하고 나아가 AI시대를 맞아 사진매체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사진예술의 정체성과 역할을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 주제는 ‘공생세(Symbiocene·호주의 환경철학자 글렌 앨브렉트가 제안한 개념으로,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시대인 인류세(Anthropocene)를 넘어, 모든 생명체가 상호 협력하고 공생하는 새로운 지질 시대를 의미)’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모든 생명체 간의 상호 연결성을 성찰하는 ‘생명’이란 무엇인가? 라는 철학적 질문을 제기한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주제와 조화를 이루도록 포토북전시, 국제사진심포지엄, 포트폴리오 리뷰 등의 부대 행사를 예술총감독의 총괄하에 구성했다. 2006년 10월에 시작해 국내 유일 및 아시아 최대의 사진축제인 대구사진비엔날레는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 평가결과 최고 등급을 받은 바 있다. 김희철 대구문화예술관장은 “대구사진비엔날레가 10회를 맞아 세계적인 행사로 도약하기 위해 유럽 사진계에서 경험이 풍부한 엠마뉘엘을 예술총감독으로 초빙했다”며 “이번 행사는 매우 기념비적이며, 총감독과 큐레이터 등 모두가 최선을 다해 성공적으로 개최되도록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21

문무학 시인 ‘예술로 노는 시니어’출간

문무학 시인 대구예총 회장을 역임한 문무학 시인이 ‘예술로 노는 시니어’(뜻밖에)를 펴냈다. 이미 어르신 세대가 된 문 시인이 자신의 시니어 일기이자 문화, 예술 섭렵 기록을 담담한 일상 언어로 엮어냈다. 5명 중 1명이 시니어가 된 사회에서, 시니어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사는 날이 많아져도, 사는 일에 익숙해지기는 쉽지 않다고들 한다. 문무학 시인은 고민 끝에 예술에서 그 답을 찾고자 결심하고 직접 실천에 나섰다. 작가는 이미 매주 한권씩 쉰 두권의 책을 읽고 쓴 서평을 모아 ‘책으로 노는 시니어’를 세상에 내놓은 적이 있다. 그리고 ‘책으로 노는 시니어’의 범주를 확장해 이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예술로 노는 한 시니어의 실천기 성격을 띠고 있다. 작가는 한 해 동안 다양한 예술 장르를 넘나들었다. 한 달 4주를 첫째 주는 영화나 연극, 둘째 주는 공연, 셋째 주는 책, 넷째 주는 전시를 보고 매주 한 편씩 그 관람기를 남겨 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예술로 노는 시니어’는 단순히 한 시니어의 일 년 기록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수백 년을 살아남은 책이, 지역에서 누릴 수 있는 수준 높은 문화생활과 지역 예술가들의 창작열이 이 한권의 책에 담겨 있다. 저자는 좋으면 좋은 대로,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솔직하게 감상기를 펼쳐 나갔다. 단순 예술 감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일화와 자료, 해석 등을 추가해 독자들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돕고, 예술소비에 앞서 미리 참고하면 좋을 것, 찾아보면 좋을 것들을 짚어준다. 저자는 매주 한 장르의 예술을 소비하는 일을 통해 삶에 활기가 돌고 생각이 많아진 것에 더해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긍심이 생겼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처럼 문화생활을 향유하며 지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래도 지루하지 않는 삶,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삶, 그리고 내가 속한 공동체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삶을 시니어들도 찾아보자고 권하고 있는 듯하다. /한상갑기자

2025-03-20

암각화 2-고래의 항변: 황폐해져가는 우리 영혼과 정신을 깨우다

“대관절 사무친 원한을/땅속에 묻고 살았더냐//단칼에 참수형을/당하고도//줄/줄/이/끌려온//영어(囹圄)의/저 몸.”- 손수여 시 ‘무시래기’ 전문 손수여 시인의 아홉 번째 시집 ‘지금도 시위 중이다’(신아출판사)가 출간됐다. 68편의 시가 4부로 나눠 구성된 시집이다. 손수여 시인은 시집 앞머리 ‘시인의 말’에서 ‘결이 곱고 쉬운 시, 나만의 색깔로 그려볼 수 없을까. 홀아비바람꽃이 불러 모은 천상의 화원처럼 얼마나 더 간절해야 향기 글꽃 나도 피울 수 있을까’라고 쓰고 있다. 표제가 ‘지금도 시위 중이다’인 이 시에서, 시인은 삭막해지는 환경 재해 속에서 인류의 생존을 위해 암각화의 고래들이 시위하는 모습을 통해, 황폐해져 가는 우리의 영혼과 정신세계를 지키고자 시를 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시 ‘암각화 2-고래의 항변’의 마지막 구절인 ‘경계를 내려놓고 허구 세월을/ 반구대에서 지금도 시위 중이다’는 이러한 메시지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손 시인의 시 세계는 삶의 본질을 직시하는 데 있어 과거와 현재, 개인과 역사, 현실과 초월적 사유를 넘나드는 깊은 통찰과 사색에 기반하고 있다. 일상과 역사적 경험을 소재로 해, 단순한 단어 나열에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한국적 정서와 삶의 근원을 탐구하려는 태도가 특징이다. 시 ‘노루 한 마리가’는 아련한 회억이 묻힌 경주 계림과 천년 왕조의 숨결이 일렁이는 반월성을 배경으로 하며, 석굴암과 토함산의 전설을 통해 서라벌의 불국토적 풍경을 묘사한다. 시인은 과거의 흔적을 따라가며 사라진 존재들을 떠올리며, 자연 속에서 시인의 부재를 느끼고 슬픈 노루가 바람의 시를 듣는 장면을 그려낸다. 손수여 시인 ‘홀아비바람꽃’에서는 눈 덮인 땅에서도 피어나는 꽃들과 함께, 사랑하는 이가 없는 봄의 허무함을 표현하며,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도 인간의 감정과 연결됨을 보여준다. 시인은 오랜 시간 숙성된 시를 창작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 그리움과 상실, 그리고 회복의 과정을 시로 풀어내고 있다. 김철교 문학평론가는 “손수여 시인의 시 세계는 삶의 본질을 직시하는데 있어서 과거와 현재, 일상과 영성의 경계를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개인적 감정 발산에 머무르지 않고, 전통과 역사, 인간과 자연을 아우르며 인간 내면의 진정성을 발견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라고 평했다. 손수여 시인은 한국시학, 시세계를 통해 시로, 월간 문학을 통해 문학평론으로 등단했다. 제4회 도동시비문학상, 제34회 P.E.N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시집으로는 ‘성스러운 해탈’, ‘숨결, 그 자취를 찾아서’ 등 총 8권을 출간했으며, 평론으로는 ‘매헌 윤봉길의 문학사적 위상 조명’ 외 다수를 집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20

AI 시대, 지속가능한 기업 성공 방법 제시

포스코에서 20년 넘게 기술혁신 컨설팅을 담당해온 장광일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가 신간 ‘AI 시대, 그래도 사람이 최고다’(퍼플)를 펴냈다. 저자의 풍부한 현장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공을 이루는 방법이 제시된 이 책에는 ‘포스코 현장 혁신 스토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장 교수는 동국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졸업하고, ISO 14001 및 ISO 9001 심사원보 자격을 갖춘 전문가로서 6시그마·통계·TPM 자주보전 등 다양한 혁신 기법을 기업 현장에 적용해 왔다. 그는 경북매일신문에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재한 칼럼과 20년간의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매년 변화하는 시장 환경과 기술 발전 속에서도 기업의 생존과 성장은 운이 아닌 철저한 준비와 전략에 달려 있음을 강조한다. 장 교수는 1990년 포스코 제강부에 입사해, 15년 후인 2005년에 혁신지원그룹에 소속됐다. 이 시기에 그는 포스코만의 맞춤형 혁신 활동인 QSS(Quick Six Sigma)를 처음 도입하고 전파하며 회사의 변화를 주도했다. 그는 작은 정리와 개선부터 시작해 현장을 변화시키는 경험을 쌓아왔다. 장 교수는 “현장에 직접 가서 보고, 문제를 느끼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다”며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시장의 흐름에서 도태된다”면서 변화의 패턴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장 교수는 직장 내 즐거움과 몰입할 수 있는 일터의 중요성을 들어 “기업은 개인의 성장을 돕고, 개인은 기업의 성과를 높인다”는 선순환 구조를 제시한다. 책은 총 8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각 장에서는 혁신과 지속 성장, 안전과 친환경 경영, 현장 개선과 동반성장, 조직 문화와 소통 리더십, 효율성과 낭비 없는 운영, 직장 생활과 개인 성장, 리더십과 협상 전략, 미래를 위한 기술과 방법론 등을 다룬다. 장 교수는 “AI 시대에도 여전히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작은 변화가 큰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이 책은 단순한 이론서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검증된 사례들을 바탕으로 조직이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향과 전략을 제시한다. 장 교수는 “미래는 준비된 자의 몫”이라며 이 책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데 실질적인 지침서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20

안동시 ‘2026년 동아시아 문화도시’ 선정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1일 ‘동아시아 문화도시 선정 심사위원회’를 개최하고, ‘2026년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경북 안동시를 선정했다고 18일 밝혔다. 한국, 중국, 일본 3국은 지난 2012년 한중일 문화장관회의 합의에 따라 2014년부터 매년 각 나라의 독창적인 지역문화를 보유한 도시를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해 다양한 문화교류와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6년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된 안동시는 ‘평안이 머무는 곳 마음이 쉬어가는 안동’이라는 표어(슬로건) 아래 인문정신문화 등 지역문화를 바탕으로 2026년 한 해 동안 중국과 일본의 동아시아 문화도시와 함께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교류하면서 아시아를 잇는 문화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개·폐막 문화행사와 함께 동아시아 인문가치 포럼, 동아시아 탈 전시와 체험, 한·중·일 청소년 기후위기대응 인문·예술캠프, 동아시아 전통·현대 음악 교류 축제, 동아시아 종이·문자 비엔날레 등 다양한 문화교류·협력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지역의 문화사업과 연계해 지속 가능한 문화교류 기반(플랫폼)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한중일 3국은 올해 중국에서 열릴 예정인 ‘제16회 한중일 문화장관회의’를 통해 3국의 ‘2026년 동아시아 문화도시’를 공식적으로 선포할 계획이다. 문체부 김현준 국제문화정책관은 “경북 안동시는 하회마을, 도산서원 등 다양한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회별신굿탈놀이 등 지역의 고유하고 독창적인 이야기와 문화예술 콘텐츠가 풍부한 도시이다. 한중일 3국의 동아시아 문화도시 간 다양한 문화교류·협력 사업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며 이해도를 높이고, 각 지역이 문화교류의 거점이 되어 국제교류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18

‘옻 회화’ 세계 개척 채림 작가 초대展

프랑스 조형예술저작권협회 회원이자 독창적 옻칠 세계를 개척한 채림 작가의 개인전 ‘자연의 노래’가 오는 31일까지 경주 라우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의 노래’를 주제로 한 옻칠 회화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채림 작가는 옻칠의 순수 회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옻칠 풍경화’와 옻칠과 오브제를 결합한 ‘조형적인 회화’를 병행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회에서는 두 작업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채림 작가는 전통 옻칠인 나전칠기와 같은 전통 공예의 조형미에 착목해 나무에 40여 회의 지난한 수공적 반복 과정을 거쳐 색채와 광택, 질감을 건져 올린다. 옻칠의 농도와 채도에 따라 화면은 천변만화의 표정을 드러낸다. 액체가 번져 흐르듯 유동적인 구성과 바람이 불듯이 속도감 넘치는 붓 터치, 청정한 수면처럼 매끈한 질감, 저 먼 기억 속의 희미한 풍경처럼 몽롱한 파스텔 톤, 안개가 낀 듯 경계가 모호한 스푸마토(Sfumato) 등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채림 작가의 ‘옻 회화’는 20세기 초에 두드러지게 나타난 유화의 마티에르(mati00E8re) 효과를 연상시킨다. 나무에 여러 번 반복한 옻칠에서 생산된 모호한 윤기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스푸마토 기법을 연상시키는 몽환적이고 자극적인 회화성을 지니고 있다. 녹색이나 짙은 푸른색, 붉은색, 검정색을 타고 상승하는 듯한 곡선들은 흡사 초서체로 휘갈겨 쓴 서예의 상승기류를 보는 듯하다. 채림의 작품에는 짙은 녹음의 숲과 조용한 연못이 있고, 어스름한 저녁 풍경이 등장한다. 수줍은 듯 살짝 고개를 내민 야생화들도 볼 수 있다. 들꽃과의 눈인사, 입맞춤에 이어 숲과의 속살거림이 화면을 채운다. 작가는 붓과 물감 대신에 옻칠과 자개, 순은을 사용해 이색적인 풍경화를 만들어 낸다. 평소 숲과 나무를 좋아하는 작가는 모네의 불후의 명작 ‘수련’의 장소로도 널리 알려진 지베르니 정원을 방문하면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의 작품을 보면 꽃과 열매를 비롯해 호젓한 숲속의 분위기를 차분히 실어내고 있다. 자연을 주제로 한 서양의 회화가 ‘대상지시적’이거나 ‘자아투사적’이라면, 그의 작품은 ‘자연의 관조’에서 오는 ‘맑은 기운’을 오롯이 살려냈다는 점에서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화면 곳곳에 덩굴인지 나뭇잎인지, 또는 나뭇가지인지 뚜렷하지 않은 선들이 서로 교차하고 엉키고 겹치며 미끄러지는 등 여러 표정을 짓는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것에서 출발해 점차 반경을 넓혀가며 급기야 거대한 흐름으로 바뀐다. 이용우 미술이론가(상하이대학 교수)는 “채림의 ‘옻 그림’은 전통의 뿌리를 튼튼하게 가진, 그러면서 더욱 새롭고 다양한 진화과정에 있다. 그의 예술은 세련된 옻을 다루는 기술, 그리고 보석디자인 기술의 완성도가 뒷받침하는 공예적 전통과 그것을 다시 현대미술과 만나게 하는 적응력이 매우 주목을 끈다”면서 “현대미술이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개념과 물질, 비물질, 행위, 아방가르드의 전복적 가치들이 연대하여 만들어낸 자극적인 퓨전 요리라면 채림의 예술은 옻칠이 빚어낸 감칠맛 나는 시적, 감성적 풍경화”라고 평가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18

파격 메타오페라 ‘Amopera’ 한국 초연

혁신적인 실험 오페라 장르인 메타 오페라가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대구에서 선보인다. 메타오페라(Metaopera)는 기존의 오페라 형식을 넘어, 여러 오페라 작품들의 요소를 결합하고 재창조해 새로운 형태로 선보이는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공연 예술이다. 이는 전통적인 오페라의 틀을 벗어나 다양한 시대와 스타일의 오페라적 요소를 혼합해 혁신적인 무대를 제공한다. 현대음악의 빈 필하모닉이라 불리는 오스트리아의 클랑포룸 빈(Klangforum Wien)과 벨기에의 국제적 예술단체 니드컴퍼니(needcompany)의 협업작인 메타 오페라 ‘Amopera(아모오페라)’가 오는 22일 오후 5시와 23일 오후 3시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다. ‘사랑’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작품의 시각적 요소와 실험적인 음악적 접근을 통해 관객들에게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대한민국에서 초연으로 선보이는 ‘Amopera(아모오페라)’는 지난 100여 년에 걸쳐 오페라 역사에서 나온 단편 16개 작품을 모아 재구성한 작품이다. 특히, 아리아나 모노드라마의 구절, 악기 소리와 인간 목소리의 실험적인 조합으로 이질적인 소재를 결합함으로써 소리에 국한되지 않고 음악적, 텍스트적, 시각적, 연주적 요소가 혼합돼 생겨나는 연관성과 의미를 새롭게 각색한다. 공연 무대는 니드컴퍼니의 그레이스 창이 인도네시아의 전통 그림자극 와양 쿨릿(Wayang Kulit)에서 영감을 받아 어둠 속 밤의 유령 같은 존재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녀의 작품인 ‘MALAM / NIGHT(밤)’을 재구상해 디자인했다. 클랑포럼 빈과 니드컴퍼니가 2022년 11월 오스트리아 티롤의 페스티슬라이스하우 엘렌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지난 100년간의 오페라 역사에 기반해 90편 이상의 오페라 펀드를 통해 관객들을 사랑의 여정으로 안내한다.‘Amopera(아모오페라)’는 관계, 대비, 절망, 황홀경 등을 통해 사랑의 빛나는 동시에 금지된 영역을 형성하며, 이를‘디스토피아적 발라드’(Dystopian Ballad·부정적인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사회 부조리와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을 서사적이고 감성적으로 표현한 노래)로 명명했다. 이 작품은 기존 오페라 애호가뿐만 아니라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공연을 선호하는 관객들에게도 큰 흥미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공연은 홍콩, 대구, 도쿄 아시아 투어로 진행되며 한국에서는 초연이다. ‘Amopera(아모오페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 ‘Amor opera(사랑 오페라)’로 해석돼‘사랑’에 대한 내용을 암시하지만, 아름답고 순결한 사랑보다는 질투와 배신, 광기와 같은 사랑의 어두운 면을 조명한다. 둘째, ‘I am opera(나는 오페라)’라는 의미로, 무대 위의 가수, 연주자, 무용수 등 모두가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오페라를 만드는 사람들이 곧 오페라로 인식되는 확장된 의미를 담는다. 이번 대구 공연에는 얀 라우워스 예술감독과 팀 앤더슨의 지휘 아래, 소프라노 사라 마리아 선과 바리톤 홀거 팔크, 니드컴퍼니의 그레이스 창, 마틴 세헤르스, 폴 블랙맨, 그리고 10개국 출신의 25명으로 구성된 앙상블 클랑포룸 빈이 함께한다. 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에서 한국 최초로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현대오페라와 메타오페라의 진수를 경험할 소중한 기회”라며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새로운 오페라 창작에 힘쓰고 있으며, ‘Amopera’는 오페라 장르의 확장과 혁신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