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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 예술감독에 박삼철 감독 선임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2025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 예술감독으로 박삼철 감독을 선임하고, 최근 포항문화예술팩토리에서 그에게 위촉장을 전달했다. 박삼철 감독은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도시갤러리’ 추진단장과 서울디자인재단 DDP 기획본부장을 역임한 도시 디자인 및 문화정책 분야의 전문가다. 그는 큐레이터로서 광주비엔날레 ‘상처’, 서울시립미술관 ‘도시와 영상’전, 흥국생명 일주아트하우스 등의 기획과 운영에 참여했으며, DDP에서는 ‘서울은 미술관 박수근~백남준 길’ 전시의 총괄기획을 맡는 등 공공미술과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올해로 14회를 맞이하는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은 세계 유일의 ‘스틸’을 주제로 한 예술축제로, 예술가와 철강산업 근로자, 지역 시민이 함께 참여해 만들어가는 도심형 문화예술 행사다. 박 감독은 “올해는 포항의 정체성이자 힘의 원천인 철의 문화를 다채로운 해석과 이야기로 풀어내 도시의 새로운 풍경을 만들고, 이번 축제가 과거의 시간을 넘어서 새로운 미래를 함께 상상하고 나누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며 “시민들이 보다 유쾌하고 즐겁게 참여하고,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열린 축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5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은 오는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동빈문화창고1969 일원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20

시대적 예술, 상상 속 ‘괴물’과 마주하다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무서우면서도 우습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오는 24일부터 6월 7일까지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특별기획전 ‘괴물 소환’ 이야기다. 이 전시에는 고려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괴물 관련 유물 35점과 함께 근현대 작가들의 회화, 공예, 사진 작품 등 다양한 괴물 소재 작품들을 선보인다. 특히 ‘법고대(18세기)’, ‘게발도(조선)’, ‘기린도(조선)’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희귀 유물들이 공개된다. 이 유물들은 예술적·역사적 가치는 물론, 신성(神性)과 두려움이 공존했던 당시의 괴물 인식을 보여준다. 관람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이번 전시는 괴물이 인간의 감정과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관점에서 기획됐다. 전통에서 현대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조망한 괴물 작품들을 통해, 도덕적 경계를 경고하는 괴물, 우리의 내면과 사회를 비추는 괴물, 그리고 인간의 행동이 낳은 새로운 위험으로서의 괴물 등 괴물의 다층적인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또한 괴물을 통해 시대적 불안과 욕망, 그리고 집단의 기억을 조명하며, 전통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이를 탐구한다. 전시 전반부에서는 고려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괴물 관련 유물 35점이 소개된다. 회화, 공예, 사진 등 다양한 시각 자료를 통해 괴물 형상의 의미와 상징을 풀어낸다. ‘삼국사기’, ‘열하일기‘ 등 고전 문헌에 기록된 괴물의 모습 또한 함께 소개되며, 선조들의 인식과 상상력 속 괴물의 의미를 다층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전시 후반부에서는 근현대 작가 18명의 작품 40점을 통해 괴물의 개념을 현대인의 내면, 기술, 생태, 사회 시스템 등 동시대적 맥락으로 확장해 탐구한다. 박생광, 이불, 최우람, 김기라, 정지숙, 양쿠라, 백재중, 소현우, 방정호 등 작가들의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한국인 최초로 미국의 권위 있는 현대미술상인 ‘도로시아 태닝 상(Dorothea Tanning Award)’을 수상한 이피 작가의 ‘미래 생물’ 시리즈가 소개된다. 또한, 사운드 디렉터 준곽의 사운드스케이프가 더해지며, 전시장은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호흡하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관람객에게 다감각적인 몰입 경험을 선사한다. 특별기획전 ‘괴물소환’은 관람객의 흥미와 이해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시의 마지막은 관람객 참여형 공간으로 꾸며진다. 관람객은 클레이를 활용해 자신만의 괴물을 만들고 직접 전시할 수 있으며, 단순한 감상을 넘어 창작의 과정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체험비는 3000원이다. 어린이날에는 특별 프로그램 ‘SOS: 해양괴물 소환 대작전‘을 진행한다. 5월 5일 오후 1시와 3시, 총 2회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참여 작가 양쿠라의 진행으로 해양쓰레기를 활용해 나만의 개성 있는 몬스터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 연령 참여 가능하며, 만 12세 이하는 반드시 보호자를 동반해야 한다. 참가비는 무료다.   이어서 인기 SF작가 곽재식을 초청해 특별 강연 ‘곽재식의 도깨비 소환’을 개최한다. 5월 6일 오후 2시에 열리는 이번 강연은 MBC ‘심야괴담회’,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등 방송 출연과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등 저서로 친숙한 곽재식 작가가 기록을 통해 바라본 도깨비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참가비는 무료다. 두 프로그램은 4월 24일부터 대구통합예약시스템을 통해 참가 신청이 가능하다. 김희철 대구문화예술회관장은 “이번 전시는 ‘괴물’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바탕으로 박물관과 미술관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차별화된 기획력을 선보이는 상징적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20

성공을 위해 자신을 갈아 넣을 때…

‘불공정한 사회 구조가 인간의 건강과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저명한 공공보건학자 알린 T. 제로니머스 교수는 신간 ‘불평등은 어떻게 몸을 갉아먹는가’(돌베개)에서 불공정한 사회 구조가 소외된 집단의 건강과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있게 탐구했다. 미시간대 공공보건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30여 년간의 연구를 통해 차별이 신체 건강에 미치는 생리학적 작용을 과학적으로 밝혔다. 제로니머스 교수는 대도시에서 사는 흑인이 같은 권역에 거주하는 백인에 비해 일찍 만성 질환에 걸리는 현상을 주목했다. 이 현상은 유전적 차이 또는 생활 습관만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주류 백인들의 관점에서 설계된 공공 보건 정책과 차별 및 혐오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러한 불공정한 사회 구조는 개인의 건강을 서서히 무너뜨리며, 이를 ‘웨더링’(weathering)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웨더링은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생리적 스트레스 반응으로 인해 세포 수준에서 점차 마모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웨더링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적으로 경험되는 현상이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면역 체계를 약화시키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이러한 과정은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되며, 결국 노화와 만성 질환, 장애, 심지어 돌연사의 원인이 된다. 제로니머스 교수는 사회적 요인이 개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차별과 불평등이 신체에 미치는 생리학적 작용을 연구하며, 불공정한 사회가 개인의 건강을 서서히 갉아먹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통계 데이터와 분자 생물학 연구를 바탕으로, 불공정한 사회가 주는 스트레스가 노화를 촉진하고 건강과 수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웨더링 개념은 인종, 민족, 종교, 계급, 성별, 성 정체성 등에 따른 차별과 편견에 의한 반복적인 스트레스가 신체에 점진적으로 끼치는 생리학적 작용과 과정을 의미한다. 저자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이 성공을 위해 자신을 갈아 넣을 때 그 스트레스가 신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차별 시스템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예외로 두지 않으며, 오히려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더 큰 스트레스에 노출돼 건강을 잃는 아이러니를 지적한다. 제로니머스 교수는 “사람의 건강은 유전자보다 사회가 그 사람을 어떻게 대우하느냐에 더 크게 좌우된다”고 주장하며, 건강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기존 인식을 비판한다. 그는 공정한 사회를 위한 변화가 공공 보건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웨더링 작용을 중단시키는 것이 공평한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말한다. 그는 “불공정한 사회는 몸과 마음을 닳게 하여 소리소문없이 사람들을 죽음으로 이끈다”라고 경고하며 “차가운 과학의 이성과 정의를 향한 따뜻한 희망의 결합을 통해 불공정한 사회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차별받는 약자 집단은 편견과 배제의 시스템 속에서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더 많은 웨더링의 가능성에 노출된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불공정한 사회가 성실한 사람들을 조기에 죽음으로 내몬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인종화(인종차별주의만을 말하지 않는다. 특정 집단을 사회적으로 차별·배제하는 모든 허구적 이데올로기가 인종화이다)에 의한 차별 시스템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피해가지 않는다”며 “웨더링 작용을 중단시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공평한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발걸음이 된다”고 역설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17

美 메릴랜드 숲속 신비로운 사계절·식물과의 교감 이야기

그림 그리는 식물학자이자 ‘식물학자의 노트’, ‘이웃집 식물상담소’의 저자 신혜우 작가가 산문집 ‘식물학자의 숲속 일기’(한겨레출판)를 출간했다. 이 책은 미국 스미스소니언 연구원으로 지내며 경험한 메릴랜드 숲속의 사계절과 열두 달 식물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2025년 런던 린네 학회에서 질 스미시스상을 수상한 작가의 그림으로 아름답게 꾸며진 사계절 식물 도안이 눈길을 끈다. 이 상은 식물의 과학적 식별을 돕는 그림을 그린 작가 중 우수성을 인정받은 식물학 예술가에게 주어지며, 신혜우 작가는 한국인으로서 최초로 이 상을 수상했다.   과거 1년간 메릴랜드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던 신혜우 작가는 당시 외롭고 힘든 기억이 가득했으나, 4년 만에 다시 찾은 메릴랜드에서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숲을 만났다. 복잡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숲속을 걸으며 식물들과의 소통을 기록한 내용이 책에 담겼다. 김금희 작가는 이 책을 추천하며 “자연의 아름다운 질서를 일깨우는 다정한 기록이자 상냥한 안내자”라고 평가했다. 이 책은 자연의 조화, 연결, 순환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며, 식물들의 다양한 생태적 과정을 통해 이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 벚꽃 잎이 떨어질 때 생기는 상처를 식물이 어떻게 회복하는지, 난초의 씨앗이 특정 곰팡이의 도움으로 싹을 틔우는 과정 등을 통해 자연의 신비로움을 드러낸다. 또한, 크랜베리의 공기주머니가 씨앗을 퍼뜨리는 방식이나 호랑가시나무가 겨울의 추위를 견디는 방법 등 계절에 따른 자연의 메커니즘을 상세히 설명한다. 신혜우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자연을 이해하고 배우며 성장하는 과정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했다. 그는 메릴랜드에서의 경험을 통해 식물학자로서의 재능과 인간관계를 돌아보며 성숙한 자아를 발견했다. 이 책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깊이 있게 탐구하며, 편견 없는 시선과 사랑을 담아내고 있다. 결국, 신혜우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자연의 신비로움과 인간의 성장을 동시에 그려내며, 독자들에게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그의 글은 단순한 식물학적 지식을 넘어, 삶의 깊은 통찰과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작가는 숲에서 만난 식물들을 하나씩 소개하며 자신이 머문 숲속 시간들을 들려준다. 한겨울 얼어버린 숲속을 걸으며 겨울에 잎을 내는 크레인플라이난초에 관한 에피소드와 겨우내 눈이 쌓이면 식물의 씨앗과 각종 미생물들을 따뜻하게 덮어 봄이 오면 파릇파릇한 신록을 마주하게 하는 자연의 섭리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른 봄, 선임연구관과 함께 폐쇄된 연구동 건물에 들어갔다가 크로커스꽃으로 뒤덮인 비밀의 화원을 마주한 순간의 경이와 봄에 열리는 오키드쇼(난초 꽃 축제) 이야기를 통해 화려하게 핀 꽃들을 싹 틔운 곰팡이의 세계를 펼쳐놓는다. 3월의 어느 날 연구소 한쪽에서 활짝 핀 배나무꽃을 보며 서양배에 관해 ‘오해’했던 재밌는 일화와 5월의 메릴랜드 숲속에서 발견되는 튤립나무 꽃송이와 꽃이 분해되고 흙 속에 스며들어 양분이 되는 과정, 그리고 튤립나무 가지의 가루로 난초의 영양분을 만든다는 신기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우산 모양의 메이애플은 잎 전체에 강한 독성이 있지만, 자신의 씨앗을 퍼뜨려줄 동물에게는 해를 입히지 않게 하기 위해 노란 열매에는 독성이 없도록 구조화했다는 것은 신비롭고도 놀라운 사실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17

어둠 속에도 희망과 연대를 꿈꾸는… 서로 다른 존재들의 연결방법 모색

“시와 물질,/ 또는 시라는 물질에 대해 생각한다// 한 편의 시가/ 폭발물도 독극물도 되지 못하는 세상에서/ 수많은 시가 태어나도 달라지지 않는 이 세상에서”(시 ‘시와 물질’ 부분)   올해로 등단 37년을 맞은 나희덕 시인의 10번째 시집 ‘시와 물질’이 문학동네시인선 229번으로 출간됐다.   이 시집은 소외되고 침묵을 강요받은 존재들의 맨얼굴과 목소리들이 전면에 나서게 되는 무대와 같다. 거미불가사리, 닭, 지렁이, 버섯 등 비인간 존재들이 지구와 인간을 지탱해온 주인공이었음이 드러난다.   시인은 인간이 잃어가는 생명과 연대 감각 회복이라는 과제를 위해 이들의 목소리를 담고, 시와 시인의 역할을 질답하며 서로 다른 존재들이 연결되는 방법을 모색한다. 오랫동안 시인들이 자연을 묘사하던 방식과는 달리, 이 시집은 자연을 확언하거나 진화생물학자의 관점을 따르지 않고 제3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박동억의 해설에 따르면, 이 시의 ‘사랑’은 인간의 실존을 초월하는 실존적 탐구다. 시인은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애쓰며, 사랑을 말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피와 같은 성분을 지닌 석유를 시추하기 위해 인간이 피를 흘려야 한다는 모순을 고발하는 ‘피와 석유’, 제빵 공장에서 참담한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를 생각하는 ‘샌드위치’, 삶의 막다른 곳에서 자신의 장례 비용을 남겨놓고 스스로 숨을 거둔 기초생활수급자의 이야기인 ‘존엄한 퇴거’, 12·3 비상계엄 사태 전후의 여의도의 모습을 생생한 현장감을 더해 다룬 ‘광장의 재발견’ 들에선 시대를 향한 시인의 비판 의식이 각고히 벼려져 빛을 발한다.   암담한 현실에서 시는 무엇을 하는가. 표현의 도구로서의 언어를 넘어, 시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역동적인 힘이어야 한다는 인식은 그렇다면 시인은 어떠해야 하는가 묻는 질문을 외면하지 않는다.   시인은 시대의 목격자이자 참여자이어야 하지만, 대출 담당자 앞의 시인은 무력한 시처럼 자신이 “국경을 넘어/ 돈을 물어 나르는 매개”에 불과함을 절감한다. 김광균의 시를 떠올리며 “은행에 대해서는/ 시 한 편 쓰지 못했다고 중얼거리”(‘시인과 은행’)는 시인의 모습은 드높은 이상을 꿈꿀 순 있지만 현실에서는 갈 곳을 잃은 현대인을 정확히 표상한다. 한편 베트남 사공의 비참한 현실을 “좀 더 리얼하게/ 좀 더 예술적으로” 찍으려다가 핸드폰을 강물에 떨어뜨린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관음증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 감상적인 동일시를 인정할 수 없다는 듯/ 강물은 배를 흔들어 손에 든 핸드폰을 삼켜버렸다”(‘강물이 요구하는 것’). 이처럼 시와 시인에게조차 성역 없는 묘사와 비판은 ‘시와 물질’ 속 순정한 목소리들을 귀 기울여 듣게 하는 바탕이 된다.   강고한 비판들을 목도하며, 과연 인간에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막막해진 독자에게 ‘시와 물질’의 4부는 든든한 손길이 돼 줄 것이다. 어둠 속에서도 끝내 희망과 연대를 발견하려는 시인의 고투가 독자를 맞이한다. “한 술 한 술 누군가 떠 먹이여 살아야겠다고”(‘이 숟가락으로는’) 결심하는 손으로 시인은 시집의 대단원에서 실테를 독자에게 건넨다. “세상에 무엇을 건넬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나희덕 시인이 그리는 삶의 자세는 인간을 포기하거나 인간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넓히고 인간 그 이상으로 다시 그리는 일에 가깝다. 시인이 ‘마음 한 조각’을 버리고 얻는 것은 다시 타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림이다. - 박동억 해설, ‘가없는 휴머니즘’ “살아 숨 쉬는 물질로서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온몸이 귀로 이루어진 존재가 되고 싶었다. 경청의 무릎으로 다가가 낯선 타자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시인의 말’에서) 나희덕 시인은 현재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89년 중앙문예에 시 ‘뿌리에게’로 등단한 이후,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 ‘가능주의자’ 등 다수의 시집과 산문집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김수영문학상을 비롯해 소월시문학상, 백석문학상, 영랑시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삶과 인간, 생명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사랑을 받아온 시인은, 세계의 균열을 간명한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17

전국 젊은 탈춤꾼들 포항으로 모인다

전국 각지의 가장 실력 있는 젊은 탈춤꾼들이 포항에서 모인다. 포항문화재단은 천하제일탈공작소의 ‘가장무도’ 탈춤 공연을 오는 5월 10일 오후 3시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선보인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5 공연예술 지역 유통 지원 사업에 선정된 작품인 이 공연은 전통 탈춤의 매력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다. ‘가장무도’는 팔도강산에 전해지는 다양한 탈춤을 한데 모아 젊은 탈꾼들의 재담과 연행을 통해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공연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황해도, 경상도, 경기도, 강원도 등 다양한 지역의 대표적인 탈춤 8가지를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북청사자놀이의 사자와 꼽추, 봉산탈춤의 목중, 강릉관로가면극의 장사마리, 안동하회별신굿탈놀이의 할미춤, 고성오광대의 문둥북춤, 가산오광대의 할미춤 등을 젊은 탈춤꾼들이 새롭게 해석해 독특한 매력을 선보인다.  또한, 공연의 신명을 돋울 연주자들은 국가무형문화재 남해안별신굿 이수자인 황민왕의 타악, 대금 연주자 이아람, 국가무형문화재 제46호 피리정악 및 대취타 이수자 성시영의 태평소 연주 등으로 구성돼 있어, 탈춤의 흥을 극대화하는 무대가 펼쳐질 예정이다. 천하제일탈공작소는 탈춤의 원리와 정신을 기반으로 동시대의 관객과 함께 어울리는 공연을 만들고 있는 젊은 탈춤꾼들의 예술단체다. 전통 탈춤의 예술성과 우수성을 알리고 여러 지역의 탈, 움직임, 음악, 언어를 확장하고 현시대의 이야기와 함께 지속적인 창작활동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가는 국내의 대표적 탈춤 단체다. 포항문화재단 측은 “이번 포항 공연에서는 전국 13개 지역의 대표 탈춤인 봉산탈춤, 은율탈춤, 강령탈춤 등이 무대에 오른다. 각 지역의 독특한 춤사위와 이야기가 어우러져 관객과의 소통을 이루며, 전통 인물들이 현대적 메시지를 전달한다”며 “젊은 예술가들의 에너지 넘치는 춤과 음악이 관객들을 매료시킬 예정이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 공연은 관객 참여형으로 진행되며, ‘여는 마당’에서 탈춤 기본 동작을 배우고, ‘뒤풀이 마당’에서는 출연자와 관객이 함께 춤을 추며 마무리한다. 탈춤은 오랜 세월 민생의 고단함과 아픔을 해학과 웃음으로 풀어내며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했던 민중 예술이다. 이번 공연은 특히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로 힘든 시간을 보낸 시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15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러시아의 대표 작곡가인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클래식 음악의 걸작으로 손꼽히며 많은 사람들이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명곡으로 추천된다.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는 1840년 러시아 제국 보켄스크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보인 그는 6세 때 이미 간단한 피아노 곡을 연주할 정도로 빠르게 음악적 기초를 습득했다. 10살이 되던 해, 가족이 모스크바로 이사하며 귀족학교에 입학해 다양한 과목과 함께 본격적인 음악 교육을 받았으나, 부모는 그가 음악을 직업으로 삼는 것을 반대하고 안정된 직장을 원했다. 이에 따라 그는 1850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법률학교에 입학해 법학을 공부하면서도 합창단 활동을 통해 음악에 대한 열정을 이어갔다. 법학을 공부하던 중에도 음악에 대한 깊은 사랑과 재능 때문에 결국 작곡가의 길을 선택하게 된 차이콥스키는 1862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 입학해 안톤 루빈슈타인으로부터 작곡법과 악기법을 배웠다. 이를 통해 음악 이론을 정립하고, 서구 음악과 러시아 전통 음악을 조화롭게 융합한 독특한 작품을 창작했으며,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적 작곡가로 자리매김하며 러시아 음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차이콥스키가 작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오랫동안 지원해 준 중요한 인물은 나데즈다 폰 메크 부인이다. 1878년, 차이콥스키가 모스크바 음악원 교수로 재직하던 시기에 그녀와의 만남은 그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폰 메크 부인은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그가 교수직을 그만두고 작곡에만 전념할 수 있게 도왔다. 두 사람은 약 15년 동안 1,200통 이상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깊은 우정을 쌓았고, 비록 물리적으로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정신적으로는 매우 가까웠다.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1874년부터 1875년까지 작곡되었다. 이 곡은 원래 모스크바 음악원 원장 안톤 루빈스타인의 동생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을 위해 작곡되었으나, 니콜라이는 이 곡을 연주 불가능하다고 혹평하며 수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차이콥스키는 루빈스타인의 비판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폰 메크 부인에게 “루빈스타인이 이 곡을 쓸모없다고 했지만, 나는 어떤 수정도 하지 않고 그대로 인쇄할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후 차이콥스키는 독일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한스 폰 뷜로에게 이 곡을 보여주었고, 뷜로는 매우 감탄하며 보스턴 심포니와 함께 이 곡을 초연했다. 1875년의 이 공연은 대성공을 거두며,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그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피아노 협주곡 1번’의 첫 번째 악장은 웅장한 오케스트라 도입부와 피아노의 화려한 화음으로 시작한다. 이 부분은 곡의 가장 유명한 구간으로, 힘차고 빠른 템포로 연주되며 기술적으로 뛰어난 피아니스트에게 도전적인 과제를 제공한다. 두 번째 악장은 첫 번째 악장과 대조적으로 매우 서정적이고 감성적이다. 잔잔한 오케스트라 반주 속에서 피아노는 부드럽고 섬세한 선율을 연주하며 감동적인 순간을 선사한다. 마지막 세 번째 악장은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피날레를 장식하며, 매우 빠르고 리듬감 있는 템포로 끝을 맺는다. 연주자에게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면서도 듣는 이에게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협주곡은 뛰어난 음악적 가치 외에도 여러 영화와 미디어에서 자주 사용되어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친숙하다. 다양한 광고에 등장하며 대중에게 더욱 알려지고 문화적 상징성을 가지게 되었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선율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은 낭만주의의 특성을 잘 반영하며,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끊임없이 흐른다. ‘피아노 협주곡’ 외에도 발레 음악인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오케스트라 작품인 ‘로미오와 줄리엣’ 서곡과 환상곡 등은 클래식 레퍼토리에서 가장 널리 연주되는 작품들이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시대와 장르를 넘어 여전히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며, 그의 작품은 오늘날까지도 아름다움과 감동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 이는 차이콥스키의 음악이 시간을 초월한 유산임을 증명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15

연극 ‘북성로 이층집’ 앙코르 무대'

대구 북성로를 배경으로 한 연극 ‘북성로 이층집’이 2024년에 이어 앙코르 공연으로 펼친다. 지난 8일부터 오는 20일까지 대구 꿈꾸는씨어터에서 펼쳐지는 이 작품은 극단 정X비사이드의 프로젝트로 기획됐다. 모든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해 아날로그 음악이 주는 감성적 자극을 더 강화했다. 피아노, 바이올린, 기타 연주가 극의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할 예정이다. 이 작품은 처음에는 뮤지컬로 선보였다가 작년에는 연극으로 장르를 전환해 공연됐다. 이야기는 북성로에서 태어나고 자란 일본인 학생 류지와, 그의 짝사랑 상대인 조선인 여학생 분이, 그리고 분이를 사랑하는 또 다른 인물 현태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사랑과 갈등, 그리고 자아와 현실 사이에서 갈림길에 선 세 주인공의 이야기는 관객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류지와 분이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복잡한 감정선과, 분이와 현태의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는 다양한 시각에서 사랑을 탐구하게 한다. 이와 함께, 분이 마음의 흔들림과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이 가져오는 결과들은 관객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배우 이미정 씨는 “이 작품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느끼는 공허함과, 시간 속에 묻힌 옛 추억을 되새기고자 하는 관객들에게 큰 위로를 전한다”며 “특히, 쇼츠 같은 짧은 콘텐츠에 익숙해진 현대의 젊은 세대에게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공연은 대구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배우들로 구성된 극단 정X비사이드의 프로젝트로, 박상호, 하연정, 성창제, 이미정 등 지역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로 무대가 가득 채워진다. 15~18일까지는 오후 8시, 19~20일은 오후 1시와 3시 30분에 공연된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4-15

문화캘린더(4월 15∼22일)

김천 클래식 김천시립교향악단 제35회 정기연주회 ‘지휘자 박대진 취임 연주회’(4월 17일 오후 7시30분) 시립율곡도서관 율곡홀│입장료: 무료│문의: 054-420-7827 구미 합창 구미시립합창단 찾아가는 공연 ‘배꼽마당 산책 콘서트’(4월 16일~5월 14일 오후 3시 30분) 금오산도립공원 배꼽마당│입장료: 무료│문의: 054-480-4564 안동 전시 공간활성화지원사업 ‘김영목-캔버스 위에 그려진 철사 그리고 연상하다’(4월 2일~19일) 안동문화예술의전당34갤러리│입장료: 무료│문의: 054-840-3600 전시 안동문화예술의전당과 크라운 해태가 함께하는 ‘見生조각전’(3월 7일~6월 15일)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야외공간│입장료: 무료│문의: 054-840-3600 대구 클래식 대구시립교향악단 ‘제514회 정기연주회 : 힌데미트 세계의 조화’(4월 17일)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입장료: 1만원~3만원│문의: 053-430-7765 (전화예매 1661-2431-수수료無) 전시 ‘Mould’: 작업장 캐스팅展(4월 15일~20일) 봉산문화회관 1전시실│입장료: 무료│문의: 053-422-6280 뮤지컬 ‘돈 주앙’프렌치 오리지널 내한공연 (4월 18∼20일) 계명아트센터 │입장료: B석 7만 원 外│문의: 053-422-4224 공연 시간: 4월 18일 오후 7시 30분 / 4월 19·20일 오후 2시·6시 경주 클래식 2025 한국가곡의 밤(4월 22일) 경주예술의전당 화랑홀│입장료: 무료│문의: 010-7309-0246 * 주최 측의 사정에 따라 취소, 연기, 변경될 수 있습니다. * 입장료는 정가 기준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할인 금액 등은 주최즉에서 확인해 주시길 바랍니다. /박정은 객원기자

2025-04-14

어린이 뮤지컬 ‘사랑의 하츄핑’ 경주 공연

(재)경주문화재단(이사장 주낙영)은 한수원과 함께 마련한 ‘문화가 있는 날’행사의 일환으로, 어린이 뮤지컬 ‘사랑의 하츄핑’을 오는 5월 17일과 18일 양일간 오전 11시, 오후 2시·4시 30분, 총 6회 공연한다. 이 공연은 경주예술의전당 화랑홀에서 열린다. ‘사랑의 하츄핑’은 지난해 12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입증한 애니메이션이다. 주인공 로미가 자신의 소울메이트 하츄핑을 찾기 위해 떠나는 모험을 그린 이야기로, 귀엽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따뜻한 메시지 그리고 감동적인 스토리라인이 어우러져 남녀노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세계적인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이 총감독을 맡아, 기존 어린이 뮤지컬의 한계를 뛰어넘는 마술적 무대 구성과 환상적인 시각 효과를 더해 한층 더 몰입도 높은 공연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에서는 퍼펫(인형 오브제극), 홀로그램, 마술 효과 등이 어우러져 마치 동화 속 세계에 들어온 듯한 판타지 무대가 펼쳐진다. 어린이들은 물론 성인 관객들까지 몰입하며 함께 즐길 수 있으며, 로미와 하츄핑이 서로를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우정과 용기,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하며, 전 세대에 따뜻한 울림을 전한다. 경주문화재단에서는 5월 어린이날 시즌을 맞아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제공하고자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14

“전통문화 양식의 미술 영역 확장” 호평

2025년 제6회 박동준상 미술 부문 수상자로 이슬기 작가가 선정됐다. (사)박동준기념사업회(이사장 윤순영)는 대구 지역의 대표 패션 디자이너이자 갤러리 분도의 대표였던 고(故) 박동준(1951~2019)의 패션과 문화예술에 대한 사랑, 그리고 사회봉사 정신을 기리며 계승하고 발전시키고자 2020년부터 박동준상을 제정해 2023년까지 매년 패션 부문과 미술 부문으로 나눠 교차 시상했다. 지난해부터는 이 제도를 확장해 패션과 미술 부문을 동시에 시상하고 있다. 박동준기념사업회는 추천위원 4명에 의해 8명의 추천작가를 선정하고, 지난달 14일 본 심사를 거쳐 2025년 박동준상 미술 부문 수상자로 이슬기 작가를 최종 선정했다. 1972년 서울 출생의 이 작가는 1992년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거주하며 작업해왔다. 미국 시카고예술대학과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수학했고 국내는 물론 프랑스, 덴마크, 일본, 포르투갈 등에서 개인·단체전을 가졌다.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작가는 “고(故) 박동준 선생님의 아름다운 정신을 후대에 전하는 박동준 미술상을 받게 돼 영광으로 생각하며 대구에서 처음으로 가질 전시가 기대된다. 어린 시절 중학교까지 대구에서 지냈었다”며 “공예와 언어체계와의 이미 존재하는 객관적 관계를 주관적 해석으로 풀어나가고 있으며, 앞으로 오는 6월 개최할 영국 버밍엄 아이콘 갤러리 개인전과 2026년 한불수교 140년 기념 파리 기메박물관 파사드 프로젝트 전시 등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고원석 라인문화재단 디렉터는 “2025년 박동준상 미술부문 후보로 추천된 작가들은 전년도와 달리 장르나 이력, 주제와 지역 등의 측면에서 매우 다양한 분포를 보였다”며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다양한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선보이는 이슬기 작가는 다분히 지역적 특성을 배경으로 하는 전통문화의 양식을 미술적 언어로 번안하거나 언어의 다공적 관점들을 시각적 형식으로 변환시키는 과정을 통해 동시대 미술의 범주와 영역을 확장시켜왔다는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박동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 원과 상패, 전시 개최가 지원된다. 시상식과 전시는 오는 11월 열릴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14

‘박수철, 오래된 꿈’ 세번째 개인전… 50여 년 예술가의 여정

“그림 인생 50여 년. 세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특별히 의미가 깊습니다. 시립미술관에서 기획했고 작가 정신을 조명하고자 한 점, 그리고 작품 선정 등을 학예연구사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포항 미술 2세대 작가인 서양화가 박수철(75) 화백은 포항시립미술관의 올해 첫 기획전에 첫 번째 개인전으로 초대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지난 1월 21일 개막해 오는 5월 11일까지 포항시립미술관 3, 4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박수철, 오래된 꿈’ 전시는 오랜 세월 화폭에 인생을 담아온 박수철 화백의 예술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1980년대부터 2024년까지의 서정적인 풍경화와 정물 등 다양한 회화 작품과 아카이브 5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며 묵묵히 예술가의 삶을 걸어온 작가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그의 오랜 꿈이었던 그림이 지닌 의미를 되새겨 보는 자리로서 깊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했는데. △대학에 떨어진 후 군대에 입대해 몰래 일기를 쓰며 부대 막사와 형이상학적인 선, 면, 점을 그려보았다. 이후 그 당시에 포항에서는 처음으로 미술학원을 했던 강문길 선생의 미술학원에 찾아가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정식 교육보다는 미술대학생들의 그림을 어깨너머로 보며 익혔다. -스승 오지호(1905∼1982) 화백과의 인연은. △나의 화가 생활을 지원해준 형의 제안으로 생계를 위해 부산의 ‘이화당 표구사’에서 표구를 배우던 중, 오재봉 선생의 조카로부터 오지호 화백을 소개받았다. 오 화백의 작품을 좋아했던 나는 그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냈고, 답장과 함께 저서를 받았다. 그 일을 계기로 매년 오지호 화백을 찾아가 그림을 보여주며 조언을 들었고, 오 화백은 나에게 “정직한 청년이 되라”는 가르침을 주었다. 처음에는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5년 후 그림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삶의 정직함과 순수함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지호 화백은 나에게 그림의 본질적인 힘을 깨닫게 해주었고, 이는 예술적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갈뫼화실’을 열고 ‘포항일요화가회’ 회원으로 활동했는데. △부산에서 표구를 배우면서 그림을 그리다가, 포항에 개인 작업실을 열기로 결심했다. 포항의 옛 지명인 ‘갈뫼’에서 따온 ‘갈뫼화실’이라는 이름으로 작업실을 개설했다. 작업실을 열고 자연스럽게 그림 교습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후 오지호 화백의 셋째 아들 되시는 오승윤(당시 전남대 미술대학 학과장) 씨를 만나 ‘포항일요화가회’를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다. 약 10여 명의 회원들과 함께 아마추어 미술 서클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화우회’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으나, 전국 ‘일요화가회’의 존재를 알게 되어 ‘포항일요화가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활동을 이어갔다. 이 단체는 그림을 통해 동료애를 나누며, 지역 사회에서 예술적 활동을 활발히 전개했다. -박수철의 작업관은. △나는 주로 내 생활 주변에 있는 걸 그린다. 내 눈이 멈추는 곳. 내 눈이 머물 수 있는 공간에 있는 것이 가장 친숙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나하고 호흡을 같이했던 것들이기 때문에 가장 애정이 있는 것이기도 하다. ‘고구마를 그리고 싶다’고 한다면, 내가 그리고자 하는 대상의 힘이 내 몸에 있을 때 작업을 하려고 한다. 작업을 할 때는 작업의 본질을 그릴 수 있어야지, 껍질을 그리면 그건 의미가 없다. 그리고 나는 작업을 시즌별로 한다. 내 몸이 자연의 일부인데, 지금 내 몸이 겨울에 있는데 봄을 그린다고 하면 봄의 색깔이 안 나온다. 내 몸이 겨울이면 겨울의 색깔이 나올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나는 철저하게 태양광 속에서 그린다. 전기는 가급적이면 켜지 않는다. 눈의 색조가 다르고 색의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아침에 와서 보면 다르고, 점심때, 저녁때도 다 다르다. -작품에 철길, 수도산, 구룡포 구만, 동빈내항이 많이 등장한다. △철길은 어린 시절부터 많은 추억이 깃든 곳으로, 친구들과 새벽 등산을 하거나 누나가 시집가는 모습을 지켜본 장소다. 또한, 고등학교 시절에는 철길을 따라 학교에 다녔고, 결혼 후에는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산책하던 길이기도 하다. 구만(포항 구룡포 구만리)은 포항에서 가장 포항다운 곳으로서 바람이 세차서 나무가 자라기 힘든 환경이다. 내가 정신적으로 의식이 혼미해지거나 이럴 때 그 황량한 구만 벌판은 짙푸른 바다를 보면서 내 영혼을 일깨우곤 했던 그런 곳이었다. 동빈내항은 어린 시절부터 놀던 곳으로서, 얼음을 주워 먹거나 헤엄쳐서 송도로 건너가곤 했던 추억이 있다. 호미곶 포항의 경계선을 따라서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경계선을 따라서 계속 걷곤 했던 그런 지역들이 이제 남다른 의미가 있는 곳들이다. -가장 소중한 그림은. △가족이다. 어떤 면에서는 가족은 항상 나한테는 무거운 짐이고 십자가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 무거운 짐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가족은 나를 아버지의 자리로, 또한 아내의 남편 자리로 놓아주었다. 그래서 가족은 나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그림이다. 그렇게 나는 규정한다. -십자가 그림이 많은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예술가로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자괴감에 시달렸던 나는 힘든 시기에 하나님을 다시 찾게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교회에 다녔지만, 성인이 되어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새벽 기도를 통해 마음의 위안과 소망을 얻었다. 십자가는 예수님의 상징으로,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깊은 신앙심과 경건함을 담아내야 했다. 십자가를 그릴 때마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생각하며 긴장 속에서 작업에 임했다. 십자가 작업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나의 신앙과 고통을 풀어내는 일기이자 도구였다.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 △그림은 그 사람의 삶이고 생각이다. 생각하는 것이 삶의 방향이다. 음악, 시, 문학 다 같은 맥락 아닌가. 그림을 통해 삶에서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을 녹여내는 정화작업이랄 수 있다. 어려운 시기다. 그림 감상하러 가기 어렵다. 이번 전시는 무료인 만큼 많이들 오셔서 마음 풀어내시고 살아가는 이야기, 나의 생각을 공유하셨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내가 일기를 쓰면 그림은 나의 덫과도 같다고 쓴다. 그림이라는 덫에 걸려서 지금까지 힘들게 살아왔기도 했지만, 더 보람되게도 살고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그게 참 나에게 덫이었지만 그림은 내 삶의 전부이고, 나의 노래이고, 내 영혼의 일부다. 농부가 밭을 떠나면 농부가 아니듯 나도 언제나 이젤 앞에 있을 것이다. 내 자리에서 움직이고 생각하고 많은 것을 이야기 하겠다. 산다는 것 자체가 매일 그날그날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 제작에 충실히 하는 것이 나의 계획이다. ※ 박수철 화백은 6·25 전쟁 중 울산 신답에서 태어나 포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박수철의 작업 태도는 대상의 본질과 교감하며 색채와 형태에 내면의 의식을 투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작품을 그리며, 해당 계절에 완성하지 못한 작품은 다음 해 같은 계절에 다시 그리는 독특한 방식을 고수한다. 이런 태도는 세상의 풍파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예술가로서의 신념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포항의 아름다움과 삶의 진솔함을 담고 있으며, 인간과 자연, 예술적 삶이 하나가 되는 구도의 시간과 예술적 간증을 담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13

‘사찰요리 명장’ 정관 스님의 철학과 요리법을 만나다

‘요리가 명상이며 수행’이라는 말처럼, 정관 스님의 첫 번째 요리 에세이 ‘정관스님 나의 음식’(윌북)은 사찰요리의 명장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관 스님의 철학과 요리법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음식에 담긴 지혜와 정성스럽게 정리된 58개의 요리법을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정관 스님은 독자들에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도란도란 이야기하듯 전달한다. 마치 향기로운 차 한 잔을 마시는 듯한 고요한 기쁨이 책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정관 스님은 17세에 출가해 50여 년 동안 몸과 마음을 맑게 하는 사찰음식을 만들고 알리는 일에 헌신해왔다. 특히 그의 대표 음식인 ‘표고버섯 조청 조림’ 등의 레시피를 이 책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며, 자연과 조화로운 섭생 방법과 소식을 통해 탐욕 없이 살아가는 법을 강조한다. 이 책은 또한 최소한의 재료에 시간을 더해 멋과 맛을 이루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요리 레시피를 소개한다. 정관 스님은 제철 채소를 통해 자연과 어우러지는 섭생 방법을 깨우치고, 자신의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만 소식하며 탐욕 없이 살아가는 법을 되새긴다. 이러한 겸손과 절제, 그리고 가벼운 에너지는 독자들에게 깊은 통찰과 위로를 제공한다. 정관 스님은 음식을 만드는 것이 깨달음으로 가는 수행이라고 믿으며, 이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인류를 평화롭게 하는 바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정관 스님이 직접 집필한 레시피를 최초로 공개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의 시그니처 요리인 ‘표고버섯 조청 조림’부터 여름의 토마토장아찌, 가을의 우엉 고추장 양념구이, 그리고 각종 양념장과 청 담그는 방법까지 다양한 요리법이 담겨있다. 정관 스님과 스위스 출신 저널리스트 후남 셀만이 함께 작업한 이 책은 백양사 천진암 주지로서 정관 스님의 일상과 그가 음식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소개한다. 흔히 승려가 채식주의자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불교 국가에서는 여전히 고기와 생선을 먹는 경우가 많다. 정관 스님은 사찰음식이 단순한 채식이 아니라 수행자를 위해 고안된 음식이라고 본다. 그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깨달음을 향한 수행이라고 규정한다. 음식을 만들 때 정성을 다하고, 더하기보다는 덜어낼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는 인생의 이치와도 같다고 말한다. 정관 스님은 한 끼의 식사가 단순히 배고픔을 면하는 것을 넘어 삶의 의미를 찾고 인류를 평화롭게 하는 바탕이 될 수 있다는 철학을 공유하고자 한다. 정관 스님은 1957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뛰어난 음식 솜씨를 이어받았다. 출가한 이후, 그는 사찰음식을 만들고 연구하며,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사찰음식의 가치와 철학을 널리 알리고 있다. 2017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셰프의 테이블-시즌3’에 출연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뉴욕 타임스는 그를 ‘철학자 셰프’로 소개했다. 현재 매년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방문객과 미쉐린 스타 셰프들이 그의 음식을 경험하기 위해 백양사 천진암을 찾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10

고르바초프의 리더십 중심으로 소련 붕괴의 순간 재구성

미국과 러시아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며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전쟁으로 인해 수십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트럼프의 개입으로 휴전의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푸틴의 시간 끌기로 인해 더욱 암울해지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유럽군의 주둔 여부를 놓고 찬반 논쟁을 벌이고 있으며, 약소국인 우크라이나는 강대국 사이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러시아가 왜 이러한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를 이해하기 위해 소련 시대의 역사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신간 ‘소련 붕괴의 순간’(위즈덤하우스)의 저자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런던정경대 교수(국제사)는 30년간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소련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소련 붕괴의 원인을 단순히 불가피한 사건으로 보지 않고, 고르바초프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붕괴의 순간을 재구성한다.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은 소련 경제를 무너뜨리고 민족 간 분리주의를 강화했다. 또한, 러시아의 민주주의적 포퓰리즘, 발트 3국의 독립 투쟁, 소련의 재정 위기 등이 소련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저자는 소련 붕괴를 예측할 수 없었던 다양한 우발적 상황과 인간의 이상, 두려움, 열정이 어떻게 국가 붕괴로 이어졌는지를 상세히 설명하며, 고르바초프의 리더십과 정책이 소련의 자멸을 초래한 과정을 다룬다. 고르바초프의 리더십은 이데올로기적 열성과 정치적 소심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으며, 이는 소련의 자멸을 초래했다. 경제적 위기와 민족주의의 부상, 계획경제의 구조적 결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소련은 갑작스럽게 붕괴됐다. 저자는 소련 붕괴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여러 요인이 얽힌 정치적 사고라고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소련 붕괴는 미국과의 힘겨루기, 고르바초프의 리더십, 경제 위기, 민족 갈등 등 여러 조건이 한순간에 폭발하며 ‘퍼펙트 스톰’을 일으킨 결과다. 저자는 소련 붕괴가 러시아를 제국주의의 망령으로 이끌었으며, 현재의 러시아는 소련 말기의 권위주의적 퇴행과 유사하다고 경고한다. 2014년 푸틴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러시아는 서방의 무관심 속에서 제국의 망령을 좇고 있다고 분석한다. 경제적 요인과 민족적 갈등 역시 소련 붕괴의 중요한 요소로 다뤄진다. 소련의 계획경제의 결함과 고르바초프의 시장경제 도입이 경제와 재정을 파괴했으며, 다양한 민족과 종족 간의 갈등이 소련의 내부적 불안정을 심화시켰다. 역사가에게 소련의 붕괴는 조각이 딱 들어맞지 않는 퍼즐이다. 퍼즐의 정중앙에는 소련의 마지막 공산당 서기장이자 초대 대통령,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고르바초프가 자리 잡는다. 저자는 이 지도자의 성격과 리더십이야말로 소련의 해체에 관한 이야기에서 많은 조각을 짜 맞추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한다. 1980년대, 15년간 모든 개혁에 저항해온 소련 지도부는 고르바초프 아래서 전 연방 규모의 경제적·정치적 변화를 개시했다. 그러나 그 개혁을 뒷받침하는 구상과 계획은 치명적으로 낡았고, 경제적으로 결함이 있었으며, 기존 경제와 정치체를 내부로부터 파괴했다. 특히나 고르바초프의 리더십, 성격, 신념, 무능력이야말로 소련 자멸의 주원인이었다. 고르바초프의 의도와 정책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 당시 소련이 맞이한 사회경제적 딜레마에 대한 균형 잡힌 탐구를 동반한 재평가를 시도한다. 경제 체계의 구조적 결함 탓인가, 민족주의 혹은 종족주의의 탓인가? 냉전 시대에 미국과 소련이 첨예하게 대립한 가장 큰 이유는 ‘이데올로기’였다.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한 미국과 1당 독재를 기본으로 한 소련은 이데올로기만큼이나 ‘경제적인 요인’이 두 나라의 관계를 크게 좌우했다. 소련 내부의 복잡한 민족 문제도 붕괴를 촉진했다. 다양한 민족과 종족이 뒤섞인 제국의 구조 속에서, 민족주의는 억눌린 감정으로 잠재돼 있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저자는 소련의 붕괴는 이런 개개의 요인이 연쇄반응을 일으킨 퍼펙트 스톰의 결과라고 말한다. 그는 느닷없는 소련의 붕괴가 러시아를 다시 제국주의의 망령으로 치닫게 했다고도 주장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서방과의 대립 구도, 내부 통제 강화 등 현재의 러시아는 소련 말기의 권위주의적 퇴행과 너무도 닮았다. 특히 2014년 푸틴이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후 러시아는 서방의 무관심 속에서 다시 제국의 망령을 좇는 길로 들어섰다고 경고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10

포은중앙도서관 4월 인문학 in 포항 ‘김장현 작가 초청 강연’

포항시립도서관은 4월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마지막 주 수요일인 오는 30일 오후 2시 포은중앙도서관 1층 어울마루에서 ‘인문학 in 포항’의 두번째 강연자로 김장현 작가를 초청해 강연을 진행한다. ‘인문학 in 포항’은 3월부터 10월까지 문화가 있는 날인 마지막 주 수요일에 각 분야의 저명한 명사를 초청해 인문학 강연을 진행하는 포항시립도서관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다. 김장현 작가는 연세대학교에서 인터넷 이용자 연구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버팔로캠퍼스에서 데이터사이언스와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성균관대학교 글로벌융합학부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문과생을 위한 인공지능 입문’이라는 저서를 통해 문과생들도 쉽게 인공지능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이번 강연의 주제는 ‘AI는 인간의 거울’로 앞으로 다가올 포스트 휴먼시대에 반드시 알아야 할 인공지능에 대해 소개하고, 인공지능 기술에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행사 참석에 대한 사전 접수는 시립도서관 홈페이지(https://phlib.pohang.go.kr) 문화행사신청 코너를 통해 16일 오전 10시부터 받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10

대구 북성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세 남녀의 ‘러브 스토리’

연극 ‘북성로 이층집’ 연습 장면.  /극단 정X비사이드 제공 연극 ‘북성로 이층집’ 연습 장면.  /극단 정X비사이드 제공 대구 북성로를 배경으로 한 연극 ‘북성로 이층집’이 2024년에 이어 앙코르 공연으로 펼쳐진다. 8일부터 20일까지 대구 꿈꾸는씨어터에서 펼쳐지는 이 작품은 극단 정X비사이드의 프로젝트로 기획됐다. 모든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해 아날로그 음악이 주는 감성적 자극을 더 강화했다. 피아노, 바이올린, 기타 연주가 극의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할 예정이다. 이 작품은 처음에는 뮤지컬로 선보였다가 작년에는 연극으로 장르를 전환해 공연됐다. 이야기는 북성로에서 태어나고 자란 일본인 학생 류지와, 그의 짝사랑 상대인 조선인 여학생 분이, 그리고 분이를 사랑하는 또 다른 인물 현태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사랑과 갈등, 그리고 자아와 현실 사이에서 갈림길에 선 세 주인공의 이야기는 관객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류지와 분이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복잡한 감정선과, 분이와 현태의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는 다양한 시각에서 사랑을 탐구하게 한다. 이와 함께, 분이 마음의 흔들림과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이 가져오는 결과들은 관객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배우 이미정 씨는 “이 작품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느끼는 공허함과, 시간 속에 묻힌 옛 추억을 되새기고자 하는 관객들에게 큰 위로를 전한다”며 “특히, 쇼츠 같은 짧은 콘텐츠에 익숙해진 현대의 젊은 세대에게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공연은 대구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배우들로 구성된 극단 정X비사이드의 프로젝트로, 박상호, 하연정, 성창제, 이미정 등 지역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로 무대가 가득 채워진다. 화~금요일까지는 오후 8시, 토~일요일은 오후 1시와 3시 30분에 공연된다. 단, 12일 토요일 오후 1시 공연은 없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4-09

[투데이 핫 클릭!] 배우 김민희 아들 출산...“부도덕하다” vs “사랑한다잖아”

배우 김민희가 출산했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그녀는 영화감독 홍상수와 10년 이상 연인 관계를 유지하는 중이다. 둘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났다는 뉴스가 보도되자 영화팬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조강지처를 두고 젊은 여자와 불륜을 해서 낳았으니 축복받은 출산은 아니다”라는 견해와 “사랑을 누가 말릴 수 있나. 이젠 둘의 연애를 인정해줄 때도 됐다”는 의견이 충돌하는 형국. 2015년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 감독과 배우로 만난 홍상수와 김민희는 이후 연인 관계임을 인정하며 해외 영화제에 함께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고, 올 초엔 배가 불러온 김민희의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었다. 김민희와의 연애가 세간에 불거지며 홍상수는 30년 동안 함께 생활한 아내에게 이혼 조정을 접수하고 관계 정리를 요구했다. 하지만, 홍 감독의 아내는 이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김민희와 홍상수 두 사람을 “부도덕하고 비양심적이다” 비난하는 네티즌들은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남녀가 서로 끌리는 건 재채기 같은 것이라 이성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하다”며 둘을 옹호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어쨌건 둘의 관계가 얼마나 지속될 지, 홍상수가 아내와는 어떤 해결점을 모색할 지 지켜보는 영화팬들이 많다. 출산 후 김민희는 현재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산후조리원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성식 기자

2025-04-09

1950년대 미술품 컬렉터 윤상 그가 선택한 작품들 한자리에

‘털보 윤상이 사랑한 현대화가들’ 전시가 오는 15일까지 포항문화예술회관 2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OCI홀딩스와 OCI가 공동으로 주최하며, OCI미술관(관장 이지현)이 주관하는 이번 전시는 OCI미술관 개관 15주년 전시 ‘털보 윤상과 뮤즈의 추억전’을 재구성한 것이다.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45-14에 위치한 OCI미술관의 2025년 소장품 지방 순회전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전쟁 이후 기록이 드문 1950년대 한국 현대 미술사의 공백을 메꾸고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근현대 회화 및 아카이브, 미디어 아트, 임응식 사진 아카이브 등 OCI미술관의 소장품 40여 점이 선보이며, 특히 한국 미술품 수집가였던 윤상(1919~1960)이 약 70년 전에 열었던 전시회의 기념서화첩이 처음으로 지역에서 공개돼 많은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기념서화첩은 출품 화가들뿐만 아니라 당대의 배우, 문인, 서예가, 음악가, 영화감독 등 104명의 유명 인사가 남긴 그림과 글, 관련 신문 기사 스크랩 등을 포함하고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2010년 국내 경매에서 이 서화첩을 입수한 OCI미술관은 지난 1월 개관 15주년 전시 ‘털보 윤상과 뮤즈의 추억전’을 통해 최초 공개한 바 있으며,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의 ‘공사립미술관 보존지원 사업’에 선정돼 7개월여에 걸쳐 클리닝, 표지 배접, 재장정 등의 보존처리를 받았다. 윤상은 평양 출신의 개인 소장가로, 과수원을 운영하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41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 단 한 번의 전시만을 열었지만, 그 전시는 한국전쟁 이후 미술계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줬고 현대미술관의 필요성을 제기할 만큼 큰 의미를 가졌다. 1950년대는 한국 화단이 변화와 갈등을 겪던 시기였으나, 세대나 계파에 구애받지 않고 작품을 수집하고 전시한 윤상의 행적은 오늘날에도 큰 시사점을 제공한다. OCI미술관은 “윤상의 기념서화첩은 1950년대 한국 현대 동서양 화단 뿐만 아니라 당시 문화예술계의 미술에 관한 관심과 애정을 재조명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지현 OCI미술관장은 “이번 지방 순회전을 통해 한국 미술사에서 잊힌 컬렉터 윤상과 관련된 쟁쟁한 근현대 화가들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OCI미술관은 지역의 문화향유권을 강화하고 국내 신진 작가들에 대한 후원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OCI미술관은 2010년부터 전국 주요 사업장 인근의 주민들에게 문화, 예술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격년으로 지방 순회전을 개최해 왔으며, 2020년부터 2022년 사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열리지 못하다가 2023년 재개됐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08

대구시향 ‘2025 교향악축제’ 무대 미리본다

대구시립교향악단은 ‘새로운 음악의 기수’라 불린 20세기 독일 현대음악가 파울 힌데미트(1895~1963)의 탄생 130주년을 기념해 오는 17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그의 오페라 ‘오늘의 뉴스’ 서곡과 교향곡 ‘세계의 조화’를 국내 초연한다. 이번 공연은 ‘제514회 정기연주회’로, 대구시향이 19일 ‘2025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 초청받아 선보일 작품을 대구에서 미리 만나는 자리이기도 하다. 백진현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지휘하고, 세계 명문 단체인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종신 단원으로 활동 중인 더블베이시스트 임채문이 로타의 ‘디베르티멘토 콘체르탄테’를 협연하는 이색 무대도 예정돼 있다. 1895년 독일 하나우에서 태어난 파울 힌데미트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비올리스트, 작곡가, 지휘자로 활동했다. 초기에는 복잡한 불협화음과 불명확한 조성을 사용했으나, 이후 실용적이고 낭만적인 선율을 담은 작품을 만들었다. 그의 교향곡은 국내에서는 거의 공연되지 않아 실연을 접하기 어렵다. 따라서 대구시향이 연주할 ‘세계의 조화’ 교향곡은 특별한 주목을 받을 만하다. 교향곡 ‘세계의 조화’는 힌데미트가 천문학자 케플러의 저서 ‘세계의 조화’를 읽고 영감을 얻어 동명의 오페라를 구상하던 중, 바젤 체임버 오케스트라로부터 25주년 기념 작품을 위촉받아 작곡됐다. 전 5막의 오페라보다 6년 먼저 세상에 나온 ‘프리뷰 모음곡’ 형태로, 삶의 고뇌, 사랑과 신념, 형이상학적 조화까지 다양한 이미지를 고전 양식 속에 현대적인 선율의 조화로 펼쳐낸다. 이날 첫 무대는 힌데미트의 오페라 ‘오늘의 뉴스’ 서곡으로 시작된다. 1929년 작곡 당시 유행처럼 번지던 불륜과 이혼 문제를 어느 신혼부부의 이혼 소동으로 풍자한 곡이다. 작곡가 자신은 이를 ‘유쾌한 오페라’라고 했지만, 초연은 실패했고 나치 시절에는 ‘타락한 예술’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혀 1954년 일부 장면이 수정됐다. 서곡에서는 목관악기의 빠른 선율과 카바레 풍의 멜로디가 등장해 오페라 전반에 흐르는 우스꽝스럽고 은밀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이어서 더블베이시스트 임채문은 니노 로타의 ‘디베르티멘토 콘체르탄테’를 협연한다. 영화 ‘대부’로 잘 알려진 로타는 다양한 클래식 작품을 남겼으며, 이 곡은 선율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20세기 음악이다. 전체 네 개의 악장이 연주되는 동안 현악기의 가벼운 리듬과 목관악기의 산뜻한 음향을 즐길 수 있다. 독주자는 고난도 기교를 요구하는 부분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며, 특히 마지막 악장에서 더블베이스는 화려하고 민첩한 고음을 선보이며 돋보인다. 백진현 대구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임채문은 세계적인 지휘자 대니얼 하딩으로부터 “따뜻한 소리와 확고한 음악적 방향성을 가진 베이시스트”라는 찬사를 받았으며, 2022년 독일 안톤 루빈시테인 국제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더블베이스 부문 준우승을 차지해 주목받았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베를린 국립예술대학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쾰른 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수료했다. 또한,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아카데미 단원,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수석,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NDR 엘브필하모니 등의 객원 단원으로 활동했으며, 솔리스트로서 바덴바덴 필하모닉, 울산시향, 제주도향, 포항시향 등과 협연했다. 대구시향은 이번 정기연주회 후, 같은 프로그램으로 이틀 뒤인 19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2025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 참여한다. 올해로 37회를 맞는 이 축제는 국내 최대 클래식 음악 축제로, 4월 1일부터 20일까지 총 18개의 교향악단이 함께한다. 특히 이번 축제에서 대구시향의 힌데미트 작품이 어떤 사운드를 선사할지 전국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의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08

현대 도시인들의 다양한 모습 화폭에 담아

현대 도시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는 신흥우 작가의 개인전 ‘행복한 사람들’ 전이 오는 30일까지 경주 라우갤러리에서 열린다. 신흥우 작가는 실리콘 주사기를 사용해 자동 기술적으로 사람 형상을 그리며, 누구나 아무 구분 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작업한다. 파리 유학 시절부터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의 자유로운 표정과 다양한 얼굴 군상에 관심을 가진 그는, 이후 모든 미술 인생에서 ‘얼굴’에 대한 일관된 취향을 선명한 색채로 유지해왔다. 신흥우 작가는 프랑스 파리제8대학교 대학원과 학사를 졸업하고, 프랑스를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활동 중인 중견 작가다. 그는 회화의 한계를 넘어 다원적 관점에서 인간의 모습을 담아낸다. 도시의 바쁜 일상과 다양한 사람들이 길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모습, 자동차가 늘어선 풍경 등을 강렬하면서도 따뜻한 색채로 표현한다. 거친 질감은 입체적인 효과를 내며, 현대 도시의 분주함과 활기찬 분위기를 묘사하면서도 개개인의 고유한 움직임을 강조한다. 신흥우 작가의 작품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된 바 있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총 20여 점이 선보일 예정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을 추고, 구름을 타고 날아가는 등 다양한 행복한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서로 겹치고 충돌하지만, 얼굴과 몸짓의 리듬감이 가벼운 색채와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시각적 효과를 창출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사회적 다양성과 꿈, 희망을 상징하며, 현대 회화를 전공한 작가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로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07

베토벤의 소나타 시 와 소설로 만나다

낭만주의 음악가 베토벤의 소나타 4곡이 전율, 공포, 놀라움, 고통 등 삶의 희노애락을 느끼게 해주는 책으로 출간됐다. ‘베토벤을 읽다’는 출판사 득수의 ‘득수 읽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작년에는 쇼팽을 주제로 한 책에 이어 올해는 베토벤의 음악을 통해 그의 이야기를 소설과 시로 풀어냈다. 특히 이 책은 4명의 소설가와 4명의 시인이 베토벤의 소나타 ‘비창’, ‘월광’, ‘폭풍’, ‘열정’에서 영감을 받아 각 곡의 감정과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김도일, 백가흠, 이수경, 하명희 네 명의 소설가는 각각 베토벤 소나타 중 한 곡씩을 맡아 그 곡에서 얻은 느낌과 감상, 그리고 스토리를 바탕으로 작품을 재해석한 소설을 선보인다. 권상진, 김은지, 서숙희, 이병일 네 명의 시인은 베토벤 소나타 4곡을 모두 듣고 느낀 감정을 담아 시를 작성했으며, 각 소나타마다 시 1편씩을 수록했다. 또한, 이 책에는 최정호 포항시립교향악단 사무장이 베토벤 소나타에 대한 해설을 담아 독자들이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도서출판 득수의 김강 대표는 “1년에 한 번씩 작곡가가 남겨놓은 이야기를 시와 소설로 찾아보겠다는 것에서 ‘득수 읽다’ 시리즈가 시작되었다. 두 번째 작곡가로 베토벤이 남긴 수많은 명곡 중에서 대중적이면서도 그의 명성과 음악성을 가장 충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4곡을 선정해 8명의 작가가 작품을 창작했다”고 말했다. 한편 도서출판 득수는 ‘베토벤을 읽다’ 출간을 기념해 베토벤 소나타‘비창’, ‘월광’, ‘폭풍’, ‘열정’을 지역의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직접 연주하는 음악회 ‘베토벤을 듣다’를 오는 12일 오후 3시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연다. 해설은 포항시립교향악단 최정호가 피아노는 길은영, 이은총, 이슬기, 황지영이 함께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07

과학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열어 보다

한국국학진흥원은 ‘과학으로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2025년 4월호를 발행했다. 과학은 우리의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다. 이번 호는 과학의 날을 기념해 과학을 통해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열어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희대학교 우주탐사학과의 박현후 박사는 ‘달 표면의 남병철 충돌구는 어떻게 명명되었을까?’라는 글을 통해 달 표면의 충돌구에 조선시대 과학자 남병철의 이름이 붙은 과정과 그 의미를 설명한다. 남병철(1817~1863)은 서양 천문학을 전통 천문학과 융합해 정리하고, 혼천의를 개선한 과학자다. 박현후 박사는 달 자기장 관련 연구를 수행하며 이름을 갖지 못한 충돌구 중 하나를 ‘남병철 충돌구’로 명명했다. 지금까지 달 충돌구에는 주로 외국 과학자의 이름이 붙어왔지만, 이번 사례는 대한민국 국민이 직접 신청해 충돌구에 이름이 붙은 최초의 사례로서 큰 의미가 있다. 최유정 작가는 조선시대 풍속화에서 발견한 과학의 원리를 삽화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녀의 첫 책 ‘화학으로 옛 그림을 본다면’은 초등학생을 위한 학습 동화로, 조선시대 풍속화에 담긴 화학 원리를 작가의 독특한 시선으로 재창작한 삽화를 통해 보여준다. 예를 들어, 김득신의‘야장단련’에서는 열팽창과 담금질의 원리를, 신윤복의 ‘계변가화’에서는 빨래를 두드려 오염물을 제거하는 과정을 삽화로 풀어낸다. 이를 통해 옛 그림 속에도 현재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과학 지식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웹진 담(談)’에서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룬다. ‘스토리웹툰 독선생전’ 14화 ‘나그네별’에서는 독선생이 세상의 변화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고민하며 담헌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선인의 이야기, 오늘과 만나다’의 ‘사람을 만드는 마음’에서는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사람을 복제하거나 만드는 이야기를 다룬다. 마지막으로 ‘백이와 목금’의 ‘나는 남아가 아니라 다행이네’에서는 전통 인쇄술에 대해 이야기하며,‘스토리테마파크를 쓰다’의 ‘조선왕릉 도굴 사건’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도굴된 왕릉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웹진 담(談)’ 2025년 4월호는 한국국학진흥원 스토리테마파크 홈페이지(https://story.ugyo.net/front/webzine/index.do)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07

범상치 않은 별난 가족의 별난 이야기

“할아버지부터 아버지, 어머니, 삼촌, 딸, 안경에 비밀을 가진 손님, 그리고 이들의 집에 들어선 도둑까지. 일상,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범상치 않은 별난 가족의 별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웃음과 전율을 함께 선사할 명품 가족 뮤지컬 ‘점프’가 대구를 찾아온다. 고도예술기획은 넌버벌 뮤지컬 ‘점프’를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코믹 마샬아츠 넌버벌 퍼포먼스로, 관객들에게 유쾌한 웃음과 짜릿한 액션을 선사할 예정이다. ‘점프’ 공연은 지난 2003년 7월 초 연 이후 87여 개국 152여 개 도시에서 공연을 펼치며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 대통령상 수상’, 공연 최초 한국무역협회 ‘100만 달러 수출탑 대통령상’ 등을 수상했다. 지역 공연예술계의 한 관계자는 “이 작품은 2007~2008년 오프 브로드웨이 장기공연 350회 공연 및 100만 관객 관람을 기록하는 등 전 세계 관객들과 평단으로부터 높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도예술계획 김종성 대표는 “태권도와 태껸을 비롯한 동양무술과 공중을 차고 오르는 화려한 아크로바틱은 보는 이에게 소름 돋는 전율을 안겨 준다”고 말하고 “탄탄한 드라마 구성과 곳곳에 넘쳐나는 코믹한 에피소드는 나이와 국적을 넘어 모든 관객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공연 시간 18일 오후 7시 30분. 19일 오후 3시. 20일 오후 3시. /한상갑기자

2025-04-07

독도 애니 ‘강치 아일랜드’ 시즌1 하반기 첫 방송

올 하반기에는 독도의 상징인 강치를 주인공으로 한 TV 애니메이션 ‘강치 아일랜드’ 시즌1이 방영될 예정이다. 경북도와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이하 진흥원·원장 이종수)은 최근 ‘강치 아일랜드’ 시즌2 제작 착수보고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강치 아일랜드’는 마법학교에 다니는 강치들이 신비의 섬 독도와 바다를 지키는 수호 마법사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다룬 작품. 매 시즌 13화 11분으로 구성되며 해양 생태환경 교육 콘텐츠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2023년 12월부터 제작하기 시작한 시즌1은 올 하반기 방영을 목표로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날 진행한 제작보고회에서는 제작사인 (주)픽셀플레넷(대표 추광호)과 경북도, 진흥원, 애니메이션 전문가들이 참석해 TV시리즈 시즌2 제작 방향과 향후 활용 방안 등 전반적인 계획을 논의했다. 픽셀플레넷은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 구성을 통해 독도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고 ‘대한민국 독도, 강치’ 브랜드를 글로컬 대표 콘텐츠로 육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진흥원은 ‘강치 아일랜드’ 제작과 더불어 독도콘텐츠 홍보대사인 서경덕 교수와 함께 강치, 삽살개 등 독도 관련 다큐멘터리를 2023년부터 제작해 차례로 공개하고 있다. 특히 나영석 PD, 배우 김남길, 개그우먼 박나래 등이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을 맡아 큰 화제를 모았다. 이종수 진흥원장은 “TV애니메이션 장르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법학교라는 소재와 다양한 생태환경을 담은 에듀테인먼트 콘텐츠”라며 “이를 통해 지구촌 아이들이 독도를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국내외 시장에서 사랑받는 작품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06

한국국학진흥원, 전통 기록문화 대학생 콘텐츠 공모전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제11회 전통 기록문화 활용 대학생 콘텐츠 공모전’을 개최한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이하는 이 공모전은 한국국학진흥원이 제공하는 전통 기록자료를 활용한 콘텐츠 기획안을 공모하며, 매년 참신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장으로 자리잡았다. 공모 부문은 한국국학진흥원이 제공하는 전통 기록자료를 소재로 한 콘텐츠 아이디어이며, 전국 대학(원)생 2명 이상의 팀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접수는 오는 25일부터 5월 2일 오후 5시까지 한국국학진흥원 스토리테마파크 사이트(https://story.ugyo.net)에서 온라인으로 제출하면 된다. 이 공모전은 교육형으로 진행되며, 1차와 2차 심사를 통과한 8개 팀은 5개월간 멘토링을 받은 후 최종 심사를 통해 수상작이 결정된다. 대상 1팀에는 1000만 원, 최우수상 1팀에는 500만 원, 우수상 2팀에는 각 200만 원, 그리고 장려상 4팀에는 각 1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콘텐츠 창작에 필요한 전통 기록 자료는 한국국학진흥원의 스토리테마파크, 전통과 기록, 유교넷 사이트를 참고하면 된다. 또한, 역대 공모전 수상작 및 영상은 스토리테마파크 사이트와 인문융합본부에서 확인 가능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06

경주 ‘고분 품은 미술관’ 현대미술과 첫선

‘고분 옆 미술관’으로 유명한 경주 오아르미술관(관장 김문호)이 8일 개관 전시의 첫선을 보인다. 오아르미술관은 금관총, 서봉총 등 4~5세기 고신라 왕족의 크고 작은 무덤들이 옹기종기 모인 경주 노서동 고분군 공원 입구에 자리해 전례 없는 독특한 입지가 특징이다. 국내 최고의 건축가로 꼽히는 유현준 교수(홍익대 건축학부)가 설계를 맡아 화제가 됐다. 이번 개관기념 전시는 총 3개의 전시로 구성됐다. 미술관 층마다 에가미 에츠의 신작, 문경원·전준호 듀오 작품, 미술관 대표 소장품 컬렉션 등으로 장식된다. 1층 제1전시실에서는 김문호 관장이 20년간 수집해 온 소장품을 선별한 ‘오아르 컬렉션(OAR Collection)’ 전이 오는 23일까지 진행된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수집한 10여 점의 현대미술 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열린 미술관’이라는 미술관의 미션에 따라 일반인도 쉽게 즐길 수 있는 팝 아트와 스트리트 아트 위주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미국 현대미술 작가 마이클 스코긴스(Michael Scoggins)의 작품은 뉴욕현대미술관(MoMA)이나 해머뮤지엄 등에서 감상할 수 있으며, 한 점당 가격이 3000만 원 이상인 고가의 작품들이다. 2층 제2전시실은 ‘지구의 울림(Echoes of the Earth)’의 주제로 떠오르는 세계적인 작가 에가미 에츠의 신작 17점을 국내 최초 공개한다. 에가미 에츠는 포브스(Forbes) 선정 2020년과 2021년 ‘세상을 바꾸고 있는 30세 이하의 젊은 리더 30인’에 뽑힐 만큼 주목받고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현대미술 작가다. 이번 전시는 전 세계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던 과거의 스타 마이클 잭슨, 비틀즈, K-POP 가수 등의 초상을 추상적인 화법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오는 9월 21일까지 전시된다. 지하 제3전시실에서는 ‘팬텀 가든(Phantom Garden)’을 주제로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미디어아트 작가 문경원전준호 듀오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을 내년 3월 31일까지 선보인다.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면 관람객을 마주하고 있는 화면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지구의 환경 변화와 다양한 생명들의 모습을 섬세한 영상미로 그려낸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과 환경 그리고 지구에 관해 새롭게 고민하고, 나아가 기존의 시각에서 탈피해 또 다른 접근 방식을 제안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번 개관 전시를 기획한 김문호 오아르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미술관이 확립하고자 하는 정체성의 방향을 제시하고, 소장작품을 다양한 주제로 배치해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오아르미술관은 경주시 노서동 고분군 공원부지에 지상 2층, 지하 1층으로 연면적 1594.06㎡ 규모로, 지난 1일 문을 열었다. 경주에서 세계적인 현대미술을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예술적 랜드마크로서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과 경주의 관광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06

웃음과 전율을 함께! ‘점프’의 짜릿한 즐거움에 빠져든다

뮤지컬 ‘점프’ 공연 모습. /고도예술계획 제공 “할아버지부터 아버지, 어머니, 삼촌, 딸, 안경에 비밀을 가진 손님, 그리고 이들의 집에 들어선 도둑까지. 일상,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범상치 않은 별난 가족의 별난 이야기가 펼쳐 집니다.” 웃음과 전율을 함께 선사할 명품 가족 뮤지컬 ‘점프’가 대구를 찾아온다. 고도예술기획은 넌버벌 뮤지컬 ‘점프’를 18일부터 20일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코믹 마샬아츠 넌버벌 퍼포먼스로, 관객들에게 유쾌한 웃음과 짜릿한 액션을 선사할 예정이다. ‘점프’ 공연은 지난 2003년 7월 초 연 이후 87여 개국 152여 개 도시에서 공연을 펼치며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 대통령상 수상’, 공연 최초 한국무역협회 ‘100만 달러 수출탑 대통령상’ 등을 수상했다. 지역 공연예술계의 한 관계자는 “이 작품은 2007~2008년 오프 브로드웨이 장기공연 350회 공연 및 100만 관객 관람을 기록하는 등 전 세계 관객들과 평단으로부터 높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도예술계획 김종성 대표는 “태권도와 태껸을 비롯한 동양무술과 공중을 차고 오르는 화려한 아크로바틱은 보는 이에게 소름 돋는 전율을 안겨 준다”고 말하고 “탄탄한 드라마 구성과 곳곳에 넘쳐나는 코믹한 에피소드는 나이와 국적을 넘어 모든 관객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18~20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시. 일요일 오후 3시.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4-06

오늘 오후 5시 철길숲 오크정원

포항문화재단과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포항지회(지회장 김동은, 이하 포항예총)가 산불 피해지역 후원을 위해 함께 손을 맞잡았다. ‘예술이 건네는 위로, 희망 플레이’라는 이름으로 4일 오후 5시 포항 철길숲 오크정원에서 열리는 이번 거리 공연은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행사다. 포항의 예술인들이 중심이 돼 지역 사회와 함께 힘을 모으는 자리다. 이들은 공연을 통해 예술을 통한 기부와 함께 지역 사회에 희망과 연대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들에게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또한 산불 피해지역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범시민 모금 운동에 동참해, 피해 지역의 신속한 복구와 이재민의 일상 회복을 돕고 예술을 통해 슬픔을 보듬고 시민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전하기 위함이다. 이번 행사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어우러진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며 음악 부문에서는 테너 이경민, 이재현, 바리톤 이의규, 베이스 김창수가 참여해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곡으로 깊은 울림을 전한다. 무용 부문에서는 손현, 류선, 윤영욱이 참여해 살풀이, 희망의 지전춤으로 예술을 통한 정서적 회복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국악 부문에서는 권준영의 비나리(축원덕담)를 시작으로 경기민요를 선보이는 박소연, 김홍숙, 박지영, 가야금병창을 연주하는 임종복, 그리고 사물놀이를 펼치는 김준휘와 포항갯메기농악단이 함께한다. /윤희정기자

2025-04-03

사건지평선 넘어 닿을 수 없는 ‘블랙홀’ 속으로

블랙홀은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존재다. ‘블랙홀을 알기 위해서는 물리의 거의 모든 내용을 알아야 한다’고 할 만큼, 블랙홀은 물리학, 천문학 등을 공부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다. 블랙홀을 통하지 않고서는 우주에 진입할 수 없다. 신간 ‘블랙홀’(알에이치코리아)은 블랙홀의 신비로운 세계로 초대하는, 물리학과 천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과학서다. ‘차세대 칼 세이건’이란 별칭이 붙은 물리학자 브라이언 콕스 맨체스터대 입자물리학과 교수와 같은 대학 동료 제프 포셔 교수가 공동 집필한 이 책은 블랙홀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과학자들의 치열한 연구와 논쟁을 다루며, 물리학의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방대한 지식을 제공한다. 저자들은 아인슈타인에서 스티븐 호킹 그리고 오늘날 양자역학 연구에 이르기까지 한 세기에 걸친 물리학의 최전선을 살펴본다. 저자들은 블랙홀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과학자들의 수많은 논쟁과 연구를 소개한다. BBC 과학 다큐멘터리 ‘경이로운 우주’, ‘경이로운 생명’ 등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진 브라이언 콕스는 과학의 신비를 대중에게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차세대 칼 세이건’이라는 명성을 얻은 물리학자다. 같은 대학에서 입자물리학을 가르치는 제프 포셔와 함께 연구를 진행하며 그간 ‘퀀텀 유니버스’, ‘E=mc² 이야기’등 몇 권의 베스트셀러를 출간했다. 블랙홀은 그 자체로 미지의 영역이다.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이 천체는 18세기 영국의 과학자 존 미셸이 처음으로 그 존재를 제안했다. 이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등장하면서 블랙홀 연구는 급물살을 탔고, 최근에는 ‘사건지평선 망원경’을 통해 실제 블랙홀 이미지가 촬영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은 블랙홀 연구의 역사와 현재를 아우르며, 양자역학, 일반상대성이론, 호킹 복사, 슈바르츠실트 해 등 다양한 이론과 개념을 소개한다. 특히 콕스 교수는 복잡한 물리학 개념을 일상적인 예시로 풀어내며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 날 가족 간의 TV 채널 쟁탈전을 통해 시공간 개념을 설명하는 식이다. 블랙홀에 대한 연구는 단순히 천체의 비밀을 밝히는 것을 넘어, 우리 우주가 거대한 양자 컴퓨터일 수 있다는 놀라운 결론에 이른다. 저자들은 블랙홀의 복잡성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전달하며, 물리학의 최전선을 탐험하는 여정을 제공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책의 주제는 블랙홀이다. 블랙홀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과학자들, 수많은 논쟁과 연구로 책의 서막이 열린다. 호기심에서 시작된 연구는 블랙홀에서 우주의 기원과 시공간의 근본적 특성까지 유추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양자역학, 사건 지평선, 일반상대성이론, 특이점, 호킹 복사, 커 블랙홀, 슈바르츠실트 해, 펜로즈 다이어그램 등 블랙홀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우리는 왜 블랙홀을 안다는 게 어려운 일인지 곧바로 깨닫는다. 블랙홀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열역학을 알아야 하는데 이는 곧 물리학의 거의 모든 내용을 알아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에서 스티븐 호킹 그리고 오늘날 양자역학 연구에 이르기까지 한 세기에 걸친 물리학의 최전선을 향한 과학적 여정은 우리 우주가 거대한 양자 컴퓨터일 수도 있다는 놀라운 결론에 도달한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시공간, 블랙홀. 빛마저 빠져나오지 못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천체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 내뱉은 사람은 18세기 영국의 목사이자 과학자인 존 미셸이었다. 그 별 위에 껍질을 씌운다면 그 이름은 사건(의) 지평선이다. 그 너머에 존재하는 ‘특이점’은 자연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통하지 않는, 장소라기보다 시간이며, 어쩌면 “시간의 끝”이다. 블랙홀에 관한 본격적 연구는 1915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비롯됐다. 아인슈타인은 물론 후배 물리학자들도 한동안 블랙홀이 수학적으로 유도 가능할 뿐 실존하지 않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2019년 인류는 지구 곳곳의 전파망원경을 네트워크로 연결한 ‘사건지평선 망원경’을 통해 실제 블랙홀을 촬영하기에 이르렀다. 콕스는 BBC 과학 다큐멘터리로 널리 알려진 영국의 입자물리학자다. 그는 블랙홀이 “물리학을 공부하는데 더없이 좋은 과제”라고 말한다. 그는 일반상대성이론, 호킹 복사, 슈바르츠실트 해, 홀로그래피 원리, 양자적 얽힘 등 우리가 사건지평선을 넘어 특이점에 도달하기까지 필요한 이론과 개념들을 세세히 그러나 흥미롭게 소개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03

‘한나 아렌트의 삶과 사랑’ 삶과 사유 통한 정치철학의 통찰

독일 출신의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작가, 정치 이론가인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를 다룬 ‘한나 아렌트의 삶과 사랑’(마르코폴로 출판사·사진)이 출간됐다. 스웨덴의 학자 겸 작가인 안 헤벨라인이 집필한 이 책은 단순한 전기 형식을 넘어,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철학자 중 한 명인 한나 아렌트의 삶과 사상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한나 아렌트(1906∼1975)는 나치 독일의 만행을 고발하며 ‘악의 평범성’ 개념을 제시한 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녀는 현대 사회가 행정 관료제의 안락함을 위해 민주주의의 자유로부터 자주 후퇴한다고 경고하면서도, 어떠한 정부도 인간의 자유를 완전히 소멸시킬 수 없다고 믿었다. 이러한 그녀의 정치적 유산은 점점 더 억압적인 세계에 맞서 자유를 강력히 옹호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 헤벨라인은 아렌트의 사고가 그녀의 삶과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보여주며, 철학과 정치의 교차점에서 그녀의 사유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조명한다. 특히, 나치 정권의 부상과 냉전 위기 속에서 인류의 가치와 죄책감, 책임에 대한 우리의 사고를 형성한 그녀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아렌트가 스승이자 한때 열렬히 사랑한 연인이었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와의 관계를 통해 불가능해 보이는 화해와 용서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사랑만이 용서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썼으며, 이는 그녀의 철학적 탐구에 깊이 반영됐다. 하이데거 외에도 발터 벤야민, 시몬 드 보부아르, 장 폴 사르트르 등 당대 지식인들과의 관계를 통해 아렌트의 지적 여정을 더욱 풍부하게 그려낸다. 안 헤벨라인은 아렌트가 사상가로서 발전하는 과정을 그녀의 삶 속 중요한 사건들과 어떻게 얽혀 있었는지를 보여주며, 복잡하면서도 매혹적인 초상화를 제공한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현재 우리가 직면한 정치적, 철학적 문제들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며, 한나 아렌트의 사유와 삶의 깊이를 체험할 수 있게 한다. ‘한나 아렌트의 삶과 사랑’은 단순한 전기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현대 정치철학의 거장을 새롭게 조명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