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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원해연 쪼개기’ 정치적 꼼수로 밖에 볼 수 없는 이유

문재인 정부의 대구·경북 홀대는 지역민이면 다 안다. 정부 장차관 인사 등 정부의 주요 보직인사에서 TK는 처음부터 철저히 배제돼 왔다. 지난 1월 발표한 정부 예타면제 사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경남에는 4조7천억 원이 투입되는 남부내륙철도 건설을 경남도의 예타면제 사업으로 선정하면서 경북에는 고작 4천억 원의 동해선철도 단선전철화 사업을 예타면제사업으로 선정했다.산업통상자원부가 오늘 2천4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원전해체연구소의 입지를 결정하고 부산시와 울산시와 함께 원전해체연구소 설립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고 한다. 입지로는 경주와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 경계지역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중수로와 경수로 원해연으로 입지를 쪼개 경주에는 중수로, 부산과 울산지역에는 경수로 원해연을 설립한다는 것이다.문제는 경주와 부산, 울산 3개 지역에 입지가 나눠 설립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점이다. 게다가 중수로와 경수로 나눠지면서 본원과 분원이 떨어져 있어 업무의 효율성은 또 어떨지 알 수가 없다. 국가의 중요 정책을 지역이 과당 유치경쟁을 벌인다고 떡 나누듯이 쪼개 나눠준다면 국가경쟁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원칙과 기준이 당연히 있어야 할 문제를 정치적 고려로 셈하듯 나누는 정부의 정책 결정과정을 국민이 납득할지도 모를 일이다. 먼 훗날 정책 수행과정의 비효율성이 드러나면 그 과정에 대한 책임은 또 누가 질 것인지 한심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원해연 입지가 과연 어느 곳이 적합한지에 대한 치열한 공론화 과정을 한 번도 거치지 않고 결정하는 정부의 이번 정책과정을 우리는 정치적 꼼수라 생각한다.올해 초 이미 그런 조짐이 보였다. 원해연 입지가 부산과 울산 경계지역으로 간다는 언론의 보도가 나오면서 이미 정부측 입지는 내심 결정됐던 것으로 짐작이 갔었다.다만 한수원 등 원전의 핵심기관이 집중돼 있는 경주를 배제하는 것이 정부로서는 꺼림칙했을 뿐이다. 경주는 원자력 산업의 중심지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원자력안전공단이 들어서 있고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과 한국전력기술도 인근에 두고 있다. 경주가 위치해 있는 경북 동해안은 우리나라 원전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다. 경북지역 원전은 중수로와 경수로 모두를 가지고 있다.원해연의 입지로 누가 봐도 이곳이 타당하다. 그런데 정부가 뒤늦게 입지 한군데를 경주로 추가하며 그곳에 중수로 원해연을 두겠다고 한다.중수로 원해연 건립비는 겨우 700억 원 정도다. 세계 원전시장에서 경수로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에 비쳐볼 때 대구경북은 또 한번 정책적 소외를 당했다. 중수로를 내주며 지역 민심을 달래보겠다는 얄팍한 정치적 꼼수가 낳은 나쁜 결과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뻔한 정치권의 논리일 뿐이다. 대구경북민은 허탈감과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

2019-04-14

‘낙태죄’ 헌법불합치… 여론분열 최소화 집중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와 관련한 현행법 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1953년 제정된 낙태죄가 66년 만에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게 되었다. 오랫동안 찬반 논란이 극심했던 만큼, 헌재 판결 이후에도 여파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게 아니어도 사사건건 패를 갈라 반목과 대립을 지속해온 이 나라에 낙태죄 논란까지 폭발하여 분열양상이 극한에 이르지 않을까 걱정이다.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헌재는 산부인과 의사 A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에 대해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유남석·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이 헌법불합치 의견,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이 단순위헌, 조용호·이종석 재판관이 합헌 의견을 냈다.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자기낙태죄 조항은 임신 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위반할 경우 형벌을 부과하도록 정함으로써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단순위헌 의견 재판관들은 자기낙태죄가 헤어진 연인·남편 등의 복수나 분쟁에서 압박수단으로 악용된 점, 실제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기소돼 처벌된 사례가 드문 점 등을 언급하며 “폐기되더라도 극심한 법적 혼란이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낙태죄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의 허용은 결국 ‘편의’에 따른 생명 박탈권을 창설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심지어 “시류·사조(思潮)에 편승해 낙태를 합법화한다면 훗날 우리조차 다음 세대의 불편요소로 전락해 안락사, 고려장 등의 이름으로 제거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시대 분위기를 그대로 담은 ‘정치적 판단’인 이번 결정으로 불변의 신념을 믿는 종교계 등이 입장을 180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인간 생명존중’을 다투는 특성 때문에도 이 문제는 앞으로도 첨예한 대립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헌재 결정이 나온 뒤에도 “낙태를 하면 아기가 죽는다는 사실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성토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헌재의 결정이 인간 생명을 보호하는 헌법의 기본정신을 스스로 해치고 있다는 반박 논리도 나오는 판이다. 후속 조치의 책임이 정치권 영역으로 들어온 상황에서 국회와 언론은 이 문제가 자칫 살벌한 정쟁(政爭)의 불쏘시개가 되지 않도록 슬기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임신 여성의 자기 결정권 존중’과 ‘태아살해 범죄’ 견해 사이에 여전히 존재하는, 안팎이 따로 없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난해한 모순이 참 얄밉다.

2019-04-14

‘충령비·전적비’ 논란, 진실 철저히 밝혀내야

한국전쟁 당시 순직한 미 해병대의 희생을 위로하고자 건립된 ‘충령비’가 일제 강점기 일본군을 위한 ‘충혼비’였다는 주장이 나온 데 이어, ‘포항지구 전투전적비’도 일본인 흉상기단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충격이다. 본지에 의해 잇달아 보도된 이 문제들은 그 진실이 철저하게 밝혀져야 한다. 한미가 일본군 충혼비에 해마다 헌화를 하고 일본인 흉상기단을 무심하게 기려온 게 사실이라면 이는 순국선열들이 통곡할 망동이 아닐 수 없다.포항 향토사학자 이상준 씨는 10일 “현재 포항지구전투전적비는 일본인 ‘나카타니 다케사부로(中谷竹三郞)’의 흉상 부분 중에서 기단과 하단부까지는 그대로 재활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나카타니 다케사부로’는 1907년 포항에 정착한 뒤 30년이 넘도록 살았던 일본인으로 구 포항시청 인근에 세워진 그의 흉상 기록이 사료에 남아있다. 포항지구 전투전적비는 국가보훈처 지정 현충시설(관리번호 33-2-25)로 1959년 3월 31일 육군 제1205건설공병단에서 건립했고, 1969년 4월 20일 현재 위치인 포항시 남구 송도동 311-7로 옮겨졌다.이에 앞서, 김진홍 한국은행포항본부 부국장은 포항시 남구 송도동 포항기상대 앞에 있는 ‘미 해병대제1비행단 전몰용사충령비’가 1935∼1937년 일본군에 의해 건립된 ‘일본군 충혼비’라고 주장했다. 김 부국장은 1935년에 일본 기자들이 집필한 ‘포항지’라는 책에 있는 유사한 조감도를 공개했다. 이 책은 ‘충혼비’를 ‘제국재향군인회 포항분회(일본군)’가 세운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일본인이 경영했던 부산일보의 1937년 3월 14일자 경북면에도 같은 내용이 보도되고 있다.미군 통역관으로 근무했던 이종만 씨가 건립한 것으로 알려진 문제의 충령비는 지난 2003년 5월 30일 국가보훈처에 대한민국 현충시설(관리번호 33-2-31)로 지정됐다. 1952년 12월 22일 구 포항역 광장에 최초로 건립된 이후 1969년 4월 현 위치로 이전한 것으로 전해진다.매년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을 기념해 ‘충령비’ 앞에서는 대한민국 수호를 위해 희생한 영웅들을 위한 위령제가 거행돼왔다. 이 주장대로라면 포항에서는 식민정책을 위해 대한민국을 침략한 일본 군대의 넋을 기려온 우스꽝스러운 꼴이 된다. 본지 취재 결과, 국가보훈처는 물론 지자체인 포항시와 한국자유총연맹 포항시지회에는 근거자료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제 강점기 시대 일본인의 유물인 줄 모르고 해마다 향을 피우고 기념식을 거행해온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하루속히 진실을 밝혀내어 바로잡는 것이 맞다. 차제에 독립이나 호국 기념물 중에 또 다른 비슷한 사례가 없는지도 낱낱이 점검해볼 일이다.

2019-04-11

여야 지진 특별법 약속, 조속한 제정으로 지켜져야

491일 만에 인재로 판명난 포항지진에 대한 정부의 조사 발표 후 20여 일이 흘렀으나 아직까지 피해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소속 국회의원 전원 참여로 포항지진 특별법안을 마련했으나 더불어민주당과의 이견으로 더 이상 진척을 못보고 있는 상태다.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이 대표 발의 한 특별법안은 ‘포항지진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안’과 ‘포항지진 진상조사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 2건으로 이뤄져 있다.김 의원이 세월호 특별법을 참고해 비교적 신속히 제정했으나 지금은 국회 산자위에 상정된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지금처럼 여야가 의견 대립을 고집한다면 언제 통과될지도 기약할 수 없는 처지다. 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여야 간 대립으로 미뤄진 게 한 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포항지진 특별법을 두고 자유한국당은 특별법 제정을, 더불어 민주당은 특별법 제정에 앞서 국회차원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복구와 지원에 필요한 내용을 살펴보자는 것이다. 한국당은 특위 구성은 시간 끌기에 불과할 뿐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그러나 그저께 양당 대표가 하루 차이를 두고 포항을 다녀갔다. 포항시민의 아픔과 고통을 현장에서 직접 들어 보기 위한 민생 행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진 피해주민과 가진 간담회에서 “현재 발의한 포항지진 특별법에 현장의 목소리를 보완해 조속히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민들도 말뿐인 대책보다 행동으로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다음날 당 지도부와 동행해 포항을 찾은 이해찬 더불어 민주당 대표도 “근본적인 것들은 특별법을 통해 해결하되 급한 사항들은 추경에 반영해 피해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흥해도시재생 사업은 국비 지원 부담을 높이겠다”고도 했다.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양당의 이견에도 당 대표들은 특별법 제정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음을 천명했다. 문제는 조속한 제정에 달려 있다. 지금 포항은 특별제정을 통한 피해복구와 경제 활성화가 다급한 상황이다. 포항지진과 관련해 정부의 책임과 소신 있는 후속대책 발표가 필요하다. 그래야 포항시민들도 믿음을 갖고 후속조치를 지켜보며 마음의 위안이라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마침 10일 이강덕 포항시장이 특별법 제정과 관련한 포항시의 입장을 담은 국민호소문을 발표했다. 그는 “국책사업 수행과정에서 발생한 포항지진은 포항지역에 국한 된 것이 아니고 대한민국 안전과 직결된 재난”이라고 규정하고 “특별법에 포항을 국가주도의 특별도시로 재건해 줄 것을 촉구했다. 포항시민이 겪은 고통과 아픔, 정신적 혼란과 경제적 손실을 이해한다면 특별법 제정을 더 미룰 이유는 없다. 포항시민이 바라는 합당한 내용이 담긴 특별법의 조속 제정을 바란다.

2019-04-11

고교 무상교육, 재원 확보 대책부터 꼼꼼히 살펴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고등학교 무상교육 조기 시행방침을 확정했다. 올 2학기 고교 3학년부터 무상교육이 단계적으로 시작돼 2021년부터는 고교 전 학년으로 확대된다.국가가 국민의 교육을 책임진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정책 방향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고교무상 교육을 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는 점에서도 빠른 무상교육이 필요하다. 정부가 발표한 고교무상 교육의 지원 항목은 입학금과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 대금 등이다. 무상교육 시행으로 2018년 기준으로 학생 1인당 연평균 158만2천 원 정도 혜택을 보는 것으로 추산된다.최근 여론조사에서도 학부모들의 찬성 의견이 높게 나와 반대 분위기는 없겠지만 재원 확보가 문제다. 전국 17개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달 기자 회견을 열고 “고교 무상교육 예산은 모두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면서 “국가정책 추진과 관련한 재정 부담을 교육청에 더 이상 떠넘기지 말라”고 촉구 한 바 있다.그러나 정부는 고교 무상교육 재원과 관련해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따라서 올해 2학기 고교 3학년 무상교육 예산은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편성해야 한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증액교부금’을 제외하면 시도교육청이 맡아야 할 예산이 매년 9천466억 원이나 된다고 한다. 교육청이 앞으로 계속 이런 부담을 떠안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구시교육청과 경북도교육청은 올해만 134억 원과 78억 원의 예산을 추가로 부담해야 해 재원확보에 벌써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고교 무상교육은 문재인 정부가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교육분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정책이다.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서민의 교육비 지출 부담을 줄여 가정의 가처분 소득을 높이려는 복지차원의 정책이다. 그러나 정부가 매년 고교 무상교육으로 소요될 2조 원의 예산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무상교육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관건이다.정부는 2024년까지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각각 절반씩 부담키로 하고 예산 설계를 했다. 그러나 2025년 이후 예산 조달방법에 대해서는 구체적 준비가 없다. 그때 상황을 봐가며 결정하겠다고 한다. 다음 정부의 몫으로 돌렸으나 국가재정의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시도교육감의 반발도 변수다. 매년 1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교육청이 계속 떠안을 것인지도 의문이다. 교육감이 반발하면 강제할 수도 없는 문제다. 박근혜 정부 때의 누리과정 사태가 이래서 생긴 일이다. 정부의 고교 무상교육은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시행됐다. 제반 여건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서둘러 시행하다 문제가 불거지면 내년 총선용 선심 정책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꼼꼼한 재원 준비가 필수다.

2019-04-10

마약류 범죄 극성… ‘종합 대책’ 시급해졌다

버닝썬 사건 이후 마약류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상황에서, 대기업·재벌가 3세에 이어 유명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되는 일까지 벌어져 충격이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손쉽게 마약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면서 마약류 사범(대마·마약·향정신성의약품) 숫자는 매년 1만 명을 넘겨왔다. 심각한 것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한 유통망 발달로 평범한 일반인으로까지 마약 유통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약류 사범은 증가 추세에 있다. 대검찰청 통계를 보면 마약류 범죄로 단속된 사범은 2013년 9천764명에서 2018년 1만2천613명으로 증가세를 보여왔다. 2017년 1만4천123명과 비교하면 지난해 10%가량 감소하긴 했지만 마약 사범만 두고 보면 2017년 1천475명, 2018년 1천467명으로 차이가 없었다.버닝썬 사건 이후 유명인들의 마약 사범이 잇따라 터지면서 국민이 체감하는 심각성이 더욱 큰 상황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창업주 손자들이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SK그룹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손자 최모 씨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인 현대가 3세 정모 씨도 변종 마약인 고농축 액상 대마(대마 카트리지)를 흡입한 혐의로 입건돼 있다.무엇보다도 인터넷 거래 등 마약 유통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2017년 9월에는 부산 주택가의 한 상가건물에서 다량의 대마를 재배한 뒤 딥웹에서 비트코인 결제로 대마를 판매한 일당 4명이 구속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인터넷에서 필로폰 제조방법을 습득한 뒤 제조시설을 갖춰놓고 필로폰을 만들다 적발된 사례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여러 건 있었다.대검찰청은 마약류 범죄백서에서 마약류 사범 증가 원인에 대해 “인터넷·SNS 등을 이용하여 기존 마약 전과가 있는 마약류 사범뿐만 아니라 마약을 접한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도 국내외 마약류 공급자들과 쉽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마약류를 소비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히고 있다.최성락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은 얼마 전 국회에 나와 “(한국이) ‘마약 청정국’의 지위는 잃었다고 본다. 광범위하게 유포된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계층이 마약류를 접하고 있다”고 실토했다.“청와대와 국회가 나서서 마약 대응을 위한 컨트롤타워 기구를 만들고 단속부터 중독자 재활치료, 수감 중인 마약 범죄자에 대한 교정정책 개선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하게 하는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 회장의 조언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마약의 90%가 치명적 화학물질로 만든 필로폰이다. 마약은 인간 삶을 파괴하는 달콤한 독극물이다.

2019-04-10

대통령의 오기 인사…앞길 캄캄해진 국정

문재인 대통령이 예상대로 국회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 신임 5개 부처 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청와대의 선택은 충분히 예고된 것이었으므로 특별할 것은 없다. 그러나 막상 여야 극한대결의 암운이 드리운 정치권을 들여다보니 착잡하다.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권력의 칼자루를 잡은 쪽의 양보부터 시작해야 하는 법인데, 어쩌자는 심산인지 도통 모를 일이다. 문 대통령은 박영선·김연철 두 장관을 포함, 진영 행정안전부·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까지 모두 5명의 신임 장관에게 임명장을 전달했다. 대통령의 오기(傲氣) 인사는 두 장관 후보자의 낙마로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일은 충분하다는 판단의 산물인 듯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두 명의 낙마는 나머지 코드인사의 성공을 위한 사석(捨石)작전의 일환이 아니었느냐는 해석이 나온다.야당의 반발은 심각하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결사의 각오로 저항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독재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맹비판하고 “한국당은 결코 문재인 정권의 일방적, 독자적인 밀어붙이기식에 굴복하지 않고 지혜로운 국민들과 함께 오늘을 잊지 않고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천안함 폭침 사건을 ‘우발적 사건’이라고 했고,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은 ‘어차피 겪었어야 할 통과의례’라는 소신을 피력했었다. 그는 특히 대북 제재 해제에 적극적인 인사로 통한다.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은 아들의 이중국적, 정치자금법 위반, 미국 변호사인 남편의 소송 수주 문제 등이 제대로 검증되지 못했다.청와대의 인사 검증시스템이 허술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논란이 불거질 적마다 개선한다고 했지만, 이번 사례에서 보듯이 여전히 하자투성이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국회의 장관인사청문회가 무의미한 통과의례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와대마저 ‘참고사항’이라고 했다가 ‘검증의 완결’이라고 했다가 오락가락하고 있는 판이다.청와대의 장관 임명강행은 야당의 사퇴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청와대의 국정 장악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소산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삼권분립 정신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가운데, 국정의 무한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여당이 국회의 인사청문회마저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법률생산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나라가 온전할 리 없다. 뭐든 자기들 마음대로 하면서 야당의 협조를 설득할 명분은 도대체 어디에서 찾을 셈인가. 캄캄한 하늘 아래에서 민생고에 한없이 시달리고 있는 국민들은 어찌 살아내야 하나.

2019-04-09

상용화 이룬 5G 시대, 지방 서비스 소외되면 안돼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상용화 시대가 열렸으나 지방의 도시들은 5G 서비스 영역에서도 여전히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에 제출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5G 기지국 신고 장치 현황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된 8만5천261개 기지국 장치 중 64.4%인 5만4천899개가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 5대 광역시에 설치된 5G 장치는 총 1만8천84개로 전체의 21.2%에 머물렀다.대구는 1천781개로 전국의 4.1%로, 서울의 10분의1에 불과했다. 전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보유한 경북은 전국에 설치된 5G 기지국의 1.5% 수준인 647개가 설치되는데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대 통신사 가운데 LG유플러스는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대한 설비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LG유플러스는 기지국 1만1천363곳 가운데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무려 94.8%나 집중 설치했다. KT도 수도권에 64.2%를 설치, 지방에 대한 배려가 크게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이 같은 기지국 설치는 지역별 인구와 단순 비교해도 지방에 대한 홀대가 확실하다. 서비스 차별이라는 현실을 떠나 비수도권 고객에 대한 배려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유감이라 말 할 수 있다. 통신사별로 자세한 사정은 알 수가 없으나 지방의 소비자 입장에서는 5G의 서비스 개시부터 서비스 홀대를 받는 꼴이 되고 말았다.서울에서 조차 기대만큼 접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 지방이야 더 말할 것도 없는 것 아닌가 싶다. 물론 5G 상용화가 이제 막 시작이라는 점에서 아직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앞으로 업계의 네트워크 구축 경쟁을 통해 이런 문제들이 점차 해소되리라 믿는다. 그러나 비수도권에 대한 기지국 배려가 처음부터 잘못된 출발을 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늦어져도 된다는 잘못된 사회 인식이 우려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지방화 시대라 하지만 정부든 업계든 여전히 수도권과 비수도권과의 차별적 생각이 남아 있는 것이 확인이 된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5G 이동통신을 우리는 흔히 4차 산업의 혈관으로 비유한다. 4G보다 무려 20배나 빠른 통신환경의 5G는 앞으로 우리의 일상을 상상 이상으로 바꿔놓을 것으로 예측한다. 자율 주행차나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관련 산업은 우리가 가히 짐작할 수 없을 만큼 폭발력을 가진 영역이다. 그래서 비수도권에 대한 이번 소외감은 단순히 서비스 불만 차원을 넘어 본격적 5G 시대가 지방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한 것이다. 지방 소외론이 나오지 않는 당국의 정책적 배려기 필요하다.

2019-04-09

저출생 개선책, 지자체 노력만으론 어림없다

우리나라의 출산율 감소 추세가 2017년 1.05명에서 지난해 0.98명이라는 최악의 비상상황에 이르는 등 국가적인 재앙(災殃)수준으로 추락했다. 머지않아 ‘지역소멸’을 넘어 ‘국가소멸’의 위기마저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조차 나온다. 경북도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저출생 극복 맞춤형 전략 사업을 발굴 공모해, 최종 5개 시군을 선정 발표했다. 하지만 지자체의 노력만으로 이 긴박한 현상을 개선하기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분석이다.경북도가 올해 발표한 시군별 저출생 극복 맞춤형 전략 사업은 소프트웨어적인 시책을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자리, 공동육아, 돌봄, 문화(여가) 등 생애주기별 지역 맞춤형 시책을 고루 반영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선정했다는 설명이다.선정된 사업은 ‘패밀리데이 내맘(mom)대로 영화관 운영(포항시)’ ‘맘(mommind)편한 돌봄공부방 사업(문경시)’ ‘쑥쑥 배움따라 도시나들이 프로젝트(청도군)’ ‘옐로파파 우리 아이를 요리하다(성주군)’ ‘은퇴자 연계 야간 아이돌봄사업(예천군)’이다.경북도는 지난해 공모로 선정된 사업 시행 결과 지역내 호응도가 높았던 점을 감안해, 올해도 지역 자원과의 연계 등을 통한 도민체감형 시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동시에 잠재역량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는 방침이다. 선정된 사업에는 각 4천만 원씩 지원된다.저출생 현상 극복을 위한 지자체들의 노력은 실로 눈물겹다.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의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1년 전 1.05명보다 0.08명 감소해 최저치를 기록했고, 지난해 총 출생아 수는 32만6천900명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안간힘을 다해 버티던 마지노선인 1명의 선도 무너졌다. 전 세계 198개국 중 출산율이 0명대인 나라는 이제 한국밖에 없다.그런데도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보여주기식 현금살포 정책을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해 내놓고는 “할 만큼 했다”고 우긴다. 가구소득을 따지지 않고 영유아 가정에 일괄적으로 돈을 뿌려대는 식이다. 젊은이들의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경향은 직접적으로는 과도한 사교육비 등 육아에 대한 한없는 부담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가치관의 문제다. 국가 미래에 대한 낙관이 없는 한 근본적인 개선은 어렵다.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대신 좋아하는 것들을 원 없이 즐기며 살겠다는 분위기가 대세가 돼가고 있는 현상이 비극의 출발점이다.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을 만큼 세상이 행복하지 않다는 게 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새로운 정책설계와 실천으로 이 추세를 바꿔내야 한다. 지자체들의 지엽말단적 임시방편으로는 어림없다.

2019-04-08

KDI 경기 하락 경고… 가볍게 듣지 말아야 한다

한국경제에 대한 경고음이 연속 터져 나오고 있다. 7일에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내 경기의 우려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여 발표했다. KDI는 경제동향 4월호에서 최근 우리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사태로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었던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부진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KDI는 작년 10월까지는 경기가 “개선 추세”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11월부터는 “둔화”라는 단어를 사용, 개선추세가 중단됐음을 경고했다.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부진”이라는 단어를 총평에서 사용한 것이다.KDI는 경기가 나빠지고 있는 것에 대해 내수와 수출 부진을 이유로 꼽았다. 우리경제가 판매부진과 설비투자가 동시에 줄어 총체적으로 위기국면으로 치닫는다는 설명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우리경제에 대한 이런 경고음은 다른 곳에서도 줄 곧 이어져 나왔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성장률 추락”을 경고했다. 올 1분기 성장률이 전년동기 대비 0.7%포인트, 2분기는 1.0%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연은 “경기 동행과 선행지수를 구성하는 15개 항목 가운데 10개는 하락, 5개는 정체상태”라 했다. 한 군데도 나아질 것이란 지표는 없었다.최근 산업통상자원부도 우리나라 수출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8.2%가 감소(471억 달러)하면서 4개월째 연속 하락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기업의 현재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는 한국은행의 기업실사지수 조사에서도 현재 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보다 훨씬 많았다.과연 우리경제가 이런 상태로 가면 어떻게 될지 우려되는 바가 심각하다 할 것이다. 정작 정부는 아직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변화를 구할 생각이 없다. 갑작스런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시장이탈 현상에 대해서는 무덤덤한 반응이다. 경제계 원로들의 충고에도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소식은 없다. 원로 초청은 단지 초청일 뿐이라는 생각인지 알 수가 없다.문제는 해외 사정도 좋지 않다는 점이다. 해외수출로 겨우 버텨왔던 우리경제의 기대감도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걱정이다. 삼성전자의 실적 급락이 그 조짐이다. 경제분석전문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글로벌 무역 성장세는 10년 만에 최악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가 추경 등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나 그것이 근본적 해법은 될 수 없다.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올바른 위기의식이 먼저 필요하다. 정부관계자의 위기의식이 바로 서야 문제 해결의 방법도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이다. KDI의 경고를 가볍게 들어선 안 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위기감을 갖고 정책 기조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

2019-04-08

전국 산림이 불쏘시개… 경계심 늦춰선 안 된다

지난 4일부터 고성·속초, 강릉·동해 등에서 잇따라 발생한 ‘강원 산불’은 온 국민을 화마 공포로 몰아넣었다. 대구·경북지역에서도 건조한 날씨에 크고 작은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산불은 피해발생 지역이 산림의 형태를 다시 갖추는 데만 약 30년, 산림의 기능을 회복하는 데에는 무려 50년 이상이 시간이 필요한 끔찍한 재앙이다. 해마다 3~5월에 집중 발생하는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모두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6일, 전국에서 12건의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대구와 경북지역에서도 산불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날 오전 대구시 수성구 이천동 대덕산 5부 능선, 오후에는 달성군 가창면 상원리 소재 7부 능선에서 각각 화재가 발생했다. 영천시에서는 화산면과 자양면의 야산에서 잇달아 산불이 났다. 전날인 5일 새벽 포항시 남구 대송면 대각리 운제산 정상 근처에서 재차 산불이 나기도 했다.올해 초부터 지난 4일까지 경북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모두 66건으로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난 불(47건)에 비해 40% 가량 증가했다. 하루 이틀 간격으로 산불이 난 셈으로서 피해면적은 37.4ha, 축구장 52개 면적과 맞먹는다. 산불 원인으로는 실화가 67%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그중 농산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소각하다가 산불로 이어진 경우가 22건으로 가장 많았다.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9∼2018년 10년간 산불은 모두 4천316건 발생했고 이로 인한 피해면적은 6천699㏊였다. 면적으로는 서울시 넓이(6만525㏊)의 약 9분의 1에 해당하며 피해 금액은 무려 2천392억 원이었다.원인별로 구분하면 입산자의 실화에 의한 산불이 36.1%(건수 기준)로 가장 많았다. 이어 논·밭 소각 과정에서 발생한 산불 16.9%, 쓰레기 소각에 의한 산불 13.8%, 담뱃불 실화에 의한 산불 4.3%, 성묘객 실화에 의한 산불 4.0%, 어린이 불장난으로 인한 산불 0.6%였다. 대부분이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다는 뜻이다.지난 10년간 발생한 산불 4천316건 중 절반 이상(58.6%)이 3∼5월에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봄 가뭄이 극심해 전국의 산림이 마치 불쏘시개처럼 말라 있다. 모진 바람 때문이긴 했지만, 지난 주말 산불로 무려 580ha(축구장 면적의 812배)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됐다. 산불은 온 국민이 경계심을 갖고 대응해야 비로소 최소화할 수 있다. 대부분이 자연발생이 아닌 인재(人災)라는 통계에서 보듯이 산불은 사람의 주의력에 따라서 예방이 될 수 있는 재난이다. 참화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당국은 감시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국민들도 각자 조심하고 또 조심할 일이다.

2019-04-07

흥해 도시재생, 지진특별법 조속 제정으로 풀어야

2017년 포항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흥해지역에 대한 특별도시재생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해 11월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도시재생 특별위원회에서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지역으로 확정된 지 5개월 만에 또다시 흥해지역 피해복구 사업이 갈길을 잃은 셈이다. 그 이유는 자연재해가 도시재생사업 지원의 법적 근거였으나 포항지진이 지열에 의한 인적재해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도시재생사업은 도시재생 특별위원회가 쇠락한 도시를 기준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나 흥해읍의 경우 지진이라는 자연재해의 특수성을 감안,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흥해읍에 대한 도심재생 사업을 진행해 온 포항시의 입장도 곤란해졌다. 법적 근거가 없어졌으니 더 이상 사업을 진척할 수도 없고 대신할 법적 근거도 없어 현재로선 손을 대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사실상 흥해지역에 계획된 도시재생 뉴딜시범사업은 중단 상태에 빠진거나 마찬가지다.그동안 포항지진 복구사업의 상징으로 삼았던 흥해지역 대성아파트 재건의 경우를 보면 법적 근거의 상실로 추진 동력을 잃고 있다. 당초 이 아파트는 포항시가 매입해 그 자리에 마더센터와 시립어린이집, 창업지원센터, 공공도서관 등을 짓기로 했다. 주민의 90% 정도가 동의까지 하였으나 인재로 바뀌면서 사업 진행이 불가능해졌다.자연재해라면 가능했던 토지수용이 어렵게 됐다. 인재로 판명나면 단 1세대의 반대라도 있으면 사업 추진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이런 문제는 흥해읍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 120만㎡ 전체에 같이 적용돼 흥해 도시재생사업이 또 한번 우왕좌왕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한다.지진발생 후 흥해지역은 그동안 정부의 특별도시재생 지역으로 지정받기까지 1년여의 세월이 걸렸다.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는 이유로 사업의 추동력을 잃게 되면 언제 사업이 완성될지는 기약할 수가 없게 된다. 그동안 발생하는 피해는 주민이 고스란히 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포항지진 특별법의 제정이 시급한 것도 이런 문제점을 포함해 모든 문제를 수용할 법적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113명 전원 공동발의로 국회에 포항지진 특별법안이 넘어가 있다. 그러나 산업자원부로 할 것인지 행정안전부로 할 것인지를 두고 아직 소관 상임위조차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법안 처리가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김정재 의원에 따르면 특별법에는 진상조사 이전이라도 피해배상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포항시민의 포괄적 요구사항을 담을 수 있는 지원 내용도 담겨져 있다고 한다. 지진배상과 관련한 일들이 한꺼번에 다룰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되는 법안이라는 뜻이다.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 포항지진 피해배상의 문제를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2019-04-07

문 대통령, 경제계 원로들 조언 전폭 수용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진보·보수 정부의 고위직을 지낸 경제계 원로들로부터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쓴소리를 들었다. 이 자리에서는 정부의 대표적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원로들의 우려가 한목소리로 이어졌다.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제도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문 대통령이 경제계 원로들의 의견수렴에 나선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좋은 일이다. 일과성 행사가 아닌 진지한 경청과 전폭적인 수용을 기대한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전윤철 전 감사원장,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 등이 초청됐다. 문 대통령이 이날 초청된 원로들에게 “격식 없이 이야기해 주시면 우리 경제팀에 큰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원로들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직언을 아끼지 않았다.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경제정책이라기보다 인권정책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정 전 총리는 이어 “최저임금을 올려서 해고가 발생하면 (누군가의 소득이 사라지니) 전체 소득이 오르리란 보장이 없고, 소득이 올라간다고 해서 소비가 올라가리란 보장도 없다”며 “경제정책은 중소기업 등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제 등은 시장의 수용성을 감안하고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제가 노동자의 소득을 인상시켜 주는 반면 혁신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기업에는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노동계에 대해 포용의 문호를 열어놓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선을 그어 원칙을 가지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는 “경제정책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해야 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을 통해 국민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며 “임금 상승에 상응해 생산성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경제성장률 하락, 양극화 심화 속에서 4차 산업혁명 등 성장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며 인적자원 양성 등에 대한 제안을 했다.문 대통령이 이날 경제계 원로들을 초청해 견해를 수렴한 것은 소통 확대를 통해 국민 여론을 국정에 제대로 반영하겠다는 의지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날 원로들이 쏟아놓은 진단과 처방은 특별히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국내외 언론들이 귀에 못이 박이도록 지적하고 대안으로 제시해온 여론이어서 웬만한 국민은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보여주기식 정치행사가 아닌 진정한 소통과 경청, 그리고 겸허한 수용의 자세를 당부해 마지않는다.

2019-04-04

개편되는 예타 제도, 지역균형발전 전환점 돼야

20년 만에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가 대폭 개편된다는 소식이다. 정부는 예타 진행 때 그동안 꾸준히 문제 제기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역차별적 요소로 지목돼 왔던 지역 낙후도 감점 제도를 없애고, 지역균형 발전 항목의 비중을 높이기로 결정했다. 수도권 사업은 경제성과 정책성만 따져 평가하고 비수도권 사업에 대해서는 경제성 평가 가중치를 줄이고 균형발전 평가 가중치를 높인다는 설명이다. 또 예비 타당성 조사기간을 평균 19개월에서 1년 이내로 단축키로 했다고 발표했다.정부의 이 같은 계획은 그동안 실시해 온 예타 제도가 경제성 중심이어서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방의 사업에 불리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예타의 재정 지킴이 역할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하지만 전국 광역시와 지방정부는 이번 조치로 지역 대형 사업의 예타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체로 환영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예타 사업은 정부의 재정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사업의 정책적, 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 평가하는 제도다. 1999년 도입된 이래 지난해까지 총 849개 사업 386조 원 규모를 평가해 35%인 300개 사업 154조 원 정도를 사전에 걸러냈다. 정부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예산의 낭비를 막아내는데 크게 기여한 제도로 긍정 평가받고 있다. 반면에 경제적 수요가 부족한 지방의 숙원 사업들이 줄줄이 예타 통과를 못하고 떨어지면서 지역 간 불균형을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자주 받아왔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갈수록 커진다는 비판이다.올 들어 정부가 수도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총 사업비 24조 원 규모의 예타 면제 사업을 추진한 것도 이런 측면을 보완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인구감소와 노령화 문제로 지금 지방은 심각한 소멸 위기감에 빠져 있다. 작은 지방의 소도시들마다 인구 증가 정책에 전전긍긍하며 쪼그라드는 시세(市勢)를 방어하기에 급급하다.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설립 등 굵직한 사업들이 수도권으로 배치되는 등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정책은 여전히 남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방은 사람도 빠져나가고 기업도 빠져나가는 쇠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실정이다.지방에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지방도시가 살만한 곳으로 바뀐다면 굳이 복잡하고 물가가 비싼 수도권으로 사람이 몰릴 이유가 없다. 예타 제도 개편으로 당장 지방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번 제도 개편은 바람직하다. 다만 이번 제도 개편이 일각에서 우려하는 내년도 총선을 의식한 선심 정책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공정한 집행으로 지역균형 발전과 예산의 효율성을 한꺼번에 살려 내는 제도로 거듭나야 한다.

2019-04-04

통합신공항부지 연내 선정, 차질 없이 진행해야

정부가 연내 대구경북 통합공항 최종 부지 선정을 약속하면서 통합신공항 건설 사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국무조정실은 2일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대구시 경북도 국방부가 대구 군 공항 이전사업을 ‘기부 대 양여’ 방식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히고 “앞으로 정부는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절차를 준수하면서 금년 내 최종 이전부지 선정을 목표로 사업을 신속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대구시와 경북도는 물론 이전 후보지 주민들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무엇보다 통합신공항 사업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담긴 발표란 점에서 대구경북지역의 숙원 과제인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은 이제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최종부지 선정을 두고 1년 넘게 미뤄왔던 정부가 왜 갑자기 최종 부지선정 발표를 했는지에 대해 일각에서는 의구심의 눈초리도 있다. 그러나 대구시와 경북도는 이달부터 좌고우면 없이 이전 작업에 대한 본격 준비에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대구통합공항 이전사업은 그동안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우선 내부적으로 ‘통합이전이냐 민간공항 존치냐’ 하는 문제로 의견이 엇갈렸다. 아직도 통합이전보다는 민간공항 존치를 희망하는 여론이 만만찮아 이전 작업에 앞서 수습돼야 할 문제로 보인다. 특히 정치적 이유로 이 문제가 이슈화되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자칫하면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이 암초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의 현명한 판단이 있어야 할 부분이다.대구시도 “불가능한 주장이더라도 시민사회의 여론이기 때문에 이해와 설득을 통해 의견일치를 모아가는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대구의 미래 가치를 담보로 하는 대규모 사업이란 면에서 대구시의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할 것이다.또 이전지 주변 지원과 종전부지(K-2부지) 활용에 관한 문제도 쉽지 않은 과제로 보인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종전부지 활용방안에 대한 심의는 4월에 시작될 것으로 본다. 이전지 주변지역 지원방안도 대구시, 경북도, 군위군, 의성군이 큰 틀에서 3천억 원이란 지원 금액으로 합의를 본 상태여서 올해 안에 최종 후보지가 선정될 것”으로 낙관했다.그러나 늦어도 하반기 중에는 이전 주변지역 지원계획을 마련하고 주민 공청회에 들어간다고 보면 조속히 준비해야 할 일들이 산적하다고 할 것이다.통합공항 이전사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심정으로 신중하고 지혜롭게 풀어가야 한다. 지역의 통일된 여론뿐 아니라 기부 대 양여 방식을 통한 예산 조달의 문제, 종전부지 개발 등 대구경북의 장래가 걸린 중차대한 결정 과정이 수두룩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단체장의 한 임기 내 모두 이뤄질 수 없는 일들이라는 점에서 판단 하나하나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책임지는 행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2019-04-03

국가부채 사상 최대… ‘총선 포퓰리즘’이 걱정이다

지난해 국가부채가 전년(2017년) 대비 127조 원(8.2%) 급증한 1천700조 원에 육박했다. 공무원 수 증가에 따른 연금 충당부채가 78조6천억 원이나 늘어나는 등 공무원·군인 연금 충당부채가 국가부채 전체 증가분 가운데 4분의 3인 94조1천억원(11.1%)에 달한다. 더욱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기하급수로 늘어날 선심성 포퓰리즘 예산이 걱정이다. 미래세대에 짐을 떠넘기는 방만한 국가재정운영이 큰 근심거리로 떠올랐다.정부가 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한 ‘2018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재무제표상 국가부채는 1천682조7천억 원이다. 국가부채는 실제로 진 빚인 국가채무에 미래 지출을 위해 현재 충당해야 하는 공무원 및 군인 연금을 합친 금액이다. 당장은 아니어도 언젠간 국가가 지불해야 하는 돈이다.국가부채 가운데 정부의 직접적인 부담인 국가채무는 2017년보다 20조5천억 원 늘어난 680조7천억 원이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전년과 같은 38.2%를 유지해 위험수위에 도달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올해 정부는 작년보다 9.5%나 증가한 470조 원의 ‘슈퍼예산’을 편성한 데 이어 내년에는 500조 원 넘게 책정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채무는 궁극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지난해 국가채무는 통계청 추계인구인 5천160만7천 명으로 나눠 계산하면 국민 1인당 약 1천319만 원이다. 갓난아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1천300만 원이 넘는 나랏빚을 안고 있는 셈이다. 생산인구는 줄고 고령화 현상은 급격히 빨라지고 있는 추이를 생각하면 방심할 일이 아니다. 오늘 살자고 미래세대의 통장에 빨간 줄을 그어대고 있는 형국이다.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안 덕분에 연금충당부채는 16조3천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당시 셈법으로 향후 70년간 333조 원을 절감할 수 있는 재정 개혁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 아무런 개혁 없이 공무원 증원에만 박차를 가하면서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 정부 임기 말인 2022년까지 공무원을 총 17만4천 명을 증원하면 공무원연금 충당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지지율 반등을 위한 ‘선심성 돈 풀기’라거나 ‘재정 중독’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정부·여당은 정책 구멍을 재정으로 메우는 습관을 되풀이하고 있으니 골칫거리다.문제는 내년 총선이다. 여당은 또다시 예산이 가늠조차 안 되는 포퓰리즘 선심 정책 보따리를 풀어놓을 것이고, 야당 역시 질세라 따라붙을 것이 분명하다. 나라야 망해가건 말건 권력부터 움켜쥐려는 이 못된 정치를 어찌해야 옳은가. 제발 국민이라도 정신 차려야 할 텐데, 한걱정이다.

2019-04-03

수출 내수 동시하락, 정부 대책이 안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감소한 471억 1천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수출 감소세는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째 연속 이어지고 있다. 1분기 수출 총액도 1천326억 달러로 2년 만에 최저치 수준을 보이고 있다. 국내 수출이 이처럼 감소세를 계속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수출 증가를 주도했던 반도체와 석유화학의 부진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반도체 단가 하락,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경기 둔화, 보호무역주의 확대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가장 많은 수출량(전체의 26.8%)을 보였던 대중국 수출이 15.5%나 떨어져 최근 5개월간 연속 하락세를 보였고, 동남아시아 국가연합지역도 마찬가지로 하락세를 기록했다.우리 경제의 나쁜 징후가 점차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론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우리 수출을 대표하는 반도체나 중국을 제외하더라도 3월 중 수출은 마이너스다. 본질적으로 우리의 수출 상황이 심각한 국면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에 빨간 불이 켜진 셈이다.그렇다고 내수경기가 좋은 것도 아니다. 알다시피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은 자영업자들의 대거 몰락을 초래했다. 영세 중소업체들도 경영난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한국은행이 조사한 2월 기업실사지수(BSI) 내용을 보면 기업이 인식하는 현재의 경기 상황을 잘 알 수 있다. BSI는 기준치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숙박업의 BSI가 44로 나타나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사태가 불거진 2015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도소매업의 BSI는 68로 2016년 7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수출과 내수가 동반 하락하는 현상이 우리 시장의 참모습이다. 생산과 투자, 소비는 우리 경제를 이끌고 가는 핵심적 요소다. 핵심적 요소들이 힘을 잃게 된다면 우리경제에 닥칠 위기는 뻔하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경제가 견실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어 다행이다”는 식으로 생각한다니 기가 막힌다. 정부의 제대로 된 상황 인식 없이는 우리 경제의 밝은 장래를 보장할 수 없다. 정부의 긴급한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 지난해 우리경제 성장률은 2.67%로 OECD 국가 36개 회원국 가운데 19위였다. 1년 만에 여섯 단계나 밀려났다. 안심하고 있을 단계가 아닌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무역수지가 아직까지 흑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난달 수입지표에서는 마이너스가 나타나고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 의욕이 식고 있다는 반증이다. 정부는 재정 확대에만 의존하지 말고 민간투자를 끌어들일 획기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

2019-04-02

포항지진특별법, 도시재건·재도약 계기로 승화돼야

정치권의 포항지진특별법(이하 특별법) 제정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1일 의원 113명 전원이 참여하는 포항지진 특별법을 발의했다. 이 안은 더불어민주당의 안과 병합돼 상임위원회 안으로 조정돼 국회 본회의에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법은 불의의 재난을 당한 포항 주민의 훼손된 삶의 질을 회복시키는 것은 물론 장기간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포항의 도시기능이 되살아나 활력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심층 설계돼야 할 것이다. 한국당 김정재(포항북) 의원이 대표발의한 특별법은 피해구제와 지원을 위한 ‘포항지진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과 진상조사를 위한 ‘포항지진 진상조사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등 2개 법안으로 구성됐다. 법안의 취지는 피해주민의 소송부담 경감과 국가의 책임 있는 배상, 신속하고 공정한 진상조사를 하자는 것이다. 한국당은 이 법안을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포항지진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안’에는 배상·보상금 및 위로 지원금의 지급대상과 지급액을 결정할 ‘배상·보상 심의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배상·보상금 및 위로 지원금 신청 대상은 포항지진 당시 포항시에 거주 또는 체류했거나 사업장을 운영한 사람, 근로나 학업 등을 수행했던 사람, 포항시에 동산 또는 부동산을 소유했던 사람들이 포함됐다.‘포항지진 진상조사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에는 포항지진 진상조사를 위한 독립기구인 ‘포항지진 특별조사위원회’를 설립하도록 했다. 포항지진 특조위는 국회가 선출한 6인, 대법원장과 대한변협 회장이 지명하는 각 1인, 대통령령에 따라 선임된 피해자대표 3인 등 11명으로 구성된다.한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2일 국회에서 고위 당정청협의회를 열고 포항지진 후속 대책을 밝혔다. 홍익표 민주당 대변인은 “(당정청은)지열발전 기술개발사업을 중단하고 현장 복구방안을 4월 내에 조속히 마련하기로 했다”며, “민주당은 진상조사와 피해지원의 내용을 담은 포항지진특별법 제정과 국회 내 특위 구성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여야가 포항특별법 재정에 뜻을 함께하기로 한 이상 올해 안에 통과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별법이 지역 민심을 다독거리기 위한 일시적 당근 정도로 끝나지 않도록 그 형식과 내용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여론이다. 범시민대책 단체의 의견처럼 단순한 배·보상 차원이 아니라 포항이 성공적인 도시재건을 통해 삶의 질이 개선되고 성장이 지속 가능한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극적인 전화위복의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 정치권은 물론 온 지역사회가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19-04-02

靑 검증 시스템·국회 청문제도 다 뜯어고쳐야

3·8개각 명단에 오른 7명의 장관후보자 중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가 자진사퇴하고,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는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했다. 개각 명단 발표 이후 드러난 장관후보자들의 일상 이면은 국민 눈높이에 턱없이 모자랐다. 개각 때마다 나오는 극심한 논란에 비춰볼 때 청와대 검증 시스템과 국회 청문제도를 다 뜯어고쳐야 한다는 여론이다. 인사권자의 좁디좁은 발탁기준부터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김연철 통일부 장관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진영 행정안전부·문성혁 해양수산부·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후보자 등 3명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에 대해서는 ‘부적격’ 의견을 첨부해 채택하기로 했다.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남은 장관후보자들도 장관으로서 모두 부적격이다. 박영선 후보자는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관련 CD를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에게 보여줬다는 허언을 했고, 자녀의 이중국적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김연철 후보자는 인성을 의심케 하는 막말에다가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오락가락하는 입장을 보였다. 진영 후보와 박양우 후보자는 투기 의혹를 받고 있고 문성혁 후보는 건강보험료 꼼수 회피 등 전력이 있다. 후보자들의 도덕 수준이 하나같이 국민의 평균보다도 낮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적 학술단체’ 참석, 자녀 호화유학 의혹 등이 불거진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후보자 지명을 철회했다. 다주택 보유와 꼼수 증여 논란에 휩싸인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후보자는 자진사퇴하는 형식을 취했다. 그동안 국회청문회가 어찌 돌아가든지 간에 막무가내로 임명해오던 관행에 비하면 조금은 달라진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국민 눈높이를 맞추는 데 미흡했다”며 “국민의 기준과 기대에 부합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 검증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교졸한 의식에서 벗어난 것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민정수석과 인사수석 경질론과 관련 “검토된 바 없다”고 청와대 분위기를 전했다.거듭된 청와대의 장관인사 참사는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협애한 인재풀에 있다. 국회의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후보자는 장관이 되지 못하게 하는 견제장치가 확실하게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청와대의 인재풀 확대와 검증 시스템 개선은 끝내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야당의 무한 발목잡기가 걱정이긴 하지만, 이젠 ‘청문’과 ‘임명’이 따로 노는 ‘있으나 마나 한’ 입법부의 견제시스템은 개선할 때가 됐다. 장관들의 도덕성과 품성이 이 정도 수준이어서는 안 될 일이다.

2019-04-01

울릉일주도로, 울릉관광 새로운 도약점 돼야

울릉도가 축제 분위기다. 주민 숙원사업인 울릉군 일주도로가 55년 만에 개통된 데다 이를 축하해 주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로 북적이고 곳곳에서 기념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울릉항 개항 이래 이번처럼 많은 기관단체장들이 이곳을 방문한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을 비롯 대구경북지역 시군구 자치단체장과 경북도의회 의장과 대구시의회 의장 등 정치인 다수가 울릉군의 일주도로 개통을 축하하러 이곳을 방문한 것이다. 울릉일주도로 개통을 기념하는 마라톤 대회도 열렸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선수와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이봉주 선수 등이 참가해 일주로도 개통을 축하했고, 참가자가 1천여 명에 달하는 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이번 울릉일주도로의 완공은 몇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단순한 도로의 완공이 아니라 울릉군으로서는 군 발전의 획기적인 전기가 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사가 비록 55년 만에 완공될 만큼 우여곡절은 겪었지만 울릉군민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것은 큰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폭우와 폭설 등 기상악화로 수시로 고립돼야 했던 주민들의 생활 불편이 해소된 점은 매우 고무적 변화다. 울릉군 북면 천부리에서 울릉읍 저동리까지의 거리가 39.8km에서 4.4km로 줄고 소요시간이 한 시간 이상 줄었다는 것만으로 그들의 생활이 얼마나 편리해졌는가를 짐작케 한다. 또 일주도로 개통이 중요한 이유는 울릉군의 관광산업 활성화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번 도로 개통을 계기로 “울릉군의 관광산업을 새롭게 만들어 가자”고 했다. 천혜의 관광지인 울릉도를 대한민국 대표의 관광지로 발전시켜가는 전기로 삼자는 뜻이다. 그는 “울릉도 공항 건설로 하늘길을 여는데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명실 공히 동북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관광지로 키우겠다는 의지도 나타내 보였다.울릉도는 지리적으로 환경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가 자원이다. 독도를 끼고 있는 섬으로 정치적으로도 중요해 우리가 잘 관리하고 지켜야 할 섬이다. 관광지로서는 더할나위 없이 중요하나 그동안 교통 불편의 이유 등으로 관광지로서 충분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번 도로 개통은 이런 문제점도 극복할 수 있는 전기가 된다. 관광객이 늘면 여타의 문제도 저절로 풀려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연 울릉도 지역경제에 미칠 여파도 클 것으로 보인다. 오징어 잡이가 주축인 지역산업에 변화도 예상되는 일이다. 울릉도는 한국에서 몇 안 되는 화산섬이다. 해양학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원시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을 뿐 아니라 어업자원과 희귀식물 등 보존가치가 높은 자원이 풍부하다. 이번 일주도로 개통은 울릉도 관광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충분한 것이다.

2019-04-01

포항지진 촉발한 지열발전소 안전, 정부가 보장하라

포항지진을 촉발한 것으로 드러난 지열발전소 처리를 두고 포항에서는 백가쟁명식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일부 학계는 “지열발전소 시추공에 투입된 물을 먼저 빼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가 하면 일부는 “땅을 되 메워야 한다”고 주장도 한다. 또 한편에서는 “가만히 두는 것이 최선”이라는 주장도 제기한다.어느 것이 맞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이에 대한 뚜렷한 조사와 근거도 없다. 문제만 제기되고 있다. 지열발전소가 또다시 지진을 촉발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지열발전소 처리를 두고 중구난방식 논란이 커지는 꼴이다.과연 지열발전소는 그냥 두어도 되는 것인지, 얼마나 안전한지, 지열발전소 처리를 어떻게 하는 것이 이상적인지, 지열발전소 처리에 따라 그 여파가 어떻게 나타날지에 대한 정확한 해답이 없다. 오로지 정부 배상문제에만 집중 쏠리다 보니 시민의 안전과 관련한 이 같이 중차대한 문제가 소홀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정부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5일 포항을 찾은 성윤모 산자부 장관은 “안전을 확보하면서 조속한 원상복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복구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해 복구 쪽에 무게를 더 싣는 발언을 했다. 정부가 지열발전소가 또다시 촉발지진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긴박한 현지 상황에 둔감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아심이 든다.정부 특별법 제정과 배상의 문제와는 별개로 지열발전소의 안전성 여부 조사가 병행돼야 하는 것은 지진에 대한 포항시민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야 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당연하다.포항지진 정부 조사단은 발표에서 “이번 조사가 포항지진과 포항지열발전소의 연관성에 대한 분석일 뿐이다”고 선을 그었다. 지반의 상태나 향후 변화에 대한 예측 내지 대안 제시는 못했다는 자체 평가다. 조사단장인 이강근교수는 “향후 발전소 처리는 우리 일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말했다. 지열발전소 처리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한 이유이다.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포항지진과 제천화재 피해자 대상의 국내 재난 피해지원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포항지진 피해자의 82.5%가 지진 이후 불안증세를 호소했다. 포항시민이 느끼는 지진 불안감을 고려한다면 지열발전소의 처리에 대한 당국의 적극적 개입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포항지열발전소에 대한 백가쟁명식 논란을 듣고 있어야 할 상황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가 권위 있는 기관에 의뢰해 중구난방식 주장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스위스 바젤지열발전소는 지난 2006년부터 13년 간 땅속에 투입된 물을 조금씩 퍼내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그 주변은 미소지진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섣불리 건드렸다가 땅속 응력이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없는 포항지열발전소에 대한 안전은 정부만이 책임질 수 있는 문제이다.

2019-03-31

대구·경북 상생, 과감한 실천으로 성과 낼 때다

대구경북한뿌리상생위원회(이하 대구경북상생위)가 정기총회를 열어 ‘상생협력 그랜드플랜’을 발표하고 힘찬 도약을 다짐했다. 대구경북상생위는 ‘함께 이룬 세계 일류, 행복한 대구·경북’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든든한 700만 경제공동체’, ‘세계로 열린 인프라’, ‘위대한 대구·경북 사람’이라는 3대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의 유례없는 지역 홀대 속에 비상한 상황에 빠져든 대구·경북은 과감한 상생 협력 실천으로 난국을 타개해나가야 할 시점이다. 위원 40명을 새롭게 위촉 발표한 대구경북상생위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광역교통망 확충’,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관광콘텐츠’, ‘함께하는 이웃공동체 실현’ 등 10대 전략과제도 발표했다. 대경혁신인재 양성 프로젝트, 국제전자제품박람회 대구·경북공동관 조성, 대구·경북 게임컨퍼런스 개최, 대구·경북 공동 해외사무소 운영, 대구·경북 관광상품 성공모델 개발, 2020년 대구·경북관광의 해 등 15개 신규 상생과제를 내놓기도 했다.대구경북한뿌리상생위원회는 정부 차원이 아닌 대구·경북의 자생적 기구다. 지난 2014년 11월 출범해 시·도지사를 공동위원장으로 40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그동안 활발한 세미나, 정책연구, 과제공모 등을 통해 ‘2015 세계 물포럼 성공개최’ ‘대구경북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2·28 국가기념일 지정’ ‘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그러나 대구경북상생위 활동이 5년이나 흘렀음에도 이뤄낸 것은 너무 초라하지 않으냐는 비판이 없지 않다. 상생협력의 과제를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잡거나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 선언적인 의미만 부여할 뿐 실질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도 대구·경북이 경제공동체로서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면서 상생의 시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날선 비판에 아니라고 말할 상황이 못되는 것으로 평가된다.‘상생’은 민주주의를 진화시키는 강력한 미덕이면서 분열이 만개한 현대사회의 모순을 해결할 훌륭한 지혜다. 상생함으로써 가깝게는 평화를 유지하는 효과가 있고, 적극적으로는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어 번영을 견인할 기회를 창출한다는 특장점이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현재의 대구경북상생위의 사업은 본궤도에 올랐다고 말하기 어렵다. 현 정부 들어서 노골화되고 있는 대구·경북 패싱과 홀대 국면에서 한뿌리 지방자치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할 필요가 있다. 대구와 경북은 획기적인 지역경제발전을 이끌어내는 창의적 상생의 단계로 가야 한다. 현안에 끌려다니는 상생이 아니라 지역민들의 삶을 업그레이드할 새로운 지평을 개척해내는 생산적인 대구경북상생위를 기대한다.

2019-03-31

대구시 친환경 트램 도입, 철저한 준비로 시작해야

대구시가 권영진 시장의 공약인 친환경 트램(노면전차) 도입 사업을 다시 검토키로 했다고 한다. 지난해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추진한 트램 실증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대구시가 다시 트램 도입에 적극적 자세를 보임으로써 향후 추진 추이가 주목된다. 특히 대구지역의 친환경 트램건설은 연계성이 부족한 대구지역 지하철1·2·3호선의 환승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교통수단의 대변화를 예고한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대구시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추진의 실증사업을 포기한 것은 시민의 여론수렴이 부족했고 지자체 부담도 컸다는 것이 이유였다.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대구시는 권 시장의 공약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3억8천만원을 들여 트램 도입 등 신교통 구축을 위한 사전 타당성 조사용역을 진행 중에 있다. 내년 초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으나 대구시가 트램을 염두에 두고 있는 구간은 대구도심 순환선, 국가산업단지~테크노폴리스 구간 등으로 전해지고 있다.트램은 19세기 말 근대화의 한 방편으로 미국에서 처음 도입됐다. 1920년 이후 기동력이 우수한 버스의 보급으로 점차 쇠퇴 길을 걸었다. 하지만 독일 등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전차의 고성능화 등으로 버스를 능가하는 수송수단이 된 곳도 있다. 특히 전기를 사용함으로써 오염물질의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고 지하철이나 경전철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사비가 저렴한 장점 때문에 선호도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대구시가 트램을 선호하는 이유도 미세먼지 등이 논란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는 점과 저렴한 건설비 등이 매력적 포인트로 보이기 때문 일 거라 생각한다.트램은 기존도로 교통시스템을 변경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으나 대구와 같은 분지형 도시에는 구간 설정만을 잘하면 대중 교통수단으로서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무엇보다 트램은 접근성이 우수해 노약자와 장애우의 이용에 매우 좋다. 대구시는 전국 최초의 지상철 운영으로 교통 및 상권 활성화와 더불어 관광 효과도 얻어낸 바 있다. 트램은 친환경적이기도 하지만 트램만으로 도시의 외면적 예술성과 관광 효과도 함께 거둘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의 지하철과 지상철 등에 트램이 추가된다면 대구의 도시 역동성도 잘 표현되고 예술적 상품으로 도시 이미지 개선에도 좋을 것이다.현재 전국에는 서울, 부산, 대전, 인천 등 6개 지자체가 총 18개 노선에 트램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트램 도입을 둘러싼 도시간 경쟁도 예상된다. 대구시가 트램을 대구의 신교통 개념으로 도입할 거라면 보다 치밀한 준비로 타 도시보다 뛰어난 시스템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중장기적 계획이어도 좋다.

2019-03-28

인사청문회, 또 청와대 오기인사 ‘통과의례’ 되나

장관 후보자 7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바라보는 마음이 착잡하다. 후보자 모두 청와대가 내건 ‘7대 배제기준’(투기·탈세·병역기피·위장전입·표절·음주운전·성범죄) 중에 두세 개씩 의혹을 달고 있다. 발뺌하다가 안 되면 마지 못해 “죄송하다”고 고개 숙이고 나서 대통령의 임명강행 절차만 기다리는 패턴이다. 도대체 청와대 오기성 인사의 통과의례나 다름없는 이따위 속 터지는 청문회를 국민들이 언제까지 구경해야 하나.장관 후보자 중 네 명이 다주택자이고 자녀 취업특혜, 건강보험료 무임승차도 있다.여당 의원들과 친정부 성향 시민단체까지 “부적절하다”고 비판할 정도다. 청문회에서 해명은커녕 ‘죄송·불찰·송구’를 읊조리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장면이 연발되고 있다. 결격 사유가 아무리 엄중해도 진정성이라고는 안 보이는 ‘죄송 타령’으로 납작 엎드려 순간만을 모면하면 된다는 태도다. 언제부터인가 장관 인사청문회는 본래의 기능을 잃었다.27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국회 청문회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후보자의 불성실한 태도 등을 지적하며 인사청문회 도중 보이콧을 선언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한국당 의원들은 “과거 청문회에서 자료 제출을 하지 않는다고 닦달하며 공격수로 날고뛰던 박 후보자가 오늘은 안하무인 수비수로 일관하고 있다”며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고의적으로 핵심을 흐리는 불성실한 답변 태도, 비아냥거리는 거짓말 해명까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청문회 장면 중 김연철 통일장관 후보자가 과거의 일방적 북한 편향 주장을 손바닥 뒤집듯 180도 뒤집는 모습은 가관이었다. ‘우발적 사건’이라던 천안함 폭침에 대해 ‘북 어뢰 공격으로 침몰’이라고 말을 바꿨다. ‘통과의례’라던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에 대해서도 ‘북한 책임’이라고 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정치인들을 ‘씹다 버린 껌’ ‘감염된 좀비’라고 했던 막말들은 ‘사과·반성·송구’라는 말로 덮으려고 했다.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부동산투기 의혹과 ‘편법 증여’로 비판을 받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임명을 강행하는 오기 인사로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일이 이번에도 반복돼서는 안 된다.비일비재한 후보자들의 자료 제출 거부도 그냥 둬서는 안 된다. 합리적 의혹과 연계된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고, 청문회에서 후보자가 거짓 진술을 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인사청문회법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마음대로 하는 개각을 뒷받침하는 ‘오리발 쇼’나 다름없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그냥 둔 채로 무슨 수로 선진정치를 이룩할 것인가.

2019-03-28

정치권, 포항지진특별법에 적극적… ‘정쟁’ 경계해야

지난 2017년 11월 발생한 진도 5.4 규모의 포항강진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게 아니라, 지열발전소의 무지막지한 물 주입으로 인한 인재(人災)였음이 드러난 이후 ‘포항지진피해특별법’제정에 대한 정치권 반응이 적극적이다. 여야 정치권이 앞다투어 진상규명과 보상에 앞장서겠다는 다짐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여차하면 여야가 이 문제를 정쟁 소재로 삼아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할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결코, 그런 몹쓸 추태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이강덕 포항시장이 26일 김정재(포항북)·박명재(포항남·울릉) 의원과 함께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한 5개 정당 원내대표를 만났다. 이들은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포항지진특별법 제정과 기업투자 감소에 따른 세제 혜택, 도시재건 수준의 특별재생사업 등 다양한 대책에 대한 초당적인 협력을 건의했다. 문희상 의장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민주당 차원의 특위 발족과 함께 특별법 검토를 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특별법 제정을 당론으로 정한만큼 속도감 있게 법 제정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당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또한 특별법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했다.여야 정치권은 포항지진이 ‘유발 지진’이었음이 드러난 직후 즉각 ‘네 탓 공방’에 빠져들었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 정부가 예산 185억 원과 민간자본 206억 원 등 390억 원 이상 투입했지만 기술 상용화에 실패했다”고 공격했으나 실상은 다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서울대의 2006년 ‘심부지열에너지개발사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포항지열개발사업에 대한 연구는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시작됐고, 2006년 해당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경북 포항 북구 일대 에너지 공급에 활용한다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2006년에만 29억6천만 원 이상의 연구비가 투입되는 등 2003년부터 2006년까지 102억 원 이상이 해당 연구에 소요됐다. 포항지열발전소 물 주입으로 발생한 규모 3.1 이상의 진동을 보고한 시점은 2017년 4월 15일이었고, 이를 묵살한 주무 부처는 문재인 정부의 산업통상자원부였다. 말하자면 역대 정부 어느 누구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정쟁(政爭)의 도마 위에 이 문제를 올려놓고 ‘제 얼굴에 침 뱉기’식 난도질을 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오직 특별법 제정을 비롯한 정부의 책임성을 확실하게 입증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타당하다. 불의의 지진재해 이후 극도의 피폐한 삶을 탄식으로 견디고 있는 포항 지역민들을 한시도 잊지 말기를 당부한다.

2019-03-27

일 초등 교과서 독도 도발, 단호하게 대응해야

26일 일본문부과학성은 교과서 검증심의회 총회를 열고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이 강화된 초등학교 사회과 교과서 12종에 대한 검증을 승인을 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이번 검증 통과가 한일양국 미래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다고 했고 독도를 행정구역으로 하고 있는 경북도와 경북도의회가 즉각 규탄 성명을 냈다.일본의 독도 영유권 도발 주장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겉으로는 양국의 평화관계 유지를 말하며 속으로는 양국의 우호를 깨는 일본의 이중적 모습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특히 이번 교과서 도발은 이전보다 왜곡 정도가 훨씬 심해졌다는데 우려가 있다.독도가 일본의 영토라는 표현을 넘어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고유란 원천적으로 일본의 땅이라는 뜻으로 한 번도 다른 나라 영토가 된 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한국의 불법 점거에 일본이 계속 항의하고 있는 등 외교적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수사적 표현도 사용했다.누가 봐도 무안무치한 일본의 태도다. 독도는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국제적으로 한국 고유의 땅임이 오래전부터 입증돼 왔다. 그런 역사와 자료들이 무수히 보고되고 발표되는데도 일본 정부는 모른 척 일관하고 있다. 그들의 속셈이 따로 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한일관계에서의 우위 점령과 자국 내 보수우익 성향의 지지층 결집 등을 노린 정치적 배경이 그 이유로 보인다.그러나 국내의 정치적 이익에 앞서 국가 간 신의의 관계는 더 중요한 일이다. 일본이 이런 관계를 모를리 없으면서 독도 문제를 지속 거론하는 것은 그들의 협량한 마음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 이번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내용은 독도에 대한 왜곡된 역사 사실을 따지기 전에 자라나는 초등학교 어린 학생에게 그릇된 역사를 가르쳐 준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바가 크다. 그들의 미래 세대들이 잘못 배운 역사관으로 후일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경북도의회는 규탄 성명에서 독도에 대한 오류의 역사가 “일본 미래 세대에 그릇된 역사관을 가르쳐 후일 영토분쟁의 불씨를 남기는 비교육적 행위가 될 것”을 우려한다며 개탄했다.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 도발에 대해 우리정부는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는 한편 국제사회의 지지를 강력히 이끌어 내야 한다. 반복되는 대응책이지만 단호하고 이성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역사적 고증은 물론 올바른 역사 사실에 대한 자료를 통해 일본의 주장이 거짓임을 전세계에 알려야 한다.우호적 한일관계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의 이번 검증 승인은 매우 유감이다. 그러나 인내심을 갖고 진실을 만방에 알리는 우리의 노력이 조금도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

2019-03-27

국토부 장관후보, 신공항 정책 갈팡질팡할 일인가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신공항 정책과 관련해 일주일 만에 말 바꾸기를 해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최 장관 후보자의 발언을 살펴보면 이렇다. 지난 18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후보자가 낸 신공항 관련 답변서에는 “김해신공항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 “영남권 5개 자치단체장의 합의에 따라 국외 전문기관이 가덕도를 포함한 여러 후보지를 검토한 결과, 현 김해공항 입지를 최적 후보지로 선정한 만큼 김해 신공항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25일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최 후보자는 “부산·울산·경남 (PK)의 김해신공항 검증 용역에 대해 검증 결과가 제시되면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주일 만에 말을 바꾸었다. PK 단체장들이 주장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취지로 “총리실이 건설 중지 및 취소를 결정할 경우 따르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같은 사안을 두고 장관 후보자가 정반대의 입장으로 돌변한 것에 대해 황당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발언의 배경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장관 후보자로서 신공항 정책에 대한 그의 언급은 경솔함을 넘어 장관의 자질을 의심해도 될 만했다. 불과 일주일 만에 ‘가덕도 공항 건설 불가’라는 입장이 ‘김해신공항 건설 중지도 가능하다’는 선까지 나아갔으니 도대체 그의 신공항 정책에 대한 개념을 이해할 수가 없다.국책사업에 대한 장관의 입장이 이렇게 쉽게 바뀌어도 되는 것인지 심히 우려가 된다. 김해신공항 사업은 5조 원 이상이 투자되는 국책사업이다. 국토부가 외국계 용역사를 통해 2년에 걸쳐 연구해 놓은 결과다. 당시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의 합의를 가까스로 이끌어낸 노력의 결과물인 것이다. 당시 용역 결과에 따르면 가덕도는 건설비가 많고 건설 자체도 어렵다고 했다.또 국토의 남쪽 끝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는 최대한 객관성 유지를 위해 외국기관에 공항 입지선정을 맡겼다고 했다.가덕도는 결코 공항이 들어설 수 없는 장소라는 결론도 도출했던 것이다. 당시 최 후보자는 국토교통부 2차관으로서 누구보다 이 같은 내용을 잘 아는 인물이다. 김해신공항 확장안을 발표한 장본인이다.국토교통부에서 30여 년간 잔뼈가 굵어 온 베테랑급 정통관료이기에 그의 이번 발언이 더욱 의아스럽다. 정치권의 표현대로 대통령의 눈치를 봤던 것인지, 여당 정치권과 사전에 입을 맞추었는지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국토부 장관으로서 소신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뒷날 돌아온 책임은 누가 질 것이며, 그 손실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등을 생각해야 한다. 장관으로서 여당의 입장을 수용할 부분도 있다. 그러나 공직자로서 국가와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2019-03-26

청와대의 ‘무오류’ 강박관념은 심각한 ‘오류’다

대구 칠성시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경호하던 경호원이 가슴 앞에 움켜쥔 독일제 MP7 기관단총이 어쩌다가 사진 찍힌 일로 시끄럽다. 특별한 테러 정보가 따로 있지 않았다면, 경호원의 실수 또는 당일 ‘경호 콘셉트’의 부실로 짐작된다. 문제는 청와대가 또다시 ‘무오류’ 강박관념을 드러내면서 ‘전 정권’ 사례까지 들어 “뭐가 문제냐”고 나온 대목이다. 청와대가 매사 같은 방식으로 과잉대응하는 까닭을 도무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칠성시장 경호원 기관단총 문제가 불거지자 청와대는 ‘발끈’하며 과민하게 반응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하는 경호의 기본”이라며 기관총을 들고 경호하는 지나간 사진 6장을 함께 놓았다. 하지만 모두가 외국 정상과의 외부 일정, 국제대회, 인천공항 방문 등 테러 발생에 대비해 외곽에서 공개적으로 기관총을 노출하며 벌이는 이른바 ‘위력 경호’ 장면들이었다. 민생현장에서 사복 차림으로 기관총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린 사진은 아니었다.대통령 경호원이 언제 벌어질지 모를 긴박한 상황에 늘 대비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민생시찰 현장 시민들 사이에서 기관단총을 노출한 채 경호하는 것은 누가 봐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김대중 정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기관단총은 가방에 넣어서 다니는 것이지 그렇게 보이는 것은 해프닝이고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불필요한 총기 노출에 대해 사과하고 앞으로 주의하겠다는 유감 표시 한마디만 했으면 일과성 해프닝으로 끝날 사안이었다.그러나 청와대는 “무슨 잘못이냐”에서 출발해 “전 정권 때도 그랬다”는 식의 고질적인 ‘남 탓 근성’으로 대응했다. 청와대의 과민반응은 문 대통령이 취임 당시 경호실장에게 약한 경호를 당부하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이런저런 구설수를 증폭시켰다. 사사건건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대응하면서 겸손한 모습이라고는 도무지 발견할 수 없는 청와대의 태도는 국민에게 ‘오만방자’의 잔상만을 남긴다.하필이면 문 대통령에 대해 상대적으로 예민한 지역일 수밖에 없는 대구를 방문하면서 시민 속에 섞인 경호원이 기관단총을 움켜쥔 모습이 노출된 일을 당당하게 ‘뭐가 문제냐’고 떼쓰는 것은 지혜로운 모습이 아니다.호사가들이 그 해프닝을 침소봉대해서 무슨 말을 지어낼지 조금은 헤아려야 옳다. 아무리 좋게 보아도 과잉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사복 경호시스템의 에러였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오류’를 자만하는 청와대의 대응은 형편없는 ‘오류’다. 국민이 진정 바라는 청와대의 덕목은 ‘무결점’이 아니라, ‘소통’과 ‘겸허’라는 사실을 깨우치길 바란다.

2019-03-26

‘유발지진’ 위험 침묵한 학자들 지탄받아 마땅

포항 지열발전을 추진한 과학자들의 ‘무책임성’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를 조짐이다. 지열발전이 지진을 유발한다는 외국사례를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도 사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은 허물이 논란거리다. 학자적 윤리에 비쳐볼 때 이들의 행위는 포항을 ‘자신들만의 연구실험장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맹비난을 사기에 모자람이 없다. 배경과 과정이 정밀하게 규명되고 지탄받아 마땅할 것이다.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이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알고도 그 위험을 과소평가한 사업자와 제때 개입하지 않은 정부의 관리 부실이 빚은 참사로 분석되고 있다. 사업자는 오판했고, 정부는 사업자 판단을 검증하지 않았으며, 운이 나쁘게도 지열발전소 밑에 아무도 몰랐던 단층이 있었다는 얘기다. 지열발전 중국 시추업체가 사업수익만 바라보고 정상치 4배 이상의 ‘고압 물’을 주입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포항지열발전소는 지난 2010년부터 사업을 시행, 5년 뒤인 2015년 준공됐다. 서울대 교수와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전문가 집단이 참여했다.2016년 첫 물주입(수리자극) 이후 약 1년 뒤인 2017년 4월 15일 포항지열발전소에서 규모 3.1의 유발지진이 발생했다. 사업 주관기관인 (주)넥스지오는 정부에 유발지진이 발생했음을 처음 보고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대외적으로 자신들의 업적을 소개하는 데만 열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단체 ‘디스트레스(DESTRESS)’는 올해 1월 30일 발간된 ‘국제지구물리학저널’에 관련 연구논문을 게재했다. 더군다나 넥스지오는 지난해 4월 ‘포항지진의 유발지진 가능성 평가’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한 부산대학교 김광희 교수와 고려대학교 이진한 교수 등을 상대로 압박을 가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지열발전에 참여한 학자들에겐 자유롭게 논문을 발표하도록 하고, 불리한 논문 및 학자들에겐 재갈을 물리려고 시도한 셈이다.과학자로서의 윤리를 저버린, ‘진실’을 알면서도 ‘침묵’을 선택한 포항 지열발전 참여 기관·단체, 학자들에게도 법적·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지역에서 거세지고 있다. 포항지진이 인재(人災)였음이 드러난 마당에 정부·여당은 ‘남 탓’ 고질병이 도지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발뺌’ 본능이 작동 중이어서 이래저래 포항은 속이 터진다. 정치권 후안무치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니 그렇다 해도 학계마저 이렇게 참혹한 재앙을 부른 ‘물장난’을 치고도 오리발만 내밀면 세상이 어떻게 되는가. 학문은 도대체 무슨 가치를 위해 존재하는가. 인류의 삶을 증진시켜온 과학을 신봉하는 학자들이 이렇게 무책임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 양심고백이라도 좀 내놔야 조금은 덜 섭섭할 것 아닌가.

2019-03-25

대구 다녀간 문 대통령, 지역현안 약속 반드시 지켜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역경제 투어 행사의 일환으로 지난 22일 대구를 방문했다. ‘서해수호의 날’ 행사 참석을 미루고 대구를 방문한 것이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취임 후 두 번째 대구방문이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방문에 각별한 관심이 쏠렸다. 문 대통령은 달성군 현대로보틱스에서 열린 로봇산업 전략보고회에 이어 지역경제인과의 오찬과 대구 엑스포에서 열린 ‘세계 물의 날’ 기념식에도 참석했다. 짧은 하루의 일정이지만 많은 시간을 대구에서 보냈다. 이날 대구를 방문한 문 대통령은 대구통합신공항과 관련해서도 처음으로 언급해 관심을 모았다. 지난달 부산 방문 시 언급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 문제를 국무총리실 산하로 승격해 검증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정도의 구체성은 없으나 “잘 해결할 수 있도록 살펴 보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처음 한 것이다. 대구시 등은 이에 대해 매우 긍정적 답변으로 평가, 부지 선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측했다. 조속 진행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또 대구시의 숙원 현안인 물기술인증원의 대구 유치에도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고 한다. 함께 자리한 박천규 환경부 차관은 대통령을 대신해 “지역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세계물의 날’ 기념식에서 “대구가 추진하는 물산업 클러스터에 연구개발, 기술 성능 확인과 인증, 사업화, 해외진출까지 돕겠다”고 언급했다. 인천 등과 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차일피일 미뤄져 왔던 물기술 인증원의 대구 유치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대구시는 평가했다. 대구시만큼 물기술인증원 유치에 애태운 자치단체도 없다. 달성공단에 전국 유일의 물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도 핵심사업인 물기술인증원을 유치하지 못해 전전긍긍해 온 게 사실이다.그 외에도 문 대통령은 대구의 로봇산업 육성 등 대구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주요 산업에 대해 지원 및 육성 의지를 보여 지역경제계에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대구 방문에 대한 평가는 시각차가 조금씩 있었다. 특히 통합신공항 문제와 관련해서는 구체성이 없어 원론적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부산에서의 발언 강도와 비교하면 대구는 지금까지 정부가 보인 정부 반응과 별 다를게 없다는 설명이다.대구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은 부지선정 후 1년 넘게 표류 중이다. 대통령이 적어도 이전 시기라도 언급해 주는 것이 사업에 대한 정부의 추진 의지를 읽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너무나 원론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신공항 이전이나 물기술인증원 등과 같은 지역 현안에 대한 지역의 염원을 대통령이 확인하는 효과는 분명 있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어쨌거나 문 대통령의 지역 방문으로 지역현안에 대한 정부의 이해도를 높였다는 긍정 평가는 옳다.대구를 찾은 문 대통령의 약속과 발언이 지켜지는 후속 조치가 곧바로 나오길 기대한다.

2019-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