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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학생우선선발제, 우수학생 쏠림현상 막을 대안 떠올라

현행 배정방식, `미달 작전` 등 원칙위배 상황 초래전산추첨전 정원의 5~10% 사전선발 고려해볼만평준화 취지 살리려면 성적위주 전형서 탈피해야① 고교평준화 어떻게 시작됐나② 포항교육의 변화③ 포항고교 입시제도 방향□ 우수학생 확보 위한 과열경쟁포항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시규모가 큰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들은 평준화 고교 입학생 배정시 보다 더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다.이들 대도시는 최소 2개 이상의 복수학군을 보유해 고교 입학지원자가 거주하는 지역 이외의 학군에도 합격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2개 학군을 둔 대구의 경우 2010학년도까지 지원자가 학군 내 4개 희망학교를 지정한 뒤 전산추첨하는 `선복수지원 후추첨방식`을 사용하면서 학생과 학교 양측 모두에서 불만이 쏟아졌다.2학군인 서구, 남구, 달서구, 달성군 내 중학교를 졸업한 지원자들은 대구의 8학군이라 불리며 뛰어난 교육환경을 자랑하는 수성구가 있는 1학군에 지원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대구시교육청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11학년도부터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대폭 부여하는 방식으로 학생배정 방식을 바꿨다.이에 따라 대구지역 일반계고 및 자율형공립고 지원희망자는 1단계 지원에서 학군에 관계없이 2개교를, 2단계 지원에서 학군 내 2개교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이 결과 2011학년도 입학자 2만5천992명 중 116명이 서로 다른 학군으로 옮겨갔다.또한 희망하는 학교에 배정된 학생은 2만2천710명으로 전체의 87.4%의 비율을 보여 전년도 82%보다 상승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이는 대구가 단일학군으로 `선복수지원 후추첨방식`이라는 다소 제한적인 방식의 학생 배정방법을 운용하고 있는 포항에 비해 학생 배정방식에 있어 보다 유연한 형태를 보이고 있음을 알려준다.반면 포항은 평준화가 적용될 당시 행정구역상 북구에 10개교, 남구에 2개교로 한쪽에 편중된 경향이 심한 탓에 복수학군으로 나누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을 받았다.단일학군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고교가 부족한 남구지역 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을 제한하고, 학교가 집중된 북구지역 학교 간에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던 것이다.하지만 단일학군제는 또다른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표면적으로는 학생들에게 1지망에서 9지망까지 학교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각 학교의 모집정원보다 1지망 지원자수가 많을 경우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각 학교는 누구나 탈락이 가능한 전산추첨 방식으로 인해 1순위로 지원한 상위권학생을 잃을 우려가 있어 새로운 작전을 펼치고 있다.이른바 `미달작전`이다.1지망 지원자가 전체 정원에 비해 적을 경우 이들을 모두 합격시킨 뒤 미달인원을 2지망 지원자부터 재배정받을 수 있어 고의로 지원자숫자를 조절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실제 포항시 북구의 A고교 입학담당자는 이번 2014학년도 일반계고등학교 접수가 있었던 지난해 11월 포항시내 중학교를 돌며 3학년 담임교사들을 만나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들의 원서를 넣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촌극이 일선 고교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이에 대해 포항 B중학교의 한 교사는 “입학원서 접수시즌이 되면 평준화 고교에서 학생 수 조절을 위해 연락이 오거나 방문하곤 한다”며 “학생을 동등한 확률로 분배하는 원칙을 바탕으로 하는 평준화 제도 속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학생을 단 한 명이라도 확보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교간 격차 해소방안이처럼 제한된 학생 배정방식이 지속되면서 각 학교는 뒷문을 통해 상위권 학생을 확보하기 위한 작전을 펼치고, 학생들은 거주지와의 거리와는 상관없이 특정학교에 지망하는 현상이 이어지는 등 평준화 제도의 기본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결국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확보한 학교는 대학입시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그렇지 못한 학교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성과를 내는 비평준화 시절과 동일한 현상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선 고교에서는 새로운 방식의 학생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학교 숫자가 대도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복수학군으로 분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이 일환으로 최근 포항지역 교육계에서 거론되고 있는 방식은 `학생 우선선발제`이다.이 방식은 전산추첨을 통한 일반배정이 이뤄지기 전에 학교별로 모집정원의 5~10%에 해당하는 인원을 사전에 선발가능토록 하는 방식이다.포항 C고등학교 교장은 “평준화 이후 일선 학교에서 지니고 있는 가장 큰 불만은 학생을 단 한 명도 마음대로 뽑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 방식이 적용된다면 포항지역은 온전한 평준화지역으로 볼 수 없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겠지만 지역의 사정상 선택 가능한 몇 안되는 묘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그는 또 “각 학교는 상위권 학생을 동등하게 확보하게 되면서 더 이상 이들을 모시기 위한 작전을 펼치지 않아도 될 것이며 이는 곧 미달작전과 같은 원칙에서 벗어난 행위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망했다.□ 성적 이외 요소 반영 고입 이뤄져야고교평준화 제도는 학생 전반의 하향평준화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포항지역도 평준화 시행 이전부터 경주, 구미, 안동 등 도내 타 도시에 비해 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하지만 이는 고교 입시제도가 아직까지도 중학교 내신성적과 선발시험 점수 등 눈에 보이는 성적만으로 우열을 가리는 방식을 고수하면서 발생한 착각일지도 모른다.성적이라는 기성세대의 잣대에 맞춰 어린 학생들의 학력수준이 높고 낮음을 판단하기에는 어폐가 있다는 것이다.이처럼 성적중심의 고입이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도입한 평준화 제도에도 여전히 적용되면서 중학교 교육은 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수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수업과 교육과정 개선에서 창의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어렵게 하고 있다.또한 학생들은 고입전형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흥미와 적성중심의 공부보다는 성적서열을 높이는데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처지다.현행 입시제도가 성적위주의 전형방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평준화든 비평준화든 서열경쟁 중심의 중·고등 교육은 정상화되기 어렵다.특히 교육부가 서열화논란에서 탈피하기 위해 수년째 추진하고 있는 서열평가제가 원래 취지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성적 이외의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는 입시전형 도입이 절실한 상황이다.한 교육계 인사는 “우리나라의 교육은 오직 시험점수에만 기대어 학생을 평가하는 방식을 수십년째 고수하고 있다”며 “석차백분율과 같은 시험성적은 비공개자료로 남기고, 입학지원자를 평가하는 다양한 기준을 마련한다면 하향평준화 논란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14-01-23

평준화 따른 인재유출보다 성적하위권 적응 힘든게 문제

고교 평준화는 성적 하위권 학생들에게는 적지 않은 시련을 주고 있다.비평준화 시절 학생들이 비슷한 성적을 가진 학생들과 어울려 공부하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한 학급 내에 비등한 성적을 가진 학생을 찾기가 힘들다.과거에는 이들이 어렵지 않게 진학할 수 있었던 전문계고교도 대다수가 특성화고 또는 마이스터고로 변모해 높은 진입벽을 자랑하게 되면서 선택폭이 크게 좁아졌다.하는 수없이 매년 미달 현상이 이어지는 일반계고로 진학하게 되면 학교생활에 적응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은 문제다.교과서의 내용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서 각종 참고서와 문제집을 이미 꿰고 있는 상위권 학생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학생들 간 성적차이는 수업이해도에 영향을 미쳐 교사들은 수업을 진행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농어촌권·전문계高 등 비평준화 6개교학생수급·대입성과 측면 학교별 큰 차평준화교 추가 확대 필요성엔 입장차글 싣는 순서① 고교평준화 어떻게 시작됐나② 포항교육의 변화 ③ 포항고교 입시제도 방향은?□ 하위권 학생 “따라가기 힘들어요”성적 하위권 학생에게만 시간을 쏟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이같은 문제에 대해 각 학교는 교과 특성화반 운영 등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모든 학생을 붙잡아 두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다.경북도교육청이 1999년부터 매년 발행하고 있는 `경북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고교 평준화 이후 포항지역에서 학교부적응을 이유로 학업을 중단한 학생은 2008년 58명에서 2009년 101명, 2010년 125명으로 꾸준히 늘었다.2011년에는 120명으로 다소 줄었지만 질병, 가사, 품행 등 기타사유로 인해 학업을 중단한 나머지 학생 114명을 합한 숫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일부 학교에서는 부적응으로 위축된 학생들을 끌어안기는커녕 스스로 나갈 것을 권할 만큼 사태가 심각하다.학부모 김모(51·포항시 북구)씨는 “세상 어느 부모가 소위 열등생이라고 불리는 학생과 (자녀가) 같은반에서 공부하기를 원하겠느냐”며 “해당 학생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학업이 아닌 다른 진로를 모색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우수학생 평준화 피해 타지역으로경북도교육청은 포항지역 고교평준화 시행 첫해인 2008학년도 포항지역 평준화 고교 12개 학교에서 4천121명을 모집했다.이는 모집 정원인 4천235명에 비해 114명이 미달된 것으로 이같은 정원 미달현상은 평준화 시행 이후 2013학년도 단 한 해(3천872명 모집, 3천957명 지원)를 제외하면 예외 없이 반복되고 있다.지역 교육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현상이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에 진학하는 성적 최상위권 학생을 제외한 상위권 학생들이 평준화에 따른 학력저하를 우려해 타 시·도로 빠져나가는 현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하지만 이 분석은 실제 통계자료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경북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평준화 시행이전인 2007학년도 포항지역 중학교 졸업자 7천821명 중 77명(0.98%)이 타 시·도의 고등학교에 진학했다.이는 평준화 시행 이후인 2008학년도에는 전체 7천379명 중 68명(0.92%)로 소폭 감소했고, 이후 3년간 1% 이하 수준을 유지하다 2012년 6천959명 중 100명(1.43%)로 다소 늘었지만 같은 해 경북지역 전체 유출자 (3만1천613명 중 726명)비율인 2.29%보다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해당 자료상으로는 시행 초기 일부 교교에서 주장한 `우수학생 외부유출`현상은 사실로 보기 힘든 것이다.이같은 정원미달 현상은 이번 2014학년도 원서접수에서도 이어졌는데 전체 3천570명 모집에 3천427명이 지원해 143명이 미달됐다.허나 이는 미달현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도내 전체현황(1만851명 모집, 1만363명 지원)과 별반 차이가 없어 평준화가 학생 및 학부모들들로 하여금 일반계 고교에 대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고는 보기 힘든 상황이다.이에 대해 한 고교 입시관계자는 “포항의 경우 평준화 이후 우수학생이 유출되는 피해를 입었다기 보다는 과거 영덕, 울진, 경주 등 인근 지역 우수학생을 수급하던 것이 다소 힘들어졌을 뿐”이라며 “상위권 대학 진학율도 과거 일부 학교에 집중됐던 것이 각 학교에 분산됐을 뿐, 그 숫자는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평준화 제외 학교 득실관계교육부는 포항지역 고교평준화 도입 당시 시내권 일반계고교 12개교를 단일학군으로 묶고 통학여건, 시설여건, 학생충원이 충족되지 않는 학교를 특수지학교로 설정, 평준화제도에 구애받지 않도록 했다.이에 따라 읍·면지역에 위치한 포항 영일고등학교, 포항 서포고등학교(당시 포항 죽장고), 포항 오천고등학교, 시내권에 위치했지만 시설여건이 부족한 포항 세화고등학교 등 4개교는 기존의 방식 그대로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여기에 지난 2006년 교명을 변경한 뒤 전문계고교에서 점차적인 변화과정을 거쳐 지난해 일반계고교로 전환한 포항 동성고등학교(구 포항정보여고)와 지난 2009년 교명 변경 후 올해부터 일반계고교로 전환하는 포항 동지여자고등학교(구 포항 동지여상)까지 포항지역에서는 총 6개교가 비평준화 일반계고로 남았다.전체 학생을 동등한 비율로 배정받는 평준화 고교들과는 달리 이들 학교는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자칫 신입생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따라서 각 학교는 농어촌특별전형, 전교생 기숙사 제공 등 평준화 고교들이 갖고 있지 않은 장점을 내세워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있다.이같은 노력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포항시 남구 동해면에 위치한 포항 동성고는 비주류 고교의 아픔을 딛고, 독특한 교육일정과 커리큘럼을 운영한 결과 지난해 수능에서 경북지역 유일의 수능만점자(서준호 군·연세대학교 진학)를 배출하는 등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포항시 남구 연일읍에 위치한 포항 영일고도 농어촌 출신의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린 결과 최근 3년간 서울대를 비롯한 수도권 소재 상위대학 및 국립대에 매년 50명 이상씩 진학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반면, 시내권에 위치해 농어촌특별전형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포항 세화고, 포항 동지여고 등은 학생 수급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으며 평준화 고교로의 합류를 내심 바라고 있다.하지만 이들의 합류를 놓고 기존 평준화 고교들이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만약 이들 학교가 평준화 학군에 포함될 경우 전체 정원은 늘어나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우수학생들은 보다 더 분산돼 기존 학교들이 골머리를 앓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익명을 요구한 교육계 관계자는 “평준화 학군에 2개 학교가 추가될 경우 가뜩이나 우수인재 선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각 학교들이 난관에 봉착할 여지가 있다”며 “이렇게 될 경우 단일학군에서 복수학군으로의 전환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14-01-09

포항지역 `고교평준화 6년` 명암

지난 2008년 경북도내에서는 유일하게 고교평준화 제도를 도입한 포항교육은 이후 6년간 크고 작은 변화과정을 겪어왔다. 사라졌던 고입 선발고사가 8년 만에 부활했고 중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은 더욱 신중하게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포항지역의 고교평준화 시행 이후 변화와 이를 바탕으로 포항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집중 점검해 본다.1999년 포항시민연대 평준화 건의서 제출로 첫 걸음2004년 경북교육청 입시제 개선방안 발표로 가시화2008년 전 지역 단일학군으로…경북지역 유일 도입글 싣는 순서① 고교평준화 어떻게 시작됐나② 포항교육의 변화 ③ 포항고교 입시제도 방향은?1970년대 이전의 우리나라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할 경우에도 입시경쟁을 피할 수 없었다. 1950년대 말 초등교육이 의무화되고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학교로 진학해 초등학생 수가 급증, 중학교로 진학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진 것이다. 초등학생들은 고학년만되면 오직 입시에만 매달리는 실정이었으며, 일부 부유층 자제들은 개인과외를 받기도 했다.이같은 입시스트레스가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이어지면서 정부는 1969년 중학교 무시험 추천배정제를 도입했다. 서울에서 시작된 이 제도는 1970년에는 다른 대도시로, 1971년에는 전국으로 확대됐다. 중학교를 평준화하고 수용능력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마련돼 오늘날까지도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으며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그런데 경쟁은 중학교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었다. 중학교 입학시험 폐지로 진학기회가 개방되면서 중학생 숫자가 늘어나 고등학교 입시에서 과열경쟁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각 중학교들은 교육과정을 배제한 채 입시위주의 파행운영을 이어갔고, 학생들은 명문고 진학을 위해 재수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명문고가 위치한 지역에는 학생수가 집중되고, 그렇지 않은 지역에는 학생수가 줄어드는 지역 불균형 현상이 초래됐다. 또한 시험에 의해 학생을 선발하다 보니 고교간 교육격차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됐다.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제시한 해결책은 고교평준화 정책 도입이었다. 평준화 정책의 핵심은 입시제도를 개혁하고 교육여건을 평준화하는 것이었다.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으로 인한 문제점을 개선하며 고등학교 간의 학력격차를 줄이는 것도 또 하나의 목적이었다.이렇게 실시된 고교평준화 정책은 1974년 서울과 부산, 1975년 대구, 인천, 광주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중학교와는 달리 많은 반발을 사면서 전국적으로 확대되지는 못한 상황이다. 2013년 현재 서울을 포함한 특별시와 6대 광역시, 경기도 수원시를 비롯한 27개 시·군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포항의 경우 지난 2008년부터 고교평준화를 도입해 현재까지 시행 6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과열경쟁, 교육격차 해소포항지역의 고교평준화 역사는 15년 전인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비평준화지역이었던 포항의 평준화 실현을 위해 결성된 포항시민연대회의가 그해 3월 11일 경북도교육청에 포항지역 고교평준화 촉구 건의서를 제출한 것이다. 시민연대회의는10월 10일부터 2달간 포항시민서명운동을 벌여 5만5천447명의 시민들로부터 서명을 받았다.건의서는 포항지역의 고교입시 경쟁이 치열해 학생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고입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면서 사교육비 증대, 고교간 서열화 현상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교육정책 방향이 고교평준화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고교평준화가 필요하다고 피력하고 있다.이로써 첫걸음을 뗀 포항의 고교평준화는 지난 2004년 8월 경북도교육청이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한 고교입시 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1차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가시화됐다.당시 연구결과에 따르면 포항은 학교간, 지역간 교육격차로 인한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을 제외하면 고교평준화가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반면 상대적으로 교육환경이 좋지 않은 시 외곽지역 학교 및 도심지 기피학교에 배정되는 학생들의 불만은 평준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거론됐다.이에 따라 경북도교육청은 뒤처지는 학교와 지역에 대한 교육여건을 집중적으로 보완해야만 단일학군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이후 2004년 10월부터 2006년 6월까지 포항시고교평준화대책위원회(19회), 포항시고교평준화추진실무위원회(11회), 포항지역고교입학제도개선협의회(3회) 등 교육계를 중심으로 고교평준화 도입과 관련된 각종 회의가 수십차례에 걸쳐 진행됐다.이 과정에서 고교평준화 반대협의회가 구성돼 학교시설이 미비하고, 남학생 비율이 월등히 높은 포항지역은 고교평준화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등 비평준화를 고수하자는 의견이 쏟아졌음에도 평준화 계획은 착착 진행됐다.2006년 4월 20일 경북도교육청이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한 고교입시 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2차 연구결과를 통해 고교 평준화 도입시기를 2008학년도로 제시한 것이다. 당시 도교육청은 2008학년도부터는 수능영향력이 줄고 내신비중이 커질 예정이라 대입준비를 하는 평준화지역 고교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또한 포항지역 학생, 학부모, 교사 등 7천357명을 상대로 실시한 의견조사에서도 평준화 도입시기로 2008년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전체의 50.2%(3천693명)로 가장 많았다고 덧붙였다.□ 특수지 학교 지정이렇게 무려 8년에 이르는 시간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포항지역의 고교평준화는 2007년 2월 9일 교육부(당시 교육인적자원부)가 포항시 고교평준화 관련 법령을 공포하면서 일단락됐다.지난 1980~1990년 안동이 평준화제도를 도입했다가 비평준화로 회귀한 이후로 경북도내에서는 18년만에 처음으로 고교평준화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법령에 따르면 2008학년도부터 포항지역에 고교평준화를 개시하며 해당 연도에 중학교 3학년이 되는 학생들은 학군에 따른 근거리 배정방식으로 고교 배정을 받게 됐다.학군설정은 포항시 전지역을 단일학군으로 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하지만 통학여건, 시설여건, 학생충원율 등에 비춰 평준화 적용이 어려운 학교는 특수지 학교로 지정키로 했다.이로써 포항 북구지역에는 포항고등학교, 포항여자고등학교, 포항 대동고등학교, 포항중앙고등학교, 포항중앙여자고등학교, 포항 유성여자고등학교, 포항 동지고등학교, 포항영신고등학교, 포항장성고등학교, 포항 두호고등학교 등 10개교가, 포항 남구지역에는 포항 세명고등학교, 포항이동고등학교 등 2개교를 포함한 총 12개 일반고등학교가 평준화 학군으로 포함됐다.반면 통학여건이 부족한 읍·면지역의 포항 서포고등학교(당시 포항 죽장고), 포항 오천고등학교, 포항 영일고등학교, 시내권에 위치했지만 시설여건이 부족한 포항 세화고등학교 등 4개 고등학교는 특수지 학교로 지정돼 평준화 학군에서 제외됐다.또한 자율형 사립고(당시 자립형 사립고)인 포항제철고등학교도 학군에 포함시키지 않았다.이와 함께 지난 2000년 고입선발고사가 폐지된 이후 내신(300점)과 논술(20점)만으로 고교 입학이 결정된 것과는 달리 고입선발고사를 부활시켜 내신(300점), 선발고사(270점) 등 570점 만점으로 고교신입생을 선발토록 했다.경북지역의 중학생은 누구나 포항지역 일반고등학교에 지원이 가능해졌으며, 내신과 선발고사 성적으로 합격자를 선발하게 됐다.학생들은 1지망부터 9지망(여학생은 7지망)까지 복수지원이 가능하며 전산추첨에 의해 학교가 배정되도록 했다./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14-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