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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인사청문회

문재인 정부의 초대총리로 지명된 이낙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4일부터 시작됐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임명한 행정부 고위 공직자의 자질과 능력을 국회에서 검증받는 제도다. 우리나라에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것은 지난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정부가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면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20일 이내에 국회 본회의 표결에 회부, 처리한다.청문회는 원칙적으로 공개적으로 진행된다. 다만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필요한 경우, 사생활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금융 및 상거래 등에 관한 정보가 누설될 우려가 있는 경우,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은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보통 13명으로 구성되는 인사청문 특별위원회는 임명동의안이 회부된 날부터 15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치되, 인사청문회의 기간은 3일 이내로 한다.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청문회 결과를 문서로 작성해 본회의에 보고하며, 국회 본회의에서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임명동의안이 통과된다.인사청문회의 대상이 되는 공직후보자 가운데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국회에서 선출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은 국회의 임명동의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조만간 인사청문회를 열게 될 국무위원 및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합동참모의장 등은 국회 인준 절차가 없다. 즉, 국회는 청문회만 열 뿐 임명동의안 표결은 하지 않는다. 헌법상 이들에 대한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또 이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실시한다. 국정원장은 정보위, 검찰총장은 법사위, 국세청장은 재정경제위, 경찰청장은 행정자치위에서 행한다.노자는 “정치가 찰찰(세밀하게 살피는 것)하면 백성이 결결(다칠까봐 조마조마하는 것)하다고 하고, 또 하늘 그물이 크고 커서 성기어도 새지 않는다(天網恢恢疎而不失)”고 했다. 인사청문회가 정치적 공방보다는 오로지 공직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자리로 역할하길 바란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5-25

사라지는 고인돌

유네스코는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문화유산을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해 보호하고 있다. 예컨대 피라미드, 만리장성, 타지마할 등이 이런 경우다. 우리나라에도 불국사, 석굴암 등 여러 문화재가 유네스코에 등재돼 있으며 고인돌도 그 중 하나다.우리나라 고인돌은 제주도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골고루 분포돼 있다. 그중에서 서해안 지역이 가장 밀집돼 있는 곳이라 한다. 고창, 화순, 강화지역 고인돌은 보존상태가 좋다. 밀집도나 형식의 다양성 측면에서 보존가치가 인정된다. 그래서 이 3군데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유네스코에서 이곳의 고인돌은 형성과 발전과정을 규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도 한다.고인돌은 `돌을 고였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청동기 시대의 대표적 무덤 형식이며 유일한 유적이다. 기원전 1천년 무렵을 청동기 시대의 시작으로 본다면 고인돌의 역사는 꽤나 오래됐다. 지석묘(支石墓)로도 불리는 고인돌은 3가지 형식을 보이고 있다. 지상에 4면을 판석으로 막아 묘 실을 설치한 뒤 상석을 올린 형식이 첫 번째다. 이북지방에서 많이 발견돼 북방식이라 한다. 지하에 묘 실을 넣고 그 위에 돌을 괴는 형식으로 중부 이남지역에서 많이 발견돼 남방식이다. 지하에 묘 실을 만들었으나 남방식과는 다르게 돌을 괴지 않는 개석식이 있다. 고인돌의 덮게 돌 무게는 보통 10t 미만이나 큰 것은 20~40t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선사시대에도 이렇게 큰 돌들을 옮겼다고 생각하니 선조들의 유산을 허투루 다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경산지역에 분포돼 있던 고인돌이 행정당국의 무관심으로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경산시 용성면 곡산리 일대의 고인돌은 한 때 31기까지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지금은 4기밖에 전해지지 않는다고 한다. 용성면 말고도 경산지역에서만 100기가 넘는 고인돌이 있었다고 한다. 흔하다고는 하지만 고인돌의 훼손과 분실을 방치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지금이라도 잘 관리 보존한다면 언젠가는 우리지역의 귀한 문화유산으로 가치를 남겨두게 될 것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5-24

유리천장

문재인 대통령이 각료인사에서 `유리천장`을 깼다고 해 화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강경화 유엔사무총장 특보를 외교부장관 후보자로 임명했다. 최초의 여성 외교부 국장을 지냈고, 한국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유엔 고위직을 역임한 강 장관 후보자는 비외무고시 출신이자 비(非)북미라인으로서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외교부장관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다. 가뜩이나 배타적인 조직문화로 유명한 외교부가 큰 충격을 받았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1호 여성 헬기조종사로서 부당전역 소송 끝에 복직을 이뤄낸 피우진 예비역 육군중령을 최초의 여성 보훈처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유리천장`이란 말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제용어에서 비롯됐다. 남성에 못지않은 능력과 자격을 갖추었음에도 조직 내에 관행과 문화처럼 굳어진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을 표현한 말로 쓰인 것이다. 그러다가 여성뿐 아니라 소수민족 출신자들의 상황에까지 확대해 사용하게 됐다. 이 용어는 1979년 미국의 경제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여성 승진의 어려움을 다룬 기사에 처음 사용했다. 이를 계기로 1991년 미국 정부는 성차별을 해소하고,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제도적으로 독려하기 위해 유리천장위원회(The Federal Glass Ceiling Commission)를 만든 바 있다.문재인 정부의 유리천장 깨기는 조현옥 인사수석 임명에서부터 시작됐다. 조 수석은 한국여성개발연구원과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등 시민단체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 등을 역임해 `여성정책전문가`로 불리는 인사로 여성의 유리천장을 깨는 인사 디자인을 실현해주길 기대하며 발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경력단절여성(경단녀) 지원의 내실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문재인 정부 치하에서 `유리천장`이 어디까지 깨질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흥미로운 관심사가 될 것 같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5-23

재수(再修)하는 대통령 후보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재수(再修)에 성공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맞붙었던 문 대통령은 4년여 만에 대통령에 당선되는 영예를 안았다. 비록 대통령 도전에 한 번의 쓴맛을 보았으나 그 경험이 재도전에 힘이 된 사례를 입증했다.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준비된 대통령의 이미지가 큰 힘이 됐다는 분석이다.19대 대선에서 패한 주요 정당 후보들의 정치 재개 움직임이 뉴스에 포착되고 있다. 과거 대선에서 패했던 후보들과는 달리 그들의 정치 재개가 신속하게 이뤄져 주목을 받는다. 재수에 성공한 문 대통령을 `벤치마킹`한다는 말도 나온다. 재수 성공을 겨냥한 잰걸음으로 풀이하고 있는 것이다.1992년 대선에서 패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건너갔다. 1년 이상 은둔 생활을 보내고 정계에 복귀하는 수순을 밟았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비슷했다. 1997년 대선에서 패하고 9개월 뒤에 당 총재에 복귀한다. 은퇴나 은둔생활을 했던 과거 후보들과는 달리 이번 대선 패배 후보들은 빠르게 정치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2일 한 달 일정으로 미국으로 출국했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미국에 머물면서도 연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 현안에 대한 그의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신보수주의 이념으로 당을 새롭게 하겠다”는 정치적 포부와 함께 친박 세력에 대해서는 `바퀴벌레`라는 표현을 써가며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란 예상을 깨고 정치일선에 바로 복귀했다. 18일에는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다음 주부터 전국을 돌며 낙선인사도 벌인다고 한다. 바른정당 후보 유승민 의원도 잰걸음이다. 전국 순회와 강연 준비에 바쁘다고 한다. 낙선후보들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서는 뉴스 소비속도가 빨라진 정치 분위기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해석한다. 또 보스 중심의 과거 정치와 다른 시대상을 반영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란 말이 대변하듯 정치인의 속셈을 누가 알 것인가./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5-22

인신공양(人身供養)

사적 16호인 경주 월성 유적지에서 제물로 추정되는 인골 2구가 발견돼 화제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월성(月城)에 대한 정밀조사 중 서쪽 성벽의 기초 층에서 제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골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만약 이것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우리나라에서 인골이 제물로 사용된 사례로는 처음 있는 일이 된다. 다소 충격적 보고로 보인다. 인신공양(人身供養)은 동서양을 떠나 세계 각 민족에서 볼 수 있는 공신(恭神)의 풍속이다. 학계에 따르면 수렵시대, 유목시대, 농경시대까지 존재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문명 발상지에서 그 흔적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토목기술이 완전하지 못한 옛날 시절, 인간은 축성, 제방, 교량공사 등에 사람을 흙속에 넣어 신의 마음을 달랬다고 하니 그들의 간절함을 읽게 하는 대목이다. 전라도 영양군 신학리 소바우 마을에는 마을 앞 둑이 잘 터져 피해가 많았는데, 산 아이를 제물로 삼아 둑을 쌓았더니 둑 터지는 일이 없어졌다고 한다. 이 마을에 전해오는 인주설화(人柱說話)다. 인주 아이의 이름이 소바우여서 마을 이름도 소바우로 전해졌다고 한다. 이런 부류의 이야기는 부지기수다. 심청이가 공양미 300석에 몸을 팔아 인당수에 몸을 던진 것도 같은 인신공희의 일종이다. 눈먼 아버지를 위한 지극한 효성을 교훈으로 했지만 멀리 중국까지 가야하는 그 당시 뱃사람들의 안녕을 비는 제물로 심청이가 사용된 것이다. 신라 성덕대왕신종(일명 에밀레종, 국보 제29호)에 얽힌 전설에도 귀여운 옥동자가 희생물로 바쳐졌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높이 3.4m, 무게 9t의 에밀레종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종이다. 1천200년 전에 만든 금속 종이 이처럼 아름다운 소리를 내려면 기술자들의 고생이야 이루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당시 장인들의 정성을 인신공양으로 미화한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은 자연에 대한 한계를 스스로 느끼며 산다. 그래서 신의 전지전능함을 믿는지 모른다. 인신공양은 한계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몸부림일까?/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5-19

호모 나이트쿠스(homo nightcus)

`호모 나이트쿠스(homo nightcus)`라는 말이 있다. 잠들지 않는 올빼미, 또는 야행성 인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세계 최장 노동 시간을 자랑하는 한국인들은 밤에도 쉬지 않는다. 심야 시간 즐길 거리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대형 마트도 자정까지 문을 여는 경우도 많고,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편의점 간판은 밤새 거리에 불을 밝힌다.지난해 유튜브에 올라와 약 17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중인 `외국인이 한국인에 놀라는 7가지`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보면 우리나라의 찜질방, 음주 문화는 외국인이 신기해하는 대표적인 한국 문화 중 하나다.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다음 날 이른 아침에 출근하는 것은 물론 저렴한 비용으로 넓고 쾌적한 찜질방에서 밤새워 놀 수 있다는 사실은 외국인의 눈에 신기한 풍경일 수 있다.호모나이트쿠스들은 카페, 편의점, 술집, 노래방을 찾아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야시장도 빼놓을 수 없다. 여의도 밤 도깨비 야시장, 반포 한강공원 야시장, 동대문 DDP 앞 야시장은 호모나이트쿠스로 북적이는 인기 장소다. 호모나이트쿠스들이 주로 즐기는 활동은 야식이다. 야간 비행편을 이용해 여행을 떠난 후 현지에서 다시 새벽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는 밤 도깨비 여행도 인기다.이처럼 호모나이트쿠스를 겨냥한 수요가 있으니 편의점·찜질방·헬스장 등 24시간 편의시설이나 야간 교통량이 급속히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인이 심야 시간에 여가를 즐기는 이유는 뭘까. 다른 나라보다 더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고 일하는 한국의 교육·노동 문화 때문이란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1인 근로시간은 2천11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길다. OECD 평균 근로시간이 1천766시간임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국민은 1년에 347시간 더 일한다. 늦은 시간에 일과가 끝나는 이들은 여가를 즐길 시간이 충분치 않다. 그러니 더 늦게까지 깨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이 외국인의 눈에는 진풍경으로 보인다니 입맛이 씁쓸하기만 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5-18

`셜록 홈스 법`

영국의 추리 소설가 A.C.도일의 작품 속 인물 `셜록 홈스`는 실존 인물은 아니다. 셜록 홈스는 도일의 `주홍빛 연구`라는 작품에 처음 등장하여 장편소설 4편과 단편소설 56편에서 맹활약한다. 천재적인 추리능력으로 사건을 해결해 가는 그의 매력적인 캐릭터에 많은 사람들이 빠져든다. 세계 최초의 명탐정이란 별명을 얻은 그를 대상으로 한 영화와 뮤지컬도 많이 만들어졌다.문재인 대통령의 희귀 공약 중 하나로 사설탐정의 합법화가 눈에 띈다. 이른바 `공인 탐정제`다. 1990년 후반부터 민간조사법을 법제화하자는 의견이 대두됐으나 20여 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야 법제화 여부가 본격 논의돼 주목을 끈다. 작년 9월 `공인 탐정법`은 국회에서 이미 발의가 된 법안이다. 문 대통령의 당선으로 법제화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면 된다.`공인 탐정제`는 민간치안 강화라는 측면에서 찬성 의견이 대체로 많다. 국가기관의 한정된 수사력을 민간차원에서 확대 보완하자는 생각이다. 특히 검경 등 국가기관에 대해서도 절차만 밟으면 내사가 가능해 권력기관 견제 효과도 있다. 그러나 대한변협 등은 민간이 개인정보를 조사하게 되면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있고 이것이 남발되면 중차대한 사회적 위험성을 낳을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반면 민간조사협회는 OECD 국가 중 민간 조사법이 법제화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제도의 법제화에 대한 새 정부의 판단이 어떻게 날지는 장차 지켜볼 일이다.민간 탐정법이 통과되면 대한민국에는 또 하나 새로운 사회 패턴이 만들어진다. 연 1조3천억원의 새로운 시장과 1만5천여 명의 고용 효과도 발생한다. 일본의 경우 연간 250만명이 사설탐정을 이용한다고 하니 한국도 적잖은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탐정업 법제화에 대한 찬성 여론이 72%에 달했다고 한다. 일부 대학은 이와 관련한 강의와 자격증도 수여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설 탐정업도 코앞에 와 있는 느낌이다. 한국판 셜록 홈스의 탄생도 머잖은 일이 될 것 같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5-17

랜섬웨어(Ransomware)

랜섬웨어 감염 피해가 전 세계로 확산 중이란다. 청와대까지 나서서 피해 차단을 위한 철저한 대응조치를 주문했다.`몸값`(Ransom)과 `소프트웨어`(Software)의 합성어인 랜섬웨어는 시스템을 잠그거나 데이터를 암호화해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든 뒤, 이를 인질로 금전을 요구하는 악성 프로그램을 일컫는다.랜섬웨어 역사는 10년이 넘는다. 과거에는 주로 사용자 PC 파일을 암호화하거나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암호를 걸어놓는 식이었다. 그러나 당시엔 공격자가 걸어놓은 암호화 수준이 낮아 쉽게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었다.그러나 비트코인이 등장하고, 강력한 암호화 알고리즘으로 파일을 암호화하고 돈을 요구하는 랜섬웨어 `크립토락커`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랜섬웨어의 일종인 크립토락커는 사용자 PC에 저장돼 있는 문서나 사진 파일을 공개키 암호화 방식인 `RSA-2048`로 암호화한다. 그런 다음 피해자에게 `암호 해독키를 원하면 지정한 기한 안에 돈을 송금하라`고 협박한다. 공격자는 기한 안에 돈을 보내지 않으면 파일을 모두 복구할 수 없도록 만들겠다고 압박한다. 돈 역시 비트코인으로 받는 탓에 범인 추적이 어렵다. 크립토락커가 등장하면서 컴퓨터 암호화 방식이 랜섬웨어의 대세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보다 어려운 알고리즘으로 암호화해서 사용자 데이터를 인질로 삼는 다양한 랜섬웨어가 등장했다.현재 랜섬웨어는 50종이 넘고, 유포 방식도 이메일, 메신저, SNS 등 다양하다. 철저한 예방만이 내 PC와 데이터를 지킬 수 있다.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이 제시한 예방법에 따르면, 통신망 차단 후 컴퓨터를 켜는 게 좋고 중요한 자료와 업무용 파일은 PC와 분리된 저장소에 정기적으로 백업 또는 클라우드 서버에 업로드해둔다. 이메일에 첨부된 파일은 지인이 보냈거나 단순 문서 파일이어도 섣불리 실행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백신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항상 최신 버전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교과서 같은 얘기지만 이걸 지키는 게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5-16

하안거(夏安居)를 보며

스님들의 하안거(夏安居) 정진이 이달 10일부터 전국의 선원별로 일제히 시작됐다. 하안거는 여름철 석달동안 일절 외부 출입을 끊고 오직 수행에만 몰두하는 불교행사다. 이를 겨울철에 하면 동안거(冬安居)가 된다. 안거는 `산스크리트어`의 `바르샤`를 번역한 말인데, 우기(雨期)라는 뜻이다. 본래 인도에서는 비가 오는 우기 3개월 동안 불교 교단에서는 바깥출입을 삼가하고 수행에 몰두했다고 한다. 부처님 시절부터 이어져 온 행사라 한다.안거(安居)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수행자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옛 날에는 비가 오는 우기 때면 홍수와 강물의 범람이 잦아 행걸하는 수행자가 다치는 일이 잦았다. 그들을 보호한다는 의미가 첫째다. 또 하나는 우기 철에 비를 피해 바깥으로 나오는 벌레 등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불교의 생명존중 사상을 담고 있다.안거는 그 의미를 담은 몇 가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단(夏斷)이라고도 한다. 한적하고 조용한 장소에서 모든 인연을 끊고 참선한다는 뜻이다. 또 좌선 수행의 의미인 하좌(夏坐)로도 번역된다. 안거기간동안 수행자가 경전을 독송한다고 하여 하경(夏經)이라고도 한다. 안거기간동안 바른 행위를 실천하고 나쁜 짓을 않는다는 뜻의 백하(白夏)라는 말로 번역도 한다. 어쨌거나 수행자들의 안거 생활을 알 수 있게 하는 번역 이름들이다.조계종 진제 대종사는 하안거 결제 법어를 통해 “수행은 생노병사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며 “수행자는 반드시 대오각성의 의지와 용맹심을 가져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제 스님들은 치열한 자기 수행에 들어갔다. 3개월간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는 스님들의 수행심에 속인들은 존경과 경의의 마음을 보낸다. 세속과 단절된 상태에서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의문들을 화두로 삼아 씨름하는 모습을 상상할 때 우리도 한번쯤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복잡하고 갈등으로 뒤범벅된 우리 속세의 일상을 `공기 청정기`와 같은 하안거 속에 통째로 넣어 툴툴 털어내면 어떨까 싶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5-15

대통령과 나이

대통령 선거 이야기는 어디를 가든 화제를 뿌린다. 우리나라도 막 끝난 선거 얘기로 전국이 뜨겁게 달고 있다.프랑스에서는 39세의 대통령 당선이 화제다. 1977년생의 에마뉘엘 마크롱은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66%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2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의 당선을 두고 프랑스 언론들은 “나폴레옹 이후 가장 젊은 프랑스의 리더가 탄생했다”고 말한다.1804년 나폴레옹이 대관식을 통해 황제직에 올랐을 때 나이가 35세다. 그래서 `마크롱`의 등장을 두고 218년 만의 프랑스 최연소 최고 지도자의 귀환이라고 한다. 마크롱은 최연소 대통령 당선과 함께 25세 연상 부인 이야기로 또 다른 화제를 뿌렸다. 그의 학창시절 담당교사였던 `브리짓 트로뉴`(64)와의 열애와 결혼은 프랑스 사람들에게 이색화제로 회자되고 있다.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당선당시 나이는 50대 후반부터 시작한다. 직접선거로 선출된 대통령 중 노태우는 56세, 노무현 57세, 박근혜 61세, 김영삼 66세, 이명박 67세, 김대중 72세 등이다. 한국적 정치 환경과 국민들의 보수 성향 등에 기인한 탓인지 나이가 든 대통령이 많이 나왔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피선거권이 40세부터라 30대 대통령은 나올 수 없다. 그렇다고 40대 대통령이 등장 한 일도 없다.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대통령 선호 나이는 50대 후반이 37%로 가장 많았다. 50대 초반 23%, 60대 초반 22%였다.미국의 경우는 1963년 암살된 존 F. 케네디가 선출 대통령으로서는 43세라는 최연소 기록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는 40대 후반 대통령은 자주 등장한다. 버락 오바마는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시절 47세 때 대통령에 당선된다.우리나라 보다는 진취적 국민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보면 될 것 같다. 대통령이 젊어야 좋을지는 알 수 없다. 대통령의 적정 나이 기준도 없다. 국정을 훌륭히 잘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대통령의 올바른 자질이다.새롭게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을 기대해 보자./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5-12

집단지성

`집단지성(集團知性)`이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경쟁을 통해 얻게 된 지식축적의 결과로 얻어진 집단적 능력을 말한다. 집단지능, 협업지성, 공생적지능이라고도 하는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있어 `집단의 지혜`가 `소수 전문가들의 지혜`를 능가한다는 것이 골자다. 대표적인 사례는 위키피디아, 네이버 지식인, 빅 데이터 등이다. 집단지성이란 용어는 1910년대 하버드대학의 곤충학자 윌리엄 모턴 휠러가 처음으로 제시했다. 그는 흰개미들이 공동체로서 협업을 통해 거대한 개미집을 만들어내는 것을 관찰하고, 이를 근거로 개미는 개체로서는 미미하지만 군집하면 높은 지능체계를 형성하고, 서로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개체의 지적수준이나 내용을 뛰어넘는 새로운 형태의 지성이 나타난다고 했다.최근에는 중앙행정기관이 정책연구 용역을 실시할 때도 집단지성을 활용한다. 실제로 행정자치부는 최근 정책연구용역에 집단지성을 활용하고 민관협업 창구부서를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행정 효율과 협업 촉진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기 위해 지난 달 28일부터 6월 7일까지 입법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초대총리로 지명된 이낙연 전라남도지사도 가정의달 첫날인 지난 1일 도청 월례조회에서 집단지성을 강조해 화제다. 이 지사는 “우리 내부에서도 지혜를 모으기 위한 마중물로서 연초에 직원들 간 점심 먹으면서 얘기하는 섞어번개팅을 제안해 추진하고 있다”면서 “평범한 직원들에게서 놀라운 지혜가 나올 수 있으므로 그런 식으로 도청 내부를 발전시켜 나가자”며 집단지성을 강조했다.이같은 집단지성이 가장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것이 바로 선거다. `민심은 천심`이라 했던가. 이 나라를 이끌어나갈 지도자로 누가 좋을지 수많은 유권자들에게 물어보는 선거야 말로 집단지성에 나라의 운명을 맡기는 셈이다. 다만 선거에서 집단지성이 제대로 작동하는데는 국민 개개인의 높은 관심과 참여가 전제되고, 언론·출판의 자유와 함께 활발한 토론문화의 정착이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5-11

“은퇴는 사치”

우리나라 노인들의 고용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반가운 소식일까 아니면 왜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일자리가 있어 좋을 것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생계형 노인 취업이 많다면 반드시 좋은 현상은 아닐 것 같다. OECD 회원국 중 60대 노인 고용률이 가장 높은 아이슬란드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우리의 처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아이슬란드는 65세 이상 노인의 고용률이 38.7%로 OECD 회원국 중 제일 높다. 그러나 70세에 들어서면서 고용률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다. 말하자면 60대까지는 일을 하지만 70대에 들어서서는 일을 하지 않는 노인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가난해서 일해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아이슬란드의 노인 빈곤율은 3%다.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OECD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노인들의 고용률은 65세 이상일 경우 회원국 중 2위, 75세 이상일 경우 회원국 중 1위로 나타났다. 아이슬란드가 70대 고령에 들면서 일손을 놓는 것과는 대조되는 현상이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49.6%로 비교 대상 국가 중 가장 높다. 한국에서는 노인이 되더라도 일손을 놓을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통계청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55~79세 노인 대상의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61.2%가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중 58%가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라고 하니 우리는 생계형 노인이 아직 다수임을 느끼게 한다. 한국이 세계 10위 경제 대국에 도달했다고 하지만 짧은 복지 역사와 노인복지에 대한 보장이 넉넉지 않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대선에 나선 후보들은 현재 20만원 수준의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대부분 제대로 된 재원 방안을 내놓지 못해 포퓰리즘 공약이라며 믿지 않는 사람이 많다. 일하는 노인이 많은 나라 한국에서 은퇴는 사치일까./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5-10

나는 `히포시`

경북도가 지난 2일 모든 공무원이 참여한 가운데 양성평등을 다짐하는 `히포시`(He For She) 캠페인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히포시`란 유엔여성(UN Women)이 추진하는 양성평등 연대운동을 말한다.경북도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간부공무원이 솔선수범해 모든 정책에 양성평등 의지를 담기로 한 것이다. 경북도는 간부 공무원의 `히포시` 캠페인을 시작으로 도내 대학생과 중고교학생 등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는 우수기관과 우수자를 발굴, 시상도 한다고 한다.`히포시` 캠페인은 원래 유엔 여성권익 총괄 조직인 `유엔여성`이 남성들에게 성 평등 지지자로 나서 달라는 요구를 한 것이 시발이 되었다. 영화 해리포터의 `헤르미온느` 역의 배우 엠마 왓슨이 유엔여성 친선대사다.그녀의 `히포시` 연설 동영상은 1천만명이 다녀갈 만큼 인기를 모았다고 한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히포시` 캠페인은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 남성들의 동참을 이끌어냈다.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 뢰프벤 스웨덴 총리 등을 비롯한 세계적 인기 스타들도 동참했다.인구에 비해 세계적으로 `히포시` 캠페인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아이슬란드다. 아이슬란드 남성 20명 중 1명이 `히포시` 캠페인에 참여했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성 평등 국가다운 면모다.우리나라도 자치단체나 직장 등을 통해 이 캠페인 운동을 벌이고 있으나 아직은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6년 성별격차 지수를 보면 한국은 조사대상 144개국 중 116위에 머물고 있다. 다소 충격적인 결과다. 고위공직자 수나 국회의원 비율, 유사업무의 성별 임금 등에서 한국여성의 사회적 의사 결정권이 많이 낮아 있음을 의미한다. 경북도의 이번 캠페인은 이런 점에서 더 관심을 끈다.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일회성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전 시·군까지 확대하는 양성평등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한다. 남존여비 사상이 강한 경상도 권역에서 펼치는 이번 운동이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하는 바람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5-08

골든크로스

주가를 기술적으로 분석해 예측하는 지표의 하나인 `골든크로스(golden cross)`가 5월 9일 치러질 대선무대에 등장했다. 주식시장에서 자주 사용되는 골든크로스는 주가나 거래량의 단기 이동평균선이 중장기 이동평균선을 아래에서 위로 돌파해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단기 골든크로스가 나타났다면 5일 간 주가의 평균가격(5일 이동평균선)이 20일간 주가의 평균가격(20일 이동평균선)을 넘어서는 현상을 말한다. 이것은 최근 5일 간 투자심리가 지난 20일 간 투자심리보다 좋아지면서 주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나타내는 신호다. 증권시장에서 골든크로스는 향후 장세의 상승신호로 해석된다. 정치판에서 `골든크로스`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보수세력 재결집을 상징하는 용어로 등장했다. 홍 후보는 그동안 문재인·안철수 후보에 이어 지지율 3위를 기록해왔지만 줄기차게 안철수 후보를 따라잡는 `골든크로스`를 이루고, 문재인 후보까지 제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홍 후보는 3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남은 일주일을 활용해 5월 7일 골든크로스를 이루고 5월9일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공교로운 것은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는, 깜깜이 대선의 길목에 선 이날 홍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이 소수점 한 자리까지 동률을 이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정말 `골든크로스`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1~2일 전국 유권자 1천1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홍 후보는 지난달 중순보다 8.4% 포인트 오른 18.6%로, 같은 기간 13.7% 포인트 하락한 안 후보와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에 마지막으로 이뤄진 것이다. 홍 후보의 이같은 지지율 상승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독주체제를 견제하려는 보수 표심이 선거운동 막판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홍 후보 측의 분석이다. 정치판의 골든크로스가 어디까지 위세를 뻗칠지 궁금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5-04

아쉬운 `TV토론`

대선 후보 TV토론 정치가 가장 활성화된 나라는 미국이다. 2012년 11월 열린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가 출연한 TV토론은 매회 5천만~6천만명이 시청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에서는 존 F. 케네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등이 TV토론을 통해 대선의 주도권을 잡았다. 미국 이외에도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은 TV토론을 통해 대선 후보를 집중적으로 검증함으로써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준다. 미국 TV토론회는 주로 정책적인 이슈를 두고 이야기가 오가는 반면, 국내 TV토론은 정치 공방으로 흐르는 경향이 강하다. 국내에서는 1997년에 대선 후보자간 합동 TV토론이 처음으로 공식 도입됐다. 그해 12월에 중앙선관위 주최로 세 번의 TV토론이 열렸으며, 평균 시청률이 50%를 넘을 만큼 관심이 집중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될 때도 TV토론에서 선전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2002년에는 노무현·정몽준 후보가 단일 후보 결정을 위해 TV토론을 벌였고, 이회창·노무현 후보간 TV토론에는 처음으로 후보자간 상호 토론 방식이 도입됐다. 지난 2007년 대선 과정에 법정 TV토론은 12월에 세 차례, 언론사나 개별단체 주최 TV토론까지 합하면 약 50차례 열렸지만 이명박 대세론 탓에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이번 대선에서는 TV토론이 후보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동아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TV토론을 보고) 지지후보를 바꿀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37.1%, “바꿀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56.4%로 집계됐다. 유권자 3명 중 1명 이상이 “TV토론을 시청하고 난 뒤 지지후보를 바꿀 의향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5차례의 TV토론에 이어 2일 마지막 6번째 TV토론회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토론이 서로를 깎아내리는 데 치우쳤다는 아쉬움이 크다. 마지막 토론회는 각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나가겠다는 구상으로 평가받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5-02

“연휴야 놀자”

5월 황금연휴가 찾아왔다. 근로자의 날과 석가탄신일, 어린이 날, 어버이 날, 대통령 선거일로 이어지는 황금연휴를 맞아 가족단위 여가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전국 방방곡곡이 붐비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부터 관광지 등에는 연휴를 만끽하려는 인파로 붐벼 선거 분위기가 일시 뒷전으로 밀려난 느낌이다. 월급쟁이들에겐 경제적 부담이 많은 연휴지만 가족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며 자신을 충전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국토교통부는 한국교통연구원의 교통수요조사 결과를 인용해 석가탄신일인 3일부터 일요일인 7일까지 5일 동안 이동인구가 총 3천175만명에 이를 것이라 했다. 어린이날인 5일이 748만 명으로 가장 많고, 연휴가 끝나는 7일에도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로 689만명 정도가 이동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공항공사는 5월 황금연휴 기간 동안 국내선과 국제선을 이용하는 승객이 217만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작년 동기보다 12.3%가 늘어났다. 이 기간 동안 임시항공편을 포함 모두 1만2천839편의 항공기가 운항된다.연휴기간 동안 전국에서 열리는 축제도 다양하다. 우리지역에서 열리는 문경전통 찻사발축제는 도자기 작가들의 세계 교류장으로 정평이 나 있는 행사다. 대구 약전골목 일원에서 개최되는 대한민국 대표 한의학 축제인 대구약령시 한방문화축제도 연휴기간동안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함평나비축제와 남원춘향제 등 지역마다 대표축제를 황금연휴기간에 개최하면서 축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경북도는 `5월 황금연휴 경북관광 대 바겐세일`에 들어갔다. 오는 14일까지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과 포항운하 등 경북도내 134개 관광지에 대해 입장료를 받지 않거나 30~50%까지 할인해 준다. 호텔과 음식점도 같은 기간 특별 세일을 실시한다. 지역경제도 살리고 지역민의 부담도 줄여주는 기획이다.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가계 지출을 걱정하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지역단위로 펼쳐지는 다양한 축제 등을 뷔페식으로 골라 즐긴다면 알뜰 연휴도 가능하다. 연휴를 즐기는 지혜가 돋보일 때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5-01

드론의 변신

국내 중학교 1학년 학생이 국제 드론 경연대회에 나가 1억원이 넘는 상금을 받아 화제다. 경기도 파주시에 사는 13살짜리 드론 천재 학생은 작년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드론 레이싱 대회인 `아시아컵 상하이`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아시아의 고수 140명이 참가한 대회였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그의 우승은 세간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는 2016년 1월 처음으로 드론 조종을 시작했다고 한다. 조종을 한 지 두 달 만인 그해 3월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 드론레이싱 대회에서도 우승을 하는 기염을 토했다. 상금도 5만 달러 받았다.드론(Drone)은 약 100년 전 군사용 무인기를 개발하면서 시작한 것이 시초라 한다. 무기를 실은 무인기가 원격으로 날아가 적을 타격하는 군사용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지금은 조종사 없이 무선전파로 비행과 조정이 가능한 무인 비행기나 무인 헬리콥터를 드론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에 본격 소개된 것은 5년 정도다. 그러나 드론의 활용도는 날로 발전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에서부터 뉴스에 이르기까지 경계가 없다. 세계적인 쇼핑몰이자 물류기업인 아마존에서는 드론을 이용한 택배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우리나라도 드론의 택배사업 참여가 관심으로 등장했다 한다. 일본의 가미카제처럼 중동에서는 자살 폭탄 드럼이 개발되기도 했다. 호주에서는 개를 대신해 양떼몰이에 드론을 사용한다는 소식이다.한국도로공사는 다리 점검용 드론 개발에 나선다고 한다. 드론을 활용하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교량을 효율적으로 점검할 수 있고, 교량 점검 때 차로를 막는 불편도 해소 할 수 있다고 한다. 드론의 `홈 인식 시스템`도 관심을 끈다. 주인이 외출 중일 때 가정집을 감시하는 드론의 기능을 말한다. 방문객의 동향을 스마트 폰으로 수시로 알려주고 위급한 때는 경찰에게 연락도 취할 수 있게 한다고 한다. 드론의 편의성에 놀라울 뿐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예고된 가운데 드론의 변신은 우리 일상에 어떤 변화를 줄까. 인간은 과연 기계의 노예로 전락할 것인가./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4-28

인형 뽑기 열풍

요즘 인형 뽑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2016년 전국에 21곳에 불과하던 인형 뽑기 가게가 2017년 들어와서 1천700여 곳으로 늘었다고 한다. 인형 뽑기에 빠진 사람들은 20대 청년층에서 중장년층까지 다양하다. 다 큰 어른들까지 부질없어 보이는 인형 뽑기에 정신없이 빠져드는 이유는 뭘까. 인형 뽑기 열풍은 특정한 심리법칙이 작용한 결과다.우선 `도박사의 오류`다. 흔히 50% 확률의 도박에서 `이번에 잃었으면 다음번에는 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확률을 잘못 이해한데서 발생하는 오류다. 50%의 확률은 각 시행마다 독립적이다. 즉, 사람들은 앞에 나타난 사건의 결과가 다음 사건까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심리적 오류를 겪는다. 대표적인 사례로 1913년 모나코 몬테카를로 카지노에서 일어난 일이다. 룰렛게임에서 20번 연속으로 공이 검은 색에 떨어졌다. 그러자 도박사들은 일제히 “이번에는 반드시 붉은 색일거야”라고 생각해 붉은색에 큰 돈을 걸었다. 하지만 공은 계속해서 검은색에 떨어졌다. 놀랍게도 공은 20번을 넘어 26번까지 검은색에 떨어졌다. 인형 뽑기도 여러 번 못 뽑았으니 이번에는 뽑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까 계속 시도하게 된다.반대로 `뜨거운 손(Hot Hand)`오류도 있다. 농구 경기에서 한 선수가 신들린 듯이 슛을 연달아 성공하면 저 사람한테 패스를 하면 점수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통계를 보면 특정 선수에게 패스한다고 해서 평균 이상으로 슛을 성공한 경우는 드물다. 자유투 실험에서도 첫 번째 슛의 성공 여부와 두 번째 슛의 성공 여부는 유의미한 관련이 없다.인형 뽑기에서 이번에 성공했으니까 또 성공할 것 같지만, 각각의 시행 확률은 아까와 똑같이 50%다. 이 역시 심리적 오류다. 또 경제적 불황기에 큰 돈 들지 않으면서 자기 기호에 맞는 일에 돈을 소비, 소소한 대리 만족을 얻으려는 심리효과를 가리키는 `립스틱 효과`(여성) 또는 `넥타이 효과`(남성)가 인형뽑기 열풍에 작용한다는 주장도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4-27

고령화와 노인복지

국민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 사회보장 연금을 받는 사람은 급격히 늘어나고, 이를 위해 세금을 내는 노동인구는 급격히 줄어든다. 국가의 사회보장 부담이 늘어나는 악순환 구조다. 우리나라 인구의 평균 연령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1970년 23.6세이던 나라 인구의 평균 연령이 2000년에 들어서 40세를 훌쩍 넘어섰다. 행정자치부가 최근 발표한 대한민국 주민등록 평균 나이는 2017년 3월 현재 41.2세다. 지역별 편차도 많았다. 도시지역보다는 농촌지역이 평균 6세나 높았다. 가장 평균연령이 낮은 곳은 광주 광산구(36.0세)와 경기 화성(36.1세), 오산(36.2세) 순이었고 가장 높은 곳은 경북 의성(55.1세), 경북 군위(54.7세), 전남 고흥(54.0세) 순이었다. 17개 시도별로 볼 때 평균 연령보다 낮은 곳이 7군데, 높은 곳은 10개 군데다. 고령화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문제는 고령화 속도다. 한국은 1980년도만 해도 65세 이상 인구가 총 인구에 차지하는 비율이 3.8%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0년도에 7%를 넘어섰고 2015년 13%, 2026년 20%, 2050년은 35.9%까지 올라간다고 전망됐다. 우리는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7%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 14%를 넘어서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 사회라 부른다.프랑스는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 넘어가는데 157년 걸렸다고 한다. 영국도 100년 정도다. 한국은 예측 전망치대로 간다면 불과 26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령화는 세계 각국의 공통 고민거리로 등장했다. 경제적 성장으로 자연수명이 늘어나는 데 따른 부차적 문제다. 일본의 인구 평균 연령은 한국보다 높은 46.5세다. OECD는 일본의 경우 낮은 출산율과 가파른 고령화로 매년 1%정도의 노동인구가 감소한다고 보고서를 냈다. 중국도 2020년에 가면 2억4천800만명의 노령인구가 발생한다고 한다. 유럽 전체 노령인구보다 많은 숫자다. 우리나라 노인복지에 대한 국가차원의 근본 대비가 필요한 때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4-26

마타도어

`마타도어`는 근거없는 사실을 조작해 상대편을 중상모략하는 정치가들의 흑색 선전을 가리킨다. 이 말의 유래는 마지막에 소의 정수리를 찔러 죽이는 투우사(bullfighter)를 뜻하는 스페인어 `Matador`(마따도르)에서 비롯됐다. 투우 경기에서 주연을 맡은 투우사는 투우를 유인하여 칼로 찌른다. 이런 투우사의 행태를 비유해 남을 중상 모략하는 정치가 또는 중상 모략을 `마타도어`라고 부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5·9 장미대선`에 나온 대선후보들의 TV토론이 `마타도어`로 얼룩지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3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열린 19대 대선 후보 초청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외교·안보·대북정책 및 권력기관·정치개혁 방안 등을 놓고 깊이 있는 토론을 하기로 했으나 정작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 제시보다는 상대방 후보들에 대해 인신공격과 `네거티브`가 난무하는 `마타도어` 만 가득했다.특히 안철수 후보는 작심한 듯 문재인 후보를 향해 선대위 차원의 조직적인 네거티브 공세 의혹을 제기했다. 안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문 후보를 향해 “제가 갑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라고 물었고, 문 후보는 “다시 말해달라”“무슨 말인가”라며 세 차례나 되물었다. 똑같은 질문으로 신경전을 펼친 후 안 후보는 “`안철수 갑질·부패 프레임` 공세를 강화하고, 안철수를 폄하하는 비공식 메시지를 SNS에 집중적으로 확산하라”는 내용이 담긴 민주당 전략본부 전략기획팀 명의의 `네거티브 문건`을 폭로했다. 이 밖에도 안 후보는 “제가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바타인가”, “공무원 임금 30% 삭감한다든지 하는 가짜뉴스가 퍼뜨려진다”는 등 문 후보측의 조직적 네거티브 의혹을 제기했다.TV토론을 통해 대선 후보들의 미래비전, 안보·경제위기의 해법 등을 보고, 듣고 싶었던 국민들에게는 실망스런 대목이었다. 마타도어는 이제 우리 정치판에서 없애야 할 적폐 중의 적폐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