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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미국인의 `총기 딜레마`

미국인이 총기를 소지하게 된 것은 영국 식민지에서 출발한 미국의 역사적 배경과 관계가 있다. 식민지 개척자 시대의 총기 필요성과 독립전쟁 때의 민병대 활약 등이 총기 소지를 합법적으로 허락하는 문화적 배경이 된다. 이미 수백 년 이어온 총기소지 문화를 바꾼다는 것도 쉽지 않다. 미국은 총기산업이 이미 자국 주요산업으로 한 축을 이룬다. 총기 판매로 인한 세수만 약 46억 달러다. 미국 총기협회(NRA)의 로비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미국에서의 총기사고는 일상에 속한다. 통계적으로 보면, 미국인의 총기 사망사고는 교통사고 다음으로 많다. 2004년부터 10년 간 총기사고로 숨진 이는 모두 31만여 명이다. 연간 3만명 이상이 숨진 셈이다. 이달 14일에도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총기사고가 일어나 4명이 숨졌다. 한 배송업체 창고에서 직원 1명이 총기를 난사, 동료직원 3명을 살해하고 자신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보다 앞선 6일에는 테네시주 내슈빌 다운타운 아파트에서 2살짜리 어린이가 쏜 총에 7살 난 사촌누나가 숨졌다. 경찰은 “2살짜리 아이가 어떻게 총을 갖게 됐는지는 조사 중”이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어린아이가 총을 갖고 놀다가 오발 사고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게 일어난다. 대체로 부모들의 총기류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경우다. 어쨌거나 미국은 “술보다 총을 사기가 쉬운 나라”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총기사고의 원인도 따져보면 언제 어디서든 총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데 있다. 미국에서 총기 구매는 `누워서 떡먹기` 라 한다. 주별로 조금은 다르지만 간단한 신원조회만 거치면 별 문제가 없다. 총기상이 책방보다 많다고 하니 실상을 달리 설명할 필요가 없다.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하지 못할 게 너무 많다. 한해 3만명 이상이 사망한다는데 국가가 제재를 못하는 것도 이상하다. 최근 미국 발 총기사고 소식을 들으며 한 나라의 사회적 관습이 끼치는 사회적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게 한다. 아마도 이 문제는 미국인의 딜레마로 오랫동안 남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6-19

`호국영웅 지용호로`

지난 5일 서울 청운동 자하문 고개 현충시설에서는 무장공비를 방어하다 숨진 말단 경찰관 흉상 제막식이 있었다. 흉상의 주인공은 종로경찰서 소속의 고(故) 정종수 경사다. 1968년 1월 21일 무장간첩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침투를 방어하다 당시 종로경찰서장인 최규식과 함께 총을 맞고 숨진 경찰관이다. 1·21 무장공비 침투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대통령 관저 폭파, 요인 암살, 국내 주요 시설폭파 등의 임무를 지닌 북한 무장군이 서울 중심부까지 침투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이 사건은 공비 29명이 사살되고 1명 도주, 1명이 체포되면서 종결됐다. 우리 쪽도 군·경 30명, 민간인 8명이 숨지는 피해를 입었다.사고가 난 뒤 최 서장은 자하문 고개에 동상이 세워졌다. 정 경사의 동상은 그가 숨진 지 49년 만에 세워졌다. 경찰 내부에서 정 경사의 호국 충절 정신을 최 서장과 같이 기리자는 뜻이 나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세웠다고 한다. 국가 안보를 위해 목숨을 던진 그의 충성심이 뒤늦게나마 동상으로 빛을 본 것은 다행한 일이다.최근 봉화군이 부하의 목숨을 살리고 자신을 희생한 고(故) 지용호 봉화경찰서장의 희생정신을 널리 알리는 도로명을 지명했다는 소식이다. 봉화군 도로명주소위원회는 봉성면 봉성 삼거리에서 지서장 순직비가 있는 곳까지의 2.3㎞ 도로를 `호국영웅 지용호로`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지 서장은 1949년 6월 17일 봉화 재산면에 공산당이 출현했다는 소식을 듣고 40여 명의 토벌대를 이끌고 가다 7명이 전사하는 사고를 당하고 나머지도 몰살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 때 지 서장은 자신이 봉화경찰서장임을 밝히고 “나는 죽이고 다른 사람은 살려 달라”는 요구를 했다. 지 서장은 그 자리서 목숨을 잃었다. 다행히 나머지 사람들의 목숨은 건졌다고 한다. 당시의 그의 나이는 36세다.호국보훈의 달이다.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한 영령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이 맥을 끊지 않고 이어진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숭고한 영령들의 뜻을 다시 한번 새겨보면 좋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6-16

무인기

무인기(pilotless aircraft, Drone, 無人機 )는 항공용어사전에는 비행승무원이 없이 원격조정 장치에 의해서 조종되는 비행기로 정의되지만, 군사용어사전에는 원격조정 또는 자동적으로 조정되는 항공기, 차량 또는 함정을 가리킨다.초창기 장거리 항공기의 조종실에는 5명이나 되는 조종사가 탑승하던 것이 통신장비와 항법장치, 컴퓨터 기술의 눈부신 발달에 따라 현대 여객기에는 2명의 조종사가 비행기를 조종한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무인기가 대세가 될 지 모른다. 무인기는 1910년대부터 개발되기 시작했다. 무인기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이 하던 위험하고 힘든 임무를 대신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넓은 지역을 오랜 시간 돌아다니며 산불을 감시하거나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지역을 조사하고, 대공미사일 등이 설치되어 격추될 위험이 큰 지역을 정찰하는 임무 등에 적합하다. 기상관측이나 태풍추적, 어군탐지, 해안경비 등의 용도에도 사용된다. 넓은 지역의 농약 살포에도 이용된다.무인기가 가장 유용하게 사용되는 분야는 군사용이다. 1960년대 베트남전쟁에서 군사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던 군사용 무인기는 1970년대부터 전투에서 큰 활약을 하기 시작했다. 정찰활동으로 목표물의 위치를 파악할 뿐만 아니라 훈련용 표적이 되기도 하고, 최근에는 미사일을 이용하여 적진을 성공적으로 공격하기도 했다.최근 강원 인제군 남면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경북 성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를 공중 촬영한 것으로 밝혀져 항공방어망이 뚫렸다는 여론의 비판이 뜨겁다. 군 당국에 따르면 비행체에 장착됐던 일제 소니 카메라의 메모리 카드(64GB)를 분석한 결과 400~500장의 사진이 발견됐고, 이 가운데 10여 장이 성주의 사드 포대를 촬영한 것이고, 나머지는 산이나 임야를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이미 무인기를 군작전에 활용하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 군이 사용하는 레이더로는 길이 3m 이하의 소형 무인기는 제대로 탐지하지 못한다고 한다. 무인기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6-15

쩍벌남 퇴치운동

싱가포르의 공공질서 유지정책은 유별난 것으로도 유명하다.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버리면 한화로 35만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한다. 공공의 질서를 해치면 외국인이라도 과감하게 태형 체벌을 내린다. 1992년 싱가포르 정부는 역 안에서의 껌 판매를 금지했다. 껌을 씹은 사람들이 껌을 함부로 버려 도시미관을 망치고 있다고 판단해 껌 판매를 중단한 것이다. 공공의 질서를 위해 개인이 껌을 사서 씹을 수 있는 선택권을 없앤 별난 정책이다. 전 세계는 싱가포르의 이런 정책을 두고 국민의 자유를 무시하는 수준 낮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국민을 어린아이 다루듯 정부가 사사건건 간섭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 하는 이른바 `유모국가`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싱가포르의 국부로 추앙되는 리콴유 전 총리는 외부의 비판에 대해 “정부는 국민을 교육하고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르칠 의무가 있다”고 맞받았다. 그는 국민에 대한 교육과 강력한 제재를 통해 싱가포르를 부패하지 않고 깨끗한 이미지의 나라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국가가 개인에 우선 한다`는 철학으로 싱가포르를 `작지만 강한 나라`로 이끌어낸 인물이다.스페인 마드리드시 의회가 여성단체와 손잡고 쩍벌남 퇴치 캠페인을 벌인다는 외신이 떴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다리를 지나치게 벌리고 앉아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는 쩍벌남에게 경고를 주는 스티커가 차내에 붙어졌다고 한다. 시민들의 반응도 뜨겁다. 1만5천 명이 서명한 청원서가 마드리드시로 보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쩍벌남들의 무례한 행동이 서구에서도 역시 문제가 되는 모양이다. 스페인보다 앞서 2014년 미국 뉴욕에서도 쩍벌남 퇴치 캠페인이 벌어졌다고 한다. 맨스프레딩(manspreading)이라는 신조어가 생길만큼 사회이슈가 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1인 1좌석제를 통한 계몽과 벌칙을 준다고 한다. 공공장소에서의 매너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요한 사회적 관습으로 인지되고 있다. 국가가 간섭하기보다 개인 스스로가 예절을 지키려 노력하는 것이 선진 국민의 태도가 아닐까 싶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6-14

시정연설(施政演說)

시정연설이란 대통령이 행정부 예산안 등의 국정에 관한 연설을 하는 것을 말한다. 국회법 제84조에 따르면 행정부의 예산안과 결산은 소관상임위원회에 회부하고 소관상임위원회는 예비심사를 한 후 그 결과를 의장에게 보고한다. 이 경우 예산안에 대해 본회의에서 정부의 시정연설을 듣게 된다. 시정연설은 예산편성과 관련된 경제·재정에 관한 정책적 사항뿐만 아니라 사실상 국정 전반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이 담기게 된다. 헌정 사상 최초의 시정연설은 노태우 전 대통령(1988년 10월)이 했으며,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도 취임 첫해인 2003년과 2008년 정기국회를 포함해 각각 2차례씩 국회에서 연설을 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2013년 11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해 시정연설을 한 4번째 대통령이 됐다. 우리나라는 취임 첫해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이듬해부터는 국무총리에게 연설문을 대신 읽게 하는 대독(代讀)이 관행처럼 돼 있다. 하지만 헌법상 정부의 수반(首班)이 대통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대통령이 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에서 한 시정연설은 취임(지난 5월10일)후 한 달여 만이니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빠른 시정연설이고, 추경예산안 설명을 한 대통령은 아무도 없었기에 최초의 추경 시정연설이라 하여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다.문 대통령은 이번 시정연설에서 무엇보다 일자리 추경예산안의 절박성과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 사례로 문 대통령은 실직과 카드빚으로 근심하던 한 청년이 부모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에 “다음 생에는 공부를 잘 할게요” 이렇게 썼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 보도를 보며 가슴이 먹먹했던 것은 모든 의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우리나라의 실업률이 지난 4월기준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인 11.2%를 기록했고, 체감실업률은 24% 안팎이라는 수치도 들었다. 문 대통령은 연설 도중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고통을 껴안읍시다”란 대목에선 목소리가 잠깐 잠기기도 했다. 국회가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6-13

`버핏`의 긍정 정신

워렌버핏(86)은 투자의 귀재로 불린다. 그가 투자하면 바로 돈이 된다 하여 그를 투자의 귀재라 한다. 그의 명성만큼이나 그의 생각을 빌리려는 사람들도 많다. 그는 올해도 자신과 점심을 먹으면서 투자를 논할 사람을 찾는 입찰을 붙였다고 한다. 버핏과의 점심은 경매를 시작한 지 불과 2분 만에 100만달러(약 11억원)를 넘어섰다. 지난 9일 마감한 입찰금액은 267만9천달러였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30억원이다. 이 돈은 빈곤퇴치 재단인 클라이드로 기부된다. 그는 1999년부터 그와의 점심을 경매에 부쳐 지금까지 2천369만달러를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사용했다. 86세라는 고령에도 많은 사람이 그와의 점심을 희망한다. 중국의 신흥 재벌이나 싱가포르의 부호들이 앞다퉈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하니 그의 인기가 놀랍다. 워렌버핏은 어렸을 때부터 껌이나 콜라, 주간 신문 등을 팔고, 할아버지 가게에서 일하는 등 돈을 벌고 모으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억만장자면서 검소한 생활 태도를 지닌 갑부로도 유명하다. 2006년에 재산의 85%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정 했다. 2008년 그는 처음으로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재력가 1위에 올라섰다. 영향력도 점차 커져 2012년에는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들어갔다.올해도 그는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부자 순위에서 756억달러(84조원)로 2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버핏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미국의 경제 및 금융 방송채널인 CNBC는 버핏이 지난 40년간 사용한 단어들을 정밀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손실(loss), 수익(gain), 가치(worth), 중요한(significant), 부채(debt), 탁월한(outstanding) 등을 가장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CNBC는 주로 긍정적 의미의 단어를 많이 쓴 것으로 보고 이것이 그의 성공 동력이라고 분석했다.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은 희망을 잃지 않겠다는 집념의 다른 표현이라 보아도 된다. 돈을 버는 투자의 개념에서도 `긍정의 힘`은 통하는 모양이다. 그는 “시장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희망을 잃지 말아야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6-12

비슬산(琵瑟山)

동양학 학자이며 칼럼니스트인 조용헌 박사는 경상도 사람들의 기질을 가리켜 태산교악(泰山喬嶽)이라는 표현을 썼다. 태산교악이란 “큰 산처럼 탁 버티고 있는 무뚝뚝한 모습”을 이른다. 그는 경상도에 높은 산이 많아서 그렇단다. 대구의 북쪽에는 팔공산, 남쪽에는 비슬산이 있다. 둘 다 높이가 1천m를 넘는다. 도시를 가운데 두고 큰 산이 이처럼 둘러싸고 있는 도시는 드물다고 했다. 더 눈길이 가는 것은 팔공산은 양기가 강해 대구의 아버지 산이요, 비슬산은 부드러움이 많아 대구의 어머니 산이라고 했다. 이런 비슬산이 본격 개발된다는 소식이다.비슬산은 대구시와 달성군, 청도군에 걸쳐 길게 뻗쳐있다. 산 정산에 있는 바위의 모습이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과 닮았다 하여 비슬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달성군지에는 비슬산을 일명 포산(苞山)이라 기록하는데 수목이 많다는 뜻이다. 신라시대 인도 스님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인도식 발음으로 비슬이라 불렀다는 설도 있다.비슬산에는 여느 산보다 많은 사찰들이 산재한다. 유가사와 소재사, 용연사, 용문사, 임휴사, 용천사 등 각 사찰들이 산세를 찾아 자리를 틀고 있다. 2014년 복원 중창된 대견사는 원래 절터만 남아 있던 곳이다. 동화사와 달성군이 복원했다. 이 절은 설악산의 봉정암과 지리산의 법계사와 더불어 1천m 이상에 자리 잡은 사찰이다. 고려 고종 4년 초임주지로 부임한 일연스님이 삼국유사 집필을 구상하며 35년간 머물렀던 절로도 유명하다. 1917년에는 일본을 바라보며 일본의 기를 누른다는 이유로 강제 폐사되는 수난을 겪은 절이다.조용헌 박사가 30년간 전국을 답사하며 선정한 명당 22곳을 책으로 냈다. 대견사 터도 그 중 하나다. 비슬산은 진달래 명산이다. 봄에 피는 진달래와 가을의 억새 등의 경관은 일품이다. 이곳 암괴류는 천년기념물로 지정돼 볼거리를 제공한다. 비슬산이 대구 1호 관광지가 됐다고 하니 드디어 그의 진면목이 알려진 셈이다. 대구시가 힐링 관광명소로 꾸밀 비슬산은 이처럼 숨겨놓은 스토리만으로도 훌륭한 관광 콘텐츠가 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6-09

파리기후협정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전세계 195개국이 지구온난화를 막기위해 온실가스 감축을 합의한 파리협정이 미국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탈퇴를 선언해 파문이 일고있다.파리기후협정은 2015년 12월 12일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본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주도로 195개 당사국이 채택한 협정을 말한다.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 온도가 2℃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1997년 채택한 교토의정서를 대체해 2020년 이후 적용할 새로운 기후협약이기도하다. 교토의정서에서는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있었지만 파리협정에서는 참여하는 195개 당사국 모두가 감축목표를 지켜야 한다. 195개 당사국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0%이상을 차지한다. 협정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각 국가가 자발적으로 정하는 `국가결정기여(NDC)`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NDC로 2024년까지 26~28% 절대량 감축을 약속했고, 중국은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 대비 배출량 기준 `60~65%`감축, 한국은 2030년의 목표연도 배출전망치 대비(BAU) 37% 감축 목표를 제출했다.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부터 파리협정 파기를 공공연하게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에는 파리협정에 따른 이행조치인 `탄소세 도입`을 백지화하고, 최근 열린 G7정상회의에서도 협정 반대의사를 밝혔다. 미국이 세계적인 기후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1년 3월 자국의 산업보호를 이유로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하기도 했다.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 결정이 알려지자 뉴욕, 캘리포니아 등을 비롯한 미국의 13개주 주지사, 19개 주 검찰총장, 200여 도시의 시장 등은 공동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결정을 비판했다. 지구의 온난화를 조금이라도 늦추고 부작용을 막으려면 전세계가 힘을 모아야 하건만, 트럼프 미 대통령의 극단적인 자국이기주의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6-08

`모성의 힘`

옥시토신은 뇌하수체 후엽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출산 때는 자궁수축을 촉진하며, 수유 때는 젖의 분비를 돕는 활성 호르몬이다. 우리나라 대표적 정신과 의사인 이시형 박사는 그의 저서 `옥시토신의 힘`에서 옥시토신을 `사랑의 묘약`으로 표현한다. 그는 모성의 위대한 힘은 옥시토신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인공 수유한 엄마보다는 모유 수유한 엄마한테서 옥시토신의 분비량이 훨씬 많이 나온다고 한다. 옥시토신이 여성에게만 있는 물질은 아니다. 이 물질은 남성에게도 생성이 된다. `애정물질`이라는 별칭처럼 다른 사람과의 좋은 스킨십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에 평소 친절하고 사랑스런 행동을 많이 나눠야 분비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 박사는 옥시토신 분비를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5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용서하기, 다음 감사하기, 스킨십하기, 움직이기, 마지막으로 봉사하기다. 이를 행동으로 실천하면 좋은 분비물이 몸에서 저절로 생성돼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혼자서 밥을 먹는 혼밥족, 혼술족한테는 아무래도 불리한 내용이다. 그는 현대인이 받는 스트레스를 견제하라 했다. 스트레스로 인한 분노나 부정적인 감정들은 옥시토신 분비의 방해꾼이라는 것이다.최근 중국에서는 뇌성마비 아이를 홀로 키워 미국 최고의 명문 하버드대학에 입학시킨 한 어머니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어머니 날`을 맞아 힘들게 아이를 키운 이 어머니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소개했다. 이 어머니는 태아가 뇌성마비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경고에도 출산을 결정했다. 이후 뇌성마비 아이의 정상적인 성장을 돕기 위한 엄마의 지극 정성이 끝내 기적을 만들어 냈다. 아이는 자라 지금 29살의 청년이 됐다. 중국 베이징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작년에는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과정에 입학하는 영광도 안았다. 뇌성마비 청년은 “모든 영광은 엄마의 덕”이라 인터뷰 했다. 모성애는 늘 우리들에게 감동을 주어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옥시토신의 힘`이 위대한가 `모성의 힘`이 위대한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6-05

`택스 쉐이밍` 논란

국세청이 상습적으로 세금을 체납하고 있는 체납자에 대해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른바 택스 쉐이밍(Tax Shaming) 방법의 도입이다. 우리말로 번역한다면 `세금 체납자 망신주기`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우리나라도 현재 3억 원 이상 고액 상습 체납자는 국세청 홈페이지에 명단이 공개된다. 개인 신상에 대한 정보가 공개됨에 따라 사실상 이것도 망신주기 수단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고액 상습체납자에 대한 제재에도 불구, 징수율이 저조해 이번에는 국세청이 공항 세관검색을 통한 창피주기에 나섰다고 한다. 국세청은 일부 체납자들이 재산을 몰래 숨겨 해외여행을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일삼고 있다는 소문이 돌자 5월부터 상습체납자 명단을 공항 세관으로 자동 통보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체납자가 입국할 때 소지한 휴대품이나 수화물에 대한 전수 검사를 벌여 고가 물건이나 현금은 즉시 압수하는 방법이다. 강제 압박 효과와 주변 사람들에게 체납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망신주기 효과를 노린 수단이다.외국에서도 비슷한 망신주기 방법이 체납세 징수 수단으로 빈번히 동원된다. 영국은 세무당국이 자존심을 건드리는 편지를 쓴다고 한다. “당신만 빼고 마을 사람들은 이미 세금을 다 냈다”는 식이다. 인도의 한 도시에서 사용되는 방법은 독특하다. 세금징수 직원이 북 치는 소년들을 앞세워 체납자 집 앞에서 북 연주를 한다고 한다. 연주곡이 흘러나오면 동네 사람들이 몰려들어 창피를 느낀 체납자가 스스로 세금을 납부케 하는 방법이다. 효과도 제법 있다고 한다. 어떤 체납자는 북 연주단이 오기 전에 세금을 자진해 납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징수율도 20% 정도 올랐다니 재미있는 현상이다. 체납자 망신주기는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의 관습을 적절히 이용한 수단이다. 그러나 인격침해 등의 반대의견도 있다. 일시적 충격요법이지 익숙해지면 약효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고의적인 상습 체납자에게 체면 등 인격적 처우를 하는 것이 과연 바른 것인지는 우리가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는 공동체 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6-02

슈즈트리

`슈즈트리`는 서울역 앞 고가도로를 녹색숲으로 재생한 `서울로7017`의 개장을 기념해 서울역 광장에 전시한 설치미술작품이다. 전체 약 100m 길이로 지난달 20일부터 9일간 전시된 후 철거됐다. 세계적인 환경예술가인 황지해 작가가 폐기처리될 3만켤레의 신발로 만들었다. 황 작가는 우리가 새로운 신발이 생기면 정 들었던 헌 신발을 버리는 것처럼 `새로움을 받아들이며 옛것의 멋과 가치를 잊어버리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의문을 표현했다고 한다. 슈즈트리는 설치 직후는 물론 철거된 지금까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우선 폐기직전의 신발 3만켤레를 사용해서 만들어진 작품이다보니 아무리 소독을 했다고 해도 작품을 본 시민들로부터 “악취가 나는 것 같다” “으스스해보인다”는 등의 악평이 많았다. 뼈대와 안전펜스, 그리고 신발과 함께 설치한 LED와 식물들까지 해서 총 1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었다는 점도 논란의 대상이었다.슈즈트리에 대한 가장 큰 논란은 바로 `예술이냐, 흉물이냐` 여부였다. 주관적으로 보면 지저분하고 악취가 나는 흉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설치미술은 멋지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버린 점에서 현대미술의 혁명가이자 `다다이즘`을 대표하는 프랑스 출신의 작가인 마르셀 뒤샹을 떠올리게 한다. 뒤샹은 1917년 제1회 `앙데팡당`전에 작품명`샘`이란 제목을 붙여 참가비 6달러를 동봉한 채 남자 소변기를 배달시켰다. 당시 전시회 관계자는 “이 작품이 허용된다면 아무거나 다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리며 전시를 거부함으로써 “이것이 예술인가”하는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때 뒤샹은 “예술이란 망막에 의한 것이 아니고, 개념으로 봐야한다”면서 “화가가 오브제를 선택하고, 새로운 명칭을 부여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면 바로 예술이 된다”고 주장했다. 뒤샹의 `샘`이란 작품 역시 소변기의 기능을 제거하고, 전시장으로 옮긴 뒤 `샘`으로 명명했다. 뒤샹은 이 작품으로 기존 예술의 표현과 가치를 부정하고 고정관념을 깨기 시작했다. 새 시대는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때 다가오는가 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6-01

`문화가 있는 날`

미국의 사회정치 전문가인 맥그레이는 2002년 국민문화총생산(Gross Nation Cool)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한 나라의 총체적인 문화 역량이나 영향력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국민총생산(GNP)에서 P(products)를 C로 바꾼 것이다. 그는 이를 계량화된 수치로 표현하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일본의 문화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음을 이같은 방식을 통해 발표했다고 한다.오늘은 문화가 있는 날이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은 2014년 1월부터 `문화의 날`로 지정 운영되고 있다. 아직 많은 사람이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문화의 날에 대한 홍보가 더 필요하다. 이 날은 영화관을 비롯 공연장, 박물관, 미술관, 고궁 등 전국의 주요 문화시설이 할인 또는 무료로 제공된다. 국·공립 도서관의 야간 개방이 확대되고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일부 스포츠 경기의 관람료도 할인되기도 한다.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다양한 문화 혜택을 제공하는 날이라 이해하면 된다. 가족과 함께 문화를 즐기기에 적합한 날이다.그러면 문화(文化)란 우리에게 무엇일까. 지금 우리의 삶에서 문화는 어떤 위치에 와 있는 것일까. 문화가 우리 삶에 주는 영향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이런 생각도 한번 쯤 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다.문화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인류의 삶이 발전하면 할수록 문화는 매우 다양한 의미로 사용돼 왔기 때문이다. 자연 상태의 사물에 인간이 작용을 가하여 변화시키거나 창조된 것이라면 모두 문화가 된다.문화의 날을 맞아 우리가 즐길 문화는 그리 큰 의미의 문화 영역은 아니다. 예술과 문학, 음악 등이 주류가 되는 협의의 문화 개념이다. 정부가 문화적 소양을 키우기 위해 제정한 문화의 날에 참여하는 좀 더 세련되고 교양 있는 시민이 되면 좋겠다.오늘은 조금 일찍 서둘러 퇴근을 하고, 가족과 함께 모처럼 문화를 만끽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 될 것 같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5-31

욜로(YOLO)족

욜로(YOLO)는 `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다.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해 소비하는 태도를 말한다. 미래, 또는 남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욜로족은 내 집 마련, 노후 준비보다 지금 당장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취미생활, 자기계발 등에 돈을 아낌없이 쓴다. 이들의 소비는 단순히 물욕을 채우는 것을 넘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과정에 있다는 점에서 충동구매와 구별된다. 예컨대 모아둔 목돈으로 전셋집을 얻는 대신 세계 여행을 떠나거나 취미생활에 한 달 월급 만큼을 소비하는 것 등이 해당된다.이들이 건강과 아름다움, 힐링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전국적인 소비성향도 바뀌고 있다.최근 닐슨코리아가 전국 19~70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인의 소비 생활`에 관해 조사한 결과 한국인은 자신의 수입 대비 평균 67%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명 중 1명(48.8%)은 자신이 원하는 생활을 하려면 수입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낌없이 현재를 즐기기 위해 저축보다도 스포츠나 패션, 여행, 리빙 등 다양한 소비를 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또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조사한 `국민생활체육 참여실태조사` 내용을 보면 주 1회 이상 운동하는 여성의 비율은 2016년 56.7%에 달한다. 야외활동을 하는 생활체육 인구가 늘어나는데다가 모바일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에 올라온 뷰티와 건강 크리에이터들의 영상을 보면서 따라하는 `혼자 운동족`도 급격히 늘고 있다는 것. 팔로워가 몇만 명에 달하는 이들은 스타가 되어 유행을 선도하고 집에서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운동법과 화장법을 알려주고 있다.그러다 보니 운동할 때 입기 좋은 스포츠웨어 론칭이 줄을 잇고 있고, 패션에서도 편안하면서도 운동할 때도 입을 수 있는 편안한 느낌의 옷차림이 인기다. 이들은 또 삶에 활력과 생기를 북돋워 주는 자유여행에도 관심이 많다. 세태의 변화는 사람도 그냥 두질 않는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5-30

호모 데우스

지난해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패배하자 세계 최고의 바둑 실력자인 중국의 커제는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길지 몰라도 나를 이길 수는 없다”고 장담했다. 그런 커제가 중국 저장(浙江)성 우진에서 열린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3전 전패를 했다.작년 이세돌과의 대결을 지켜본 일반인들은 커제의 패배가 이세돌 때만큼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미리 예견된 듯한 결과를 보는 정도랄까. 커제는 “알파고가 지난해만 해도 사람 같았는데 이제는 `바둑의 신`이 된 것 같다”고 언급했다.인공지능의 발전이 어느 영역까지 뻗칠지 아무도 예측을 못 한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해주고 인간에게 놀라운 선물을 줄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그 대신 인간이 받아야 할 대가가 무엇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사피언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란 신작이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 인공지능(AI)과 인류의 공존을 다룬 주제가 독자들의 마음을 끄는 모양이다. 인공지능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바둑 현장을 보면서 인간은 알파고의 미래 모습에 더 많은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호모 데우스`란 사람을 뜻하는 학명 호모(Homo)와 신(God)을 뜻하는 데우스(Deus)의 합성어다. 그래서 `신이 된 인간`으로 번역을 한다. 이 책에서는 7만년의 역사를 거쳐 마침내 지구를 정복한 인류가 앞으로 무엇을 추구하며 어디로 가야 할지를 두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심리학, 생명과학, 종교 등에 이르기까지 최신 논문을 두루 섭렵한 저자의 박학다식한 지식이 그리는 인류 미래에 대한 설명이라 할 수 있다.인공지능의 확장성을 바라보는 인간의 마음 한쪽에는 항상 인간의 한계를 우려한다. 과연 초능력적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커제의 말처럼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물에 우리가 신이란 이름을 붙여야 할지 고민스러워지는 순간이다. 의식은 없지만, 지능이 매우 높은 `알고리즘`이 우리보다 우리 자신을 더 잘 알게 된다면 다음 사회에서 인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각종 의문이 꼬리를 문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5-29

정치인과 노룩 패스(No look pass)

정치인 노릇하기가 어려워졌다. 정치뿐 아니라 요즘은 식당 운영하기도 쉽지 않다. 좀 괜찮다는 아이템을 개발, 시작하게 되면 금방 옆에서 똑같은 아이템으로 문을 열기 때문이다. 세상이 투명해졌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특정인이 특혜적 상황에서 돈을 번다는 것은 옛말이다. 정말로 열심히 기획하고 겸손히 일 해야만 남다른 성과를 내는 세상이 됐다. 좋은 세상으로 가는 것 같으나 그 만큼 힘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국회의원도 요즘은 갑질을 하다가는 된통 얻어맞기 십상이다.요즘 세상에 갑질이 통하질 않는다. 비록 보좌관이지만 형제 같은 우애로 인간관계를 맺어야만 올바른 지도자가 되는 세상이다.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이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으로 곤욕을 치르는 모양이다. 지난 17일부터 일주일간 일본여행을 마치고 입국하던 날 입국장에서 문제의 사진이 포착됐다. 입국장 문이 열리자마자 무심코 보좌관 쪽으로 밀어냈던 캐리어 전달 장면이 미국발 인터넷 사이트에 뜨면서 일파만파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미국 소셜뉴스사이트인 레딧은 김 의원의 이런 모습을 “한국 정치인의 스웨그(korean politician swag)”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스웨그란 `거들먹` 정도의 뜻인데, 한국 정치인의 고압적 태도를 비아냥 한 것이다.이 사진은 한국에서도 번지기 시작, 노룩 패스(no look pass)로 불린다고 한다. `노룩 패스`는 주로 농구할 때 사용되는 스포츠 용어로, 수비수를 속이기 위해 자기 선수를 보지 않고 다른 방향을 보면서 패스하는 동작을 말한다.김 의원이 수행원을 보지 않고 한 손으로 캐리어를 밀쳐 내는 모습을 두고 이렇게 제목을 단 것이다.유명세를 타는 정치인일수록 행동거지에 신중해야 한다. 카메라나 CCTV 등 요즘처럼 사생활이 노출되기 쉬운 세상에 무심코 한 내 행동이 나를 압박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공자는 “군자는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더 경계하라” 했다. 군자 노릇하기 힘든 세상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5-26

인사청문회

문재인 정부의 초대총리로 지명된 이낙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4일부터 시작됐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임명한 행정부 고위 공직자의 자질과 능력을 국회에서 검증받는 제도다. 우리나라에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것은 지난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정부가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면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20일 이내에 국회 본회의 표결에 회부, 처리한다.청문회는 원칙적으로 공개적으로 진행된다. 다만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필요한 경우, 사생활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금융 및 상거래 등에 관한 정보가 누설될 우려가 있는 경우,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은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보통 13명으로 구성되는 인사청문 특별위원회는 임명동의안이 회부된 날부터 15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치되, 인사청문회의 기간은 3일 이내로 한다.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청문회 결과를 문서로 작성해 본회의에 보고하며, 국회 본회의에서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임명동의안이 통과된다.인사청문회의 대상이 되는 공직후보자 가운데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국회에서 선출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은 국회의 임명동의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조만간 인사청문회를 열게 될 국무위원 및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합동참모의장 등은 국회 인준 절차가 없다. 즉, 국회는 청문회만 열 뿐 임명동의안 표결은 하지 않는다. 헌법상 이들에 대한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또 이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실시한다. 국정원장은 정보위, 검찰총장은 법사위, 국세청장은 재정경제위, 경찰청장은 행정자치위에서 행한다.노자는 “정치가 찰찰(세밀하게 살피는 것)하면 백성이 결결(다칠까봐 조마조마하는 것)하다고 하고, 또 하늘 그물이 크고 커서 성기어도 새지 않는다(天網恢恢疎而不失)”고 했다. 인사청문회가 정치적 공방보다는 오로지 공직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자리로 역할하길 바란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5-25

사라지는 고인돌

유네스코는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문화유산을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해 보호하고 있다. 예컨대 피라미드, 만리장성, 타지마할 등이 이런 경우다. 우리나라에도 불국사, 석굴암 등 여러 문화재가 유네스코에 등재돼 있으며 고인돌도 그 중 하나다.우리나라 고인돌은 제주도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골고루 분포돼 있다. 그중에서 서해안 지역이 가장 밀집돼 있는 곳이라 한다. 고창, 화순, 강화지역 고인돌은 보존상태가 좋다. 밀집도나 형식의 다양성 측면에서 보존가치가 인정된다. 그래서 이 3군데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유네스코에서 이곳의 고인돌은 형성과 발전과정을 규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도 한다.고인돌은 `돌을 고였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청동기 시대의 대표적 무덤 형식이며 유일한 유적이다. 기원전 1천년 무렵을 청동기 시대의 시작으로 본다면 고인돌의 역사는 꽤나 오래됐다. 지석묘(支石墓)로도 불리는 고인돌은 3가지 형식을 보이고 있다. 지상에 4면을 판석으로 막아 묘 실을 설치한 뒤 상석을 올린 형식이 첫 번째다. 이북지방에서 많이 발견돼 북방식이라 한다. 지하에 묘 실을 넣고 그 위에 돌을 괴는 형식으로 중부 이남지역에서 많이 발견돼 남방식이다. 지하에 묘 실을 만들었으나 남방식과는 다르게 돌을 괴지 않는 개석식이 있다. 고인돌의 덮게 돌 무게는 보통 10t 미만이나 큰 것은 20~40t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선사시대에도 이렇게 큰 돌들을 옮겼다고 생각하니 선조들의 유산을 허투루 다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경산지역에 분포돼 있던 고인돌이 행정당국의 무관심으로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경산시 용성면 곡산리 일대의 고인돌은 한 때 31기까지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지금은 4기밖에 전해지지 않는다고 한다. 용성면 말고도 경산지역에서만 100기가 넘는 고인돌이 있었다고 한다. 흔하다고는 하지만 고인돌의 훼손과 분실을 방치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지금이라도 잘 관리 보존한다면 언젠가는 우리지역의 귀한 문화유산으로 가치를 남겨두게 될 것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5-24

유리천장

문재인 대통령이 각료인사에서 `유리천장`을 깼다고 해 화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강경화 유엔사무총장 특보를 외교부장관 후보자로 임명했다. 최초의 여성 외교부 국장을 지냈고, 한국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유엔 고위직을 역임한 강 장관 후보자는 비외무고시 출신이자 비(非)북미라인으로서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외교부장관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다. 가뜩이나 배타적인 조직문화로 유명한 외교부가 큰 충격을 받았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1호 여성 헬기조종사로서 부당전역 소송 끝에 복직을 이뤄낸 피우진 예비역 육군중령을 최초의 여성 보훈처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유리천장`이란 말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제용어에서 비롯됐다. 남성에 못지않은 능력과 자격을 갖추었음에도 조직 내에 관행과 문화처럼 굳어진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을 표현한 말로 쓰인 것이다. 그러다가 여성뿐 아니라 소수민족 출신자들의 상황에까지 확대해 사용하게 됐다. 이 용어는 1979년 미국의 경제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여성 승진의 어려움을 다룬 기사에 처음 사용했다. 이를 계기로 1991년 미국 정부는 성차별을 해소하고,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제도적으로 독려하기 위해 유리천장위원회(The Federal Glass Ceiling Commission)를 만든 바 있다.문재인 정부의 유리천장 깨기는 조현옥 인사수석 임명에서부터 시작됐다. 조 수석은 한국여성개발연구원과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등 시민단체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 등을 역임해 `여성정책전문가`로 불리는 인사로 여성의 유리천장을 깨는 인사 디자인을 실현해주길 기대하며 발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경력단절여성(경단녀) 지원의 내실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문재인 정부 치하에서 `유리천장`이 어디까지 깨질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흥미로운 관심사가 될 것 같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5-23

재수(再修)하는 대통령 후보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재수(再修)에 성공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맞붙었던 문 대통령은 4년여 만에 대통령에 당선되는 영예를 안았다. 비록 대통령 도전에 한 번의 쓴맛을 보았으나 그 경험이 재도전에 힘이 된 사례를 입증했다.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준비된 대통령의 이미지가 큰 힘이 됐다는 분석이다.19대 대선에서 패한 주요 정당 후보들의 정치 재개 움직임이 뉴스에 포착되고 있다. 과거 대선에서 패했던 후보들과는 달리 그들의 정치 재개가 신속하게 이뤄져 주목을 받는다. 재수에 성공한 문 대통령을 `벤치마킹`한다는 말도 나온다. 재수 성공을 겨냥한 잰걸음으로 풀이하고 있는 것이다.1992년 대선에서 패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건너갔다. 1년 이상 은둔 생활을 보내고 정계에 복귀하는 수순을 밟았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비슷했다. 1997년 대선에서 패하고 9개월 뒤에 당 총재에 복귀한다. 은퇴나 은둔생활을 했던 과거 후보들과는 달리 이번 대선 패배 후보들은 빠르게 정치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2일 한 달 일정으로 미국으로 출국했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미국에 머물면서도 연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 현안에 대한 그의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신보수주의 이념으로 당을 새롭게 하겠다”는 정치적 포부와 함께 친박 세력에 대해서는 `바퀴벌레`라는 표현을 써가며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란 예상을 깨고 정치일선에 바로 복귀했다. 18일에는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다음 주부터 전국을 돌며 낙선인사도 벌인다고 한다. 바른정당 후보 유승민 의원도 잰걸음이다. 전국 순회와 강연 준비에 바쁘다고 한다. 낙선후보들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서는 뉴스 소비속도가 빨라진 정치 분위기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해석한다. 또 보스 중심의 과거 정치와 다른 시대상을 반영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란 말이 대변하듯 정치인의 속셈을 누가 알 것인가./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5-22

인신공양(人身供養)

사적 16호인 경주 월성 유적지에서 제물로 추정되는 인골 2구가 발견돼 화제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월성(月城)에 대한 정밀조사 중 서쪽 성벽의 기초 층에서 제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골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만약 이것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우리나라에서 인골이 제물로 사용된 사례로는 처음 있는 일이 된다. 다소 충격적 보고로 보인다. 인신공양(人身供養)은 동서양을 떠나 세계 각 민족에서 볼 수 있는 공신(恭神)의 풍속이다. 학계에 따르면 수렵시대, 유목시대, 농경시대까지 존재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문명 발상지에서 그 흔적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토목기술이 완전하지 못한 옛날 시절, 인간은 축성, 제방, 교량공사 등에 사람을 흙속에 넣어 신의 마음을 달랬다고 하니 그들의 간절함을 읽게 하는 대목이다. 전라도 영양군 신학리 소바우 마을에는 마을 앞 둑이 잘 터져 피해가 많았는데, 산 아이를 제물로 삼아 둑을 쌓았더니 둑 터지는 일이 없어졌다고 한다. 이 마을에 전해오는 인주설화(人柱說話)다. 인주 아이의 이름이 소바우여서 마을 이름도 소바우로 전해졌다고 한다. 이런 부류의 이야기는 부지기수다. 심청이가 공양미 300석에 몸을 팔아 인당수에 몸을 던진 것도 같은 인신공희의 일종이다. 눈먼 아버지를 위한 지극한 효성을 교훈으로 했지만 멀리 중국까지 가야하는 그 당시 뱃사람들의 안녕을 비는 제물로 심청이가 사용된 것이다. 신라 성덕대왕신종(일명 에밀레종, 국보 제29호)에 얽힌 전설에도 귀여운 옥동자가 희생물로 바쳐졌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높이 3.4m, 무게 9t의 에밀레종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종이다. 1천200년 전에 만든 금속 종이 이처럼 아름다운 소리를 내려면 기술자들의 고생이야 이루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당시 장인들의 정성을 인신공양으로 미화한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은 자연에 대한 한계를 스스로 느끼며 산다. 그래서 신의 전지전능함을 믿는지 모른다. 인신공양은 한계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몸부림일까?/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