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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통령의 궁합(宮合)은

궁합은 남녀가 혼인할 때 음양오행설에 따라 상호간에 사주를 보면서 배우자로서 두 사람이 적합한지 여부를 따지는 민간 점술(占術)이다. 유래는 중국의 한나라 때라 한다. 한나라 혜제(惠帝)의 어머니 여후(呂后)가 정권을 쥐고 있을 때의 일이다. 막강한 힘을 가진 오랑캐 흉노족이 한나라 공주를 아내로 삼겠다며 한나라를 위협했다. 그 때 여후와 신하들이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것이 궁합이다. 한나라는 “공주를 시집보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공주가 젊어 과부가 될 형상이라 어쩌면 좋으냐”고 흉노에게 물었다. 흉노도 공주가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된다 하니 남편이 일찍 죽는다는 말이나 다름없어 마음이 꺼림칙해 단념한다. 여후는 신하들의 꾀로 흉노의 청혼을 거절할 수 있었다 한다. 궁합은 집 궁(宮)자와 합할 합(合)자의 결합어다. 글자를 풀어 보면 한 지붕 밑에 두 사람이 입을 맞추어 살아간다는 뜻이다. 결혼할 두 사람의 성격과 건강, 취미 등이 맞아 금슬 좋게 오랫동안 해로할 수 있으면 그것이 찰떡궁합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공개적으로 교제를 해 서로를 알 수 있는 기회가 잦아 궁합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음식에도 궁합이 있다. 돼지고기와 새우젓은 황금궁합이라 한다. 새우에 있는 강력한 지방분해 효소인 `프로테아제`가 돼지고기의 단백질과 지방을 소화하는데 적합해 궁합이 좋다. 레스토랑에 가면 스테이크와 같이 나오는 파인애플은 고기의 느끼한 맛을 잡아준다. 과당과 구연산 등이 많아 소화 작용을 잘 돕는다하여 궁합이 맞는 음식으로 분류한다. 그밖에 멸치와 고추, 고등어와 무, 콩과 해조류 등 우리가 무심코 먹고있는 음식 속에는 궁합을 고려한 것이 많다. `건강과 맛`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요리법이다. 19대 대통령 선거가 15일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들은 자신이 국민에게 가장 적합한 대통령이라고 열변을 쏟는다. 국민 눈에 쏙 들 궁합이 맞는 후보는 누굴까. 역대 대통령 당선 지지율이 50%를 넘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국민 눈에 맞는 후보가 되는 일은 쉬운게 아니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4-24

조선시대 조보(朝報)

독일인이며 재력가였던 오스카 폰 포르켄백(1822-1898)이 유럽 등지에서 수집한 여러 형태의 신문을 모은 것이 세계 최초 신문박물관의 시발이 됐다고 한다. 독일의 아헨시는 그가 남긴 신문들을 중심으로 박물관을 설립해 지금은 세계적 박물관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이곳에는 각국의 언어로 된 4천여 개 신문 20여 만부가 소장돼 있다. 담뱃갑 크기의 세계에서 가장 작은 신문과 1.5m 크기의 세계에서 가장 큰 신문, 손으로 쓴 신문 등 희귀한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이러한 신문들은 발행 당시의 역사적 배경과 시대상을 알아볼 수 있는 중요 자료로 활용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일간신문은 1660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발행된 `라이프 치거 자이퉁`을 손꼽는다. 최초의 신문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견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신문의 개념과 요건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기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록에 의하면 로마공화정 시대에도 관보적 성격의 필사(筆寫)신문이 있었다고 한다. 중국의 한나라 시대에도 중앙과 지방의 군신 간 소통의 수단으로 저보(邸報)라는 신문이 있었다. 17~18세기 들어오면서 우편제도가 발달되고 신문기업이 성장하면서 마침내 일간신문이 나오게 된다. 진정한 의미의 근대 신문은 이렇게 탄생된다.우리나라도 인쇄된 근대 신문이 발간되기 전부터 관보 성격의 필사신문이 조보(朝報)다. 그러나 이것은 근대 신문으로 발전되지는 못했다. 우리나라 근대 신문은 1883년 10월 창간한 한성순보를 두고 말한다.경북 영천에서 조선시대 조보가 발견됐다는 뉴스다. 영천의 어느 스님이 경매 사이트를 통해 입수했다고 한다. 1577년 11월에 발행된 5일치의 조보다. 만약에 신문의 성격으로 본다면 독일의 최초 신문보다 80년 앞선다. 공의전의 안부와 건강, 소가 전염병에 걸려 수 백마리가 죽었다는 내용 등이 실려 있다고 한다. 역사기록에 의하면 조선시대 조보는 조정의 소식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국민과의 소통 수단으로는 신문이 가장 적합했던 모양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4-21

공약(公約) vs 공약(空約)

공약(公約) vs 공약(空約). 앞의 공약은 `정부, 정당, 입후보자 등이 어떤 일에 대하여 국민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한 것`을 말하고, 뒤의 공약은 한자어로 `비다` 또는 `헛되다`는 뜻의 공(空)이 붙었으니 `헛된 약속`을 가리킨다. 5월9일 장미대선을 겨냥해 각 당의 후보들이 전국을 다니며 자신의 공약을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선거가 치열해지고, 박빙의 승부가 예상될수록`당선되고 보자`는 심리가 강해지면서 유권자들을 현혹시킬만한 공약(空約)들이 남발된다.지지율 1위의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최근 지지율 급상승으로 문 후보를 바짝 뒤쫓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간 공약경쟁이 치열하다. 일진일퇴의 공방속에 나라 곳간 걱정은 뒷전이다. 연일 선심성 공약이 터져나온다.대표적인 것이 60세이상 노인에게 주고있는 기초노령연금을 현행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10만원 올리겠다는 공약이다.문 후보는 소득 하위 70%, 안 후보는 소득 하위 50%에 한정했다. 적용범위는 다소 다르지만 공약의 골자는 같다. 이 공약을 그대로 실시하려면 매년 약 4조~8조원이 소요된다. 그러나 어느 쪽도 재원조달 방안은 뚜렷하지 않다. 문 후보측은 아예 언급을 않고 있고, 안 후보측도 재정합리화를 통해 조달하겠다는 원칙만 밝히고 있다.나라 예산을 이리저리 주물러 조달하겠다는 심산이다. 나라살림 살다보면 돈 쓸데가 한 두 군데인가. 결국 지키기 어려운 공약이 되기 십상이다. 자칫 노년층의 표심을 얻으려는 포퓰리즘이란 비판에 맞닥뜨릴 공산이 크다.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에게 한 공약들을 꼭 지켜야 한다. 그러려면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반면 유권자들은 공약을 잘 지킨, 또는 잘 지킬 것 같은 후보를 뽑아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재원조달 방안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공약남발은 자제돼야 한다.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바뀐 자리에는 유권자들의 분노만이 남는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4-20

`캐스팅 보터`론

항상 주도적 역할을 했던 대구·경북(TK) 표심이 이번 대선에서는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해 고심한다는 여론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중심 세력을 상실한 보수 텃밭의 표심이 방황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여론조사에서도 TK지역은 투표 의지가 전국에서 가장 낮게 나타났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꼭 투표하겠다`는 응답률이 전국 평균 87% 보다 크게 떨어진 74%였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TK 표심은 진보성향 후보의 타깃이 되고 있다. 찍을 사람이 없어 고심하는 보수층의 표심을 누가 더 많이 끌어 오느냐가 대선 승리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최근 권영진 대구시장도 간부회의 석상에서 이번 대선에서는 대구·경북의 표심이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할 것이라 전망했다. `캐스팅 보터`란 의회 의결에서 가부동수가 나올 때 의장이 가지는 결정권을 말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대구·경북의 표심이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민들의 적극적 선거 동참을 유도한 발언인지 모르겠으나 그의 `캐스팅 보터`론은 약간의 여운을 남겼다.과거 대통령 선거에서도 `캐스팅 보터` 역할 논란이 있었다. 14대 대선 때는 “정주영 후보를 찍으면 김대중 후보가 당선된다”는 말이 돌았다. 정주영 후보의 표 가운데 상당수가 김영삼 후보로 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15대 대선 때도 있었다. “이인제 후보를 찍으면 김대중 후보가 당선된다”는 소문이었다. 이인제 후보 쪽 표가 이회창 후보로 갔다는 분석이 나왔다.이번 선거에서 대구·경북민의 표심은 또 한 번 전국적 관심을 끌고 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양강 구도를 바라보는 TK지역 선택이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하다는 뜻이다. 보수진영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낮아 사표화 되는 일은 없어야겠다. 아직 대선까지는 몇 번의 반전이 있을 수 있겠으나 어떤 형태든 적극적 투표가 있어야겠다. 선택에 대한 TK지역의 고민은 어쩔 수 없다. 투표는 국민의 신성한 권리이기에 국가의 미래를 위한 적극적 투표 자세가 중요하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4-19

북풍변수

장미대선을 한 달 앞둔 4월에 때아닌 북풍(北風)이 분다. 북풍이란 `선거 전에 발생하는 북한의 돌발적인 도발행동`을 일컫는다. 북풍은 선거결과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친다. 흔히 북풍이 불면 안보에 민감한 보수 유권자들이 결집하는 경향을 보였다. 가장 대표적인 북풍사례가 바로 1987년 11월 29일 발생한 대한항공(KAL)기 폭파사건이다. 체포된 폭파범 김현희는 드라마틱하게도 대선 하루 전인 그 해 12월 15일 김포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잔혹한 테러범의 압송장면이 TV로 생중계되면서 온 국민의 관심이 북풍에 쏠렸다. 그 결과 전두환 정권에 이어 제13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가 당선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 이후인 1992년 대선 전에도 안기부가 발표한 거물 간첩 이선실 및 남조선노동당 사건 등이 북풍사례로 꼽힌다. 여론조사 결과 두 사건은 각각 당시 여당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김영삼(YS)의 당선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일이 잦아지자 선거에 영향을 주는 모든 북한 변수를 언론에서 간단히 풍(風)이라는 단어를 붙여 명명했다. 그래서 지난 1997년 2월에 있었던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망명사건을 황풍(黃風)이라고 불렀고, 1997년 8월 국민회의 고문이었던 오익제 전 천도교 교령의 월북으로 인한 파장을 오풍(吳風)이라 했다.북풍이 여당 아닌 야당후보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 준 적도 있었다. 바로 1997년 15대 대선 직전에 북한측 인사에게 판문점에서의 총격을 요청한 `총풍(銃風)`이 그것이다. 그해 12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측 청와대 행정관 등 3명이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참사 박충을 만나 휴전선 인근에서 무력시위를 요청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는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는 데 도움을 준 역풍으로 작용했다.이번 장미대선을 앞두고 일어난 북한의 미사일도발 역시 또 하나의 북풍이다. 이번 북풍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보수 후보에 도움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4-18

불타는 금요일

우리나라가 선진국 진입의 관문 격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한 것은 1996년의 일이다. 당시 선진국 모임인 OECD에 우리나라가 가입한 것을 두고 한국도 이젠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다고 모두가 뿌듯해 했다. 한국이 OECD에 가입할 수 있었던 배경은 시장경제국가, 민주주의의 안착, 인권의 개선 등이 충족된 때문이다. 선진국의 조건은 잘 사는 것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사회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평가한다. 중동의 산유국들이 부자나라이면서 선진국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부의 편중에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지난주 금요일 우리나라 공무원에게`유연 근무제`가 처음 실시됐다. 한 달에 한 번 오후 4시에 조기 퇴근하고 다른 날 2시간 더 일하는 탄력적 근무 제도다. 14일은 중앙부처 가운데 인사혁신처가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21일에는 법제처, 28일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중소기업청 등의 공무원들이 조기 퇴근하게 된다. 이 제도는 내수경기 진작과 건전한 가정생활 영위 등을 목적으로 시행됐다.일본에서도 지난 2월 24일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라는 이름으로 금요일 조기 퇴근제가 처음 실시됐다. 일본은 오후 3시 조기 퇴근이며, 소비확대 등 시행 목적은 우리와 비슷하다. 그러면 공무원 유연근무제 시행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아직은 찬반양론 추세다. “공무원만을 위한 제도 아닌가?” 라는 반응과 “선진 직장문화 정착 기대”라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우리나라에 불금(불타는 금요일)이라는 용어가 처음 생겨난 것은 2004년 7월부터다.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금요일이 주말의 개념에 포함됐기 때문이다.유연근무제 시행이 우리의 주말문화를 새롭게 바꿔놓을지 알 수 없으나 선진화하기 위한 변화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금요일은 우리가 감사해야 할 날이 아닌가 싶다. “Thank God It`s Friday” (금요일이 왔어요. 신이여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생각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4-17

미세먼지 쇼크

노인성 치매를 옛날에는 `노망(妄)`이라 불렀다. 의학이 요즘처럼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우리의 어르신들이 겪었던 노망은 노인이 되면 누구나 겪는 노화현상의 일종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치매가 뇌질환으로 인지되면서 노인들에게 이 병은 `공포의 대상`이 됐다. 치매는 회복할 수 없는 후천성 지능장애라는 것과 지능이나 학력수준과는 무방하게 발병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병에 걸리면 환자 가족 모두가 고통을 함께 겪어야 하는 불행스런 일로 노인들을 더욱 우울케 한다. 지금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환자는 72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2050년에는 그 수가 200만명을 상회 할 것이란 전망치가 나와 있다. 의학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치매환자는 오히려 급증하는 추세에 있으니 의아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첨단 의학이 발달한 미국도 치매로 인한 사회적 고비용을 감내하기는 마찬가지라 한다. 미국은 치매 치료를 위한 약물 개발의 실패를 스스로 인정하고 이 질환 치료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기로 했다고 한다. 인류의 오랜 소망인 고령화 시대가 눈앞에 닥쳐왔음에도 치매라는 고질병은 고령화의 어두운 그림자로 남아있다. 최근 방송사 보도에서 미세먼지가 치매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미세먼지가 기관지나 폐 등에 붙어 기관지염, 기침, 천식 등의 질환을 유발하는 정도로 알았으나 치매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치매뿐 아니라 파킨슨씨 병의 위험도도 높인다고 하니 경각심을 더욱 높이 가져야겠다. 최근 미세먼지 배출량과 관련, 포항시가 전국 기초 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보도로 주목을 받았다. 작년 환경부 집계 결과로, 당진시가 2위로 그 뒤를 이었다는 것이다.두 도시가 가진 철강산업 도시라는 공통점을 볼 때, 철강업체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가 주 원인으로 짐작된다. 당국의 광범위하고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미세먼지가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소식에 겹쳐 포항의 미세먼지 배출량 전국 1위 소식은 포항시민에게 당황스런 뉴스가 아닐까 싶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4-14

가짜뉴스

가짜뉴스(fake news)의 역사는 인류 커뮤니케이션의 역사만큼이나 길다. 우리 역사에서도 가짜뉴스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백제 무왕이 지은 `서동요`가 선화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거짓 정보를 노래로 만든 가짜뉴스였다. 1923년 관동대지진이 났을 때 일본 내무성이 조선인에 대해 악의적으로 허위 정보를 퍼뜨린 일 역시 가짜뉴스가 잔인한 학살로 이어진 사건이다. 다만 `21세기형`가짜뉴스는 더 이상 동요나 입소문을 통해 퍼지지 않는다. 가짜뉴스는 누구나 쉽게 보고 접하는 신문기사처럼, `진짜 뉴스`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이렇게 감쪽같이 변장한 가짜뉴스들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기만 하면 쉽게 유통·확산된다. 대중이 뉴스를 접하는 채널이 신문·방송에서 포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으로 옮겨가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IT 기업들은 `디지털 뉴스 중개자`로 부상하는 동시에 가짜뉴스의 온상지가 됐다. 가짜뉴스가 무서운 것은 놀라운 확산속도와 확산범위 때문이다. 지난 미국 대선기간 중 가짜뉴스가 공유된 수는 870만건이었다. 이는 주요 언론사 뉴스의 페이스북 공유수인 730만건을 넘는 수치다.최근 SNS 등을 중심으로 `4월 한반도 위기설`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지라시 수준에 불과한 가짜뉴스”라면서 “믿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런 뉴스들이 가짜뉴스로 치부되지 않는 것은 왜일까.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 전단이 한반도를 떠난 지 보름여 만에 갑자기 경로를 바꿔 15일께 한반도 인근에 도착할 예정이고, 미국이 북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땐 격추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동맹국들에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는 외국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이 정도면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가짜뉴스인 지 알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거짓이 사실을 압도하는 사회다. 2016년 옥스포드사전이 세계의 단어로 `탈진실(post-truth)`을 선정한 이유가 실감나는 요즘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4-13

어부지리 현상

19대 대선의 최대 변수로 보수층 표심이 급부상한다고 한다. 탄핵정국으로 보수 세력이 흩어지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보수 표심이 누굴 선택하느냐에 따라 선거의 성패가 갈라질 것으로 보는 견해다. 대선을 앞두고 보수의 표심은 그동안 몇 차례 흐름을 바꾸어 왔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에 집중됐던 표심이 그의 불출마 선언으로 황교안 대통령 직무대행으로 이동했다. 황 대행의 불출마로 또다시 안희정 충남도지사로 옮겨갔다. 안 지사의 본선진출 실패가 있자 이번엔 안철수 후보가 보수표의 반사이익을 업고 문재인 후보와 박빙의 경쟁을 벌인다는 분석이다.선거는 국민의 신선한 주권 행사다. 그래서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부른다. 그러나 국민이 직접 투표를 한다지만 선거의 결과는 예측을 빗나갈 때가 흔히 있다. 선거판에서 나타나는 어부지리(漁父之利) 현상이 이런 경우다. 대표적 사례가 15대 대통령 선거 때 일이다.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야당의 김대중 후보에게 간발의 차이로 패배한다. 같은 당 이인제 후보가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제3당 후보로 출마하면서 여권 성향 표의 분산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당시 선거 결과는 김대중 40.3%, 이회창 38.7%, 이인제 19.2%였다. 이인제 후보가 여권 성향의 영남 표를 잠식한 것이 여당의 패배 원인으로 풀이됐다. 김대중 대통령의 어부지리 승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이인제 효과`라는 별칭을 따로 붙였다.작년 19대 총선 때도 어부지리 현상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더불어 민주당을 탈당한 국민의당 안철수의 창당으로 여당의 어부지리가 점쳐졌던 것이다. 여당의 공천 실패로 결과는 예측을 빗나가고 말았지만 교육감 선거에서도 보수 후보의 난립으로 진보진영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은 적이 있었다. 19대 대선에서는 과연 어부지리가 통할 것인가 또 관심이다. 보수다운 보수가 없으니 투표를 말 것인가. 최선이 아닌 차선으로 결정 할 것인가. 보수 후보를 끝까지 고집할 것인가. 어부지리 효과가 과연 나타날 것인지 궁금하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4-12

죄수의 딜레마

두 명의 범죄 조직원이 체포돼 독방에 수감됐다. 경찰은 두 명의 공범을 기소하기 위한 증거가 부족해 이들에게서 자백을 받아 범죄를 입증해야할 처지다. 이때 경찰은 두 공범에게 똑같은 제안을 한다. 다른 한 명의 공범에 대해 자백을 하면 자백한 그 사람은 석방하는 반면, 다른 공범은 징역 3년을 받게 된다. 그러나 두 공범이 모두 자백을 하면 각각 징역 2년을 받으며, 둘 다 자백하지 않고 묵비권을 행사하면 각각 징역 6개월을 받게 된다. 만약 당신이 두 공범 중에 한 사람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곰곰히 생각해 보라. 상대편 공범이 묵비권을 선택했을 경우 자신도 묵비권을 선택하면 징역 6개월을 받게되고, 자기 혼자 공범을 자백하면 석방될 수 있으니 자백(배신)하는 게 이득이다. 상대편 공범이 자백하는 상황일 때는 자신이 묵비권을 행사하면 혼자 징역 3년의 중형을 받게 되고, 자백(배신)하면 징역 2년을 받게된다. 어느 쪽이든 자백하는 것이 이득이다.이같은 현상을 `죄수의 딜레마`라 하는데 1950년 미국 국방성 소속 RAND(Research and Development) 연구소의 경제학자 메릴 플로드와 멜빈 드레셔가 시작한 연구를 프린스턴 대학교의 수학자 앨버트 터커가 게임이론을 유죄 인정에 대한 협상을 벌이는 두 죄수의 상황에 적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탄핵·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게이트의 주인공인 최순실이 재판을 앞두고 구속수감된 처지에서 `죄수의 딜레마`에 빠졌다는 소식이다. 저물 것 같지 않던 절대권력의 쓸쓸한 뒷모습이다. `죄수의 딜레마`는 두 사람간의 신뢰가 지켜질 때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그게 지켜지기 어려운 심리현상의 기제를 설명하고 있다.무엇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두 사람이 서로 신뢰를 지켜 약한 처벌을 받게 된다면 그게 오히려 사회정의와 배치된다. 이 나라를 리더십 위기에 빠뜨린 두 사람이 `죄수의 딜레마` 속에서라도 진실을 털어놓기를 바란다. 그것이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4-11

신문의 날의 자성

지난 7일은 제 61주년 `신문의 날`이었다. 우리나라 최초 민간신문인 독립신문의 창간일(1896년 4월 7일)에 맞춰 제정한 날이다. 한국신문편집인협회가 독립신문 창간 61주년 되는 해인 1957년도에 처음으로 신문주간을 만들고 지금까지 이날을 `신문의 날`로 기념해 왔다. 신문의 사명과 책임을 자각하고, 자유와 품위 등을 강조한 날로 일반인은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서재필이 만든 독립신문은 한국신문 역사상 중요한 위치에 있다. 한국 최초의 근대 신문인 한성순보가 정부 발간의 신문으로 한문으로 기사를 썼던 것에 비해 독립신문은 민간에 의한 한글 전용 신문이라는 점이다. 구한말 기울어가는 국운을 바로잡고, 민중 계몽을 위해 알기 쉬운 한글을 사용했다는 것은 획기적 일로 평가된다. 독립신문의 발간으로 신문의 중요성이 일반에게 인식되고, 이후 민간 신문의 창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나라 언론인들이 독립신문의 창간 일을 신문의 날로 정한 것은 이런 시대적 배경을 교훈으로 삼고자 함이다.최근 우리사회는 가짜뉴스 범람과 더불어 신문, 방송할 것 없이 국민 불신의 벽이 매우 높아져 있다. 불신의 근원지가 가짜뉴스의 양산 때문인지 새로운 미디어 등장의 환경 때문인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언론에 대한 국민의 불신 강도가 지금처럼 높았던 적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신문사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신문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정론직필(正論直筆)은 언론의 표상이다. 각 신문사들도 `신문의 날`을 맞아 이런 착잡한 심경을 사설 등을 통해 내비쳤다. 국민의 파수꾼으로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도 약속했다. 독립신문은 창간사에서 전국 인민을 위한 대변자가 되고, 정부가 하는 일을 백성에게 전하고, 백성의 정세를 정부에 알릴 것이라고 했다. 신문의 책무는 공정하고 정확한 보도에 있다. 신문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않고 국민의 편에서 저널리즘의 소임을 지킬 때 국민의 신뢰를 찾을 수 있다. 이제 신문의 살 길도 눈높이가 높아진 국민의 선택에 달렸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4-10

경제대통령

중국 근대사에는 두 명의 걸출한 인물이 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마오쩌둥(毛澤東)과 작은 거인으로 불리는 경제 혁명가 덩샤오핑(鄧小平)이다. 마오쩌둥은 신중국을 건국한 정치 지도자답게 구호와 선동에 능했다. 반면 덩샤오핑은 실사구시(實事求是)형이다. 현실성 있는 공약을 내걸고 실천에 옮겼다. 중국의 경제가 지금에 이른 데는 그의 공로가 매우 크다. 그를 마오쩌둥과 동급으로 평가하는 이유도 그의 경제정책 때문이다. 덩샤오핑이 세상을 떠난 지 올해로 20년 된다. 지난 2월 그의 생가가 있는 쓰촨성 광안시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죽의 장막으로 알려진 폐쇄된 중국에 시장 경제를 도입한 그의 공로는 타계후에도 추앙의 대상이다.그는 흑묘백묘론(黑描白描論)으로 유명하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이 말은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이 중국인민을 잘 살게 하면 그것이 제일이라는 뜻이다. 1979년 자본주의 상징인 미국과 일본 등을 직접 방문하고 돌아와 그가 남긴 이 말은 중국식 시장 경제를 대표하는 용어로 회자된다. 덩샤오핑은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3가지 목표를 정했다. 이른바 삼보주(三步走)다. 경제 강국으로 가는 세 가지 발걸음을 말한다.첫째가 인민의 먹고 입는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 둘째는 생활수준을 중류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 셋째는 중국의 현대화 실현을 목표로 했다.지금 중국은 미국 다음가는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됐다. 2005년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중국은 2008년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 2010년에는 일본을 누르고 세계 2위가 된 것이다. 2050년에는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1위 경제 대국이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우리 후보자들은 저마다 대한민국을 책임질 거라고 요란을 떤다. 국민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도 말이다. 바람 앞에 선 우리경제를 두고 노심초사하는 국민의 마음은 읽지 못하니 답답하다. 우리의 경제 대통령은 어디에 있을까./우정구(객원 논설위원)

2017-04-07

정치의 심리학

`정치는 생물`이란 말이 있다. 시시각각 변화무쌍하게 움직이고, 변화한다는 얘기다. 이는 정치가 사람의 심리변화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런 정치판에서 자주 쓰이는 심리학 용어가 바로 밴드왜건(band wagon) 효과다. 우리 말로 하면 `편승효과`라고도 한다. 밴드왜건은 서커스 따위 행렬의 선두에 선 악대차를 뜻한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실시하는 사전 여론 조사나 유세 운동 등에서 우세하다고 가늠되는 후보 쪽으로 유권자들의 표가 집중되는 현상을 표현할 때 주로 쓰인다. 밴드왜건이 선거 유세에 등장해 인기를 끈 건 1848년 미국 대선 때부터였다. 당시 재커리 테일러(1784~1850)가 댄 라이스라는 서커스단 광대와 함께 밴드왜건을 타고 선거 유세를 해서 승리해 제12대 대통령이 됐다. 이때 밴드왜건 효과 덕을 톡톡히 봤다는 소문이 나면서 그 이후 정치인들이 앞다퉈 악대차를 동원하기 시작했다. 사회과학자들은 대중이 여론이나 유행에 동조함으로써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심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을 내놨다.선거판에 쓰이는 심리학 용어로 컨벤션(convention)효과란 말도 있다. 전당대회나 경선행사와 같은 정치 이벤트에서 승리한 대선후보나 해당 정당의 지지율이 이전에 비해 크게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용어는 정치 분야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 걸쳐 널리 통용되고 있다.심리학에서 비롯된 정치용어들은 오는 5월9일 장미 대선 판세를 읽는데 유용한 분석도구다. 이번 대선의 관전포인트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맞선 `비문 후보 단일화`가 어떻게 성사되느냐에 달려있다. 현재는 문 후보가 다자구도에서 지지율 1위로 유리한 입장이다. 하지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 유승민 후보 등이 `비문 후보단일화`를 이룬다면 어떨까. 이른바 `컨벤션 효과`와 `밴드왜건 효과`가 중첩 작용해 승부는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빠져들 것이다. 그제서야 민심의 변화무쌍함이 무섭게 느껴질, 정치의 계절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4-06

한식과 배신의 정치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하는 속담이 있다. 한식(寒食) 날은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로 양력으로는 4월 5일 무렵이다. 청명은 음력 3월에 드는 24절기의 다섯 번째 절기로, 양력으로 4월 5~6일 무렵이다. 두 날은 해마다 같은 날이거나 하루쯤 차이가 날 때도 있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라는 속담은 별 차이가 없을 때 쓰는 말이다. `도긴개긴` `오십보백보`와 같다.올해는 4월 5일이 한식이다. 한식은 본래 찬밥을 먹는 뜻인데, 그 유래는 중국이라 한다. 조선시대까지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큰 명절로 손꼽혀왔다. 지금은 한식 풍습이 많이 퇴색됐으나 성묘를 하거나 문중의 제사를 모시는 날의 행사가 아직 남아있다. 손 없는 날 또는 귀신이 꼼짝 않는 날로 산소에 손을 대도 탈이 없는 날로 민간에 알려지고 있다.한식날 유래 속에는 배은망덕(背恩忘德)의 얘기가 전해진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일이다. `개자추`란 인물이 망명 중인 진나라 문공을 도와 우여곡절 끝에 그를 왕위에 오르게 했으나 왕은 그를 중용치 않았다. 이에 배신감을 느낀 개자추는 산속으로 은둔하고 만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문공이 하산을 요구했으나 그는 나오지 않았다. 산에 불을 지르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에 왕은 산에 불을 지르고 만다. 개자추는 끝까지 버티다 불에 타 죽는 불행한 운명을 맞는다.문공이 은혜를 갚지 못한 죄책감과 그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이 날 만큼은 불을 사용하지 않고 찬 음식을 먹게 한 것이 한식날의 유래가 됐다고 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권력을 둘러싼 원은(怨恩)관계는 쉽게 풀리지 않는 모양이다. `배신의 정치`를 원망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금 영어의 몸 신세로 전락했다. 배신의 정치인으로 지목됐던 유승민 의원은 대선후보로 되레 몸값이 올랐으니 `아이러니`하다. 이를 `인생무상`이라 해야 하나 아니면 `냉혹한 정치`라 할까 헷갈릴 뿐이다. 세상이 아무리 바뀐다 해도 배은망덕한 일은 없어야 한다. 바쁘다는 정치인들, 한식의 유래는 한번쯤 들여다보면 어떨까 싶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4-05

어후문/어후안

줄임말 열풍이 뜨겁다. 2000년 중반에 시작된 줄임말은 초등학생을 `초딩`, 선생님을 `쌤`으로 줄여 부르는 식으로 누구나 발음만 들으면 대충 그 뜻을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ㄱㅅㄱㅅ(굽신굽신)`, `ㅎㄷㄷ(후덜덜)`처럼 간단한 파자로 쓰이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특정집단이 아니면 전혀 짐작할 수 없는 기괴한 형태로 바뀌고 있다.`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 `이뭐병(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같은 단어가 온라인상에서 재미삼아 쓰이다가 요즘 10대들은 거의 모든 문장에 줄임말을 섞어 쓴다.`버카충(버스카드 충전)`, `안습(안구에 습기)`, `맥날(맥도날드)`, `낄끼빠빠(낄데 끼고 빠질데 빠져)`, `빼박켄트(빼도박도 못한다)`, `생선(생일선물)`, `비담(비주얼 담당)` 등이 두루 쓰이는 줄임말 단어다.단어의 첫 음절만을 따서 줄여쓰던 것이 더 짧게 더 압축적으로 줄인 신조어도 많다. `ㅎㄹ`(`헐`의 줄임말), `#G(시아버지를 빨리 읽는 발음으로 쓴 말)` 같은 경우다.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인 정치권에서는 `어후문`, `어후안`이란 줄임말이 유행이다. `어차피 후보는 문재인`, `어차피 후보는 안철수`란 뜻이란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후보가 호남에 이어 충청 경선에서도 1위를 달성하면서부터 민주당 후보가 될 것이 확정적이란 뜻에서 `어후문`이란 줄임말이 돌았다. 안 후보도 호남·제주와 PK(부산·경남)에서 3연속 1위를 기록하면서 사실상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해서 `어후안`이란다. 아무리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해도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망칠 수 있는 게 선거다. 실제 우리 정치사에서 말 한 마디 잘못했다 망친 선거가 적지않다.`어후문`과 `어후안`의 `어`는 `어차피`또는 `어떻게 하더라도`란 뜻이다. 해당후보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빨리 승리를 확정짓고 싶은 마음이니 반가운 말일게다. 하지만 지켜보는 국민들 입장에선 입맛이 쓰다. `내가 뭐라해도 어차피`라는 정치적 냉소주의가 담겨있기 때문이다./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2017-04-04

이상화와 봄

우리지역이 배출한 민족시인 이상화에게 봄은 조국의 독립과 민족의 해방이었다. 그는 그의 대표작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서 빼앗긴 들은 조국이요, 봄은 일제의 억압에서 해방을 바라는 민족의 염원으로 표현했다. 그의 시는 첫 구절부터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첫 줄의 표현에서 조국을 잃은 아픔을 함축적이고 강하게 나타냈다. 그 속의 봄은 광복의 소망과 기쁨이다.1901년 대구시 중구 서문로 2가에서 태어난 그는 개벽 70호에 이 글을 발표한다. 개벽은 곧바로 판매금지 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그의 대표작은 유명세를 탄다. 민족시인, 저항시인이란 닉네임도 덩달아 따라 붙었다.봄은 계절의 시작이다. 한해의 초반, 봄꽃과 함께 시작하는 봄은 사람들에게 설레임을 준다. 봄이 희망을 표현하는 이미지로서 적합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화가 봄을 소재로 광복의 소망을 표현한 것도 봄에 거는 많은 사람들의 희망을 담았다고 보아도 무방하다.벚꽃이 만개를 시작했다. 봄의 화려한 꽃 잔치가 봄의 전령사를 통해 전해져 오고 있다. 진해군항제를 비롯 경주의 벚꽃축제, 달성의 진달래축제 등 각종 행사가 시작을 알리고 있다. 희망의 계절에 민족시인이자 우리 고장이 낳은 이상화의 흔적을 더듬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다. 대구 근대로의 여행길에서는 그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봄꽃과 함께 3·1운동 길, 청라언덕, 계산성당으로 이어지는 길을 걷다보면 이상화 고택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가 일생을 마감하기 전 4년동안 살았던 곳이다. 대구시민의 보존 100만명 서명운동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대구 달성공원에는 이상화시비도 있다. 1948년 김소운, 구상 등 시인들이 중심이 돼 세운 한국근대시인 최초의 시비다. 5월에는 대구 수성못에서 상화문학제까지 열린다고 하니 봄은 이상화와 인연이 많은 계절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4-03

대선 주자들의 논쟁

이번 대선은 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양자 구도로 갈 것 같다. 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아직 숨을 쉬지만 언론들은 문(文)·안(安)에 주목한다. 둘 사이의 논쟁이 벌써 치열하다.문 캠프가 포문을 열었다. “호남은 압도적으로 문 후보를 지지한다. (안 후보 지지율이 높은 것은)일종의 `보조타이어`격으로 격려해준 것”이라 했다.안 측에서 반격이 나왔다. “안 후보 득표율 65%는 국민이 자진 걸어 나와서 투표한 것이고, 문 후보의 60%는 자기들이 등록시켜서 자기 식구들이 한 것이라 차이가 있다”고 했다.민주당은 동원된 식구들이고, 국민의당은 순수한 국민이라는 것. `차별론`은 민주당에서도 나왔다. “민주당은 메이저리그이고 국민의당은 마이너리그여서 비교가 안 된다” 했다.문 후보 우세로 가고 있지만 국민의당·한국당·바른정당 등 비문(非文) 3당이 합종연횡해서 안철수 후보를 밀 경우 판세를 단정하기 어렵다.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부산·울산·경남 경선 합동연설회 인사말에서 이같은 `변수`를 암시했다. “문 후보는 대선 기간 동안 펑크가 난다. 펑크난 타이어는 중도 포기한다. 우리 당 후보가 지금은 지지도가 낮지만 결국 이긴다는 것을 민주당도 잘 안다” 했다.`이회창의 경우`도 있지만 `대세론에 올라탄 후보` 치고 이기는 경우가 있더냐는 것. 막판 변수·막판뒤집기는 선거에서 늘 있었고 대형사고가 나기 전에 작은 사고들이 조짐을 보인다는 `하인리히법칙`이 거론되기도 한다.여당 유력주자는 홍준표 후보인데 “자유한국당 후보가 돼본들 초상집 상주 노릇밖에 더 하겠나”라며 비문 3당 연횡을 비추었다. 그가 기댈 언덕은 보수우파여서 “헌재의 파면결정은 잡범들에게나 적용되는 괘씸죄가 주류를 이룬 감정이 섞인 여론재판”이라 했고 “지금 검찰이 눈치보는 것은 딱 한 명. 풀은 바람이 불면 눕는데, 검찰은 바람이 불기 전에 누워버린다”했으며 “박 전 대통령은 사익을 취한 것이 없고, 기껏 최순실에 옷 몇 벌 얻었더라” 했다.`안·홍 연대`가 막판 변수일 듯./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3-31

괴담·의혹·소설·음모

지난해 12월 네티즌 `자로`와 이화여대 나노과학부 김관묵 교수는 다큐 `세월호X`를 유튜브에 공개했다. “참사 당시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의 레이더 영상에 조류보다 빨리 움직이는 세월호 6분의 1 크기의 괴물체가 잡혔다”며 세월호가 잠수함과 충돌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인양된 배에는 충격받은 흔적이 없었다. `괴물체`는 배에서 떨어져 나간 컨테이너로 추정된다. `나꼼수`의 김어준씨는 “선원들이 고의로 닻을 내려서 배를 침몰시켰다”란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진실 규명 다큐를 제작한다며 20억원 이상을 모금했다. 그러나 선체에는 쇠닻줄에 긁힌 흔적이 없었다.“세월호가 핵폐기물을 싣고 가다가 폭발해 침몰했다”는 괴담도 있었지만 배에는 폭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배가 인양되면서 진실이 밝혀졌지만 음모론은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램프(자동차 등을 실어나르는 개폐식 다리)를 떼내지 않으면 인양을 할 수 없어서 제거했는데 “해수부가 선체를 고의로 훼손했다”란 음모론이 퍼졌다. 램프는 곧 수거한다. “박근혜 정부의 실정이 부각될까 봐 일부러 건지지 않았다” “해수부가 고의로 인양을 늦추고 있다” “인양업체가 한국정부와 짜고 세월호 화물칸에 구멍을 내 무언가 증거를 빼내려 한다” 등등 의혹·괴담은 끝이 없다.만약 인양업체가 미국 회사였다면 `음모론자`들은 더 악랄하게 물어뜯었겠지만, 다행히 중국 기업 `상하이샐비지`였다. 이 업체가 지금까지 들인 돈은 2천억원 이상인데, 한국정부가 준 돈은 900여 억원이다. 하루에 10억원 가량이 들어가는 인양작업이다. 업체는 밑지는 장사를 하는 것인데, `세계적인 인양 업체`라는 명성 하나 얻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하루 24시간 3교대로 작업했다. 그런데 `소설가`들은 “진실을 감추려고 고의로 인양을 지연시킨다”는 괴담을 퍼뜨렸다.괴담·의혹·소설·음모가 우리 사회를 더 혼란스럽게 한다. 예전에는 이런 자들을 혹세무민죄로 엄히 다스렸지만 지금은 `아니면 말고`로 무사하다. 사과 한 마디 없다. 법의 맹점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3-30

자해적 행동

중국 화둥사범대 심지화(沈志華) 교수는 강의에서 “사드 보복, 대체 어느 돌대가리가 이런 생각을 했나!” 하고, “북한은 중국의 잠재적인 적이고, 한국은 앞으로 절친이 될 것”이라 했다. 또 “주변 국가들이 중국에 비우호적인데, 사드 갈등은 또 다른 실책”이라 했다. 과거 모택동과 김일성 간의 특별한 친분 때문에 `혈맹`이라 했지만 지금의 중국은 북한과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으며, 오히려 한국과 가까운 정치·경제 노선이라 했다. 상(商)나라가 있을 정도로 중국인은 장사꾼 체질이고 한·중은 경제관계에서 이미 `혈맹`이라 했다. 이 강의 내용은 인터넷을 타고 급속히 번져가고 있다.홍콩의 영자 일간지 SCMP는 “중국의 대(對) 한국 경제보복은 실패할 것”이라 했다. 그 근거로 “한국이 중국에 파는 소비재는 5%에 불과하지만 중국이 만드는 TV나 휴대폰 등에 필수 소재인 반도체의 25%가 한국산이니 5%를 규제하다가 25%를 얻어 맞을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이 참다 못해 “반도체D램을 중국에 팔지 않겠다” 하는 날이면 코피 크게 터질 것이란 말이다. 홍콩대 한 교수도 SCMP 기고문에서 “중국의 경제보복은 한·미를 더 밀착하게 만들어 사드를 더 많이 배치하려 할 것”이라 하고, 한·중 관계를 더 이상 냉각시키지 않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면서 중국의 보복을 `자해적(自害的) 행동`이라 했다.미국의 여·야당은 한 목소리로 중국의 사드보복을 규탄하며 “중국의 한국에 대한 보복과 협박을 용납할 수 없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냈다. 또 중국의 보복은 WTO(세계무역기구)의 규정 위반이고 한·중 FTA 규정도 무시한 것으로 국제여론의 악화를 초래해 결과적으로 중국은 자해행위를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벌어진다. 한국의 야당들은 다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 `차기정권에 넘겨라.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라. 사드 강행은 헌법 위반이다.` 등등 구구각색의 이유를 댄다. 북핵 앞에서 무장해제하자는 `자해행위`에 다름 아니다. 참 이상한 `생각`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3-29

정치가 경제 망친다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세계적인 IT기업 총수들을 불러 `기술정상회담`을 했다. 이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초청장을 받았지만 참석할 수 없었다. 특검이 출국금지를 했기 때문. 귀신은 경문에 막히고, 사람은 안면에 막힌다고,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대통령과 얼굴을 마주 보는 자리에 초청을 받고 못 받는 것은 천지차이다. 초청 받고도 발목잡히는 일은 `한국적 현상`이다. 해마다 7월에는 미국에서 IT·미디어 분야 유력 인사 200여 명이 모이는 `선밸리 콘퍼런스`가 열리고, 이 부회장은 지난 8년간 참석해 새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것은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동경구상`과 비슷한 성격이었다. 그는 매년 연말에는 동경으로 날아가 세계적인 경제학자들로부터 `페이퍼`를 받았다. 새해 경제를 전망하는 의견서였고, 그것을 참고해서 한 해의 투자를 구상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올 7월의 콘퍼런스에 못 갈 수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뇌물죄로 묶어넣기 위해 그를 잡아놓고 닦달을 해야 하니까.23일부터 중국 하이난에서 `보아오 포럼`이 4일간 열렸다. 아시아의 정치·경제 지도자들이 모이는 `아시아판 다보스 포럼`이다.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도 왔다. 매년 한국 기업인 10여 명이 참석했는데, 올해는 얼굴 보기 어려웠다. `최순실 게이트`와 정경유착에 엮여서 구속됐거나 출국금지를 당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투자계획을 짤 수 없으니 청년취업은 갈수록 더 얼어붙는다. 참다 못해 경제계가 하소연을 시작했다.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이대로는 한 해도 더 갈 수 없다는 절박감”으로 “진보 보수 경제학자 40명의 자문을 받아” 만든 `건의문`을 들고 각 정당 대표들을 만났다. 해외 시장은 풀려가는데, 국내경제는 거꾸로 가고, 지금 변하지 않으면 0%대 성장, 마이너스 성장으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경제 원칙이 훼손되는 법안이 남발되고 국제 경쟁에서 손발이 묶이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