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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만방자 중국

한국에서의 사드 배치 완료 소식이 알려지면서 중국이 또다시 한국기업을 상대로 한 치졸한 보복에 나서고 있다. 한류문화 및 관광분야 제재로 한국을 압박하던 중국이 이번에는 중국 언론을 앞세워 현대차 흔들기에 나섰다는 보도다.“현대차와의 합작을 끝낼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관영언론이 떠든다. 20년 현지에서 영업했던 이마트가 철수를 결정했다. 중국 현지 롯데마트는 누적적자가 5천억원에 달하자 현지 매장 절반을 처분하기로 했다. 사드보복에 따른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지금까지 8조5천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보았다니 사드를 둘러싼 중국의 대응이 옹색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다.성주 사드 배치 완료에 대한 중국 언론의 보도는 더 가관이다. 중국의 최대 국제뉴스 전문지인 환구시보는 한국의 사드 배치를 두고 `악성종양`이란 말로 맹비난했다. “한국 보수주의자는 김치만 먹어서 멍청하다”, “한국인은 수많은 사찰과 교회에서 평안을 위한 기도나 하라”는 둥 저질스럽고 품격을 잃은 막말의 논평을 냈다.북한이 6차에 걸친 핵실험에도 일언반구 없던 그들이 최소한의 방위 수단인 한국 측의 사드 배치에는 온갖 막말이니 `사돈 남 말` 꼴 아닌가 싶다. 한국에 대고 “강대국 사이 개구리 밥 신세가 될 것”이란 말은 또 뭔 말인가. 국가 간에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나라다.환구시보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다. 정부 당국의 입장을 담아왔던 그동안의 보도태도로 보아 한국에 대한 중국 고위층의 생각과 수준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과연 중국이 스스로 대국이라 말할 수 있는 자격은 있는지 의문이다. 땅덩어리만 컸지 하는 짓은 졸장부나 다름없다.사드는 공격용 무기가 아니다. 중국 정부도 잘 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의 사드 배치에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그 이유가 궁금하다. 아직도 그들은 `중국은 대국, 한국은 속국`으로 생각하는 걸까. 북핵보다는 북한 정권의 유지에 더 신경을 쓰는 그들의 태도에서 이런 의심도 가져본다. 사드 보복에 우리가 더 당당해져야 할 이유가 이런 데 있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9-11

대가족제의 추억

요즘은 초(超)핵가족이란 개념을 사용한다. 가족 단위가 더 세분화되는 사회현상을 이른다.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인구는 2.41명이다. 한집에 부부가 산다고 가정하면 1명의 자녀도 채 두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2000년 이후 나타난 만혼 현상과 이혼의 증가, 노령사회 등이 가구당 인구수를 줄이는 요인들이다. 이제는 1인 가구 수가 전체가구 수의 27%까지 늘어났다. 4집 중 한 집이 1인 가구인 셈이다. 산업화로 도시로 인구가 몰리면서 불가피하게 우리사회는 핵가족화로 진행되었다. 반면에 농경사회에서 만들어졌던 대가족제는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대가족 중심의 가정을 찾아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워졌다. 뉴욕대학교의 클라이넨버그 교수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사회적 변화를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라 불렀다. 이들 집단의 경제적 영향력을 의미하는 뜻이다. 실제로 우리사회는 핵가족화가 보편화 되면서 사회, 경제, 문화, 교육 등 사회 전반에 큰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여중생 폭행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과 분노를 안겼다. 또래 여중생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참혹하게 두들겨 패놓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지금의 교육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소년법 폐지를 원하는 청원이 수십만 건 청와대 홈피에 올랐다고 한다. 이것이 법 개정으로 고쳐질 수 있다면 백번이라도 법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 또한 능사는 아닐 것이다.이번 사건을 보며 우리의 대가족제가 가져왔던 교육 효과를 추억해 본다. 대가족제는 한 가족의 구성원이 삼대 이상이 되며 결혼한 자녀들이 분가하지 않고 함께 사는 가족 형태다. 대체로 가족 구성원 수가 많고 엄격한 가부장적 권위가 특징이다. 핵가족화의 흐름을 거스를 생각은 전혀 없다.그러나 인간적이고 위계를 배우는 대가족제의 분위기가 자식세대에게도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것이 가정교육의 근본 아니겠는가./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9-08

최저임금 VS 최저연봉

미국의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회사인 그래비티의 CEO 댄 프라이스는 2015년 4월 파격적인 연봉정책을 발표했다. 경비원, 전화상담원 등을 포함한 120명 전직원의 최저연봉을 7만달러(약 7천900만원)으로 올린 것이다. 대신 110만달러였던 자신의 연봉은 7만달러로 삭감했다. `사회주의 냄새가 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함께 회사를 창업한 형이 “회사를 잠재적 위험에 빠뜨렸다”고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댄 프라이스는 “나는 자선사업 하는 게 아니다. 임금인상도 투자며, 회사발전을 위한 것”이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 후 2년 5개월이 지난 현재 이 회사는 어떻게 변했을까.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마이클 휠러교수는 “그래비티는 연매출이 연봉을 올리기 이전보다 75% 증가했고, 직원숫자도 40%가 늘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밝힌 성과지표에서도 직원들의 행복도가 올라갔고, 이직은 크게 감소했으며, 입사지원자는 크게 늘었고, 직원들의 출산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이 짧아지고, 저축은 늘었다. 신규고객이 크게 늘었고, 매출도 2014년보다 35%나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지난 7월에는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댄 프라이스에게 감사의 뜻으로 테슬라자동차를 선물하는 장면이 해외토픽에 보도되기도 했다. 댄 프라이스는 “우리가 탐욕으로 만들어지는 성공모델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면 다른 이들도 우리를 따를 것”이라며 강조했다. 이 회사의 정책에 감명을 받은 바이오분야 리크루트회사인 파머로직스도 2016년 1월 전 직원 46명 가운데 연봉이 낮은 28명의 연봉을 33% 인상했다. 이후 1년 회사는 눈에 띄게 성장해 연매출이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직원수도 72명으로 느는 성과를 거뒀다. 국가가 기업에게 최저임금을 올리도록 강제하는 최저임금 정책이 적지않은 기업의 반발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댄 프라이스의 최저연봉정책은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회사가 성공하려면 직원들부터 대접해야 한다는 건 새로운 경영철학일 수 있다. 이런 경영철학이 설득력을 얻는 경제환경을 조성해나가는 것이 진정한 최저임금 정책이 아닐까./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9-07

지금부터 고령사회

경제학자 한양대 전영수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고령화 사회를 괴물`이라 했다. 괴물인 이유는 이렇다. 고령화 사회는 우리 인류가 한번도 경험하지 않았던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류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설지 상상이 안 된다는 것이다. 젊은층이 많고 노인층이 적은 전통적 피라미드형 연령 분포가 바뀌는 사회구조다. 그래서 전대미문의 사회현상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얼마큼의 위력으로 세상을 흔들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우리의 삶의 방식과 유형은 물론이요 경제, 사회, 문화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모든 시스템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 전망했다.특히 그는 노령화 사회의 근본 문제를 청년문제와 결부해 주목을 받았다. 노령화 사회가 오면 노인보다 청년이 훨씬 열악하고 피폐해질 확률이 높다는 것.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 과거에는 듣도 보도 못한 기이한 사회현상이 끝없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한국도 8월말 행안부 발표로 공식적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14%를 넘었다. UN은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7%를 초과하면 노령화 사회, 14%를 초과하면 노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정의했다. 이 기준에 따라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지 불과 17년 만에 고령사회에 도달했다. 통계청 예측보다 1년이 빨랐다. 고령화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한 시간이 프랑스 115년, 미국 73년, 독일 40년, 노령화가 빠르다는 일본도 24년이 걸렸는데 비해 우리의 고령사회 진입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교수는 한국은 놀라울 정도로 일본과 닮고 있다며 일본의 실패를 배워 한국의 고령사회에 대비하자는 주장을 편다. 인구는 많아도 고민, 적어도 고민이다. 우리는 저출산 등 인구 문제가 이미 심각단계에 있다. 올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725만7천명이다. 당분간 더 늘어난다. 고령사회 시작을 가리키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우리는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한국의 미래가 밝아지는 것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9-06

게임체인저(game changer)

게임체인저란 말은 `어떤 일에서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 만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나 사건`을 가리킨다.경영에서는 기존의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가할 정도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나 제품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된다. 즉, 특출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며, 나아가 업계와 사회 전반에 큰 지각변동을 일으킨 인물이나 제품을 뜻한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애플 창업자 스티븐 잡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 등이 이에 속한다. 제품으로는 최근 삼성전자가 차기 전략 스마트폰으로 내놓은 `갤럭시노트8`이나, 올 하반기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진 애플의 `아이폰8` 역시 게임체인저 후보에 속할 수 있다.정치에서는 최근 북한의 행동양식을 놓고 `게임체인저`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게임체인저가 기존 판도의 규칙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게임 규칙을 만드는 중요한 행위자를 가리키는 만큼 기존 동북아 안보지형의 규칙을 흔들고 있는 북한의 위상을 묘사하고 있는 셈이다. 즉, 북한의 ICBM과 핵탄두 개발 움직임은 `게임체인저`로 부상하려는 북한의 의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문제는 북한이 ICBM과 핵탄두 개발을 통해 게임체인저로 인정 받을 경우 한반도 정세가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 본토를 겨냥해 핵탄두를 장착한 ICBM 능력은 한미가 상정한 북한의 `레드라인`이다. 만약 이 레드라인이 확보될 경우 북한은 미국으로 하여금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지 못하게 하고 종국적으로 한미동맹을 흔들어 핵 우산을 제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 동부까지 타격하는 능력을 보여줄 경우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미국은 개입 여부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있다. 또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주변에서는 `핵 도미노`현상이 우려된다. 현재는 중국이 유일한 동북아 핵 보유국이지만 우리나라도 `공포의 균형` 차원에서 전술 핵 재배치 요구가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일본도 이를 빌미로 핵 무장에 나설 경우 동북아 안보 불안은 더욱 가속화 할 가능성이 크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9-05

허리케인 `하비`

미국이 우울하다. 허리케인 `하비`로 텍사스주 일대가 최악의 재난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5일 텍사스주 남부 연안도시 코퍼스 크리스티 부근에 상륙한 허리케인 하비는 순식간에 텍사스주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5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하고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이다.텍사스 주지사는 2005년 최악이라 했던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 지출했던 1천200억 달러(135조 원)보다 더 많은 복구비가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4만 채의 주택이 파손돼 텍사스는 앞으로 수년간 심각한 주택난을 겪을 것이란 언론 보도도 나왔다. 미국 역사상 볼 수 없었던 전례 없는 보험청구도 예상된다고도 했다. 텍사스주 휴스턴시에는 콜레라, 장티푸스 발생 비상경보가 떨어졌다. 설상가상이다.텍사스주 소재 정유사들이 하비의 피해를 입고 설비 가동을 멈췄다. 이곳 정제설비 규모는 미국 전체의 26%, 전 세계의 4.9%다. 얼김에 한국의 정유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비가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도 변화를 안겨주었다.허리케인(Hurricane)은 열대성 저기압이다. 열대성 저기압이 필리핀 근해에서 발생하면 태풍이고 북대서양, 카리브해, 멕시코만, 북태평양 동부에서 발생하면 허리케인이다. 인도양과 아라비아해 등에서 생기면 사이클론이라 부른다. 이름만 다를 뿐 똑같은 자연현상이다. 허리케인은 카리브 연안 사람들에게는 `폭풍의 신`으로 불렸다고 한다. 이름만큼 강력하고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최대 시속 250㎞에 달한다. 그가 지나는 곳에는 나무가 쓰러지고 건물이 날아가고 물바다를 이룬다. 어디서 이런 강력한 힘이 발생하는지 현재 과학도 알 수가 없다고 한다. 되풀이 되는 자연의 힘 앞에 인간의 무력함을 보는 것 같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피해 복구비로 100만 달러(약 11억 원)을 기부했다. 미국 할리우드 스타들도 줄줄이 기부 행렬에 가담했다. 배우 산드라 블록이 100만 달러, 디카프리오도 100만 달러를 내놓았다. 자연 앞에 선 인간의 모습이다./우정구(객원 논설위원)

2017-09-04

염치(廉恥)

관중(管仲)은 춘추시대 정치가며 중국 역사상 재상의 본보기로 삼는 인물이다. 그는 국가의 근본을 예의염치(禮義廉恥)로 보았다. 이 중 한 가지만 없으면 나라가 기울고, 두 가지가 없으면 나라가 위험에 빠지고, 세 가지가 없으면 나라 근간이 뒤집히고, 모두가 없으면 망할 수밖에 없다고 가르쳤다. 예와 의는 나라를 다스리는 틀이고 염과 치는 자신의 인간 됨됨이를 갖추는 일이라 했다. 서양의 도덕적 가치를 말할 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뺄 수 없다.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의 2천년 역사를 지탱한 힘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철학이라 했다. 영국 최고의 사학명문 이튼대학 내 교회 건물에는 전사한 졸업생 이름이 새겨져 있다. 1차 세계대전 1천157명, 2차 세계대전 748명이다. 미국이 6·25전쟁 때 미국참전 용사 중 142명이 미군 장성의 아들이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이처럼 서구 사회의 핵심적 도덕가치다. 우리도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이상룡 선생의 생가 임청각을 소개하면서 `노블레스 노블리주`의 상징이라 말한다. 9명의 독립 운동가를 배출했고 임청각을 처분한 돈으로 독립운동 자금을 댄 그의 시대정신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양반은 양반답게 처신해야 한다”는 말로 번역한 게 있다.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규범을 갖춰야 양반 자격이 있다는 의미를 살린 번역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관중이 지적한 `예의염치`란 말로 풀어도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관중은 염치가 없는 사람이 공직에 있으면 시민과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고 했다. 시대를 떠나 공직자는 오로지 공공의 신뢰를 위해 솔선수범하는 생활 태도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정부가 공개한 고위 공직자 재산등록 현황을 보면서 염치없는 사람들이 고위 공직에 많이 앉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국민에게는 “사는 집 말고 다 팔라”하면서 해당부처 장관을 포함 현 정부 장관의 60%가 두 집 이상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로 밝혀졌으니 말이다. 염치가 없어 보인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9-01

인식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절대다수가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는 천동설을 믿을 때 “지구가 태양 둘레를 도는 것”이라며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1473~1543). 코페르니쿠스는 행성이 천체에서 역행하는 모습에 의문을 가졌고, 이 의문은 지구의 공전과 자전이라는 새로운 발견을 이끌어냈다. 지동설이 공식 인정받아 보편의 상식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44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위대한 탐험가`로 불리는 제임스 쿡(1728~1779)은 해도(海圖)가 없던 시절 뉴질랜드와 호주를 탐험했다. 북극에 이르러 여왕에게 “이 바다를 통해서는 영국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온통 얼음 뿐입니다”라고 보낸 편지는 유명하다. 그는 태평양 수많은 섬의 위치를 기록했고 이름을 지었다. 신념과 용기로 해도를 만들어낸 것이다.최근 시인이자 고전문학가인 이규배씨의 주장이 학계에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무도하가`의 새로운 해석 때문이다.“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임은 결국 물을 건너네/물에 빠져 죽으니/임을 어이 할꼬(公無渡河 公竟渡河 墮河而死 將奈公何)”라 전하는 이 시가의 `백수광부`는 무당, 또는 가난한 사내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이씨는 이 해석을 부정하며 “백수광부는 제후나 왕족 등의 고위직이고, 뱃사공으로 해석된 곽리자고는 거문고의 명인”이라 주장한다. `어문연구` 2017년 여름호를 통해서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는 “공(公)이란 임금이나 제후 등을 지시하는 단어”였다는 역사적 사실과 `공무도하가`를 전하는 중국 자료를 제시했다.그의 주장이 얼마만한 설득력을 가진 것이냐를 떠나 이런 학술적 논쟁은 필요성이 분명하다. 코페르니쿠스와 제임스 쿡은 모두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던 거짓을 바로잡는 것과 아무도 할 수 없다는 두려움을 뛰어넘는 일에 생애를 걸었다. 그것이 `지동설`과 `태평양 해도`를 만들었다.기존의 사고방식과 견해를 전복시키는 걸 `인식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 한다. 이규배씨가 논문을 통해 보여준 용기있는 문제 제기 역시 인식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아닐까./홍성식(문화특집부장)

2017-08-31

소비자 불안시대

모든 마케팅이 소비자를 왕으로 가르친다. 고객만족에 이어 고객감동, 고객행복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기업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라 말하고 있다.소비자를 왕으로 받드는 자만이 살아남는다고 귀가 따갑도록 배웠다. 그러나 실제로 시장에서 소비자가 왕이 되는 경우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요즘 우리나라 시장을 보면 소비자를 왕으로 부르기에는 너무나 터무니없다. 왕이 아니라 차라리 봉이라 부르는 게 맞다.살충제 계란으로 시작된 파동은 끝 간 데를 모른다. 정부 당국이 보증한다는 친환경 계란에서조차 살충제가 검출되고, 심지어 살충제 성분이 함유된 닭까지 확인되면서 도대체 누굴 믿고 음식을 먹어야 할지 소비자는 불안하다. 이번에는 유럽발 간염 소시지가 문제가 됐다. 한국에 유통되는 독일과 네덜란드 산 돼지고기로 만든 베이컨의 판매가 중단됐다. 이뿐이 아니다. 이보다 앞서는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은 소비자가 출혈성 장염 증세로 입원하는 일이 벌어졌다. 푸드 포비아(food phobia)란 말이 돌기 시작했다. 음식 공포증이다.소비자들 밥상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말이 실감나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조류 인플루엔자(AI)는 온 나라를 요동치게 했다. 2천만 마리의 닭과 오리 등이 살처분 당했다. 피해도 컸지만 이 때문에 계란 값이 한판에 1만원까지 치솟았다.정부 당국만 쳐다보던 소비자는 온통 바가지만 덮어썼다. 올여름 더위와 가뭄으로 채소류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배추 한포기 7천원이란다. “무서워서 못 사먹겠다”는 소비자들이 이젠 “비싸서 못 사먹겠다”고 아우성이다.이래저래 소비자가 왕이 아님이 입증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얼마 전 여성 생리대에서 발암 물질이 의심된다는 소비자단체의 항의가 일어나면서 생리대 제조회사가 환불접수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가습기 살균제가 인명을 빼앗아간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생리대 부작용 논란이 다시 벌어졌다. 과연 소비자가 의지해야 할 데는 있는 것일까. 무대책한 당국만 바라보는 소비자는 불안할 뿐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8-30

`당당국민법` 아세요

세금은 국가를 위해선 꼭 필요하지만, 막상 내가 내려고 하면 아까운 생각이 든다. 서민에게 세금만큼이나 민감한 것도 드물다. 역사적으로도 세금 때문에 빚어진 불상사는 비일비재하다. 민중봉기도 가혹한 세금에서 발단된 예가 많다. 그래서 공자는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말했다. 가혹하게 세금을 거둬 백성의 재물을 빼앗는다는 가렴주구(苛斂誅求)란 고사성어도 공자의 말에서 나왔다.우리가 일반적으로 조세정의를 말할 때는 공평과세가 기준가치다. 그러나 공평과세는 내가 느끼기에 따라 공평할 수도 있고 불공평할 수도 있다. 사람의 심리란 자신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저울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부자증세를 내세우나 이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찮다. 우리 사회의 경제 양극화를 고치기 위해 조세정의를 실현해야 하나 방법론에서 만만치가 않다.이종구 바른정당 의원이 연간 2천만원 이상 소득이 있으면 누구라도 월 1만원(연 12만원)씩의 세금은 내도록 하자는 법안(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당국민법`이라 명칭을 달았다. 국회 내에서는 정부 여당의 부자증세에 반대하는 여론을 담기 위한 법이란 해석도 있다. 그러나 복지혜택을 넓히려면 수혜자의 비용부담도 늘려야 한다는 국민 개세(皆稅) 주의에 입각한 제안이란 평가다.우리나라는 근로소득자의 46.8%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부자증세 문제가 제기되자 조세정의가 가진 자만의 것일까 하는 의문이 제기됐다. 복지 혜택은 받으면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조세정의가 아니라는 것이다.특히 우리는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는 근로소득자의 비율이 너무 높다. 일본 16%, 독일 20%, 호주 25%, 미국 35%다. 월 1만원의 세금이라도 내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자는 게 이 법의 취지다. 러시아 표트르 황제 때 수염세를 만들었다. 무위도식하는 귀족계급에 대한 통치방법이었다고 한다. 세금은 목적의 정당성만큼이나 납세자의 동의도 중요하다. 당당국민법에 대한 국민의 생각은 어떨까 궁금하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8-29

만인 앞에 공평한 법

영국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였던 존 스튜어트 밀은 말했다. “법이란 가진 자들에겐 모든 걸 막아주는 방패이지만 가난한 자들에겐 심장에 겨눠진 창끝이다.” 이 진술에 배치되는 판결이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법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가진 자`로 첫손에 꼽히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방패가 돼주지 못한 것이다.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법 김진동 판사는 `뇌물공여` `범죄수익 은닉`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조력을 기대하고 뇌물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내려진 이번 판결을 두고 환호와 비난이 엇갈리는 형국이다. “지은 죄만큼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반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돈을 강탈당한 것이니 정상을 참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법은 만인 앞에 공평해야 한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알고 있다. 하지만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이 짤막하고도 당연한 문장이 권력과 금력 앞에서는 힘을 잃는 경우가 흔했다. 부당한 방법으로 권력을 잡은 통치자는 가장 먼저 입법기관의 무력화를 획책한다. 중동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과 하피즈 알 아사드의 경우가 그랬다. 그들은 법의 지배 아래 있는 것이 아니라 법 위에 군림했다. 한국의 경우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외견상으론 분리돼 성장했고, 많은 돈을 가진 자가 정치권력과 결탁해 초법적 지위에 오르려 했다. 이게 현 정부가 청산의 대상으로 지목하는 적폐 중 하나인 `정경유착`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재용 부회장 판결에 대한 법리적 논란은 유보하자. 다만 한 가지 긍정적 측면은 인정하지 않기 힘들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법이 더 이상 가진 자의 방패가 될 수 없다는 걸 선언한 듯하다. 이는 과거와의 절연이라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1988년.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은 탈옥사건이 발생한다. 도주 끝에 자살을 택한 탈옥범 한 명이 세상을 향해 소리쳤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범죄자조차도 부자에겐 방패가 되고 빈자에겐 창끝이 되곤 했던 당시의 한국 법을 조롱한 것이다. 그런 세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홍성식(문화특집부장)

2017-08-28

반갑잖은 아열대 현상

우리나라는 원래 온대성 기후이다. 사계절이 뚜렷이 구분되고 사철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천혜적 기후를 가진 나라다. 그러나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온난화로 세계 온도는 평균 0.7℃가 올랐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2배 수준인 1.5℃가 올랐다. 올여름 대구의 더위는 시민들을 짜증나게 했다. 대프리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다. 폭염과 가뭄, 소나기로 반복되는 변덕스런 날씨가 이어지면서 대구의 기후변화는 이젠 현실로 다가왔다. 1970년대와 비교하면 대구의 기상변화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폭염 일수의 경우다. 1970년대는 23일이던 것이 2010년 이후는 31일로 늘어났다. 열대야 일수도 1970년대 10.3일이던 것이 2010년 이후에는 19일로 나타났다. 여름철(6월-8월) 평균기온도 1970년대에는 24.7℃였으나 2010년 이후는 25.8℃로 올라간 것이다.아열대 기후는 열대와 온대의 중간 정도 기온을 말한다. 기상학에서는 월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인 달이 8개월 지속되면 아열대 지역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이미 남해안 일대를 포함 상당수 지역이 아열대 지역에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도 마찬가지다. 기상청은 2070년이면 한반도 대부분이 아열대 가후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제주도에는 이미 60종이 넘는 아열대성 생물이 출현하고 있다고 한다. 2000년부터 보이기 시작한 아열대성 어종 가운데 일부는 제주 연안에 정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황놀래기, 청줄돔, 가시복어 등이다. 과일의 지도도 바뀌고 있다. 대구사과는 옛말이다. 고온과 가뭄으로 품질이 급격히 떨어졌다. 크기도 작아져 상품성을 잃었다. 제주도에서만 재배되던 감귤과 한라봉이 완도 등 전남지역과 경남 거제까지 확대 재배되고 있다. 아열대 과일인 망고와 패션프루트 등이 충청도 내륙지방에 재배되는 기현상이 이젠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 우리가 반길 일은 아닐 것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8-25

반복되는 축산재난

축산재난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축산전염병 스캔들의 원형은 영국발 광우병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1984년 영국 서식스 지역의 한 농장에서 시작된 광우병으로 소 133마리가 간질환자처럼 쓰러져 죽었다. 영국 정부가 파견한 역학조사반은 133마리의 소 뇌에서 종양을 발견했고, 동물 사체로 만든 `동물성 사료`를 소가 먹기 때문에 광우병이 발병한다고 분석했다. 영국 정부는 1996년 8월부터 광우병에 걸린 30개월 이상 소 440만마리를 단계적으로 도축, 살처분했다. 한국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건 2000년부터다. 그해 3월24일 경기도 지역에서 처음 발생했다. 구제역은 소·돼지·염소 등 발굽이 2개인 동물이 걸리는 병으로, 치사율이 5~55%에 달한다. 당시만 해도 23일간 15건이 발생, 살처분도 2천여 마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10년 후인 2010년 충남 천안시에서 발병한 구제역은 6천691농가를 덮쳤다. 살처분으로 땅에 묻은 수가 무려 353만여 마리였다.AI는 구제역보다 뒤에 등장했다. AI는 닭, 오리 같은 조류에서 H5N6라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감염으로 발생하는 급성전염병이다. 첫 AI는 2003년 12월 10일 충북 음성에서 발생했다. 당시 528만5천마리의 닭 등 가금류를 살처분했다. 이후 AI가 한 번 발생하면 100일 정도 지속되며, 매년 수백만 마리 이상의 가금류를 파묻는 일이 일상이 됐다. 특히 2014년부터는 여름철까지 AI가 지속됐다. 2016~2017년에 살처분된 가금류 수만 해도 3천807만6천마리에 달했다.올해는 살충제 계란문제까지 터졌다. 지난 14일 농축산부는 국내산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검출됐다며 산란계 3천마리 이상을 키우는 농장의 계란 출하를 금지시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451만여개의 계란을 폐기해야 된다고 밝혔고, 이 중 418만3469개가 수거돼 폐기됐다. 허술한 축산방역망의 철저한 재정비와 `동물복지형 농장`등 깨끗한 축산환경 조성이 축산재난의 악순환을 막을 방책이다. 정부의 발빠른 대응책 마련을 촉구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8-24

동물복지

동물에 복지란 말을 붙이니 어쩐지 어색하게 들린다. 그러나 동물도 조물주가 내려준 생명체인 만큼 동물 나름의 복지는 있어야겠다. 살충제 계란 파동이 일면서 `동물복지` 개념이 주목을 끌고 있다. 동물복지는 동물에게 주어진 현재의 환경조건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얼마나 편안한가를 의미하는 말이다. 동물의 멸종을 막기 위한 동물보호운동과는 차이가 있으나 동물학대와는 상통하는 의미가 있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닭의 사육방식이 비판을 받게 됐다. 자본주의적 생리가 일으킨 참혹한 참사라고 한다.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이` 생산해야 하는 자본주의적 속성이 밀집사육 닭장을 양산했다는 것이다. A4 용지 크기보다 작은 케이지에서 키우는 닭은 사료를 먹고 계란을 낳는 일만 한다. 마치 기계식 계란공장이나 다름없다.이런 상황에선 진드기 생성은 필연적이다. 닭은 원래 모래에 몸을 비비는 방법으로 몸에 붙은 진드기나 벌레를 떼어낸다. 자연적 생리방법이다. 그러나 밀실 사육장 안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사육농민의 살충제 사용도 예견된 일이다. OECD는 지난 6월 한국의 밀집사육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AI, 구제역, 브루셀라, 소결핵 등의 주요 원인이라고 경고 한바 있다.우리나라 축산이 살충제 계란과 같은 파문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동물복지에 충실해야 한다는 견해가 주목받는 이유다. 프랑스에서는 닭 사육 방식을 제품에 표시한다고 한다. 케이지에서 키웠는지 넓은 사육장에서 키웠는지를 알 수 있게 한 것이다. 동물복지를 고려한 윤리축산이 새롭게 뜨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친환경 관점에서 새로이 출발해야 한다.1987년 세계 환경개발위원회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말로 환경의 중요성을 처음 언급했다. 경제개발과 동시에 환경보존도 이뤄 미래세대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인간의 이기심이 자연을 파괴했다고 한다. 살충제 계란 역시 인간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닐까 싶다.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동물복지는 우리가 풀어 갈 숙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8-23

소득 주도 성장론

문재인 정부가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론`을 경제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내놨다. 소득주도성장론의 요체는 `임금인상이 총수요를 늘려서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신고전파 경제이론에 따라 기업활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수출과 국가재정투자를 늘림으로써 경제성장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펴왔다. 그래서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조차 시장은 되도록 건드리지 않고 재분배를 통해 복지를 늘리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한국의 부와 소득의 불평등은 1990년대 중반 이후 거의 일직선으로 나빠져왔다. 시장의 분배 자체가 문제였다. 더구나 한국의 수출은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가계는 140%에 달하는 부채비율 때문에 더 이상 빚으로 소비를 늘릴 수 없다. 수출주도-부채주도 성장의 시대가 막을 내린 셈이다.이런 상황에서 소득주도성장론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는 신고전학파와 대척점에 있는 포스트케인지언 경제학자들의 `임금주도성장(wage-led growth)`에 뿌리를 두고 있다. 포스트 케인스 학파는 우선 신고전학파의 `보이지 않는 손`을 부정한다. 국가 개입이 없는 자본주의는 불안정성과 경기변동을 유발한다는 관점으로 경제를 바라본다.특히 포스트 케인스 학파는 국가의 개입으로 유효수요를 유지 또는 증대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국가가 주도해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소득을 늘려줌으로써 국가경제의 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이나 어린이 수당 그리고 기초연금 인상 등은 이 같은 포스트 케인스 학파의 소득주도 성장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어떤 경제이론이 우리 실정에 최적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 누가 알랴. 실행해보기 전에 결과를 알 수 없다. 그리고 특정 이론이 경제현실의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해법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 다만 사회적 대타협으로 소득주도 성장론이 받아들여지고, 그것이 현재 한국이 나아가야할 `분배를 통한 성장`이나 `균형성장`의 길을 뚫어줄 수 있는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8-22

테러리즘 경계

유럽에서 비교적 테러의 무풍지대로 알려진 스페인에서 연쇄 테러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는 또 한 번 경악을 금치 못했다. 14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로 테러는 정말 영 막을 수 없는 인간의 재앙인가 하는 물음 앞에 우리는 섰다. 테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테러 행위에 대한 자의적 정당성에 있다. 이슬람 테러 조직이 저지르는 테러는 그들에게는 애족적 정당성이 명분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많은 사람이 테러라 규정해도 그들에게는 자위적 행동일 뿐이다.테러의 백미는 역시 미국 9·11 테러다. 수 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류 최악의 테러였다. 자본주의 상징인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자폭 비행 납치범에 의해 무참히 무너진다. 미국의 자존심인 국방부 펜타콘 건물도 부서져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동시다발로 저질러진 이날 테러로 뉴욕은 아수라장이 됐다. 시민들도 공포와 전율로 패닉 상태에 빠져든다. 미국 자존심이 무참히 짓밟힌 사건이었다.이 사건의 주범으로 알려진 빈 라덴은 미국의 추적을 교묘히 따돌리며 도피를 계속했으나 10년이 지난 2011년 5월 파키스탄의 한 은신처에서 미국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되는 종말을 맞았다.테러는 특정 목적을 가진 단체가 살인, 납치, 유괴, 약탈 등 다양한 방법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대개는 정치적, 사상적 목적을 갖고 있다. 9·11테러도 그렇고 과거 테러는 대상이 정해져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요즘 발생하는 테러는 뚜렷한 목적 없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무고한 시민까지 공격하는 맹목적 테러가 빈발한다는 것이다. 이번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그러했다. 바르셀로나에서 희생된 사상자들의 소속 국가가 24개국에 이르는 것으로도 이를 설명할 수 있다.우리나라도 IS(이슬람국가)가 손꼽는 테러대상 60개국에 포함된다. 친미적인 분위기와 중동에서의 한류문화 인기는 테러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곳 극단주의자에게 한류는 서구의 타락한 문화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테러에 대한 대비가 우리도 이젠 있어야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8-21

평화의 섬 `괌`

서태평양 최남단에 위치한 섬 `괌`.미국령 중 가장 서쪽에 위치해 미국의 하루가 시작되는 곳으로도 유명한 섬이다. 그보다 우리에겐 휴양지로, 관광지로 더 친숙한 섬이다. 우리나라 교민도 수천 명이나 살고 있는 곳이다.괌은 이 섬을 처음 발견한 `마젤란`이 상륙해 원주민과 싸움을 벌여 쟁취한 섬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세계 일주에 성공한 마젤란은 포르투갈인이지만 스페인 왕의 도움을 받아 세계 일주를 하게 된다. 그런 연유로 이 섬은 스페인 영으로 귀속된다. 마젤란이 처음 입도한 1512년부터 44년 뒤 스페인장군이자 필리핀 총독인 `레가스피`가 이곳을 스페인 영으로 선언하면서 300여 년간 스페인 통치를 받았다. 1898년 미국과 스페인이 전쟁을 벌여 미국이 스페인으로부터 통치권을 이양받는다. 그러나 1941년 일본이 괌을 공격 점령하면서 일본 소유로 3년간 넘어갔다가 종전 후 미국이 재탈환하는 역사가 이곳에 있다. 괌은 전쟁과 인연이 있는 섬이다. 스페인과 미국, 또 일본으로 번갈아 가며 지배를 받았고 그 전쟁 유적도 곳곳에 남아 있다. 솔레다드 요세, 스페인 다리, 스페인 광장 등이 구경거리를 제공한다.1926년에는 마젤란 상륙 기념비도 세워졌다. 매년 3월 6일은 그의 상륙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다. 당시 모습으로 대선단의 이동이 재현된다. 평화롭고 자연이 아름다운 최상의 휴양지. 그 속에도 많은 전쟁의 역사가 간직되고 있다. 역사의 아이러니다.지금 괌은 조용한 가운데 일촉즉발의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북한의 괌 주변 미사일 폭격 발언으로 이 섬의 평온함이 깨지고 있다. 괌은 원래 전쟁의 상흔 못지않게 전략적 기지로 활용돼 왔다. 사드 미사일 기지나 B-1B와 같은 장거리 전략 폭격기, 잠수함 등이 주둔하는 미국의 군사 요충지다. 평양과 미국령 괌과는 3천200Km 거리에 있다. 북한 핵무기를 둘러싼 한반도의 긴장감이 괌이라는 평화의 섬으로 전운이 옮겨간 양상이다. 역사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때가 많았다. 평화의 섬 `괌`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8-18

대통령과 세월호의 진실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연단에 선 문재인 대통령은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10초 가량 말문을 떼지 못하다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다소 떨리는 목소리였다. 단상 아래에서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 실종자 가족, 생존자 까지 총 207명의 세월호 가족들이 감회어린 눈빛으로 대통령을 쳐다보고 있었다.“세월호를 늘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미수습자 수습이 끝나면 세월호 가족들을 청와대로 한번 모셔야지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수색작업을 하는 중에 이렇게 모시게 됐습니다.”문 대통령의 표정은 침통했고, 눈시울과 코끝이 붉게 물들었다. 연단 좌우 대형 모니터에는 노란 리본 모양 문구와 함께`304명 희생된 분들을 잊지 않는 것 국민을 책임지는 국가의 사명입니다`라는 글귀가 떠있었다. 문 대통령은 먼저 미수습자 가족에 대해 “선체 수색이 많이 진행됐는데도 아직도 다섯 분이 소식이 없어서 정부도 애가 탄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들이 모두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당시 정부에 대해선 가차없는 비판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많은 국민이 3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세월호를 내려놓지 못하고 가슴 아파하는 이유는 미수습자 문제 외에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도대체 왜 그렇게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일어났던 것인지, 정부는 사고 후 대응이 왜 그렇게 무능하고 무책임했던 것인지, 그 많은 아이가 죽어가는 동안 청와대는 뭘 하고 있었던 것인지, 너무나 당연한 진상 규명을 왜 그렇게 회피하고 외면했던 것인지, 인양에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린 이유는 무엇인지 국민은 지금도 잘 알지 못한다”고 분개했다. 많은 국민들이 궁금하게 생각하는, 대통령도 의아하게 생각하는 `세월호의 진실`이었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가족의 한을 풀어주고 아픔을 씻어주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다시는 그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교훈을 얻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월호의 진실을 규명하는 작업이 추후 새롭게 시작될 것이라는 대통령의 약속이었다.문 대통령은 한 걸음 더 나갔다. 문 대통령은 “분명한 것은 그 원인이 무엇이든 정부는 참사를 막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선체 침몰을 눈앞에서 뻔히 지켜보면서도 선체 안 승객을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을 정도로 대응에서도 무능하고 무책임했다”고 당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질타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흥분된 마음을 추스른 듯 차분한 목소리로 “늦었지만 정부를 대표해 머리숙여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세월호 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세월호 사고 발생 이후 대통령이 공식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이 청와대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을 만난 것도 2014년 4월 16일 `그날` 이후 정확히 3년4개월 만의 일이었다. 청와대에 초청된 세월호 가족들은 “이렇게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곳인데 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렸느냐”며 울먹였다.행사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유민 아빠` 김영오 씨는 “너무 억울했다. 분통이 터졌고. 지금은 너무나 감동적이다. 이렇게 쉽게 들어올 수 있었는데. 아무것도 아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는 “3년이나 노숙하고 단식하고 그렇게 만나달라고….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시위하고, 정말 빌었다. 지금은 응어리가 모두 터지는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그렇게 우리 말 좀 들어달라고, 아픈 사람 목소리 좀 들어달라고…. 이렇게 만나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들에겐 큰 위로가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이날 문 대통령은 광화문 거리에서 단식을 함께 했던 유민아빠 김영오씨와 재회했고, 실종자 가족 대표인 남경원씨와 포옹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을 약속한 대통령의 말에 큰 위로를 받은 가족들은 다소 편안해진 표정으로 돌아갔다. 대통령에게도 미지수로 남아있는 `세월호의 진실`이 조만간 낱낱이 밝혀지길 기대한다.

2017-08-18

살충제 계란

살충제 계란이 전국을 충격속으로 빠뜨리고 있다. 처음 문제가 된 것은 네덜란드, 벨기에 등 유럽에서 유통 판매되는 계란에서 바퀴벌레나 벼룩 살충제로 사용되는 `피프로닐`이란 성분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이 성분은 해충을 잡는데 사용되는 맹독성 화학물질로 알려져있다. 현재 살충제 계란이 확인된 나라는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이다. 축산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이들 유럽국가에서 살충제가 검출되는 바람에 소비자들에게 더 큰 충격이다.유럽을 강타한 `살충제 계란` 쇼크는 그대로 우리나라에 상륙했다. 경기도 남양주와 양주의 산란계 농가의 계란에서 처음으로 살충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성분이 검출됐다. 정부는 농약 검출결과가 나올 때까지 전국 마트에서 달걀 유통을 중단시키고, 전국의 산란계 농가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위생검사는 농장당 달걀 100개씩을 무작위로 추출해 동물위생시험소에서 살충제 성분 유무를 검사하는 방식으로 실시하고있다. 최초 농약 성분이 검출된 남양주 농가와 양주 두 농가에서 출하한 계란들은 유통과정을 추적해 파기된다. 두 농가는 총 13만7천개의 달걀을 중간도매상 6곳에 출하한 것으로 나타났다.우려스런 것은 대부분의 축산농가가 닭에 기생하는 진드기를 제거하기 위해 약품을 쓰고 있어서 사용이 금지되거나 제한된 살충제의 성분이 검출되는 산란계 농가가 더 있을 개연성이 높다는 데 있다. 이같은 `살충제 계란`사태를 막기위해서는 소독약을 뿌릴 때 닭을 계사에서 모두 내보내고 빈 계사에 소독약을 뿌려 소독하는 등 계사를 아주 위생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공간이 없는 농장에서 자율적으로 이처럼 소독을 하도록 기대하기는 어렵다.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럽 사태이후 지난 4월부터 닭이나 계란에 있어서 잔류농약에 대한 측정이나 모니터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었는 데도 정부당국이 “별 문제없다”며 안일하게 대처한 탓도 크다.` 소읽고 외양간 고치는` 뒷북행정이 개탄스러울 뿐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8-17

몰카와 통화녹음

우리사회가 `몰카와의 전쟁`을 벌인지는 꽤 됐다. 최근 국회의원 아들이자 현직 판사가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로 여성의 다리를 몰카로 찍다 검찰 수사를 받는 일이 벌어지자 몰카 폐해의 논란이 또다시 우리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몰카 범죄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12년 1천824명이던 범죄자가 지난해는 4천499명으로 늘어났다. 최근 5년 사이 2.5배가 증가했다. 직업별로도 공무원, 전문직, 자영업 등 다양하다. 연령대는 26~30세가 가장 많지만 전 연령대에서 고른 분포를 보여 범죄의 신종화 추세가 뚜렷하다.몰카 때문인 사회적 스트레스도 늘었다. 특히 여성들은 누군가가 나를 몰카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 아닌지 두려움으로 불안 증세를 보이는 사례가 늘었다. 남성은 남성대로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찍을 때는 주변에 여성이 있는지 살펴야 하는 불편함을 겪는다고 한다. 국회가 11일 몰래 카메라의 제조, 수입, 유통에 이르는 모든 단계를 정부가 사전 통제하는 `변형 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른바 `몰카 근절법`이다. 몰래카메라 문제가 발생하면 제조자부터 구매자까지 역추적이 가능하다. 몰카의 사회적 피해, 유통 등에 대한 주기적인 실태조사도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몰카의 사전적 통제가 가능토록 한 법이다.일명 `통화 녹음 알림법`도 법제화된다고 한다. 자유한국당이 준비한 이 법은 휴대전화 통화 당사자 중 한 명이 통화 중에 녹음버튼을 누르면 상대방이 이 사실을 알 수 있게 음성 안내 메시지가 들리도록 한다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법 취지는 시민들의 사생활 보호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 외국에도 통화 녹음에 대해서는 엄격한 통제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들이 부당한 협박이나 공갈로부터 대응할 수단이 없어진다는 점에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법 제정을 앞두고 논란이다. 입법의 찬반을 떠나 과학의 발달로 우리가 받는 혜택도 적지 않으나 우리 스스로의 행동을 규제하는 나쁜 관습법을 양산화하는 꼴이 됐다는 서글픈 생각도 든다. 자승자박(自繩自縛)의 모양새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