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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우계(牛溪)와 율곡(栗谷)

“말 없는 청산이요 태없는 유수로다/값 없는 청풍이요 임자 없는 명월이라/이 중에 병 없는 이 몸이 분별 없이 늙으리라” 우계 성혼(成渾)은 1535년에 태어나 임진왜란때 타계했다. 그는 평생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가난과 싸우다가 왜란이 나자 세자의 요청에 따라 우참찬의 벼슬을 받고 서애를 도우며 전장을 누볐다. 닥종이로 옷을 지어 입을 정도로 궁핍했지만, 선조(宣祖)가 아무리 불러도 응하지 않았다. 그는 선조의 사람됨을 알아보고 그 밑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율곡 이이는 우계보다 1년 뒤에 태어나 임진왜란 8년 전에 타계했으니, 전쟁의 참화를 당하지는 않았다. 어머니의 서거를 보고는 절간에 들어가 불법을 공부하다가 논어(語)를 읽고는 성리학에 빠졌다. 성혼과 달리 율곡은 `참여파` 였다. “벼슬길에 나아가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데 힘을 보태는 것이 선비의 도리”라 했다. 선조 임금이 비록 암군이지만 설득하고 선도해야지 임금을 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여겼다. `낙향과 등용`을 여러 번 반복하며 당쟁의 와중에 통합과 화해를 위해 애쓰다가 48세에 서거했다.우계와 율곡은 이렇게 생각이 다르고 인생행로도 달랐지만 성리학의 가르침을 따라 요순시대를 구현하고 백성이 편안하고 도덕이 바로 선 나라를 만들겠다는 뜻에는 완전 일치했다. 그리고 나라의 운명을 바로 읽어내는 능력도 둘은 공유하고 있었다. 우계는 율곡의 주선으로 47세 되던 해 선조를 만나 `혁폐도감`이라는 개혁 담당 부서를 설치하라 건의했다. 이대로는 안 되니 시급히 개혁을 단행하라는 것이었다. 그때 율곡도 `경제사`를 설치해 조세제도를 혁파하라고 제안했다. 둘 다 “시급히 경장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극언까지 하고 십만양병설을 주장했지만, 선조는 그 말을 듣지 않다가 임진왜란을 맞았다.개혁을 게을리하다가 국란을 당하기도 하지만 개혁을 서둘다가 역풍을 맞는 경우도 있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일이 그렇게 어렵다. 그래서 “중용보다 어려운 일은 없다”고 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24

인민재판의 기억

조의연 부장판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국론이 또 찬반으로 갈라진다. 조 부장판사는 “대가 관계 및 부정한 청탁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했고, 법원 내부에서도 “특검이 여론에 떠밀려 서두른 것 같다”면서 “증거나 법리적 문제가 있는데 무작정 영장을 발부할 수는 없는 것”이라 했다. SNS에는 “대학시절부터 삼성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아왔으니 삼성을 배신할 수 없고, 아들이 삼성 취업을 확약받았다”란 낭설이 퍼진다. 그러나 삼성 관계자는 “조 부장판사는 삼성 장학금을 받은 사실이 없고, 자녀도 취업을 준비할 나이가 아닌 것으로 안다”고 했다.중앙지법은 “아들이 없는데 `아들 취업 운운`하니…” 했다. 아니면 말고식 `소설`이 마구 쏟아진다. 사법부의 판단이 자기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갖은 비난 험구를 퍼붓고 시위를 벌이는 것은 인민재판보다 더 악성이다.정치권은 툭하면 `국민의 뜻`을 들고 나온다. 야당들은 “민의와 동떨어진 결정”이라며 사법부를 성토한다. 민주당 대변인은 “국민의 바람에 어긋나는 결정이고, 국민의 법상식과는 너무도 다른 법원의 판단”이라 했고, 국민의당 대변인은 “사법부는 법을 외면하고 재벌을 선택했고 정의를 짓밟고 불의의 손을 잡았다”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민심과 동떨어진 그런 결정이어서 유감스럽다” 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법원이 힘 있는 자, 가진 자의 편에서 봐주기 판결을 해선 안 된다” 했고,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왜 사법부의 재벌 잡는 그물망은 넓고 서민 잡는 그물망은 촘촘한가”했다. 민심·민의도 두 종류가 따로 있는데….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초청장을 받았지만 참석하지 못했다. 특검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국익에 엄청난 손실을 가져올 이 조치를 두고 야당은 아무 말이 없다. 속으로 쾌재를 올리는 것인가. “한국에서는 군중 감정이 선을 넘어서면 야수로 돌변해 법치를 붕괴시킨다”란 말이 있다. 6·25때의 인민재판이 연상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23

계란유골(鷄卵有骨)

세종대왕이 어느날 내시를 불러 “황희 정승이 요즘 어떻게 사는 지 보고 오라” 했다. 다녀온 상선이 “초가집은 낡아 물이 새고, 하루 세끼 끼니를 걱정하는 지경이었습니다” 보고했다. 왕은 명을 내렸다. “오늘 남대문으로 들어오는 물품을 모두 사서 황희의 집에 보내도록 하라” 그런데 그날 따라 종일 비가 내려서 통행하는 상인이 없었는데, 저녁 무렵이나 되어서 촌로 한 사람이 계란 한 꾸러미를 들고 들어왔다. 신하들은 그것이라도 사서 대감의 집에 가져갔다. “이유 없이 이런 것 받을 수 없다” “어명을 거절할 작정이냐” 한참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받았는데, 삶아보니 계란에 뼈가 생겨 있었다. 너무 오래 두어서 부화가 시작된 것이었다. 그때부터 “먹을 복 없는 자는 계란에도 뼈가 생긴다”는 말이 생겼고, 지지리 복 없는 사람을 일컫게 되었다.북한에서는 지금도 명절(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생일날)에 계란 두 개씩 배급받는다고 한다. 탈북자들이 남대문 시장에서 계란더미를 보고 신기해 하면서 30개 들이 한 판을 사서 순식간에 다 먹어치운다. 돼지고기와 계란에 한이 맺혔는데, 별난 세상이란 것. 우리도 60년대까지는 계란이 명절 선물이었다.1962년 “이화여대 기숙사는 매일 계란 후라이 한 개씩 나온다”란 탐방기사가 신문에 실렸는데, 사실은 입학생을 끌어들이기 위한 광고성 기사였다.고 김수남 주교는 “나를 신부로 만든 것은 삶은계란이었다” 했다. 집에 신부님이 심방하면 어머니는 달걀을 삶아 대접했다.소년 김수남은 “나도 신부가 되면 계란을 먹을 수 있겠구나”고 생각하고 신학교에 갔다는 것이다.요즘은 `공장식 양계장`이 잔뜩 생겨서 라면에 계란 깨넣는 것이 예삿일이 됐지만, 올 겨울의 조류독감(AI)때문에 `닭값은 내리고, 계란값은 치솟는` 현상이 벌어졌고, 30개 들이 한 판에 1만원에 파는 설 선물세트가 나왔다.계란이 명절선물로 등장하는 것은 반세기만이다. 수입계란으로 수요를 충당할 지경인데, `계란에 얽힌 추억`을 회상하는 것도 한 즐거움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20

인공지능 권력자

유방암 치료방법을 두고 의사와 AI의사 `왓슨`의 의견이 엇갈렸다. 의사는 항암제 투여를, 왓슨은 방사선 치료를 주장했다. `알파고`가 바둑계를 석권, “AI는 완벽하다”란 인식이 퍼진 후, 환자는 왓슨의 처방을 택했다. 인천 길병원이 지난해 왓슨을 도입했는데, 대장암, 위암, 폐암, 자궁경부암, 유방암 등 5가지 암환자들 대부분이 AI의사의 처방을 따랐다. 의사는 오진을 할 수 있지만 AI는 더 정확할 것이라 믿은 것.의사들의 권위의식은 대단하다. 선배의사의 말에 토를 다는 후배의사는 없다. 환자가 자신의 병에 대한 의견을 말하면 의사는 매우 기분 나빠한다. “환자가 기어오르고 말이야….” “당신이 의사야!” “그렇게 잘 알면 왜 나한테 왔어!” 이렇게 환자를 기 죽인다. 그러나 이 권위의식이 중대 고비를 맞았다. “왓슨이 환자의 전자차트 기록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고 계속 스스로 진화하면, 의사는 도저히 이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란 공포감이 든다”는 것이다.삼성서울병원은 `로봇약사`를 이탈리아에서 도입했다. 실력 있는 약사 두 명 몫을 해내는 것을 보고 3대를 더 사 올 작정이다. 약사, 한의사, 간호사, 일반의사, 치과의사 순으로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2025년에는 이들 직업군의 절반 이상이 AI에 일자리를 내어주고 집에 갈 것이라 한다. 대형 매장의 `계산원`이 벌써 실직하고 있다. 고객들은 매장에 들어갈때 스마트폰을 개찰구에 대기만 하면 된다. 고객이 상품을 골라서 쇼핑백에 담는 것을 `아마존 고`가 다 보고 계산·결재를 바로 해놓는다.`AI의 공포`가 올해부터 본격화된다. 연구실에서 나와 일상생활 속으로 슬슬 들어간다. 암 진단·항공기 정비·바둑·기사 작성·경영분석·자동차 운전·문학 작품 창작 같은 고도의 두뇌 영역까지 침투한다. 잘 된 일인가, 잘못된 일인가. 정치를 대신할 AI, 정책을 맡아줄 AI, 사법판단을 도와줄 AI가 나오면 환영받을 것인데, 그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 권력분야는 `금지구역`성역인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19

정치가와 장사꾼

대통령에 당선되면 대체로 100일 정도는 `허니문 효과`를 누린다. 非지지자들도 `축하 분위기`를 탄다. 총 투표수에는 뒤지지만 선거인단에서 앞서서 당선된 경우가 미국에는 더러 있는데,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취임식 직전에는 61%의 지지율을 얻었다. 그런데 이번 트럼프 당선자의 경우는 겨우 44%에 그쳤다.미국 대선사에 없었던 일이다. 오바마 직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때의 지지율이 무려 83%였고, 레임덕도 없이 퇴임 때 50%이상의 지지율을 보였다. 여러모로 트럼프와 대조적이다.민주당 지도부는 “트럼프는 개인이 아니라 대통령직이라는 점을 존중해서 취임식에 참석키로 했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민주당 의원이 현재 17명이다.“러시아의 가짜 뉴스 덕에 당선된 트림프를 합법적 당선자로 보지 않는다”는 것. 또 미국 주요 도시 곳곳에서 反트럼프 시위가 벌어진다. “자신의 납세 실적 공개를 꺼리고, 러시아 개입을 계속 부인하다가 `약점 테잎`이 나오자 마지 못해 시인하는 등 그의 신뢰도는 추락했다” “지금 다시 선거를 한다면 떨어진다” 등이 이유다.대통령 취임식은 최대의 축제일이어서 1급 가수들이 축가를 부른다. 그런데 유명 가수들이 다들 “다른 스케줄이 있어서…”라며 꽁무니를 뺀다. 승락을 했다가 `분위기 상…` 취소하는 가수들도 상당수 있다. 축가를 불렀다가 `트럼프 지지자`로 찍히는 날에는 가수인생 끝장나는 것 아니냐 걱정하는 것이다. 이민자들과 유색인종들은 反트럼프 분위기를 주도한다. 워싱턴DC에서는 연일 1천명 이상이 모여서 “트럼프의 증오심에 저항하라”고 쓴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한다. 트럼프 당선자는 취임식 전부터 일자리 창출에 가시적 효과를 내고 있다. 멕시코에 지으려던 일본 도요타 자동차공장을 미국으로 끌어왔고, 한국도 `트럼프의 말`이 떨어지면 곧바로 멕시코 공장을 취소할 자세가 돼 있다. 그런데도 인기가 추락하는 것은 `그의 정치가적 자질`이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장사꾼과 정치가는 다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18

쇳물 문화재 1호

1973년 6월 8일 포스코 제1고로에 불이 들어간다. 21시간 후인 6월 9일 오전 7시 30분 쇳물이 터져나온다. 고철이 녹아 쇳물이 돼 흘러나오는 그 역사적 장면을 지켜보던 창설요원들은 일제히 만세를 불렀다. 그 순간의 감격은 무어라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때의 그 역사적 장면들은 사진에 담겨 `대한민국 철강사의 첫 장면`을 장식한다. 그런데 이상한 모습이 하나 보인다. 다른 사람들은 다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데 박태준 당시 사장의 얼굴만은 굳어 있었다. “기쁨은 잠시, 걱정이 밀려왔다” 박 사장은 후에 이렇게 술회했다.뤼프케 당시 서독 대통령은 한국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분단국의 운명`을 공유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에게 이렇게 조언했다.“서독의 아우토반 같은 고속도로를 먼저 닦으라. 다음 자동차를 만들어라. 그리고 제철소를 지어라” 이 3개의 사업은 연관산업이었고, 서독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그대로 따랐다.그러나 국내 모든 관리들과 정치가들, 특히 야당들은 죽기살기로 반대했고 외국인들도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영일만의 기적`은 이루어졌다. “모든 반대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들은 이제 일제히 제철소를 뜯어먹으려 덤빌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막나?” 첫 쇳물이 터지던 날 박태준 사장의 표정은 그래서 어두웠던 것이다. 그 후 박정희 대통령의 `종이마패`가 늑대들을 막아주었다.그 제 1고로가 임무를 다하고 퇴역하게 됐다. 너무 낡아서 경제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 대형화 추세에 밀려 `은퇴` 해야 할 `작은 거인`이다.그러나 그 `존재감`만은 한국 철강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서울~신의주 간을 달리던 열차가 도라산역 부근에 서 있는데, 포스코가 보존처리 기술을 이용해 더이상 녹슬지 않게 이를 보존하고 있다. 쇳물문화재 제1호도 이와같이 해서 지켜줄 가치가 있다. 역사적 구조물은 관광자원이 된다. `기적의 현장`이고, 산업의 쌀을 처음 수확한 탈곡기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17

가짜 선거의 배후

트럼프 당선자는 가짜뉴스 덕을 톡톡히 봤다. 공화당 지지 사이트의 38%, 민주당 지지 사이트의 19%가 가짜 뉴스를 만들었다는데, 더 양심적 선거를 한 클린턴 후보가 낙선했다는 뜻이다.“얼굴 두껍고 속 검은 자들이 중국 역사를 만들어왔다”란 내용의 책도 있다. 클린턴 후보는 “IS에 무기를 팔았다”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했다”란 낭설에 고전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트럼프를 위해 가짜 뉴스를 이용했다”란 공식 보고서를 냈다.가짜 뉴스로 덕 본 트럼프 당선자는 `흑색 뉴스` 때문에 지금 난처하게 됐다. “트럼프가 과거 러시아 한 호텔에서 매춘 여성 여러 명을 불러 난잡한 파티를 벌였고, 러시아가 이를 몰래카메라로 찍었다”는 것이다. 소문의 진위는 아직 미궁이지만, “트럼프 쯤 되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지배적이다. 기사 조회수는 450만 건을 넘었고, “아멘”이란 댓글은 1천건을 상회한다. 당선자 측이 아무리 부인을 해도 먹히지 않는다. `인기 없는 당선자`의 운명이고, 4년 후 재신임을 걱정하는 소리가 나온다.오는 9월에 독일 총선이 있다. 다수당 대표가 총리에 오르는 독일은 “러시아 정보기관을 조심하라”는 경고음을 발한다. “러시아는 이미 해킹이나 가짜 뉴스를 이용해 친 러시아계 후보를 당선시킨 전과가 있다”고 했다. 전에도 독일 의회와 메르켈 총리 개인PC를 해킹한 일이 있었다. 이번 총선에서도 반 러시아계 후보를 공격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독일 정보기관인 헌법수호청(BfV)은 “러시아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 선전·선동 도구들을 준비한 것을 확인했다”며 “거짓 정보를 퍼뜨려 독일을 흔들려는 의도”라 했다.사회주의 국가들의 선전·선동 기술과 정치심리학 수준은 세계 최고다. 대선을 앞둔 우리가 중국·북한·러시아를 경계하는 이유다. 친중·친북·반미 세력을 지원하는 공작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우리는 상상조차 못한다. `박 대통령 탄핵 정국`을 면밀히 살펴보면 그 수법이 드러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16

재벌 개혁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10대 재벌, 그 중에서 4대 재벌 개혁에 집중” 할 작정이다. 삼성, 현대차, SK, LG가 표적이다. 촛불시위에서 “재벌 해체! 자본주의가 문제다. 사회주의가 답이다”란 구호가 나왔지만 그는 `해체`까지는 가지 않았다. 기업집단이 경쟁력 측면에서 긍정적 요소도 있기 때문이라고. 다만 그는 “재벌 개혁 없이는 경제민주화도, 성장도 없다”면서 정경유착 등 적폐 청산을 주장했다. 그리고 16개항의 `개혁 방법`을 제시했는데 그 중 12개항은 상법·공정거래법 등을 개정해야 적용 가능하니 문제다. 지금의 4당체제에서 한 정당이라도 반대하면 법안이 통과 안 된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다.특히 재벌 총수 처벌에는 법정형량을 높여 집행유예가 안되게 하고 대통령 사면도 못하게 하자는 것은 `이상론`에 그치기 쉽다.문 전 대표가 재벌을 원수 취급한데 비해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따뜻한 시장경제`를 내걸었다. 재벌 개혁의 방법이 다르다. 진화된 자본주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제도를 기조로 하고, 양극화 해소를 위해 가진자들의 나눔과 온정을 유도해내겠다는 것. 미국의 투자자 워런 버핏이 제안한 `부유세`나 조지 소로스의 `화끈한 기부`를 예로 든다. 재벌들이 스스로 나서서 “부유세를 신설해서 세금을 더 내게 해달라. 소득세 법인세를 올려달라” 요구하면 그것이 바로 따뜻한 시장경제인데, 대통령이 총수들을 불러 준조세를 `부탁`하는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에서는 그것도 `이상론`일 수밖에 없다.재벌을 옥죄는 규제가 너무 심해서“대기업 수준으로 기업을 키우고 싶지 않다”며 중견기업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에는 `지원`이 있지만, 대기업에는 `뜯기는` 일이 많고, 돈 내고 `죄벌` 되고, 정권 바뀔때 마다 `개혁의 대상`으로 시달리니, “한국에서 장사 못 해먹겠다” 하고 자꾸 외국으로 나간다.여기에 `노동자 추천 이사제`까지 생기면, 귀족노조는 더 살판이 날 것이고, 한국에서는 `세계 1등 기업`이 없어질 것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13

국가 간의 약속

데이비스 시카고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 중국 정책이 한국, 일본, 대만으로 확대되면서 세계를 무역전쟁으로 이끌 가능성이 있다” 했다. 아이헨바움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관세를 높이고 기존 FTA를 폐기하면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치명적일 것”이라 했고, 아이켄그린 UC 버클리대 교수는 “관세장벽은 미국 경제에 단기적·장기적으로 별다른 긍정적 효과를 갖지 못한다”했지만, `오바마처럼 하지 않기`를 표방하는 트럼프는 고집을 접지 않을 것이다.트럼프는 이미 일본을 보고도 “도요타가 멕시코에 자동차공장 짓는 것을 반대한다. 미국에 지어야 한다”며 압박했고 도요타는 이에 굴복했다. 멕시코에 기아 자동차공장을 가진 한국도 찔끔하지 않을 수 없다. 땅값 싸고 인건비 싼 멕시코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데,“나는 한국 자동차를 타고 한국 TV를 샀는데, 한국은 해준 것이 없다”라고 후보시절부터 경고했던 사람이라, 앞으로 무슨 요구를 할 지 모른다.한·미·일 외교 차관 협의회가 워싱턴에서 열려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나오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란 논의에는 이의 없이 합의했으나, 임성남 차관과 스기야마 차관은 서로 얼굴을 붉혔다.“일본 각료들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것은 개탄을 금할 수 없다”항의하자 스기야마 차관은 “부산의 일본 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설치한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10억엔`을 거론했다.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굴욕적인 돈 10억엔을 돌려주자”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외교 참사다. 재협상, 백지화하자” 했으며,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것”이라 했고, 당초“잘 한 일”이라 동조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재협상 검토”로 돌아섰다고 한다. 그러나 “국가 간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하면 국제사회에서 왕따당한다. 한국은 지금 다급한 상황인데 신뢰까지 잃으면 갈곳이 없어진다” 뜻 있는 사람들의 걱정인데 정치가들은 인기발언만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12

이상한 일들

정치에는 `지는 해, 뜨는 해`가 있고,“정승 말 죽으면 문상 가도, 정승 죽으면 안 가는 것이 세상인심”인데, 전혀 그렇지 않은 일도 있다. 퇴임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고별파티에는 연예인들이 “나 좀 안 불러주나” 목을 쭉 빼고 기다리는데, 트럼프 당선자의 취임공연에는 요청전화 올까 겁낸다 한다. 오바마 만큼 대중문화를 사랑하는 대통령도 없지만 `비호감 당선인` 때문에 반사이익을 얻는다.아무래도 트럼프의 취임식은 썰렁할 모양이다. 공연프로그램은 다 짜여져 있는데 출연진은 다 채워지지 않고 있다. 공연 요청을 받은 유명 가수들이 “그 날 선약이 있어서….” 핑계 대기 바쁘다. 16세 가수, 몇몇 무용단과 합창단이 승락했지만 “개인적으로 사정이 있어서….” 불참의사를 밝히는 단원들이 상당수 있다고 한다. `환영받지 못하는 뜨는 해`는 처량하다. `무직의 백인들`만 트럼프를 지지하고 다른 미국인들은 `지는 해`를 아쉬워한다.구소련시절 헝가리는 1940년대부터 40여 년간 북한과 매우 친하게 지냈지만 1989년 연방에서 독립하면서 유럽 사회주의 국가중에서 가장 먼저 한국과 수교했다. 그 헝가리 외교장관이 “북한 지도자는 미치광이 독재자”라 했다. “헝가리는 과거 소련 공산주의 지도자들의 악행 만행에 시달렸던 뼈아픈 역사적 경험이 있어서, 북한 국민들이 현재 겪는 고통을 잘 안다”면서 “이슬람 국가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위협은 북한의 핵개발”이라 했다.대선정국을 맞아 `인정 사정 볼 것 없는 정치싸움`이 벌어진다. 민주당에서 떨어져나온 국민의당은 “친박 패권주의는 청산됐는데 그보다 더 무서운 패권주의자들이 남아 있다. 바로 친문 패권주의”라 공격했다. “정권교체를 못 하는 한이 있어도 친문과 손잡을 수 없다”는 소리도 나왔다. 심지어 같은 당인 박원순 서울시장도 “당의 분열을 초래한 문 전 대표는 적패 청산의 `대상`이지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당내 경선은 친구도 적으로 바꾼다. 이것이 정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11

정치권 난타전

새누리당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서청원 의원 간의 난타전이 심하다. 인 위원장이 “누구보다 책임을 통감해야 할 일부 인사가 기득권에 연연하거나 결단하지 못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 할복해야….” “새누리당이 정치하는 데인 줄 알았더니 와보니 서청원 집사가 있는 교회”라 하자, 서 의원은 “죽음을 강요하는 성직자는 한국에 단 한 분밖에 없다. 어떻게 성직자가 할복하라 하느냐” “거짓말하는 정치인이 싫어서 성직자를 모셔왔는데 할복, 악성종양 같은 막말을 한다”며 “나가달라” 했다.국민의당도 `반기문 카드`를 놓고 파열음을 낸다. 안철수 의원은 `반기문 3대 불가론`을 펴는데 “그는 국가 대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맞지 않는 인물이다. 다음 대선은 안철수·문재인 간의 대결”이라 했다. 그러나 호남 중진들은 “대선 주자가 안 의원뿐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반을 영입해 안 의원과 치열한 경쟁을 붙여야 한다” 했다.`분권형 개헌`을 두고 민주당도 갈라지는 소리를 낸다.초선의원들은 “특정인(문재인 전 대표)을 당 후보로 기정사실화하고 그의 뜻대로 끌고 가려 한다. 이는 당의 분열을 자초하는 행위”라 비난하자,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측은 “뭐가 문제냐. 분탕질 치지 말고 당을 떠나라”며 욕설의 의미가 담긴 `18원 후원금`을 보내기도 했다. “민주당이 누구의 사당(私黨)이냐. 패권주의에 사로잡힌 정당이냐”라고 비판한 박용진 의원의 휴대폰에는 “정신 차려라. 4년 중임제가 무슨 문제냐” 등 문자가 300통 이상 전송됐다. 그러나 주승용 원내대표는 “개헌을 하지 말자는 것은 촛불민심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라 했고, 정병국 의원도 “제2 최순실의 그림자가 문 전 대표 주변에 어른거린다는 말이 나온다” 했다.비문(非文) 의원들은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하자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을 8년 하겠다는 것”이라며 “당선된 후 개헌 약속을 지킨 대통령은 없다. 개헌하지 말자는 것”이라 했다.`권력의 재앙`을 지금 당장 눈앞에 보고도 깨닫지 못한 모양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10

제 혼자 가는 차

옛사람들은 연초에 토정비결을 잘 봤는데, 요즘 사람들은 “새해에는 무슨 과학기술 성과가 나올까” 점쳐본다. 개인 운수에서 국운으로 관심사가 달라진 것이다. `과학기술 국민연합`이 매 연초에 `미리 보는 과학기술 10대 뉴스`를 내는데, 올해는 가상현실(VR·가상 이미지를 실제처럼 보여주는 기술)과 증강현실(AR·현실에 가상 이미지를 덧씌우는 기술)시장이 폭발적으로 발달할 것이고, ICT와 자동차산업이 결합해서 혼자 가는 자동차 양산,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의 대중화 등이 상위권에 올랐고, `한국인 최초 노벨과학상 수상`은 희망사항으로 10위.운전자 없이 달리는 자동차 `아이오닉`이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 복잡한 도로에서 시운전을 했다. 건널목, 교차로 등이 수시로 나타나고, 지하차도까지 등장하고, 해가 저물어 어두워지고, 옆 차가 바싹 접근하고, 신호등이 수시로 바뀌는 등 길거리의 환경에 맞춰 잘 가는가를 보는 시운전이었다. 차는 입력된 목표지점을 향해 달리고, 어린이나 동물이 갑자기 나타나면 정지하고, 고속·저속·방어운전을 하고, 노란신호등이 왔을때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정지하는 등 `머리를 쓰는` 운전기술을 보여주는데, 현대차 아이오닉은 이를 잘 소화해냈고, 다른 나라 차들이 못 하는 `야간운행`도 할 줄 알아서 “한국차 최고”란 찬사를 받았다.올해 12월에는 12인승 자율주행 전기 승합차가 경기도 성남에서 정식으로 운행할 것이라 한다. 현행법에는 2명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탑승해야 하지만 조만간 법을 고쳐서 `사람 없는 차`를 달리게 할 작정이다.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날 서울 톨게이트에서 행사장까지 자율차가 운행되고, 올림픽 기간에는 경기장 사이를 선수들을 싣고 달릴 것이라 한다. 그 준비단계로 올 9월에는 그 복잡한 광화문 인근 도로에서 자율차가 운행되고, 서울대 연구팀의 자율주행차도 7월 여의도에서 셔틀방식으로 운행하고 내년에는 앱으로 부를 수 있는 콜택시도 운행할 것이라 한다. 정치는 암울해도 과학기술은 눈부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09

아찔한 전망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분야는 `보호무역주의자`들로 짜여졌다.“자유무역주의는 (중국 등) 외부의 적이 환율조작을 통해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미국의 일자리를 뺏는데 일조할 뿐”이라 생각한다. 트럼프는 `국가무역위원회`를 신설했는데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수행할 조직이고, 그 수장에 피터 나비로 교수를 내정했다.그는 “중국은 가짜·짝퉁의 나라이자 미국 경제를 파멸로 이끄는 주범”이라고 자기 저서에 썼다. 상무장관에 내정된 윌비 로스는 “철강 등 중국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물려야 한다”고 주장한다.미국의 외교전문지 FP는 “친미 노선의 박근혜 대통령을 이어 좌파 성향의 문재인이나 포퓰리스트 이재명이 집권하면, 미군이 철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트럼프는 동맹국들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 “한국 등은 감사할 줄 모르는 무임승차 국들이고 자유무역을 통해 미국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하니 이달 20일 취임하면 바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것이고 북한과 화해를 모색하는 좌파정권은 증액을 거부할 것이며 결국 철수하는 미군을 향해 손을 흔들 것이라 했다.지난해 8월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중국을 찾아갔고 시민들이 공항에 나가 귀국하는 그들을 맹비난했다. “사드 배치 결정을 용서하라고 빌러 갔느냐. 매국하러 갔느냐. 자존심도 없냐” 했다.그런데 이번에 또 중진 의원 8명이 중국 외교부장 등을 만나러 갔다. 송영길 의원은 “한·중 두 나라 사이에 경제와 사회문화 분야의 갈등이 번지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했고 “사드 배치 문제는 다음 정권에 넘겨야 한다는 문재인 유력 대선 주자의 뜻을 전하기 위함”이라 했다. `다음 정권`에 넘긴다는 것은 사실상 `배치 거부`이다.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이기자 한국은 중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일본에 합방됐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다시 `중국의 신하국`으로 돌아가고, 북한을 `형님`이라 부르게 될지 모른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눈앞에 보인다. 주권국가의 자존심은 사라진다. 아찔한 그림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06

학자들의 거짓말

지난달 국회 청문회에서 김경숙 이화여대 전 학장은 “교수들에게 정유라씨를 부탁한 일이 없다” “정유라 이름도 몰랐다”고 증언했다. 또 최경희 이대 총장은 “최순실씨가 학부모라며 찾아와 두 차례 만난 적은 있지만 특혜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류철균 교수(소설가·필명 이인화)가 조교를 시켜 정씨의 시험 답안지를 작성해준 혐의로 조사받는 과정에서 그 거짓말이 다 들통났다. 그는 “김경숙 학장이 정씨를 챙기라고 3차례나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또 “최씨 모녀가, 독일에 가야 해서 수업을 듣기 어렵다, 하기에, 인터넷 강의인데 왜 안 되느냐고 물었더니, 실실 웃기만 하다가 돌아갔다”고 했다.소설가라서 묘사력이 실감난다. “왜 실실 웃기만 했을까?” 최씨와 맞서다가 잘못된 전례가 있다. 대학교수 하나 날리는 것 쯤은 간단하다는 뜻이리라. 류 교수는 그 부탁을 들어준 덕분에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화여대는 `정부 프로젝트`를 무더기로 따내는 혜택을 누렸다. 문체부 장·차관의 목줄을 뗐다 붙였다 하는 권세니 대학교수 목숨 정도는 파리다. 참으로 무서운 `실실웃음`인 줄을 류 교수도 미처 몰랐을 것이다.소설가 이인화는 `인간의 길`이란 소설을 내놨다가 “유신독재를 미화했다”란 비난도 들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소설이었다. 그가 정조(正祖)임금 시절의 독살사건을 추리 형식으로 다룬 소설 `영원한 제국`은 100만부나 팔린 베스트셀러였다. 정조는 평생 암살 위협 속에서 전전긍긍했다. 사도세자의 아들이 등극했으니, 사도의 죽음에 관련되고 정조의 등극을 반대했던 노론들은 위기의식을 느끼며 정조를 제거하려 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탄핵정국과 일맥상통하는 조선 후기의 정국이었다. 이인화는 자신의 소설 속에 `오늘날의 사태`를 넌지시 암시했던 것인가?류철균 교수는 20대에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가 된 행운아였고, 소설가로도 훌륭히 성공했다. 그리고 그는 하회류씨 명문가의 후손이다. “모진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은”그의 불운이 애석할 뿐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05

공정·공평한 사회

한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서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양극화`와`청년실업`을 꼽았다. 한 쪽은 흥청거리는데, 한 쪽은 직업을 못 구해 절망적이다. “돈도 실력이야. 네 부모를 원망해라”라는 현실에 분기탱천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다. 그러니, 응답자의 52.8%가 “경제가 저성장을 해도 좋으니, 성장의 과실을 고르게 나눠 가지는 나라”가 되기를 원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줄여야 한다”란 응답자가 38%로 가장 많았다.새해 경제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도“경제는 민간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맡기고, 정부는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정치권력이 민간 기업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권력구조 속에서는 “대기업 총수는 돈 뜯기면서 국회와 수사기관에 불려가 죄인 취급을 당하는 악순환이 그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고도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이 대기업을 키웠고, 그 키워준 대가를 뜯어내는 구조를 만들었으니, 이제 중소기업 위주로 바꿔나가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경제정책 담당자들도 이와같은 `시대적 사명`을 인식하고 각오를 단단히 다지는 신년사를 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마부작침(摩斧作針)`을 말했다. 도끼를 갈아서 바늘로 만드는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자는 이야기다. 그런 각오 없이는 우리의 경제구조를 바꿀 수 없다는 말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상유십이(尙有十二)`를 말했다. 이순신 장군이 임금에게 “신에게는 아직 배 12척이 있으니, 죽기로 작정하고 싸우면 이길 수 있습니다”란 상소를 올리고 명량해전에서 대첩을 거둔 일을 거울 삼겠다는 의지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침과대적(枕戈待敵)`을 이야기했다. 밤에도 창을 베개 삼아 베고 적의 기습에 대비한다는 말이다.경제수장들의 신년사는 “우리사회를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비장한 결의를 다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내용이다. 이 결의가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와신상담하기 바란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04

월드컵의 권위

FIFA는 월드컵 본선 진출국을 지금까지 32개국으로 못박아 왔다. 그러나 인파티노 회장은 2026년부터 48개국으로 늘릴 방침을 굳혔다. 중국·인도 같은 축구변방국들을 대거 본선에 진출케 하려는 것인데, 그 속내는 돈 때문이다. 축구는 못하지만 돈은 많은 나라들을 본선에 진출시키면 FIFA의 수입은 약 20%(1조2천억원) 불어난다. 스폰서가 더 붙고 중계료를 더 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방침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월드컵의 권위`에 심각한 손상이 간다는 것이고 “일시에 황금을 더 얻자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짓”이란 것이다. 실력 형편 없는 팀들이 본선에 올라오면, 월드컵 경기장은 코미디 경연장이 될 것이다.이같은 FIFA의 변화 움직임은 중국의 `황사 머니` 때문. 중국은 지금 유럽과 중남미 선수들을 대거 영입중이다. 막대한 이적료와 연봉을 약속한다. 중국 프로축구 `상하이 상강`은 이적료 6천만 파운드(약 890억원), 연봉 2천만 파운드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에서 뛰고 있는 오스카르(25·브라질)를 뽑아왔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호날두(31)를 영입하려고 천문학적 금액을 제시했다. 이적료 3억 유로(약 3천798억원)와 연봉 1억유로를 약속한 것인데, 이 금액은 호날두가 지금까지 받은 연봉의 4.5배에 달한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의 거절 발언이다. “나에게는 레알 마드리드가 인생 그 자체이다.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중앙아프리카 르완다 축구협회는 `축구의 권위`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주술의식이나 주술행위를 하는 팀에게는 적잖은 벌금을 물리고 승점 3점을 삭감하겠다는 것. 전통적으로 주술을 잘 믿는 아프리카에서는 축구골대 밑에 주물(呪物)을 잘 묻는데 이를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성수(聖水)를 공수해 와서 골대 밑에 뿌리는 유럽 팀도 있었다. 이런 행위들이 월드컵의 권위를 깎는 일인지, 재미를 더하는 일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돈재주`보다 오히려`주술`이 더 즐거움을 줄 수 있으니까./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03

가짜 뉴스

세상에 별 희한한 직업이 다 있다. 폴 호너라는 미국인은 가짜뉴스로 돈을 번다. 그는 유명 언론사와 인터뷰도 하는데, “내가 만든 사이트에는 늘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이 찾아왔다”며 “트럼프는 내 덕에 백악관에 간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그는 가짜 뉴스로 매달 1만달러 이상씩 번다. CNN방송은 “미 대선기간에 등장한 가짜 뉴스의 생산자는 트럼프 지지자·광고수익을 노리는 장사꾼·러시아 선전기구 등 3그룹으로 추정된다”며 “크렘린은 서방국가의 정치불안을 부추기려고 가짜 뉴스를 생산한다는 의혹을 산다”고 했다.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얼굴이 고 카스트로 쿠바 평의회 의장과 닮았다. 그래서 두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올려놓고는 “캐나다 총리는 카스트로와 생물학적 부자(父子)관계”란 기사를 썼다. 힐러리 미 전 국무장관이 워싱턴DC의 한 피자가게에 아동 성매매 조직 사무소를 만들어놓고 성업중이라는 가짜 뉴스를 믿은 한 남성이 총기를 들고 습격한 일까지 있었다.가짜기사 때문에 핵전쟁이 벌어질 뻔한 일도 생겼다. AWDnews 사이트가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파키스탄을 핵공격하겠다고 말했다”란 보도를 내자, 파키스탄 국방장관 아스프가 발끈해서 “이스라엘은 파키스탄도 핵보유국이란 것을 잊은 모양이다”란 성명을 냈다. 그는 곧 웃음거리가 됐다. “국방장관 쯤 되는 사람이 가짜 기사에 낚이다니” 네티즌들의 조롱이 쏟아졌다. “선거에 진 힐러리 클린턴이 군사 쿠데타를 준비중”이란 가짜 기사가 뜨자 트럼프 측이 긴장했다.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폭발이 있었다는 가짜 기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퍼지면서 대소동이 일어났다. 그러나 이 소동은 페이스북의 안전확인 시스템이 지난해 8월에 작성된 방콕 에라완 사원 테러기사를 잘못 인식한 탓이었다. 실수로 뉴스사이트에 올린 기사를 진짜로 오인한 것이다. 가끔 이런 방송사고가 대혼란을 일으킨다.우리나라에는 촛불시위와 태극기시위를 놓고 편파 논란도 벌어지고, 참가자 수를 놓고 조작시비도 발생한다. 한국도 가짜 뉴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02

중국의 옛 버릇

임진왜란 발발 2년후인 1594년 3월 3도수군통제사 이순신 장군 앞으로 `명령서` 한 통이 왔다. “일본의 각 장수들이 갑옷을 풀고 본국으로 돌아가고자 하니, 너희 조선도 전쟁의 어지러움을 벗고 태평을 누리는 것이 어찌 양국의 이익이 아니겠는가”하고는 “너희의 각 병선들은 속히 본대로 돌아가서 일본의 진영에 가까이 주둔하지 말도록 하라” 명나라 원군에서 온 지령이었다. 당시 명나라 군대는 평양성 전투에서 왜군에 대패하자, 심유겸을 보내 일본과 화친을 진행중이었다.명군 진영에서 `전쟁금지 지령문`이 왔다면 불원간 선조 임금의 어명도 떨어질 것이었다. 장군은 급히 장계(狀啓)를 올렸다. “왜는 간사하기 짝이 없어, 신의를 지켰다는 말을 못 들어봤습니다. 흉악하고 교활한 적은 아직 포악한 짓을 그치지 않고, 여러 곳을 침략 살인 약탈하기를 전보다 갑절을 더하니, 병기를 거두어 돌아가리란 말이 진정이겠습니까”. 장군은 임금의 명령을 한 두 번 거역한 것이 아니다. 왜군 첩자의 손에 놀아나는 조정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왕은 화가 나서 “전쟁 끝나면 반드시 이순신을 죽이겠다” 공언한 터였다. 장군이 이렇게 완강히 버티자 명군은 왜와의 협상을 중지했다.중국은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고 다른 나라들을 변방이라 여겨 모든 나라들을 마음대로 부리려는 버릇이 있는데, 그 옛 버릇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다. 대만 차이잉원 총통이 중국에서 벗어나려 하자, 환구시보를 통해 협박을 계속한다. “현재 대만과 수교중인 21개국이 모두 단교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했다. 아프리카 2개국이 최근 중국과 수교를 맺으면서 대만과 단교한 것을 상기시킨 것. 대만은 바티칸과 수교중인데, 중국은 그 바티칸과의 수교를 준비중이다. 그것이 성공하면 `대만-바티칸 우호`도 끝이라 했다.차이(蔡) 총통의 다음달 중미 4개국 순방을 두고도 딴죽을 걸었다. `능지처참의 고통`을 줄 것이라 하고, 우리나라 사드 배치를 두고는 이미 보복을 시작했다. 중국이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이 `옛꿈`을 깨는 일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30

진광불휘(眞光不輝)

노자(子)가 화광동진(和光同塵·진정한 빛은 혼자 잘난 체하지 않고 속세와 잘 어울린다)을 설파하고,“뛰어난 기교일수록 졸렬해보이고 훌륭한 말일수록 어눌하게 들린다” 하자 불교 유교 선교들이“그 멋진 말이다!”하고 따라서 한 마디씩 했다. 진광불휘(진정한 빛은 번쩍이지 않는다), 난득호도(難得糊塗·똑똑함은 감추기 어렵다), 진수무향(眞水無香·참다운 물에는 냄새가 없다), 대지약우(大智若愚·높은 지혜일수록 어리숙해 보인다) 등등.미술에서도 “최고의 경지는 어린이 처럼 그리는 것”이라 해서 운보(雲甫)는 말년에 `바보산수`를 그렸다. 초등학교 학생의 그림 같았다. “어벙한 것이 당수 8단”이란 말도 있다. 난세를 살아가는 지혜다. 잘난 척, 똑똑한 척하다가 화를 당하는 일이 많다.`최순실 게이트`국회 국정조사 특위 의원들이 구치소에서 최씨를 만났지만`건진 것`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불리한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외국 여러 나라에 빼돌린 돈이 수십조 원이라던데? 란 질문에는 “그런 돈이 드러나면 국가에 헌납하겠다. 애당초 내 것이 아니니 잃을 것도 없다” 했다. 소득 없이 구치소를 물러나오면서 의원들은 최씨를 비난하는 것으로 속풀이를 했다. “자신의 잘못을 전혀 모르더라”“반성의 기미가 없더라” “시종일관 억울하다는 표정이더라” “이런 사람 때문에 나라가 흔들렸다니, 자괴감이 든다”최씨는 처음 체포됐을 때 “죽을 죄를 지었다” 했고, 국회 청문회가 열리고 관계자들이 줄줄이 묶여 들어오자 “죄송하다” “종신형을 받을 각오가 돼 있다” 했다. 그러나 종신형을 받을만한 죄상에 대해서는 전부 “그런일 없다” “그런 사람 모른다” 부인했다. 그리고 “누가 원망스럽나?”란 질문에 “나 자신이 가장 원망스럽다”고 대답했다. 자신의 이미지를 높이면서도 `죄의 자백`과는 거리가 먼 대답이다. `재산 국가 헌납`이란 말과 함께 `진광불휘성 답변`이다.“저런 사람들이 어찌 국회의원을 하나. 자괴감이 든다 ”되레 그녀는 속으로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29

미치광이 이론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이란 것이 있는데 “상대에게 비이성적인 인간처럼 보여 공포감을 갖게 한 후 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내는 전략”이다. 미국은 가끔 북한을 `럭비공`이라 하는데 트럼프도 그동안 사업을 하면서 이 수법을 요긴하게 써먹었고 최근 외교에도 성과를 냈다. 미 해군이 필리핀 해역에 설치해둔 `수중 드론`을 중국이 들고 가자, 트럼프는 “그것을 내놔라” 하지 않고 “우리는 그것 돌려받을 생각이 없다” 했다. 중국은 “저 자가 무슨 짓을 하려고 저러나?”불안해서 얼른 돌려주었다.이 미치광이 전략의 원조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다. 1969년 당시 소련이 북베트남 호치민을 지원하자 닉슨은 유럽, 동아시아, 중동 주둔 미군에게 `핵전쟁 경계령`을 내리면서 “나는 화가 나면 자제력을 잃고 항상 핵버튼에 손을 올려놓고 있다”란 소문을 퍼뜨렸다. 그러자 소련은 지레 겁을 먹고 “협상하자”했다.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대만 총통과의 통화·친러시아 성향의 국무장관 발탁·한국 방위비 시비” 등도 `고도로 계산된 미치광이 이론`에 입각한 발언이라 여겨진다.트럼프는 대선 때 여러 차례 “한국 일본이 핵을 가지는 것은 그들 자신이 결정할 문제”라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 없는 세상`을 목표로 `절대 불가` 딱지를 붙인 일인데 트럼프가 이를 뒤집는다. 또 그동안 미국은 `하나의 중국`을 존중해왔지만 트럼프는 “중국이 북핵에 비협조적인데, 우리는 왜 그 원칙을 따라야 하나” 하더니 급기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10분간이나 정치 경제 외교 문제를 놓고 통화를 했다. 양국 관계가 얼어붙은 것을 물론이고, 국제사회를 긴장시킨 일이다.트럼프가 “미국은 핵능력을 큰 폭으로 강화하고 확장해야 한다”란 발언을 내놓자,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놀라서 “핵무기 부대를 강화해야 하겠다” 했다. 옛 소련은 미국과 군비경쟁을 하다가 경제를 주저앉힌 아픈 역사가 있고, 트럼프도 핵경쟁에 돈을 쓸 생각이 없다.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이 도를 넘고 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