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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권투와 정치

필리핀 빈민가에서 태어나 권투의 전설이 된 파퀴아오(38)는 8체급을 석권하고, 59승 2무 6패의 전적을 달성했다. 상원의원에 당선된 그는 장차 대통령을 꿈꿀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는 지난달 다시 링으로 돌아왔다. 웰터급 복귀전에 이기면서 “대통령은 아직 준비가 덜 됐다. 복싱을 포기할 나이는 아니다”라 했다. “복싱과 정치는 남과 싸운다는 점에서 같다” 이것이 그의 지론이다. 정치도 권투처럼 피 터지는 싸움이다. 권투는 챔피언벨트와 돈이 들어오지만 정치는 `권력과 불행`이 돌아온다. 권력자의 말로는 대부분 불행했다.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퇴직을 앞두고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컨벤션효과를 타고 지지율 1위를 탈환했다. “박 정부의 일본군위안부 합의는 잘 한 일”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평소 옹호했던 그는 탄핵정국 이후 “국민이 배신감에 분노와 좌절을 느끼고 있다” 하고 “6·25전쟁 이래 한국인이 겪지 못한 정치 혼란”이라며 박정부의 지도력 부재를 비판했다. 이(利)불리(不利)를 따라 마음이 달라지는 것은 `국제적 인물`도 마찬가지다. 바람따라 물결따라 흘러가는 부평초 같은 민심에 누구나 흔들린다.민주당도 반 총장을 향한 견제용 잽을 날린다. 문재인 의원은 “그는 그동안 쭉 구시대 질서를 누려왔고 성공해왔던 분이라, 나라를 제대로 바꾸는 부분을 절박하게 생각할까 의문이 든다”했고, 추미애 대표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부패의 기득권 연장인 친박 세력의 반기문 대망론에 손들어주며 의기양양했던 분 아니냐. 지도자가 되고자 한다면 촛불민심이 무엇을 바라는지 성찰부터 해야 한다”며 날을 세워 비판했다. 그러나 영입이 점쳐지는 `제3지대`는 절대 비난의 소리를 내지 않는다.친박·비박 간의 치고받기도 점입가경이다. 친박들은 “그들은 국가보다 자신의 권력 입지를 더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며 탈당파들을 비난한다. 김무성· 유승민·김세연 의원 등을 표적 삼아 화살을 날린다. 사람들은 권투시합은 즐겨 보지만 `정치시합`은 그리 즐기지 않는다. 국정이 마비되니까./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27

시리아 내전

지난 3개월간 시리아 북부 도시 알레포는 지옥의 불바다였다. 러시아 전폭기가 1만8천800번 출격해 반군 3만5천명을 제거하고 훈련캠프 725곳과 무기공장 405곳을 파괴했다. 그 지옥에서 탈출한 일가족이 있다. 터키는 알레포에서 가장 가까운 국가여서 터키정부가 이들을 구해냈다. 영어 교사인 어머니는 트위터를 개설했고, 7살 난 장녀 바니는 알레포의 참상을 매일 바깥 세상에 알렸다. 팔로어는 36만명을 넘었다. 그 속에 터키 정부도 포함됐다. “반군들이 많이 죽고 나머지는 도망갑니다”란 바니의 전언을 듣고 터키는 곧바로 군용 트럭을 보냈다.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영국에서 의학을 배운 안과의사였고, 2000년 아버지가 죽자 자리를 물려받았다. 집권 초기에는 개혁정책으로 `시리아의 희망`이란 소리도 들었으나 몇년이 지나자 폭군으로 변했다. 비판의 소리를 듣지 못해 강압정치를 자행했다. 2007년 대선 때는 투표장에 무장한 친위대를 배치해 공포분위기를 조성, 97.6%의 득표로 재선했다. 반군이 들고 일어나자 그는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화학무기까지 사용했다. 이때 반군이 조직됐고, 내전상태로 들어갔다.여기에 외세가 거들고 나섰다. 이웃 터키는 반군 편이고 러시아는 정부군을 편들었다. 집안싸움이 동네싸움으로 번지면서 “세계대전으로 번지는 것 아닌가”란 말까지 나왔고 유엔도 어떻게 손을 쓸지 몰라 머뭇거릴때, 러시아가 정부군을 도와 반군의 근거지 알레포를 공습했다. 그러나 유엔은 알 아사드 대통령을 `전범 1호`로 친다. 그의 폭압정치를 내전의 원인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 미 대통령은 화끈하게 반군을 지원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틈에 푸틴이 선수를 쳤다.푸틴과 오바마, 두 지도자의 성격은 확연히 달랐고, 세상은 `과감·화끈한 지도자`를 선호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시리아의 문제는 끝난 것이 아니다. 반군은 다른 도시에서 둥지를 새로 짓는 중이고 북동부지역에는 IS의 근거지가 있다. 이슬람 국가들은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는 화약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26

알바생의 권익

법과 현실의 거리는 먼데 그 거리를 가장 멀리 느끼는 직업군이 알바생이다. 자신들을 보호해줄 법률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알바생이 숱하다. 간혹 법을 알고 `근로조건`을 따져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자 하면 “너 아니어도 일할 사람 많다. 골치 아프다. 가봐라” 소리나 듣는다. 알바생은 언제나 乙(을)로 살아야 할 운명이다. 그런데 그 알바생의 애환을 생각하면서 `근로기준법`을 따져 “법대로 하라!” 외치는 국회의원이 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다.그는 국정감사에서 이랜드파크를 쪼았다. 이 회사는 이랜드그룹 계열사로서 21개의 외식 프랜차이즈업체들을 운영하고 전국에 360곳의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알바생을 많이 쓴다.국정감사에서 패밀리레스토랑인 애슐리가 도마에 올랐다. 알바생들에게 10분씩 일찍 나와 교육 받기를 강요하고, 근무시간을 15분 단위로만 기록해 실제 일한 시간보다 적게 계산하는 수법으로 노동력을 착취했다.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되니 노동부가 나서지 않을 수 없었고, 조사 결과 휴업수당, 연장수당, 야간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은 위법을 적발했는데, 그 규모가 만만치 않다. 알바생 4만4천여명에게 임금 84억원이나 주지 않았던 것.“이랜드파크는 지난 3년간 100억원의 이익을 냈는데, 알바생에 안 준 임금이 84억원이니, 그 이익은 순전히 노동력 착취에서 나온 것”이란 주장이 국정감사에서 나온 것이다. 그동안 알바생의 권익이 침해된다는 소리는 수 없이 나왔지만, 국회가 이를 찍어내 문제 삼은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자본주의의 단점 중 가장 심각한 것이 정글법칙·약육강식이다. `조직화되지 않은` 일용노동자는 먹이사슬 가장 아랫쪽에 위치한다. 그래서 이들을 보호할 법을 만들었으니 그것이 근로기준법이다. 그러나 법이 현실과 너무 떨어져 있으면 `장식용`일 뿐이다.대출받은 학자금을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무직 청년들의 임금까지 착취하는 것은 “벼룩의 간을 빼먹는 짓”이고 천민자본주의의 민얼굴이며`사회주의 온상`이 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23

한지(韓紙)의 세계화

닥나무 껍질 섬유질이 최고의 종이 재료임을 알아낸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가 새삼 놀랍다. 한지에 찍어낸 불경 등 문서들이 수천 년 세월을 견디는 것을 서양인들이 알았다. 이탈리아 문화부 산하에 `도서병리학연구소`가 있는데 종이류 문화재 복원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다. 고문서가 오랜 세월이 지나면 낡고 헤어지니 이를 복원해서 원상을 유지한다. 이 연구소는 그동안 일본 종이를 이용해 고문서를 복원해왔다. 화지(和紙)가 세계 최고인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 한지를 보고는 생각을 바꾸었다.평생을 빈자와 함께 살며 청빈과 겸손의 삶을 산 프란체스코 성인이 1224년에 두 개의 기도문을 지어 양피지에 기록한 `카를롤라`를 복원하면서 그 종이를 한지로 했고, 다른 유물 5점도 한지에 복원했다. 경남 의령군 신현세(69) 한지장이 제작한 한지가 최적임을 증명하는 `인증서`까지 발급해주었다.“종이문화재 복원용 종이는 내구성이 강하고 유연성, 접착제와의 상호 유용성 등을 갖춰야 하는데 의령 한지는 모든 항목에서 탁월했다. 물에 강하고, 표면이 고르고, 광택이 없어 우수하다”란 내용이다.우리 정부는 유럽의 고문서·벽화·지도·고서화 등을 한지로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의령 한지에 이어 원주, 안동, 괴산, 문경, 전주, 가평 공방의 한지에 대한 인증도 이어질 것이다. 주 이탈리아 대사관은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하는 이 복원종이 시장에 한지가 본격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했다. 조상의 탁월한 지혜가 막대한 유산으로 남았다.최근 문경에서 전통 한지 전수교육관이 문을 열었다. 한지장 김상식(71) 명인은 2005년 경북 무형문화재 제23-나호로 지정됐고 조선왕조실록 복원, 고려초조대장경 복간사업 등에 그의 한지가 사용되었다. 그리고 지금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영국 대영박물관의 유물 복원 종이로, 또 이탈리아의 의류산업계에서도 한지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종이옷`을 문경 한지로 짓는 것이다. 머잖아 닥나무 단지가 곳곳에 조성될 조짐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22

여론재판과 법리

박근혜 대통령측 변호인단이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는 또 하나의 논쟁거리가 됐다. 최순실의 국정개입이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된다면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다 해당된다는 것. 노 대통령때는 형 노건평씨가 `봉하대군`으로, 남상국 대우조선 사장이 그에게 로비를 했다가 대통령이 지적하자 자살을 했다. MB정권 때는 형님인 이상득 의원이 `영포대군`으로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 할 정도의 국정 농단 사례를 들며, “전임 대통령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인사에 관한 의견과 민원 등을 청취했다”고 적었다.답변서는 또 고위공무원 인사에 최씨 등이 개입한 것이 헌법 위반이라면, 전직 대통령도 같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13년 3월 행자부 1급 공무원 11명이 집단 사표를 냈으며, MB정부 때도 감사원, 총리실, 국세청, 교과부, 농식품부 등의 1급 간부 전원이 사표를 낸 예가 있는데 같은 논리대로라면 이것도 헌법위반이라는 것이다. 다른 대통령 때는 탄핵사유가 되지 않다가 왜 박 대통령만 문제가 되느냐는 항변이다. 또 답변서는 “노무현 정부시절 삼성 일가가 8천억원의 사재를 출연하자 정부가 관리하겠다 하고, 재단이사진을 친노(親) 인사로 채웠다”고 했다.최씨와 관련된 회사에 박 대통령이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전 정권시절의 대법원 판례를 들었다. 변양균 당시 정책실장이 `신정아 사건`에 얽혀 대기업들에 후원을 요청했는데 대법원은 이 부분을 무죄라 했다. 사기업의 활동은 공무원의 직권 범위를 넘기 때문에 직권남용죄가 될 수 없다는 법리였다. 둘 사이의 애정관계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고 `여론`은 죄가 있다 했으나 `법리`는 그렇지 않았다.최씨가 연설문 등 국정에 개입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주방내각`과 `백악관 거품`을 들이댔다. `갇힌 생활`을 하던 옛 임금들도 미행을 나가 민정을 살피고 암행어사를 파견해 비리를 교정했다. 대통령도 누구에게나 물어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여순감옥`을 `하얼빈감옥`이라 한 것은 잘못된 조언이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21

메뚜기도 유월 한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요즘 살판났다.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서 그는 4년 연속 1위를 달린다. 트럼프 당선자 2위, 메르켈 독일 총리 3위, 시진핑 주석 4위, 프란치스코 교황 5위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40위, 김용 세계은행 총재 42위, 김정은은 43위에 링크됐다. 시리아 내전에서 푸틴은 크게 `한 건` 했다. 최대 격전지 알레포 전투에서 정부군이 승리한 것은 푸틴 덕분이었기 때문. 영국 언론들은 “알레포 폐허에 우뚝 선 푸틴, 그는 세계 무대에 강자로 등장했다”고 썼다.2014년 크림반도를 러시아가 합병하자 서방세계는 거세게 비난했다. “크림이 스스로 합병을 원했다 하지만 그것은 변명이다. 힘에 의한 강제 합병이다” 했고, 경제제재를 시작했다. 그러나 시리아 내전을 해결하자, 러시아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경제제재를 풀자는 소리도 나온다. 여기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 미국 대선. 트럼프 당선자가 내정한 국무장관이 푸틴의 절친 렉스 틸러슨이다. 1999년 러시아 관료주의에 막혀 지지부진하던 170억달러 규모의 사할린 원유 채굴사업을 성사시킨 사람이 틸러슨이고, 그를 도와준 사람이 당시 총리였던 푸틴이었다.트럼프 당선자는 외교 전담 국무장관 자리를 놓고 고심하다가 “러시아와 손 잡자”는 생각으로 친러파를 최종 선택했다. 서방세계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놓고 반목할때 중국은 그 틈을 타 러시아를 끌어당겼다. “러시아가 중국과 가까워지도록 놔둬선 안 된다”는 충고가 빗발쳤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렇게 만든 외교정책을 트럼프는 고쳐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트럼프는 그 충고를 따랐다. `푸틴의 친구` 렉스 틸러슨 엑슨모빌 최고경영자를 국무장관에 임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고 푸틴은`호랑이 날개`를 달았다.중국과 일본도 꾸준히 러브콜을 보낸다. 미·중 신냉전 속에서 러시아는 상종가를 치고 있다. 우군(友軍) 만들기에서 러시아를 괄시할 나라는 없다. 국내 정치만 안정되면 우리도 `양 손에 떡을 쥔`행운을 누릴텐데…./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20

맹탕 청문회

국회 청문회가 매번 헛물만 켠다. 재벌 총수들을 불러다가 대통령을 뇌물죄에 엮어보려 했지만, 온갖 회유 협박에도 재벌들이 넘어가지 않았다. 분통이 터진 의원들은 호통 겁박함으로써 속풀이만 했고, 국민의 분노나 촉발시킬 발언으로 겨우 체면을 세웠다.`세월호 7시간` 또한 그 모양이었다. 배는 기울고 학생들은 익사하고 있는 그 시간에 대통령은 성형·미용에 시간을 보냈고,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말을 이끌어내려 갖은 노력을 다 했지만, 의료인들은 말려들지 않았다.청문회란 증인들의 말을 듣는 자리인데, 답변보다 질문시간이 훨씬 길었다. 증인이 답변하면 늘 말을 중간에 가로채면서 의원 자신의 말만 늘어놓고 호통만 쳐댔다. 그래서 “청문회란 증인의 답변을 듣는 자리가 아니라 의원들의 인기발언 시간”이란 말도 나온다.“어느 의원이 청문회 스타인가” 그것 알아보는 자리이고, 이름 석자 신문 방송에 나오면 그것으로 `성공`이다. 우리나라 청문회가 언론에 공개되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증인의 실토를 끌어내려면 확실한 증거를 들이대야 하는데, 그런 증거수집 노력 없이 우격다짐 질책으로 때우려 하니 늘 헛물만 켠다.14일 3차청문회에는 의료인 9명이 증인으로 나왔다. “참사 당일 청와대에 들어간 적 있느냐” “대통령에게 미용 시술이나 주사 처치 등을 했느냐” 이런 물음에 대답은 한결같이 “그런 일 없다”였다.그래서 건진 것 하나 없고 “이번 청문회는 대통령 망신 주기와 국민 분노 유발에 치중, 청문회의 본래 취지에 크게 어긋났다”란 평가가 나온다. 여당 의원들은 “야당과 일부 세력이 허위로 의혹을 만들어낸 것”이라 했다.그런데 `확실한 증거`를 하나 잡았다. 비아그라 구입명세서. 고산병 치료제인데, 일본 언론은 `대통령의 남녀관계`로 소설을 쓰며 재미 있어 했다. 국제적으로 나라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일본 언론은 나라 망신시킬 보도는 결코 하지 않는데, 한국 언론은 `국격`에는 개의치 않는다. 국회든 언론이든, 선진국 대열에 끼려면 한참 멀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19

새누리당의 길

새누리당 친박 62명이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을 결성했다. 대부분 영남권이지만 그중 20여 명은 다른 지역 출신들이다. 그들은 왜 박 대통령을 꾸준히 옹호할까. 쥐들도 배가 난파될 조짐이 보이면 다투어 도망을 간다는데, 이들은 왜 끝까지 의리를 지킬까. 김태흠 의원(충남)은 방송에서 “최순실을 평소 알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남편이 바람 피우면 제일 나중 아는 것이 아내”라고 했다. 등잔밑이 어둡다는 말이고, 평소 최순실을 알면서도 대통령에게 왜 충고하지 않았느냐는 비난을 피해갔다. 이 친박들은 `의리와 명분`을 말한다.“정치는 명분으로 하는 것인데 우리가 만든 대통령을 탄핵할 명분이 없지 않으냐. 바람같은 여론에 휘둘릴 수는 없다”. 또 “친박 대 비박의 다툼이 아니라 당을 지키려는 세력과 깨려는 세력의 싸움”이라 했다.그러나 비박계의 평가는 다르다. “실리와 압력 때문”이라면서 “다음 총선이 3년 반이나 남았으니, 지금의 여론이 큰 의미 없다고 보는 것”이라며 “끝까지 당 주류로서 기득권을 지키는 게 정치생명에 득이 될 것이란 판단이 선 것이다. 누가 공천을 줬나. 이탈하면 어떤 보복이 있을 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폄하했다.박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김무성 전 대표는 “친박은 박근혜의 노예”라며 친박계 지도부 사퇴하라 하고, 친박은 김무성·유승민 의원 등을 내쫓겠다 한다. 양편 다 변화와 혁신, 국민과 당원이 주인인 당, 국민이 믿고 의지하는 새로운 보수정당을 내세우겠다는 방향은 같지만 그 방법이 다르다. 국민의 눈에는 그저 `힘겨루기`로 비칠 뿐이다. 16일에는 원내대표 경선이 있고 양 진영에서 각각 후보를 내세웠다. 어느 쪽 후보가 선정되느냐에 따라 `세력의 향방`이 정해질 것이다.“촛불은 믿을 것이 못된다.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여론이 확산되는데 광우병 촛불시위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좌파단체와 언론들이 주동이 된 촛불시위를 두고 `살 판 났다`는 야당이나 난파선의 쥐처럼 우왕좌왕하는 여당이나 국민의 눈에는 미성년자로 보인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16

북한 청년들

중국 단둥은 북·중 무역의 거점이다. 이 곳을 찾는 북한 젊은이들이 제일 많이 찾는 것이 `소형 메모리 카드`라 한다. 영화나 드라마 등을 담을 수 있기 때문. 카드 상인들이 무료로 저장해준다. 그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이 한국 작품이다. USB(이동식 저장장치)는 부피가 있어서 적발되기 쉽지만 손톱만한 칩은 발바닥에 붙이면 된다. 중국 식당이나 공장에서 일하다가 돌아가는 북한 아가씨들이 즐겨 찾는 것이 테디베어. 단둥은 북한을 변화시키는 `중국의 홍콩`이다.김정은이 화가 났다. “지금 우리 속에 남조선을 한국이라 부르는 나쁜 놈들이 있다”면서 “공화국 남반부라 부르는 것으로 고착시켜야 한다”고 했다. 한류 확산을 우려한 모양이다. 그는 2012년부터 군간부들에게 “남조선 말투나 외래어를 쓰거나 가사가 왜곡된 노래를 부르는 현상 등 불건전한 요소들을 맹아부터 짓뭉개야 한다” 했고 “젊은 사람들이 문제다. 우리 당 정책을 시비하는 것은 수령님(김일성)과 장군님(김정일)을 비판하는 것으로 이것은 `벌초`가 아니라 씨를 제거해야 한다”했다.어느 사회든 젊은이들이 변화를 이끌고 그래서 늘 기성세대와 갈등한다. 고위층의 자녀들이 한국 영상을 몰래 보다가 들켜서 노동교화소에 갔다온 예가 많고, 우리나라에서도 자식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최순실도 딸을 승마선수로 키우려다가 저 지경이 됐다.로동신문은 “존재 자체가 악인 청와대 망녀를 하루 빨리 권력의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준엄한 징벌을 가하려는 것이 남조선 인민들의 드팀 없는 결심”이라면서 “역도가 계속 사기극에 매달리며 버티기를 한다. 청와대 망녀가 오그랑수를 쓰며 뻗칠수록 남녘 민중들이 더 준엄한 징벌을 내릴 것”이라 했다.“북한으로써는 꿈도 못 꿀 일이 벌어진다”란 멘트는 없다.김정은은 지금 남의 걱정을 할 처지가 아니다. 유엔은 지난달 북한 인권문제를 들어 그를 ICC(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할 생각이다. `인류 역사상 유래없는 인권유린`을 국제사회가 묵과하지 않는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15

사드, 자존심 문제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지난 7월 “사드는 군사적·외교적·경제적 패착이요 실수다. 백해무익하다”했었다. 그러나 야권 일각에서도 “정권교체를 하더라도 한·미동맹 차원에서 추진된 사드 배치 자체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 하는 의견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 국회 탄핵 이후 야권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사드 배치,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박 정부의 정책 모두를 뒤집을 작정이다. 그래서 “다음 정권에 넘기자. 적어도 대선 전에는 결정하지 말자”한다. 그러나 군 당국과 미국은 “대선 전에 끝내겠다”는 입장이고, 정부 여당도 “내년 여름까지”라 한다.사드 갈등이 다시 불거진 가운데 미국 언론들도 한마디씩 한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대북정책과 사드 배치 모두 불확실하다”했고 CNN도 “진보정권이 들어서면 북한에 좀 더 외교적 접근을 할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하는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될 것”이라 했다. 중국 언론들은 “황교안 총리가 총명하다면 마땅히 `사드를 탄핵해` 한·중간 무역을 최상의 상태로 돌려놓을 것”이라 했다. 환구시보는 “사드 배치가 박 대통령 탄핵의 중요한 원인”이라 했다. 사드가 여·야 간의 갈등에서 한·중·미 간의 3중 갈등으로 복잡하게 다시 표면화하고 있다.그러나 우리 정부 당국자는 “정부의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했다. 미군은 “내년 7~9월 쯤으로 사드 배치를 완료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대선 후` 정부와 미군은 `대선 전` 배치를 고집하는데 그것은 정권의 향배에 달린 문제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의 환심을 사자고 우리의 방어력에 구멍을 낼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중국의 내정간섭`을 용인할 수 없다는 `한국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여서 더욱 그러하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긴 세월 동안 우리는 중국의 속국이었고, 중국은 아직도 그 시절을 잊지 못하고 있다.이 역사적 악연을 끊고 한국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사드는 반드시 배치돼야 한다. 이 나라가 원칙 없이 조변석개(朝變夕改)한다고 주변국들로 부터 무시당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14

수학과 신학

그리스 아테네학당 정문에 “기하학을 모르는 자 여기 들어오지 말라”란 글이 있다. 당시의 철학자들은 대부분 수학자였는데 사변철학은 추상적이고, 수학은 구체적이어서 양자를 다 알아야 정확한 지식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 학문은 `생각`의 산물이므로 “생각할 줄 모르고 암기만 하면 안 된다”는 뜻도 된다. 프랑스 철학자 겸 수학자인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하고 “수학은 신과 대화하는 학문”이라 했다. 논어도 “외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미련하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실수를 한다”했다.수학계의 `필즈상`은 4년 마다 젊은 수학자를 뽑아 100만 달러의 상금을 준다. 수학계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선발하는 노벨상 격이다. 러시아의 `은둔의 수학자` 그레고리 펠레만이 선정됐을 때 그는 “상을 받겠다고 며칠씩 수학연구실을 떠나란 말이냐. 나는 돈과 명예에 관심 없다. 동물원 원숭이처럼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기 싫다. 수학은 신으로 가는 길인데 잠시라도 그 길에서 비켜설 수 없다”며 시상식에 가지 않았다. 데카르트와 펠레만은 `수학과 신학의 연관성`을 발견했다.동양의 주역(周易)도 수리(數理)로 우주의 원리를 설명한다. 음양 5행을 기본으로 복희씨는 8괘를 만들고, 신농씨는 이를 64괘로 나눴으며, 공자는 10익을 붙였다. 중국은 BC 700년 경에 수학을 이용해 우주의 이치를 해석한 것. 수학은 그래서 “신명의 덕에 통하고, 만물의 정에 비긴” 학문이라 했고, `6효`를 뽑아 길흉화복을 점치며 미래를 내다보기도 했다.대통령 탄핵정국에 `123456789`란 수열이 화제다. 탄핵 표결에서, 기권 1명, 찬성 234명, 반대 56명, 무효 7표, 8일 발의, 9일 표결이었으니 그런 수열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0이 없다. `박사모`들은 “헌번재판소에서 모든 것이 0으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라는 점(占)을 쳐보기도 한다. 혹은 “89일만에 헌재의 결정이 나온다는 암시가 아닌가”란 말도 나온다. 역(易)학자들의 점괘가 궁금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13

두 얼굴의 탄핵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 국회법의 규정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상정될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시간끌기 작전`을 폈다. 3월 9일 오후 6시 27분에 본회의에 상정됐으니 12일 그 시간까지만 버티면 자동폐기된다. 여당은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철야했다. 그러나 12일 오전 3시 50분 야당인 한나라당의 기습에 뚫려버렸다.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것. 가결정족수가 181표인데, 한나라당은 193석이었다.난투극이 벌어졌다. 의장석 쟁탈전에, 명패와 구두가 날아다녔다. 당시의`전투장면`은 TV 카메라에 찍혀서 한국 국회사의 아픔을 보여주는 `역사적 장면`이 되었지만 외국인들은 `재미 있는 한국 국회상`을 즐겁게 감상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모습도 명장면 중 하나가 됐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은 국회를 기습통과했지만, 헌법재판소에 가서 기각됐다. “대통령의 여당 편들기 발언이 탄핵까지 갈 만한 잘못은 아니다”했다. 이 일로 해서 한나라당은 거센 역풍을 맞았고 총선에서 소수당으로 쪼그라졌다.그 후 `국회선진화법`이 만들어졌다. 의원 간 신체적 충돌을 금지했다. 육박전이 벌어지면 국회 경위가 잡아가기로 한 것이다. 2016년 12월 9일 오후 3시.`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은 각자 자리에 앉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돌격대도 없고 육박전도 없고, 의사봉 쟁탈전도 보이지 않았다. 진인사대천명의 자세였다. 찬·반 양 진영은 서로 승리를 점치고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필리버스터나 의사진행발언으로 72시간을 넘기려는 `지연 작전`도 시도되지 않았다. `234표 찬성`으로 통과됐다. 친박 중에서도 등돌린 의원들이 상당수 있었다.지지율 4%의 불통 대통령의 운명은 헌법재판소에 맡겨지게 됐다. “정치하지 마라.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은 만고의 명언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12

탈북자의 문화 충격

탈북자들이 처음 한국에 와서 놀랐던 것을 이야기한다. “라면! 그 맛 미치겠더라” “계란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것이 믿어지지 않더라” “자동차 안에서 한 아가씨가 길을 안내하는데 그 많은 길을 어찌 알고 구석구석 알려주는지, 신기하더라” “북에서는 돼지고기를 일년에 딱 두 번 먹는데 여기서는 마구마구 먹어도 되고….” “공사장에서 하루 일한 노임으로 일 년 먹을 쌀을 샀다는 것을 아내도 믿지 않더라. 북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다” “배 아픈 병 정도는 누구나 갖고 있어서 북에서는 그냥 견디는데 여기서는 간단히 고쳐버리니…. 탈북하기를 잘 했다 싶더라”허락을 받지 않고도 전국 어디라도 갈 수 있는 자유가 신기하고 대통령 사진을 집집마다 벽에 걸어두고 신주 모시듯 하지 않고 교회에서 우유, 주스, 달걀 등을 공짜로 주는 것도 놀랍고 자동차나 자전거를 바깥에 세워놔도 훔쳐가는 사람이 없는 것도 이상하다. 북에서는 신발을 마루밑에 벗어놔도 금방 사라진다.대형 매장 같은데서 `맛보기 음식`을 내놓는 것도 신기한데 몇 바퀴 돌면서 배를 채운 탈북자들도 많다.북에서는 권력자가 기업의 돈을 뜯는 것이 당연한데 대통령을 지낸 사람 두 명을 감옥살이 시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문화적 충격이라 할 정도로 놀라운 일이 많은 한국이지만 그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최고 존엄을 보고 마구 욕을 하고 하야하라 외쳐도 공안(경찰)이 잡아가지 않고 멀뚱히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다. 일반 인민들이 허락받지 않고 `정치적 견해`를 말하는 것도 북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고 “수령, 나가!” 한 마디만 입에 담아도 3족이 공개처형되거나 정치범수용소에 갇히는데 한국의 민주주의와 자유는 “이해될 듯 말듯”하다. 이 `자유`가 북한 당국으로서는 `놀기 좋은 물`이다. 친북단체에 끊임 없이 난수방송으로 지령을 보낸다. 권력 탈취를 위해 대중을 선동하는 것도 염려스럽고 무엇보다 큰 걱정은 “김정은 일가를 좋아하는 사람이 북한보다 많다”는 것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09

빗나간 훈수

“박근혜정부가 저 지경 된 것은 선거제도 탓이다. 서구식 선거의 비극이다. 한국은 11명의 대통령을 냈지만 다 결과가 좋지 못했으며 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중국 환구시보 등 매체들이 이런 사설을 실었다. 그러고는 중국의 지도자 선발제도의 우수성을 덧붙였다. “선거에 나오려면, 주장(州長)- 성장(省長)-부장(部長)을 단계적으로 밟아 통치 경험을 쌓는데 서구식 선거에서는 `듣기 좋은 소리 잘 하는 혀`와 `돈`과 `정치가문 출신`만 있으면 아무 경험 없어도 선거에 나올 수 있다”고 했다.그러니 당선돼도 통치경험 부족 때문에 확실한 결정을 할 능력이 없어 때때로 측근에 의지하고 그 측근에 휘둘린다고 했다.또 한국의 선거는 `경륜이 깊고 믿을만한 후보`를 뽑도록 `고안(考案)되지 않아`역대 모든 대통령들이 다 불행했다는 것이다. 이 말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에둘러 비난한 `곡사포`이다. 평생 집장사만 한 트럼프는 통치경험 없이 당선됐으니 틀림없이 측근들에 휘둘리다가 죽을 쑬 것이라는 것. 그러나 오바마 현 대통령이 임기 말에도 지지율 50%이상을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는 `경륜`과 `소통`을 다 가졌음을 알지만 말이다.중국의 정치제도를 엇비슷하게 따라가는`중국의 동생`이 지금 엄청 말썽을 부리는데 중국은 이 어긋난 송아지 같은 동생 하나 다스리지 못하고 엉뚱한데서 훈수한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때 수만 명의 굶주린 북한 인민들이 북간도로 몰려갔다. 유엔 제재가 극심해지는 지금은 그때보다 더 심각하다. 최소 30만명이 연변에 쏟아져 들어올 것이 예상되므로 미리 대책을 세운다는 보도가 나온다. 식량 비축 창고를 대대적으로 확보하고, 학교 교사같은 수용시설들을 잔뜩 짓는 중이라 한다.중국 관영 매체는 학자의 입을 빌려“사드를 불러들인 박근혜를 교체해야 한다”란 사설을 실은 적이 있었다. 한국의 국정 혼란을 부채질해놓고 `서구식 선거 탓`으로 돌리는 것은 대국 답지 못한 꼼수 잔머리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08

화끈한 정치

오늘날의 세계 정치 상황은 “양반스러운 언어와 품위 있는 정치가 아니라 민중의 말로 민중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정치가가 대권을 잡는 시대”라 말할 수 있다.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이 그러하고 미국의 트럼프 당선자가 그렇다. 두테르테는 `범죄와 전쟁`에 나서 화끈한 모습을 보여주어 높은 지지를 얻어냈고 미국이 인권문제로 시비를 건다 해서 오랜 우방의 정분을 깨고 중국에 붙어버렸다. 트럼프는 실업자가 많은 서민동네를 주로 공략해서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어 몰표를 얻었다.`촛불정국`에서 제일 재미를 본 사람이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네티즌들은 그를 `사이다`라 부른다. 사이버언어에서 사이다는“속 시원하다”란 뜻이다. 그 반대어는 `고구마`인데 텁텁하게 걸려서 시원하게 넘어가지 않는다. 민주당 소속인 문재인·이재명 사이에 요즘 `사이다·고구마 논쟁`이 뜨겁다. 대중의 언어로 대중의 요구를 대변, 사람들에게 속 시원함을 느끼게 해준 것이 `인기 급상승`의 원인이다.위기감을 느낀 문재인 측은 “사이다는 금방 목이 마르다. 그러나 고구마는 배가 든든하다. 나는 든든한 사람”이라 했고, 이재명측 은 “배가 고플 때 갑자기 고구마를 먹으면 체한다. 사이다로 목을 축인 다음 고구마로 배를 채우면 된다” 했다.이 말은 의미심장하다. 먼저 사이다를 마시고 나중에 고구마를 먹자란 말은 “내가 먼저 대통령을 하고, 다음에 당신이 하시오”란 뜻이 행간(行間)에 숨어 있다. `최순실 정국`이 시작되자 이 시장은 고지를 선점했다. 제일 먼저 “박근혜 퇴진과 구속”을 외쳤다. 그의 화끈한 발언이 오늘날 촛불정국의 도화선이 됐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2%에 머물던 그의 지지도는 지금 15.7%로 치솟았고, 반기문 17.3%, 문재인 17.1%에 이어 당당 3위로 올라섰다. 특히 `서울에서` `20대` `화이트칼라층`에서 그는 문 전 대표와 반 유엔 사무총장을 훨씬 앞섰다. 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둘 사이의 육박전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조짐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07

보호무역과 경제보복

그동안 미국의 대외정책은 “키워서 잡아먹기”였다. 우방국들의 경제를 키워주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호주의였다. 경제관료가 중심이 된 대외정책의 결과였다. 그러나 트럼프 집권 후부터 모든 것이 바뀐다. 경제관료가 아니라 장사꾼들이 정책을 세운다. 트럼프 내각의 경제라인이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외치는 인물들로 채워진다. 월가 출신 투자은행가 스티븐 므누신은 재무장관에, 투자전문가 윌버 로스는 상무장관에 지명됐다.므누신은 “법인세를 낮춰 외국에 나간 미국 기업을 불러들이고, 수조 달러가 돌아오게 하겠다. 또 중산층 소득세부터 내리겠다”했다. 그렇게 되면 `코리아 IBM` 같은 미국기업이 `철수`하게 되고 우방국에는 상당한 실업자가 발생한다. 수조 달러의 미국 투자가 사라지면 약소국들은 심한 몸살을 앓게 된다. 트럼프 당선자는 35%인 법인세를 15%로 내리겠다고 했다. 그것은 마치 주한 미군 철수 같은 충격을 줄 것이다.윌버 로스는 “좋은 FTA와 나쁜 FTA가 있다. 나쁜 것을 고치겠다. 무역에도 현명한 무역과 어리석은 무역이 있는데 미국은 지금까지 우둔한 무역만 해왔다. 이를 고쳐야 한다” 했다. 미국이 그동안 약소국들과 맺은 무역협정은 대체로 `우방국 다독이기`였지만 이제부터는 “국물도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주로 멕시코와 한국을 겨냥하고 있다. 로스는 “한·미 FTA는 힐러리 전 국무장관이 추진한 것으로 대표적인 실패정책이다. 그 때문에 9만5천개 일자리가 사라졌다”했다. 그는 또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겨야 한다”고 했으니 양국간 무역전쟁은 불가피하다.대만, 홍콩, 티베트 등 독립을 주장하는 나라들을 중국은 혹독하게 응징하고, 고분고분 말을 잘 듣지 않는 한국 등에는 경제보복으로 길들이기를 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이리 뜯기고 저리 터지는 한국은 `꽃제비` 신세인데, 국내정치는 `대통령 몰아내기` 정쟁에 빠져 있다. 나라를 걱정하는 정치인이 안 보인다. 북한 김정은은 “손 안 대고 코 풀겠다”할 것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06

카인의 후예

아담과 이브는 하느님의 허락 없이 선악과를 따먹고 아들 둘을 낳는데, 맏아들 카인은 농사를 짓고, 차남 아벨은 목축을 한다. 하느님이 아벨의 제사만 받자 질투가 난 카인은 동생을 죽여버린다. 하느님은 카인을 낙원에서 내쫓는 벌을 내린다. 인류 최초의 살인자 카인 이야기가 창세기에 적혀 있다. 형제간에 갈등이 잘 일어나는 이유를 카인과 아벨의 관계에서 찾기도 한다. 황순원의 장편소설 `카인의 후예`는 6·25가 휴전에 들어가던 1953년 `문예`지에 연재된다. 북한이 공산 치하에 들어갈 무렵, 토지개혁이 시작되고, 지주의 아들 박훈은 온갖 수난을 겪는다. 어제까지 충실한 마름이었던 도섭 영감은 위원장 `완장`을 차고 박해를 가하고, 친인척들도 등을 돌린다. 그러나 도섭 영감의 딸 오작녀만은 변함 없다. 박훈은 그녀와 손잡고 월남한다. 남북 이념 갈등 속에서 사람들이 점점 `카인`처럼 변해가는 세태를 그린 소설이다.이재만 성남시장은 지지율 2%로 대선 반열에 올랐는데, 최근 박근혜 퇴출 바람을 타고 지지율이 급상승, 문재인 의원에 바싹 따라갔다. 초등학교를 나와 공장을 전전하던 그는 독학으로 중· 고등 과정을 마친후 인권변호사가 되면서 출세가도를 달린다. 그는 `품위 있고 유식한 말` 대신 `노무현식 어법`으로 환심을 사고, 서민들의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는 정책을 편다. 야당들이 `박근혜 탄핵`을 머뭇거리며 주판을 튕길 때 그는 제일 먼저 `하야와 형사처벌`을 주장했다.그러나 그의 형 이재선씨는 `박사모` 성남지부장이다. 그는 동생의 대선 출마를 악착같이 막으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켓 한쪽에는 욕쟁이, 다른 쪽에는 거짓말쟁이라 쓰고 일인 시위를 벌이고, 공중파 방송에 나가선 그가 내뱉은 욕설을 틀겠다”고 했다. 이재명 시장이 형수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쌍욕을 마구 내뱉은 녹음 테입이 지금 SNS에 나돌고 있는데, 그것을 방송에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이들 형제는 `가는 길`이 완전히 반대 방향이고, 일찍 인연도 끊었다고 한다. 권력이 무엇인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05

국회의원의 두뇌

각종 사람의 뇌를 진열해 놓고 파는 가게가 있었다. 직업별로 분류한 두뇌였다. 각 두뇌에는 정가표가 붙어 있는데, 그 중 국회의원의 두뇌가 제일 비쌌다. 고객이 물었다. “국회의원의 뇌가 가장 우수한가요?”“그게 아니고요. 하도 사용하지 않아서 거의 신품이거든요” 이 묵은 개그를 새삼스레 꺼내는 이유가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의 머리가 3살 먹은 아이 수준이었다.호남 출신 국회의원들이 “경북 동해안의 SOC예산이 너무 많다”며 시비를 걸어 깎겠다 하더니, 이번에는 전북 출신 국민의당 국회의원들이 `경북 탄소산업 클러스터 사업 예산`에 또 딴죽을 걸었다. 이 사업 과련 예산에서 전북은 3종 22억원, 경북은 9종 115억7천여 만원이 반영됐는데, 얼핏 보면 큰 차이가 나는 듯이 보인다.그래서 야당 국회의원들은 이를 단순 비교해서 “재주는 전북이 넘고 돈은 경북이 챙긴다”고 했다.그러나 이것은 `심한 건망증`을 넘어 거의 치매 수준의 생각이다.전북은 이 탄소사업을 10년전에 시작했고, 이미 1천991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러나 올해 처음 시작한 경북은 당연히 전북보다 많은 예산이 배정될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어거지를 쓰는 야당 의원들의 머리는 `거의 사용하지 않은 신품`이 아닌가. 2천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쓰고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전북을 봐서, 경북의 사업에도 발목을 거는 것인가. 국회의원들이 앞장 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것인가.`융복합 탄소 성형 부품산업 클러스터`는 구미시와 경북도가 미래산업으로 사활을 걸고 있는데, `신품 두뇌 국회의원들`의 간섭으로 좌초될 위기에 몰렸다. 여당은 서리 맞은 뱀처럼 힘을 못 쓰고, 거대 야당은 살판이 난 현 시국에서 야당 국회의원들이 “죽이겠다”고 마음 먹으면, 못 할 일이 없다.예산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정치권의 부당한 간섭에 흔들릴 수 없다” 버티고, 전북 국회의원들은 자존심을 구길 수 없으니, 결국 이 사업의 운명은 `새우 등 터지기`가 아닌가. 과연 국해(國害)의원들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02

정치교수(polifessor)

교수 중에는 언론이나 정치권력에 관심이 많은 `외도 교수`가 많다. TV에 뻔질나게 얼굴을 내미는 교수를 `탤런트 교수`라 불렀다. 용모가 좀 되고 목소리가 듣기 좋으면 방송국이 고정 멤버로 기용한다. 이들은 대학 강단보다 방송국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또 글솜씨가 좋은 교수들은 신문사 고정필자가 되어서 지면에 이름과 사진이 자주 나온다. 이들은`탤런트 교수`에 포함되지 않고 `오피니언 리더`라 불리운다.학문과 정치권력은 예로부터 `상생관계`였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대학교수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높다. 정치권력은 누구에게나 `곶감`이지만 교수 중에는 유난히 권력지향적인 사람이 있는데 이들은 늘 권력 주변을 맴돌며 기회를 엿본다. 정치권은 교수의 사회적 평판과 이미지를 이용하려 한다.대선 주자들은 다 `교수 영입`에 힘을 쏟는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대선 준비 싱크탱크로 교수·전문가 500여 명을 발기인으로 포섭했고 연말까지 1천명 이상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김부겸, 안철수 등 다른 대선주자들도 맞불을 놓는다. `정치교수 그룹`에 끼지 못하면`무능 교수`가 될 판이다.대학 경영층도 “학자는 학문에 전념하라”하지 않는다. 권력자가 되어서 `힘`을 얻고 대학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이화여대가 그랬다. 권력층의 입맛에 맞추어준 대가로 정부 프로젝트를 싹쓸이할 정도였다. 교수가 청와대 수석 자리에 앉고 장·차관이 되고 정통관료가 30년 이상 해야 갈 수 있는 위치에`메뚜기 점프`로 단숨에 오른다. 그러나 이런 정치교수들이 내내 행복하지는 않다. 정권 바뀌면 추풍낙엽이 되어서 대학으로 돌아온다.그러나 대학이라는 `고향`이 마냥 편한 것은 아니다. 청와대 교문수석이던 김상률 숙대 영문과 교수는 학생들로부터 `사퇴 권유`를 받았다. 김종덕 문체부 전 장관도 홍익대 학생들로부터 배척당하고 한양대 교수였던 김종 문체부 전 차관은 지금 구속돼 있다. 학생들은 외친다.“철새 정치교수는 돌아올 둥지가 없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01

역설(逆說)

알렉산더 대왕이 군대를 이끌고 원정을 나갈 때였다. 한 멍청한 사람이 앞을 가로막고 대왕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전쟁하러 간다” “왜 전쟁을 하십니까?” “평화를 얻기 위함이다” 그렇게 대답하고 대왕은 행군을 계속했다. 바보는 연방 머리를 갸우뚱거리다가 혼자 중얼거렸다. “그 참 이상하네. 평화를 얻는다면서 전쟁을 하다니” 누군가가 지어낸 이야기겠지만, 정복왕의 머리는 바보보다 못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풍자했다.독일의 전신인 프로이센제국에 유명한 대왕이 있었다. 바로 프리드리히 대왕이다. 그는 고고학자였고, 정치에는 뜻이 없었으나, 부왕이 일찍 죽고 형조차 요절하자 등 떠밀려 왕이 되었다. 어느날 대왕은 교도소를 순시했다. 감방을 순회하자 죄수들이 몰려와서 억울함을 하소연했다. “남이 지은 죄를 내가 뒤집어썼습니다” “가벼운 죄를 지었는데 무거운 형벌을 받았습니다” 모든 죄수들이 그렇게 하소연하는데, 한 죄수만은 머리를 숙이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대왕은 그에게 물었다. “너는 억울한 점이 없느냐?” “예, 저는 죄인입니다. 너무 배가 고파 남의 감자 두 개를 훔쳐 먹었습니다. 저는 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이 말을 들은 대왕은 교도소장을 보고 버럭 화를 냈다. “소장은 도대체 뭣하는 인간이냐. 저런 나쁜 놈을 교도소에 가두어두다니, 다른 무고한 사람들이 물들지 않느냐. 당장 저 죄인을 이 감방에서 쫓아내지 못하겠느냐!” 그 죄수는 그날 교도소에서 석방됐다.고령군 의회 의원 7명과 의회사무국 공무원 9명이 전북 부안군 한 리조트에서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선진의회 구현을 위한 연수를 받는 것은 좋은데, 연수를 마친 후 주관사로부터 멸치세트를 선물받은 것이 문제가 됐다. 합법성 여부에 대해 법리를 따져봐야 할 일이고, 불법성 여부를 떠나 `연수 잘받고 선물까지 받은 것`이 도덕적으로 합당하냐는 것이다. 김영란법 강의를 듣고 김영란법에 문제될 일을 한 것도 역설적이다. 교육을 받은 효과가 전혀 없었다는 이야기 아닌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