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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몰타공화국

지중해 한복판, 이탈리아 남쪽에 있는 작은 섬나라. 넓이는 한반도의 1000분의 1, 제주도의 6분의 1에 불과하고, 인구는 포항시보다 10만 명이 적은 41만이지만, 명색이 `독립국가`다. 그러나 “로마교황청이 있는 바티칸 시국(市國)보다 크고, 싱가포르와 맞먹는다”란 자부심을 가졌다. 국민소득도 한국에 바싹 따라붙는 수준이라 결코 빌빌대지 않는데, 짙푸른 지중해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대체로 몰타에서 찍고, 기후가 포근해서 관광산업이 번성하고, 물가가 싸고 인심이 좋아서 `은퇴자의 고향`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작은 나라들이 흔히 그렇지만, 두뇌산업·지식산업이 주축을 이룬다.몰타의 절대적 자부심은 수도 발레타에 있다. 천하무적 오스만투르크 대군을 당당히 막아낸 곳이기 때문이다. “세계 전쟁사에서 이런 곳 있거든 나와 봐!” 이렇게 큰소리 친다.또 하나의 자랑은 천재화가 카라바조의 불후의 명작 2점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는 `세례요한의 처형`과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을 그렸고, 몰타가 그 두 작품을 소장하면서 세계 관광객들을 불러들인다. `골리앗의…`은 그가 죽기 직전 유서 대신 그린 유화(遺畵)다. 골리앗의 얼굴이 바로 카라바조 자신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미캘란젤로가 죽은 후 몇 년후에 태어났기 때문에 `그의 환생`이란 말도 듣는 천재지만, 성격이 워낙 괴팍해서 살인을 하고 도망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명화 한 장 그려주는 것으로 사면받아 감옥살이는 하지 않았다.볼품 없는 섬나라지만, 2003년 유럽연합(EU)에 당당히 가입했고, 내년에는 EU 의장국이 되므로 윤병세 외무장관이 얼마전 몰타를 예방, 총리와 외교장관을 만나 `북핵문제를 협의`했다. 몰타에는 북한 노동자들이 돈 벌러 많이 와 있는데, 그들에게 돌아갈 임금을 착취당하고, 강제노동에 시달리며 인권을 침해당한다는 이유로 `비자 연장`을 중단, 그들을 쫓아냈으며, 다시는 북한 노동자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그런 나라가 있는지도 몰랐던 몰타, 북핵문제와 인권에는 엄청 다부지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03

권력을 내려놔?

인간이든 다른 동물이든 집단생활의 기본 얼개는 `권력구조`와 `계급체계`이다. 인간사회에서는 `세금을 받을 권리`, 동물사회에서는 `암컷 분배권`이 기본이다. 피터지게 싸워서 이긴 수컷이 암컷과 식량을 독차지하는 것이 동물의 세계다. 인간의 정치사도 `권력쟁탈전의 역사`라 할 수 있다. 당초 신정(神政)체제였다가 세속의 권력인 왕권(王權)이 나타나면서 종교권과 왕권이 양립하고 점점 왕권이 강화되고 국법이 종교법을 압도한 것이 인간사이다.권력을 위해 형제도 죽이고 부자간에 전쟁까지 벌이는 일이 인간사에는 숱하다. 권력은 분명 피보다 진하다. 땅을 더 차지하기 위해서, 관할범위를 더 넓히기 위해서, 영향력의 강도를 더 높이기 위해서 박터지게 싸워온 것이 인간사의 골격이다. 그런데 요즘 `권력 내려놓기`란 말을 너무 쉽게들 한다. 국회의원들은 선거 전후로 그런 말을 관행처럼 해왔고, 검찰도 비리사건이 터질때 마다 `검찰개혁` 운운한다. 그러나 `말`만 무성할 뿐 `결과`는 없다. 국민들도 “그럴 줄 알았다” 하면서 차츰 잊어버린다.2011년 국회가 앞장 서서 검찰개혁의 칼을 뽑아들었다. 검찰이 조직적으로 반발했다. 당시 홍만표 검사는 `검찰 기득권 수호`의 선봉장이 되겠다며 사표를 내고 변호사 개업을 했는데, 지나친 전관예우를 받으며 막대한 수임료를 받고도 신고를 하지 않아 탈세 혐의를 받고 지금 푸른 죄수복을 입은 채 법정에 선다. 2014년에는 정종섭(현 새누리당 국회의원) 서울법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검찰개혁심의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어영부영 세월만 보내다가 끝났다. 검사장 출신 3명 중 2 명은 지금 수의(囚衣)를 입었고,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지낸 1명은 지금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이쯤되니,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은 `통렬한 반성과 성찰`을 하겠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고 검찰개혁 방안을 내놨지만, 하도 여러 번 속은 국민은 콧방귀나 뀐다. 국회에는 비호세력까지 있다. 천적(天敵) 없는 권력은 천정(天頂)이 없다. 검찰의 천정은 어디 있나./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02

강자의 민얼굴

중국 시진핑 주석은 3년전 4대 외교원칙을 발표했다. 친(親·이웃과 친한다) 성(誠·정성을 다한다) 혜(惠·혜택을 베푼다) 용(容·관용한다). 그는 해외 순방때마다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중국의 발전에 무임승차하는 것도 환영한다”며 대범함을 과시했다. 우격다짐으로 약소국들을 쥐어지르지 않고 관용함으로써 존경심을 이끌어내겠다는 뜻이었다. 중국 지도자들은 맹자의 왕도(王道)정치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리고 “미국은 패도(覇道)정치를 하는 나라”라고 욕한다. 중국은 백약이 무효인 병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세상의 중심에 있고 다른 나라들은 조공을 바치는 변방국이라는 생각을 못 버리는 정신질환이다. 작은 섬나라들한테 호되게 당하고도 치유가 안 된다. 영국은 두 차례의 아편전쟁에서 참패를 안겼고, 일본에게는 만주땅을 내주고 난징대학살을 당해 `덩치값도 못하는 뚱보`라는 비난을 받았다. 모택동은 `홍위병 난동`으로 나라를 거의 `정신병원` 수준으로 만들었다.그리고 땅욕심은 아무도 못 말린다. 내버려두었던 센가쿠열도를 일본이 차지하자 뒤늦게 “우리땅 내놔라” 하고, 난사군도는 공해(公海)이고 필리핀에 훤씬 가까운 암초지대인데 중국은 이를 매립해서 인공섬으로 만들고 “이제 내 땅이다” 하다가 국제재판소가 “아니다” 판결했지만,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힘으로 밀어붙인다. 북한 핵무기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하려 하자 중국은 경제보복으로 협박하면서 한국의 방어력이 강화되는 것을 막는다. 북핵은 상당 부분 중국의 책임인데 그에 대해서는 한 마디 말이 없다.최근 라오스에서 아세안안보포럼이 열렸고, 한·중·북 외교장관이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중국 왕이 외교부장의 태도는 `시 주석의 4대 외교정책`과는 완전히 거꾸로 가는 것이었다. 북한 외교상과는 절친한 친분을 과시하면서 우리 외교장관은 철저히 외면했다. 그리고 가난한 나라들은 중국의 오만에 입을 닫았다. 몇 푼 던져주는 `떡고물` 에 팔린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더이상 중국을 상전으로 섬기는 제후국이 아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01

핵에는 핵으로

중국의 트집이 본격화된다. 칭다오가 대구 치맥축제 참여를 취소하고, 자신들의 축제에도 대구시의 참석을 거부하는 `사드 보복`을 하더니 이번에는 한국 화장품을 가지고 시비를 건다. 중국 관영 매체들이 “한국산 화장품이 검역 검사에서 불합격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불량 밀수품이 늘고 있다”고 보도한다. 한국과 중국의 금지물질이 서로 다른데, 중국에서 금지된 성분이 한국 화장품에 들어 있다는 핑계까지 붙인다.또 관영 CCTV는 “일부 한국 상인들이 불량 가짜를 팔다가 검거되고 있다”는 보도를 계속 내보낸다.한국 화장품이 프랑스제를 밀어낼 정도로 세계 최고임을 각 나라 관광객들이 인정했고, 중국 관광객들도 다투어 한국화장품을 사가는데, 중국 관영 매체들만 딴지를 건다. 뿐만 아니고, 중국 공안이 동북 3성에 있는 탈북민들을 체포해 북으로 돌려보내고 있다.탈북자 구호단체들은 “이혜란(28)씨가 북한으로 끌려갔고, 지린성 한 농촌에 살던 탈북여성 2명도 공안에 체포됐다. 연변 일대에서 탈북자 체포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최근의 소식을 전했다.유엔의 대북 제재 행보에 중국은 그동안 마지못해 동참 흉내를 냈지만, 사드 배치를 놓고 시비를 걸다가 뜻대로 안 되니 이제 `친북 본색`을 드러낸다.아세안 안보회의에서, 왕이는 북한 외무상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한국 외무장관을 백안시했다. 북한을 지렛대로 삼아 한국을 어떻게 해볼 요량이지만, 그 하는 짓이 치졸하기 짝이 없다. 중국은 역시 국제사회에서 `미성년자` 수준이다.중국의 보복이 노골화되고, 미국 대선에서 `좀 이상한 부동산 장삿꾼`이 주한 미군 철수 운운하고, 한반도 비핵화는 이미 물건너 간 원칙이 돼버리자, 원유철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우리도 핵무장 trigger(자동조치)를 선언하자” 한다. “북한이 5번째 핵실험을 할 경우 우리도 자동으로 핵무장을 추진한다”란 선언을 하자는 말이다.북이 핵을 포기할 리는 없고, 중국도 한국의 무장해제를 획책하는 마당에 `핵에는 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7-29

조롱거리 거인

모택동의 문화대혁명(1966~1976) 10년은 중국의 발전을 30년 뒤처지게 했고, 그 상처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고통으로 남았다. 毛(모택동)는 새 문화정책을 내놓았는데 “모든 문화예술은 정치에 복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산주의 혁명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문화예술은 철저히 배격됐다. 화가들도 `순수한 예술적 상상력`을 버리고 모택동의 초상·홍위병이나 인민해방군·농민과 도시 노동자 등 `혁명·투쟁의 도구`들만 그렸다. 모택동이 죽고 3인방이 숙청되면서 화가들도 해방됐고 그 `광란의 시대`를 화폭에 담기 시작했으니, 바로 중국의 독특한 미술장르가 된 `상흔미술`이다. 이 사조는 문혁때 가장 극렬히 저항했던 쓰촨에서 태동했는데, 쓰촨성 청두 출신의 궈웨이(56)가 대표적 화가이다. 그는 최근 서울 학고재갤러리에 28점의 인물화를 걸었다. 10대 시절에 경험한 혁명의 광기는 일생 지워지지 않는 `어두운 그림자`로 남아 그의 작품세계를 지배한다. 그는 `짙은 고뇌가 드리운 인간의 얼굴`을 주로 그렸다. 표정은 일그러지고 어깨는 축 늘어져 있다. 시진핑 주석이 점점 毛를 닮아간다는데… 화가들의 새 걱정거리다.대만 페이스북에 `對중국 사과 대회`가 열리고 있는데 독립을 희구하는 대만·홍콩 네티즌들이 열광적으로 응모한다는 소식이다. 대만 사회운동가 왕이카이가 “중국에 사과할 일이 있으면 이 곳에 사진과 글을 올리시오. `좋아요` 갯수가 제일 많은 참가자가 `사과의 제왕`으로 등극할 것이오”라는 안내글을 올린 것이 발단이었다. 대만출신의 걸그룹 멤버 쯔위가 대만국기를 흔들었다고 집중포화를 맞고, 대만 배우 다이리런이 중국 영화 주연에 발탁됐다가 `대만 독립 지지 성향` 논란에 휘말려 교체된 사건 등이 발단이 돼 이 계정이 만들어졌다. 왕이카이는 “중국의 압력과 횡포를 조롱하기 위해 이 대회를 열었다”고 했다.한국의 방어력을 방해하려고 `대구 치맥축제 참가 취소` 등을 진행했었던 중국의 보복에 대해 “상전의 명령을 듣지 않고 사드를 배치하는 죄를 사과합니다”란 글을 응모해야 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7-28

일본의 무궁화동산

일제때 한 교육자가 친구들과 앉아 이런 말을 했다. “일본 사쿠라는 확 피었다가 확 지지만, 우리 무궁화는 석달 열흘 꾸준히 피고 진다. 그래서 무궁화다. 두고 봐라. 누가 오래 남나” 이 말을 한 밀정이 듣고 일본 관헌에 일렀다. 무궁화 탄압의 도화선이다. 전국의 무궁화를 모두 베어내어 쌓아놓고 불을 질렀다. 험담을 퍼트렸다. “무궁화를 보면 눈병이 나는데 3번 침을 뱉으면 된다. 이런 꽃은 쓰레기나 퇴비더미 곁에나 심어라. 진딧물 많은 꽃이라 항상 지저분하다. 무궁화를 심었던 곳에 사쿠라를 심어라” 고운 최치원 선생이 중국에 보낸 국서에 “우리 근화지향(槿花之鄕)은…”이란 귀절이 나온다. `槿`자는 무궁화 근이다. 신라때부터 무궁화는 나라의 상징이었다는 말이다. 화심이 붉은 색이어서 `일편단심`의 꽃이고, 그래서 우리 민족이 가장 사랑했다. 무궁화는 코스모스와 함께 글로벌꽃이다. 세계 어디를 가든 다 있다. 남태평양의 섬들에서 피는 무궁화는 크기가 상당한데 외지 관광객들이 올때 목에 걸어주는 `환영의 화환`으로 쓰인다. 적응력이 강해서 많은 개량종이 만들어지는데, 한국의 경제영토가 날로 진화되는 것과 흡사하다.2002년 일본에 `무궁화 동산`이 조성됐다. 거제도 출신의 재일동포 사업가 윤병도 회장이 사이타마현에 있던 자신의 산 한 모퉁이를 밀어서 세계 최대의 무궁화공원을 만들었다. 2010년에 윤 회장이 별세한 후 부인 이토 하쓰에씨와 자녀들이 고인의 뜻을 잘 받들어 관리해오고 있는데, 연간 2억1000만원 가량의 돈이 들어가고, 너무 넓어서 가족들이 감당하기 버겁다는 소식을 들은 우리 산림조합중앙회가 지원에 나섰다. 공원에 팔각정자 `丹心亭`을 지어 기증하고, 여름에는 `무궁화축제`를 공동 주최하기로 했다. 무궁화 탄압기와 비교하면 실로 금석지감이 느껴지는 일이다.포항 기청산식물원에서 지금 무궁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통일이 되면 나라꽃으로 지정될 꽃. 한 조각 붉은 마음(丹心)을 가진 절의의 꽃. 폭염도 꿋꿋이 견디는 우리 민족성의 표상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7-27

미녀 기상캐스터

근래 들어 기상예보가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다. 비가 온다 해서 예정됐던 야외행사를 취소했는데, 비는커녕 아름다운 뭉개구름이 점점이 떠 있는 화창한 하늘이고, 우산을 들고 외출해 줄곧 들고 다니다가 어딘가에 놓아버리면 `내것`이 아니다. 우산만큼 잘 잊어버리는 게 없다. 엉터리 기상예보 때문에 잃어버리는 우산이 부지기수다. `예보`는 물론 당일의 것까지 틀려서 “기상 예보 그만두고 기상 중계나 해라”는 질타도 받는다. 기상청으로서는, 여름이 `잔인한 계절`이다. 욕이 양동이로 쏟아지는 철이다.장비가 부실한가 해서 올 2월에는 530억원 짜리 슈퍼컴퓨터 4호기를 사왔다. 48억명의 사람이 1년간 계산해야 할 연산자료를 단 1초 만에 처리하는 능력을 가졌고, 한 달 전기료만 2억5천만원이나 든다. 또 연간 1억5천만원의 사용료를 주고 소프트웨어인 `수치예보 모델` 프로그램도 2010년 영국에서 빌려왔다.이런데도 `거꾸로 가는` 기상예보가 계속된다. 그 원인을 `예보관의 잦은 교체`에서 찾기도 하는데, 이 직책은 “욕만 먹어도 배 부른 자리”여서 2~3년마다 바꿔주어야 한다. `예보 정확도`는 수치예보 모델 성능이 40%, 모델에 입력되는 기상관측 자료가 32%, 예보관의 능력이 28%를 자치한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장비가 있어도 예보관의 능력이 떨어지면 무용지물이다.그런데, 무능한 예보관에 의한 `빗나간 예보와 바가지 욕`을 상당히 완화시켜주는 선물이 방송사로부터 전달됐다. 모든 TV들이 미녀 기상캐스터를 등장시키면서, 시청자들의 마음이 즐거워졌기 때문이다. 김동완 캐스터가 정년퇴직하면서 조석준, 이찬휘 남자 캐스터가 간혹 나오지만, 1991년 이익선 여성 캐스터가 대 히트를 친 후 미스코리아 출신의 박은지 캐스터가 시청률을 크게 끌어올렸고, 그 후 모든 방송사들이 `미녀 캐스터`를 내세웠다. “예쁜 모습에 홀려서 정작 기상예보는 보이지 않는다”는 남자캐스터들의 불만도 있지만, 그 덕분에 “예보가 다 맞을 수는 없지”라며 관대해진 측면도 없지 않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7-26

터키의 쿠데타

터키는 `묘한 나라`다. 동양과 서양의 경계지점에 있고, 기독교국가에서 이슬람국가로, 거기서 다시 기독교+이슬람국가로 가다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가 됐다. 터키는 1·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국 신세지만, 케말 파샤라는 걸출한 장군을 얻게 된다. 그는 `청년 튀르크당`을 만들어서 “오스만 제국이 강해지려면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세속주의 국가`로 가야한다”면서, 당시의 술탄인 압둘라 하마드2세를 몰아내는 쿠데타에 성공한다.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업은 그는 국가체제를 완전히 뒤집는다. `공화국 헌법`을 반포하고 “술탄(왕)제를 폐지한다”고 선언했으며, 1923년 공화국 초대 대통령에 당선된다. 그러나 이슬람의 원로들의 반발은 엄청났다. 설득과 회유로 진압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대통령은`무자비한 숙청`에 들어갔고, “국가원수를 모독한 자는 극형에 처할 수 있는” 형법을 제정해 평정했다. 그리고 그는 오직 국가를 위해 일생을 바쳤다. 평생 결혼을 하지 않고, 죽은 후 남긴 재산이라고는 `양녀 결혼자금 몇푼`뿐이었다. 그는 영원한 `터키민족의 아버지`로 남았다.터키가 다시 이슬람 술탄체제로 돌아가려 한다. 에르도안 현 대통령이 케말 파샤 초대 대통령이 만들어놓은 세속주의를 뒤집어 신정국가로 가려 하자 반대파들이 쿠데타를 일으켰다. 군부 쿠데타는 정보가 유출돼 실패로 끝났지만 현 대통령의 자작극이란 여론도 만만찮다. 반대를 가장 신속히 박멸하는 방법이 `국가 비상사태`를 만들고 이를 핑계로 무자비한 숙청을 하는 것인데, 에르도안이 그 수법을 쓰는 것이 아니냐 한다. 그는 지금 사형제도를 부활시켜 떼죽음을 예고한다.`쿠데타와 유혈의 역사`는 반복되지만, 에르도안이 케말과 다른 점은 `재산욕심`이다. 그는 2천억원이 넘는 재산과 호화궁전 3개를 가졌으며, 세계 모든 국가원수 중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다. 또 영부인 에민은 쇼핑중독증 환자여서 그 낭비벽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서 “여편네의 병적인 탐욕이 쿠데타를 불렀다”는 소리를 듣는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7-25

사임당의 수난

조선 중기에 태어난 사임당은 어릴때부터 비범했다. 사서삼경을 일찍 떼고, 서예와 그림에도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흡사하게 그려냈고 포도그림은 특히 뛰어났다. “사임당의 그림은 하늘의 능력을 빌려온 신필(神筆)이다” “천지의 이치를 깨달은 표현”이란 찬사를 받기도 했다. 사임당은 집 주위의 텃밭에 자주 나와 채소와 잡초, 곤충, 벌레들을 자세히 관찰했다. 꿀벌 나비는 물론 개미와 귀뚜라미, 고슴도치 들쥐 도마뱀 쇠똥구리까지 그대로 그리는 `극사실화`의 대종을 이루었다.조선시대의 그림에는 항상 `의미` 혹은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돌잡이에게는 무병 건강을, 청소년에게는 입신출세를, 시집가는 처녀에게는 다자녀를, 노인에게는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사임당은 시집가는 마을 처녀들에게 “아들 딸 많이 낳고 다복하거라”란 기원을 담아 연꽃과 연밥, 물고기 등을 많이 그려 선물했지만 애석하게도 많이 버려져서 지금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시작품 2편, 서예 9점, 초충도 20점 정도가 고작이고 5만원권 지폐에 실린 포도그림이 대표작 구실을 한다.천재화가들이 대체로 그렇지만 생존 당시에는 별로 존중받지 못했고 특히 조선조의 여성은 흔히 무시당했으니 그녀의 작품도 박대를 받았을 것이다.지금도 사임당의 수난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지폐 사상 최초로 여성이 5만원권에 등장하지만 그것이 고액권이라는 점이 화근이었다. 이자 없는 은행예금보다 현금을 집에 보관하기에 그 돈이 제격이라 장판 밑에 넣어두었다가 습기로 곰팡이가 피고, 회사 금고에 보관하다가 화재가 나서 소실되고 해서 많은 `사임당`이 사라지거나 훼손된다.그리고 `사임당`은 잘 돌지 않고 장롱속에 갇히는 통에 회수율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다른 지폐 회수율은 80% 이상이다.왜란(倭亂)을 예측하고 “십만의 병사를 길러야 한다” 했던 율곡의 어머니 사임당. 생존 당시에는 작품이 무시당했고, 지금은 고액권에 오르는 바람에 얼굴이 불타고 그림에 곰팡이 핀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7-22

7월에는 친구를

“7월에는/내 인생속에서/잊고 지내던 친구를 찾겠습니다//바쁘다는 핑계로/이름조차 기억하지 않았던 친구/설령 친구가/나를 기억하지 않는다 해도/상관하지 않겠습니다//친구를 찾게되면/내가 먼저 전화를 하겠습니다/없는 전화번호라고 안내되어도/한 번 더 전화해보겠습니다//결번이라는 신호음을 들으면서/묻어둔 기억을 다시 꺼내겠습니다//7월에 찾고 싶은 친구는/언젠가 만나야 할 그리움입니다/내 사랑입니다”61년 경북 문경에서 태어난 윤보영 시인의 `7월에는 친구를` 이다. 그의 `친구`는 오뉴월 무더위를 식혀주는 소나기 같은 존재이고 아무 이해관계 없는 그저 순수한 정을 나누는 인연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런 친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와 득을 서로 주고받는 사이, 내게 보탬이 되지 않으면 아예 사귀지 않고 끌어주고 밀어주며 출세길에 동행할 친구들만 가진 이도 많다. 천성관 변호사는 과거 검찰총장 후보에 올랐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재벌 2·3세 친구를 너무 많이 두었다. 건설업자로부터 15억원을 빌렸고, 업자와 해외 골프여행을 다녔고, 업자가 빌려준 고급승용차를 탔다. 청문회에서 몰매를 맞은 그는 결국 낙마하고 변호사가 됐다.진경준 검사장은 각계각층에 많은 친구를 두었다. 기업하는 친구의 도움으로 120억원의 주식대박을 터뜨렸고,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호로 승승장구했다. 이들 3명은 서울법대 동문이고, 이른바 `우병우 사단`의 일원이다. 진 검사장은 또 대기업의 탈세를 덮어주는 조건으로 처남 명의로 된 청소용역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게 했다. 그의 능수능란한 술수도 출세길에 한 몫을 했으니, 김대중·노무현정권때는 본적을 `전남 목포`로 했다가 이명박정권 이후에는 `서울`로 기재했다. 그는 평검사시절 사무실 컴퓨터로 주식거래를 하다가 적발됐지만 징계를 받지 않고 오히려 요직으로 올라갔다.그러나 오늘날 그 `영양가 있는 친구`들이 오히려 재앙이 되었다. 혼자 외롭게 묵묵히 일만 했더라면 쇠고랑 차는 일도 인생 종치는 패가망신도 없었을 것인데…./서동훈 (칼럼니스트)

2016-07-21

좀스러운 대국(大國)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이 국제재판에서 참패하자 필리핀이 기세를 올린다. EU에서 영국이 떠나는 브렉시트(Brexit)처럼 필리핀 네티즌들은 China Exit(첵시트·Chexit)운동을 벌인다. “중국은 이웃 국가 괴롭히기를 그만두라” “중국은 필리핀 영토에서 나가라” “서필리핀해(남중국해)는 너희 것이 아니다” 이런 글들이 해외 동포들에게 전달된다. 일본 외무성 기시다 후미오 장관도 응원한다. “영토분쟁 국제재판소 판결은 당사국 사이에 구속력을 가진다” 했다. 독도를 염두에 둔 말이 아닌가 싶다. 필리핀 어선들이 국제 중재재판소의 판결 후 서필리핀해에 조업을 나갔다가 중국 해경이 막는 바람에 되돌아왔다. 어선에는 필리핀 취재진이 타고 있었다. 힘으로는 안 되지만 국제여론의 위력을 빌려서라도 덩치 큰 나라에 맞서 보려는 것이다. 중국은 괘씸죄를 씌워 보복을 시작했다. 필리핀은 중국에 망고를 주로 팔아왔는데, 중국의 `애국 네티즌`들이 망고 불매운동을 벌인다. “이제 태국산 망고를 먹자” “필리핀인들을 굶어죽게 만들자”란 글을 날리는데, `관변 댓글부대`들이 “맞다. 잘 한다” 맞장구를 친다.중국의 소인배 근성은 여기저기서 보인다. 대만이 독립당의 차이잉원 총통을 뽑자, 중국은 대만행 관광객 수를 30%나 줄여서 `치졸한 복수`란 비난과 함께 “덩치값도 못하는 좀상” 소리를 듣는다. 일당독재국가인 중국은 정부와 민간이 한몸으로 움직이는데, 대형 여행사들은 대부분 국영이다. 대만인 걸그룹 멤버 쯔위가 대만국기를 흔들었다 해서 중국은 “한국 걸그룹은 중국에서 공연할 수 없다” 했다. 중국 영화에 주연배우로 캐스팅됐던 대만 배우 다이리런은 “반중 성향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중도 하차당했다.지난해 해외 망명을 신청한 중국인이 이집트와 시리아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언론통제, 자유 옹호 인사 탄압 등으로 인권과 법치에서 멀어지는 조국을 등진 난민들이다. 중국이 아무리 맷집이 좋아도 국제여론의 몰매를 견디기는 어려울 터인데…./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7-20

법 앞에 평등?

“대어(大漁)는 그물을 찢는다” 이 말은 어디 가나 진리다. 덩치 큰 나라는 국제법도 무시하고 국제재판도 안중에 없다. 제 하고 싶은대로 할 뿐이다. 권력자 앞에서는 법이 흐물흐물한다. 그래서 다들 권력을 잡겠다고 눈에 불을 켠다. 권력이 있으면 재물이 생기고, 재물이 쌓이면 더 큰 권력을 노린다. 그러다가 재수가 없으면 감옥에 가는 수도 있지만, 그것은 재물을 너무 지나치게 탐했거나 재수가 없어도 아주 오지게 없는 경우다. 중국 남쪽에 있는 바다는 여러 나라들이 공유하는 해로(海路)이다. 중국,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등이 이 바다를 끼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우리는 큰 나라이고 해안선도 길기 때문에 90%를 차지할 자격이 있다”고 주장한다. 국제법상 영해규정을 완전히 무시한 `힘의 논리`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암초지역을 매립해서 인공섬을 만들고 군용 비행장 등 군사요새를 조성해 놓았다. 그리고 “여기는 우리 해역이니 이곳을 통과하려면 허락을 받아라” 했다. 미국이 “무슨 소리냐” 대들고, 필리핀이 국제재판소에 제소를 했다.국제재판소는 국제법과 유엔법에 따른 합리적 판결을 내렸다. “중국은 필리핀의 전통적 어장에서 그들의 조업을 방해하고 원유·가스전을 개발하는 등 필리핀의 영토주권을 침해했다” 그러나 이 판결은 `선언적 효과`만 가질 뿐 강제집행할 수단이 없다.그래서 중국은 큰소리를 더 친다. “이번 판결은 불법이자 무효”라는 것이다. 인공섬을 자꾸 더 만들어서 군사기지를 넓혀가겠다는 뜻이다. 유엔으로서는 중국을 상대로 국제제재를 가할 배짱도 없다. 그래서 대어는 그물을 간단히 찢어버린다.국민의당 리베이트 사건에서,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은 구속되고, 그 윗선인 박선숙 사무총장과 김수민 의원은 빠져나갔다. 국회의원이 아니면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고, 의원이면 그런 우려가 없다는 해괴한 논리다. 왕씨는 윗선의 지시에 따른 하수인에 불과한데, 깃털만 감옥에 가고 몸통은 `그물`을 찢었다. 그래서 “출세 못 하면 개·돼지”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7-19

청개구리 기상대

“참으로 오랫만에/날아온 엽서같은//마당으로 뛰어든 청개구리 한 마리//마음속 고요를 열고/첨벙 운(韻)을 던지네//들어도 또 들어도/늘 그리운 파문으로//뼛속까지 저려오는 일획의 전언(傳言)처럼//무심의 이마를 치는/저 서늘한 여름 무늬” 올해 80이 되는 노시인 김종목의 시 `개구리 소리`다. 이 청개구리는 `말 안 듣는 청개구리`가 아니라, `모처럼 날아온 가상통보`이거나 `여름 운자를 던지는` 시심이다.청개구리를 두고 “제일 작은 것이 제일 큰 소리로 우는 녀석”이라 하는데, 그것은 오해다. 수컷들은 소리를 질러 암컷을 부르는데, 관심을 끌지 못하는 작은 청개구리들은 큰 개구리들 뒤에 조용히 숨어 있다가 암컷이 다가오면 잽싸게 먼저 뛰어나가 신부감을 낚아챈다. `힘` 없는 청개구리는 `꾀`로 혼인에 성공한다. “힘 쓰기보다 꾀 쓰기가 낫다” 속담도 있고, `거꾸로만 하는 청개구리` 라는 동화가 나온 연유가 여기에 있다.개구리는 항상 몸이 축축히 젖어 있어야 힘이 난다. 그래서 습도가 높을 때나 비가 내릴 때를 `허니문 데이`로 잡아 울기 시작한다. 밤은 낮보다 습도가 높으니 `어스름 달밤에 개구리 울음소리`란 민요가 나왔다.논에 물을 가득 채우는 모내기철에 유난히 개구리소리가 자지러지는 것도 `개구리 집단 결혼식`을 치르기 딱 좋은 길일(吉日)이기 때문이다. 개구리들은 따로따로 우는 것보다 모여서 우는 것이 유리하다는 지혜도 터득하고 있다. 소리를 모아야 멀리 있는 암컷의 귀에도 잘 들리기 때문이다.옛 사람들은 `기상청`도 없고 슈퍼컴퓨터도 없는 시절을 살았지만, 개구리울음소리 덕분에 비 올때를 잘 알았다. 비가 내릴 조짐이 보이면 개구리는 동물적 감각으로 그 낌새를 알아차리고 구애의 울음을 울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비가 오겠군. 씨를 뿌려야겠다” 영농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요즘 기상예보가 잘 안 맞는다. 때로는 거꾸로 가는 통에 “기상예보가 아니라 기상 중계”란 비난도 받고, “청개구리 기상대를 많이 조성하자”란 대안이 나오기도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7-18

21세기 과거제도

왕족·양반·평민·천민이라는 신분의 차이가 분명하고, 선비·농업인·공업인·장사치의 서열이 뚜렷한 세상, 그 `신분제`를 우리나라는 무려 2000년이나 지켜왔다. 신라, 고려, 조선조라는 왕조시대의 전통이 그렇게 길었다. `자유민주헌법`으로 바꾸었다 해서 그 오랜 전통이 순식간에 사라질 리 없다. 더욱이 과거(科擧)라는 고급관료 등용문이 `고등고시`로 남아 있으니, 관존민비 사상이 어디 가겠는가. 신라 35대 경덕왕 시절 충담사가 지은 `안민가` 속에 임금은 아버지요, 신하는 어머니요, 백성은 자식이라 했다. 백성을 자식처럼 아끼면 나라가 편안해진다고 했다.그러나 그 이념은 실현되지 않았다. 오늘날의 헌법에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했지만, 그것은 `선언적 의미` 일뿐 국민은 여전히 개·돼지다. 행정고시라는 과거시험에 붙어서 교육부 고위관리가 된 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술김에 한 실언이고 인용된 말”이라 둘러대지만, `취중진담`이다. 평소 마음에 있던 말이 술김에 튀어나왔다. 그는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관리는 양반으로, 백성은 천민으로 고정시키자는 것이다.일본인이 가장 잘하는 욕설이 “바카야로!”. `소나 들노루 같은 놈`이란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잘 하는 욕설이 “이 개 돼지 같은 놈!”이다. 인도의 `불가촉천민`이나 백인사회의 `니그로` 처럼 `인간 취급해 주지 않아도 좋은 짐승같은 존재`란 말이다. 우리 고대사에 한때는 짐승이 존중받는 토템사회가 있기는 했다. 관청이름을 `개부` `돼지부` `소부` `곰부` 로 붙였고, 12지신상은 수호신으로 존중받았다. 고조선시대 이야기인데, 지금은 그만 욕설의 재료가 돼버렸다.소설가 조정래씨가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에 대해 “국민의 99%가 개나 돼지라면 그들이 내는 세금을 받아먹고 사는 그는 기생충이나 진딧물”이라 했다. 고등고시를 거친 고급공무원들이 대체로 이런 `양반의식`을 가진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따위 `21세기 과거제도`를 이제 없앨 때가 됐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7-15

미술품 사기

“천경자는 자신의 작품을 모작이라 하는데 감정가들은 진품이라 하고, 이우환의 작품을 감정인들은 가짜라 하는데 자신은 진품이라 우긴다”최근 문제가 된 미술계의 논란이다. 그래서 고궁미술관이 국제적 전문가들을 불러 세미나를 열었다. 그들은 말했다. “작가의 말을 믿지 못하는 시대가 왔다” 피카소도 친구의 그림에 자기 사인을 써넣어 비싸게 팔게 해주었고, 카미유 클로델도 무명작가들이 와서 “나 배고파” 하면 `자기 사인`을 해주었다고 한다.`월광곡`도 제자의 작곡에 베토벤이 서명했다는 `설`이 있다. 르나드(64) 프랑스전문감정가협회 부회장은 “작가가 천재일 수는 있지만 그도 사람이라 거짓말할 수도 있고 착각할 수도 있다” 했다. 예술법 전문 변호사 푸놀(30)씨도 “위작 시비가 법정 공방으로 번질때 작가의 의견은 하나의 참고자료에 불과하다. 작가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작가의 말이 무조건 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했다. 작품의 `이력서`와 `보증서`가 붙어 있지 않으면 위작(僞作)의심을 받고, `작가의 의견`보다 `전문가의 감정`을 법원은 더 중시한다.이우환씨가 “서구에서는 작가의 판단이 최우선”이라 했는데, 그 말은 국민을 우롱하는 거짓이다. 프랑스에서 온 두 전문가는 “생존 작가가, 내 작품 아니다, 한 경우는 흔하지만, 감정가가 위작이라 하는데 작가가, 내 작품 맞다, 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했다. 자신의 작품이 진위(眞僞)논란에 휘말리면 값이 떨어지니 “전부 진품이라고 우기는 것 아니냐” 하는 말도 나온다. 1천만원에 거래된 작품도 “1억원에 팔렸다”소문내는 것이 미술계라는 말도 있다.`작품 가격`이 작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작품이 순수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투자 대상`이기 때문.경찰이 대형 갤러리와 화상을 조사하기로 했다. 국과수와 민간 감정기관이 위작이라 한 13점에 대해 이우환 화백은 전부 진품이라 주장한 배경에 이들의 작용이 있지 않았나 해서다. 작품이 돈과 밀착하면 투자가치는 추락하기 마련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7-14

`킬링필드` 역사

1970년대 캄보디아를 대학살의 광풍 속으로 몰아넣은 미친 공산주의자 폴 포트의 행악을 폭로해 세상을 경악시킨 YTN기자 시드니 샌버크가 82세의 나이로 최근 세상을 떴다. 그가 쓴 `디트 프란의 생과 사;한 캄보디아인의 이야기`는 1980년 영화 `킬링필드`로 각색됐다. 디트 프란은 그의 영어통역관이었다. 프랑스에서 원시공산주의를 배운 폴 포트는 이를 캄보디아에 실현시키겠다며, 자국 국민의 4분의 1인 200만명을 죽였다. 외국어를 아는 사람이나 자기 이름을 쓸 줄 아는 사람은 `지식인`이라며 처형했다. 토마토 한 포기라도 심는 자는 `사유재산을 가진 자본주의자`라며 고문했다.프놈펜 시내에 `뚜어슬랭 학살박물관`이 있다. 학교를 개조해 비밀감옥으로 만들고, 교사·기업인·의사·예술인·체육인 등 2만여명을 `공산주의 건설의 장애물`이라는 이유로 참혹하게 살해한 건물이다. 방안에는 고문용 침대와 물고문 도구, 낡은 철조망과 족쇄가 처절한 비명소리를 머금은 채 남아 있다. 여기서 15㎞쯤 떨어진 충에크에 `해골을 쌓아올린 위령탑`이 있다. 집단학살 매장지인데, 유골을 캐내어 탑을 지은 것이다. 이 나라에는 야자나무가 많은데, 그 잎줄기에는 견고한 톱날이 달려 있다. 크메르 루즈는 이 날카로운 톱날로 사람의 목을 썰어 죽였다.철 없는 10대들을 `순수한 영혼들`이라 부추겨 `도살자`로 만들었다. 중국 모택동의 홍위병이나 일본의 적군파와 같았다. 그들은 스스로를 `정의의 전사들`이라 생각했고, 자부심을 느낄 뿐 아무 죄의식도 갖지 못했다. 캄보디아는 이 재앙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겨서 지금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 관광객 수가 매년 6%씩 증가한다. 폴란드의 아우슈비츠와 함께 학살박물관과 해골탑 등은 “인간은 얼마나 잔인한가”를 증명해준다. 일본 군인들의 극단적 잔인성을 증명하는 중국 `난징 대학살 박물관`, 서울 서대문형무소의 `독립운동가 고문·살해현장` 등이 모두 `킬링필드의 역사`를 입증하며, 그 `죄인`들을 단죄하는 `역사의 심판대`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7-13

사법정의 감시 활동

`민변`이 13명 집단탈북자들에 대해 `인신보호구제`를 법원에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자 탈북자단체들이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갇힌 우리 가족들도 구제해달라”는 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민변`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또 `납북자단체`들도 “6·25때 북에 끌려가 현재 평양에 살고 있는 납북자들도 구제해달라”는 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최근 `사법정의실현 국민감시센터`가 출범했다. 좌편향 판결과 민변의 활동을 감시하기 위한 민간조직이다. `헌법적 가치에 어긋나는 판결과 변론을 하는 판사와 변호사, 안보사건 수사를 기피하는 검사 등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이 목적이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이 초대 센터장을 맡았고, 전 대법관·전 헌법재판관·전 내무부 장관·서울법대 명예교수 등 6명이 고문을, 보수·보국 성향의 법관·대학교수 32명이 정책자문위원단을 구성했다. 이들은 앞으로 좌편향 판결이나 변론을 감시하기 위해 재판모니터링, 판결문 검토, 특정 사건 관련 판사·검사의 이념적 성향 및 이력을 추적하고 백서를 발간하며 특히`민변 척결 TF`와 `민변 감시단`을 두고 매년 `민변 활동 백서`를 발간한다.유동열 원장은 “민변이 정당한 안보 수사기관의 활동을 `조작` 등으로 매도해 상습적으로 무죄변론을 펴는 것은 수사기관의 공신력을 저해하고, 대공 수사력을 무력화시킨다”며 “민변은 간첩 혐의자의 인권은 하늘처럼 받들면서도 정작 북한 김씨 집단의 반민족성이나 인권 탄압 문제 등은 도외시한다”했다. 법조계 이념대결이 이제 `전쟁`으로 번져가는 양상이다. 그동안 말로만 무성하던 `김일성 장학생`의 실체가 드러날지, 그것도 관심사가 되겠다.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는 최근 한 일간지에 이런 글을 실었다. “요즘 사악한 북한정권의 목표에 `복무`하려는 듯 남한 사회를 휘저어놓는 민변 변호사들은 북한의 실체를 언제쯤 똑바로 인식하고, 그들의 하수인이 되기를 거부하게 될 것인가?” 민변을 감시 비판하는 자유진영의 대결의지가 점점 날카로워진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7-12

개헌? 뭔소리여?

한 시인이 “우리 헌정사는 변태성욕자에게 아홉 번이나 능욕당한 여인의 일생” 이라 했다. 헌법에는 `단단한 헌법`이 있고, `무른 헌법`이 있는데, 우리나라 헌법은 잘 바꾸지 못하는 `경성헌법`에 속한다. 그런데 그동안 여러 번 손을 탔다. 1948년 7월 17일에 공포된 헌법은 권력자의 입맛에 따라 수시로 고쳐졌는데, 자유당시절, 대통령을 3차례나 해먹겠다고 `3선 개헌`을 하려다가 4·19를 맞았고, 대통령 임기를 줄였다 늘렸다 하고, `체육관 선거`라는 간접선거로 대통령을 뽑았다가 1987년 비로소 직선으로 돌려졌다.`누더기 헌법`은 그 후에도 `개헌 위기`가 이어졌다. 1990년 민정·민주·공화 3당이 합당하면서, 노태우 대통령·김영삼 대표·김종필 최고위원 간에 `내각제 개헌`을 합의했다. 대통령의 권력을 뚝 떼내어서 국무총리에게 주고, 국회가 해산하면 내각도 운명을 함께 할 정도로 국회 권한이 강화되는 개헌인데, 그것이 불발돼 `김종필의 한` 이 되었다. 노무현·이명박 시절에도 대통령의 임기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는 원 포인트 개헌을 제안, 공론화했다.20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제일 먼저 튀어나온 말이 `개헌`이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 개원연설에서 “개헌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했다. `국회권력 강화`라는 속내가 밑바닥에 깔려 있으니, 야당은 쌍수를 들어 찬성이고, 여당의원도 일부 옳소! 한다. 그러나 행정부는 “기업 투자를 늘려 청년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드는 것이 급하고, 사드 배치문제와 외교 갈등이 발등의 불인데, 무슨 생뚱맞은 개헌이냐. 지금 권력투쟁이나 할 때냐”라는 태도다.개헌을 하려면, 대통령과 국회가 안건을 국민투표에 붙여야 한다. 문제는`국민의 뜻`이다. 부결되면 그런 망신이 없고 정치생명에도 치명상을 입는다. 과거 국민이 우매할때는 “찬성표를 던져야 후환이 없단다”해서 주로 `가결`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정치가들의 속셈을 다 알고, 개헌? 그것 왜 한데? 하는 것이 국민정서이기 때문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7-11

버린 자식

한때는 `광주 민심 잡기`에 두 야당이 명운을 걸더니 이제는 전북 새만금을 향해 여당·야당·정부·대기업이 `청혼의 꽃`을 올린다. 호남이 한국 정치의 중심에 선 지 오래라, “무는 개를 돌아본다” “우는 아이 젖 준다”는 속담이 연상된다. 고분고분, 호락호락, 오냐 오냐 해서는 `찬밥`만 돌아오고, 물고, 울고, 강짜·몽니 부리고, 등을 돌려야 `젖을 주는`것이 세상이치라는 교훈.영남권 신공항이 대구 경북에 남긴 상처가 채 딱지도 앉기 전에 국토교통부는 새만금 국제공항을 추진중이고, 새누리당 정운천(전주 을) 의원은 “새만금에 한·중 경협단지가 조성되고 대기업들이 들어서는 만큼 항공물류를 위한 국제공항이 꼭 필요하다”했고, 대구 출신의 추미애 더민주당 대표 후보자는 전주를 찾아 “당 대표가 되면 새만금 신공항을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대구 K2 군사공항 이전문제나 국제공항 확장문제 등에는 아무 말이 없다. 정부도 관심 없고, 정치권도 버린 자식 취급이다.LG그룹이 3천500억원을 새만금에 투입해 76ha 규모의 스마트팜 단지를 조성한다. ICT기술과 농업을 접목한 지능화 농장이다. 빅데이터를 통해 최적의 생육환경을 알아서 찾아주는 최첨단 농법이다. 그룹 계열사들이 각각의 전문성을 활용해서 연구개발센터·재배시설·유통시설을 조성하고, 토마토와 파프리카 등을 재배할 계획인데, 농민들은 “대기업이 영세농민을 다 죽일 작정이냐” 반발하고, 기업은 “기술을 발전시키고, 생산품은 전량 수출할 것”이라고 달랜다. 그러나 대구 경북으로서는 새만금 신공항과 함께 `상처에 소금 뿌린 쓰라림`으로 다가온다.“기존의 군산공항을 확장하면 될 것인데, 왜 새만금 신공항이냐” “호남만 대한민국이냐” “곧 다가올 대통령선거와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때 두고 보자. 이제는 고분고분하지 않을 것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뒤집을 수도 있다” “내 밥 먹은 개가 내 발 뒤축 문다더니…. 이제는 우리가 물어뜯을 것이다”. 이것이 대구·경북지역민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들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7-08

뭐, 농담이겠지

20대 국회도 `출범 초기현상`을 보인다. 3당이 `특권 내려놓기`방안을 쏟아낸다. 특히 대선을 1년 여 앞둔 시점이라 더 극성이다. 새누리당은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 보고 72시간 안에 처리 안되면 자동폐기되는 규정을 없애고, 다음 첫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는 조항을 신설하겠다”했다. `방탄국회`를 없애겠다는 것. 더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결석 의원 수당 삭감”, 백혜련 의원은 “국회의원 갑질 금지법”, 백재현 의원은 “국회의원 금배지 폐지”를 들고 나왔다. 국민의당은 “국회의원 국민소환(파면제)”, “의원특권 포기를 위한 국회 차원 기구 구성”을 제안했다.이 제안은 전에도 여러번 봐왔던 안건들이다. 개원 초기나, 선거를 앞둔 시점에 단골로 나왔던 구면들이고, 4년 간 `논의`만 하면서 세월을 보내다가 임기 끝나면 자동폐기되고, 개원이나 선거 시작되면 다시 `제안-논의-폐기`라는 과정을 반복한다. 실제로 법제화된 적은 없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오래 속아온 국민들은 “뭐, 농담이겠지” “국회의원의 말을 누가 믿나” 한다.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은 주민소환의 대상이고, 대통령도 탄핵소추 대상이다. 국회가 결의하고 국민투표에서 결정되면 대통령도 파면된다. 그런데 국회의원만 주민소환이나 탄핵소추 대상이 아니다. 일단 당선만 되면 어떤 부도덕한 비리가 드러나도 잘라낼 방법이 없다. 국회의원들이 `제 발등 찍을 입법`을 할 리 없다. 일부 의원들이 `체면상` 국회의원의 국민소환법을 수차례 발의했지만 소관 상임위원회가 심사를 한 적도 없다. 선거구민들이 “아차! 속았구나” 탄식해봐야 소용 없고, 4년 후에는 `건망증` 때문에 다시 속아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국회의원 세비는 OECD국가중 3번째로 많고, 세비를 반으로 줄여도 근로자 평균임금의 3배나 된다”며 `세비 절반 삭감론`을 내놓았지만, 반응은 “말은 고마운데, 뭐, 농담이겠지” 정도. 해가 서쪽에서 떴으면 떴지, 국회가 철 들 일은 없을 터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