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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수원의 메세나 경영

로마제국 시대 `메세나`라는 명망 높은 정치가 겸 시인이 살았다. 그는 시인 호메르스, 버질 등 문학 예술인들과 친했고, 그들을 후원하면서 예술부국을 이뤄냈다. 그후 기업인들이 기업이윤을 문화예술 진흥에 환원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는데, 이것을 메세나경영이라 부르게 됐다. 이를 가장 잘 구현한 기업이 중세 피렌체의 메디치家였다. 금융업으로 큰 재산을 모았고, 교황을 3명이나 배출했는데, `면죄부`를 팔다가 종교개혁의 빌미를 제공한 레오10세 교황도 이 가문 출신이다.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메디치가의 식객이었고, 미켈란 젤로, 라파엘로 등 르네상스의 3대 천재도 이 가문이 키워냈고, 종교재판에 넘겨졌던 갈릴레오 형제도 이 집안의 후원으로 천문학 공부를 했다.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를 비롯해서 수많은 화가 음악가 정치가 문인 학자들이 피렌체에서 쏟아져 나왔고, 그들이 바로 중세 르네상스를 꽃피워 낸 중심세력이었다. 메디치가문은 이로써 세계 문화사에 큰 획을 그었으니, 고대 로마의 메세나운동이 중세 피렌체에서 결실을 맺은 것이다.메세나운동은 지금 우리나라에 그 성과가 보여지고 있다. 중량감 있는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젊은 음악인들이 줄이어 나온다. 금호아시아나는 젊은 음악인 육성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기업경영이 불황을 만났을때도 예술 후원금만은 줄이지 않았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생전 “문화가 없으면 나라도 없다” 했고, 그 뜻을 이은 이재현 CJ 회장도 10년전 문화재단을 설립해 메세나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젊은 예술인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토양을 만들고 문화콘텐츠 기반을 다지며 이것이 한류로 이어져 문화융성을 이뤄가게 하자는 것이다.경주에 본사를 이전한 한수원은 `경주시대 종합발전 계획` 10대 사업 중 첫 사업으로 최근 문화예술 창달을 제시했다. 조석 사장은 “찬란한 역사를 가진 경주가 품격 있는 문화도시로 도약하는데 한수원이 한 축을 담당하겠다” 했고, 하반기에 25억여 원을 우선 투입할 계획이다. `경주의 르네상스`가 태동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7-01

정치와 공항

신공항 후유증이 만만찮다. `신공항 수준의 김해공항 확장`에 대해서는 대구·경북이“수용하기 어렵다” 한다. “가덕도에 유치하지 못하면 시장직을 내놓겠다” 했던 서병수 부산시장은 “정부의 고민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면서, 사퇴약속을 거둬들였는데 `김해확장`은 `절반의 승리`란 뜻. 그러나 대구 경북은 “신공항 용역 결과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심한 불만을 나타냈다. 총선때 “대통령의 큰 선물보따리” 발언과 함께 `밀양 신공항`은 거의 확정적이라 믿었던 이 지역의 실망감은 `뼈골에 사무칠` 정도다.전부터도 지방공항은 `정치적 산물`이었다. 항공업계에서는 “정치인들의 등쌀에 수천억원을 들여 만들어진 지방공항들이 적자를 면치 못한다”했다. “내가 이 지역에 공항을 유치했다. 표를 달라”하는 `정치인의 힘자랑`에 지방공항이 곧잘 이용됐고, 경제성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아 지금 적자투성이의 `유령공항`이 수두룩하다. 인천국제공항 외 전국 14개 지방공항 중에서 `장사 되는 곳`은 3개(김포·김해·제주)뿐. 대구·청주 공항은 적자폭이 비교적 적지만, 여수와 울산공항은 100억원 이상씩, 강원도 양양공항은 지난해 83억원, 광주공항은 40억원 가량의 적자, 특히 `한화갑 공항`이라 하는 무안공항은 대표적 유령공항이다.신공항문제로 영남지역이 골병 들어 있는데, 불난 집에 부채질하면서 불씨를 다른 곳에 옮겨 붙이는 정치인이 나타났다. 더민주당 차기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추미애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새만금 신공항을 이뤄내겠다. 새만금을 물류 거점지역으로 발전시키겠다”했다. “박근혜정부는 동남권 신공항 약속을 파기했다”며 정부를 공격하다가, “셀프 공천으로 호남 참패를 가져왔다”며 김종인 지도부를 비난하는 등 좌충우돌하다가 난데 없이 새만금 신공항을 들고 나온 것.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라는 속담도 있고, 어긋난 송아지 엉덩이에 뿔 난다는 속담도 있는데, 당내에서도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정치와 공항`의 관계는 정치학적 연구과제가 될만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6-30

공직자의 명예

미국 메인주(州) 주지사 부인이 식당 종업원으로 취직했다. 메인주 가정의 평균 생활비가 8만7천달러인데, 주지사의 연봉은 7만달러. 폴 르페이지(67) 주지사의 부인 엔 르페이지 여사는 방송에 나와 “생활에도 보태고, 꼭 돈을 모아 자동차를 사고 싶었다”고 했다. 주지사 깜냥에 자가용 한 대 없이 살아왔다는 것이다. 로스쿨에 다니는 딸도 지난해 여름 식당 아르바이트로 시간당 28달러를 벌어 학비에 보탰다. 한국계 부인을 얻었던 할리우드 액션배우 니콜라스 케이지(52)는 세계 곳곳에 15채의 저택을 소유하고, 요트가 4대나 있고, 바하마의 한 섬을 통째 사들였고, 전용 비행기, 수백만 달러어치의 보석과 예술품, 자동차도 22대나 갖고 있는데 그 중 9대가 롤스로이스.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서 `케서방`이라 불리우는 그는 최근 한국계 부인과 이혼하기로 했는데, 그 이혼녀가 받을 위자료를 놓고 언론들이 눈을 반짝이며 주시한다. 엑션 배우 슈워제네거가 명예욕도 있어서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당선됐는데, 행정에는 별로 액션스럽지 못해 빚만 잔뜩 쌓아놓고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미국의 공직자들은 명예를 소중히 여긴다. 그래서 일반국민의 평균 생활비보다 낮은 연봉을 감수한다. `청빈낙도`라는 미국 청교도 정신이 잘 이어지는 것이다. 국민혈세를 더 많이 빨아먹겠다고 혈안인 한국 국회의원과는 품질이 다르다. 미국 의회의 `윤리위원회`는 염라대왕만큼 무섭다. 공직자가 품위를 잃으면 여축 없이 잡아내 사정 없이 엄벌하고, 지역구 주민들도 똑똑해서 부도덕한 의원은 반드시 낙선시킨다. 그러나 한국 국회의 윤리위원회는 있으나 마나, 할 일이 없으니, 윤리위원 하겠다고 나서는 의원이 한 명도 없어서 강제배분을 할 정도였다.우리나라도 청빈의 전통이 있었다.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을 청요직이라 해서 이 곳 관인들은 외모부터 달랐다. 얼굴은 파리하고, 옷은 남루하고, 밥도 혼자 먹는다. 녹봉 외의 수입은 전혀 없다. 우리는 지금 사라진 전통을 그리워할 뿐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6-29

꼬리 자르기

선관위는 국민의당 박선숙 사무총장과 왕주현 사무부총장, 김수민 의원(비례) 등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국가로부터 받은 정치자금(선거 지원금)으로 선거홍보물을 제작·배포하는 일을 특정 업체에 주는 대신 사례금을 받은 혐의다. 과거 선거때마다 정당들은 기업체에 손을 벌렸다. 기업인들은 몸서리가 나서 선거때만 되면 `도피성 외유`를 했고, 기업경영에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기업경쟁력 약화의 요인이 되었다. 이를 막자고 정부가 선거비용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국민혈세로 선거를 치르게 됐는데, 이 돈이 정치 용도 대신 개인 용도로 일부 유용되는 경우도 있어서 사법기관이 수사하는 일도 잦았다. “국민의당이 선거자금을 사용하는 과정에 불법적으로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사실이 있다”면서 선거관리위원회에 제보한 사람은 `국민의당 내부인`이었다. 몇몇 실세들이 모든 일을 마음대로 주무르니 소외된 일부는 “우리는 홍어 뭣이냐!” 불만을 쌓다가 도저히 못 참겠다 하고 선관위에 제보를 했고, 제보 내용이 타당하다 해서 선관위는 검찰에 고발을 한 것이다.국민의당은 일이 터지자 “모르는 일”이라 하다가 `당내 조사팀`을 꾸렸지만 `사실을 밝히는` 조사를 한 것이 아니고 “내부 고발자가 누구냐”를 조사했고,`불만자`를 찾아냈으나 `징계`는 덮는 모양새다. 시끄러워져서 좋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지금까지 세 번 사과를 했다.검찰에서 장시간 조사를 받은 김수민 의원은 “당의 지시로 허위계약서를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왕주현 부총장이 업체 대표에게 “국민의당과는 관련 없는 일로 하라”고 지시했다는 진술까지 나왔다. 국민의당 관계자도 “왕 부총장이 박선숙 사무총장 결재 없이 회계처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했다. 김수민 의원측에 전화를 걸어 `비례대표 7번`을 제안한 것도 박 의원이었다. 박 의원은 5번을 받은 실세다.정치권의 불법·비리 수사는 `꼬리 자르기`가 관행이었다. 칼끝이 `핵심`에까지 닿지는 않게 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그렇게 될까 걱정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6-28

6·25 노래

전쟁 당시 학교 건물은 군대가 징발했고, 학생들은 칠판 메고 냇가나 나무그늘을 찾아다니며 `야외수업`을 했다. 공부가 제대로 될 리 없고 한 나절 군가나 부르다가 집에 갔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이 몸이 죽어가서 나라가 선다면` 이런 섬뜩한 노래들이었고, 제일 열심히 불렀던 노래가 박두진 작사 김동진 작곡의 6·25 노래였다. 그 기념곡은 곡절도 많았다. 60년대까지 열심히 불렀던 그 노래는 80년대 운동권시절을 거치면서 숨을 죽였다. 원한을 쌓기보다 화합하자 했고, 좌파정권 10년 간`잊혀진 노래`가 됐다. 그런 노래를 입에 올리면 `민족화합을 해치는 자`로 찍혔다. 군가도 `부드러운 가사`로 변해갔다.그러다가 또 한번의 변화가 왔다. `북핵`을 규탄하는 경제제재에 온 세계가 동참하게 된 것이다. 개성공단 폐쇄를 시작으로 우리도 대북 제재에 동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북은 우리 대통령을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고, 핵폭탄을 실어 나를 미사일 실험발사를 계속하고 있다. 남북관계는 어쩔 수 없이 얼어붙을 수밖에 없고, 이번 6·25전쟁 66주년 기념식의 분위기도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6·25 노래`가 그 어느때보다 힘차게 울려나왔다. 서울 강남구청은 24일부터 25일까지 이 노래를 틀고, 참전용사의 넋을 기리는 방송을 했다.“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맨주먹 붉은피로 원수를 막아내어/발을 굴러 땅을 치며 의분했던 날을//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불의의 역도들을 멧도적 오랑캐를/하늘의 힘을 빌어 모조리 쳐부수어/흘려온 값진 피의 원한을 풀으리//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정의는 이기는 것 이기고야 마는 것/자유를 위하여서 싸우고 또 싸워서/다시는 이런 날이 오지 않게 하기를//이제야 갚으리 그날의 원수를/쫓기는 적의 무리 쫓고 또 쫓아/원수의 하나까지 쳐서 무찔러/이제야 빛내리 이 나라 이겨레”노랫말 속에 6·25의 역사와 의미가 다 들어 있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6-27

역사 왜곡

북한 역사교과서는 “미제가 남조선 괴뢰군을 사주하여 1950년 6월 25일 새벽 5시, 불의에 38선을 넘어 공화국에 대한 전면 전쟁을 개시했다”라 적었고, 평양 보통강변에 `조국해방전쟁기념관`을 지어서 학생들에게 시청각교육을 시킨다. 미군과 남조선 괴뢰군들이 양민들을 살해하는 그림과 사진들을 잔뜩 걸어놓고 세뇌교육을 시킨다. 1950년 6월 25일은 일요일이다. 기독교 국가인 미국은 일요일이 `안식일`이라, 하던 전쟁도 중지한다. 그런데 그 날 `불의에 북침`을 했다고 가르친다. 미국과 소련이 대치하는 한반도는 애당초 `단일 국가 건국`이 불가능했다. 남한은 1948년 5월 10일 정부를 수립, 이승만을 초대 대통령으로 뽑았고, 북은 1948년 9월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세웠다.그 해 12월 12일 제3차 유엔 총회는 “대한민국을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로 결의했다. 순리로 해서는 안 되겠다 생각한 소련 스탈린과 북한 김일성은 “미 제국주의로부터 남조선을 해방시키겠다”며 `6·25 조국해방 전쟁`을 벌인다. 이 사실은 헝가리와 구소련이 최근 공개한 비밀 외교문서를 통해 확인됐다.중국은 최근 영화 `삼팔선`을 상영했다. “분열돼 있던 한반도에서 내전이 발발했다”는 설명이 나온다. `내전`으로 규정한 것이다. 38선 부근에서 잦은 국지전과 소규모 충돌이 일어나다가 급기야 전면전으로 번졌다 하는 것이 중국정부의 `공식입장`이고, 내막을 알고 있는 중국 역사학자들도 이 공식입장에 벗어나는 말을 입밖에 내지 못한다. 소련과 중국이 김일성을 앞세워 전쟁을 벌였다는 사실을 철저히 감춘다. “미국이 6월 27일 전쟁에 개입하면서 `내전`이 `국제전`양상을 띠게 됐다”면서 미국에 확전의 책임을 돌린다.영화 `삼팔선`에는 국군 포로를 석방하면서 “우리는 미군의 침략에 맞서는 것이지 한국군과 싸우는 게 아니다”란 대사도 나온다. 그리고 6·25때 전사한 중국군 유해 437구가 귀국하는 장면으로 영화가 끝난다. 사회주의 국가들의 역사왜곡은 고질적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6-24

특권 내려놓기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나라들은 과거 바이킹의 나라였지만 지금은 항상 청렴국가 상위권을 차지한다. 국정이 깨끗하니 경제도 힘을 받아서 GNP도 5만 달러 이상이다. 덴마크의 국회의원들을 보면 “뭐 저런 의원이 다 있나” 싶다. 일반 직장인과 다를 것이 없다. 국회의원 3분의 1이 자전거로 통근하고, 좀 형편이 나은 의원들은 소형차를 탄다. 하루 12시간 중노동을 하면서 월급은 우리 돈으로 800만원 안팎이고, 야근이 많아서 가방에는 갈아 입을 속옷이 항상 들어 있다. 영국에서는 선거때마다“국회의원 하실분 어디 없소”하며, 학식과 덕망이 높은 사람을 찾아가서 “부디 우리지역 국회의원이 돼주십시오” 간청해서 겨우 출마시킨다. 할 일은 많고, 책임은 무겁고, 권한은 보잘 것 없고, 법의 규제는 삼엄하니 “사지 육신 멀쩡한 놈이 왜 국회의원 하냐”하고, “투철한 애국심과 봉사정신을 가진 우국지사만”국회의원을 한다. 한 당선자가 선거때 도와준 친구를 길에서 우연히 만나 햄버거를 사주었는데, 이 장면이 사진에 찍혀서 고발됐고, 법정에서`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홀가분한 기분`으로 집에 간 경우도 있었다.우리나라는 국회의원 천국이다. `자기들에게 유익한 법규`를 다 만든다. 사사건건 부딪히며 박터지게 싸우다가도`제 주머니 채울 일`에는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화목하기 짝이 없다. 국회의원 1인 유지비가 연간 7억원 안팎이고, 가방은 항상 `가방모찌`들이 들고, 의사당 출입문이나 엘리베이트도 `의원용`이 따로 있고, 공항 VIP실을 이용하니 보안검사도 면제, 예비군·민방위 훈련 면제, 외국에 나가면 현지 공관원을 `몸종`처럼 부린다. 국정감사권·국정조사권·청문회 증인 지정·소환권 등을 쥔`제왕적 국회의원`이다.요즘`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하는 모양인데, 새 국회 개원 때마다 보이는 현상이다. 그러나 `결과물`은 없었다.`극소수 일부 의원`이 반대를 해도`끝`이다. 국회의원의 특권에 `깃털`하나라도 뽑히는 것을 봤으면 여한이 없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6-23

좌파 교과서

두 야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무산시킬 `법안`을 공동발의하고, `결의안`을 내겠다고 했다. 초·중등 교과서를 편찬하는 것은 행정부의 고유권한인데, 국회가 그 권한을 뺏겠다는 것이다. `결의안`이야 자유지만, `법안`은 `통과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야당 마음대로 안 된다. 여당이 국회선진화법(5분의 3 찬성)에 따라 발목을 잡으면 그만이다. 야당들도 그것을 뻔히 알면서도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계속 `여론`을 환기시키면서 `장기전`을 펼 심산인 것이다.“중·고교 교과서를 국정교과서나 교육부 장관이 검정한 도서로 한다”라 명시한 교육법에서 `국정교과서나` 란 부분을 없앤 `개정안`이다. 이 조항이 없어지면 `국정교과서`는 영영 사라지고`검정교과서`만 출판된다.분단국가에서 가장 거북한 족쇄는 `이념 분열`이다. 우파와 좌파로 갈라져서 사사건건 부딪힌다. 좌파정권시대에`검정`으로 했더니 모든 국사교과서가 좌파이념 밑에서 편찬됐고, 어쩌다 우파 교과서 한 종이 나오자, 좌파들이 벌떼같이 일어나 반대시위를 하고, 이런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들에 악랄한 협박전화를 걸어 단 한 학교도 우파교과서를 채택할 수 없게 만들었다.역사교과서를 `유력한 투쟁무기`로 삼으려는 좌파들의 저의가 드러나자 정부는 “이것은 아니다”며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밀어붙였다.`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대통령은 “세계가 국경선이 없어질수록 자라나는 세대는 국가정체성을 바르게 배워야 한다”면서 “현재의 (검정)교과서에 따르면, 남북 분단의 책임은 남한에 있고, 국가 수립의 정통성은 북한에 있다. (이렇게 배우면) 통일이 올 경우, 북한에 의한, 북한을 위한 통일이 될 수밖에 없다” 하고 “우리의 경제발전사도 명암이 있을 수 있는데, (검정교과서에는 우리경제사가) 반노동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것으로 기술돼 있다”고 했다.세습전제군주 독재국가를 21세기에`정통성 있는 국가`라 생각하는 좌파들에게 국사를 맡겨서 될 일인가. 국사를`남조선 적화혁명`의 투쟁무기로 삼도록 놓아둘 것인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6-22

불평등 사회

평등을 최고의 이념으로 생각하는 사회주의지만 이미 그것은 `가난 평등·빈곤 평준화`임이 증명됐고, 이제 `정치는 일당 독재, 경제는 자본주의`로 나아간다. 북한에도 1%의 상류층이 있다. 장사꾼과 권력자가 결탁한 부유층이다.`평양+맨해튼=평해튼`이라 불리는데, 평양에 살면서도 미국 맨해튼 사람처럼 호화판으로 산다. 주체탑 근처에는 독일식 식당이 성업중이고, 여명단지에는 스시바와 바비큐식당이 즐비하다. 많은 인민이 굶어죽는데, 두 당 5만~6만원 짜리 식사가 잘 팔린다.북한은 `자본가`란 말 대신 `돈주`라 하는데, 그들은 대부분 공무원 신분증을 가진 사업가이다. 당 간부·행정부처 고위직·군부 장교·인민대표자(국회의원) 등 권력기관에서 힘깨나 쓰는 자들이 합법·불법을 가리지 않고 장사를 해서 돈을 번다. 아파트나 평면TV같은 큰 건은 직접 거래하고, 자질구레한 생필품은 민간 하수인에게 시킨다. `태양의 후예` DVD도 3일이면 택배가 도착한다. 이런 `자본주의`는 김정은시대에 들면서 부쩍 늘었는데 “남조선 퇴폐문화에 접하는 자는 사형에 처한다”며 세게 엄포를 놓지만 돈과 권력 앞에서는 맥을 못 쓴다. 최룡해의 아들도 한국드라마를 보다가 들켰는데, 아버지가 `자식 잘못 키운 책임`을 지고 노동교화소에 들어가 중노동을 하다가 관절을 다쳐 한동안 절뚝거리며 다녔다.사회주의 국가가 이런데 자본주의 국가는 말할 것 없다. 검찰이 롯데그룹에 칼날을 겨누자 롯데는 매머드급 변호인단을 구성해 방어망을 쳤다. 법원 검찰에서 고위직을 지낸 거물급 변호사들이고 `후배 현직들`이 괄시 못할 학연·지연 선배들이다. 김앤장·태평양·광장·세종 등 대표적 로펌들이 총동원되어서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을 옮겨놓은 것같다”고 한다. 끗발깨나 있고 힘깨나 쓰는 변호사들을 이렇게 대거 동원하려면 그 `변호사 살 돈`은 아마 천문학적일 것이다.그 뿐인가. 평소에 울타리·로비스트 노릇을 하던 `사외이사`도 10명이 넘는다. 돈과 권력 앞에서 법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지켜볼 일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6-21

고질적 규제

최근 열린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 회의`에서 대통령은 “안 오면 안온다고 아우성을 치다가 많이 오면 그만 느긋해져서 불친절하고 김밥 한 줄에 만원씩 받으면, 관광객을 쫓아내는 것”이라 하고 “다시 찾고 싶은 한국이 될 수 있도록 불만제로 관광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중국인 단체관광객 대상 저가관광이나 택시 바가지요금 같은 문제들은 관광객 만족도를 떨어트리고 한국관광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심각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전경련이 `한국 관광산업 3대 문제점`으로 `불편한 관광환경` `높은 입국 장벽` `부족한 관광 콘텐츠`를 꼽았다.전국 고속버스 예매사이트에 외국어 서비스가 없다. 영국인이나 대만인들은 별 수 없이 한국인 친구의 이름으로 표를 예매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 비율이 프랑스에 비해 6분의 1밖에 안 되는 것도 이런 불편한 관광환경 때문이다. 근래 들어 혼자 다니는 관광객이 많고 이런 사람들은 `1인관광통역사`를 필요로 하는데, 한국에는 프리랜서가 허용되지 않는다. `사무실과 자본금 2억원을 갖춘 일반여행업`만 합법이다.일본은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을 무비자로 받아 1주간 개인·단체 관광을 허용하는데, 한국은 중국 여행사가 모집한 관광객에 한해서 3일 단체관광만 가능하다. 이렇게 입국장벽이 높은데 왜 한국을 찾겠는가.국토의 64%가 산지인 한국은 이탈리아의 포지타노나 그리스의 산토리니 처럼 산의 경관과 어우러진 호텔을 지을 수 없다. 경사도 20~25도 이상이면 건축물을 지을 수 없다. 고부가가치 관광콘텐츠를 막는 규제때문에 아까운 산들이 무용지물로 버려져 있다. 그 외에도 `문화재 주변의 시설투자가 어렵다는 점` `올림픽 종목인 골프에 대한 중과세`도 비현실적 규제다.독일의 맥주축제는 매년 600만명을 불러들여 1조원 이상의 수익을 보는데, 한국은 연간 700여 건의 축제를 하지만 외국인을 끌어모을 매력이 없는 `국내용` 뿐이다. 글로벌시대에 맞는 안목을 가지고 고질적 규제를 없애야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6-20

신공항과 정치생명

2003년 1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당선자는 부산·울산·경남지역 상공인 간담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의`가 나오자, “전문가에게 시켜 적당한 위치를 찾도록 하겠다”고 했고, 2006년 6월 지방선거때도 `남부권 신공항` 관련 공약이 나왔다. 가덕도가 유력한 정치상황이었다. 그러나 2007년 대선과정에서 이명박 후보가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했고, 35개 후보지 중 가덕도와 밀양으로 좁혀지자. 쟁탈전은 전쟁을 방불케 됐고, 영남권 민심이 두 쪽으로 갈라질 지경이 되자, 2011년 “두 지역 모두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백지화시켰다. 그러나 2012년 대선국면에서 박근혜·문재인 후보가 신공항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어 다시 불을 붙였고, 양 지역 대표자들이 모여 “어느 지역으로 결정되든 승복한다”는 결의안까지 냈지만, 올 4월 총선에서 그 약속은 깨어졌다. 부산지역 정치인들이 사생결단으로 가덕도를 외쳤고, 밀양 지지층이 반격에 나서면서 쟁탈전은 다시 국론분열·민심이반으로 번져갔다. 어느 쪽으로 결정되든 탈락된 쪽은 민란(民)성 불복종으로 맞설 것이라 벼른다. 24일에 조사를 마치고 6월 말경에 발표할 예정이지만, 후유증은 `위기` 수준일 것이다.남·북이 갈라지고, 영·호남 간에 금이 갔는데, 이제 또 영남권이 반쪽으로 분열되게 생겼다. 이 모든 불행이 정치인들 소행이다. 정치생명을 위해서는 반목 질시 파경도 서슴지 않는 그 잔혹한 정치생리 때문에 나라가 사분오열되는 것이다. 신공항은 로또복권이다. 전액 국비로 건설하고, 적자가 나도 국가책임이고, 지역발전은 따놓은 당상이다. 정치인들이 한 발 더 나서는 것은 정치생명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것만 따놓으면 `선거에서 당선`은 그냥 온다. “내가 신공항을 가져왔다” 하며 마르고 닳도록 해먹을 수 있다.프랑스 전문가팀이 용역을 맡아 객관적 평가를 내릴 예정이지만, 정치권은 `내년 말의 대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디로 결정되든 `한 쪽 표`는 날아간다. 정부여당이 그런 모험을 하겠는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6-17

무시당하는 한국

전범(戰犯)기업 미쓰비시는 최근 중국인 피해자 3천700여 명에 대해 1인당 10만 위안씩을 지급하고, `통절한 반성`과 `심심한 사죄`를 했으며, 기념비 건립비 1억엔과 실종자 조사비 2억엔도 내기로 했다. 미쓰비시는 지난해 7월 미국 LA에서 “미군·영국군·호주군 포로들을 강제노동에 내몬데 대해 사죄한다”면서 유족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그런데 가장 큰 피해를 입힌 한국은 무시한다.미쓰비시는 10만명이 넘는 한국인들을 탄광과 조선소에 끌고가 짐승같이 강제노동을 시켰고, 약속한 임금은 한푼도 주지 않았다. 너무 지쳐서 잠시만 쉬어도 욕설과 채찍이 날아왔고, 고통과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도망치다가 잡혀 맞아죽기도 했다. 그렇게 사망·실종된 한국인이 수천명이라 한다. 미쓰비시는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든 것이 해결됐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 대법원은 “강제동원 자체가 불법이므로 한일협정으로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는다”고 판결했고, 일본 법원도 “미쓰비시는 강제노역의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면서 자발적 해결을 권고했다.그러나 미쓰비시가 콧방귀도 뀌지 않는 것은 한국을 만만하게 보기 때문이다. 제 나라를 제대로 지킬 능력조차 없어서 남의 속국이 된 `반도인 조센찐` 주제에 무슨 큰소리냐 하는 오만이 그들의 심중에 깔려 있는 것이다. `과거의 노예`인 2등 국민에게 무슨 사죄며 보상이냐 하는 자만의 심리가 아직 남아 있음이다. 일본의 한 기업이 망할 지경이 돼 매물로 내놓았는데, 한국 기업인이 매입하려 하자 “조센찐에게는 팔 수 없다”며 거부한 적이 있었다.폴크스바겐의 연비조작이 들통나 전 세계적으로 판매부진에 직면해 있고, 미국과는 소비자 보상문제 등을 협의해 21일쯤 보상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국에 대해서는 `배출가스 조작`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리콜계획도 없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이 차가 잘 팔리고 있고, 정부도 미온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자존심도 없나. 조센찐 소리 들어 싸다”이런 평가를 언제까지 받을 것인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6-16

편가르기 버릇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은 우선 통이 넓어야 한다. 나라 안에는 별의별 성격의 사람이 있고,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섞여 살아가기 마련인데, 이를 어떻게 하든 끌어안고 함께 가려는 국량(局量)과 `품`을 가지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문재인 더민주당 전 대표의 행보를 보면 “아직 편가르기 습성에 머물러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잘못된 것은 무엇이든 정부·여당 탓으로 돌린다. 우리나라에는 예전부터 `정권을 비판해야 정의로운 사람이고 지지하면 사꾸라`라는 인식이 있어왔다. 물론 정부·여당이 국민을 실망시킨 탓도 있지만, 덮어놓고 비판만 하는 것도 협량(狹量)이다.문재인 전 대표는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도 정부여당 탓으로 돌렸다. “새누리당 정권이 추구하고 방치한 이윤 중심의 사회, 탐욕의 나라가 만든 사고인 점에서 구의역은 지상의 세월호였다”고 하니,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새누리당 소속으로 착각하고 계신 것 아닌가”비아냥거렸다. 구의역 사고의 직접 책임은 서울메트로와 이를 관리감독하는 박원순 시장에 있다는 것은 아이들도 아는데, 문 전 대표만 모르고, 잘못된 것은 뭣이든 정부여당의 실정으로 몰아가는 편가르기가 가관이란 것.지난달 서울 강남역 여성 화장실의 `묻지마 살인`에서도 그는 “다음 생엔 부디 같이 남자로 태어나요”란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그는 아직 남존여비사상에 붙잡혀 있구나”란 비판을 자초했다. 또 최근에는 신공항 입지문제에 끼어들었다. “정치판은 신공항에 간여하지 말라” “신공항 입지는 경제논리만으로 결정하라”란 국민의 외침을 외면하는 처사다. 그는 부산시민의 뜻만 존중하고 전국민의 여망은 안중에 없는 편향성을 보여주고 말았다. 지난 대선 출마때 현충원을 찾은 그는 `이승만·박정희 묘소`에는 참배하지 않았다. `이념의 편향성`을 극명하게 보여줬는데, 그동안 전혀 국량이 넓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국론분열적 행보만 이어갈 뿐이다. 그러니 “두 번 다시 좌파정권은 안 된다”란 말이 나오는 것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6-15

직접민주주의

스위스는 유난히 직접민주주의를 좋아한다. 툭하면 국민투표를 하니, 행정부나 입법부가 하는 일이 별로 없고, 그러니 대통령의 이름을 아는 국민도 극히 적다. 스위스 국립대학 정치학과 학생들에게 “대통령의 이름을 아는 사람 손 들어” 했더니 손 든 사람은 둘 뿐이었다. 그런데 그 학생들이 대는 이름은 현직이 아니라 직전 대통령이었다. 웃자고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상황이다.스위스인들은 시민회관 하나 짓는 것도 국민투표로 결정한다. 그런데 가결보다 부결이 더 많다. 시민회관도 두 번 부결됐다가 세번째 가결됐다. 행정부나 입법부가 갑질할 여지가 없으니, 국민이 허파 뒤집어질 일도 없다.우리나라는 간접민주주의(대의정치)에 길들여졌는데, 그 뜻이야 “국민의 뜻을 대변”한다 하지만 국회가 국민의 뜻을 대변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별로 없을 터이다. `법을 만드는 권한`을 가진 국회라, 자기들 이익되는 법만 자꾸 만들어서 온갖 특권을 누린다. 이것은 절대 `국민의 뜻`이 아니다. 선거때가 되면 `특권내려놓기`를 외치지만, 선거 끝나면 싹 입을 씻는다. 그래서 “국회의원의 권한을 정하는 국민투표를 하자”하는 소리도 나오지만, 그것도 국회가 호응을 해야 한다.우리 헌법 제72조에 “대통령은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국민투표는 돈이 엄청 들고 찬반논쟁이 벌어져서 나라가 한 동안 마비되는 지경이 될 것이니 그것도 거북하다. 그러니 5년마다 대통령 선거, 4년마다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정도만 직접민주주의식으로 할 뿐이다.스위스가 최근 `기본소득 300만원 제도`를 놓고 국민투표를 했는데 77%가 반대해서 부결시켰다. 일을 안 해도 매월 300만원씩 주면 누가 힘들게 노동을 하겠으며, 그 재원을 누가 댈 것인가? 그 생각을 하면서 “이것은 나라 망칠 제도”란 인식에 도달한 것이다.“재산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불공평이 문제”란 논어의 말씀도 일리 있지만,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스위스 국민의 민도(民度)가 우리와 다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6-14

양보의 정치학

구약성서 창세기에 `이삭의 양보`가 나온다. 사막지대에 우물이란 `생명샘`이고 `권력`이다. 이삭이 우물을 팔 때 블레셋 사람들이 방해를 한다. 뜨내기가 주인행세를 하려 든다면서 우물을 파면 메우고 파면 메웠다. “우물을 파서 줄 것이니, 그러지 말라” 하고 약속을 지켰다. 그렇게 양보한 우물이 3개에 이르자 블레셋인들은 이삭을 이웃으로 받아들였다. 어릴때 주일학교에서 이 이야기를 듣고 `양보`를 평생 실천한 사람이 있었다.`외과의사 장기려 박사`는 평안북도에서 태어나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6·25때 국군을 따라 월남, 부산에서 의사로 살면서 재혼도 하지 않고, 의사월급을 고아원·장학금·환자 치료비 대납에 썼다. 가난한 환자에게는 “밤에 도망가라” 했고, 며느리가 준 혼수이불까지 남에게 줘버렸다. 그는 청십자병원을 열어 `민간의료보험`의 효시가 됐다.과거 동독 사람들은 쓰레기를 트럭에 실어 서독쪽에 버렸다. 서독인들은 같은 방식으로 보복을 하는 대신 통조림, 마른 음식 등 잘 변질되지 않는 식품을 한 트럭 실어 동독에 가져다 내려놓고 “사람은 자기 속에 있는 것을 버린다”란 팻말을 세워놓았다. 속에 쓰레기가 든 사람은 쓰레기를 버리고 음식이 든 사람은 음식을 버린다는 뜻이었다. 동독 사람들은 큰 감동을 받았고, 민간에서부터 “통일하자!”란 외침이 터져나왔다. 통독의 힘은 양보와 배려의 미덕에서 나왔다.총선이 끝나면 바로 원구성에 들어가는데, 이기심 때문에 이것이 잘 합의되지 않고 법정기일을 항상 어겼다. 심지어 88일을 끈 경우도 있었다.이번에도 최소 2개월은 갈 것이라 했다. `의장·부의장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부터 난관이었다. 새누리당은 “집권당이 의장을 해야한다” 더민주당은 “제1당이 해야 한다” 국민의당은 “자유투표로 정하자” 팽팽히 맞서 있을 그때 극적인 반전(反轉)이 나타났다. 8선으로 가장 유력한 의장 후보였던 서청원 의원이 “내가 양보하겠다” 하자 순식간에 의장단 선출문제가 풀려버렸다. 양보의 정치학이 모든 문제의 열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6-13

천연효모 누룩

위대한 지혜를 가진 조상 덕분에 우리는 누룩을 만들었고, 누룩에서 나온 천연효모로 술을 빚었고, 세상에 둘도 없는 막걸리를 제조했다. 누룩과 고두밥과 물을 섞어 일정한 온도에 5일간 놓아두면 노란 청주가 생기고, 청주를 뜨내고 남은 것에 물을 부어 걸러내면 막걸리가 되고, 솥에 넣고 열을 가해 나온 증기를 식히면 소주가 된다. 청주, 소주, 막걸리를 뽑아내고 남은 찌꺼기는 가축사료가 됐고, 흉년에는 끼니였다. 콩으로 만든 메주로 된장을 담그고, 보리 엿기름으로 감주를 제조하고, 통밀을 간 누룩으로 술을 빚었는데, 이것이 모두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얻어낸 천연발효식품이다. 껍질 째 간 밀을 물로 반죽해서 일정한 온도에 발효시켜 말리면 거기서 천연효모 `술아제비`가 생겼다. 이것은 소화제로 쓰이기도 하는데, 한약명은 `신곡`이다. 다른 나라들은 화학제품 이스트를 사용하지만, 누룩은 부드럽고 달고 구수한 맛의 천연효모이다.누룩의 사용범위는 막걸리에서 빵으로 넘어간다. SPC그룹과 서울대는 누룩에서 찾아낸 천연효모를 이용해 서양 이스트를 쓰지 않고 빵을 대량생산하게 됐다. 천연의 맛과 깊은 풍미를 가진 `한국빵`을 제조하기까지 연구진은 11년의 세월과 160억원이란 연구비를 투자했다. 이 기술은 현재 국제 특허등록을 진행중이다. 천연효모로 만든 빵은 더 쫄깃하고 수분 보존율이 높아 시간이 지나도 맛이 변하지 않는다. 막걸리에서 빵으로, 누룩은 또 한번의 역사를 기록했다.부산 금정산성 누룩을 최고로 친다. 고지대 산성에서 수확한 밀로 빚은 누룩이라 풍미가 특별하기 때문이다. 황금주 같은 고급술은 반드시 이 곳의 누룩으로 빚는다. 근래에 들어 북유럽 산타클로스의 나라 핀란드 식당들이 한국누룩과 한국쌀을 수입해서 막걸리를 제조한다. 이 나라 출신의 따루 살미넨씨가 다리를 놓아 기술을 전수한 것이다. 그녀는 한국어에 능통하고, 작가 겸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막걸리 전도사`다. 발효식품이 발달한 나라는 음식선진국이다. 한국식품이 세계를 지배할 날도 멀지 않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6-10

여풍(女風)당당

2차대전 당시 독일은 여성인력을 산업체와 전장에서 요긴하게 써먹었다. 전쟁이 끝나자 히틀러의 나치정권은 “여자들은 가정으로 돌아가 아이를 낳고 집안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며 쫓아냈다.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도 비슷하다. 최근 어느 여성회관 준공식에서 “여자라면 최소한 아이 셋은 낳아야 하고, 아이 없는 여자는 결함투성이고, 엄마가 못 되는 것은 인간임을 포기하는 것”이라 했다. 그는 보수 이슬람주의자다.세계적으로 여성의 약진이 눈부시다.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날이 갈수록 당당하다.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은 거대 중국과 맞서 독립을 외친다. 미국 일본 한국 등은 그동안 대만을 `무관심 영역`에 두었으나 지금은 우호관계로 돌아선다. 중국의 돌진과 기고만장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는 견제심리 때문이다. 페루에서는 일본인 아버지의 뒤를 이어 딸 게이코 후지모리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 여러 나라들의 대도시 시장선거에서 여성 후보들이 맹렬히 진군한다. 여성 대통령·총리에 이어 중요도시 시장 자리도 여성이 속속 점령한다.스페인 마드리드는 지난해 여성판사 출신 카르메나(72)를 시장으로 뽑았고, 스페인의 관광도시 바르셀로나시장도 아다 콜라우(42) 여사고, 2014년에는 프랑스 파리 시장에 안 이달고(57)가 선출됐고, 독일 쾰른시도 레커(59) 여성시장이 이끌고 있다. 올해의 지방선거에서도 여성이 두각을 나타낸다.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시장에는 라지(37) 후보가 유력하고,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 시장도 언론인 출신 피레아(43) 후보가 당선될 확률이 높다.정지은(26) 육군 중위는 철녀로 통한다. 지난해에는 `최정예 전투원 자격시험`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하더니, 올해는 한·미 연합사단이 시행하는 `우수보병 휘장` 자격시험에 붙었다. 체력검정, 사격, 주·야간 독도법, 20㎞를 3시간내에 완주하는 급속행군을 남자와 똑같이 수행한다. 합격률은 13~15%에 불과하다. 정 중위는 유일한 여성합격자. 철녀들의 진군은 `인공지능`보다 무섭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6-09

이중섭의 가족

올해는 이중섭 탄생 100주년이 된다. 1916년 평안남도 평원에서 태어난 그는 정주 오산고등보통학교 시절 미술을 접했다. 미국 예일대 미술학과 출신의 임용린에게 서양화를 배웠다. 1930년 도쿄의 문화학원에서 본격적인 미술수업을 받았고, 일본의 전위그룹인 자유미술가협회에서 활동하던 중 1943년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벌이자 귀국하고, 1945년 문화학원 후배인 야마모토 미사코와 결혼했다. 그러나 김일성의 공산정권이 들어서자 `자유로운 영혼`들이 탄압을 받기 시작한다.당시 평안도에는 구상 시인 등이 `응시`라는 동인지를 펴냈는데, 이중섭은 표지화를 그렸다. `응시`에 실린 작품들은 “문학예술은 정치에 복무해야 한다”란 공산당의 강령에 전혀 부합되지 않았고, 그래서 일부 동인들이 문학의 자유를 찾아 남으로 내려왔는데, 이중섭은 시인 구상과 동행했다.그들은 1950년 6·25를 만나 피난살이를 하게 되고, 칠곡군 왜관읍 베네딕토 수도원 근처에 잠시 머물다가 전선이 남하하자 부산을 거쳐 제주도까지 가게된다.생활수단이 없던 이중섭은 아내와 두 아들을 일본으로 보낸다. 가족과 생이별을 한 그는 외로움과 절망감과 생활고로 거식증을 동반한 정신질환을 앓게 되고, 행려병자 수용소에서 40세의 나이로 숨져간다.빈센트 반 고흐를 세상에 알린 것은 제수가 쓴 `고흐 평전`이었고, 이중섭을 세상에 내놓은 것은 구상 시인이 쓴 `이중섭 평전`이었다. 이 평전이 없었다면 두 천재화가는 영영 묻혀버린 무명화가가 됐을 지 모른다.세상이 이중섭에 열광하는 것은 `가족`이 주제이기 때문이다. 소수레에 가족을 싣고 자신은 소고삐를 잡은 `길떠나는 가족`, 싸우는 닭이 아니라 입맞춤하는 암탉과 수탉을 그린 `부부`, 닭 한쌍이 만나는 `환희`, `닭과 가족`, `복숭아밭에서 노는 가족`, `아버지와 장난치는 두 아들`, `물고기와 노는 세 어린이`, `시인 구상의 가족`, 일본 식구들에게 보낸 수많은 그림편지들, 이중섭은 `가족의 소중함`을 피 토하듯 외치다가 한 줌의 재가 됐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6-08

칠곡 할매 시인들

조선시대에는 “여자가 시를 지으면 팔자가 드세다”해서 꺼렸다. 황진이, 이매창, 이옥봉 등을 두고 하는 말이다. 허난설헌도 시를 짓는다는 이유로 혼인줄이 막힐 뻔하다가 `시를 버리겠다는 조건`으로 시집을 갔지만, 타고난 시재(詩才)를 억누를 수는 없는 일. 그녀는 몰래 시를 짓다가 발각돼서 엄청 구박을 당했다. 이옥봉도 소박맞고 친정에서도 쫓겨나자 “이 넓은 천지간에/ 이 작은 몸 하나 의탁할 곳 없으니/고기밥이나 되련다”란 절명시를 남기고 연못에 몸을 던졌다.지금은 참 좋은 세월이다. 칠곡군은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쳐서 시인으로 만든다. 지난해에는 `시가 뭐고`란 시집을 펴내 6천500부나 팔렸다. 84명의 할머니들이 쓴 시 89편을 묶은 시집인데 당당히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올 연말께 또 한 권이 나올 예정이다. 포도농사를 짓는 도필선 할매는 “포도알에서 ㅇ이 보이고, 이파리에서 ㅍ이 보인다”라 썼다. 조선시대 5살짜리가 오리를 보고 “물위에 누가 새乙자를 써두었나”라 읊었던 일이 연상된다. 강금연 할매는 “내 아들 나가 시끈 물도 안 내삐릴라 캐다/얼마나 좋아는데….”라 읊었다. 맞춤법 틀린 것이 무슨 상관, “아들 낳았다고 너무 좋아서 아이 씻은 물도 버리고 싶지 않았다”는 그 절창이 가슴을 울린다.박후불 할매는 “마을회관 한글 공부/내 눈을 뜨게 하고/흐리게 보였던 간판이/환하게 보인다”라 썼다. 글을 모를때는 본척만척 지나갔던 간판이 이제 자세히 보인다는 뜻이니, “나는 이제 까막눈이 아니다”란 자부심이 행간에 묻어 있다. 남편을 일찍 보낸 곽두조 할머니는 “내 혼자 당신 새끼 다 키우고/내 혼자 눈물 반 콧물 반 그래 살았다/4남매 데리고/ 내 할 일 다 하고/ 인자는 나는 백만장자구나…” 갖은 풍상 골몰 다 잊고 이제 백만장자라는 긍정적 세계관, “곧 갈 것이니 쪼매만 기다리소” 죽음조차 `저승 남편 만나는 희망`으로 승화시키는 `생사 경계 없는 해탈`이 눈물겹다.긴 세월 쌓아온 깨달음과 진심이 만나면 `감동`이 탄생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6-07

압상트 모함

19세기 후반 50년 간 프랑스 예술가들은 압상트에 절어 살았다. 이 녹색의 술은 `예술의 여신`이라 불리기까지 했다. 약쑥과 박하 등을 넣어 발효시킨 40도 안팎의 증류주에 허브를 넣고 우려냈다. 당시 프랑스는 포도 흉년을 만났다. 진드기가 포도밭을 초토화시켰으니, 포도주 가격도 천정부지로 뛰었다. 가난한 예술인들은 향기롭고 값이 싼 술을 찾았다. 또 당시 아프리카를 침공했던 프랑스의 최대 강적은 모기와 말라리아였고, 병사들은 압상트에 취해 두려움을 이겼다. 전후 병사들은 `전장의 추억`을 되새기며 압상트를 찾았다. 유럽의 예술인들은 `사상의 자유`를 찾아 파리로 몰려왔고, 압상트는 대량생산됐다. 그러나 종교계와 지식인들은 “이러다가 프랑스 사람 전부 알코올 중독자로 만들겠다”며 `압상트 금지운동`에 돌입했다. 또 포도밭 진드기를 퇴치한 와인 양조장들이 운동자금을 지원했다. “압상트에는 환각제가 들어 있다” “중독성은 담배보다 강하다” “빈센트 반 고흐가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은 압상트 때문이다” `오피니언 리드`들이 외치는 소리를 무시할 수 없었던 프랑스 정부는 마침내 `압상트 제조 판매 금지령`을 내렸다.빈센트 반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른 것이 1888년 12월 23일이다. 그 날은 동생 테오의 편지가 도착한 날이다. “제가 결혼하게 됐습니다”란 내용이었다. “아하, 이제 나를 도와줄 수 없겠구나” 그렇게 생각한 고흐는 절망감에 빠져 발작을 일으켰고 면도칼로 귀를 자르는 고통으로 마음을 표현했다. 그리고 붕대로 귀를 싸맨 자화상을 그렸고, `양파가 있는 정물화`를 그렸다. 정물화에는 테오에게서 온 편지와 술병이 등장한다.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르고, 권총으로 자기 가슴을 쏘아 종일 피를 흘리다가 사망한 그 원인에 대해 종교인·학자들은 “압상트가 그의 정신을 환각상태에 몰아넣었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후에 과학자들이 술을 분석해봤더니 환각성분은 전혀 없었다. 인기 있는 술도 이렇게 모함을 당하는데, `정치꾼들의 모함`이야 말해 뭣하겠는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