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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상청이 더위 먹었다

옛시절부터 기상관측은 정치의 요체였다. 천문대를 항상 궁궐에 두고, 관측의 결과는 오직 임금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 농업경제 시절에는 일기예보가 가장 중요한 정치행위였다. 왕이 “향후 며칠간 비가 올 것이니 농민들은 대비할지어다”라고 어명을 내리고 그 천기예보가 맞아들어가면 백성들은 “우리 임금님은 과연 하늘이 내신 천자로다” 라며 숭앙하고 충성했지만 틀릴 때는 임금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광해군이나 연산군이 쫓겨난 것도 그 천기(天幾)를 잘 맞추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인데 천문대 관리들이 게으름을 피웠거나 제대로 된 정보를 생산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조선왕조실록에는 “천문의 변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관상감 관리에게 벌을 주소서”라는 건의문이 수 없이 보인다. “일식을 맞춘 자에게는 작은 말 한 필을 상으로 주고 월식을 맞추면 비단옷감을 주고 기상을 바로 맞추지 못한 관리는 근무평정에서 점수를 깎아라”는 성종의 어명도 실록에 있다. 점수가 많이 깎인 관리는 승진이 어렵다. 기상에 이변이 생기면 “왕이 부덕한 소치”라며 소찬을 하고 베옷을 입고 하늘에 사죄했는데 연산군은 그 짓이 싫어서 “하늘의 변화와 왕 노릇이 무슨 상관이냐”했고 “하늘이 하는 일을 사람이 어찌 알겠는가” 해서 관상감은 크게 축소하고 `천문일기`만 적도록 했다.올해 여름은 `기상청 수난의 계절`이었다. 비가 온다 하면 안 오고 안 온다 하면 오는 일이 빈번하니 `청개구리 기상청`이라 했고 “8월 16일부터 더위가 간다”란 예보가 자꾸 어긋나서 18일, 20일, 22일, 24일로 2일단위로 미뤄지는 통에 `양치기 소년 예보`라 했다.조선시대 같았으면 `관상감 무용론`이 빗발쳤을 일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상하게도 국회가 아무 소리 하지 않는다. 기상은 이미 `정치행위`가 아닌 모양이다.관측기계·수치예보 모델·예보관의 능력, 이것이 기상관측의 3요소인데 지금 거론되는 문제점은 `예보관의 능력`이다. 중앙감사기관을 투입, 고장의 원인을 찾아내는 일이 급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24

잡초·독초 제거작업

북한 김정은도 공포정치를 하고,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도 공포정치를 하지만 차원이 다르다. 김은 제 기분따라 사람을 죽이지만 두테르테는 범죄자만 죽인다. 북한은 당 간부나 군 고위층이 주로 총살을 당하지만, 필리핀은 마약사범·살인·강간·강도 절도범들을 골라서 죽인다. 둘 다 재판 없이 즉결처분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법치(法治)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북한이야 인치(人治)국가여서 그렇다 치더라도, 필리핀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에서 논란이 된다.유엔과 야당은 두테르테의 `살인·공포정치`를 비난하면서 “조사단을 파견해야 한다”하지만, 대통령은 “그래. 와봐라. 어느 놈이 오든 쪼인트를 까버릴 것이다”하고 “IS가 만약 필리핀을 공격한다면, 10배로 잔인하게 보복하겠다” 한다. 그의 과감한 잡초·독초 제거작업을 국민들은 환호한다. 지지율 91%를 넘어서고 “밤에 마음 놓고 나다닐 수 있다는 것이 꿈만같다” 한다. 선량한 국민에게는 전혀 공포스럽지 않다.인도네시아에도 `무서운 언니`가 있다. 수시 푸지아투티(51·여) 해양수산부 장관이다. 수시 장관은 해양수산정책 결정권과 함께 해군(海軍)까지 장악하고 있다. 그녀는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 등 외국 어선들을 나포해서 폭발시키거나 배 밑에 구멍을 뚫어 침몰시키는데 그동안 170척을 `물고기 아파트`로 만들었다. 그녀는 절대 중국 눈치를 보지 않는다. 강대국이든 약소국이든 인니의 물고기를 훔치는 배라면 사정 없이 붙잡아 그 폭파장면을 온 세계에 방영한다. 필리핀 등 주변국들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반발하지만, 어민들은 열렬히 환영한다. 조코 대통령도 “혁신하려면 그런 미친 사람이 필요하다” 했다.중국 어선은 100만 척이고 어민수는 3천만 명이라 조업경쟁이 치열하고 남의 바다를 침범하는 해적조업을 자행한다. 5대양을 누비며 불법조업을 일삼는 배는 주로 중국 것이다. 우리나라도 중국어선의 횡포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강력한 제초제를 뿌리지 않고는 독초를 제거할 수 없다. /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23

올림픽정신 실종

지난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부터 러시아의 이미지는 치명상을 입었다. 심판들의 노골적인 편파판정 때문이었다. 김연아 선수는 피겨에서 세계 최고였지만, 심판들은 신인에 불과한 러시아 선수에게 금메달을 안겼다. 김연아는 은메달을 받고 한 없이 울었다. “어른들의 세계는 이렇게 썩었는가” 그 말을 삼킨 채 피겨를 접었다. 그때 러시아 사람들은 말했다. “비난은 잠시지만 금메달은 영원하다” 천만의 말씀이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도 그 못된 버릇이 나와 “비난은 영원한 것”이 됐다.아일랜드의 콘란(25)은 복싱 밴텀급에서 러시아의 니키틴(26)을 맞아 일방적으로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심판들은 3:0으로 러시아 선수의 손을 들어주었다. 너무 화가 난 아일랜드 선수는 옷을 찢고 심판들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국제복싱협회(AIBA)에 제소했지만 소용 없었다. 콘란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심판들에게 얼마를 주었나?” 묻는 글을 트위터로 날렸고 “심판진은 썩어빠졌다. 앞으로 AIBA가 주관하는 어떤 대회에도 나가지 않겠다” 했다. 외신들도 “복싱연맹이 얼마나 부패했는지 입증됐다”고 썼다.전날 러시아의 티센코(25)는 헤비급 결승전에서 카자흐스탄의 레빗(28)을 맞아 도망만 다니면서 머리에 피가 흐르도록 얻어맞았는데도 러시아 선수에게 금메달이 돌아갔다. 그래서 “러시아 선수들은 돈으로 금메달을 샀다”는 비난을 들었고, BBC방송은 “올림픽 복싱에 악취가 진동한다” 했다. 가디언은 일찍 AIBA의 부패구조를 고발하면서 “심판 매수로 올림픽 복싱이 더럽혀질 것”을 예언했다. 관중들은 러시아 선수들이 메달을 받을 때 현장에 몰려가 조롱과 야유를 퍼부었다. “복싱메달은 똥메달이다!”유력한 우승후보였던 레슬링의 김현우는 동메달에 그쳤고, 류한수는 메달권에서 밀려났다. 심판진이 러시아인 일색이었고, 러시아 선수들이 메달을 다 가져갔다. 허우대 멀쩡한 대국이 이런 치졸한 짓을 상습적으로 한다. “올림픽에서 러시아를 빼라!” 소리가 곧 나올 것 같다. /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22

“우리 영식이”

승자보다 패자가 더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불가능에 맞서 팽팽한 접전을 펼치다가 비록 졌다 해도 그것은 `아름답고 영예로운 패배`란 것을 이번 리우올림픽이 보여주었다. 정영식과 중국 장지커의 경기에서 중국은 아연 긴장했다. 다른 경기는 `스승이 제자 가르치듯` 여유롭게 슬슬 넘겼지만, 정·장 대결에서는 달랐다. 정영식이 첫 세트를 먼저 따냈다. 결국 2대3으로 졌지만 그것은 `찬란한 희망의 패배`였다. 경기를 마친 후 관중들은 승자보다 패자에게 몰렸다. 같이 사진 찍자며 한동안 선수를 놓아주지 않았다.탁구는 중국의 국기(國技)다. 미국과의 핑퐁외교는 죽의 장막도 걷어낼 정도였다. 올림픽 탁구 금메달은 총 30개인데 그 중 26개를 중국이 가져간다. 한국이 탁구에서 금을 딴 것은 16년에 하나 정도였다. 중국의 탁구선수는 3천만 명인데, 올림픽에는 그 중 6명이 선발된다. 500만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뽑힌 이들은 거의 `탁구의 신`이다.정영식은 그 신을 꺾겠다고 대들었고 신을 당황하게 만들었으며,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한 패기를 보여주었으니, 관중들은 어느 승자에게 주는 찬사보다 더 진한 사랑을 보냈다. “우리 영식이”란 호칭이 바로 그 애정의 표현이었다.“불가능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우리 영식이의 모습에서 찬란한 미래를 봤다” “1988년엔 유남규, 2004년엔 유승민, 그리고 2020년엔 우리 영식이가 해낼 것이 틀림없다” “포기를 모르는 불꽃남자 우리 영식이, 이것이 바로 올림픽 정신이다” “외계인 중국 선수에 도전장을 내민 지구인 선수 우리 영식이.”이같은 네티즌들의 헌사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중국의 기술적 두뇌플레이를 꼭 이겨서, 후배들에게, 한계는 없다고 말할 수 있는 멋진 선배가 되겠다”정영식의 분투는 `중국의 사드 간섭`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의연한 모습과 오버랩된다. 한국을 아직도 `쥐고 흔들 수 있는` 만만한 속국으로 보는 중국에 대해 우리는 `베트남이 중국을 길들였던` 그 기백으로 맞서고 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19

가짜 왕국

중국의 대표적 이미지는 `가짜·짝퉁`이다. 색깔만 뿌연 가짜우유로`머리만 크고 몸통은 바싹 마른 아이`를 만들더니, 정부가 “단백질 함량이 모자란다” 하자, 업체는 “위에서 정책을 세우면 우리는 대책을 세운다”면서 단백질 성분을 섞은 `멜라닌 우유`를 만들어 아이들을 죽게 했다. 심지어 가짜계란을 만들어 팔다가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됐다.`가짜를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만드는` 천재들이 우글거리는 중국. “아침에 신제품이 출시되면 저녁에는 가짜가 나와 있다”고 한다. 가짜는 특히 광동성에 많은데, 전국인민대회(국회)가 열릴때 의원들이 광동에서 온 대표를 보고 “당신도 혹시 가짜 아니냐?” 했다.가짜 왕국 중국이 이제 `짝퉁 탈북자`까지 만들어내는데, 북경 망경지역에 중국인을 탈북자로 신분세탁을 해주는 학원이 2군데 생겼다고 한다. 한국어가 되는 조선족 등을 대상으로, 북한에 대한 지식을 주입시키고, 탈북스토리를 만들어서, 유럽의 탈북자 난민 심사를 통과하게 도와주는 학원이다.유럽 여러 국가들은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해서, 거주권과 매달 수백 유로의 보조금과 의료보험 등의 혜택을 주니, `짝퉁 탈북자 공장`이 생긴 것이다.중국은 `국가는 부유하지만, 국민은 가난한 나라`다. 권력층을 업은 졸부들이 큼직한 돈보따리를 들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돈자랑을 하지만, 국민들은 언제나 가난에 허덕인다. 그나마 북경사람들만 혜택을 누리고, 대부분의 주변지역 촌사람들은 19세기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는 서울로 이사가면 바로 `서울사람`이 되지만, 중국 시골사람이 `북경시민권`을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니, `가짜 북경시민`으로 살아간다.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도 두 얼굴을 가지고 산다. 하나는 TV카메라용 가짜얼굴이고, 하나는 회의용 본 얼굴이다. `남중국해 억지`나 `사드 간섭` 등 곤란한 질문이 나오면 `강경하고 험악한 표정`을 짓다가, 회의장 안에서는 `화해적 본래 얼굴`로 돌아온다.중국의 `겉얼굴`은 대체로 가짜다. `속얼굴`을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18

양심의 소리들

북경사범대학교 마융(馬勇) 교수는 유라시아 분야 전문가인데 최근 싱가포르의 `연합조보`에 칼럼을 기고했다.“한국이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이유가 있고, 불가피한 상황이 있다. 한국은 AIIB 등에서, 미국이나 일본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지지했다. 지금 사드 보복이 시작되는데, 심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이다. 사드는 미국이 주도하는데, 미국에는 어쩌지 못하면서 `한국 때리기`에 치중하면, 한·미·일 동맹을 강화시킬 뿐이다” 했다. 중국 정부 기관지 편집장을 지낸 정치평론가 덩위원씨도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기고문을 실었다. “한국이 사드를 배치하려는 것은 중국이 북한 제재를 제대로 못한 때문이다. 중국은 충분히 북핵을 막을 힘이 있음에도 미온적으로 대했다. 지난 20년간 한국은 주변국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관계에 공을 들였는데, 보복조치로 이 우호관계가 깨어지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한국은 중국의 내정간섭이나 받던 과거의 조선이 아니다”이같은 `양심의 소리`가 실린 매체가`중국의 언론`이 아니고 싱가포르의 신문이라는 점이 문제다. `환구시보`에는 그런 글을 실을 수 없다. 싱가포르와 한국은 우호관계가 돈독하기 때문에 중국정책에 반하는 칼럼까지 실어주었다. 이런 의견이 중국 여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다만 “중국에도 양심의 소리는 있더라”며 우리가 위로받을 뿐이다.더민주당 대표 경선에 나선 3명은 모두 `사드 반대`론자들이다. 그러나 김종인 현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강경파를 향해 “당신들의 지적 만족을 위해 정당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집권을 위해 사드반대를 당론으로 정할 수 없고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지적 만족`이란 말은 `이념적 만족`이란 단어로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김 대표는 “한·중관계보다 한·미관계에 방점을 두지 않을 수 없다”는 말로 당내 강경파들을 눌러왔다. 새 당 대표가 뽑히고 김종인 대표가 떠나면, 더민주당은 `도로 열린우리당`으로 가는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17

여자배구 삼각편대

바르셀로나의 메시와 레알마드리드의 호날두, 둘 중에서 팬들은 김연경을`배구계의 메시`라 부르곤 했는데, 김선수 자신은 “메시보다 호날두가 잘 생겼다”면서 `여자배구계의 호날두`라 불러주기를 원했다. 레알마드리드 국내 팬들은 호날두를 “우리 형”이라 부르는데 착안해서 국내 팬들은 김연경을 “우리 누나”라 부른다. 그녀가 거포 한 방을 성공시킨 후 두 팔을 내리고 비행하는 모습으로 코트를 돌며 포효하는 모습도 호날두의 세리머니와 비슷하다. 양효진은 김연경과 한 방을 쓰는데, 선배 김은 방장이고 양은 방졸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김을 막기 바빠 양을 막을 틈이 없었다”할 정도로 양효진도 펄펄 날았다. 양은 얼굴이 귀여워서 팬들은 `귀요미`라 불렀는데, 신장 1.8m의 거구를 보고는 거(巨)자를 붙여서 `거요미`라 부른다. 방장과 방졸이 호흡을 잘 맞춰서 적진을 휘저어 거포를 쏘아대니, 일본과 아르헨티나가 허둥지둥하다가 주저앉고 말았다.우리 여자배구에 특별한 선수가 한 명 있다. 여자 이름이지만 생긴 모습은 영판 남자다. 1.85m의 키에 짧은 머리를 한 김희진(25)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면 꼭 비명소리가 들린다. 팬들은 그녀를 “희진이 형”이라 부르고, 남자배구의 미남 선수 문성민·김요한에 김희진을 끼워 넣어서 “V리그의 3대 미남”으로 친다. 용모만 남자스러운 것이 아니라 강력한 스파이크 또한 남자 못지 않다.그러나 러시아의 거포들 앞에서는 김희진도 기가 죽었다. 서브에이스는 단 한 번, 득점도 한 자릿수에 그쳤다. 이때 힘을 준 것이 `어머니의 문자메시지`였다. “자랑스러운 내 새끼, 자신감을 가져라” 응원의 힘일까. 대 아르헨티나 전에서 김은 서브에이스 3개, 브로킹 1개를 보태 17득점을 올렸다. 김연경 막기에 급급하던 아르헨티나는 김희진의 강스파이크 앞에서 허둥지둥했다. 라이트 김이 살아나자 레프트 김연경(19득점)과 센터 양효진(12득점)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가 불을 뿜었다. 그러나 국제무대에 `벽`은 많다. 자강불식(自彊不息)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16

의리의 정치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하는 이를 위해 화장을 한다” `사기열전`에 나오는 `예양의 말`이다.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지만, 나를 알아주는 이는 포숙아다” `관중·포숙아 우정`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염량세태(炎凉世態)를 누르는 사실(史實)들이다. 정승집 말이 죽으면 문상객이 몰리지만 정승이 죽으면 썰렁하다. 이해에 따라 변덕이 죽끓듯하고, 배신을 손바닥 뒤집듯하는 세태지만, 끝까지 의리와 신의를 지키는 사람도 있어서 역사는 이를 특별히 기록해 남긴다.춘추전국시대 진(晋)나라에 `유백아`라는 거문고 명인이 있었다. 어느 달빛이 휘영청 밝은 날 밤 고향생각을 하며 거문고를 뜯고 있었다. 그때 그 소리를 유심히 듣는 사람이 있었다. 차림새 남루한 나뭇꾼이었다. 대화가 시작됐다. “당신이 음악을 아시오?” “선생이 뜯고 있는 음악은, 공자가 요절한 안회를 그리며 지은 곡이군요” 그의 이름은 `종자기`였다. 공자의 음악을 가장 잘 이해하는 제자가 안회였다. 유백아는 자기의 음악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을 만났고, 평생의 친구가 됐다. 종자기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백아는 거문고 줄을 끊고 다시는 연주하지 않았다.“지음(知音) 종자기가 없는데 거문고를 뜯어 뭣하나. 내 거문고는 종자기와 함께 가버렸다”고 했다.새누리당 대표에 이정현 의원이 큰 표 차이로 선출됐다. 전남 곡성 출신에 순천에서 당선했고, 명문학교를 나온 것도 아니고, 고등고시를 통과한 사람도 아니다. 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여당 소속으로 당선했다는 특이한 경력 말고는 내세울 것이 별로 없다.그러나 그에게는 매우 특별한 것이 딱 하나 있었다. 바로 `박근혜의 지음(知音)`이고, `관중의 포숙아`이며, `백아의 종자기`라는 점이다.염량세태에 의리를 끝까지 지키는 정치인을 역사는 특별히 기록할 것이다. 당대표 선거때 당원과 국민도 `의리`를 선택했다. `의리의 정치`, 얼마나 그립던 말이냐. `전두환시절의 장세동`이 연상된다. 그도 호남 출신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12

순간의 방심

유도 66㎏급 안바울 선수의 메달 색깔이 `흰색`일 수는 없었다. 그는 황금색에 99% 다가가 있었다. 완벽하게 준비했고, 완벽하게 진행됐었다. 그런데 메달 색깔이 바뀌었다. 한 순간의 방심때문이었다. 안 선수의 천적은 일본의 마사시였다. 안은 그에게 두번씩이나 패한 적이 있었다. 안 선수는 집중적으로 마사시를 연구했고, 연장 27초 만에 되치기로 `유효`를 따내 이겼다. 숙적이라는 태산을 넘은 것이다. 그러나 “이제 다 왔다!” 안도하는 마음에 마(魔)가 끼었다. 결승전에서 만난 선수는 이탈리아의 파비오 바실 선수. 그는 세계랭킹 26위였다. 1위인 안 선수로서는 `간단한 상대`일 수 밖에 없었다. 그 한 순간의 방심이 “태산준령을 넘어온 안 선수가 평지에 와서 넘어진” 결과를 낳고 말았다. 경기 시작 1분 24초 만에 바실은 업어떨어뜨리기로 안을 바닥에 눕혔다. 어이없는 `한판`을 내어준 것이다. 이것은 마치 바둑 초단이 9단을 불계승으로 물리친 것이나 같았다. 이 기막힌 현실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듯 안은 한동안 경기장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큰 성취 다음 순간이 가장 취약한 시점`. 자만이라는 `마`가 둥지를 틀고 앉아 있기 때문이다.남자 축구 C조 조별 리그 2차전에서 한국은 독일을 맞아 `선제골-동점골-추가골-또 동점골-그리고 추가골`이라는 주고받기를 이어가면서 3:2를 만들었다. 남은 시간은 로스타임 3분이었다. 8강 진출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다음에 맞을 멕시코와의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8강에 오르는 것이다. 선수도 응원단도 그렇게 믿었다. “한국이 강적 독일을 이겼다”는 그 감격이 너무 일찍 왔다. 여기에 또 마가 끼었다. 추가시간 1분을 남기고 독일의 프리킥이 포물선을 그리며 골망을 흔들었다. 3:3 비기고 나니 당장 멕시코라는 철벽이 앞을 막아 선다. 멕시코와 최소한 비겨야 8강에 오른다.동·서양의 역대 현자(賢者)들이 한 목소리로 방심과 자만을 경계한 이유가 새롭게 다가온다. 이것이 어찌 스포츠계만의 일이겠는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11

노이즈 마케팅

국회의원이든, 연예인이든, 왁자지껄 떠들어서 이름을 알리고 인기를 올릴`기회`를 잘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사드도 좋은 `건수`다. 처음에는 온갖 괴담을 만들어서 말썽을 일으키다가, 과학이 그 근거를 없애버리면, 열심히 다른 이유를 찾는다. 시장판 한 곳이 떠들썩하면 거기에 사람이 몰리는데, 그 수법으로 재미를 보려는 사람들이 있다. 더민주당 초선의원 6명은 `의원외교`란 이유로 중국에 갔다. 국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사드를 반대하는 중국에 사드를 반대하는 야당 초짜들이 가서 무슨 외교?” “시진핑 황제의 명령을 듣지 않아 죄송하다는 진사사절단인가” “중국과 북한은 기고만장할 것인데, 이것은 이적행위 아닌가” “의원외교라면 외교부와 협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의문투성이다.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도“정세 인식이 안이하다” “운동권 시절의 도로 민주당이 되려는가” “야당이 정부여당을 공격함에 있어서 가능한 것과 아닌 것을 잘 구분해야 한다. 이런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면 나라에 도움될 게 하나 없다” 했지만, 그들은 듣지 않았다. 중국은 이미 “사드는 북핵을 겨냥한 것이지 중국을 향한 것이 아니다. 중국은 북핵부터 저지하라. 그러면 사드는 철수한다”란 말에 귀를 굳게 닫았다. 남중국해 때문에 국제중재재판에서 실추된 위신을 `사드 저지`로 회복하겠다고 고집하는 상대에게는 어떤 말도 마이동풍이다. 결국 6명은 중국의 언론에 실컷 이용만 당할 것이다.방송인 김제동씨가 성주 시위현장에 가서 1시간 가까이 개그를 하며 사람들을 웃겼다. “뻑하면 종북 하는데, 나는 경북이다” 자기는 경북 영천 출신이란 말이다. “성주 사람 아니면 다 외부인이다. 대통령 총리 국방장관 다 외부인이다” 그러나 사드가 와서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못했다. 이유가 없거나, 사드에 대해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6명 국회의원과 김씨는 노이즈 마케팅에는 성공했다. 이름을 훨씬 많이 알렸다. 다만 그것이 약일지 독일지 지금은 알 수 없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10

합법적 살인

파키스탄에서는 `명예살인`으로 죽는 여성이 연간 2천명 가량 된다.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남자가족이 여자를 죽이는 풍습인데, 식구들이 “용서해주라”하면 무죄 석방된다. 최근 유명 모델 발로치가 노출이 좀 심한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친오빠 손에 숨졌다. 그녀는 평소에도 `죽을 짓`을 해왔다. “크리켓 국가대표팀이 세계대회에 우승하면 홀랑 벗겠다” “나는 평등이 좋다. 여자가 차별받는 것이 싫다” “파키스탄에는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다” 등등 `막말`을 하더니 결국 잠자는 새에 오빠가 목을 졸랐다.필리핀에서는 지난 3개월 간 700여 명의 마약사범이 살해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당선된 후 곧바로 `살인공약`을 실천했다. “10만명의 마약사범을 죽이는 것이 내 목표”라 했고, “당신이 마약중독자를 알고 있다면 직접 가서 죽여라”며 `007 살인면허`를 주었다. 공판 같은 적법절차는 없다. “저놈 마약 거래하는 놈이다” 한 마디에 그냥 총살을 해도 죄가 안 된다. 길거리에서 총맞아 죽는 사람이 널려 있고, 마닐라 해변에는 시체들이 떠다니고, 경찰은 미운놈을 마약사범으로 몰아 죽이기까지 한다.지난 6월 30일에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6개월 내로 범죄와 부패를 뿌리뽑겠다” 했고, 현재 마약사범 5천명 가량 체포하고, 자수한 인원은 15만명 가량된다. 인권론자들은 “인권·법치 훼손”이라 비판하며 `즉결처형`된 사람들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지만, 대통령은 “인권은 범죄자 보호의 핑계가 될 수 없다” 했다. 이런 `범죄 청소`에 대해 필리핀 국민 91%가 지지한다.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3개월 간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군부 쿠데타를 핑계로 군인, 행정공무원, 법조계, 교육계, 언론인 등 5만명을 직장에서 내쫓았고, TV와 라디오 24곳의 허가를 취소했다. 그리고 사형제도를 부활할 예정이다. 터키는 사형제도가 없어진 나라지만, 이를 부활시켜 쿠데타 군인 수만 명을 죽여버릴 생각이다. 폭염 속에서 `합법적 살인열풍`이 몰아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09

매우 특별한 리우올림픽

리우 올림픽은 처음부터 말썽이 많았다. 도핑문제로 러시아의 상당수 선수들이 출전기회를 잃었다. 또 브라질 대통령이 지금 탄핵중이니 정치상황도 불안하다. “경제가 엉망인데 빚으로 올림픽 하나”면서 올림픽 반대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졌고, 경찰이 데모를 벌여 치안이 불안하고, 선수촌이 여러 번 도난을 당했다. 지카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때는 “여자선수들은 고려해야 할 것”이란 말도 나왔다. 수질도 나빠서 최근 호주 수영선수들은 “수영장 물이 수프같다”면서 훈련을 거부했다. 그러나 `난민팀` 10명의 선수가 참가한 것은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케냐의 테그라 로두테(43) 여사가 단장을 맡았다. 여자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인 그녀는 IOC에 탄원을 했다. “국가는 비록 파탄났지만, 선수로서의 기량은 뛰어나 올림픽에 참가할만 하고, 스포츠 정신만은 잃지 않았다. 부디 리우올림픽에 참가하게 해달라” 설득했다. 내전과 테러로 삶의 터전을 잃고 국가도 없고 국기도 없지만, “우리도 같은 인간임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가 IOC를 감동시켰다.남수단의 육상 선수 5명, 콩고공화국의 유도 2명, 시리아의 수영 2명, 에티오피아의 육상 800m 1명 등 10명이 국기도 없이 오륜기만 들고 입장할 때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IOC위원장 등 본부석 요인과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이들을 환영 격려했다. 특히 선수중에는 시리아에서 독일로 탈출할 때 에게해를 수영으로 건넌 마르디니(18) 선수도 끼어 있었다.우리 축구팀이 피지를 8:0으로 대파한 것도 특별하다. 그러나 대승에 자만하는 것은 금물이다. 피지는 인구 90만명 밖에 안되는 작은 나라이고,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은 대부분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 골키퍼는 현직 경찰관이고, 축구는 `부업`이다. 그런데도 전반전에서 1골밖에 내어주지 않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힘도 빠지고 전의도 상실한 후반전에 7점이나 허용한 것은 불가항력이었다. 다음에 만나는 독일과 멕시코는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을 가진 팀들이다. 매사에 자만은 독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08

“이 땅을 버리고…”

신라 35대 경덕왕 시절은 문물이 가장 번성할 때였지만, 왕은 `정점(頂點)을 찍으면 내리막길`이라는 불길한 조짐을 보았고, 충담사를 불러 도움을 청했다. 충담은 `안민가`를 지어주고는 표연히 사라진다. “君은 어버이요, 臣은 사랑의 어머니요, 民은 어린 아이임을 알게 되면 民은 사랑을 알 것이요. 간신히 살아가는 백성을 잘 먹여주어서, “이 땅을 버리고 어디로 가랴” 한다면, 나라가 유지되리라. 아 君 답게, 臣 답게, 民 답게 한다면, 나라가 태평하리라” 백성을 굶지 않게 하는 것이 정치의 근본이란 뜻.초(楚)나라 대부 섭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정치란 무엇입니까?” “近者說 遠者來(가까이 있는 백성은 기뻐하고, 멀리 있는 사람은 오게 함)” 의식주가 넉넉해서 백성이 즐거워하고, “저 나라에 가면 굶주리지 않는다더라” 해서 외국인들이 살러 올 정도면, 그 나라는 정치를 잘하는 편이란 내용이 `논어`에 있다.항산이 항심(恒産 恒心)이요,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 백성이다. 생존의 기본 조건이 충족되면 국민은 딴마음을 먹지 않고 나라를 지킨다.김정은이 군기 잡겠다고, 고모부를 잔인하게 죽이고, 군 장성급 등 고위층 수백명을 처형하면서 공포정치를 펴고, “조국을 버리고 도망가는 자를 무조건 사살하라. 주는 돈은 받고 신고하라” 해서 탈북행렬이 잠시 주춤했으나, 올해 들어 탈북인구가 15.6%나 늘었다.전에는 서민들이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나라를 등졌으나, 지금은 중산층 이상 엘리트들이 탈북을 한다.여권을 소지하고 외국에 나가 있는 `외화벌이 일꾼`들이 한국 공관에 와서 망명신청을 한다.이들은 출신성분도 훌륭하고, 당성(黨性)도 강하고, 굶주리지도 않는데, 다만 `언제 숙청당할지 모르는 파리목숨`이다. `할당된 상납금`을 못 채우면 `지옥생활`을 하거나 공개처형되는 것이 상위층의 운명.어린 독재자가 자꾸 자충수(自充手)를 둔다. 국망(國亡)은 본래 `스스로 무너짐`인데, 철부지가 `그 길`만 고집한다. 고구려도 스스로 무너졌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05

무장해제의 역사

1907년 8월 1일, 대한제국 군인들은 이런 지령을 받는다. “맨손체조 훈련이 있으니, 무기 없이 훈련원에 집합할 것” 서울 동대문 밖에 훈련원과 연병장이 있었는데, 우리 국군들은 “무기 없는 훈련? 낌새가 좀 이상하다”면서 연병장에 모였다. 집합이 완료되자 중무장한 일본군이 에워쌌다. “구식 군대는 해산되고 신식 군대로 교체된다”란 선언과 함께 제국 군인들은 군모가 벗겨지고 견장이 뜯어졌다. 역대로 무과(武科)시험을 봤던 그 현장에서 국군은 무장해제됐다. 그 3년후인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를 당한다. 나라가 없어졌다.1950년 6월 25일을 며칠 앞둔 어느날 3·8선 부근에 내려졌던 비상경계령이 해제되고, 고급 지휘관들의 인사가 단행돼 어수선했다. 25일은 일요일이라 장병들은 대거 외출·휴가를 갔고, 몇몇 전방 지휘관들은 24일 밤부터 새벽까지 술판을 벌였다. 당시 주한 미군은 철수를 단행하고 “한반도는 미군의 방위선 밖에 있다”란 해리슨 선언이 나온다. 최전방은 `완전한 무장해제 상태`였다. 당시 남한에는 `남로당`이라는 공산주의 세력이 조직돼 있었다. 이 `완벽한 여건`을 만들어놓고 북한군은 선전포고 없는 불법 남침을 감행한다. 낙동강까지 밀리는데는 단 3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외교에 노회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대응이 없었다면 한반도는 그대로 적화통일 `해방구`가 됐을 운명이었다.`제3의 무장해제`획책하는 세력이 있다. 북한의 핵무기를 우리는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 라는 문제에 대해 “북한핵은 남한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며 `연막`을 피우는 세력이 있다. `사드 배치`는 북핵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데, 중국은 이것을 뒤집어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더 부추겨 한국을 더 큰 위협 속에 몰아넣고, 중국과 러시아의 보복을 부를 것”이라며 `한국의 무장해제`를 종용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한반도 적화통일`이 `우리의 소원`일 것이다. 이러니 사드를 정략적으로 악용하는 세력들이 핏대를 세운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04

몰타공화국

지중해 한복판, 이탈리아 남쪽에 있는 작은 섬나라. 넓이는 한반도의 1000분의 1, 제주도의 6분의 1에 불과하고, 인구는 포항시보다 10만 명이 적은 41만이지만, 명색이 `독립국가`다. 그러나 “로마교황청이 있는 바티칸 시국(市國)보다 크고, 싱가포르와 맞먹는다”란 자부심을 가졌다. 국민소득도 한국에 바싹 따라붙는 수준이라 결코 빌빌대지 않는데, 짙푸른 지중해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대체로 몰타에서 찍고, 기후가 포근해서 관광산업이 번성하고, 물가가 싸고 인심이 좋아서 `은퇴자의 고향`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작은 나라들이 흔히 그렇지만, 두뇌산업·지식산업이 주축을 이룬다.몰타의 절대적 자부심은 수도 발레타에 있다. 천하무적 오스만투르크 대군을 당당히 막아낸 곳이기 때문이다. “세계 전쟁사에서 이런 곳 있거든 나와 봐!” 이렇게 큰소리 친다.또 하나의 자랑은 천재화가 카라바조의 불후의 명작 2점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는 `세례요한의 처형`과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을 그렸고, 몰타가 그 두 작품을 소장하면서 세계 관광객들을 불러들인다. `골리앗의…`은 그가 죽기 직전 유서 대신 그린 유화(遺畵)다. 골리앗의 얼굴이 바로 카라바조 자신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미캘란젤로가 죽은 후 몇 년후에 태어났기 때문에 `그의 환생`이란 말도 듣는 천재지만, 성격이 워낙 괴팍해서 살인을 하고 도망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명화 한 장 그려주는 것으로 사면받아 감옥살이는 하지 않았다.볼품 없는 섬나라지만, 2003년 유럽연합(EU)에 당당히 가입했고, 내년에는 EU 의장국이 되므로 윤병세 외무장관이 얼마전 몰타를 예방, 총리와 외교장관을 만나 `북핵문제를 협의`했다. 몰타에는 북한 노동자들이 돈 벌러 많이 와 있는데, 그들에게 돌아갈 임금을 착취당하고, 강제노동에 시달리며 인권을 침해당한다는 이유로 `비자 연장`을 중단, 그들을 쫓아냈으며, 다시는 북한 노동자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그런 나라가 있는지도 몰랐던 몰타, 북핵문제와 인권에는 엄청 다부지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03

권력을 내려놔?

인간이든 다른 동물이든 집단생활의 기본 얼개는 `권력구조`와 `계급체계`이다. 인간사회에서는 `세금을 받을 권리`, 동물사회에서는 `암컷 분배권`이 기본이다. 피터지게 싸워서 이긴 수컷이 암컷과 식량을 독차지하는 것이 동물의 세계다. 인간의 정치사도 `권력쟁탈전의 역사`라 할 수 있다. 당초 신정(神政)체제였다가 세속의 권력인 왕권(王權)이 나타나면서 종교권과 왕권이 양립하고 점점 왕권이 강화되고 국법이 종교법을 압도한 것이 인간사이다.권력을 위해 형제도 죽이고 부자간에 전쟁까지 벌이는 일이 인간사에는 숱하다. 권력은 분명 피보다 진하다. 땅을 더 차지하기 위해서, 관할범위를 더 넓히기 위해서, 영향력의 강도를 더 높이기 위해서 박터지게 싸워온 것이 인간사의 골격이다. 그런데 요즘 `권력 내려놓기`란 말을 너무 쉽게들 한다. 국회의원들은 선거 전후로 그런 말을 관행처럼 해왔고, 검찰도 비리사건이 터질때 마다 `검찰개혁` 운운한다. 그러나 `말`만 무성할 뿐 `결과`는 없다. 국민들도 “그럴 줄 알았다” 하면서 차츰 잊어버린다.2011년 국회가 앞장 서서 검찰개혁의 칼을 뽑아들었다. 검찰이 조직적으로 반발했다. 당시 홍만표 검사는 `검찰 기득권 수호`의 선봉장이 되겠다며 사표를 내고 변호사 개업을 했는데, 지나친 전관예우를 받으며 막대한 수임료를 받고도 신고를 하지 않아 탈세 혐의를 받고 지금 푸른 죄수복을 입은 채 법정에 선다. 2014년에는 정종섭(현 새누리당 국회의원) 서울법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검찰개혁심의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어영부영 세월만 보내다가 끝났다. 검사장 출신 3명 중 2 명은 지금 수의(囚衣)를 입었고,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지낸 1명은 지금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이쯤되니,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은 `통렬한 반성과 성찰`을 하겠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고 검찰개혁 방안을 내놨지만, 하도 여러 번 속은 국민은 콧방귀나 뀐다. 국회에는 비호세력까지 있다. 천적(天敵) 없는 권력은 천정(天頂)이 없다. 검찰의 천정은 어디 있나./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02

강자의 민얼굴

중국 시진핑 주석은 3년전 4대 외교원칙을 발표했다. 친(親·이웃과 친한다) 성(誠·정성을 다한다) 혜(惠·혜택을 베푼다) 용(容·관용한다). 그는 해외 순방때마다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중국의 발전에 무임승차하는 것도 환영한다”며 대범함을 과시했다. 우격다짐으로 약소국들을 쥐어지르지 않고 관용함으로써 존경심을 이끌어내겠다는 뜻이었다. 중국 지도자들은 맹자의 왕도(王道)정치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리고 “미국은 패도(覇道)정치를 하는 나라”라고 욕한다. 중국은 백약이 무효인 병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세상의 중심에 있고 다른 나라들은 조공을 바치는 변방국이라는 생각을 못 버리는 정신질환이다. 작은 섬나라들한테 호되게 당하고도 치유가 안 된다. 영국은 두 차례의 아편전쟁에서 참패를 안겼고, 일본에게는 만주땅을 내주고 난징대학살을 당해 `덩치값도 못하는 뚱보`라는 비난을 받았다. 모택동은 `홍위병 난동`으로 나라를 거의 `정신병원` 수준으로 만들었다.그리고 땅욕심은 아무도 못 말린다. 내버려두었던 센가쿠열도를 일본이 차지하자 뒤늦게 “우리땅 내놔라” 하고, 난사군도는 공해(公海)이고 필리핀에 훤씬 가까운 암초지대인데 중국은 이를 매립해서 인공섬으로 만들고 “이제 내 땅이다” 하다가 국제재판소가 “아니다” 판결했지만,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힘으로 밀어붙인다. 북한 핵무기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하려 하자 중국은 경제보복으로 협박하면서 한국의 방어력이 강화되는 것을 막는다. 북핵은 상당 부분 중국의 책임인데 그에 대해서는 한 마디 말이 없다.최근 라오스에서 아세안안보포럼이 열렸고, 한·중·북 외교장관이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중국 왕이 외교부장의 태도는 `시 주석의 4대 외교정책`과는 완전히 거꾸로 가는 것이었다. 북한 외교상과는 절친한 친분을 과시하면서 우리 외교장관은 철저히 외면했다. 그리고 가난한 나라들은 중국의 오만에 입을 닫았다. 몇 푼 던져주는 `떡고물` 에 팔린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더이상 중국을 상전으로 섬기는 제후국이 아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8-01

핵에는 핵으로

중국의 트집이 본격화된다. 칭다오가 대구 치맥축제 참여를 취소하고, 자신들의 축제에도 대구시의 참석을 거부하는 `사드 보복`을 하더니 이번에는 한국 화장품을 가지고 시비를 건다. 중국 관영 매체들이 “한국산 화장품이 검역 검사에서 불합격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불량 밀수품이 늘고 있다”고 보도한다. 한국과 중국의 금지물질이 서로 다른데, 중국에서 금지된 성분이 한국 화장품에 들어 있다는 핑계까지 붙인다.또 관영 CCTV는 “일부 한국 상인들이 불량 가짜를 팔다가 검거되고 있다”는 보도를 계속 내보낸다.한국 화장품이 프랑스제를 밀어낼 정도로 세계 최고임을 각 나라 관광객들이 인정했고, 중국 관광객들도 다투어 한국화장품을 사가는데, 중국 관영 매체들만 딴지를 건다. 뿐만 아니고, 중국 공안이 동북 3성에 있는 탈북민들을 체포해 북으로 돌려보내고 있다.탈북자 구호단체들은 “이혜란(28)씨가 북한으로 끌려갔고, 지린성 한 농촌에 살던 탈북여성 2명도 공안에 체포됐다. 연변 일대에서 탈북자 체포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최근의 소식을 전했다.유엔의 대북 제재 행보에 중국은 그동안 마지못해 동참 흉내를 냈지만, 사드 배치를 놓고 시비를 걸다가 뜻대로 안 되니 이제 `친북 본색`을 드러낸다.아세안 안보회의에서, 왕이는 북한 외무상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한국 외무장관을 백안시했다. 북한을 지렛대로 삼아 한국을 어떻게 해볼 요량이지만, 그 하는 짓이 치졸하기 짝이 없다. 중국은 역시 국제사회에서 `미성년자` 수준이다.중국의 보복이 노골화되고, 미국 대선에서 `좀 이상한 부동산 장삿꾼`이 주한 미군 철수 운운하고, 한반도 비핵화는 이미 물건너 간 원칙이 돼버리자, 원유철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우리도 핵무장 trigger(자동조치)를 선언하자” 한다. “북한이 5번째 핵실험을 할 경우 우리도 자동으로 핵무장을 추진한다”란 선언을 하자는 말이다.북이 핵을 포기할 리는 없고, 중국도 한국의 무장해제를 획책하는 마당에 `핵에는 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7-29

조롱거리 거인

모택동의 문화대혁명(1966~1976) 10년은 중국의 발전을 30년 뒤처지게 했고, 그 상처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고통으로 남았다. 毛(모택동)는 새 문화정책을 내놓았는데 “모든 문화예술은 정치에 복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산주의 혁명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문화예술은 철저히 배격됐다. 화가들도 `순수한 예술적 상상력`을 버리고 모택동의 초상·홍위병이나 인민해방군·농민과 도시 노동자 등 `혁명·투쟁의 도구`들만 그렸다. 모택동이 죽고 3인방이 숙청되면서 화가들도 해방됐고 그 `광란의 시대`를 화폭에 담기 시작했으니, 바로 중국의 독특한 미술장르가 된 `상흔미술`이다. 이 사조는 문혁때 가장 극렬히 저항했던 쓰촨에서 태동했는데, 쓰촨성 청두 출신의 궈웨이(56)가 대표적 화가이다. 그는 최근 서울 학고재갤러리에 28점의 인물화를 걸었다. 10대 시절에 경험한 혁명의 광기는 일생 지워지지 않는 `어두운 그림자`로 남아 그의 작품세계를 지배한다. 그는 `짙은 고뇌가 드리운 인간의 얼굴`을 주로 그렸다. 표정은 일그러지고 어깨는 축 늘어져 있다. 시진핑 주석이 점점 毛를 닮아간다는데… 화가들의 새 걱정거리다.대만 페이스북에 `對중국 사과 대회`가 열리고 있는데 독립을 희구하는 대만·홍콩 네티즌들이 열광적으로 응모한다는 소식이다. 대만 사회운동가 왕이카이가 “중국에 사과할 일이 있으면 이 곳에 사진과 글을 올리시오. `좋아요` 갯수가 제일 많은 참가자가 `사과의 제왕`으로 등극할 것이오”라는 안내글을 올린 것이 발단이었다. 대만출신의 걸그룹 멤버 쯔위가 대만국기를 흔들었다고 집중포화를 맞고, 대만 배우 다이리런이 중국 영화 주연에 발탁됐다가 `대만 독립 지지 성향` 논란에 휘말려 교체된 사건 등이 발단이 돼 이 계정이 만들어졌다. 왕이카이는 “중국의 압력과 횡포를 조롱하기 위해 이 대회를 열었다”고 했다.한국의 방어력을 방해하려고 `대구 치맥축제 참가 취소` 등을 진행했었던 중국의 보복에 대해 “상전의 명령을 듣지 않고 사드를 배치하는 죄를 사과합니다”란 글을 응모해야 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7-28

일본의 무궁화동산

일제때 한 교육자가 친구들과 앉아 이런 말을 했다. “일본 사쿠라는 확 피었다가 확 지지만, 우리 무궁화는 석달 열흘 꾸준히 피고 진다. 그래서 무궁화다. 두고 봐라. 누가 오래 남나” 이 말을 한 밀정이 듣고 일본 관헌에 일렀다. 무궁화 탄압의 도화선이다. 전국의 무궁화를 모두 베어내어 쌓아놓고 불을 질렀다. 험담을 퍼트렸다. “무궁화를 보면 눈병이 나는데 3번 침을 뱉으면 된다. 이런 꽃은 쓰레기나 퇴비더미 곁에나 심어라. 진딧물 많은 꽃이라 항상 지저분하다. 무궁화를 심었던 곳에 사쿠라를 심어라” 고운 최치원 선생이 중국에 보낸 국서에 “우리 근화지향(槿花之鄕)은…”이란 귀절이 나온다. `槿`자는 무궁화 근이다. 신라때부터 무궁화는 나라의 상징이었다는 말이다. 화심이 붉은 색이어서 `일편단심`의 꽃이고, 그래서 우리 민족이 가장 사랑했다. 무궁화는 코스모스와 함께 글로벌꽃이다. 세계 어디를 가든 다 있다. 남태평양의 섬들에서 피는 무궁화는 크기가 상당한데 외지 관광객들이 올때 목에 걸어주는 `환영의 화환`으로 쓰인다. 적응력이 강해서 많은 개량종이 만들어지는데, 한국의 경제영토가 날로 진화되는 것과 흡사하다.2002년 일본에 `무궁화 동산`이 조성됐다. 거제도 출신의 재일동포 사업가 윤병도 회장이 사이타마현에 있던 자신의 산 한 모퉁이를 밀어서 세계 최대의 무궁화공원을 만들었다. 2010년에 윤 회장이 별세한 후 부인 이토 하쓰에씨와 자녀들이 고인의 뜻을 잘 받들어 관리해오고 있는데, 연간 2억1000만원 가량의 돈이 들어가고, 너무 넓어서 가족들이 감당하기 버겁다는 소식을 들은 우리 산림조합중앙회가 지원에 나섰다. 공원에 팔각정자 `丹心亭`을 지어 기증하고, 여름에는 `무궁화축제`를 공동 주최하기로 했다. 무궁화 탄압기와 비교하면 실로 금석지감이 느껴지는 일이다.포항 기청산식물원에서 지금 무궁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통일이 되면 나라꽃으로 지정될 꽃. 한 조각 붉은 마음(丹心)을 가진 절의의 꽃. 폭염도 꿋꿋이 견디는 우리 민족성의 표상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