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과 객관성은 동거하지 않는다. 자신할수록 거짓에 가깝고, 고집할수록 본질에서 멀어진다. 본질은 언제나 거기 그대로 있다. 별은 별이고, 달은 달이다. 다만, 존재하는 그것들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세상에 다 보여주지는 못한다. 별과 달을 어떻게 새기느냐 하는 것은 각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 반짝이는 별을 보고 누군가는 훌쩍인다고 말하고, 비치는 달을 가리켜 어떤 이는 숨는다고 느낄 수 있다. 원피스 한 벌 때문에 색깔논쟁이 붙었다. 인터넷 상, 그 줄무늬 옷은 사람에 따라 흰색과 금색 또는 청색과 검은색으로 달리 보인단다. 호기심에 동참해보았다. 별 짓을 다해 봐도 내 눈엔 흰색과 금색 옷으로만 보인다.하지만 청색과 검은색으로 인지하는 사람도 거의 삼십 퍼센트에 이른단다. 어떤 사람들은 둘 경우의 색이 다 보이기도 하고, 다른 어떤 이는 제 삼의 색깔로 보이기도 한단다. 놀랍게도 그 옷의 원래 색깔은 청색과 검은색이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래 색과 다른 색으로 그 원피스 색깔을 인지한다는 뜻이다.사실 그 논쟁은 별 의미가 없다. 조명의 차이, 시신경이나 망막의 상태, 빛에 대한 적응 정도 등에 따라 사람의 눈은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어차피 색깔이라는 것도 사람이 정한 것이고, 그 색깔 개념을 사람마다 똑 같이 받아들이라는 법도 없다. 미묘한 유전적 차이 또는 처한 심신 상태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색깔로 인식할 수도 있다.세상을 보는 눈 역시 마찬가지다. 진실은 하나이다. 하지만 그것을 보는 눈은 이쪽저쪽 다를 수 있다. 진실 앞에서조차 다르다고 틀린 건 아니다. 똑 같은 원피스라도 내 눈에는 흰색으로, 네 눈에는 청색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내 눈에 비치는 그것만이 옳고, 네 눈에 보이는 그것은 그르다는 생각 자체이다. 보이는 대로 보는 타자의 현실이 곧 자아의 현실이다. 다만, 그 속에서 내가 보는 사실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훈련만은 하고 또 할 일이다. 섣불리 확신하거나 함부로 고집하는 일에서는 멀수록 좋다./김살로메(소설가)
2015-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