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는 것도 서럽다는데 노년을 제 의지대로 가꾸는 분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나이듦의 애상을 말해주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 세 가지`라는 우스개가 강한 페이소스가 되어 귓전을 때린다. 자기 연민이 가득한 문구 앞에 서니 언젠가는 맞이할 노년의 풍경이 예고 영화처럼 스친다. 노령화 사회에 어설피 방치된 노년 자신들의 현실 감각을 들여다보노라면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다. 이것이 나와 당신의 미래가 아니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노년에게 중요한 세 가지 중 첫 번째가 이러면 병신된다, 라나. “모든 재산을 자식들에게 미리 주고 타 쓰는 사람, 재산을 부인 또는 남편에게 다 주고 타 쓰는 사람, 재산이 아까워서 쓰지 못하고 죽는 사람.” 어찌 이리 맞는 말만 하는지.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노년의 미래를 담보하는 확률은 (있기만 하다면!) 재산이 높지 자식이나 마누라가 높은 게 아니다. 애석하게도 그것이 현실인데도 우리 시대 어른들은 여전히 자식 앞에서 배우자 앞에서 약하다. 내리사랑이나 가족 이데올로기가 이런 행동을 강화시킨 측면도 있을 것이다.두 번째가 이러면 바보된다, 이다. “자식에게 미리 상속하는 사람, 손주 봐주려고 큰집 장만하는 사람, 손주 봐주려고 친구모임에 빠지는 사람.” 이 말도 어쩜 이리 콕콕 찌르는지. 특히 손주 봐주려고 큰집 장만하고 친구 모임에 빠진다는 대목에서는 울컥해진다. 절대 손주 봐주지 않을 거라고 큰소리치다가도, 닥치면 결국 총대를 메게 되는 이는 할배·할매가 아니던가. 육아를 책임져주지 않는 사회에서 안심하고 맡길 여력 중 제일 순위가 가족 노년이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이 상황에서는 잠재적 대기 상태자가 된다.마지막 하나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후회한다, 이다. “참을 걸, 즐길 걸, 베풀 것!”정말 맞는 말이도다. 이건 노년에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다. 참고, 즐기고, 베푸는 일의 숭고함은 만사의 진리이다. 한데 이조차 기본 경제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일이니 다소 버거운 실천 요강이긴 하다./김살로메(소설가)
2015-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