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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항이 크루즈관광 명소라면

크루즈 관광이란 단순히 배를 타고 이동하는 개념의 관광 서비스 산업이 아니다. 지금은 숙박, 교통, 관광, 엔터테인먼트를 종합적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리조트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바다 위의 호텔에서 숙박을 하지만 배 안에서 제공되는 즐길거리로 여행의 재미는 배가 된다. 갖가지 세계 요리를 맛볼 수 있는가 하면 수영장, 놀이시설, 스파, 카지노, 영화관, 피트니스 등 다양한 위락시설은 크로스만이 가지는 장점이다. 또 특급호텔 서비스를 여행 기간 내내 누릴 수 있다는 것도 크루즈 여행의 매력이라 하겠다. 그래서 크루즈 여행을 찾는 인구는 매년 늘어난다. 작년 12월 포항 영일만항에서는 관광객 1100명을 태운 대형 크루즈 코스타 세레나호가 일본 오루타항으로 출항했다. 이 배는 오루타, 삿포로, 하코다테 등을 거쳐 5박6일 일정을 소화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탈리아 선사 소속의 코스타 세레나호는 11만4000톤급 선박으로 길이만 290m에 이른다. 포항은 동해안 유일의 항만인 영일만항이 있는 곳이다. 영일만항을 모항이나 기항으로 하는 크루즈관광 산업이 활성화된다면 포항은 동해안 최대의 관광명소는 물론 환태평양 관문 역할도 가능하다. 포항시는 2019년부터 크루즈관광 유치에 많은 공을 들여왔지만 아직은 크루즈의 불모지다. 대형 국제 크루즈 선박을 몇 채 띄운 적은 있으나 영일만항이 크루즈항이라고 아는 이는 드물다. 경주 APEC을 맞아 영일만항에 크루즈선을 띄우는 것이 검토되고 있다. APEC 경주를 찾는 관광객의 부족한 객실을 크루즈선으로 대체한다는 아이디어다. 포항을 크루즈 명소로 만들 좋은 기회 아닌가.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5-27

자랑할 건 ‘여권 파워’가 아니다

외국을 여행하는 사람의 국적과 신분을 증명하고, 방문하는 국가에 자국민의 보호를 당부하는 문서. 여권(旅券)이다. 그 여권으로 비자 없이 여행할 수 있는 나라가 얼마나 많은지를 가늠해 이른바 ‘여권 파워’라고 부르는 모양. 최근 한국 여권의 ‘힘’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하나 나왔다. 영국 런던에 자리한 글로벌 시민권 및 거주 자문회사 헨리&파트너스는 ‘2025 헨리 여권 지수’를 발표하며 한국과 일본이 공동 2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헨리 여권 지수’는 여권 소지자가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국가의 수가 많을수록 높은 순위를 준다. 국제항공운송기구의 데이터가 조사의 토대다. 이 조사에서 여권 파워가 가장 강한 국가는 싱가포르로 드러났다. 싱가포르 여권 소지자는 비자 없이 193개 나라를 방문하는 게 가능하다. 한국과 일본의 여권으로는 190개 나라를 무비자로 여행할 수 있다. 해외 관광이 보편화된 시대이기에 나쁜 소식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 “한국 여권 파워는 세계 2위”라고 외치고 다니는 건 좀 낯 뜨거운 일인 듯하다. 왜냐고? 이어지는 ‘헨리 여권 지수’ 순위를 보자.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여권으로도 비자 없이 189개 나라를 여행할 수 있고, 오스트리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포르투갈, 스웨덴 여권도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는 나라가 188개다. 한국과 겨우 1~2개 국가 차이. 무엇이건 자화자찬이 과하면 웃음거리가 된다.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국가가 많은 걸 자랑할 게 아니라, 여행자로서의 매너를 잘 지키는 게 진정한 자랑거리가 아닐지.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5-26

담배 소송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흡연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공단 재정 누수 방지 등을 목적으로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500억원대의 담배소송이 11년만에 항소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2014년 소송을 시작한 이 사건은 2020년 1심 재판부가 원고 측인 공단 쪽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질병이 흡연 외 다른 요인에 의해서도 발병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담배회사 측의 손을 들어 주었다. 공단 측은 즉각 항소하며 흡연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학술적 자료와 담배 퇴치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의견수렴을 증거 자료로 재판부에 제출했다. 소송이 11년을 끌어오는 과정에서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범국민적 인식이 크게 높아졌고, 시민단체의 호응도 커져 항소심에서의 판결이 1심의 결과를 뒤집을 수 있을 지 여부에 대해 세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 46개 주 정부가 담배회사를 상대로 의료비용 환수를 위한 소송을 제기해 우리 돈으로 약 280조원에 달하는 배상을 받아낸 바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1심과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견해가 조심스레 나오기도 한다. 미국의 담배 배상 판결 후 캐나다 등 세계 많은 나라에서는 영향을 받아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11년을 끌어온 담배 소송은 재판부의 판결 결과를 떠나 담배판매 기업과 흡연자들에게 주는 사회적 메시지는 분명히 있다. 유해 물질을 파는 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따지는 것과 판결이 국민의 건강권, 소비자 보호 등에 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점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5-25

보이스피싱 경계령

전화를 통해 개인정보를 빼내 사기를 치는 수법의 보이스피싱은 영원히 근절이 되지 않는 범죄일까. 수많은 서민에게 억울한 피해를 안기고 있는 범죄지만 당국의 꾸준한 단속에도 최근 몇 년 사이 보이스피싱 사기는 오히려 더 늘었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올 1분기 보이스피싱 범죄는 전년 동기대비 건수는 17%, 피해 금액은 120% 증가했다. 사기 피해가 오히려 대형화되는 추세다. 피해자 연령은 정보기술 이용 수법에 취약한 50대가 가장 많았다. 50대 이상 피해자 비중은 2023년 32%, 2024년 47%, 올 1분기는 53%까지 높아졌다. 보이스피싱 피해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 때문이라 한다. 전화 통화를 통해 인증을 거치는 일들이 개인이나 공공기관에서 많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경악을 금치 못하는 것은 피해자 상당수가 피해를 입고도 피해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이미 많은 피해가 발생한 뒤다. 대책도 없다. 금융감독원이 21일 고금리와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자금이 절박한 자영업자 등 서민층을 겨냥한 대출 빙자형 보이스피싱이 극성을 부린다고 경계령을 발령했다. 1분기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 42%가 대출 빙자형이라고 하니 나쁜 죄질에 분통이 저절로 터진다. 장사가 안돼 빚을 갚지 못해 쩔쩔매는 서민층을 상대로 금융사기를 치는 악질 보이스피싱 범죄에 강력한 철퇴를 내리는 방법은 없을까. 벼룩의 간을 빼먹는 세상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5-22

손흥민과 ‘임신 협박’

언필칭 ‘막장 드라마’ 방불이다. 젊은 여성 하나가 두 명의 남성과 동시에 연애를 했다. 와중에 임신을 했는데 여성은 그 아이가 어떤 남성과의 관계에 의해 생긴 것인지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둘 모두에게 “임신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는 게 싫으면 돈을 내놔라”고 한다. 남성 가운데 하나는 협박을 무시했고, 나머지 한 남성은 3억 원이란 거액을 송금한다. 이후 여성은 낙태를 했고, 결국 아이는 누구의 자식인지 알지 못하게 됐다. 여기까지만 해도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혀를 찰 일인데, 이야기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여성은 또 다른 남성을 만나 교제한다. 헌데, 그 남성이 3억 원을 여성에게 준 남성에게 연락해 “여성이 당신을 만날 때 양다리를 걸쳤다. 사기와 공갈로 고소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줄 테니 내게 7000만 원을 달라”고 했다. 이건 여성 한 명과 남성 세 명이 등장하는 ‘치정 스릴러 영화’ 스토리가 아니다.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을 요약한 것이다. 협박에 못 이겨 3억 원을 건넨 사람은 유명 축구선수 손흥민이고, 협박을 한 여성과 7000만 원을 요구한 남성은 구속됐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생명, 그것도 자신의 아이를 범행도구로 사기와 협박을 일삼은 여성의 행태는 ‘금수(禽獸)와 다르지 않다’고 질타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웬걸. TV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한 판사 출신 변호사가 덤덤한 어투로 말했다.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이것과 유사한 사건이 적지 않아요. 나도 재판정에서 여러 번 봤고요.” 대체 세상이 왜 이렇게까지 된 것일까? 21세기 한국 천민자본주의의 한 단면을 본 듯해 입맛이 한없이 쓰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5-21

경제대통령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많은 국가로부터 비난을 받는 인물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 질서를 깨뜨리고 경제적으로도 서방 국가에 많은 피해를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 국민에게는 인기가 높다. 러시아 국민에게는 복지와 혜택을 가장 많이 준 대통령으로 인식되는 탓이다. 푸틴은 작년 대선에서 87%의 높은 득표율을 획득했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서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해 러시아 경제가 되살아 나 국민적 여론은 나쁘지 않다. 그의 권위주의식 통치에도 다수의 국민은 그는 과(過)보다 공(功)이 더 많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만약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부과 등으로 미국의 부를 축적하게 되고 그 돈으로 국민에게 혜택을 준다면 미국인들도 트럼프를 계속 지지할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군사혁명이 아닌 방법으로 정권을 잡고 경제발전을 이룩했다면 그 역시 역사상 가장 훌륭한 대통령의 한 명으로 평가받았을지 모른다. 남미의 병자로 불리던 아르헨티나가 경제학자 출신인 밀레이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만에 경제가 재건되었다고 한다. 정부 지출삭감 등 강력한 개혁 조치로 어렵던 경제에 대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IMF 총재도 “포퓰리즘 척결의 경제 개혁이 인상적”이라는 말로 그를 칭찬했다. 대선을 앞두고 한 여론기관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차기 대통령은 경제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대답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다고 한다. 경제회복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 볼 수 있다. 여야 대선 후보들의 경제적 안목과 역량이 이런 국민적 여망을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대목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5-20

가난 선택한 대통령 호세 무히카

지난주 ‘호세 알베르토 무히카 코르다노’라는 긴 이름을 가진 우루과이 사람이 여든아홉 살 나이로 죽었다. 많은 국가가 그의 죽음을 알리며 애도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호세 무히카는 농부였고, 13년이란 오랜 수감생활을 겪었던 민주화 투사였으며, 제40대 우루과이 대통령이었다. 사연과 굴곡 많았던 남아메리카 현대사 속에서 그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삶을 살았다. 우루과이 국민들은 그를 대통령 월급 90%를 사회에 기부하고, 자신의 집무실을 떠도는 노숙자들의 숙소로 개방했으며, 기사 딸린 대형 세단을 마다하고 조그만 승용차를 직접 운전했던 지도자로 기억한다. 그래서다. 대통령 자리에 있을 때 그는 ‘스스로 가난을 선택한 대통령’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지구 위 수많은 권력자들이 ‘검은 돈’ 탓에 권좌에서 밀려나 험한 꼴 겪는 걸 무시로 봐왔던 사람들에게 호세 무히카는 ‘별난 권력자’가 분명했다. 경제 성장률과 교육 수준의 향상, 문맹과 극빈층 줄이기, 사회적 소수자 보호라는 호세 무히카의 정치 지향은 재임 중에는 물론 퇴임 후에도 지속됐고, 이는 우루과이 사회를 보다 높은 단계로 성장시켰음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지난 2024년 4월이다. 그가 “식도암으로 투병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자회견을 통해 알게된 우루과이 사람들 다수가 눈물을 흘렸다. 정치인이 대중들에게 ‘검약’과 ‘탈권위’란 키워드로 기억되기는 쉽지 않다. 정치인의 죽음이 절대다수 국민들의 진심 어린 슬픔으로 이어지는 건 더 어렵다. 하지만, 호세 무히카는 그걸 해냈다. 한국도 이제 그런 대통령 하나쯤 가질 때가 됐는데…. 요 며칠은 우루과이가 부럽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5-19

홀리데이 포퓰리즘

정부가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수경기 진작에 있다. 설날이 있은 1월도 임시공휴일을 하루 지정하면서 6일이 연속 쉬는 날이 됐다. 가정의 달인 5월도 어린이날이 석가탄신일과 겹치는 바람에 다음날이 대체공휴일이 되고, 중간에 낀 금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네티즌 간 논란이 있었다. 징검다리가 낀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 길게는 일주일 정도 황금연휴가 만들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임시공휴일을 내수경기 활성화의 촉매제로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연휴 지정 효과가 나타난 사례는 거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연휴를 기해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바람에 내수경기는 오히려 엉망이 되고 만다. 시중의 상인들도 연휴가 이어지는 게 오히려 더 두렵다고 말한다. 작년 12월 계엄선포 이후 우리나라 내수경기는 최악이다. 올들어 트럼트 발 관세전쟁이 시작되면서 수출까지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밝힌 경제 동향에서 5개월 연속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소비자들도 먹고 입고 마시는데 지갑을 잘 열지 않는다. 유통경기가 전례 없이 불황이다. 백화점업계는 올 1분기 매출이 역성장했다고 울상이다. 이런 가운데 대선을 앞두고 유력 대선후보들이 주 4.5일 근무제를 공약으로 꺼냈다. 나아가 주 4일제 근무까지 하겠다고 한다. 저출생 극복과 노동시간 단축을 핑계로 주 4.5일제 정책을 내세우나 아직은 우리 경제가 주 4.5일제를 수용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선심성 포퓰리즘은 국민 경제를 멍들게 할 뿐이다. 유권자인 국민의 현명한 판단이 옥석을 가려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5-18

수상한 비행기 선물

중동의 부호 카타르 왕실이 트럼프 정부에 4억 달러짜리 보잉 747-8 비행기를 선물로 전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정가에 온갖 추측들이 오가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중동 순방을 앞둔 가운데 갑자기 왜 이런 발표가 나왔고, 비행기를 선물한 카타르의 저의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비행기를 대통령 전용 비행기로 사용하고 대통령 퇴임 후에는 소유권을 트럼프 도서관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특히 카타르가 국방부를 통해 기증한 만큼 대통령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미국 헌법에는 현직 대통령 등 공직자는 국회의 동의 없이 외국 정부로부터 선물을 받아선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많은 비난 여론에도 정작 트럼프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거래”라며 대응하고 있다. ‘하늘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 비행기 가격은 우리 돈으로 무려 5600억원에 달한다. 미국 정부가 외국에서 받은 선물 가운데는 역대 최고 가격이라 한다. 미국의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은 “이해충돌 발생” “노골적 부패”라는 비난을 쏟아붓고 있으나 트럼프는 “공짜 선물을 거절할 이유 없다”는 식의 반응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탄핵 소추감은 되고도 남을 것이다. 독일의 총리를 지낸 메르켈은 그의 회고록에서 트럼프를 “부동산 개발업자의 눈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사람”이라 혹평했다. 트럼프 취임 후 그의 관세 정책과 일련의 행동들은 이미 세계인의 눈밖에 난 바 있다. 그들은 카타르의 비행기 선물을 대가 없이 전달된 거로 보지도 않을 것이다. 미국 정가에 갈등이 불씨가 켜진 것이 아닐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05-15

벌써부터 더위가 무섭다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국가’라는 이야기는 이제 옛말이 된 것 같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요즘엔 안 추우면 덥다. 이제 이 나라엔 겨울과 여름만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며 봄과 가을은 다람쥐 꼬리처럼 짧아졌다. 지난해 여름 극악했던 더위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6월 중순에 시작된 폭염이 추석 연휴가 끝난 9월 말까지 계속됐다. 집집마다 에어컨이 종일 돌아갔고, 냉방시설을 갖추지 못한 곳에 사는 취약계층은 무더위에 목숨을 잃기도 했다. 비극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랬으니 “더위가 무섭다”는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하다. 19세기 프랑스 작가 아르튀르 랭보의 시집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을 기억하는 지인은 “시집 제목이 지난해와 올해 한국의 더위를 예언한 것 같다”는 농담까지 던진다. 실제로 그렇다. ‘올여름 더위도 무시무시할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기상 전문가들은 초여름부터 끈적이는 땀을 쏟아지게 만들 무더위가 올 것이라 예보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인도 해양과 열대 서태평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 때문에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질 것이다. 서태평양의 수온이 올라가면 한국 여름철 기온에 영향을 미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한다. 그렇기에 이번 여름은 시작부터 폭염이 심할 것”이라 부연했다. 지난해 겪은 더위가 무서웠던 탓일까? 벌써부터 에어컨 구매를 예약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아직은 5월 중순임에도 거리엔 반팔 셔츠를 입은 직장인과 반바지 차림으로 등교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다시 ‘공포스런 여름’이 오고 있다. 너나없이 모두들 준비 단단히 해야겠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5-14

“전쟁은 이제 그만”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는 전 세계에 보내는 첫 공식 메시지로 ‘전쟁 종식’을 선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전에 자주 말했던 “전쟁은 더 이상 안 된다”는 메시지로 그의 뜻을 전승했다. 1945년 종전된 제2차 세계대전은 역사상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군사전쟁으로 기록됐다. 전쟁으로 인한 직접 사망자가 5000만~5600만명, 전쟁관련 질병이나 기근 등의 이유로 사망한 사람이 추가로 1900만~28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전쟁의 뒤끝은 항상 눈물과 상처뿐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좋은 전쟁, 나쁜 평화란 이 세상에 있었던 적이 없다”란 말로 전쟁의 비극을 표현했다. 전쟁은 군사력을 동원해 다양한 목적을 달성하려는 권력을 잡은 자들의 욕심에서 발생한 물리적 충돌이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끊임없이 반복 돼온 인류의 숙명과도 같은 존재가 전쟁이다. 분쟁 해결 수단으로서는 가장 원시적이고 폭력적이지만 인류는 여전히 비극적 방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전쟁은 당사자 간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정치, 경제적으로 주변 국가들로 하여금 심각한 타격을 입게 하고 세계를 긴장 국면으로 몰아간다. 가자지구 내 전쟁 또한 세계가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행히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이 종전 협상으로 마무리되었으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닌 듯 하다. 새 교황 레오 14세는 지구촌에서 조각 조각 벌어지는 분쟁을 두고 “사실상 3차 세계대전 상태”라고 말했다. 영국의 한 여론조사 보도에 의하면 미국 등 서방국의 국민 45%가 5~10년 내 3차 세계대전 발발을 우려한다고 했다. “전쟁은 이제 그만”이라는 레오 14세 교황의 간절한 기도가 전쟁 종식의 신호탄이 되었으면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5-13

부자로 죽지 않겠다는 미국 부자

첨예화된 자본주의는 돈을 신(神)의 지위까지 끌어올렸다. 어느 국가라 특정할 것도 없다. 지구 위 대부분의 나라 아이들이 장래희망을 물으면 “부자”라고 답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친구와 선후배는 물론, 부모와 형제까지 돈 앞에선 낯빛을 바꾸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본다. 지저분한 사기 협잡과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유산 싸움 이유는 따지고 보면 결국 돈 탓이다. ‘돈은 잘 버는 것보다 잘 쓰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돈을 잘 쓰는 건 돈을 잘 버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다. 가지고 있는 재산을 가치 있는 일에 사용하는 부자는 사회적 존경을 받게 된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최근 “나는 부유하게 죽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며 가진 돈의 사회 환원 방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2000년 설립된 게이츠재단은 지난 25년 동안 140조원에 가까운 돈을 사회에 돌려줬다. 앞으로는 사회 환원을 더 빠르게, 더 많이 할 것이라는 게 빌 게이츠의 뜻이라고 한다. 그는 “향후 20년간 내 재산의 거의 전부인 99%를 임산부와 아동 사망률을 낮추고, 소아마비와 말라리아 등의 병을 해결하며, 빈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기부하겠다”고 부연했다. 여기에 사용될 돈은 대략 280조원. 지금까지의 기부금보다 2배 많은 수치다. “내가 죽으면 사람들이 많은 말을 하겠지만 ‘그는 부자로 죽었다’는 말은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빌 게이츠의 선언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인간에게 돈은 때론 독(毒)이고, 때론 약(藥)이 된다. 어떻게 쓰여야 약이 되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5-12

스승이 존경받는 사회

스승의 날이 만들어진 것은 학생들의 단순하고 순수한 생각에 의해서다. 1963년 충남 강경고 청소년적십자단 학생들이 병환 중이거나 은퇴한 스승을 찾아 위로 활동을 해보자는 것이 유래가 성립한 배경이다. 이 운동이 계기가 충청남도 은사의 날이 민들어졌다. 정부 기념일로 제정된 것은 한참 이후인 1982년도의 일이다.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잡은 것은 민족의 스승이자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탄신일을 기년일로 삼았기 때문이다. 엣말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스승은 가르침을 받는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 등 모든 사회 구성원이 존경할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소학에 등장하는 말로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란 말도 스승의 위상을 잘 말해주는 표현이다.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를 동일시한다는 것은 스승에 대한 은혜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공자의 뛰어난 70명의 제자를 칠십자라 부르는데, 그들이 공자의 사상을 후대에 전하면서 동양사상의 근간을 이룬다. 한 사람의 훌륭한 스승이 미치는 영향력은 이렇게 큰 것이다. 누구나 학창 시절 마음으로 존경했던 선생님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않는다는 그때처럼 스승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아니지만 아직도 스승을 공경하고 따르는 제자들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교단을 떠나가는 선생님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한때 가장 선망의 대상이던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다시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는 집단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하는 범사회적 인식과 노력이 필요하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과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진다”는 가사처럼 그들의 은혜를 기리는 날이 바로 5월 15일 스승의 날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5-11

한국인의 울화통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최근 설문 조사에서 밝힌 내용 가운데 특별히 눈길이 가는 대목이 있다.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과 관련한 조사를 해 보았더니 국민의 절반 이상이 만성적인 울분상태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특히 30대와 저소득층일수록 울분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대답했다. 또 응답자의 70%는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대답했으며, 공평에 대한 믿음이 낮을수록 울분 정도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울분(鬱憤)이란 답답하고 분한 마음을 뜻하는데, 울화(鬱火)와 비슷한 표현이다. 답답한 마음으로 생긴 병을 울화병, 심화병, 속병이라 부른다. 여기서 나온 울화통은 몹시 쌓이고 쌓인 마음 속의 화를 속되게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내면의 감정을 외부로 드러내지 않고 속에 감추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왔다. 특히 여성은 가부장적 사회구조 속에 살면서 제대로 표현도 못해 남성보다 속병을 앓는 비율이 높다고 한다. 미국정신의학협회는 한국인의 울화나 화병 등은 한국문화와 연관된 특수한 질환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질병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증상이 지속될 경우는 정서 장애의 하나로 본다고 한다. 한국 사람은 울화통이 터진다는 말을 자주 쓴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주는 스트레스가 많다는 의미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사에서 국민의 절반이 만성 울화를 겪는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나라와 국민을 안정시키는 일보다 갈등과 반목을 일삼는 우리나라 3류 정치에도 책임이 없다고 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5-08

AI와 SNS가 보내는 경고

21세기에 태어난 청소년은 더 이상 궁금한 걸 부모에게 질문하지 않는다. 어려운 수학공식과 영어단어 공부법은 물론, 볼만한 영화와 근사한 여행지에 관한 정보도 AI에게 문의하는 게 훨씬 빠르고 정확한 답을 얻어낼 수 있으니. 2025년을 사는 젊은 연인들은 펜으로 눌러쓴 연애편지를 주고받지 않는다. 친구들끼리 안부를 묻는 전화 통화도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왜냐? SNS를 통해 보다 쉽고 편하게 분과 초 단위로 언제건 연결이 가능하니까. 가속도가 붙은 첨단 기술의 발달은 생활의 많은 부분을 편하게 만들었다. 아버지와 엄마는 자식이 던지는 물음에 일일이 답해줘야 하는 어려움이 사라졌고, 오래 만나지 못한 친구를 그리워할 필요도 없어졌다. 친구 얼굴이 보고 싶다면 영상통화 버튼만 누르면 된다. 그런데, AI와 SNS가 만들어준 ‘신세계’가 마냥 좋기만 한 걸까? 빛만 있고 그늘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은 듯하다. 최근 외신 보도에 의하면 2023년 10월 이후 유럽에서 적발된 테러혐의자 60명 가운데 60% 이상이 18세 미만 청소년이었다고 한다. 겨우 16~17세 소년들이 수백 명을 살해하려는 계획을 세웠고, 그들의 소통 경로는 SNS였다. 특정 인종과 종교 혐오라는 극단주의가 SNS 속에서 싹트고 있었다는 것. AI에게 지나치게 자신의 감정을 쏟아 붓는 세태도 문제다. 사람과 대화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생성형 AI챗봇에 과다 노출된 어린아이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AI는 인간이 될 수 없고, SNS는 커뮤니케이션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이 사실을 망각한다면 더 큰 비극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5-07

관봉권

조선시대에도 뇌물이 성행했던 모양이다. 왕조실록에도 지방의 수령이 백성으로부터 거둬들인 재물을 조정의 대신에게 뇌물로 주었다는 기록이 등장한다. 지금처럼 화폐 유통이 원활하지 않아 뇌물로는 귀금속이나 포목 그리고 지역 특산물 등이 주로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해 관계가 얽힌 사람이 사는 사회에 뇌물이라는 부정한 거래는 시대를 막론하고 어느 나라에서든 있었던 악습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전직 대통령 영부인의 옷 구입비에 관봉권이 사용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관봉권에 대해 궁금해 하는 국민이 많다. 일반인에게는 낯설게 들리는 관봉권은 말 그대로 “관에서 봉인한 지폐”다. 금융권에서는 “조폐공사가 한국은행에 신권을 보낼 때 액수와 화폐 상태에 이상이 없음을 보증하는 의미로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서 보내는 지폐”라고 설명한다. 이런 관봉권은 은행이 개인에게 인출해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VIP고객이나 대기업이 명절 때 임직원에 지급할 목적으로 은행에 요구하면 지출되는 사례는 종종 있었다고 한다. 또 과거에는 청와대가 관봉권의 유통 경로였다는 얘기도 들린다. 5만원권 5000만원 뭉치의 크기는 각티슈 정도라고 한다. 5만원권이 처음 발행될 때 일각에서는 뇌물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는 만원권에 비해 부피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 시절 지불한 옷값이 4억원에 달한다는 경찰 조사가 있었다. 옷값으로 결제된 현금이 관봉권이라 한다. 개인이 소지하기 어렵다는 관봉권이 옷값으로 사용된 경위를 경찰이 조사한다는데, 그 결과가 궁금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5-06

스페인 대정전

블랙아웃(Black Out)은 앞이 캄캄해진다는 뜻이다. 발전 용어로는 모든 전력공급이 중단된 최악의 정전사태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 국어 순화사전에는 이를 대정전이라고 부른다. 특정 지역 혹은 특정 도시가 불랙아웃되는 일은 가끔 있었으나 한 나라가 통째로 블랙아웃되는 일은 세계적으로 극히 드물다. 지난달 28일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동시에 블랙아웃 현상이 벌어졌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리스본 등 대도시 곳곳에서 관광객과 시민들이 기차와 지하철,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대소동이 벌어졌다. 문제는 국가적 대정전에도 아직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력 복구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알아야 할 정전 원인은 오리무중이라 한다. 때문에 정전 원인에 대한 각종 관측이 난무한다고 한다. 사이버 테러 등도 거론이 되나 현재로선 재생에너지원의 과부하가 가장 유력한 원인일 것으로 관측이 되고 있다. 스페인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의존도가 유럽에선 독일 다음으로 높은 나라다. 날씨 변화에 따라 전력 생산이 급격히 변동될 수 있는 전력 환경이다. 이번 사태도 불안정한 전력 공급이 전력 시스템에 부담을 주어 대규모 정전을 일으킨 것으로 보는 견해가 가장 설득력 있는 분석으로 외신은 전한다. 아직도 정확한 정전의 원인은 알려진 바 없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위험하다는 교훈은 주목할만한 평가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전력 사용을 위해 지금의 전력 생산 패러다임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세계가 반면 교사할 블랙아웃 사태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5-01

정치 무대에서 내려선 홍준표

1954년생. 올해 일흔한 살이니 ‘노정객’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가난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이를 악물고 사법 시험에 도전해 검사가 됐다. 강력부 현역 검사 시절엔 거물 조직폭력배와 무소불위의 권력자를 줄줄이 구속시켜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았고, 그걸 발판으로 국회에 진출했다. 1996년 그의 나이 마흔둘에 치러진 15대 총선 당선을 시작으로 국회의원만 5번을 했고, 경남도지사와 대구시장을 지냈으며, 자신이 소속된 정당의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맡았고, 비록 패했지만 2017년엔 대통령선거에도 나왔다. 정치인으로선 안 해 본 게 거의 없는 셈이다. 이쯤 되면 드라마틱한 한 편의 소설이나 흥미진진한 영화 같은 삶이 아니었을까? 위엔 언급한 요약·설명을 읽었다면 많은 이들이 자연스레 그의 이름을 떠올릴 게 분명하다. 맞다 홍준표다. 2025년 4월 29일 홍준표가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이제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편하게 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 직후였다. 에둘러 말하지 않는 직설화법과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직진하는 특유의 저돌적 스타일로 인해 때론 곤경에 빠졌고, 여러 차례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던 홍준표. 하지만, 그를 지지하는 이들은 누구보다 솔직담백했던 정치인으로 홍준표를 기억할 듯하다. 어쨌건 이제 홍준표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정치’라는 무대에서 내려왔다. 범부(凡夫)로 귀환한 그가 30여 년간 겪었던 한국 정치판의 혼란과 불화를 다 잊고 자신의 바람처럼 ‘평범한 시민’으로 유유자적하기를 바란다. 누구라 특정할 것도 없다. 고희(古稀) 넘긴 사내에겐 풍파 없는 평화로운 삶이 어울린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4-30

IMF의 경고

“시급한 외환 확보를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 지원체제를 활용하겠습니다” 1997년 11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다. 이를 시작으로 한국경제는 IMF 관리체제로 들어갔다. 당시 한국경제는 외환보유고가 바닥이 나면서 단기간에 많은 기업들이 파산하고, 대량의 실직사태까지 발생했다. 빚 독촉에 시달린 일가가 음독자살을 하는가 하면 회사 중견간부가 졸지에 집을 잃고 노숙자 신세로 돌변했다. 재계 14위였던 한보그룹의 부도 등 내로라하던 재벌들이 잇따라 무너지고 증권회사도 파산하는 전대미문의 일들이 벌어졌다. 한국 재벌기업들의 과도한 부채가 문제의 시작이었다.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 달러가 고갈됐고, 국내 은행들도 무리한 대출을 해주면서 존폐 위기에 내몰렸다. 급기야 IMF 관리로 들어서면서 기업과 은행들의 통폐합 혹은 폐쇄가 속출한다. 국민의 삶의 질은 물어볼 것도 없이 핍박해졌다. IMF는 국제간 금융질서 확립과 균형발전 등을 목적으로 1947년 설립된 국제금융기구다. IMF의 지원을 받는 나라는 경제적 구조조정은 필수다. 한국의 IMF를 두고 국가 경제 주권이 빼앗긴 날로 부르는 이유다. 최근 IMF가 한국을 향해 잇단 경고를 보내 주목된다. 4월 세계 경제 전망 발표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로 낮추었다. 한달 전보다 1%포인트가 더 낮아졌다. 같은 기간 세계 경제성장률 하락치의 배다. 또 한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내년부터 대만에 역전당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한국을 향한 부정적 경제 수치들이 쏟아지는 분위기다. 한국경제의 불길한 징조일까 걱정스럽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4-29

교단 떠나는 초등학교 교사들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존경받는 시대는 끝난 것 같아요. 여건이 허락한다면 다른 일을 찾으려는 동료들이 적지 않습니다.” 학교에 가고 싶지 않는 건 학생들만이 아닌 모양이다. 초등학교 교사들 중 3/4 이상이 교직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사가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물음에는 겨우 4.5%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보수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도 2%만이 긍정적 답변을 내놨다고.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지난해 전국 유·초·중등·특수교사 1만1359명을 대상으로 ‘전국 교원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위는 그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교사 스스로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숭고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현실 탓일까? 교단을 떠나 다른 일을 찾고 싶어 하는 교사들이 적지 않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에 의하면 현직 초등학교 교사 중 42.5%가 ‘기회가 된다면 이직하고 싶다’는 속내를 털어놓았다고 한다. 이직을 희망하는 이유는 낮은 직무만족도와 생활만족도, 거기에 더해 성취감과 보람이 갈수록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최근엔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의 합격 점수가 낮아지고, 지원자도 줄어드는 추세까지 보인다. 현직 교사는 교단을 떠나려 하고, 교사를 꿈꾸는 입시생은 갈수록 적어지는 상황이 온 것이다. 세상이 변했고,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변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아야 한다’는 케케묵은 말만으로는 교사를 포기하려는 이들을 붙잡을 수 없다. 미래 세대의 교육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