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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머리, 남편을 고소한 이유

유전적 원인, 또는 남성 호르몬 영향 탓에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거나 빠진 사람의 이마선이 밀리거나 정수리가 드러나는 걸 지칭해 대머리라고 부른다. 이는 수많은 남성들의 고민거리다. 중년 이상은 물론, 20~30대 젊은 남성의 경우에도 “줄어드는 머리숱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지고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와 달리 탈모를 미용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는 청년들이 있기에 탈모 치료에 건강보험 적용 검토를 언급하기도 했다. 대통령 발언 이후 세간의 뜨거운 설왕설래도 있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탈모로 고민하고, 대머리가 가진 선입견 탓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비단 한국에만 있는 건 아닌 모양. 그런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 인도 언론에 보도돼 관심을 끌었다. 지난 2024년 결혼한 인도의 한 여성이 올해 초 남편과 시댁 가족 4명을 고소했다. 고소의 이유는 혼인 이야기가 오갈 때 신랑이 될 사람의 학력과 재산 규모, 외모를 속였다는 것. 그 가운데 ‘외모 속임수’로 지목된 것이 풍성한 머리칼을 가진 남성이 아닌 가발을 착용한 대머리였다는 것. 인간을 판단하는 기준에 ‘머리숱의 많고 적음’이 개입되는 건 불합리하고 부당하다. 그러나, 이건 당위일 뿐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흔하다. 주위를 둘러보자. 인공적으로 머리카락을 심고, 빠진 머리칼이 다시 돋아난다는 광고에 고액의 약을 바르거나 복용하며 탈모 치료에 고심하는 지인들이 분명 존재한다. 대머리가 고소 사유까지 되는 세상을 뭐라고 해야 할까? 분명 웃어넘길 일만은 아니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6-01-12

미국 돈로주의와 자강론

미국의 돈로주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의 기조를 나타내는 신조어다. 19세기 미국의 먼로 독트린에서 본떠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이름의 앞 글자 Don과 먼로 독트린의 Roe를 결합한 말이다.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정책과 해외 개입을 최소화하고, 국내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고립주의. 그리고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무역장벽 올리기와 국제협력보다 미국의 단독 결정을 우선시하는 일방주의 등이 바로 돈로주의의 큰 흐름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산하기구 31개와 비유엔기구 35개 등 총 66개의 국제기구에서 미국이 탈퇴하거나 지원을 끊기로 한 내용의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전례가 없는 미국의 고립주의 전개에 전 세계가 경악스런 표정이다. 미국은 최근 특수 군부대를 동원,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한밤중에 체포, 전 세계를 또다시 충격에 빠뜨렸다. 미국의 이번 행동을 두고 중국과 러시아 등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비난을 쏟고있지만 미국은 국가 간 전쟁이 아닌 마약조직의 수괴인 국제 범죄에 대한 응징이라며 반론한다. 또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자국령으로 삼으려는 미국의 야욕이 노골화되고 있다. 미 국무장관은 유사시 군사력 동원까지 불사하겠다는 뜻을 비춘다. 소련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4년째 이어지고 중국은 대만을 호시탐탐 노린다. 중국의 대만 개입에 반대 뜻을 밝힌 일본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으로 중일관계도 급속히 냉각되는 분위기다. 미국의 돈로주의는 동맹국 간의 균열을 부르고 국제사회의 긴장감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위기의 국제정세다. 북과 대치한 한국은 어떤 방법의 자강론을 강구해야 할까. 걱정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1-11

얀테의 법칙

덴마크 출신의 노르웨이 작가 악셀 산데모세의 소설에서 유래된 ‘얀테의 법칙’은 북유럽 국가 주민들의 정서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사상이다. “너나 나나 모두가 평등하다”는 생각이다. 당신이 남들보다 특별하거나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지 말라는 법칙이다. 북유럽 국가에서는 이런 정신이 어릴 때부터 교육으로 전파된다. 노르웨이가 여성 징병제를 도입할 수 있었던 정신적 배경에 ‘얀테의 법칙’이 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얀테의 법칙이 국민들 마음에 잘 스며든 북유럽 국가들의 행복 만족도는 세계 최고다. UN이 매년 발표하는 인류 행복지수 상위권 국가에는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이 모두 차지하고 있다. 국가의 복지정책과 교육 시스템에서 국민의 만족도를 높여주고 있다고 하지만 국민행복의 근저에는 ‘얀테의 법칙’이 버팀목을 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얀테의 법칙에는 10개의 규칙이 있다. 스스로 특별한 사람이라 생각 말라, 다른 사람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다른 사람보다 많이 알고 있다는 생각도 말라 등 겸손을 가르치는 말이다. 얀테의 법칙과 유사한 말을 동양권에서 찾으면 과유불급(過猶不及)을 들 수 있다. “지나침은 모자라는 것과 같다”는 이 말에는 겸손과 절제, 타인에 대한 배려의 의미가 내포돼 있다. 말은 그 사람의 생각이요 인격의 거울이라 했다. 직위가 높을수록 말의 품위를 유지하는 것은 모든 도덕의 기본이다. 이재명 정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지명된 이혜훈 전 의원의 과거 언어가 공개되면서 논란이다. 그가 구사한 폭언만으로 장관 자격은 이미 상실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많은 정치인에게 반면교사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1-08

이혜훈의 죄? 국민의 죄?

이재명 대통령에 의해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 씨가 인생 최고의 위기에 몰려있다. 그 위기의 이유가 외부에 의한 것이 아닌, 그간 살아오며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 동정하기는 어렵다. 8년 전. 이 후보자가 자신의 의정활동을 돕던 인턴직원에게 “한국 사람이 한국말을 못 알아먹는다” “널 죽였으면 좋겠다”는 막말을 던지고, 심지어 스스로 화를 참지 못해 고성을 질렀다는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 전근대적인 폭압의 행태가 분명하다. 임신 중인 사람을 괴롭혔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국민의힘 소속 손주하 중구의원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어 임신 초기 시절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유산 위기를 겪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손씨가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으로 지목한 이는 이혜훈 후보자. 갑을관계에 있는 이들을 함부로 대했다는 것 외에도 적지 않은 흠결이 거의 매일 폭로되는 형국이다. 175억6952만원이란 이혜훈 씨의 재산이 공개되자 부동산 투기와 국회의원 재직 시절 특혜 관련 논란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알려졌고, 이씨 세 아들의 재산이 47억원에 이른다는 보도에 “직장 없는 자식들이 증여세를 어떻게 낸 것인가”를 묻는 이들도 많다. 장관을 포함해 총리와 부총리 등 고위직 공무원 후보자가 발표되면 그 사람의 인격과 도덕성, 재산 형성 과정, 자녀에 얽힌 의혹 등이 예외 없이 잇따르는 걸 우리는 이미 수십, 수백 차례 봐왔다. 그때마다 허탈한 실소를 머금고 공분에 시달려야 하는 게 한국 국민들의 어쩔 수 없는 팔자인가? 모범적으로 살지 못한 이혜훈 후보자의 곤혹이야 자승자박이겠으나, 국민은 대체 무슨 죄인가?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6-01-07

미래의 세상 CES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AI) 전시회(CES)가 6일부터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1967년에 처음 시작해 6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이 전시회는 전 세계 각국의 신기술들이 집결하는 기술 경연장이다. 매년 수많은 혁신적인 기술들이 총망라하면서 전시장 자체가 마치 마술의 한 공간처럼 변신한다. CES 2026년에는 전 세계 160개국에서 4100개의 기업이 참가한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 등 약 1000개 기업이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구와 경북에서도 42개의 혁신기업이 참가해 공동관을 운영하며 신기술을 세계에 선보인다. 올해 CES의 키워드는 피지컬 AI다. 지금까지 AI는 디지털 공간인 화면 속에만 있었다면 이번 CES에 등장한 AI는 다르다. 로봇, 자율주행차, 스마트 공간 등에서 자율시스템이 실제의 사물을 인지하고, 이해하며 복잡한 행동을 수행하는 모습으로 선보인다. 로봇의 팔로, 가전제품의 두뇌로, 자동차의 판단 주체로 AI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선보인 인간형 로봇은 인간의 모든 일을 대신한다. 식사 준비와 빨래 정리 등 집안 일의 상당 부분을 로봇이 척척 해결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미래 일자리 보고서에서 AI와 디지털 기술혁신으로 멀지않은 미래는 지금의 일자리 9200만개가 사라지고, 약 1억70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예측했다. CES가 펼쳐놓은 기술이 10년 내 우리의 생활 속에 파고들 것이라 생각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바쁘게 바뀌어 가고 있는지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1-06

오래 기억될 안성기의 삶과 죽음

영화제작자로 일했던 아버지의 친구 김기영 감독의 작품 ‘황혼열차’에 아역배우로 출연한 게 그가 다섯 살이던 1957년이었다. 마지막으로 영화 카메라 앞에 선 것은 2023년 제작된 김한민 감독의 ‘노량-죽음의 바다’. 자그마치 66년의 장구한 세월이었다. 빼어난 연기력과 스캔들 없는 모범적인 사생활로 많은 팬들에게 사랑받았던 영화배우 안성기가 5일 오전 영면에 들었다. 1952년에 태어났으니 향년 74세.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 초반에 걸쳐 한국 영화와 함께 울고 웃었던 주요한 배우 한 명이 우리 곁에서 영원히 사라진 것이다. 안성기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베트남어를 공부했다. 군 복무는 ROTC로 마쳤다. 전공을 살려 외국에서 일하고 싶어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자, 1977년 아역이 아닌 성인배우로 관객들 앞에 돌아왔다. ‘만다라’ ‘고래사냥’ 등에 출연한 1980년대는 말 그대로 ‘배우 안성기의 전성시대’였다. 1년에도 몇 편씩 주목받는 영화에 등장해 극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눈물, 웃음과 해학을 선물했으니. 그랬기에 대종상을 포함한 영화 관련 상도 40회 이상 받았다.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180편에 가까운 영화에 출연하며 왕부터 거지, 사장부터 말단 회사원까지 다른 사람의 삶을 사실적으로 연기했던 탁월한 배우의 죽음 앞에 적지 않은 영화팬들이 아쉬움을 표하며 명복을 빌고 있다. 지상에서의 삶을 끝내고 눈물과 고통이 없는 피안(彼岸)으로 떠난 안성기의 발인은 오는 9일 오전 6시에 엄수된다. 한국 영화사에 ‘잊히지 않을 이름’으로 새겨질 것이 분명한 그의 삶과 죽음은 오래 기억될 듯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6-01-05

말띠 해

올해는 병오년(丙午年) 말띠 해다. 불의 기운을 지닌 병(丙)과 말을 상징하는 오(午)가 만나 말띠 중에서도 60년 만에 돌아오는 붉은 말의 해다. 띠는 한해에 붙은 십이지 동물의 이름에서 따왔다. 십이지는 쥐, 소, 호랑이, 토끼 등 12마리의 동물을 상징하는데, 말띠는 그 중 일곱 번째다. 한국인은 태어날 때 모두가 띠를 가진다. 한해의 수호 동물로 자신의 띠가 정해지며 자신 띠와 연결해 성격, 운명, 결혼, 궁합 등을 예측한다. 띠 문화는 한국인과 함께 해온 오랜 풍속이다. 전해오는 띠 풀이에 의하면 말띠 생은 밝고 개방적이다. 떠들썩한 것을 좋아하고 유머가 있다. 어떤 생각이 결정되면 목표가 관철될 때까지 한눈팔지 않고 계속 나아가 성공률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말띠의 기운은 처음에는 거창하나 끝이 오므라드는 유형이다. 아차 하는 순간 아무것도 쥔 것이 없어질 수 있으므로 낭비와 유흥을 조심해야 한다. 우리나라 속설에 말띠 여성은 “팔자가 세다”고 한다. 1990년 백말 띠 해에는 여아 출산을 기피하는 일들이 있었고, 백말띠 해를 앞둔 12월에는 제왕절개 수술이 늘었다고도 한다. 다음 말띠 해 출산 성비가 116명까지 치솟았다고 하니 여아 출산 기피가 거짓은 아닌 듯하다. 세태가 달라진 지금, 말띠 여성에 대한 띠풀이도 다르다. 생활력이 강하며 독립적이고 리더십이 강하다. 말은 각종 설화에서 하늘과 지상을 잇는 상스럽고 지혜로운 동물로 묘사된다. 신라 시조 박혁거세 탄생 설화에 나오는 승천하는 말이 그러하다. 말은 힘과 용맹의 상징이다. 올 한해 우리나라는 말띠 기운이 크게 뻗어 국태민안(國泰民安) 했으면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1-04

권력의 부패

과학자들은 권력자가 약자에게 행하는 난폭한 행동과 같은 비정상적인 일이 벌어지는 이유를 뇌에서 답을 찾는다. 어떤 과학자는 사람이 권력에 빠져들게 되면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많이 나오면서 뇌가 상대를 이해하지 못해 오만해지고 충동적인 행동을 한다고 말한다. 또 일부는 뇌의 안하 전두엽이 손상돼 자신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것처럼 과대망상에 빠져들어 이타심과 공감 능력을 잃게 된다고도 설명한다. 마치 마약에 중독돼 이성을 잃는 것처럼 권력에 중독되면 모든 이성적 판단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 권력부패의 원인이라 한 것이다. 1887년 영국의 역사학자 존 액턴은 높아만 가는 성공회 교황의 권력과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편지를 썼다. 편지 속에서 그는 “절대권력은 절대부패 한다”는 말을 남기는데, 권력의 집중과 견제 부재가 부패를 부른다는 경구로써 이 말은 오늘날까지 유명하다. 많은 민주주의 국가가 삼권분립 등 권력의 정체성을 구현해 권력의 부패를 막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권력이 있는 곳에는 예외 없이 부패가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 속성이다. 사회가 분화되면서 정치권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크고 작음의 차이는 있지만 권력자의 부당한 횡포와 비리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지역구 시의원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지역 단체장이나 시의원으로부터 공천 대가가 오가는 오래전 폐습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사실에 국민적 실망감이 크다. 300명이나 되는 국회의원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은 사실상 어렵다. 국회의원의 자정 능력을 높일 대안을 찾아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1-01

해맞이 명소 호미곶

일출(日出)은 자연의 경이로움이자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현상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새해가 되면 일출을 보려는 행렬이 줄을 잇는 것도 이러한 상징성 때문이다. 나라마다 일출을 맞이하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일출을 향해 한해의 소망을 기원하는 마음은 어느 나라든 똑같다. 새해 일출은 단순히 자연현상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뜻이다. 오랫동안 인간의 삶 속에 어우려져 왔다는 말이다. 새해를 앞두고 동해안 일출 명소에는 벌써부터 숙박업소마다 예약이 꽉 찼다. 행정기관도 연말연시 인파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이다. 포항시 남구 호미곶은 연간 200만 명 이상이 찾는 대한민국 대표 일출 명소다. 다가올 새해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가족 등과 더불어 이곳을 찾아 일출의 장관을 바라보며 새해 소원을 기도할 것이다. 한반도 최동단에 위치한 호미곶은 조선시대 풍수지리학자 남사고는 ‘해동산수비록’에서 “한반도는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모양인데, 백두산은 코 이곳은 꼬리 부분”이라고 밝혔다.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는 이곳에서 일곱 번이나 답사하고 측정해 우리나라 가장 동쪽임을 확인했다고 한다. 포항시의 옛 이름 영일(迎日)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오래전부터 해맞이 장소로 여겨져 왔던 곳이다. 울산시는 간절곶이 포항시의 호미곶보다 해가 먼저 뜬다고 자랑을 하나 때로는 간절곶이, 때로는 호미곶에서 해가 먼저 떠 정확히 누가 먼저인지 말하기가 어렵다. 신년의 첫 일출은 오전 7시 26분 독도에서 가장 먼저 관측되고 호미곶에서는 7시 32분 관측될 것이란 예보가 있다. 가는 해 잘 보내고 오는 해 기쁘게 맞이하자. /우정구(논설위원)

2025-12-30

치킨집 3만9789개 시대

“어떻게든 먹고 살아야 하니 치킨집이라도 차릴까?” 짧지 않은 경제 불황이 이어질 때면 정년 이전에 회사를 그만두는 이들이 흔해진다. 희망퇴직이 됐건, 권고사직이 됐건 자의 반 타의 반 월급쟁이 생활을 그만둔 이들이 퇴직금을 받으면 쉽게 하는 결정이 치킨집 개업이다. 그러나, 종일 끓는 기름 앞에서 닭을 튀기고, 바쁜 손길로 양념 묻힌 치킨을 포장해도 실상 손에 쥐는 돈은 쥐꼬리인 경우가 태반이다. 배달대행 업체에 주는 수수료와 적지 않은 세금, 거기에 개업할 때 목돈으로 들어간 인테리어 비용까지를 감안해야 하는 탓이다. 그럼에도 벼랑 끝에 몰린 퇴직자 등은 울며 겨자 먹기로 치킨집을 차린다. 한국이 특히 그렇다. 그래서일까. 어느 곳 특정할 것 없이 동네마다 치킨집이 넘쳐난다. 그걸 수치로 증명하는 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와 프랜차이즈 점포를 합하면 현재 이 나라에선 3만9789개의 치킨집이 영업 중이라고 한다. 여러 말 할 것 없다. 이미 포화 상태다. 가게들의 경쟁이 심한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 치킨집 운영에서도 소수만이 살아남는 ‘정글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그걸 알면서도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사람들은 위험한 자영업자가 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2018년 이후 매년 1000여개씩 늘어나는 추세다. 당연지사 몇 년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치킨집도 우후죽순이다. 생기는 만큼 없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 적은 월급 받으며 겨우겨우 먹고 사는 서민들이나, 샐러리맨의 옷을 벗고 치킨집 주인이 된 이들이나 너나없이 모두 춥고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있다. 딱한 일이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12-29

한해의 마무리

제야(除夜)는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마지막 밤이란 뜻이다. 불교에서는 섣달 그믐에 108번의 종을 치는 종교 의식이 있다. 108가지 인간 번뇌를 소멸시키고 깨끗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자는 뜻이다. 인간의 마음을 혼란케 하는 감정과 생각들을 한해의 끝자락에서 조용히 마무리하는 종교적 수행 방법의 하나다. 1년의 마지막 무렵이다. 늘 오는 이때지만 누구나 한해를 되돌아보며 아쉬운 마음을 가진다. 미련이 남거나 후회되는 일, 그리고 감사했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가슴을 새삼 요동치게 한다. 올해도 예년과 다르지 않게 다사다난(多事多難)했구나 싶다. 나라뿐 아니라 직장과 한 사람의 개인도 기쁨과 슬픔, 기대와 실망 등으로 얼룩진 한해다. 매년 보내는 해지만 한해 끝자락이 되면 늘 아쉬움이 남는 게 세모(歲暮)의 감정이다. 중국 최초의 시가집인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처음을 갖지 않은 사람은 없으나 능히 끝을 얻은 사람이 적다”고 했다. 마무리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교훈이다. 유종의 미와 비슷하다. 한해의 끝자락에서 우리가 다시 한번 새겨야 할 교훈이 아닐까 한다. 끝과 시작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다. 마지막과 시작은 서로 연결돼 한 끝이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진다. 과거와 미래로 갈라지는 시점일 뿐이다. 끝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시작이란 원인이 있었기에 끝이 있는 법이다. 자연의 순리다. “아름다운 시작보다 아름다운 끝을 선택하라”는 유명인의 말이 생각나는 시간이다. 비록 모자라고 만족스럽지 않아 보이는 한해가 지나가지만 시작의 새해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심기일전(心機一轉)의 시간이다. /우정구 논설위원

2025-12-28

호날두식 수면법

옛 속담에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활동하는 시간의 3분의 1을 잠으로 소비된다. 왜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의 3분의 1이나 되는 긴 시간을 잠으로 채워야 하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과학은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냈다. 수면과 신체와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수면이 신체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수면학회는 성인의 경우, 최적의 건강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루 7~9시간 잠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6시간 미만 수면자는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증 위험이 높아지고,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치매 위험까지 높인다고 한다. 인간은 잠을 충분히 잠으로써 낮에 활동하며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고 어린이들의 성장을 돕고 뇌에 축적된 노폐물을 청소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충분한 수면을 바탕으로 한 최상의 컨디션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직원들이 자유롭게 잠을 자며 휴식할 수 있는 수면캡슐이나 수면공간을 사무실에 마련했다고 한다. 불혹의 나이에도 20대 못지않은 탄탄한 몸매와 운동 능력을 자랑하는 전설의 축구선수 호날두의 최고 건강비법으로 다상수면(多相睡眠)이 화제다. 분할수면이라고도 부르는 이 수면은 90분씩 짧게 나누어 하루에 5번 정도 잠을 자는 방식이다. 규칙적 생활을 하는 직장인과 일반인이 따라 하기는 쉽지 않다. 또 이 방법이 일반수면법보다 낫다는 의학적 증거는 아직 없다고 한다. 몸 관리의 끝판왕이란 별명처럼 호날두의 건강은 수면보다 그의 끊임없는 체력 관리의 결과물 아닐까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2-25

커피 한 잔 마시기도 무섭다

‘세상에 안 오르는 건 월급 뿐’이란 샐러리맨의 하소연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를 반영하고 있다. 점심 한 끼가 1만원을 넘어선 건 이미 오래전이고, 저녁에 동료 서너 명이 삼겹살이라도 구워 술자리를 가지려면 최하 10만원은 필요하다. 이제는 한국인이 숭늉처럼 마시게 된 커피 값도 갈수록 만만치가 않다. 21세기에 들어서며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한계점 없이 올라갔다. 특히 18~24세 젊은이들과 25~39세 직장인이 그 상승을 견인했다. 국제커피기구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연간 405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미국인(400잔)의 커피 소비량을 뛰어넘는 수치다. 이는 커피를 물처럼 마시는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 북유럽 몇 개 나라를 제외하면 한국인이 세계에서 커피를 가장 자주,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좋은 향과 고급스런 맛을 강조하는 고가의 커피도 한국에선 잘 팔린다. 그러나, 그건 일부 호사가들의 경우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10만 개에 육박한다는 커피전문점 가운데 비교적 가격이 낮은 곳을 찾아다니곤 한다. 그만큼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 나선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앞으론 커피를 담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돈을 주고 사도록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컵 가격은 100~200원 정도가 될 전망이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 환경오염을 막겠다는 취지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저가 커피전문점의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대략 1500~2000원쯤임을 감안하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커피 값 상승률은 10%가 넘는다. 이래저래 마음 편히 커피 한 잔 마시기도 부담되는 세상이 온 것인가?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12-22

치매머니가 사냥감

있어도 못쓰는 돈, 치매머니. 노년기에 치매가 찾아오면 인지능력이 떨어져 내 집도 내 돈도 내 것인 줄 모르는 상태에 이른다. 평생 벌어놓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쓸 수가 없다. 치매머니는 치매환자가 보유한 소득이나 자산을 의미하는 말이다. 우리나라도 올해 처음으로 치매머니 규모를 전수조사한 적이 있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치매환자가 보유한 금융자산과 부동산 등을 포함한 자산규모는 154조원이다. 이를 치매환자 수로 나누면 1인당 보유 치매머니가 2억원 정도 된다. 전체 규모는 GDP의 6.4%다. 인구 대비 자산 비중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빨리 시작된 일본은 치매머니 규모가 2030년에 가면 수천조에 이를 거란 전망이 있다. 치매머니는 주인이 있어도 쓸 수가 없으니 돈이 순환되지 않아 경제에 장애가 된다. 당연히 경제에는 나쁘다. 또 사회적으로 치매머니를 노리는 범죄까지 기승을 부리게 되니 치매머니 관리가 사회의 큰 이슈 거리가 된다. 우리나라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고령 치매환자가 늘고 있다. 그들이 보유한 치매머니도 증가하고, 그를 노린 범죄도 갈수록 는다. 경찰 조사에 의하면 치매환자의 재산을 노린 범죄의 다수가 환자를 돌보던 요양시설 종사자이거나 지인 등 가까운 사람한테서 일어난다고 한다. 치매환자 수가 100만명을 넘었다. 우리 사회가 치매문제에 얼마나 잘 대응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장수를 축복이라 부르기엔 치매문제가 우리들 코앞에 있다. 치매환자의 돈이 범죄의 사냥감이 되고 그를 보호할 사회적 안정망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면 장수시대를 찬양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2-18

절벽으로 내몰린 한국 청년들

‘번아웃(burnout)’이란 삶이 주는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해 정신적·육체적으로 낙담과 절망에 빠진 상태를 의미하는 단어다. 이른바 ‘번아웃이 오면’ 사람들의 마음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 상태가 된다. 당연지사 위험하다. 한국 청년 3명 가운데 1명이 번아웃을 경험했다는 조사가 최근 발표됐다. 젊은 세대가 절망과 낙담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안한 진로(39.1%)’ 탓이었다. ‘과중한 업무’와 ‘일에 대한 낮은 보상’ 등도 주요한 이유였다. 밝은 미래를 설계하기 힘든 2025년 말 우리나라 상황이 청년들을 번아웃에 빠뜨리고 있는 것. 사실 젊은층이 받는 과도한 스트레스는 이전부터 지적돼 왔던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 16일 발간된 국가데이터처의 ‘청년 삶의 질 2025’ 보고서는 위에 언급한 문제를 수치를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19~34세 청년 자살률은 10만 명당 24.4명. 2011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았다. 삶의 만족도 역시 하향하는 추세였다. 10점 만점에 6.7점으로 조사된 청년들 삶의 만족도 수치는 38개 OECD 회원국 가운데 31위. 학력이 낮을수록 삶의 만족도 역시 낮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보인다. 청년 여성의 번아웃 경험률이 36.2%로 조사돼 청년 남성(28.6%)보다 대폭 높았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을 체감하는 것에 보다 민감했기 때문일까? 갓 성인이 된 19세부터 30대 중반까지의 청년들이 희망과 꿈보다는 현실에 대한 절망감 속에서 살고 있다는 건 한국의 앞날이 어둡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뾰족한 해결책이 없을까.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12-17

해외 토픽감이 된 한국의 불수능

수능의 난이도가 어려우면 불수능이란 이름으로 호되게 비판을 받는다. 수능시험이 어렵게 출제되면 수험생들의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험을 쉽게 내면 물수능이란 비판을 뒤집어 써야 한다. 대학 수능시험의 난이도 조절은 시험 때마다 자주 도마에 오르는 주제다. 시험의 변별력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난이도 조절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모든 수험생의 눈높이에 맞는 난이도를 구성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만큼 힘들다. 2026학년 대학수학능력 시험의 영어 영역을 둘러싼 난이도 논란이 시끄럽다. 논란 끝에 불영어란 불명예를 쓰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사태를 들여다 본 해외 언론들이 한국의 수능 영어 영역을 조명하고 나서는 등 뉴스 소재로 삼았다. 영어의 본산인 영국의 BBC 방송은 “한국의 대학입시 시험은 악명 높게 어렵다”고 설명하고 올해 출제된 영어 영역 문제를 두고 일부 학생들은 고대문자 해독에 비유하는가 하면 일부서는 “미쳤다”는 표현까지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한국의 대학 수학능력 시험이 불수능으로 불릴 정도로 어렵다는 소식과 함께 올해 출제된 영어 문항을 소개하고 독자들이 직접 풀어보는 온라인 퀴즈를 내기도 했다. 또 일부 해외 언론은 한국의 과열된 입시경쟁 구조가 청소년의 우울증이나 극단적 선택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입시문제가 청소년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음을 꼬집은 것이다. 한국의 수능이 해외 토픽감이 됐다. 좋은 의미보다 부정적 의미가 컸다. 32년 전통의 수능방식, 고민할 때 된 것 아닐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12-16

가난한 사람은 지하실로 간다?

사는 집은 사람의 생활수준과 가진 돈을 우회적으로 확인하게 해준다. 이른바 서울 중심가의 아파트는 거래가격이 수십억 원에 이른다. 대구·경북에도 고가 아파트가 적지 않다. 하늘 높이 솟아 마천루를 이루는 고층 아파트를 보면서 ‘나는 언제쯤 저런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절망하는 서민들이 드물지 않게 있다. 그렇다면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 형태는 어떨까? 지하 또는, 반지하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흔하다. 지하는 어둡고 갑갑하며 습기가 차는 공간이다. 그러나, ‘지상의 집’을 마련할 형편이 되지 못한다면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길에서 이불 깔고 잘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엔 부잣집 가정부의 남편이 오랜 세월 지하실에 갇혀 생활해온 모습이 영상으로 보여진다. 주인공 가족의 주거 형태도 유사하다. 방 안에서 거리가 올려다 보이는 반지하 집인 것. 가난한 사람들은 땅 위가 아닌 땅 아래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서글픈 현실의 영화적 형상화가 아니었을까. 비단 한국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나라가 비슷한 모양이다. 최근 대만의 언론매체 TVBS는 딱한 사연 하나를 보도했다. 한 아파트 주차장 지하실에서 3년 넘게 살아온 70대 노인이 불법 점유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아파트 입주민이었으나 문제가 생겨 자신의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가자 생활필수품만을 챙겨 지하실로 들어가 숨어 살았다고 한다. 긴 세월 사람의 출입이 거의 없는 주차장 지하실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잠을 자야했던 대만 노인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와는 일면식도 없지만 측은지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12-15

남아선호 사상이 문제

남녀 성비(性比)의 불균형이 생기는 결정적 이유는 남아선호 사상에 있다. 우리나라는 아주 오래전부터 남아선호 사상이 지배한 사회다. 아내를 내쫓을 수 있는 칠거지악이나 남존여비 사상의 발단도 근원적으로 보면 남아선호 사상에 기인한다. 남아가 우대받던 신라시대에 선덕여왕이 왕위에 오른 것은 특이한 경우다. 당시 진골의 남자는 많았지만 성골의 남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혈통과 신분을 중요시하는 관습에 따라 성골의 여자를 왕위 계승자로 뽑은 것이다.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남아선호 사상 때문에 선덕여왕의 왕위 계승이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한다. 조선시대는 장자 상속이나 부계 중심으로 집안이 이어졌다. 특히 유교문화 영향으로 남아선호 사상이 극심한 시기였다. 이런 분위기는 해방 후에도 지속되면서 우리나라 성비 불균형은 1990년대까지 이어졌다. 1990년 우리나라 출생 성비는 여성 100명 당 남성 116.5명. 셋째 자녀까지 내려가면 여아 100명당 남아는 200명까지 치솟았다. 이러던 것이 2007년 107명 아래로 떨어졌고, 2022년에 와서는 정상 성비 범주에 들었다. 남아선호 사상은 전 세계 국가의 공통된 흐름이다. 중국과 인도는 남아선호 갈등 구조가 특히 심했던 나라다. 베트남은 세계 217개국 중 네 번째로 성비 불균형이 큰 나라다. 작년 베트남의 출생 성비는 111.4명. 2034년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150만명이 더 많을 거란 관측도 있다. 정부가 태아의 성별을 공개한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고, 성별 시술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한다. 문제는 유교 영향이 큰 베트남의 남아선호 사상부터 바뀌어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2-11

조진웅·박나래·조세호…쓸데없는 연예인 걱정

TV나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눈에 익숙한 유명 연예인 몇 명이 곤혹스런 상황에 빠졌다. 어린 시절 저지른 범죄가 드러나거나, 자신의 매니저에게 갑질을 하거나, 조직폭력배와 어울렸다는 이유에서다. 조진웅은 한 언론매체에 의해 소년범 전력이 알려져 배우 생활을 그만두게 생겼다. 그 여파가 심상찮다. 조씨를 두둔하는 이들은 “한 때의 실수가 인간의 미래를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고 하고, 반대측에 선 사람들은 “지금이라면 징역 5년 이상을 받았을 악질 범죄자가 공인으로 활동하면 되겠는가”라고 비난한다. 조씨의 범죄 사실을 최초 보도한 매체는 고발까지 당했다. 박나래의 경우도 마찬가지. 박씨의 행위가 경솔하며 악의적이라고 지적하는 시청자가 있는가 하면, 매니저의 폭로에 어떤 의도가 있는 듯하니 사실 관계를 잘 살펴봐야 한다며 박씨를 옹호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폭력배로 의심되는 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인해 데뷔 이후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조세호는 현재 출연하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실이 아닌 부분은 바로 잡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에게 불리하게 전개되는 국제 정세, 끊임없이 갈등하고 대립하는 여야 정치권, 회복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서민들의 어려운 경제생활 등 내외적인 문제가 가득한 2025년 한국의 겨울. 지금 나라가 처한 입장이 첩첩산중에 설상가상인데, 이제 배우와 개그맨이 얽힌 사건·사고를 두고 국민이 서로 다투는 일까지 겪어야 하나? 누군가 그랬다. “세상 쓸데없는 게 떼돈 벌어 잘 먹고 잘 사는 연예인 걱정”이라고. 어쨌건 이래저래 참으로 심란한 시절이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12-10

건강도시 랭크된 수성구

대구 수성구는 비수도권 최고 학군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2024년의 경우, 수성구로 순 유입된 초등학생 수가 서울 강남구에 이어 전국 2위를 마크했다. 자녀의 교육을 위해 입학 시즌이 되면 많은 학부모들이 수성구 쪽으로 이사를 계획한다. 교육열이 높은 학군지로 정평이 나 있다. 학원가가 대거 밀집해 있어 ‘대구의 대치동’이란 별명도 붙었다. 우수한 교육 기반 등 도시 인프라가 좋은데다 전국 유일하게 4대 특구(기회, 교육발전, 교육국제, 문화)로 지정이 된 곳이다. 대구지역의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유일하게 가격 상승세를 유지하는 지역이다. 당연히 집값도 가장 비싸다. 조선일보와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전국 252개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주민 건강을 조사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구에서는 수성구가 유일하게 건강도시 전국 순위 11위에 포함됐다. 1위는 과천시, 2위 서울 강남구, 3위 서울 서초구 등으로 밝혀졌다. 건강도시 상위 30군 데 중 서울 6군데, 경기도 6군데, 비수도권에서는 경남이 7군데가 포함됐다. 또 비수도권 중에는 부산 2군데, 대구·경북·대전·광주·전남·충남 등은 모두 1군데만 포함됐다. 경북에서는 포항시 북구가 유일하게 포함됐는데, 순위는 30위다. 이번 조사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건강은 외적 요소인 자연 환경보다 생활습관과 건강 인프라 기반이 좋은 지역이 유리하다는 것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대구 수성구는 전국 순위로 11번째지만 비수도권에서는 창원 성산구와 부산의 강서구, 동래구에 이어 4위로 조사됐다. 수성구는 교육도시이자 문화예술도시, 부촌도시 등의 이미지에 건강도시란 또 다른 명성을 얻은 셈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