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65세 정년법의 연내 제정을 촉구하면서 정년 연장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이 노동계의 입장에 비교적 호의적 태도를 보이고는 있으나 시행과정에 불거질 부작용이 적지 않아 입법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 같다. 정년 연장은 고령사회 진입과 노인 빈곤퇴치, 연금 사각지대 해소 등을 위해 필요성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청년층의 고용감소와 기업 인건비 부담 증가 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진통은 불가피하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20년 이상의 준비 과정을 가졌다. 1986년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제정하고 이후 94년에 정년 60세를 의무화했다. 2013년에는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토록 조치를 취하면서 13년 동안 기업이 제도에 적응할 시간을 주었다. 70세 고용문제도 2021년에 관련법을 다시 개정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정년 연장 개념보다 고용확보란 측면에서 문제에 접근하고 있어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한다는 점이다. 숙련된 고령층 인력을 유지하되 인건비 총액이 폭증하지 않게 함으로써 청년의 고용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개혁에 기업과 사회가 동의함으로써 정년 연장 문제가 저출산·고령화 개선에도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는 평가도 있다. 우리도 정년 연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다. 그러나 노출되는 문제에 대한 사전 준비나 사회적 합의가 없다면 청년 취업난 감소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이 심각해질 수 있다. 일본의 과정을 교훈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바쁘다고 바늘 허리에 실을 꿸 수는 없는 법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1-09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삼바 축제는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세계에서 가장 큰 축제다. 이곳에 뿌려지는 돈만 무려 1조3000억원이라 한다. 무엇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킬까. 리오 카니벌의 최고 매력은 화려한 퍼레이드와 축제를 위해 준비한 춤과 의상이다. 축제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화려한 의상과 춤 그리고 이곳 시민들의 삼바에 대한 열정이 행사를 성공으로 이끌고 가고 있는 것이다. 리오축제는 브라질 사람의 삶의 기쁨이다. 독일 뮌헨에서 개최되는 맥주 축제 옥토버 페스트는 전통 의식에서 비롯된 축제다. 1810년 바이에른 왕국의 결혼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100년 이상의 축제로 이어지고 있다. 전통의상과 다양한 독일 요리, 각양각색의 맥주가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있다. 옥토버 페스트를 본 뜬 축제만 지구촌에 3000개 있다고 한다. 대단한 위용이 아닌가. 이 축제도 숙박, 교통, 쇼핑 등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1조원을 넘는다. 우리나라에도 한해 1000개가 넘는 축제가 열린다. 그 중에는 대중의 인기를 얻는 것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이름만 올렸다가 사라지는 것도 수두룩하다. 축제란 지역 전통의 문화를 승화시키고 그 정신을 이어가는 일종의 공동체 문화행사다. 지금은 공동체 문화와 더불어 경제적 효과도 축제를 여는 이유 중 하나가 됐다. 최근 경북 김천에서 열린 김밥 축제와 이번 주 구미에서 시작하는 라면축제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전국적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규모는 비록 작지만 평범한 아이템에서 축제의 본질을 발견한 축제로 발전했으니 축하할 만하다. 고객 감동의 축제로 쭉 뻗어나길 바란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1-06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매너는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나쁘지 않아졌다. 줄을 서서 차례대로 탑승하는 건 물론, 승강장이 아닌 곳에서 버스를 세워달라고 억지 부리는 이들도 거의 없다. 하지만, 자신이 운전자가 되는 경우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사람의 성격은 운전할 때 모습으로 판단하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평소엔 점잖은 사람도 운전대를 잡으면 종종 거칠고 무질서한 면을 드러내는 경우가 흔하다. ‘꼬리물기’란 낯설지 않은 단어가 있다. 출퇴근 시간 막히는 도로에 차량이 가득하다. 신호가 바뀌기 전에 교차로를 통과할 수 없는 상황. 그럼에도 제 차만 진입시켜 다음 신호에 진입하려는 차량들의 통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뜻한다. 자신만 편하자고 다수에게 폐를 끼치는 경우 없는 짓이다. 꼬리물기는 운전자들 사이에서 다툼을 부른다. 욕설과 함께 심하면 주먹다짐까지 오가는 걸 볼 때도 있다. 출근길 스트레스를 부르는 급작스런 클랙슨 소리도 야기하는 게 꼬리물기. 그럼에도 근절되지 않는 나쁜 운전습관이다. 최근 서울 경찰은 출근길에서 꼬리물기 집중 단속을 벌였다. 단 1시간 만에 200명이 넘는 운전자가 적발됐다고 한다. “너무 바빴다” “남들도 다 하는데 왜 나만 잡는가”라는 변명과 불만이 쏟아진 현장은 아직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한 한국 운전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꼬리물기 관행이 비단 서울에만 있겠나? 그렇지 않을 것이다. 경북을 포함한 전국 도로 어느 곳에도 얌체 운전자는 존재한다. 꼬리물기로 인한 사고의 위험성을 낮추고,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더 강화된 단속이 필요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국감이 끝나고 또다시 국감 무용론이 고개를 들었다. 지난달 13일부터 시작한 국감은 국민 기억엔 정쟁과 막말, 욕설로 얼룩진 국감이다. 행정부를 견제 감시하는 공적인 기능은 고사하고 싸움으로 일관한 모습들만 기억에 가득히 남았다. 여당을 견제해야 할 야당의 한방도 나오지 않았다. 과거 흔히 발표한 고발성 내용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증인 채택도 여당 입맛대로다. 도대체 국감장인지 나를 위한 정쟁의 장인지 분간키 어려운 장면만이 주권자인 국민의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다. 심지어 딸의 결혼식을 국감 기간에 국회에서 치르게 하는 기상천외한 일까지 벌어졌으니 국민들은 아예 안중에 없는 것 아닐까. 그래서 3불 3무의 국감이라 부른다. 정책, 예의, 스타 없는 3무와 불통, 불신, 불만으로 가득한 3불 국감이란 말이다. 20여 일 동안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국감장을 휘젓고 다니며 요란을 떨었지만 과거 흔하게 등장했던 국감 스타 하나 만들지 못했다. 시민단체는 22대 국감을 역대 최악이라 평가를 했다. 당연하다. 문제는 국감 무용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음에도 그들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공자는 진정한 선비가 뭐냐는 제자의 물음에 답했다. “내 행동의 부끄러움을 알고 일을 맡았을 때 군주를 욕되지 않게 하면 진정한 선비”라고 했다. 선비란 지금의 지식인이다. 정치인 스스로가 지식인이라 자부하면 부끄러움부터 알아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3대 국회에서 균형 있고 날카로운 질문으로 국감 스타에 올랐다. 그를 기억한 국민은 15년 뒤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잘못한 것을 반성하며 부끄러움부터 배우는 정치인이 돼야 하지 않을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11-04
“기름에 튀기면 구두도 맛있어진다”는 농담이 있다. 실제로 구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식재료는 끓는 기름에 넣어 일정 시간 튀겨내면 어느 것 할 것 없이 맛있다. 채소와 육류가 다 그렇다. 하지만, 기름에 튀긴 음식이 건강에 좋을 가능성은 낮다. 식재료가 높은 온도에서 튀겨질 때 칼로리가 대폭 상승하고, 트랜스지방이 높아져 심혈관 계통의 질환 위험성이 생긴다는 건 의학계가 이미 검증을 마친 사실. 그런 이유로 자신의 건강을 챙기려 노력하는 이들은 가능하면 튀긴 음식을 멀리하려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푸드 가운데 하나가 ‘한국식 치킨’이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맛있다고 하지만, 치킨은 결국 기름에 튀긴 닭. 건강식품이라 부르기엔 어색하다. 그래서일까? 한 음식평론가는 “부자들은 치킨을 먹지 않는다. 치킨은 서민과 노동자의 음식”이라 말한 바 있다. 이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하는 이들이 있었고, “그래 그럴 거야”라며 공감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치킨을 안주로 소맥을 마시며 회동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시끌벅적 알려졌다. 셋 모두는 천문학적인 재산을 소유한 세상이 알아주는 부자다. 그럼에도 기름에 튀긴 닭을 손에 들고 맛있게 먹었다. 세 사람이 방문했던 특정 치킨업체는 밀려드는 손님과 폭증하는 주문 탓에 임시 휴업을 했다는 뉴스도 들려왔다. 재벌들까지 매혹한 한국 치킨의 매력은 대체 뭘까? 얼마나 맛있는 걸까? 그 이유가 궁금한 이들은 또 치킨집을 찾을 듯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경주 황남빵은 1994년에 경주시가 향토전통음식으로 지정했지만 그 이전부터 경주의 명물로 잘 알려진 빵이다. 단팥소를 넣어 만든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팥빵이다. 처음부터 황남빵이라 부르지 않았다. 1939년 경주시 황남동에서 만들고 그 소문이 나면서 동네 이름을 따 황남빵으로 불렀다고 한다. 창업주는 지금 대표의 할아버지인 고(故) 최화영씨다. 3대째 가업이 이어지고 있다. 86년 전통의 노포집 빵인 셈이다. 창업주인 최씨는 경주 최씨 집안 자손으로 조상 대대로 팥으로 떡을 빚어온 전통 풍속을 잘 알고 있어 이를 제빵에 적용해 보려 만들었다. 그것이 지금까지 전래되고 있다. 팥은 우리 민족 전통음식 대표 재료의 하나다. 건강에 좋은 영영가 높은 식품이다. 단백질 함량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소화를 돕고 피로회복에도 좋다. 어느 제과점에 가든 단팥빵은 기본이다. 길거리서 파는 붕어빵도 팥이 들어가야 맛이 있다. 동짓날 먹는 팥죽이나 팥을 넣어 만든 팥칼국수도 우리는 즐겨 먹는다. 특히 동짓날 먹는 팥죽은 겨울철 부족하기 쉬운 영양을 보충하는 뜻도 있으나 다가올 새해의 액운을 막아준다는 믿음이 담겨 있다고 한다. 팥에 대한 우리 민족의 유별난 사랑이다. APEC 행사가 치러진 경주에서 황남빵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이 CNN 인터뷰 중 “경주에 오시면 십중팔구는 이 빵을 드신다”고 소개한 것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맛있다”고 말한 빵이 황남빵인 것이 알려지면서 APEC 행사 기간 내내 경주 황남빵은 대박을 터뜨렸다. APEC 효과가 거창한 곳에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황남빵에서 효과가 시작한 것 아닐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11-02
선택된 한 인간이 왕이 되어 신(神)과 하늘을 대신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국가를 통치하고 백성을 거느렸던 고대 왕국. 금관(金冠)은 바로 그 왕이 머리에 올린 집중된 권력의 상징 같은 것이었다. 2000여 년 전 태동한 신라는 ‘황금의 나라’로 불렸다. 금을 세공하는 기술이 당시 존재했던 지구 위 어느 나라보다 뛰어났고, 그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고 통치자에게 바칠 미학적으로 빼어난 금관을 만들었다. 현대에 들어서며 탐사·발굴을 통해 신라 왕들의 무덤에서 몇 개의 금관이 발견됐을 때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지금까지 찾아낸 고대 왕국의 금관은 세계를 통틀어도 10여 개에 불과하다. 그 가운데 절반이 신라 사람들이 만들어낸 금관이다. 희소성으로 인해 금은 수천 년 전부터 귀하게 여겨졌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마찬가지.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금에 대한 욕망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대를 지나 중세와 근대에 이르러선 금을 약탈하기 위한 침략전쟁이 적지 않게 발생했다. 약소국을 점령한 제국주의 국가는 가장 먼저 식민지의 금을 제 나라로 실어 날랐다. 귀한 금으로 만들어진 얼마 되지 않는 고대 금관은 좋건 싫건 인류의 주요 문화유산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경주를 찾았다. 경주는 ‘황금왕국’ 신라의 옛 도읍이다. 한국 대통령실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선물로 신라 금관 모형을 전달했고, 크게 기뻐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기업인 출신의 트럼프는 백악관 집무실을 각종 황금 장식물로 꾸밀 만큼 금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모형이지만 신라 금관은 그에게 맞춤한 선물이 될 것 같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10-30
12·3계엄 직후 안가에서 모임을 가진 이상민·박성재 전 장관과 이완규 전 법제처장, 김주현 전 민정수석 등 ‘4인방’은 최근 특검 수사로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 그런데 국민들은 대통령 아닌 국무위원들도 손쉽게 안가를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경호상 기밀사항이기도 하지만 안가가 몇 채나 되며 누구까지 이용이 허용되는지 국민들은 모른다. 미국 드라마에서 안가는 FBI나 마약단속국의 주요 증인이나 범죄피해자를 보호하는 장소로 등장한다. 하지만 한국의 안가는 권력자와 재벌간 비밀회동을 통해 뇌물이나 특혜를 주고받는 자리, 또는 고관대작들이 비싼 양주, 귀한 요리와 함께 화류계 여인들과 술자리를 갖는 은밀한 곳으로 연상되곤 한다.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의 잦은 술자리나 재벌 회장과 회동 등 한국 현대사의 비극과 부패가 이곳 안가에서 발생하고 행해진 까닭이다. 그만큼 한국의 안가는 떳떳하지 못한 모임을 할 때 이용되는 음습한 공간이다. 이제 사적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안가들은 없애고 경호상 꼭 필요한 안가들도 투명하게 관리되도록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술이 당긴다고, 또는 친목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굳이 혈세를 낭비하며 안가를 이용할 이유는 없다. 저잣거리 식당과 술집은 널려있다. 그간 안가에서는 고위 관료들이 춘향가에 나오는 못된 벼슬아치들처럼 ‘백성들의 고혈로 호사스런 술독의 맛있는 술과 옥쟁반 위 기름진 안주‘ 를 훔쳐 먹는 ‘세금 도둑질’을 얼마나 저질렀을지 모를 일이다. 그간 우리 국민들은 고위 공직자 등 권력자들의 특혜나 방종에 너무 관대했다. /류승완(중부본부장)
2025-10-28
의료 기술의 발달과 예전에 비해 훨씬 위생적인 생활환경, 여기에 누구나 접할 수 있는 각종 건강 정보의 확산으로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세기처럼 나이 예순을 맞아 환갑잔치를 벌인다면 웃음거리가 되는 세상이 됐다. 노인 인구의 가파른 증가는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우리가 맞아야 할 미래의 모습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노인을 홀대하고 은연중에 무시하는 모습 또한 알게 모르게 분명히 존재한다. 헬스클럽에선 나이 많은 회원의 가입을 달갑지 않게 여기고, 일부 카페는 ‘노 키즈존’에 이어 ‘노 시니어존’ 팻말을 내걸고 영업을 한다. 어떤 골프장은 70세 이상 노인에겐 회원권을 판매하지 않는다. 사회적 푸대접과 배제만이 아니다. 노인들이 겪고 있는 개인적 현실 또한 평탄하지 않다. 한국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38.2%)과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40.6명)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경제적 궁핍이 고령층 삶의 의지를 꺾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 여기에 더해 지난 6월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도 위험 수준으로 읽힌다. 2024년 노인보호 전문기관 신고 등을 통해 노인학대로 인정된 사례는 모두 7167건. 10년 전인 2014년 3532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학대의 사례는 가정, 노인 생활시설, 병원, 공공장소를 막론하고 발견됐다. 젊은이들 속에 섞이지 못하고 겉돌며, 가난한 환경에서 희망을 발견하기 못한 채 정신적·육체적 학대까지 당한다면 오래 사는 게 축복일 수 있을까? 바뀐 시대 노인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사회적·법적 제도의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10-27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는 지난해 3월 경복궁 곤녕합을 비공식 방문했다. 곤녕합은 중전 침소로 1895년 일본 자객들에 의해 명성황후가 참혹하게 살해된 을미사변의 종착점이다. 이곳에서 윤 전 대통령 부부는 10분간 오롯이 둘이서만 ‘모종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윤 대통령 측은 “문화유산 홍보를 위한 현장 사전 점검”이라는 명분을 세웠다. 하지만 명성황후 원혼이 가득 서렸을 법한 곤녕합에서, 배석자를 모두 물리치고 둘이서만 문화유산 홍보 고민을 했으리라고 믿을 국민은 없다. 더욱이 무속과 주술의 그림자가 덧씌워진 이들 부부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한때 곤녕합의 주인이었던 비운의 명성황후도 그러했다. 명성황후는 일개 무당에게 진령군이라는 벼슬까지 내리고, 무속에 심취해 수많은 국고를 탕진했다. 곤녕합에 깔려졌던 것으로 추정되는 48마리 분량의 표범 카펫은 명성황후의 사치 행적을 비판하는 소재로 종종 회자된다. 명성황후의 무속 심취·사치 취향은 윤 대통령 부부의 행적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김건희씨는 풍수전문가 백재권, 도사 천공, 건진법사와 수시로 소통해왔다. 또 서희건설의 1억1000여만원 어치의 목걸이 브로치 귀걸이, 사업가 김모씨의 3500만원의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통일교 6200만원 그라프 목걸이 등 김씨가 받은 뇌물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쯤이면 명성황후의 표범카펫 취향을 훨씬 뛰어넘는다. 무속과 사치, 사적권한 남용에 집착하면 그 끝이 좋지 않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러시아제국 비선 실세 라스푸친이 그러했고, 3000켤레 구두를 소장했다는 필리핀의 마르코스 대통령 부인 이멜다가 그러했고,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 부부가 그러했다. /류승완(중부본부장)
2025-10-26
지구촌 곳곳에서 부패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항하는 Z세대의 대규모 시위가 연쇄적으로 벌어져 세계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네팔과 마다가스카르 정부는 Z세대의 반정부 시위로 정권이 무너지고, 대통령이 추방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 달 네팔정부가 유튜브, 페이스북 등 26개 소셜미디어 접촉을 차단하면서 일어난 Z세대에 의한 시위는 실상은 수십 년간 누적된 정치권의 부정 부패에 대한 Z세대의 항거로 해석이 된다. 1인당 GDP 500달러를 45년째 유지하는 마다가스카르는 최근 실업률이 40%로 올라서자 청년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대통령 교체를 넘어 지금은 그들의 요구가 반영된 체제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네팔과 마다가스카르의 Z세대 시위가 성공을 거두자 모로코, 케냐, 이란, 인도네시아 등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지 국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지구촌 곳곳에서 Z세대의 반정부 시위가 번지면서 Z세대에 대한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Z세대란 1990년 후반에서 2010년 후반에 태어난 세대로 어릴 때부터 인터넷과 휴대폰 디지털 기술에 능숙한 인류 최초의 디지털 세대다. 나라마다 조금 다르지만 혁신과 세대교체의 중심에 선 세대다. 기존의 사회질서와 관행을 깨고 새로운 가치관과 문화를 만들어 갈 미래세대란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어떤 정파에 치우치기보다 정치적 이슈에 집중하는 유동적 사고를 가진 세대다. 경제적 불평등이나 부정부패에 매우 부정적인 특징이 있다.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시위가 기성세대에 대한 Z세대의 일시적 도전일까. 아니면 세대교체란 큰 흐름으로 이어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0-23
사회 전 분야에서의 가파른 물가 상승이 서민의 삶을 갈수록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 결혼식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건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하객에게 대접하는 식사와 신부 드레스, 메이크업 등 결혼식을 위해 꼭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평균 2160만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서울 강남의 경우엔 그 비용이 3509만원이었다. 고비용 결혼식이 일상화되면서 친척이나 친구의 결혼 축의금을 얼마나 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앞서 언급한 한국소비자원의 조사는 2025년 8월 현재 결혼식 하객 식대의 중간 가격이 6만원이라고 발표했다. “친구 결혼식에 가서 5만원짜리 한 장을 봉투에 넣으려면 어쩐지 낯이 뜨거워진다. 내가 먹은 밥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란 사회 초년생의 푸념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 결혼식이 많은 봄·가을마다 축의금 고민이 커진다는 중년 남녀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궁여지책으로 축하 메시지와 축의금만 보내고 결혼식엔 가지 않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얼굴을 마주하고 제2의 삶을 설계할 신랑과 신부를 축하해주려면 두둑한 축의금부터 마련해야 하는 세상이 온 것일까? 잊을 만하면 보도되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결혼식 기사를 보면 수백만 원을 넘어 수천만 원, 심지어 억대의 축의금을 주고받았다는 내용이 무슨 미담인양 담겨 있다. 이런 기사는 5만원의 축의금도 준비하기 힘든 이들을 한없이 주눅 들게 만든다. 축의금의 크기가 축하의 마음과 정비례하는 것은 아닐 텐데. 어쨌건 없이 사는 사람들은 청첩장이 무서울 듯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10-22
방송인 김구라씨의 금테크가 화제다. 그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5년 전 “금이 나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1억원 정도를 샀는데 지금은 3억 5000만원이 됐다며 금테크 과정을 자랑스럽게 말해 세인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금테크가 공개되면서 한국은행이 김구라보다 금테크를 못했다는 국정감사에서의 질책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은행은 2013년 이후 현재까지 금을 사들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는데, 최근들어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금을 사들이는 것과 비교해 한국은행이 금테크에 소홀했음을 지적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외환 보유고는 세계 10위권에 있으면서도 금 보유량은 38위에 머물러 있는 현실 사정을 국회가 지적한 것. 올들어 금값은 연초보다 50% 넘게 급등했다. 미국의 금리인하 전망과 달러화 약세, 지정학적 긴장감 등이 작용하면서 안전자산으로서 가치가 급부상한데 따른 영향이다. 김구라씨 보다 앞서 영화배우 전원주씨의 금테크도 방송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전씨는 2022년 당시 한 방송에서 ‘아껴서 부자된 스타’ 1위에 등극되면서 주식 30억원, 금 10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소개됐다. 당시 금값이 30만원 하던 때여서 지금 시세로 따지면 그녀는 금값만 약 27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추측이 된다고 한다.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최근 시중에는 금 품귀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국내 금값이 국제시세보다 13.2%나 높게 형성되는 등 과열 조짐을 보인다”며 일물일가 원칙에 따른 단기 급등 후 조정을 경계하라 했다. 금테크도 좋으나 모든 것이 지나치면 모자라는 것과 같다는 과유불급 교훈도 새겨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0-21
‘건강하게’라는 전제 조건만 붙는다면 오래 살고 싶은 건 대다수 인간의 부정할 수 없는 욕망이다. 그렇기에 병에 걸리지 않고 장수하는 방법에 관한 연구는 오랜 기간 지속돼온 과학계의 주요 과제 중 하나였다.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길다는 건 다양한 사례 연구를 통해 이미 밝혀진 사실. 2023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한국 남성의 기대수명은 80.6세. 여성은 이보다 5.8년이 더 긴 86.4세였다. 실제로도 우리 주변을 보면 장수하는 여성을 오래 사는 남성보다 쉽게 만날 수 있다. 비단 한국만이 아니다. 외국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남성의 수명이 여성보다 짧은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겠으나, 이성을 차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에너지가 과도한 것이 한 가지 이유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독일의 한 진화인류학 연구소는 포유류와 조류 1176종의 데이터를 분석해 성별에 따른 수명 차이를 살핀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내용 중엔 다음과 같은 추정이 담겼다. ‘짝짓기 경쟁은 동물의 수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포유류일수록 수컷의 수명이 눈에 띄게 짧다. 암컷에게 선택받기 위한 필사적 경쟁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번식에는 성공할지 몰라도 그 대가로 자신의 수명을 깎아 먹는 셈이다.’ 위는 고릴라 등 영장류의 사례를 분석한 것이지만, 인간이라고 크게 다를까? 남성이 여성을 유혹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적·정신적 에너지는 다른 어떤 것 보다 크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니, ‘장수하려면 일부일처제를 성실하게 따르라’는 조언이 나올 것도 같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의사 과학자란 의사면허를 가지고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연구직 의사를 뜻한다. 과학과 공학, 의학을 융합해 혁신적 치료법을 발굴하고, 신약 개발을 통해 의료기술을 향상시키는 막중한 역할을 맡는다. 우리나라 의사 양성과정은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의사 양성에만 집중돼 있다. 국내서 배출되는 연간 의대졸업생 3000여 명 가운데 기초과학을 진로로 선택하는 졸업생은 전체 1% 미만이다. 연구비 지원이나 연구기회 부족, 임상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보수 등 제도적 미비로 의사 과학자 양성이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의료기술과 서비스 수준은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다만 의학발전을 뒷받침할 의료과학 분야에서의 인재 양성이 등한시되고 있는 게 문제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배출에서 이런 문제를 짚어볼 수 있다. 한국은 매년 전국 최고의 인재가 의과대학으로 몰리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제도나 사회적 분위기라면 노벨 의학상 수상자 탄생은 기대 난망이다. 우리와 비슷한 의료제도를 가진 일본은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이미 여러 번 배출했다. 올해도 의사과학자이자 교수인 사카구치 시몬씨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미국과 공동수상을 받았으나 생리의학 분야에서 벌써 6번째다. 덧붙인다면 일본은 과학 관련 노벨상 수상만 27번 나왔다. 포항의 포스텍이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연구중심의대 설립을 요구한 지 꽤 오래됐다. 2022년에는 포항시민의 열렬한 응원 속에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연구중심의대 설립을 위한 비전 선포식도 가진 바 있다. 지금 그 열기는 어디 간 것일까. 일본의 노벨 의학상 수상을 보면서 포스텍의 분발이 생각났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0-20
수도권의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가 이달 15일 주택시장 규제에 나서면서 똘똘한 한 채에 집중 몰리는 투자 수요를 잡을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똘똘한 한 채는 입지와 가치, 실수요 등이 뛰어난 주택을 이르는 말로 2000년대 후반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단순히 고가주택을 이르는 표현이 아니고 내재 가치가 뛰어난 주택을 뜻한다. 서울에서는 강남과 용산, 마포, 성동구 등지의 도심 역세권 아파트가 여기에 해당한다. 본래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강화와 대출규제 등을 피하는 방법으로 여러 채보다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투자 전략에서 나온 말이다. 시세 차익보다 장기 보유 시 절세 효과가 높고 자산상품 가치가 기대되는 주택이다. 그러나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집중되자 특정 지역 아파트 가격이 크게 치솟으면서 시장의 양극화가 오히려 더 심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키고 지방에서도 똘똘한 한 채를 사기 위한 자금이 서울로 쏠리면서 똘똘한 한 채는 똘똘한 괴물로 불리기도 했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후 수도권 일대 부동산 시장이 대혼란 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이다. 앞으로 25억 초과 고급주택은 주택담보 대출이 2억까지만 허용되고 반면 15억 이하 주택은 기존 한도인 6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담보가치가 역전된 현상이 생겼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은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키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강력한 규제책으로 똘똘한 한 채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 궁금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0-16
젊은 세대의 혼인율이 갈수록 떨어지는 문제는 비단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과 일본 등 이웃한 아시아 국가들의 처녀·총각들도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흔하다. 중국은 최근 10년 사이 혼인율이 절반으로 꺾였다고 한다. 한국 역시 지난해 결혼 건수가 22만2422건으로 2023년에 이어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쯤 되면 ‘21세기 청년들의 결혼 포비아(phobia)’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왜일까? 어째서 요즘 청년들은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것인지.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겠으나,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경제적 문제가 아닐까 싶다. 해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은 보통의 월급쟁이가 10~20년을 저축해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궁여지책으로 결혼할 두 사람이 함께 살 전셋집을 구하려 해도 마찬가지. 집값 상승은 필연적으로 전세 가격도 올린다. 여기에 중국은 아직도 악습으로 남아있는 ‘지참금’ 문제가 더해진다. 최근 외신은 중국 산시성에 거주하던 29세 남성이 결혼식 당일 지참금 문제로 신부와 다투다가 강물에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는 소식을 전했다. “지참금 4000만원이면 충분하다, 아니다. 적다”며 신랑과 신부가 웨딩카 안에서까지 싸웠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약속된 결혼이 중간에서 깨지는 경우가 없지 않다. 돈 문제로 인한 다툼이 파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결혼을 앞둔 신랑 혹은, 신부가 “돈보다 중요한 건 둘의 사랑”이라 말하면 “넌 결혼이라는 현실을 모른다”고 조롱당하는 세상이 돼버렸다. 씁쓸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10-15
경제적 불평등을 가리키는 말의 뜻을 가진 빈부격차는 건전한 사회를 지향하는데 반드시 극복돼야 할 과제다.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구성원 다수가 가난하고 비참한 사회는 결코 번영할 수 없다”고 했는데 이는 빈곤이 심화되면 사회 전체의 불행이 커진다는 의미다. 10여 년 전 한 조사에서 전국 200여 시군구에서 소득 하위 20% 집단의 기대수명이 소득 상위 20% 집단보다 짧다는 결과를 발표해 충격을 준 적이 있다. 소득이 높을수록 더 오래 건강하게 살고 소득이 낮을수록 더 빨리 죽는다는 불편한 진실 앞에 모두가 충격을 받은 것이다. 세계보건기구가 밝힌 세계인의 평균수명은 72.6세(2023년)다. 남성 69.1세 여성 73.8세며 선진국인 일본, 스위스, 호주 등은 80세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에 남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 등 개발도상국가의 평균수명은 60세 미만이다. 아프리카의 차드는 52.7세, 나이지리아는 54.6세다. 내가 선택할 수는 없지만 내가 태어난 나라에 따라 약 20년 가까이 더 오래 살고 더 빨리 죽는다는 뜻이다. 외국의 사례로 짚어 본 결과여서 실감이 덜 나겠지만 국내서도 이런 수명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의료격차가 수명 격차로 이어지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기대수명은 90.11세로 나타난 반면 경북 영덕군은 77.12세로 밝혀졌다고 한다. 의사 수의 절대 부족과 대형병원 등 의료 인프라의 수도권 집중이 원인이다. 사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수명의 격차가 벌어지는 현실에 대한 대책은 없는 것일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10-14
‘통장을 개설해 가져가면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 ‘한 달에 8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보장하며 1인1실 호텔 숙소를 제공한다’. 사회생활 경험이 많지 않은 20대 청년들에겐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장기간 계속된 경기 침체와 각종 스펙을 갖춰도 넘기 힘든 취업의 벽 앞에서 좌절하는 한국 젊은이가 적지 않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학업을 마치면 직업을 찾아 독립하고,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자리를 잡는다는 게 이전과 달리 무척이나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 처한 20대에게 외국생활도 체험하고 거기서 일자리를 구해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다는 달콤한 제안이 온다면 마음이 흔들리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그렇기에 인터넷 공고와 지인의 권유로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오르는 한국 청년이 적지 않다. 하지만, 떠나기 전 그렸던 희망적인 미래는 캄보디아에 도착하는 순간 깨지는 경우가 대부분. 고액 임금과 쾌적한 숙소, 큰돈으로 교환이 가능하다는 통장은 미끼였다. 현실은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에 가담하라는 강요와 협박, 이를 거부하는 순간 가해지는 무자비한 폭행이었다. 최근 예천 출신의 대학생이 위와 같은 과정 속에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비단 이 청년만이 아니다. 보도에 의하면 2000여 명 안팎의 한국 청년들이 캄보디아 곳곳에 독버섯처럼 들어선 ‘범죄공장’에 감금된 채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각종 불법행위를 강요받고 있다. 늦었지만 대통령까지 나서 현황 파악과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니, 경찰과 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은 물론 관련된 국가기관이 모두 나서 위기에 빠진 청년들을 구해내야 한다. 그건 방기해선 안 될 국가의 책무 아닌가. /홍성식(기획특집부장)
알프레드 노벨은 화학자, 공학자이자 발명가이다. 다이나마이트를 발명한 인물로 그가 소유한 발명품만 355개나 된다. 발명품으로 평생 모은 돈을 그의 유언에 따라 스웨덴 국립은행이 노벨상을 제정했다. 원래는 물리학, 화학, 생리학 또는 의학, 문학, 평화 5개 분야였으나 이후 경제학 분야가 추가됐다. 1901년부터 2024년까지 6개 분야에서 총 627번을 수상했으며 개인 및 기관 수상자가 1012명에 달한다. 노벨상 수상자는 정치적, 외교적 압력없이 공정한 심사를 통해 선정된다. 인류의 발전과 세계 평화에 기여한 공로자에게 주는 상이다. 단순한 업적 평가를 넘어 인류의 이익과 평화, 과학적 성취를 상징하는 상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는 미국이 411명으로 단연 1등이다. 다음 영국 137명 순이며 동양권에서는 일본이 29명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인정받기까지는 상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벨위원회의 지속적인 노력이 뒷받침됐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중국의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두고는 정치적 의도가 섞였다는 국제사회의 비난도 있었으나 상의 권위가 여전히 세계 최고다. “내가 노벨평화상 수상 적임자”로 라고 주장하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제치고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 마차도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백악관의 비난 논평도 있었지만 상의 권위가 폄훼돼선 안 된다. 한사람의 천재에게 주는 상이 아니라 그 시대 인류가 바라는 희망이 되어야 할 상이기 때문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