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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1억원이 높인 출산율?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큰 액수의 돈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면 곤두박질치는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 아직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관해 섣불리 답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질문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가 특정 도시에서 확인되고 있는 듯하다. 최근 언론사의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1년간 서울시와 6대 광역시 중 한 도시를 제외한 나머지는 인구가 모두 줄었다. 그렇다면 인구나 늘어난 곳은 어딜까? 인천이다. 10일 발표된 인천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시의 주민등록인구는 302만7854명. 전월과 비교해 4205명이 증가한 수치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중 인구 증가 1위의 기록. 뿐 아니라 인천은 작년 출생아 수 증가율도 전국 1위였다. 지난해 인천의 출생아 수는 1만5242명으로 전년보다 11.6%가 늘었다. 전국 평균 3.6%를 3배 이상 웃돈다. 그렇다면 한국 대다수의 지자체가 고민하는 ‘인구 증가’와 ‘출산율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인천시의 묘수’는 뭐였을까. 전문가들은 ‘아이플러스 1억 드림’과 ‘천원주택’에 주목하고 있다. 아이플러스 1억드림은 인천에서 태어나는 아이에게 18세까지 1억원을 지원하는 정책. 인천시 천원주택은 월 3만원의 임대료를 받고 신혼부부 등에게 최대 6년간 주택을 임대하는 사업이다. 출산율을 높여 인구를 증가시키려는 인천의 통 큰 지원이 실질적인 효과를 보이기 시작한 것일까? 금전 지원이 출산율을 높인 사례는 부영그룹의 ‘출산장려금 1억원 지급’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어쨌거나 어떤 방법을 사용하건 아기들의 환한 웃음을 더 많이 봤으면 좋겠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3-10

빵과 장미의 날

우정구 논설위원 지난 주말인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올해로 117주년 되는 기념일이다.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은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 노동자의 희생을 기리며 대규모 시위를 벌인다. 1만5000여 명이 참여한 시위대는 정치적 평등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 임금인상 등을 요구했다. 당시 미국 여성들은 먼지가 가득한 최악의 작업 환경에서 하루 12∼14시간씩 일을 했지만 노동조합 결성권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권리조차 부여받지 못했다. 이후 세계 각국에서 남녀차별 철폐와 여성 지위향상 등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1977년 유엔이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하게 된다. 1908년 시위에 나선 여성 노동자들은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는 구호를 외쳤다. 여기서 빵은 남성과 비교해 저임금에 시달리는 여성의 생존권을 의미하고 장미꽃은 참정권을 뜻하는 표현이었다고 한다. 한국은 1985년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날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했다. 해마다 이 날이 되면 일부 단체는 지역의 근로자, 시민을 대상으로 빵과 장미꽃을 나눠주는 행사를 벌인다. 빵과 장미는 여성의 지위 향상과 양성평등의 상징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권익은 경제 대국이란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많이 미흡하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 여성의 고용률은 61.4%로 OECD 38개국 중 31위다. 20년째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성별 격차 지수에서 한국은 세계 146개국 중 94위로 조사됐다. 한국의 양성평등 문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03-09

봄을 알리는 두꺼비 행렬

우정구 논설위원 두꺼비는 행운과 변화를 상징하는 동물로 표현된다. 우리나라 민화나 전설에도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다. 보통 두꺼비 꿈을 꾸게 되면 사람들은 길조로 여기는 경향이 많다. 특히 황금두꺼비를 꿈에서 보았다면 재물운이 크게 상승할 것이란 말을 듣는다. 몸길이 60∼120mm 정도의 두꺼비는 개구리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모양이나 행동방식 등에서 차이가 있다. 개구리는 녹색 피부를 가졌지만 두꺼비는 갈색 피부를 가지고 있다. 특히 두꺼비는 머리가 몸통에 비해 크고 몸 등면에는 많은 피부 융기가 돋아있다. 두꺼비는 주로 육상에서 생활하면서 곤충과 지렁이 등을 잡아 먹고 산다. 산란기에는 늪과 같은 습지에 모여 알을 놓는다. 대구시 욱수동 망월지는 국내 최대 규모 두꺼비 산란지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매년 이맘때면 1000여 마리의 성체 두꺼비가 산란을 위해 망월지로 이동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올해는 늦추위 탓에 예년보다 조금 늦게 산란을 위해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보통 암컷 두꺼비 한 마리가 약 1만개의 알을 낳는다고 한다. 이곳 망월지서 깨어난 새끼 두꺼비는 5월이면 서식지인 산으로 다시 이동하게 되는데, 이 또한 광경이 놀랍다. 보존가치 문화유산 운동을 펼치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2010년에 망월지를 꼭 지켜야할 자연유산에 선정했다. 관할 구청인 대구 수성구는 자연생태 보존을 위해 망월지 일대를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두꺼비의 이동이 시작됐다는 소식은 곧 봄이 온다는 말과 같다. 계절의 변화를 깨닫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두꺼비의 행렬이 반갑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3-06

줄어드는 아이들, 늘어나는 빈집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급격한 인구 감소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갈수록 떨어지는 출산율과 가속화되는 고령화는 전 세계가 안고 있는 공통적인 고민이다. 세칭 ‘인구 절벽’이 국가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형국. 최근 낮은 출산율과 줄어드는 인구를 실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비단 농어촌 지역만이 아닌 일부 도시에서까지 초등학교 입학생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기사가 이어졌다. 강화군 삼성초교 등 인천 7곳, 춘천 당림초교 등 강원 21곳, 울산 1곳(울주군 상북초교 소호분교), 경기 1곳(여주 이포초교 하호분교), 익산 용안초교 등 전북 25곳, 여수 돌산초교 등 전남 32곳, 충북 7곳, 충남 16곳 초등학교엔 올해 입학하는 신입생이 1명도 없었다. 그러니, 입학생 없이 학사 일정을 시작할 수밖에. 신입생이 단 1명인 초등학교의 입학식 풍경이 기사화되기도 했다. 홀로 선생님과 만난 어린 학생의 얼굴이 쓸쓸해 보였다. 해마다 이맘때면 북적거리던 전국의 초등학교 입학식 모습은 이제 빛바랜 옛날 사진으로만 남았다. 아이들은 줄어드는 반면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은 매년 늘어간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5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빈집 수는 2023년 말 기준 153만4919호. 전체 주택 수 1954만6299호의 7.9%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 2015년과 비교하면 빈집의 수가 43.6%나 늘어났다. “증가하는 빈집은 도심 슬럼화로 이어지고, 범죄 발생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는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2025년 봄이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3-05

청년연령 논란

우정구 논설위원 청년연령의 기준점을 두고 설왕설래가 잦다. 우리나라 청년 나이는 청년기본법에 따라 19∼34세까지다. 그러나 결혼적령기가 늦어지고 기대수명이 느는 등 사회적 변수의 등장으로 오래전부터 청년 나이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자주 제기돼 왔다. 올들어 국회서도 청년연령을 39세까지 상향하자는 청년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제 청년연령은 시간의 문제지 사실상 상향이 기정화된 상태다. 하지만 문제는 법 개정안 발의에도 불구, 전국 지자체에서는 이미 조례를 통해 청년연령을 상향한 곳이 많다는 것이다. 행안부에 의하면 전국 226개 시군구 가운데 83곳이 40대를 청년연령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한다. 일부 지역은 49세까지를 청년으로 규정한다. 경북도내만 해도 22개 시·군 가운데 14곳이 40대를 청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청년기본법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조례를 통해 청년의 연령을 상향하면 그 지역에서는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청년들의 사회 안착을 위해 지원하는 정부 지원금이 지역마다 나이가 각기 달라 형평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도시청년과 시골청년의 기준 연령이 다르고 경북도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청년연령의 기준이 서로 다른 모순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노령화하고 청년인구가 줄어드는 농촌 입장에선 청년연령의 상향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건강 나이가 그만큼 늘어난 것도 연령 상향의 이유가 된다. 그러나 국가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청년 나이가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법 개정이 문턱에 들어선 만큼 청년의 의미를 새롭게 정립한다는 차원에서 청년연령 논란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3-04

청년들 죽음 내몬 ‘전세왕’의 형량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30대에겐 전세보증금이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 그걸 사기에 의해 모두 잃는다고 가정해 보자. 크나큰 절망감과 견디기 힘든 고통에 빠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니, 그런 사기를 주도하거나 조력한 자들의 죄는 결코 작지 않다. 3년 전, 다수의 청년 세입자를 패닉에 빠뜨린 이른바 ‘전세 사기’가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 사회 문제가 됐다. 몇몇 청년들은 대출 등으로 겨우 마련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전전긍긍하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가족들은 통곡했다. 그때 사기 혐의로 검거된 이들을 세상은 ‘빌라왕’ ‘전세왕’이라 불렀다. 최근 그 악질 전세 사기범들이 줄줄이 재판 후 형을 선고받고 있다. 그런데, 형량이 국민들의 법 감정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전세 사기 주범은 10년 안팎의 징역형, 사기를 방조하거나 도운 공인중개사 등은 집행유예나 무죄를 받은 것. 일례로 인천 미추홀구에서 세입자 191명을 기망해 전세보증금 148억원을 가로챈 60대 사기꾼 남씨에겐 2심에서 징역 7년이 선고됐다. 1심 형량 15년이 2심에서 절반 이상 깎인 것이다. 피해자들이 “대한민국이 사기 공화국이란 걸 법원이 선언했다”며 반발한 건 당연지사. 법조계에선 "현행법상 사기죄 가중 처단형은 징역 15년이다. 입법 한계가 있어 높은 형량을 선고할 방법이 없다"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한다. ‘사기죄의 양형 기준을 대폭 고치거나, 국회가 사기죄를 엄벌하는 형법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과 피해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외면해선 안 될 때가 된 듯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3-03

청도의 가짜 조각품 소동

우정구 논설위원 인구 4만 정도의 청도군에서 군을 상대로 한 가짜 조각품 소동이 벌어져 화제다. 가짜 조각품 소동은 자칭 파리 7대학 교수를 역임한 세계적 유명 조각가가 자신의 어머니 고향에 작품을 기증하고 싶다고 군에 접근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의 호의가 발판이 돼 군은 그의 작품을 구입하게 됐고, 3억원 가까운 예산을 쓰게 된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어머니의 고향도 청도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특히 이번 사기 사건은 특이하게 행정기관을 상대로 가짜 예술품을 팔았고 청도뿐 아니라 똑같은 피해가 전남 신안군에서도 발생했다는 점에서 매스컴의 주목을 많이 받았다. 신안군은 청도보다 앞서 19억원의 예산을 들여 조각 작품을 납품받았다고 한다. 그가 납품한 조각품은 모두 중국 공장에서 만든 중국산 수입 조각상으로 밝혀졌다. 청도군은 그를 사기죄로 고발하고 집행된 예산을 되돌려 받기 위해 민사소송까지 제기했으나 예산을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주민 다수는 행정기관이 어떻게 그렇게 깜쪽같이 사기 수법에 넘어갈 수 있었는지 의아심을 표하고 있다. 청도군은 집행과정에 이견도 나왔으나 한번 더 검증하는 기회를 갖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잘 수습할 수 있을 지가 걱정이다. 사기를 친 당사자는 법원의 판결로 유죄를 받았지만 군으로부터 받은 돈을 이미 다 써버렸다면 예산 찾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공공기관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사람이야 당연히 처벌받겠지만 주민이 낸 세금을 헛되이 쓴 행정당국의 책임은 누가 지나? 가짜가 판치는 세상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2-27

OECD 국가 중 거의 꼴찌 한국인 삶의 질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당신은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는가? 이처럼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 또 있을까. 그러나, 존재하는 개별 인간은 누구나 거의 매일 스스로에 묻는다. “난 행복한 것일까? 내 삶의 질은 높은 걸까?” 이 물음에 관한 답변으로 해석될 수 있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최근 통계청은 ‘국민 삶의 질 2024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의 의하면 2023년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4235만원. 전년 대비 2.1% 증가한 수치다. 가구별 순자산도 1년 전보다 300만원 증가했다고 한다. 개발도상국에 비하면 높은 소득과 증가한 자산이 있음에도 한국인은 스스로를 행복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 같다. ‘삶의 만족도’가 4년 만에 하락한 것. 조사가 진행된 해 ‘한국인 삶의 만족도’는 6.4점으로 이전에 비해 0.1점 낮아졌다. 반면 인구 10만명 당 자살률은 27.3명으로 높아져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삶의 만족도는 소득이 적을수록, 연령이 높을수록 낮아지는 형태를 드러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가난한 사람이 행복을 느끼기란 쉽지 않고, 나이를 먹으면 누구 할 것 없이 생을 추동하는 에너지가 희미해지는 법. 조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한국인 삶의 만족도는 OECD 국가 평균을 밑돈다. 순위로 말하면 38개 국가 중 33위. 함께 발표된 ‘가족 관계 만족도’와 ‘하루 평균 여가 시간’도 낮아지거나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지갑은 두둑해졌지만, 행복을 느끼는 감각은 갈수록 무뎌지는 이 세태는 어떤 방법으로 극복이 가능할까? 누가 나서도 해결이 어려운 문제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2-26

대구마라톤의 신기록 도전

우정구 논설위원 마라톤과 육상 100m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대표적 종목이다. “이 세상에 깨지지 않은 기록은 없다”는 말이 과연 맞을까. 육상 100m의 10초 벽이 깨진 것은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 개최 이후 약 70년만이다. 미국의 짐 하인스가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세운 9초95 기록이 그것이다. 지금은 2009년 우사인 볼트가 세운 9.58이 세계 공인 신기록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대목은 역대 100m를 10초대 이내에 돌파한 선수 125명 가운데 흑인이 120명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마라톤의 신기록을 살펴보면 100년만에 50분 정도 단축됐다. 2009년 에티오피아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 선수가 세운 2시간 3분 50초 기록은 1908년 영국런던올림픽의 우승 기록인 2시간 55분 18초와 비교할 때 50분 정도 줄어든 기록이다. 현재까지 최고 신기록은 2023년 케냐의 켈빈 쿱툼선수가 시카고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 0분 35초다. 쿱툼 선수의 기록을 100m로 환산하면 평균 17.1초. 평균 스피드는 시속 20.9km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 당시 그는 인간의 한계로 보는 2시간 벽을 돌파할 가장 유력한 선수로 손꼽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다음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전문가들은 기후와 선수 컨디션, 도로사정 등이 최적 조건으로 맞춰질 경우 1시간 57분까지 돌파도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 결과는 두고 볼 일이지만. ‘2025 대구마라톤’의 최고 기록이 2시간 5분 20초로 나타났다. 2시간 벽을 넘어서기에는 더 많은 도전이 있어야 한다. 세계 명품 마라톤을 꿈꾸는 대구마라톤의 신기록 도전에 기대를 걸어본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2-25

위독한 프란치스코 교황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소탈하고 탈권위적인 행보로 가톨릭 신도만이 아닌 많은 이들에게 호감을 준 프란치스코 교황이 위독하다는 소식이 멀리 바티칸에서 들려왔다. 최근 교황청은 “교황은 오랜 시간 천식과 호흡기 문제를 겪었으며, 호흡이 불안정해 산소 치료를 받았다. 혈액 검사 결과 혈소판 감소증이 발견돼 수혈도 받았다. 현재 의식은 있지만, 예후는 조심스럽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상태를 설명했다. 20대에 늑막염을 앓으며 폐의 일부를 절제한 교황은 매번 겨울이 되면 세균과 바이러스에 복합적으로 감염된 만성 호흡기질환에 고통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코로나19 사태’ 이후론 이런 증상이 더 심해졌다고. 교황의 담당 의사가 “가장 큰 위협은 호흡기에 있는 세균이 혈류로 침투해 패혈증을 유발하는 것”이란 우려를 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교황청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자진 사임설에 대해선 근거가 없다며 일축했다. 덧붙여 “현재는 교황의 건강과 회복, 바티칸으로의 복귀에만 집중하고 있는 중”이라 부연했다. 가톨릭 제266대 교황인 프란치스코는 올해 여든아홉 살이다. 적지 않은 나이다. 가톨릭 신자들은 걱정이 크다. 불치병을 안고 사는 이들의 이마에 기꺼이 입을 맞추고, 누구보다 아이들을 따뜻하게 대하며, 서민들의 아픔에 공감을 드러내곤 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진정한 권위는 봉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난하고, 약하고,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사람들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말로 많은 사람을 감동시킨 교황이 곧 불어올 봄바람에 힘입어 훌훌 털고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2-24

꽃샘추위

우정구 논설위원 1년 24절기 중 봄의 절기로 보는 시기는 입춘, 우수, 경칩, 춘분, 곡우까지다. 입춘(5일)과 우수(18일)가 지났지만 여전히 겨울 추위가 우리 주변을 차갑게 맴돌고 있다. 지난 주말은 중국 북부지방에 발달한 찬 대륙성 기압으로 경북 북부와 경기, 강원, 충청 일부 지방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졌다. 울릉도와 독도, 서해안 일대는 눈까지 내렸다는 소식도 들린다. 우리나라 속담에 “꽃샘추위는 꾸어다 해도 한다”라는 말이 있다. 꽃이 필 초봄 무렵이 되면 추위가 한두 차례 반드시 찾아온다는 뜻이다. 기상청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꽃샘추위도 2014년을 기점으로 한풀 꺾인 듯하다는 설명이다. 지구 온난화 탓으로 기온이 올라가면서 꽃샘추위가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꽃샘추위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에서도 나타나는 기후 현상이다. 겨울철 내내 냉기를 불어넣던 시베리아 기단이 봄이 되어 서서히 물러나면서 한번씩 심술을 부려 나타나는데, 이를 우리는 꽃샘추위라 한다. 북한에서는 꽃 질투추위, 일본에서는 꽃추위를 뜻하는 하나비에, 중국에서는 춘한(春寒)이라고 부른다. 꽃샘추위가 오랫동안 머물며 기승을 부리는 해에는 농작물이 냉해를 입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감기 등으로 고생을 할 때도 있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다는 것은 곧 봄이다라는 뜻이다. “새벽이 오기 전 가장 어둡다”는 말처럼 긴 겨울이 지나고 드디어 봄의 문턱에 들어서는 시기다. 이번 봄에는 국가나 개인 모두에게 나쁜 기운이 싹 걷히고 좋은 소식만 들렸으면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2-23

대구국제마라톤의 굴기

우정구 논설위원 뉴욕, 보스턴, 런던, 베를린, 시카코, 도쿄 등에서 열리는 국제마라톤대회를 세계 6대 빅 대회로 손꼽는다. 그중 미국 보스턴마라톤대회는 역사가 가장 깊어 마니아들이 많이 가고 싶어하는 대회다. 보스턴대회는 1896년 아테네 올림픽 마라톤이 성공적으로 개최된 다음해인 1897년 시작했다. 올헤가 128년째 되는 해다. 상금, 참가선수 규모 등에서도 최상급이다. 해마다 4월에 열리는 이 대회에는 국내외서 3만여 명의 마라토너가 참가한다. 우리나라는 서윤복, 함기웅, 이봉주 선수가 이 대회에서 각각 우승을 한 바 있어 인연이 깊은 대회다. 영국 런던대회는 명품 코스로 유명하다. 템스강 주변과 웨스트민스터, 버킹엄 궁전 등 세계적 명소를 보고 달리는 코스다. 뉴욕 마라톤은 세계 각국에서 많이 와 다양한 문화와 인종을 체험할 수 있는 대회로 정평 나 있다. “마라톤을 왜 하냐?”고 물으면 많은 이가 “자신을 극복하고 성취하는 즐거움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마라톤 현장에는 “나를 위해 달린다”는 문구가 자주 눈에 띈다. 대구국제마라톤이 23일 개최된다. 4만명이 넘는 마라토너가 신청해 역대급 대회가 될 전망이다. 대구시는 대구국제마라톤을 세계 7대 명품 마라톤 자리에 올리겠다고 한다. 우승 상금도 세계 최고로 걸었다. 기록만 잘 나오면 세계 최고 대회가 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최근 열리는 마라톤대회는 단순한 건강 대회가 아니다. 수많은 마니아가 만나 즐기고 의기를 투합하는 축제장이다. 대구마라톤이 세계 최고가 된다면 그것이 대구가 굴기하는 것이 아닐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02-20

갈수록 일본에 밀리는 한국 관광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서울과 제주도는 분명 매력적인 관광지다. 하지만, 재방문 의사를 묻는다면 글쎄...” 많은 외국인 여행자들이 말끝을 흐린다. 치안이 좋고 거리는 깨끗하지만,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는 음식 가격과 높은 숙박비가 부담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거기에 최근 ‘계엄 사태’에 이어진 정치적 불안정이 관광업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얼마 전 제주관광협회는 2월 1일부터 15일까지 제주도를 방문한 관광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2%나 줄었다고 발표했다. 서울 여행에 대한 외국인 관광객의 평가도 박하다. 한 숙박 플랫폼의 조사에 의하면 중국인 여행자들의 숙소 평점은 서울이 4.31점, 일본 도쿄는 4.48점이었다. 서비스, 시설, 위생 분야에서 일본에 밀린 것. 관광업계가 원하는 건 여행자의 재방문이다. 한 도시를 다시 찾는다는 건 거기서 큰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니까. 하지만, 그게 쉽지 않은 듯하다.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재방문율은 2019년 58.3%에서 2023년엔 56.1%로 감소했다. 젊은 세대들 사이에선 “비슷한 비용이라면 한국보다 일본 여행의 만족도가 높다”는 이야기가 떠돈다. 그걸 증명하듯 해마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재방문도 잦다. 최근 일본관광청은 지난 12월 일본을 여행한 한국인 수가 86만7400명으로 이전 역대 최고치를 뛰어넘었다고 전했다. 작년 한 해에만 일본을 여행한 한국인이 882만명에 이른다. 일본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1/4에 달하는 숫자다. 갈수록 일본에 밀리는 한국 관광. 위기를 극복할 대책이 시급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2-19

美 대통령의 날

우정구 논설위원 우리나라 날짜로 이달 17일은 미국에서는 대통령의 날이다. 미국의 대통령 날은 매년 2월의 세 번째 월요일이다. 대통령 날을 정해 놓고 기념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미국에서는 이날을 휴일로 정하고 학교 등 대부분의 기관들은 쉰다. 원래는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생일인 2월 22일을 기념하기 위해 대통령 날을 제정했으나 1968년부터 모든 대통령을 기리는 날로 바꾸었다. 이날은 대통령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미국 전역에서 각종 행사가 펼쳐진다. 학교에서는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어 워싱턴, 링컨과 같은 훌륭한 대통령에 대한 역사 공부도 진행한다. 또 사람들은 워싱턴 D.C 국립대통령 기념비를 방문하기도 하고 주에 따라서는 역대 대통령 퍼레이드도 펼친다. 미국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있어 가장 막강한 영향력과 존재감을 과시하는 인물이다.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세계 각국의 정치, 경제, 군사가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미국 대통령 선거에 누가 당선될지는 세계적 관심거리다. 미국 의회가 대통령의 날을 정한 것은 역대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추모가 목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정해 놓고 보니 그 이상의 가치가 생겨나고 있다. 국민이 미국의 역사를 익히고, 민주주의에 대한 국가적 성찰 기회도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이가 국민적 존경을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더러 있다. 미국 국민이 40여 명의 역대 대통령을 함께 존경할 수 있는 대통령의 날을 가진 것은 행복한 일이다. 우리에게도 대통령의 날을 가지는 날이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2-18

떼돈 버는 극좌·극우 유튜버의 위험성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19세기 한 독일 철학자는 “모든 극단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 말의 유효성은 세상이 바뀐 21세기 오늘도 유효하지 않을까? 이른바 ‘12·3 비상계엄 선포’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기에 꽤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는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 집회 와중에서 “한국인들이 극단적으로 분열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통합의 구심점이 될 인물도, 사람들을 화해와 상생으로 이끌 이념도 보이지가 않는다. 이런 혼란 속에서 유튜브 콘텐츠도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진보와 보수 유튜버를 막론하고 ‘우리 편이 아니면 없애야 할 적’이라는 견해를 숨김없이 드러내는 형국인 것. 콘텐츠의 성격이 수익으로 직결되고 있어 유튜버들의 과격성과 편향성은 갈수록 더 커진다. 최근 매일경제는 ‘계엄 사태 이후 여론이 극단으로 분열되면서 혐오와 갈등을 먹이삼아 덩치를 키우는 정치 유튜브 채널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작년 12월과 올해 1월 상위 30개 유튜브 채널의 후원 수익은 19억6900만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2배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 수입이 대폭 늘어난 유튜브 채널의 절대다수는 진보와 보수 할 것 없이 자기 진영의 목소리와 의견만을 편협하게 담아낸 것들이다. 기계적으로라도 중도와 중립을 지키는 유튜버가 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자칫 극좌와 극우의 입장을 가지지 않으면 SNS에서도 ‘돈이 안 되는’ 세태가 자리 잡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스럽다. 앞서 한 말을 다시 반복한다. 모든 극단은 위험하다. 그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가 아닐지.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2-17

한국의 핵무장

우정구 논설위원 1994년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특사교환 실무자 접촉에서 북한의 대표가 “서울이 불바다 된다”고 한 발언은 상당한 후폭풍을 가져온다. 그의 발언으로 국내 정계가 발칵 뒤집어졌고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기감은 점차 높아진다. 판문점에서 불과 5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서울시내에 북한이 핵공격을 가해온다면 서울의 불바다는 너무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한국의 핵무장론이 고개를 든다. 한국의 핵무장론은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한 자강적 차원의 핵무장이다. 찬반 양론이 있다. 그러나 북한의 지속적 핵개발과 미사일 도발로 안보 위협이 커지면서 핵무장론은 점차 힘을 받는다. 2023년 최종현학술원이 한국갤럽을 통해 조사한 핵무장론에 대한 여론은 77%가 독자적 핵무장 필요성에 찬성했다. 이후에도 핵무장론은 반대보다 찬성이 높은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부르며 북미정상회담 재개를 시사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국내의 핵무장론은 여론의 힘을 더 얻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핵무장은 군사 측면뿐 아니라 외교 측면에서도 고려해야 할 문제가 많다. 한국의 핵무장이 주변국과의 관계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국민 여론만 따라갈 수 없다는 뜻이다. 미국의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이 최근 조사한 설문결과에 의하면 한국은 10년 내 세계에서 핵무장 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나라로 꼽혔다. 이란과 사우디에 이어 세계 세번째다. 미래 예측전문가들의 눈에는 북한과 대치한 한반도의 정세가 중동지역 못지않게 심각하게 보여진 탓은 아닐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02-16

하늘이법

우정구 논설위원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란 말이 있다. 옳고 그름을 법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뜻이다. 법을 위반하지 않더라도 비윤리적 혹은 비도덕적인 행위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이 충돌 할 때 법이 만들어진다. 갈등을 중재하고 이를 기준으로 사회의 질서도 유지된다. 복잡한 현대사회에 법이 지속적으로 제정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5년 전 윤창호법이 만들어졌다. 부산에서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어 목숨을 잃은 윤창호씨의 경우가 재발되지 않게 정치권이 여론을 받들어 만든 법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음주운전 사고가 줄어들었는 지는 지금도 논란 중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민식이법이 있다. 2019년 충남 아산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김민식군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을 계기로 만든 법이다. 스쿨존 내에서는 어린이가 다치기만 해도 최대 징역 15년을 선고받을 수 있게 한 법이다. 이 역시 실제로 잘 적용되는지 알 수 없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정신질환 병력의 교사가 8살 학생(김하늘양)을 흉기로 살해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었다. 이번에도 정치권이 똑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교육감이 직권 휴직할 수 있게 한 하늘이법을 만들 것을 약속했다고 한다. 법 제정으로 위와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다면 법은 얼마든지 만들어야 한다. 다만 법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최고의 수단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사회가 정말로 안전하기 위해선 범국가적 차원의 또다른 노력들이 보태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2-13

8세 아이의 안타까운 죽음과 우울증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슬퍼할 사건이 발생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8세 여자아이가 흉기에 찔려 숨졌다. 세상 어느 곳보다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그것도 환한 대낮에 학생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놀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교내 시청각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여아는 구급대원의 심폐소생술에도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채 피어나지 못한 꽃봉오리가 무참하게 꺾인 것이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그 학교 교사가 “내가 아이를 살해했다”고 자백하자 놀라움은 더 크게 증폭됐다. 범행 후 자해를 시도한 교사는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문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왜 선생님이 죄 없는 어린 학생을 죽이고자 했을까?” 범행을 자백한 교사는 우울증으로 인해 휴직했다가 얼마 전 복직했다고 한다. ‘우울증’은 인간의 의욕을 저하시키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병이다. 인지 및 정신·신체적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가져오기도 한다. 의사들은 우울증을 “평생 유병율이 15%, 특히 여자에게서는 25% 정도에 이르며, 감정, 생각, 신체 상태, 그리고 행동 등에 변화를 일으키는 심각한 질환”이라 설명한다. 사고 소식을 접한 사람들 사이에선 미성년자를 일상적으로 대하는 초등학교 교사나, 다수의 안전을 책임지는 여객 운송수단 조종사 등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관계 당국은 이런 의견에 귀 기울여 누구나 수긍할만한 합리적인 재발방지책을 내놓아야 함이 마땅하다. 짧은 시간 세상에 머물렀던 아이의 명복을 빈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2-12

외신이 본 부산

우정구 논설위원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우리나라 제2 도시 부산의 몰락을 경고한 뉴스는 매우 충격적이다. 이는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국 지방의 대도시가 공통으로 안은 문제란 점에서 동병상련의 감을 느끼게 한 대목이다. 파이낸셜타임스의 평가는 이렇다. 20세기 대부분 기간 부산은 한국의 무역과 산업의 중심지였지만 지금은 젊은이가 대폭 감소해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한국의 다른 대도시보다 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현재 330만 인구의 부산은 1995년부터 2023년까지 60만명이 넘는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쇠퇴의 길을 걸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대기업인 삼성과 LG의 탄생지지만 한국 100대 기업 중 어느 곳도 이 도시에 본사를 두지 않고 있다고 했다. 부산이 다른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빨리 쇠퇴한 것은 수도인 서울이 국가 경제를 중앙집권하면서 가속화됐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작년 6월 ‘광역 대도시로 확산하는 소멸위험’이란 보고서에서 부산의 소멸위험지수가 0.490으로 광역시 중 처음 소멸위험 단계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소멸위험이 농촌지역에 국한한 문제가 아니란 사실이 더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이다. 2012년 파이낸셜타임스는 부산을 아시아태평양지역 133개 도시 가운데 외국인 투자유치를 가장 잘한 도시 6위로 선정한 바 있다. 불과 13년만에 같은 신문이 소멸위험 도시로 부산을 꼽은 것은 아이러니하다. 지난해 대구는 소멸위험지수 0.553으로 부산에 이어 소멸위험 단계 진입 직전에 놓인 도시로 평가됐다. 부산의 위기가 곧 대구의 위기로 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2-11

밥 짓는 연기 사라진 한국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귀한 손님이 오면 커다란 밥그릇 가득 고봉밥을 담아 고깃국과 함께 내어주는 게 가장 융숭한 대접이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30~40년 전 이야기다. 20세기 한국인의 주식은 누가 뭐라 해도 ‘쌀’이고, 쌀로 만든 ‘밥’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그에 따라 식습관과 선호하는 먹을거리 역시 달라졌다. MZ세대는 아침밥을 포기하고, 간단한 시리얼이나 과일을 먹으며 등교나 출근을 준비한다. 독거세대가 늘어나며 아예 아침을 거르는 이들도 부지기수. 당연지사 쌀의 소비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를 보여주는 통계가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나왔다. 이 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올해 식량용 쌀 소비량은 273만t으로 예측된다. 쌀 소비는 갈수록 줄어들 게 명약관화해 보인다. 내년에는 269만t으로 떨어지고, 2030년엔 253만t, 2035년이 되면 233만t으로 감소될 것이라는 게 연구원의 전망. 해마다 큰 낙폭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1인 가구의 증가는 밥 짓고, 먹는 풍경도 바뀌게 만들었다. ‘20세기 고향 풍경’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 있었다. 집집마다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철수야, 그만 놀고 들어와 밥 먹어”라고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는 이미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어머니의 가마솥밥을 대신하는 건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즉석밥’이다. 즉석밥의 시장 규모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국민 1인당 평균 식량용 쌀 소비량은 현재 55.8㎏. 30년 전인 1994년 소비량 120.5㎏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상황이 이러하니 중년 이상 세대들에겐 밥 짓는 연기조차 아련한 그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