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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짠테크 시대

우정구 논설위원 ‘짜다’와 ‘재테크’가 합쳐진 ‘짠테크’ 바람이 분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불경기가 장기화되고 MZ세대와 직장인의 지출이 줄면서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과거 기성세대가 무조건 안 쓰고 안 먹던 방법으로 절약했던 것과는 다르다. 요즘 신세대는 쓸 것은 쓰되 알뜰하게 쓰는 방법을 선택하는데, 그것이 짠테크다. 이 흐름이 새로운 소비패턴으로 자리를 잡을 지 아니면 일시적 흐름에 그칠 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불황으로 소비패턴에 변화가 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요즘 젊은이가 많이 찾는 온라인의 짠카페 방에는 자신만의 절약 필살기가 자주 등장한다. 금리가 좋은 짠테크 통장을 소개하기도 하고 자동차 기름 절약하는 방법, 싼 제품 제대로 구입하기 등 자신이 경험한 짠테크 방법을 공유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 온다. 또 요즘 젊은이들은 10여 년 전부터 유행했던 가성비(價性比)를 소비선택의 주요 포인트로 삼는다. 호주머니 사정이 악화되면서 가격 대비 성능 좋은 상품을 골라 찾는 알뜰소비로 바뀌는 것이다. 전 제품 5000원 이하의 가격을 고수하는 다이소 매장을 찾는 이가 늘어난 것은 이런 변화의 반증이다. 특히 다이소 매장에 등장한 저가 화장품이 소비비자의 인기를 모으면서 편의점에서도 3000원짜리 저가 화장품이 등장하는 이색적 현상도 빚어졌다. 짠테크의 본뜻은 안 쓰겠다는 것보다 불필요한 낭비를 최소화해 재화를 모으는 것이다. 명품 매장에 줄서지 않고 경기변화에 잘 적응하는 신세대의 새로운 소비 패턴이 바로 짠테크다. 불황이 낳은 바람직한 소비문화 아닐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02-09

정월 대보름 소원 빌기

우정구 논설위원 오는 12일은 음력으로 1월 15일이며 정월 대보름날이다. 먼 옛날 우리의 조상은 이 날을 설 명절만큼 중요한 명절로 여겼다고 한다.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나 보름날 자정을 전후해 마을의 평안을 비는 제사도 올렸다. 설날이 의례가 많이 있었다면 정월 대보름날은 공동의 행사가 많았다. 대표적 행사의 하나가 달집태우기다. 달집태우기는 정월 보름달이 떠오를 때 나무나 짚으로 만든 달집에 불을 질러 주위를 밝히는 행사다. 액을 쫓고 복을 부른다고 한다. 달집을 태우면서 절을 하면 1년 내내 부스럼이 나지 않고 여름철 무더위도 잘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다. 달집이 훨훨 잘 타오르면 그해 풍년이 들고 잘 타지 않거나 꺼져버리면 흉년이 든다고 했다. 새해 처음으로 맞는 보름날을 맞아 과거의 세시풍속들이 지금도 조금씩 전해져 온다. 달을 보고 소원을 비는 풍속은 가장 한국적이면서 대중적이다. 새해 첫 보름달이 뜨는 것을 남보다 먼저 보면 좋다고 하여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달이 뜰 무렵이면 서둘러 동네 동산에 올랐다. 농사를 짓는 사람은 풍년이 들기를, 자녀를 가진 부모는 자식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빌었다. 처녀 총각들은 좋은 배필을 만나 시집 장가들기를 소원했다. 부럼깨기나 오곡밥·약밥 먹기, 귀밝이 술 등의 풍속도 있었다. 우리 선조들은 국가적으로나 가정적으로 또 가족의 건강까지 한해의 모든 안녕을 정월 대보름달을 통해 소원했다. 정치적 대혼란 속에 맞는 올해 대보름날에 우리 국민은 무엇을 소원할까. 가정의 평안 그리고 나라의 안정을 소망하는 사람이 가장 많지 않을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02-06

혹한에도 오토바이는 달린다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눈보라가 하늘을 뒤덮는 겨울, 혹은 폭우가 쏟아지는 장마철. 피자나 통닭 따위의 야식이 먹고 싶다면 늦은 밤 오토바이로 배달되는 그걸 주문할 것인가? 정답을 찾기가 어렵다. 미끄러운 도로 위를 달릴 배달원의 안전을 위한다면 주문을 하지 않아야겠지만, 생계 수단으로 오토바이 배달을 선택한 이들의 수입을 생각하면 날씨를 봐가며 주문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코로나19 사태’ 때 신종 직업으로 부상한 ‘배달 라이더’. 밥이건 술이건 모여서 함께 먹는 게 아니라 비대면으로 혼밥과 혼술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배달 라이더들은 바쁘다. 오토바이는 자칫하면 사람이 크게 다칠 수 있는 운송 수단. 눈이 내려 노면이 얼어붙으면 사고의 위험성이 더 커진다. 입춘(立春)을 지나 우수(雨水)를 향해 가고 있지만, 요 며칠 추위는 절기와는 무관하게 극악스러울 정도다. 서울은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를 오르내린다 하고, 경북도 영하 10도 안팎의 기온이 연일 이어지는 형국. 이런 상황이니 매서운 바람 속을 달리다가 받아든 따뜻한 차 한 잔은 배달 라이더들에게 더없이 귀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을 터. 최근 한 통신사는 배달 라이더들의 훈훈한 둥지 역할을 하는 ‘휴 서울 이동노동자 북창쉼터’를 소개했다. 이동노동자는 배달 라이더와 퀵서비스 기사다. 거길 가면 잠시나마 난로 앞에서 김 오르는 커피를 마실 수 있고, 핫팩도 준다니 그들에겐 고마운 공간이 분명하다. 서울시는 북창동 외에도 서초동과 합정동에 쉼터를 만들었다. 이런 건 경북의 지자체가 얼마든지 벤치마킹해도 좋지 않을까? 혹한의 오늘 밤도 배달 오토바이는 달린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2-05

노인 빈곤율 38%

우정구 논설위원 최근 통계청이 밝힌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38.2%다. 65세 이상 한국 노인 10명 중 4명꼴로 빈곤층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들의 소득은 2023년 중위소득 기준의 50%로 보았을 때 연간 1879만원 이하 소득자들이다. 놀라운 것은 76세 이상 노인의 경우 2명 중 1명이 빈곤층이라는 사실이다.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는 ‘GG마켓 공략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GG란 Grand Generation의 앞머리 글자를 딴 말이고, 1950년~1971년생 시니어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그들은 왕성한 경제, 사회, 여가활동으로 초고령 사회를 주도하는 세력으로 등장할 것이란 것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다. 통계청이 밝힌 10명 중 4명이 가난하다는 노인 빈곤율과 매우 대조되는 결과여서 노인 빈곤층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과연 장수시대를 맞아 노인들이 주도적으로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세상이 열릴 것인지 긴가민가하다는 생각이다. 올들어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인 65세 이상 노인인구 1000만명 시대를 열었다. 통계청 발표대로라면 2050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00만명(노인인구 비율 40%)에 이를 것이라 한다. 그야말로 초고령사회가 아닌 인구의 절반이 노인인 사회가 도래할지 모른다. 노인은 모든 세대의 미래 모습이란 말이 있다. 노인이 잘살면 자라나는 모든 세대도 잘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1위. 미국과 일본의 거의 두배 수준이다. 노인이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더 많은 투자와 연구가 필요하다.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노인 빈곤의 문제를 하루빨리 치유해나가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2-04

정치 불안 속 지갑 닫는 서민들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사이 갑작스런 비상계엄 선포와 연이은 국회의 대통령과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국방장관과 육군의 고위 장성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어수선함 속에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시작되는 등 정치권에선 극도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국민들은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로 갈려 광장에서 목소리를 높였고,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선 난동에 준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비정상적이고 상식을 벗어난 상황이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 현실이 이러하니 사람들의 소비심리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서민들은 가뜩이나 얇아진 지갑을 닫고, 식당이나 옷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사태 때보다 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한숨을 쉰다. 최근 통계청은 ‘2024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 동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재화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이 2022년 이후 3년 연속 줄어들었고, 감소 폭 역시 커졌다.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장 기간의 감소라고 한다. 소매판매지수는 재화의 소비를 보여주는 바로미터. 소비재별 판매는 다양한 분야에서 모두 줄었다. 승용차 등 내구재가 -3.1%p,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는 -1.4%p, 의복 등 준내구재 또한 -3.7%p의 감소폭을 보였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높은 물가와 고금리라는 경제적 악재에 더해 정치적 혼란까지 겹친 2025년 2월. 입춘이 왔음에도 꽁꽁 얼어붙은 땅은 쉽사리 풀리지 않고 있다. 매서운 삭풍 앞에 선 한국의 정치·경제 상황. 봄소식은 언제 전해질 것인지. 국민들은 답답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2-03

딥시크 쇼크

우정구 논설위원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경쟁은 군사, 경제, 외교, 기술 등 다양한 분야애서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그 영향은 전 세계적이다. 특히 우리는 지정학적으로나 경제 특성상 심각한 영향을 받는 입장에 놓인 나라다. 설 연휴 기간인 지난주 미국 증시는 딥시크 충격으로 크게 혼란에 빠졌다. 그간 오픈 AI와 챗GPT를 중심으로 한 생성형 인공지능(AI) 투자와 이를 뒷받침 해왔던 엔비디아의 주가가 대폭락한 것이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하루만에 시가총액 6000억 달러(약 840조원)가 사라지는 일이 벌어진 것.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미국 오픈 AI의 대표 모델인 챗GPT와 맞먹는 AI를 저비용으로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특히 딥시크는 미국이 AI 개발에 투자한 비용의 5% 정도로 챗GPT 성능에 맞먹는 AI 모델을 출시해 글로벌 기술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중국의 AI 기술을 견제해 왔던 미국으로서는 크게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진 셈이다. 중국의 기술 수준이 미국이 예상했던 것보다 앞서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트럼프 정부가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간 규제하지 않았던 저사양 AI용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는 것이다. 딥시크 쇼크는 반도체 수출 비중이 큰 한국에도 충격이다. 미중 갈등의 한 가운데 서 있는데다 AI 기술이 열세에 있기 때문이다. 미중 패권전쟁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의 길을 택해야 할까. 그래도 가장 큰 과제는 혁신 기술력의 확보다. 가뜩이나 기초과학이 취약한 우리나라인데, 우수 인재를 의대로만 보내는 한국적 현실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지금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2-02

세뱃돈 유감

우정구 논설위원 세뱃돈의 유래는 중국설과 국내설이 있다. 중국 송나라 시대에는 음력 1월 1일이면 결혼하지 않은 자녀에게 붉은 봉투(紅包)에 돈을 넣어 주는 풍속이 있었다. 이는 해가 바뀐 새해에도 악귀와 불운을 막아줄 것을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세뱃돈으로 전래됐다는 설. 국내설로는 조선시대부터 해가 바뀌어 세배하러오는 아이들에게 떡이나 과일 등을 내주는 풍속이 있었는데, 이것이 세월이 흘러 점차 돈을 주게 되면서 세뱃돈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1960년대 들어서는 10원짜리 지폐를 세뱃돈으로 주기 시작하면서 널리 퍼졌다. 세배는 설날에 차례를 마치고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새해를 맞게 된 것을 기념해 문안 인사를 드리는 풍속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래야 어쨌거나 새롭게 맞는 신년을 맞아 가족과 친지간에 인사를 나누고 건강과 안녕을 비는 인사란 점에서 우리의 아름다운 미풍양속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세뱃돈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새해에도 건강하고 학업과 사회생활에 충실하라는 뜻에서 주는 일종의 정표다. 설날에 주는 세뱃돈은 명절 문화로 주는 쪽과 받는 쪽 모두가 정을 주고받는다는 뜻에서 기분 좋은 풍속이다. 그래서 설을 앞두고 은행권은 세뱃돈을 위한 신권을 교환해주고 있다. 1년 중 신권 유통이 가장 많은 달이 설이 낀 달이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올해는 설전 신권 발행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2022년보다 40%가 줄고 작년보다도 13%가 줄었다. 불경기 한파로 신권을 바꾸려는 사람이 줄어든 탓이다. 신권이 준만큼 세뱃돈도 줄었다고 생각하면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불경기 탓에 어린아이가 받을 세뱃돈도 줄었다 생각하니 이번 설날이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1-30

美 빅테크 기업

우정구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7대 대통령의 취임식에 등장한 빅테크 기업 수장들의 자리 배치가 화제였다.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 가족들이 앉은 자리 바로 뒷좌석에 앉아 많은 사람의 시선을 모았다. 한 상원의원은 그들을 보고 “트럼프 내각인사들 보다 더 좋은 자리를 차지했다”고 정치적 의미를 달아 주었다. 빅테크(Bic Tech)는 빅자이언츠(Big Giants)라고도 부른다. 미국 정보기술 산업에 가장 크고 지배적인 기업을 말한다. 아마존, 애플,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의 기술기업이다. 이 회사들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가치 있는 상장기업으로 통한다. 빅테크에 대한 특별한 기준은 없다. 통념적으로 본다면 엄청난 규모의 시가총액을 가진 회사다. 보통은 수천억 달러에서 많게는 3조 달러가 넘는 기업도 있다. 또 하나, 기술의 혁신 능력이 뛰어난 점이다. 문제는 그들이 만든 기술이 디지털 세상에서 일반인의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기술이 경제의 트렌드를 바꾸는 세상을 만들면서 생기는 도덕과 윤리적 문제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거리가 생기는 것이다. 이에 대한 기업의 도덕적 노력은 물론 당연하다. 우리의 일상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AI에 대한 윤리와 규제가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빅테크 기업들이 예우를 받는 모습은 대통령과 이들 간의 관계가 밀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을 바꾸는 빅테크 기업이 앞으로 트럼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세상의 그림을 어떻게 바꿔갈 것인지는 미지수다. 그 세상이 두렵기도 하지만 한편 기대감도 크다. /우정구 (논설위원)

2025-01-23

부자는 부자와만 결혼한다?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한국은 세계 어느 곳보다 ‘맥’(脈·인간과 사물이 서로 이어져 있는 관계)으로 끝나는 단어가 자주 사용되는 나라다. 인맥, 학맥, 혼맥 등을 일상에서 흔히 듣게 된다. 여전히 엄존하는 유교적 전통과 어떤 것이건 동질성을 가진 사람에게 친근감을 느끼는 성정 탓일 게다. 실제로 사회생활에 인맥과 학맥이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걸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집안에 출세한 어른이 있다면 친인척의 아들과 딸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각 지역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문끼리 정기·비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며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주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나이 지긋한 중년과 노년세대는 인맥과 학맥처럼 혼맥도 중요하게 여긴다. “그 집 사위가 행정고시를 패스 했다더라” 혹은, “저 집 며느리는 쟁쟁한 가문의 딸인데…” 등은 그 사위와 며느리를 얻은 집안의 자랑이 되기도 한다. 고루한 이야기지만 현실이 그렇다. 최근 한 경제일간지엔 앞서 언급한 혼맥과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실렸다. 한국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불리는 서울 서초구. 그곳 고가 아파트에 사는 젊은 남녀 수십 명이 단체미팅을 했다고 한다. 잘 차려진 요리를 먹고, 와인을 마시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 부잣집 자녀들. 이는 분명 많은 재산과 높은 지위를 가진 자신들의 ‘급’에 어울리는 사위와 며느리를 얻고 싶다는 그들 부모의 뜻이 반영된 미팅이었을 터. 인맥, 학맥, 혼맥 등에서 벗어나 개인의 능력과 자질이 인간을 평가하는 객관적 기준이 되는 세상이 오기 전엔 씁쓸하지만 이런 세태가 지속되지 않을까?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1-22

MAGA 시대 개막

어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은 전 세계인의 관심사였다. 트럼프 공포증이라 불릴만큼 강력한 그의 정책들 때문에 전 세계가 긴장된 모습으로 그의 연설을 지켜보았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역시 예상한대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rica Great America·MAGA)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취임 연설 30분 동안 미국을 뜻하는 ‘아메리카’ 단어가 41번 등장하고 “미국은 이전보다 더 위대하고 강해진다”고 외쳤다. “미국의 황금시기가 이제 시작됐다”고도 말했다. MAGA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상징이다. 그가 내세웠던 선거공약인 MAGA를 달성하기 위해 지금부터 미국 기존의 많은 정책들이 일거에 달라진다. 세계시장 질서가 바뀌고 새로운 질서가 구축될 것으로 예측이 된다. 세계 각국이 긴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가장 큰 이유로 강력한 경제정책을 손꼽는다. 일부는 “미국사람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순한 맛보다 매운 맛을 필요로 했다”는 말로 트럼프의 강력한 리더십을 꼬집기도 한다. 미국 경제를 살려야 하는 데는 미지근한 정책보다 화끈한 정책을 제시한 트럼프가 논란이 있는 인물인데도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는 뜻이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을 지금보다 10배 가까이 올리는 것 등이 대표적인 트럼프식 발상이다. 동맹국 관계를 떠나 미국을 최우선 하는 MAGA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단지 그의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아직은 크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다. “대한민국을 다시 위대하게” 할 한국의 리더십은 언제 쯤 등장할 수 있을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01-21

팔레스타인 학살은 멈출 것인가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종교와 민족적 갈등으로 인해 촉발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이 자그마치 15개월 이상 이어졌다. 아주 오래전부터 갈등을 거듭했던 두 나라의 다툼은 수많은 여성과 어린이 희생자를 낳았다. 가자 지구를 향해 수시로 날아드는 이스라엘 군대의 폭탄에 공포에 질린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모습은 영상을 통해 가감 없이 세계 사람들에게 전달됐다. 반전과 휴전을 외치는 목소리가 각처에서 터져 나왔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이번 전쟁으로 가자 지구에선 지난 1년3개월 동안 15만70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최근 팔레스타인 정부는 2023년 10월 7일 개전 이후 지난주까지 팔레스타인인 4만6899명이 사망했고, 11만725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부정할 수 없는 ‘학살’ 수준이다. 평화와 인권이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은 21세기에 벌어진 끔찍한 비극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천만다행으로 19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휴전 협정이 발효됐다. 전쟁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던 이들은 누구 할 것 없이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치조직 하마스는 이스라엘 인질 3명을 돌려보냈고, 이스라엘 또한 팔레스타인에서 잡혀온 수감자 90명을 감옥에서 내보냈다. 이른바 ‘포로 맞교환’이다. 이것이 두 나라 간 공존의 신호탄이 됐으면 한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향후 6주 동안 교전을 멈춘 후 노약자를 위주로 인질을 석방하고, 감옥 문을 열어 수감자를 풀어주기로 합의했다. 이 약속이 반드시 지켜져 종전(終戰)으로 가는 길이 속히 열렸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1-20

독감 공포와 비타민 C

우정구 논설위원 비타민C 부족으로 발병하는 괴혈병은 인류가 역사를 시작한 이래 꾸준히 사람을 괴롭혀온 질병이다. 괴혈병이라 이름을 붙인 것처럼 원인도 모르고 치료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었다. 16∼18C 대항해 시절, 선원들의 최대 고민은 오랜 항해 중 발병하는 괴혈병에 대한 공포다. 바스쿠 다 가마가 희망봉을 돌 무렵 배에 탄 선원 160명 중 100명이 괴혈병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항해 중 선원들은 피부가 탄력을 잃고 무기력증에 빠지며 입에서 피가 나는 증상을 보였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는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비타민C는 인체의 환원제로서 콜라젠의 합성효소 활성화 등에 있어 필수적인 성분이다. 귤이나 사과 등 과일과 여러 채소류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성분이다. 일부 동물은 비타민C를 체내에서 스스로 합성하지만 사람들은 그렇지 못해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1753년 영국 해군이 식사 환경이 비교적 양호한 고급 선원한테는 괴혈병이 발생하지 않은 것에 주목하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먹으면 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후 괴혈병과 비타민C와의 관계가 정확히 규명된 것은 1900년대에 들어서다. 1937년 비타민 C를 발견한 헝가리 출신의 알베르트 스젠트죄르지는 노벨의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비타민C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다. 다양한 기능을 수행해 우리의 건강을 지켜준다. 특히 우리 몸의 대사활동이나 면역체계, 세포분열 등에 영향을 준다. 면역체계를 강화해줌으로써 독감과 같은 질병을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독감이 대유행하고 있다.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이는 비타민C를 충분히 섭취해 독감 공포에서 벗어나 보면 어떨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01-19

경주시 공직자 임용식

우정구 논설위원 익선관(翼善冠)은 한국민속대백과 사전에는 조선시대 왕, 왕세자, 왕세손 등이 곤룡포를 입을 때 쓰는 관모(官帽)로 설명한다. 일설에는 중국 당 태종이 관모로 제정했다는 말도 있고, 당시 신라 등에서도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도 있다. 익선관의 모양은 2단으로 턱이 지고 앞보다는 뒤쪽이 높다. 뒤에는 매미 날개 모양의 대·소각(小 角) 2쌍이 위쪽을 향해 달려 있다. 조선시대 왕들이 사용했고 고종이 왕으로서는 마지막으로 익선관을 쓴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공직자에게 익선관은 청렴의 상징이다. 익선관에 달려 있는 매미의 날개가 곧 청렴을 뜻한다. 유래는 중국 서진의 시인 육운의 시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육운은 매미에게는 군자가 지켜야 할 5가지 덕목이 있다고 했으며 그를 선충오덕(蟬蟲五德)이라 불렀다. 선충오덕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매미의 곧게 뻗은 입은 선비 갓끈과 닮아 문(文)이요, 매미는 오로지 맑은 이슬과 수액만으로 살아가니 청렴의 청(淸)이다. 또 농민이 애써 일군 곡물을 탐하지 않아 염치가 있다 하여 염(廉)이며, 집을 짓지 않고 나무에서만 생활하니 검소한 검(儉)이다. 한 여름이 지나면 죽을 때를 알고 있으니 믿을만 해 신(信)이라 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천년도시 경주시가 신입 공무원 임용식에 신라복과 청렴을 상징하는 익선관을 착용케 하는 이색적인 임용식을 가져 눈길을 끌었다. 신라 천년고도의 도시 특징을 대외에 알리고 공무원의 청렴성을 강조하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경주시의 이색 임용식이 APEC 개최도시 이미지와 잘 어울려 사람들의 눈길을 잡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1-16

대통령의 뒷모습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15일 오전 10시 33분.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의해 체포됐다. 강제력을 동원한 국가수반의 체포는 이 나라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용산 관저에서 과천 공수처로 이동한 여러 대의 차량 중 한 대에서 내린 윤 대통령은 포토라인을 만들고 기다린 기자들을 따돌리고 후문을 통해 서둘러 조사실로 향했다. 그 짧은 순간, 언론사의 카메라가 대통령의 뒷모습을 찍었다. 국가 의전서열 1위의 인물이 멀쩡한 정문을 두고 경호원들의 호위 속에 조급하게 ‘뒷문’으로 들어가다 ‘뒷모습’이 찍힌 사진은 세월이 흐른 뒤에도 역사의 기록으로 선명하게 남을 터. 분명 자랑스런 장면은 아닐 듯하다. 비상계엄 선포,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과 탄핵 의결,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 집회로 연일 소란스러운 대통령 관저 일대, 최근 시작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심리…. 지난 연말과 올 연초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 뒤숭숭했다. 윤 대통령에 관한 견해를 달리하는 이들은 두 편으로 갈려 현재도 갈등과 반목을 지속 중이다. 화합 속에서 희망과 꿈을 설계해야 할 새해 벽두와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 서글프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떠올려보면 한국 대통령 중엔 비극적인 말년을 보낸 이들이 적지 않다. 이승만은 하와이 요양원에서 최후를 맞이했고, 박정희는 부하의 총탄에 쓰러졌으며, 노무현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고, 전두환과 노태우, 이명박과 박근혜는 짧지 않은 감옥생활을 했다. 오늘 지켜본 ‘윤석열의 뒷모습’이 또 다른 한국 대통령 한 명의 비극을 예고하는 시그널은 아닐지. 국민들은 답답하고 딱하다.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2025-01-15

황금연휴 훈풍이 불까?

우정구 논설위원 정부는 오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내수경기 진작과 관광활성화 등의 긍정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올해 설 명절은 임시공휴일인 27일을 포함하면 6일 연속으로 쉴 수 있다. 직장인이 31일 날 휴가를 낼 수 있다면 무려 9일간 휴가를 즐길 수 있다. 드물게 맞는 황금연휴다. 그러나 정부가 의도한 내수진작의 경제효과에 대해 일부에선 엇갈린 반응을 내놓는다. 평일 영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은 휴일이 긴만큼 손해라는 주장이다. 현행법상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임시공휴일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연휴의 양극화를 우려하는 측도 있다. 지난해 설 연휴기간은 4일(2월 9∼12일)간이다. 그럼에도 연휴기간 인천공항을 통해 빠져나간 여행객 수가 무려 100만명이나 됐다. 고향 대신 해외를 선택한 사람들이 전년의 두 배였다. 여행사에는 관광이나 휴양을 위해 만든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간 것이다. 지난해 연휴기간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보면 올해도 해외로 나가는 사람은 작년 못지않게 많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일각서는 정부의 전망과는 다르게 “설 연휴가 길어지면 소비자들이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국내 자영업자들은 내수진작 효과를 얻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특히 계엄사태 후 이어지는 탄핵정국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태여서 설 연휴 경기진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도 언제부턴가 휴일 사이에 낀 샌드위치 날을 임시휴일로 지정하는 관행이 생겼다. 내수진작이 목적이다. 정부의 의도한 대로 긴 설연휴가 내수시장을 살리는 훈풍이 되길 바란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1-14

회갑 앞둔 축구선수의 투혼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시인 고은은 말했다. “그저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노인이 되는 건 아니다. 아무리 젊어도 뒷방에 앉아 폼 잡고 헛기침이나 하고 있다면 그는 벌써 노인이다.” 노인과 청년을 가르는 건 마음가짐과 태도다. 거기에 더해 삶과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의 유무가 청년과 노인을 구분하는 잣대가 돼야 마땅하지 않을까?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맹렬한 의지가 없다면 나이와 무관하게 노인 대접을 받게 된다. 최근 회갑이 목전인 58세의 축구선수가 40년째 프로리그에서 뛰게 됐다는 보도가 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전 일본 축구 국가대표였던 1967년생 미우라 카즈요시가 바로 그 화제의 인물. 미우라는 일본 축구가 ‘한국 공포증’에서 벗어났던 1990년대 일본 국가대표팀의 주요 공격수였기에 한국 축구팬에게도 익숙한 선수다. 최근 미우라의 원 소속팀인 요코하마FC는 일본 풋볼리그 소속 아틀레티코 스즈카에 지난해 임대한 미우라의 이적 기간을 내년 1월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미우라는 아들 또래의 선수들과 그라운드를 누비게 됐다. 축구는 체력 소모가 엄청난 운동이다. 그러니 58세 현역은 물론, 40대 이상의 현역 선수도 보기가 어려운 게 현실. 그럼에도 미우라는 “1분 1초라도 더 그라운드에서 뛰며, 한 골이라도 더 많이 넣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뜨거운 각오를 밝혔다. 청년의 태도와 축구에 대한 열정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는 말이다. 2000년까지 일본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A매치에서 55골을 넣은 25년 전 미우라의 투혼이 올해도 축구장에서 발휘되길 기대하는 팬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1-13

카터 장례식에 모인 대통령들

우정구 논설위원 미국 제39대 지미 카터 대통령의 장례식은 세계 언론의 이목을 끌 만했다. 지난 9일 워싱턴DC 국립 대성당에서 치러진 그의 장례식에는 근래 보기 드물게 전·현직 미국 대통령 다섯 명이 참석하는 이색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비롯 조시 부시,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까지 정파를 초월해 모여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AP 통산은 “극도로 분열된 미국 정치에서 목격된 이례적 모습”이라 보도했다. 특히 현장에서 목격된 전·현직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화제거리였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공화당 상징색인 붉은색 넥타이 대신 민주당 상징인 푸른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트럼트 당선인이 상당시간 미소를 지으면 대화하는 모습도 언론사의 취재거리였다. AFP통신은 이를 두고 “전·현직 대통령이 국장에 모이면서 분열된 미국에 국민적 통합의 순간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했다. 또 일부 언론은 “세상을 뜬 카터가 살아 있는 모두를 하나로 만들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정부는 전통적으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특별하다. 장례식날이 곧 국가 애도의 날이다. 미국 증시도 이날은 하루 휴장을 한다. 카터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자리에 참석한 전·현직 대통령이 정파나 이념을 떠나 한마음으로 고인을 존경하니 장례식장은 울음보다 웃음이 더 많은 축제장처럼 변했다고 한다. 전·현직 미국 대통령의 자유분방한 모습에서 미국 민주주의의 품격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정치는 언제쯤 품격있는 정치를 볼 수 있을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01-12

겨울철 불청객 블랙아이스

우정구 논설위원 불청객(不請客)이란 오라고 청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찾아오는 손님을 이르는 말이다. 반갑지 않은 손님의 대명사다. 계절마다 불청객이란 이름으로 등장하는 것들이 꽤 있다. 봄철에는 황사나 졸음운전, 여름철에는 식중독과 태풍 등이 이것에 해당한다. 가을철에는 밤낮의 기온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생기는 안개가 불청객이 된다. 특히 안개는 산간지방 교통사고의 큰 원인이 되면서 운전자들이 만나기 싫어하는 불청객이다. 겨울철에는 동상이나 블랙아이스 등이 불청객 대접을 받는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봄철에 자주 발생하는 졸음운전은 예상밖에 음주운전보다 더 많은 교통사고 피해를 내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지난 5년동안 졸음운전으로 발생한 교통사고는 무려 1만 건을 넘는다. 사망자도 300여 명에 이르러 음주교통 사고의 2배 수준이라 한다. 올 겨울 들어 가장 강력한 한파가 닥쳤다. 도로 곳곳이 결방 위험에 노출되면서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블랙아이스란 도로 표면에 얇은 얼음막이 생기는 현상이다. 도로 위에 생긴 살얼음을 이르는 말이다. 얼음 자체는 검지 않으나 블랙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은 아스팔트 색이 얇은 얼음에 투과돼 보이기 때문이다. 블랙아이스는 다리 위, 터널 출입구, 그늘진 도로, 산모퉁이 음지 등에 잘 생기며 운전자들에게는 쉽게 분간이 안돼 대형 교통사고의 원인이 된다. 작년 11월 강원도 원주 국도에서 차량 53대가 연쇄 충돌해 11명이 다친 사고도 블랙아이스가 원인이었다. 겨울철 불청객인 불랙아이스에 대한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되는 시기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1-09

관저에 갇힌 대통령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관저(官邸)는 고위직 관리가 살 수 있도록 정부에서 관리해주는 집을 의미한다. 이전까진 청와대가 최고 권력자의 관저 역할을 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은 스스로의 결정으로 청와대를 나와 서울시 용산구에 따로 관저를 마련해 살았다.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정치·사회적 혼란 속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와 집행 무산, 연이은 영장 재발부 등으로 용산 대통령 관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관저 지척에선 탄핵 찬성, 탄핵 반대 시위대의 목소리도 뜨겁다. 첫 번째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두 번 실패는 없을 것’이란 태도로 재발부 된 영장 집행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대비해 윤 대통령 관저 인근엔 가시 돋친 철조망이 둘러쳐지고, 입구엔 대형 버스를 이용한 ‘차벽’이 들어섰다. 누군가가 들어가지 못하는 건물이라면, 안에 있는 사람 역시 갇힌 격이 된다. 외신은 앞 다퉈 이 소식을 자기들 나라로 타전 중이다. 국회에서 탄핵된 정부의 수장이 관저에 갇힌 작금의 우리나라 상황. 국민들은 답답하고 남우세스럽다. ‘어진 정치’의 중요성을 말했던 공자(孔子)는 “부끄러울 게 없다면 숨길 것도 없다”고 설파했다. 만약 공자가 살아있어 관저에 갇힌, 또는 숨어버린 한국 대통령을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퇴근 후 보통의 주부들처럼 동네 슈퍼마켓에 들러 저녁 찬거리를 고르던 전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 경호원을 따돌린 채 직접 오토바이를 몰아 연인의 집을 찾아간 전 프랑스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의 ‘활짝 열린’ 태도와 당당한 행동이 부러워지는 요즘이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1-08

CES 2025를 주목하는 이유

우정구 논설위원 전자업계 트렌드의 바로미터라 불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전시회 CES가 어제(7일) 개막됐다. 전세계 160개국 4500여 개 기업들이 참가하는 인류 최대의 신기술 경연장이다. 올해 CES의 주제는 몰입(Dive In)이며 핵심 키워드는 인공지능(AI)이다. 파나소닉, 지멘스, 마그나 등 글로벌 기업들이 총망라한 가운데 국내서는 삼성전자, LG, SK하이닉스 등 대·중소기업 등이 대거 참여했다. 최고의 신기술이 경합을 벌이는 이곳은 앞으로 인류가 살아가야 하는 삶의 방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세계인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올해 CES가 선정한 주제 ‘몰입’은 인공지능을 통해 연결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한다. CES에서 선보인 테크놀로지가 미래의 우리 생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또 그러한 기술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지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AI 기술이 첨가된 로보틱스, 모빌리티, 스마트홈, 디지털헬스 등이 인류의 실생활 전반에 어떻게 영향을 줄 것인지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AI 시장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의 기조연설은 이러한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회에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기업들이 참가했다. 또 CES 측이 주는 기술분야 혁신상에서도 가장 많은 수상을 기록했다. 전체 수상기술 294개 중 44%인 129개를 수상한 나라다. 신기술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인 자랑스런 한국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는 매년 다른 기업과 다른 사람들이 서로 만나 신기술을 놓고 인류의 미래를 고민한다. 이러한 점에서‘인류 최고의 기술경연장’이라는 별칭이 늘 따라 붙는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