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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소방 영웅들

우정구 논설위원 의성산불이 7일째 계속되던 날. 한 소방관이 SNS에 올린 사진이 화제가 됐다. 사진은 야외 주차장 땅바닥에 얼굴을 감싼채 누워있는 소방관의 모습이다. 다른 하나의 사진은 아스팔트 바닥에 지쳐 누워있는 또 다른 소방관 모습이다. 계속된 화마와의 사투에 지쳐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닥에 몸을 바로 눕힌 듯한 소방관들의 모습이다. 사진은 70만 건 조회를 기록했고 누리꾼들은 “몸조심 하시라”는 등 소방관의 안전을 걱정하는 댓글들을 올렸다.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의성산불 진화의 주인공은 역시 소방관이다. 괴물처럼 신출귀몰하는 산불과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들의 헌신적 노력은 직업정신을 논하기 전 그들의 숭고한 희생봉사정신에서 모두가 감동한다.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그들이 있기에 국민의 안전이 지켜지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다, 최근 10년간 통계를 보면 한해 5명꼴로 소방관들이 재난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다. 이번 산불 진압과정에서도 소방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소방업무는 늘 사고를 곁에 두고 있다. 한 소방관의 말처럼 “죽을 뻔했다”는 말이 장난으로 하는 말이 아님을 체험으로 느끼는 것이 그들의 일상이다. 조선시대 한양에는 소방을 전담하는 금화도감이 있었다. 그곳에 근무하는 이를 금화군으로 불렀고, 이후에는 불을 멸한다는 뜻에서 멸화군으로 불렸다. 비록 이름은 달라졌지만 화재와 재난에 대응하는 소방관들의 소임은 지금도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누군가는 위험에서 달아나지만 누군가는 위험으로 달려간다. 우리는 그들을 영웅이라 부른다”는 말이 생각 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3-30

기우제

우정구 논설위원 기우제는 가뭄이 오래가면 비를 내리게 해달라고 비는 국가나 마을 단위의 제례 의식이다. “비가 오지 않으면 왕이 몸소 기우제를 올렸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이 있나 하면 조선왕조실록에는 음력 매년 4월에서 7월 사이에 기우제를 거행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사회에는 기우제가 중요한 의식의 하나로 여겨졌다. 기우제 기간에는 국왕과 백관들은 근신을 했다. 국왕은 정전이 아닌 바깥에서 정무를 보고, 임금의 수라상 반찬 가짓수도 줄였다고 한다. 도룡뇽 기우제라는 게 있었다. 도룡뇽을 비바람을 일으키는 용의 일종으로 보고 그를 향해 기도 드리는 방식이다. 단지에 도룡뇽을 담아놓고 아이들에게 “비를 내리게 해주면 풀어준다”는 식의 주문을 하게 하는 의식이다. 벼농사를 주업으로 살아가는 우리나라는 기우제를 어떤 제례의식보다 중시했다. 그 종류도 많고 제사 대상의 신도 많다. 묘파기, 디딜방아 훔치기, 물병 거꾸로 달기 등이 기우제에 동원된 풍속물이다. 디딜방아는 곡식을 찧는데 쓰는 농기구지만 사람의 힘이 가장 많이 축적된 기구란 뜻에서 의식의 도구로 잘 활용된다. 마을에 따라서는 훔친 디딜방아를 마을 입구에 거꾸로 세워두고 악귀와 질병을 쫓았다고 한다. 미국 인디언들이 지내는 기우제는 반드시 비가 온다는 속설이 있다.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게 아니고 기우제를 한번 시작하면 비가 올 때까지 하기 때문이다.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이 경북 북동부 산간 농촌마을을 초토화 시켰다. 비가 와야 불길을 잡을 것 같은데 온 국민이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형편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3-27

좀비, 괴물, 악마로 변한 산불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사실 관계를 다루는 신문 사회면 기사는 어지간해선 은유나 상징, 비유의 문장을 사용하지 않는 게 묵시적인 불문율이다. 그럼에도 발생한 사고나 사건이 사람들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어마어마하게 큰 피해를 야기하는 경우엔 간혹 그 약속이 깨지기도 한다. 5일 넘게 경상북도 일대를 잿더미로 만들고 있는 ‘의성 산불’은 산림 파괴와 주택 소실이라는 재산 피해와 함께 적지 않은 인명 피해까지 낳았다. 인간의 목숨은 무엇보다 귀한 가치다. 화마에 희생된 사람의 가족들 심정을 떠올리면 참담한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의성에서 시작돼 인근 안동시와 청송군, 거기에 영양군과 영덕군까지 위협한 이번 산불을 신문과 방송에선 ‘괴물’ ‘악마’ ‘좀비’ 등으로 지칭하고 있다. 기자들이 의인화(擬人化·사람이 아닌 걸 사람에 빗대 표현하는 것)된 문장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참혹한 상황이 짧지 않은 시간 계속됐다. 불이 난 지역의 주민들은 물론, 어려움 속에서 화재 진압에 나선 소방대원과 공무원을 무시로 겁박하고 있었으니 경북 일대를 공포와 공황 속에 빠뜨린 이번 산불을 좀비, 악마, 괴물로 부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화재로 인한 매캐한 연기와 살인적인 열기는 피어나는 화사한 꽃들 속에서 내일의 희망을 설계해야 할 경북민들의 봄까지 빼앗아갔다. 주저앉아 울고 있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세상에 영원히 지속되는 고통은 없는 법. 조속한 진화와 철저한 재발 방지책의 수립으로 다시는 이런 절망과 피폐의 시간이 오지 않길 바라는 게 우리 모두의 간절한 바람이 아닐까.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3-26

산불, 기후변화가 주범

우정구 논설위원 올 1월 7일 미국 LA에서 발생한 산불은 같은 달 31일까지 불길이 이어졌다. 캘리포니아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파괴적인 산불로 기록된 화재다. LA 카운티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이 산불은 긴 시간만큼 엄청난 피해를 남겼다. 불탄 면적이 샌프란시스코 면적을 능가할 정도였고, 불탄 자리는 핵폭탄을 맞은 히로시마에 비견되기도 했다. 3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이재민만 20만명이 넘었다. 미국의 한 미디어그룹은 피해 규모를 2750억 달러(한화 400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산불로 LA 전역은 심각한 대기오염이 유발됐으며 예정된 스포츠 경기 등은 모두 연기됐다. 산불을 틈타 빈집털이가 성행해 경찰이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산불이 몰고 온 사회경제적 손실은 천문학적이며 복잡했다. LA뿐 아니라 지금은 북미와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산불이 자주 일어나 나라마다 골머리를 앓는다. 2023년 하와이에서는 산불 발생으로 100명이 숨지고 1300명이 실종되는 일도 벌어졌다. 산불 발생의 직접적 원인은 사소한 부주의에서 일어나지만 발화한 산불이 급속도로 커지는 데는 기후변화라는 숨은 이유가 존재한다. 지구 온난화 후 일어나는 폭염과 가뭄 등 이상기후 현상이 사실상 산불 발생의 주범이다. 가뭄에 말라버린 식물은 불쏘시개가 되고 강력한 강풍은 화마를 걷잡을 수 없이 키우게 된다. 경북 의성과 경남 산청군 등에서 발생한 산불이 며칠째 불길이 잡히지 않은 것도 건조한 대기와 강한 바람 때문이다. 지구환경에 순응하는 인간의 진실된 노력이 없다면 인간은 감당키 어려운 재앙에 직면할지 모른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3-25

1천만원 써서라도 키 큰 자식으로?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훤칠한 외모와 큰 키도 사회생활의 경쟁력”이란 이야기가 세간을 떠돈 것은 이미 꽤 오래전이다. 세상의 변화에 따라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를 이야기하면 고루하다는 말을 듣는 시대가 됐다. ‘몸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귀한 것이니 함부로 상하게 하거나, 애초의 형태를 바꾸지 않는 게 효도의 시작’이라는 지난 시대의 가르침이 부모들에서부터 먼저 무너지고 있는 듯하다. 24일 세계일보에 눈에 띄는 기사 하나가 실렸다. 세칭 ‘키 크는 주사’로 불리는 성장 호르몬 치료제의 시장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보도다. 작년에만 키 크는 주사가 27만 회 처방됐고, 이는 3년 전과 비교하면 2배가 늘어난 수치라 한다. ‘서울에서 1만1444명이 처방받았고, 경기도 7164명, 대구시 2947명, 부산시 2346명 등 전국적으로 성장호르몬 치료제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고 기사는 이어진다. 성장 호르몬 주사의 비용은 만만찮다. 1년에 1000만원 안팎이 사용된다. 거기에 어린아이가 길게는 3년 동안 일주일에 6번 주사를 맞아야 하는 고충도 따른다. 짐작하다시피 주사 맞는 걸 좋아하는 아이는 거의 없다. 부모는 적지 않은 돈을 쓰고, 아이는 두려움과 울음을 참으면서까지 ‘키가 큰 어른’이 돼야 하는 걸까? 의구심을 가지며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나폴레옹이 키가 커서 유럽 대륙을 집어삼킨 건 아니다. 그는 오척단구였다. 또한, 존경할 만한 과학자나 의사가 되는 게 키와 무슨 상관이 있나. 중요한 건 ‘몸의 높이’가 아닌 다른 사람을 포용하고 연민하는 ‘마음의 넓이’가 아닐지.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3-24

필사즉생

우정구 논설위원 최근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삼성의 위기론을 꺼내며 던진 사즉생(死卽生)이 화두다. 삼성은 계열사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을 실시하고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 돼 줄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글로벌 경쟁시대다. 한눈 잠시 팔다가는 기업 하나 사라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반도체에서 SK에 밀리고 스마트폰이나 가전도 해외 기업들부터 맹렬히 도전을 받으니 세계 초일류 기업인 삼성인들 생존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즉생은 중국 노나라 때 정공법 병법서로 소문난 오기가 쓴 오자병법 치병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필사즉생 행생즉사’(必死卽生 幸生卽死)로 “반드시 죽으려는 자는 살고 요행이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이다”라는 뜻이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명랑대전을 앞두고 부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한말로 우리 국민 사이에서도 잘 알려진 표현이다. 사즉생은 전쟁터에서 장수가 지녀야 할 당연한 덕목이다. 장수에게 사즉생 각오가 없다면 그의 부대는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특히 시대와 상황을 막론하고 지도자라면 스스로 몸을 내던질 수 있는 사즉생의 용기 정도는 필수라 하겠다. 삼성의 사즉생을 두고 1993년 선대 이건희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바꾸라”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에 버금가는 중대 발언이라는 평가도 있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삼성만 사즉생 각오가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기업의 크고 작음을 떠나 지금은 모든 기업이 사즉생 각오로 일해야 할 만큼 위중한 시기다.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책임질 정치인과 공직자도 마찬가지 아닐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03-23

치매사회

우정구 논설위원 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란 질병이 우리사회의 최대 고민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질병 관리에 대한 국가적 비용도 적지 않으나 치매환자의 가족이 부담하는 비용도 큰 짐이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의하면 치매환자 가족 10명 중 4명이 돌봄과정에서 부담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지금은 치매환자가 병원이나 요양원 등에서 치료를 받지만 그것이 환자를 위한 최상의 치료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치매환자 관리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네덜란드의 사례를 보면 치매환자 치료에 대한 선진적 요법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네덜란드 호그백 치매마을은 환자들이 마을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곳이다. 치료진은 가운을 입지 않고 동네마트 점원이거나 지나가는 주민 역할을 한다. 환자들은 가능하면 치매 이전의 라이프 스타일을 누리도록 모든 것을 설계했다고 한다. 호그백 마을은 “환자가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만 머무르면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없다”며 “치매환자도 일반인처럼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호그백 마을의 목적”이라 설명한다. 요양원에서 의학적인 치료에 집중하는 것보다 환자가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을 선택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복지 예산이 많은 선진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치매 후 황폐해진 삶을 돌보는 치유 방법에 대해서는 우리도 자성할 부분이 있다. 내년이면 우리나라는 치매환자 100만명 시대를 맞는다. 65세 이상 노인 10병 중 1명 꼴이다. 암보다 더 무섭고 두려움의 병으로만 여기지말고 호그백마을처럼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치유법을 강구해야 할때가 됐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3-20

AI, 어떤 직업을 사라지게 만들까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10~20년 전. 스티븐 스필버그와 리들리 스콧이 할리우드에서 만든 AI(인공 지능) 관련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에이, 저게 말이 되나. 감독의 상상력이 과도하군.’ 그런데 그게 말이 되는 세상이 눈 깜짝할 사이에 도래했다. 인간만이 가졌다 믿었던 학습, 추리, 논증 따위의 기능을 갖춘 컴퓨터 시스템이 생활 곳곳으로 이미 파고든 것. 세계는 자연 언어의 이해, 음성 번역, 로봇 공학, 인공 시각, 지식 획득, 인지 과학 등에 AI를 활용 중이다.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화가 불과 몇 십 년 사이에 세상을 뒤흔들고 있는 형국이다. 인간을 대신하는 시스템의 개발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게 된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가 낸 보고서는 ‘3년 이내에 산업 현장에서 서비스·물류·인사관리 영역은 AI가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세계 각국 기업 관계자 1400명에게 물어 대답을 받은 결과다. 대규모 해고 사태도 예언됐다. 응답자의 15%가 “서비스 직종 분야에 향후 3년 사이 총원의 20%를 초과하는 대규모 감원이 있을 것”이라 답했으니. 편리를 위해 개발된 컴퓨터 시스템이 특정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위협으로 다가서고 있는 듯하다. 세상의 변화는 이처럼 숨 가쁘고 예측을 불허한다. 좋건 싫건 그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더 큰 문제다. 상상력과 창의력 분야에선 아직 AI의 역할이 미미하지만, 그것도 앞으로는 알 수 없는 일. 터무니없어 보이던 영화가 명명백백한 현실이 되기까지의 시간을 감안한다면, AI 발달의 미래는 누구도 함부로 예상하기 어렵게 됐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3-19

네 탓 하는 정치

우정구 논설위원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네 탓 공방이 가관이다. 우리나라 여야 정치가 책임보다 책임을 전가하는 네 탓에 익숙한 분위기라지만 민감국가 지정을 둘러싼 여야간 네 탓을 보면 한심할 지경이다. 민감국가란 미국정부의 안보를 위협할 우려가 있거나 테러지원 등의 우려가 있는 나라를 대상으로 미국이 일종의 규제를 가하는 제도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이 이에 해당하는 나라다. 오랜 동맹관계의 한국을 민감국가에 올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한국의 입장에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기분”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더구나 미국이 민감국가 목록에 동맹관계인 한국 이름을 올린 배경에 대해 아직도 우리나라 외교당국이 정확한 사유를 모른다고 하니 국가 외교력에 공백이 생긴 것 같아 실망이 크다. 이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은 더 실망스럽다. 야당은 “계엄선포 탓”이라며 공격하고 여당은 “탄핵남발 탓”으로 응수하는 등 책임 떠넘기는 모습이 한국 정치 수준을 짐작케 하고 있다. “넘어지면 막대 타령”이란 우리 속담이 있다. 제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는 탓하지 않고 애꿎은 남탓할 때 쓰이는 말이다. 김수환 추기경은 “내 탓이오”란 이름으로 스스로 책임지는 사회혁신 운동을 벌였다. 남 탓하기 전에 자신부터 되돌아보는 사람이 되자는 운동이다. 사람의 심리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렇지만 정치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 국가 이익과 국가 미래 앞에서 네 탓보다는 내 탓을 하는 책임있는 정치가 돼야 한다. 네 정치 이제는 끝내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3-18

국공립 어린이집이 혐오시설?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최근 한국일보의 한 보도가 적지 않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요약하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다. 지난해 말. 서울 종로의 어느 아파트에서 운영되던 민간 어린이집이 사정상 문을 닫게 됐다. 폐원된 어린이집을 대신할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극단적으로 갈렸다고 한다. 사람 사는 세상이니 다양한 견해 표출이야 별반 이상할 게 없다. 그러나, 국공립 어린이집으로의 전환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내뱉은 말들은 도가 지나치다. “우리가 사는 곳에 국공립 어린이집이 들어오면 저소득층, 장애인, 다문화가정 애들도 올 거 아니에요.” “영어유치원이면 괜찮지만 국공립 어린이집은 안 됩니다.” “일과 양육을 병행하기 어려우면 워킹맘을 때려치우세요.” 심지어 “너희들이 거지야?”라는 막말까지 나왔다. 특정 계층을 비하하고, 교육의 균등한 기회 제공이라는 대원칙을 부정하며, 심지어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를 원하는 상대방의 인격을 모독하는 이야기까지 오갔다는 보도에 많은 이들이 혀를 찼을 게 분명하다. 21세기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내 집, 내 식구, 내가 사는 동네다. 더불어 살아가는 걸 지향하는 공동체의 붕괴는 극도의 이기주의와 자기중심주의를 가져왔다. 함께 살아가는 이웃을 돌아보는 경우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특히 자기보다 경제적 형편이 좋지 못한 주변을 바라보는 눈길은 차갑게 식어간다. 요즘 아이들은 같은 동네에 산다고 하더라도 아파트 평수에 따라, 그 아파트가 임대냐 분양받은 것이냐에 따라 친구를 가려 사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과장이거나 거짓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깨달음에 서글퍼진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3-17

사교육비 줄일 묘수는?

우정구 논설위원 지난주 교육부가 발표한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조사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쓰인 사교육비는 무려 29조 원이다. 전년보다 7.7%가 증가했고 4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각종 사교육 경감 대책에도 일선학교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교육비는 좀처럼 줄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이 80%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초등학생은 참여율이 87.7%, 중학생은 78%에 달한다.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경감을 목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늘봄학교 운영 등 각종 대안에도 사교육비는 꾸준한 증가세다. 학생 1인당 사교육비를 분석해 보니 월평균 59만2000 원. 800만 원 이상 고소득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이 300만 원 미만 저소득 가구의 7배나 됐고, 반면에 증가율은 저소득 가구가 고소득 가구보다 더 높았다. 또 지역별로 보면 사교육 참여율은 서울이 86.1%로 최고다. 참고로 대구 81.8%, 경북 75.4%다. 1인당 사교육비 역시 서울이 67만3000 원으로 가장 높았다. 대구는 47만8000 원, 경북은 35만6000 원이다. 통계를 놓고 보면 국내가정의 사교육비 지출은 줄어들 기미가 전혀 안보인다. 지역별로 편차도 심해 이러다 교육 격차가 더 벌어질 판이다. 사교육 열풍이 줄지 않는 데는 학벌주의, 노동시장 불균형 등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함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대구시교육청이 늘봄 확대 등 각종 대안 제시로 사교육 경감에 나서고 있지만 사교육비 추세로 보아 성과가 나올지 의문이다. 교육을 백년대계라 했다. 백년을 내다본 공교육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3-16

우정구 논설위원 봄의 절기로 입춘(立春)이 있지만 실제로 봄기운을 느끼는 시기는 경칩(驚蟄)부터다. 얼음이 녹아 내린다는 우수(雨水) 다음에 오는 경칩은 개구리가 놀라서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때다. 농부들도 이때부터 농사 준비에 들어가는 시기다. 기상학적으로는 3월 중순부터 5월 하순까지를 봄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이제 5월은 더 이상 봄이라 보기가 어렵다. 3월 중순에 들어선 지금 산천 곳곳에서 봄기운을 받은 꽃들이 벌써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이번 주 들어서는 낮 기온도 18도까지 올라서니 겨울이 저만치 멀리 가버린 듯하다. 봄은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의 계절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사람들도 가슴을 활짝 펴고 따뜻한 햇볕의 봄기운을 만끽한다. “겨울이 가고 봄날이 왔다”는 말은 고생이 끝나고 행복한 날이 시작됐다는 뜻으로 통용된다. 젊음을 뜻하는 청춘의 춘(春)은 봄이다. 인생의 황금기인 청춘에 춘 자가 들어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사람들은 이름에도 춘 자를 넣고 혹은 봄 자를 그대로 쓰기도 한다. 봄 그 자체가 신선하고 희망적으로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의 봄이나 프라하의 봄처럼 정치에서 봄은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다. 봄은 젊음이자 희망이요, 변화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표징이라 하겠다. 지루했던 겨울이 끝나고 봄이 돌아왔다. 한 시인은 “봄이 오면 겨울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교훈을 기억하라”고 말했다. 겨울 동안 힘든 시간을 견디어 내면서 배운 것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한다는 뜻이다. 정치적으로 대혼란기에 맞은 올해의 봄에는 모두가 지난 날을 기억하며 희망을 노래했으면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3-13

남자도 ‘황혼 이혼’을 꿈꾼다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주변을 둘러보라. 퇴직한 60~70대 남성들의 푸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젊었을 땐 죽어라 일만 하며 월급 다 가져다주고 살았는데, 직장에서 나오니 이제 아침저녁 밥 얻어먹는 것도 아내에게 눈치가 보인다.” 하루 세 끼를 모두 집에서 먹는 퇴직 남성들이 ‘삼식이 남편’이라 불리는 세태를 부정할 수 없다. 변화한 세상이 만든 서글픈 풍경. 이런 현실을 감안한 것일까? 오랜 세월을 함께 산 부부가 나이 들어 헤어지는 ‘황혼 이혼’이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이혼을 원하는 건 대부분 여성이라고 생각하지만, 요즘엔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최근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내놓은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상담소를 찾은 5065명(여성 4054명·남성 1011명) 중 60대 이상 여성의 비율은 22%로 2004년 6.2%에 비해 3배가 늘었고, 같은 기간 60대 이상 남성의 상담 비율은 8.4%에서 43.6%로 5배 이상 폭증했다. 황혼 이혼을 원하는 남성이 여성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것. 이혼 상담자의 연령대도 여성은 40대가 가장 많았지만, 남성의 경우엔 60대 이상이 43.6%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심상찮은 일이다. 더 이상 아내와 살고 싶지 않다는 60대 이상 남성이 갈수록 늘어난다. 60대 이상 남성들이 이혼하려는 건 장기 별거, 성격 차이, 아내의 가출이나 폭력이 주요 이유였다. 맞고 사는 여성만 있는 게 아니라, 아내의 막말과 폭력을 고민하는 남성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대다수 젊은이들은 결혼을 꺼리고, 노년층은 이혼을 꿈꾸는 21세기. ‘해로하는 부부’는 이제 소설 속에서나 만나게 될 것 같아 걱정스럽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3-12

결혼 필수 아니다 60%

우정구 논설위원 “자신에게 실망하지마/ 모든 걸 잘할 순 없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 인생은 지금이야/ 아모르파티/….” 가수 김연자의 노래 ‘아모르 파티’의 일부 내용이다. 아모르 파티란 라틴어로 운명에 대한 사랑이란 뜻이다. 고통과 상처, 좋고 나쁜 것을 포함하여 내 인생에 발생하는 모든 것은 운명이며, 이 운명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사랑하라는 매우 심오하고 철학적인 뜻이 담긴 용어다. 독일의 허무주의 철학자 니체의 운명관을 나타내는 말로도 설명되기도 한다. 김연자가 부른 ‘아모르 파티’는 또 다른 구절에서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가슴이 뛰는대로 가면 돼” 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이 구절에 가면 세상이 정말로 이렇게 바뀌어가고 있나 하는 느낌이 든다. 노래 가사의 영향을 받았을까 아니면 우리 시대의 가치관이 바뀌어가서일까. 최근 인력자원관리 회사인 리쿠르트가 젊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결혼관에 대한 조사를 해보았더니 응답자의 60%가 “결혼은 필수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남녀별로 보면 남성은 49.7%가 필수가 아니라고 답한 반면 여성은 75.3%가 필수가 아니라고 대답했다. 여성 직장인들 사이에 결혼을 필수로 여기지 않는 인식이 넓게 퍼져가는 것임을 직감할 수 있다. 또 기업 규모에 따라서도 약간의 차이가 보였다. 대기업 근무자는 56.2%가 필수가 아니라고 답한 반면 중소기업 근무자는 그보다 높은 61.3%가 필수가 아니라고 대답했다. 급변하는 사회와 여성들의 사회진출 등 과거와 달리 결혼관이 바뀔 요인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0명 중 6명이 결혼이 필수 아니라고 한다면 결혼관의 심각한 변화 아닌가. 저출산 국가에서 말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3-11

1억원이 높인 출산율?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큰 액수의 돈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면 곤두박질치는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 아직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관해 섣불리 답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질문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가 특정 도시에서 확인되고 있는 듯하다. 최근 언론사의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1년간 서울시와 6대 광역시 중 한 도시를 제외한 나머지는 인구가 모두 줄었다. 그렇다면 인구나 늘어난 곳은 어딜까? 인천이다. 10일 발표된 인천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시의 주민등록인구는 302만7854명. 전월과 비교해 4205명이 증가한 수치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중 인구 증가 1위의 기록. 뿐 아니라 인천은 작년 출생아 수 증가율도 전국 1위였다. 지난해 인천의 출생아 수는 1만5242명으로 전년보다 11.6%가 늘었다. 전국 평균 3.6%를 3배 이상 웃돈다. 그렇다면 한국 대다수의 지자체가 고민하는 ‘인구 증가’와 ‘출산율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인천시의 묘수’는 뭐였을까. 전문가들은 ‘아이플러스 1억 드림’과 ‘천원주택’에 주목하고 있다. 아이플러스 1억드림은 인천에서 태어나는 아이에게 18세까지 1억원을 지원하는 정책. 인천시 천원주택은 월 3만원의 임대료를 받고 신혼부부 등에게 최대 6년간 주택을 임대하는 사업이다. 출산율을 높여 인구를 증가시키려는 인천의 통 큰 지원이 실질적인 효과를 보이기 시작한 것일까? 금전 지원이 출산율을 높인 사례는 부영그룹의 ‘출산장려금 1억원 지급’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어쨌거나 어떤 방법을 사용하건 아기들의 환한 웃음을 더 많이 봤으면 좋겠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3-10

빵과 장미의 날

우정구 논설위원 지난 주말인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올해로 117주년 되는 기념일이다.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은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 노동자의 희생을 기리며 대규모 시위를 벌인다. 1만5000여 명이 참여한 시위대는 정치적 평등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 임금인상 등을 요구했다. 당시 미국 여성들은 먼지가 가득한 최악의 작업 환경에서 하루 12∼14시간씩 일을 했지만 노동조합 결성권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권리조차 부여받지 못했다. 이후 세계 각국에서 남녀차별 철폐와 여성 지위향상 등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1977년 유엔이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하게 된다. 1908년 시위에 나선 여성 노동자들은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는 구호를 외쳤다. 여기서 빵은 남성과 비교해 저임금에 시달리는 여성의 생존권을 의미하고 장미꽃은 참정권을 뜻하는 표현이었다고 한다. 한국은 1985년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날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했다. 해마다 이 날이 되면 일부 단체는 지역의 근로자, 시민을 대상으로 빵과 장미꽃을 나눠주는 행사를 벌인다. 빵과 장미는 여성의 지위 향상과 양성평등의 상징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권익은 경제 대국이란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많이 미흡하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 여성의 고용률은 61.4%로 OECD 38개국 중 31위다. 20년째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성별 격차 지수에서 한국은 세계 146개국 중 94위로 조사됐다. 한국의 양성평등 문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03-09

봄을 알리는 두꺼비 행렬

우정구 논설위원 두꺼비는 행운과 변화를 상징하는 동물로 표현된다. 우리나라 민화나 전설에도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다. 보통 두꺼비 꿈을 꾸게 되면 사람들은 길조로 여기는 경향이 많다. 특히 황금두꺼비를 꿈에서 보았다면 재물운이 크게 상승할 것이란 말을 듣는다. 몸길이 60∼120mm 정도의 두꺼비는 개구리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모양이나 행동방식 등에서 차이가 있다. 개구리는 녹색 피부를 가졌지만 두꺼비는 갈색 피부를 가지고 있다. 특히 두꺼비는 머리가 몸통에 비해 크고 몸 등면에는 많은 피부 융기가 돋아있다. 두꺼비는 주로 육상에서 생활하면서 곤충과 지렁이 등을 잡아 먹고 산다. 산란기에는 늪과 같은 습지에 모여 알을 놓는다. 대구시 욱수동 망월지는 국내 최대 규모 두꺼비 산란지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매년 이맘때면 1000여 마리의 성체 두꺼비가 산란을 위해 망월지로 이동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올해는 늦추위 탓에 예년보다 조금 늦게 산란을 위해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보통 암컷 두꺼비 한 마리가 약 1만개의 알을 낳는다고 한다. 이곳 망월지서 깨어난 새끼 두꺼비는 5월이면 서식지인 산으로 다시 이동하게 되는데, 이 또한 광경이 놀랍다. 보존가치 문화유산 운동을 펼치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2010년에 망월지를 꼭 지켜야할 자연유산에 선정했다. 관할 구청인 대구 수성구는 자연생태 보존을 위해 망월지 일대를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두꺼비의 이동이 시작됐다는 소식은 곧 봄이 온다는 말과 같다. 계절의 변화를 깨닫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두꺼비의 행렬이 반갑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3-06

줄어드는 아이들, 늘어나는 빈집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급격한 인구 감소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갈수록 떨어지는 출산율과 가속화되는 고령화는 전 세계가 안고 있는 공통적인 고민이다. 세칭 ‘인구 절벽’이 국가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형국. 최근 낮은 출산율과 줄어드는 인구를 실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비단 농어촌 지역만이 아닌 일부 도시에서까지 초등학교 입학생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기사가 이어졌다. 강화군 삼성초교 등 인천 7곳, 춘천 당림초교 등 강원 21곳, 울산 1곳(울주군 상북초교 소호분교), 경기 1곳(여주 이포초교 하호분교), 익산 용안초교 등 전북 25곳, 여수 돌산초교 등 전남 32곳, 충북 7곳, 충남 16곳 초등학교엔 올해 입학하는 신입생이 1명도 없었다. 그러니, 입학생 없이 학사 일정을 시작할 수밖에. 신입생이 단 1명인 초등학교의 입학식 풍경이 기사화되기도 했다. 홀로 선생님과 만난 어린 학생의 얼굴이 쓸쓸해 보였다. 해마다 이맘때면 북적거리던 전국의 초등학교 입학식 모습은 이제 빛바랜 옛날 사진으로만 남았다. 아이들은 줄어드는 반면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은 매년 늘어간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5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빈집 수는 2023년 말 기준 153만4919호. 전체 주택 수 1954만6299호의 7.9%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 2015년과 비교하면 빈집의 수가 43.6%나 늘어났다. “증가하는 빈집은 도심 슬럼화로 이어지고, 범죄 발생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는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2025년 봄이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3-05

청년연령 논란

우정구 논설위원 청년연령의 기준점을 두고 설왕설래가 잦다. 우리나라 청년 나이는 청년기본법에 따라 19∼34세까지다. 그러나 결혼적령기가 늦어지고 기대수명이 느는 등 사회적 변수의 등장으로 오래전부터 청년 나이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자주 제기돼 왔다. 올들어 국회서도 청년연령을 39세까지 상향하자는 청년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제 청년연령은 시간의 문제지 사실상 상향이 기정화된 상태다. 하지만 문제는 법 개정안 발의에도 불구, 전국 지자체에서는 이미 조례를 통해 청년연령을 상향한 곳이 많다는 것이다. 행안부에 의하면 전국 226개 시군구 가운데 83곳이 40대를 청년연령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한다. 일부 지역은 49세까지를 청년으로 규정한다. 경북도내만 해도 22개 시·군 가운데 14곳이 40대를 청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청년기본법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조례를 통해 청년의 연령을 상향하면 그 지역에서는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청년들의 사회 안착을 위해 지원하는 정부 지원금이 지역마다 나이가 각기 달라 형평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도시청년과 시골청년의 기준 연령이 다르고 경북도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청년연령의 기준이 서로 다른 모순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노령화하고 청년인구가 줄어드는 농촌 입장에선 청년연령의 상향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건강 나이가 그만큼 늘어난 것도 연령 상향의 이유가 된다. 그러나 국가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청년 나이가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법 개정이 문턱에 들어선 만큼 청년의 의미를 새롭게 정립한다는 차원에서 청년연령 논란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3-04

청년들 죽음 내몬 ‘전세왕’의 형량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30대에겐 전세보증금이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 그걸 사기에 의해 모두 잃는다고 가정해 보자. 크나큰 절망감과 견디기 힘든 고통에 빠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니, 그런 사기를 주도하거나 조력한 자들의 죄는 결코 작지 않다. 3년 전, 다수의 청년 세입자를 패닉에 빠뜨린 이른바 ‘전세 사기’가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 사회 문제가 됐다. 몇몇 청년들은 대출 등으로 겨우 마련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전전긍긍하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가족들은 통곡했다. 그때 사기 혐의로 검거된 이들을 세상은 ‘빌라왕’ ‘전세왕’이라 불렀다. 최근 그 악질 전세 사기범들이 줄줄이 재판 후 형을 선고받고 있다. 그런데, 형량이 국민들의 법 감정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전세 사기 주범은 10년 안팎의 징역형, 사기를 방조하거나 도운 공인중개사 등은 집행유예나 무죄를 받은 것. 일례로 인천 미추홀구에서 세입자 191명을 기망해 전세보증금 148억원을 가로챈 60대 사기꾼 남씨에겐 2심에서 징역 7년이 선고됐다. 1심 형량 15년이 2심에서 절반 이상 깎인 것이다. 피해자들이 “대한민국이 사기 공화국이란 걸 법원이 선언했다”며 반발한 건 당연지사. 법조계에선 "현행법상 사기죄 가중 처단형은 징역 15년이다. 입법 한계가 있어 높은 형량을 선고할 방법이 없다"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한다. ‘사기죄의 양형 기준을 대폭 고치거나, 국회가 사기죄를 엄벌하는 형법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과 피해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외면해선 안 될 때가 된 듯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