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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여섯 살 모차르트의 첫 연주여행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불멸할 것이 자명한 클래식 작곡가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가 태어난 잘츠부르크에 가본 적이 있다. 녹음 우거진 여름이었다. 운 좋게도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모차르트 추모음악회는 천재 작곡가를 자랑스러워하는 고향 사람들과 그곳을 찾은 관광객 모두를 즐겁게 했다. 연주된 모든 곡들이 좋았다. 18세기 비엔나 고전파를 대표하는 모차르트는 35년의 짧은 삶을 살았지만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사람들을 감동시킨 수많은 곡들을 작곡했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 루트비히 판 베토벤과 더불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로 칭송받는 그는 “음악 역사의 기적” “성스러운 인간”이라고 숭배받기까지 한다. 지금으로부터 263년 전인 1762년 1월 7일은 바로 그 모차르트가 첫 번째 연주여행을 떠난 날이다. 당시 모차르트는 겨우 여섯 살이었다.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아버지와 누나의 악기 연주를 들으며 자란 그는 음악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세 살 때 쳄발로를 연주했고, 다섯 살 때는 작곡을 해낼 정도. 그러니, 아장거리는 걸음걸이의 여섯 살 아이가 유럽 전역으로 연주를 위한 여행을 떠났다 해도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러나, 이 천재 아이의 삶이 마냥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다. 음악 외에 다른 것에는 관심을 가질 시간이 없었으니 세상 이치에 어두웠고, 작곡이 아닌 다른 분야의 해석력은 백치에 가까웠다는 이야기가 떠돈다. 유럽의 겨울도 한국처럼 춥다. 꽁꽁 언 고사리손으로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옮겨 다니며 피아노를 쳤던 여섯 살 모차르트를 떠올리면 부럽다기보다는 측은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1-06

아주 보통의 하루

우정구 논설위원 영국 속담 한토막 소개한다. “하루만 행복하려면 이발소에 가라, 일주일을 행복하려면 결혼을 하라, 한 달을 행복하려면 말을 사라, 일 년을 행복하려면 집을 사라, 평생을 행복하려면 정직하게 살아라” 평생을 정직하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삶인지를 교훈적으로 가르치면서 정직한 생활 자체가 행복의 중요 요소임을 시사하는 내용이다. 많은 사람에게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대다수가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라 대답할 것이다. 고대의 위대한 철학자가 인생의 목표는 행복이라고 말해서가 아니라 사람은 본능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면 무엇이 행복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은 각기 다르다. 행복이란 가치가 매우 주관적이고 포괄적 개념이어서다. 사전에는 부족함이나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안심해 하는 심리적 상태를 행복으로 규정하고 있다. 말하자면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만족을 느껴야 하는 안정된 심리상태인데, 이는 개인이 느끼는 정도에 따라 행복의 편차가 있을 수 있다. 트렌드 분석지 ‘트렌드 코리아 2025’가 올해 트렌드 중 하나로 ‘아보하’를 꼽았다. “아주 보통의 하루”를 줄인 말로 특별히 행복하거나 불행하지도 않은 평범한 하루란 의미다. 그저 출근하고 퇴근해 가족과 함께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무탈 무사한 일상을 말하는 것이다. 무한경쟁 시대에 지쳐 살아온 현대인의 반발 심리가 낳은 트렌드인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삶의 자세가 될 것 같아 트렌드의 흐름에 관심이 간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1-05

‘천상운집’의 해

우정구 논설위원 해가 바뀌면 누구나 한번쯤은 새롭게 각오를 다지게 마련이다. 비록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될지는 모르나 올 한해를 어떤 마음으로 맞이하며 가야 할지 각오를 다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나 직장 등에서는 구성원이 한 목표로 일치단결해 나아갈 수 있게 시의적절한 사자성어를 선택해 연초에 발표한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신년사에서 “어려움을 알고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뜻의 ‘지난이행(知難而行)’을 꼽았다고 한다. 위중한 국내외 경제 상황을 잘 인식하고 대응하자는 의도로 보인다. 중소기업계서는 신년 각오로 “인내심을 발휘해 어려움을 이겨낸다”는 뜻의 ‘인내외양(忍耐外揚)’을 선택했다. 앞으로 닥칠 경제적 어려움을 잘 견뎌내자는 뜻이다. 상당수 단체장도 신년 화두로 사자성어를 내세우고 있다. 지역민에게 새해 각오와 시정 의지를 밝히는 데 목적이 있다.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발전하자”는 ‘마부정제(馬不停蹄)’나 “뿌리가 튼튼해야 가지가 무성하다”는 ‘근고지영(根固枝榮)’, “호랑이처럼 예리하게 보고 소처럼 우직하게 걸어간다”는 ‘호시우행(虎視牛行)’, “이슬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노적성해(露積成海)’ 등은 단체장이 잘 인용하는 글귀다. 반면에 개인들은 “근심과 걱정이 없는 한해가 되라”는 ‘무사무려(無思無慮)’, “성공은 포기하지 않음에 있다”는 ‘공재불사(功在不舍)’, “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는다”는 ‘자강불식(自强不息)’과 같은 덕담이나 개인적 희망을 소재로 삼는다. 정국 불안으로 혼란스러운 모든 국민에게 올해는 온갖 복되고 좋은 일이 구름처럼 모여든다는 ‘천상운집(千祥雲集)’의 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1-02

북한군, 새해엔 고향으로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남의 나라 전쟁터에 보내진다는 건 개인의 고통인 동시에 국가적 비극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지역으로 북한 군인들이 파병됐다는 소식에 이어 그들 중 다수가 전투 중 사망하거나 다치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청춘의 한 시절을 군대에서 보낸 한국 남성들은 그들의 처지가 안타까워 혀를 찬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변변찮은 장비만을 갖추고 전장에 투입된 북한군 1000여 명이 벌써 사망했다고 한다. 북한군은 주로 우크라이나 군대가 점령한 러시아 쿠르스크 인근에서 목숨을 잃었다. 미국 고위 당국자의 지적처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들의 땅을 되찾기 위해 외국 군대(북한군)를 동원한 건 몹시 우려스러운 일”이 분명하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와 북한군 장교들이 병사들의 투항을 막기 위해 처형도 불사하고 있다”는 끔찍한 이야기를 전했다. 북한 군인들은 고향에 남겨진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생포될 위기에 처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말까지 떠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무고한 청년들을 죽인 죄를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2차대전 시기. 러시아는 전쟁이 뭔지도 모르는 시골 청년들을 징집해 3명당 총 1자루만을 주고 독일군의 포탄이 쏟아지는 전장으로 내몰았다. 20세기의 비극이 21세기에도 반복되고 있는 러시아. 그 비극의 대상이 북한 젊은이들로 옮겨간 형국이다. 2025년 새해가 밝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포연이 하루바삐 걷히고, 끌려간 북한 군인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형제와 재회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빈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1-01

슬프지 않은 죽음이야 없겠지만…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살 부비고 살며 일생 눈물과 웃음을 함께해 온 식구는 부정할 수 없는 공동의 운명체다. 식구 가운데 하나가 영원히 사라진다는 건 인간에게 뼈가 저리는 고통과 상실감을 준다. 그래서다. 부모형제가 죽은 상가(喪家)에 가보면 여자들은 호곡하고, 남자들은 소리 없이 운다. 동서와 고금이 다를 바 없다. 비록 그 죽음이 예견되고 준비된 것이라 할지라도 아버지와 어머니, 형과 누이를 잃는다는 건 견디기 힘든 아픔이다. 그런데, 식구의 죽음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난데없이 닥친다면 그걸 받아들여야 하는 남아있는 자들의 슬픔은 얼마나 클까? 지난 29일 제주항공 비행기가 무안공항에서 추락했다. 탑승자 중 생존한 사람은 겨우 2명. 179명의 아까운 목숨이 충돌에 의한 충격과 화마(火魔)에 휩싸여 사라졌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불의의 사고였다. 현장은 참혹했다.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에 모여든 탑승자의 식구들은 차가운 시신으로 변한 어머니와 딸, 아버지와 아들, 손자와 손녀, 사위와 며느리를 마주해야 했을 터. 유족들의 놀라움과 서러움은 통곡과 혼절로 이어졌다. 희생자 중엔 겨우 세 살배기 아기와 대학입시를 끝낸 10대 후반 학생들도 있었다. 아들과 며느리, 손자까지를 한꺼번에 잃은 한 여성은 끝내 넋을 잃었다고 한다. 자식을 앞세운 참척(慘慽)의 아픔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위로할 수 있을까.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릴 유족들 앞에선 어떤 말도 하기가 어렵다. 그저 이번 사고로 숨진 이들의 명복을 빌고, 유사한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사후 조치가 있기를 바랄 뿐.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2-30

올드 랭 사인

우정구 논설위원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은 수백년 동안 스코틀랜드에서 전해져 오는 민요다. 작곡가는 미상이나 1788년 스코틀랜드 시인 로버트 번스가 지은 시로 가사를 입혔다. 스코트어로 ‘오랜 옛날부터’라는 뜻이다. 영어로는 ‘아주 오래 된’ 의미의 Old Long Since로 쓰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작별이나 석별의 정이란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1929년 캐나다 태생의 지휘자인 가이 롬바르도의 밴드가 뉴욕의 한 송년파티에서 이 곡을 연주해 유명해졌다고 전해진다. 1997년 영국의 속령이었던 홍콩을 중국으로 돌려주는 반환식 때도 영국군 의장대가 마지막으로 행진하며 연주한 곡이다. 팝, 컨트리, 디스코 등으로 편곡돼 지금까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곡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에 있을 때 안익태 선생이 곡을 붙이기 전까지 애국가 멜로디로 사용된 곡이다. 특히 졸업식이나 송년회 등 석별의 정을 나누는 장소에는 반드시 등장하는 곡이다. ‘우리 오래된 인연을 어찌 잊겠느냐’로 시작하는 노랫 가사는‘우리 한잔의 다정함으로 좋았던 옛날을 위해 축배를 들자’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저문다. 올해만큼 정치가 국민을 실의와 낙담의 경지로 몰아낸 적이 있을까. 교수들이 뽑은 올해 사자성어 도량발호(跳梁跋扈)가 바로 지금과 같은 경우다. 국민과 정부는 안중에 없다. 오로지 권력을 가진 정치만이 세상을 마음대로 휘둘러대는 모습이 꼴불견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올 연말에도 어김없이 ‘올드 랭 사인’은 울려 퍼진다. 희망찬 새해를 기약하기 때문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2-29

동장군이 온다

우정구 논설위원 동장군(冬將軍)은 혹독한 추위를 용맹하고 무서운 장군의 모습으로 빗대 쓰는 표현이다. 기온이 많이 내려간 겨울철이 되면 “동장군이 기승을 부린다”는 말을 보통 잘 쓴다. 반대로 무더운 여름 더위를 빗대 하장군(夏將軍)이란 말을 쓰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아마 더위보다 추위가 사람들에게 견디기가 더 어려운 탓인지도 모른다. 이 말은 1812년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60만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에 쳐들어갔다가 혹독한 추위 때문에 후퇴한 사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곳곳에서 전승을 올리던 나폴레옹도 추위 앞에 완전히 굴복한 것이다. 당시 영국 언론은 나폴레옹의 원정 실패를 ‘General frost’라고 썼다. 일본이 그것을 동장군으로 번역한 것이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48년 서울의 한 일간지가 동장군이란 말을 신문에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나폴레옹은 러시아 전쟁에서 패퇴하면서 결국 몰락의 길로 가게 된다. 러시아는 나폴레옹 전쟁뿐 아니라 북방전쟁,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소전쟁 등에서도 동장군의 도움으로 승리하는 행운을 얻는다. 매서운 추위는 전쟁에 출전하는 장병들에게는 최악의 장애물이다. 맹추위는 장병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영하의 날씨에 계속 노출되면 손발이 어는 동상 환자가 속출할 수 있다. 전쟁은 커녕 제 몸 가누기조차 힘들게 된다. 식량도 얼어 제때 밥을 못먹게 돼 군의 사기는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지구 온난화로 올겨울은 겨울답지 않게 따스했다. 그러나 이번 주 들면서 전국에 강추위가 예보되고 있다. 한번은 지나갈 동장군 소식이다. 단단히 맞을 준비를 해야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2-26

붕어빵과 호빵으로 6000억원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겨울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군입거리가 붕어빵과 호빵이다. 과거 붕어빵은 붕어 모양 틀에 밀가루 반죽과 팥소를 넣어 만들었다. 호빵 역시 반죽된 밀가루 속에 팥을 넣어 뜨거운 증기에 쪄서 먹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입맛도 바뀌었다. 붕어빵 속에 팥이 아닌 슈크림이나 치즈 등을 넣기 시작하더니, 요즘엔 견과류까지 더해 “맛과 영양 2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호언하는 장사꾼까지 등장했다. 호빵 역시 마찬가지. 천편일률 팥이 아닌 만두소나 피자소스를 재료로 사용한 독특한 호빵이 MZ세대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한국 붕어빵과 호빵은 외국인도 좋아한단다. 최근 관세청이 “올해 1부터 11월까지 베이커리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한 4억40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붕어빵, 호빵 등 세칭 ‘K-베이커리’의 수출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에 힘입어 붕어빵과 호빵이 수출 효자상품으로 등극했다는 소식. 뒤이어 연상 작용으로 한국 대중가수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붕어빵을 먹는 독일이나 미국 청소년들이 떠오른다. 10~20년 전엔 상상하지 못했던 광경이다. 붕어빵과 호빵을 포함한 K-베이커리는 세계 120개 나라로 수출되고 있고, 한 해 판매량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6000억원을 넘나든다고 한다. 지난 시절. 불어오는 차가운 겨울바람 앞에서 언 손으로 ‘호호 불며’ 한국의 코흘리개들이 먹던 붕어빵과 호빵이 바다 건너에서도 칙사로 대접받고 있다니 격세지감이다. 오늘 퇴근길엔 오랜만에 붕어빵 한 봉지 사야겠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2-25

트럼프는 억만장자를 좋아해?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한국도 고위직 공무원이 부자인 경우가 흔하다. 대통령과 국무위원 등 정무직 공무원, 1급 이상의 국가공무원,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과 부장판사급 이상 공무원의 재산이 동산과 부동산을 합쳐 수십억 원에 이르는 경우를 보기 어렵지 않다. 많게는 수백억 자산을 소유한 공무원도 있다. 보통의 한국사회 서민들처럼 작은 집 한 채에 약간의 예금만을 재산 공개를 통해 밝히는 고위 공무원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국민은 가난한데 공직자는 부자’라는 일각의 비판이 나올 만도 하다. 헌데, 새롭게 들어설 미국 행정부는 한국보다 더 많은 부자들로 채워질 모양이다. 22일 미국의 주요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국방부 부장관에 억만장자 투자자 스티븐 파인버그를 임명할 것’이라 보도했다. AR-15소총 생산업체와 엽총을 만드는 레밍턴, 또 다른 AR-15 제조업체 DPMS 등을 소유한 파인버그는 동물 사냥을 즐기는 호사가로 알려졌다. 주로 무기 관련 업체 인수에 재능을 보인 그의 재산은 자그마치 12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얼마 전 미국 ABC뉴스는 ‘트럼프 정부에 13명의 억만장자가 참여할 예정’이라는 기사를 내놨다. 트럼프의 사돈인 찰스 쿠슈너, 정부효율부 수장이 될 일론 머스크 등도 파인버그와 유사하게 보유 자산이 최소 수천억에서 수백조 원인 인물들이다. 부자라고 정부를 이끌어가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일생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살아온 그들이 ‘없는 사람들’ 형편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을 듯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2-23

다시 찾아온 크리스마스

우정구 논설위원 기독교 전통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선물은 세 명의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에게 선물을 준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어린아이들은 지금도 크리스마스가 되면 산타 할아버지가 와 선물을 주고 갈 거라고 믿는다. 그리스도 탄생을 기념하는 종교적 의미의 크리스마스 날이지만 이제 이날은 대중 모두가 즐기는 세계적 명절로 변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명절을 축하하며 한해를 보내는 서로에게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는 관습으로 자리 잡았다. 작지만 정성이 담긴 크리스마스 선물은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달래주는 소중한 정표다. 1906년 오 헨리가 발표한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은 크리스마스 선물의 의미를 잘 담고 있다. 가난하지만 서로 사랑하고 살아가는 부부의 이야기는 이렇다. 남편에게는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시계가 유일한 자랑거리다. 아내는 길고 아름다운 황금색 머리카락을 자랑으로 살아가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부부는 서로에게 선물을 준비한다. 가난한 살림 때문에 아내는 고민 끝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남편의 시계에 어울리는 시곗줄을 산다. 남편은 자신의 시계를 팔아 아내 머리를 빗을 멋진 머릿빗을 산다. 서로가 선물을 받아보면서 이제 각자에겐 소용이 없게 된 선물 앞에 눈물을 흘린다. 그렇지만 두 사람의 순수한 사랑은 큰 감동으로 울려온다. 크리스마스가 종교적 의미로 시작했지만 나라와 가정마다 축제로 이어진 것은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것과 같은 순수한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내일이 크리스마스 이브. 국민을 편가르고 사생결단식 싸움에 매몰된 한국 정치인에게 크리스마스는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 것일지 궁금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2-22

지갑 여는 게 애국

우정구 논설위원 조선 후기 실학자로 ‘북학의(北學議)’라는 책을 쓰고 청나라 등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 박제가의 우물론은 지금도 경제학에서 잘 인용되는 구절이다. “무릇 재물은 우물과 같다. 우물은 퍼서 쓸수록 자꾸 채워지는 것이고 이용하지 않으면 말라 버리는 것”이라 했다. 침체된 경제에는 절약이나 저축보다 소비가 미덕이라는 것을 주장한 그의 말이다. 그는 소비 부족이 기술개발의 중단, 실업자 유발, 생산위축과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킬 수 있으므로 생산과 소비의 균형적 모색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치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그의 주장은 당시 양반사회로부터 비난도 받았지만 조선 말기 사회분위기로 보아 놀라운 탁견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그의 이런 이론이 유효수요 이론의 대가 케인스보다 150년 앞선 이론이라 칭찬하는 이도 있다. 1년 중 가장 붐비는 연말연시를 맞았으나 올해는 계엄 사태에 따른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연말 특수가 실종됐다. 연말 특수를 애타게 기다리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음식점은 송년 모임이 잇따라 취소되고 호텔숙박업계도 오겠다는 고객들이 취소하는 바람에 비상이 걸렸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우리 경제의 실핏줄과 같은 존재다. 골목경제가 제대로 돌지 않으면 국내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몰려들 수밖에 없다. 나라에 따라 내수경기 활성화만으로 국내경제가 잘 돌아가는 곳도 있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직시, 공무원에게 송년회나 연말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지금은 모두가 지갑을 열고 소비에 나서는 게 애국하는 길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2-19

유명인들의 세금 체납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먼저 간략하게 백과사전을 인용한다.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납세의 의무를 진다. 납세 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로써 정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조세 법률주의(租稅法律主義)의 원칙을 확립해 법률로써 조세의 종목과 세율을 정하고 있다.’ 재론의 여지가 있을까? 현대국가에선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도 있다. 과세의 형평성에 관한 논란이야 예전부터 지금까지 없지 않았지만, 성실한 세금 납부는 한국이라는 공동체에서 더불어 살고 있는 구성원의 방기할 수 없는 책무다. 최근 국세청이 고액·상습 세금체납자의 명단을 공개했다. 여기엔 작가, 연예인, 방송에 출연한 요리사 등 적지 않은 유명인들이 포함돼 있다. 소설가 김진명은 종합소득세 등 28억9100만원의 세금을 체납했다고 한다. 그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필두로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인기 높은 소설가다. 개그맨으로 활동한 이혁재의 체납액은 2억2300만원이다. 그가 대표로 있는 회사도 부가가치세 등 3억3000만원을 체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수의 방송에서 이름을 알려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요리사 권영민(에드워드 권) 역시 종합소득세 3억4300만원을 내지 않았다. 가수 최성수 또한 장기체납자라고 한다. 고액의 소득은 개인의 능력만이 아니라 다수의 호의적 관심과 지원이 더해져야 얻어낼 수 있음은 불문가지(不問可知). 작가와 연예인이 특히 그렇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큰돈을 벌어들인 사람이 사회적 책무에는 나 몰라라 눈을 돌린다면 그는 만인의 손가락질을 받을 수밖에 없고, 또한, 그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2-18

삶이 짐이 된 영케어러

우정구 논설위원 대구시가 최근 가족이라는 이유로 병든 부모를 돌보고 집안 일을 하며 생계를 책임지는 청춘돌봄이(영케어러) 311명을 발굴하고 이들을 지원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영케어러(Young Carer)는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가족을 부양하는 청소년, 청년들을 이르는 말이다. 13세에서 39세 이하의 영케어러들은 대개 하루 5시간 이상을 가족 돌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그중 절반은 월 100만원 이하의 소득으로 살아간다. 일반적으로 이들 인구는 청년인구의 약 5% 정도로 추정한다. 국내에는 30만명의 영케어러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나 정확한 통계는 없다고 한다. 자신의 꿈을 키우기에도 바쁜 나이에 가족의 생계 등을 돌봐야하는 그들에게는 삶 자체가 고달픔이다. 또래의 남들처럼 여행을 간다거나 스포츠를 즐기는 일 등은 아예 상상이 안 된다. 복지의 사각지대란 복지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 중 정부의 복지 정책에 미치지 못하는 대상자를 말한다. 여러가지 사유가 있으나 소득, 가구유형, 거주지역 등의 요인에 의해 분류된다. 우리나라 복지분야 예산은 전체 예산의 3분의 1수준. 천문학적 금액이다. 많은 복지 예산을 배정하고도 복지혜택을 못받는다는 사람은 늘어만 간다. 한 통계에 의하면 복지 담당자의 약 40% 정도는 복지 사각지대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국제적으로 한국은 잘사는 나라로 인식되지만 빈익빈 부익부 등의 문제로 여전히 복지는 우리사회의 과제다. 학업과 사회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 영케어러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은 복지정책의 새로운 진전이라 할만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2-17

한국, 대설과 동지 사이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눈 내리는 여름이 없듯, 춥지 않은 겨울도 없다. 겨울은 매서운 바람과 차가운 바다가 외려 매력적인 계절이다. 적지 않은 이들이 겨울 낭만을 찾아 두꺼운 외투로 몸을 감싸고 동해의 해변을 걷는다. 친구와 연인, 가족과 함께. 드물게는 홀로 12월의 바닷가를 산책하는 이들도 있다. 절기는 대설(大雪)을 지나 동지(冬至)로 간다. 지금 한국은 겨울의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가는 입구에 서있다. 비단 기온만이 아니라, 사회 전 분야가 차갑게 얼어붙고 있어 많은 이들이 걱정이다. 정치는 혼란스럽고, 사회적 분위기는 우울과 분노를 오가고, 경제는 파탄 일보 직전이란 신호가 들어와 있는 상태다. 24절기 중 21번째 절기인 대설은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 태양의 황경이 255도에 도달한 때다. 대설을 맞은 날 눈이 오면 이듬해엔 풍년이 든다는 이야기가 떠돈다. 동지는 태양이 황경 270도 위치에 있을 때를 지칭한다. 한 해 중 밤이 가장 길어진다. 올해는 21일이 동지다. 양력으로 동지가 음력 동짓달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그믐 무렵에 들면 노동지라고 한다. 이날은 팥죽을 먹는 풍습이 있다. 사람들의 출근길. 어깨 움츠러드는 추운 날씨를 온몸으로 느끼는 요즘이다. 그런데, 마음을 차갑게 하는 일들까지 자꾸 생긴다. 갑작스런 비상계엄 선포와 국민의 노여움, 대통령 탄핵 소추 표결을 둘러싼 갈등과 고위 장성들의 연이은 구속영장 발부….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눈보라 속 같은 이 겨울이 어서 지나고, 누구나 희망과 꿈을 이야기하는 다사로운 봄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 벌써부터 간절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2-16

미국식 네포티즘

우정구 논설위원 네포티즘(Nepotism)은 권력자가 가족이나 친척에게 관직이나 지위 등을 주는 것을 이르는 족벌주의 정치를 이르는 말이다. 조카(nephew)를 뜻하는 라틴어 네포스(nepos)에서 나온 말. 15∼16세기 교황들이 자신의 사생아를 조카로 위장시켜 특혜를 준 관행에서 유래된 말이라 한다. 최근 재능도 없으면서 스타 부모의 후광으로 인기와 돈을 버는 스타 부부 2세를 두고 할리우드에서는 ‘네포베이비’라는 비아냥이 유행한다고 한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패밀리 정치가 공공연하게 이뤄지나 언론이나 국민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존 F. 케네디가는 영향력 있는 정치 가문이다. 케네디 대통령은 그의 재임 시 동생 로버트 케네디를 35세 약관의 나이에 법무부 장관에 임명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것이 계기가 돼 네포티즘 금지법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부부가 잇따라 대선후보에 나왔던 클린턴 가문이나 부자가 대통령에 오른 부시 가문 등을 보면 미국의 네포티즘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네포티즘 논란에 자유롭지 않다. 그는 1기 집권 때 큰딸 이방카를 백악관 고문으로 임명한 바 있다. 지난 10일에는 장남 트럼프 주니어의 약혼자 킴벌리 길포일을 그리스 주재 미국대사로 지명했다. 그는 이보다 앞서 장녀 이방카의 시아버지를 프랑스 대사로, 둘째 딸의 시아버지는 아랍중동 문제담당 고문으로 지명했다. 외신에 의하면 트럼프 2기 인선의 특징으로 충성파 기용을 들었다. 트럼프 당선인이 특혜 논란에도 믿을 수 있는 패밀리 정치를 선택한 것도 충성심 때문인지 모른다. 우리 사회와 달리 미국사회에서 용인되는 네포티즘이 온전할 것인지는 더 지켜볼 대목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2-15

양극화

우정구 논설위원 미국의 유명 사전출판사인 메리엄 웹스터는 올해의 단어로 양극화(Polarization)를 꼽았다. 미국의 대선 기간 동안 언론매체들이 가장 광범위하게 많이 사용한 단어라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메리엄 웹스터는 2022년 올해의 단어로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가스라이팅(Gaslighting)을 뽑아 이를 유행시킨 출판사로 유명하다. 지난해는 “진짜의” “진품의” 뜻을 가진 어센틱(Authentic)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바 있다. 출판사는 “우리가 목격한 것들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는 사회적 조류 때문이라 했다. 출판사는 올해 선정한 양극화에 대한 정의로 “뚜렷이 대조되는 두개의 대립으로 분할되는 것. 특히 한 사회나 집단의 의견 또는 신념, 이해관계가 양극단으로 집중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사회에서도 양극화라는 말은 숱한 문제점을 던져주는 단어로 이해되고 있다. 사회 불평등 심화를 가르키는 말로 사회 중간계층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대표적 케이스로 부의 양극화와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를 들 수 있다. 빈익빈 부익부를 조장하는 단어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이 쑥 들어간 세상이 됐다. 가난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면 훌륭한 인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사라진 세상이 됐다는 의미다. 잘사는 집 아이일수록 좋은 학원을 다니고 외국으로 유학까지 갈수 있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에 가난한 집 아이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 좋은 직업을 가질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우리 정치도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양극단에 서 있다. 두 진영 간 대립과 갈등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 계엄사태 후폭풍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2-12

특전사 별들의 눈물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국회의원들의 표결에 의해 해제된 이후 그 후폭풍이 거세다. 현재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앞을 다퉈 관련자들을 출국금지 하고, 소환하는 등 조처를 취하고 있는 상황. 비상계엄이 선포된 그날 밤 국회와 선관위 등에 출동한 부대의 지휘관들은 특히 곤혹스러움에 직면해 있다. 국회에 출석하거나, 유튜브에 출연하거나, 기자회견을 자청한 특전사령관과 1공수 여단장, 707특수임무단장 등은 ‘국민에게 걱정을 끼친 것에 대해 사과한다’는 의미로 눈물을 흘렸다. 특전사령부는 1979년 겨울에 전두환 군부의 명령으로 동원돼 쿠데타에 적극 가담했다는 불명예를 씻으려 45년간 노력해왔다. 이번 국회 출동으로 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을 듯하다. 특전사는 한국전쟁 당시 큰 활약을 보인 켈로부대를 모체로 탄생한 부대다. 유사시 육·해·공의 어느 곳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평소에 강한 훈련을 반복하는 한국 최정예 부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전쟁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국가 전복의 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며, 무장공비 등 외부의 적이 국토를 침탈한 것도 아닌데 국민의 대표들이 모여 있는 국회에 헬기를 타고 무장한 채 들어갔다는 건 ‘내란 중요임무 종사’의 죄를 물을 수도 있는 심각한 일이다. 반성의 눈물로 감정적 용서는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눈물만으론 법적 책임까지 피해갈 수는 없을 게 분명하다. 특전사에게도 이번 계엄 선포는 비극이다. 최고 지휘관들이 업무에서 배제된 수도방위사령부와 국군방첩사령부 장성들의 앞날도 혹한의 겨울밤처럼 어둡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2-11

정치가 경제의 리스크로

우정구 논설위원 한국전쟁 후 30년 호황을 누리던 일본 경제가 1991년부터 10년간 제로 성장을 했다. 이를 두고 일본의 경제학자로 노벨 경제학상 후보에 올랐던 모리시마 미치오는 ‘정치의 무능’때문이라는 지적을 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1993년 자민당 55년 체제가 무너지면서 정치권이 권력 다툼에 빠져 경제를 등한시 했던 것이 일본경제 몰락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경제의 실패 원인을 경제 구조에서 찾지 않고 정치 구조에서 바라본 특이한 분석이다. 우리나라에서 정치가 경제를 망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한국사회의 정상화 길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 국민들은 정치쇄신에 있다고 답한다. 작년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0개 회원국 국민을 대상으로 국회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이 28위를 차지했다. “국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20.5%에 불과했다. 우리 밑에는 체코와 칠레 두 나라 뿐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난 조사지만 한국개발연구원이 우리나라 각 부문의 신뢰도를 조사해 보았더니 국회·정당에 대한 신뢰도가 10점 만점에 2∼3점으로 나왔다. 각 분야별 평균 점수 4.8점에 크게 못미쳤다. 옛말에 “백성이 살기 좋으면 왕이 누구인지 관심이 없다”는 말이 있다. 공자도 잘하는 정치는 백성에게 풍요로운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라 했다. 즉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라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촉발한 계엄 사태로 정국이 대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정치권의 다툼이 우리 경제를 불확실성 지대로 몰아가고 있다. 정치가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등장한 꼴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2-10

조선간장의 세계화

우정구 논설위원 옛말에 “간장 맛이 변하면 집안에 우환이 생긴다”는 말이 있다. 간장이든 된장이든 고추장이든 장을 담글 때는 집안의 나이 많은 어르신이 일을 직접 해야 맛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장 자체의 맛이 그 집안의 전통으로 내려오기 때문이다. 요즘은 간장, 된장, 고추장을 모두 사 먹지만 옛날에는 집집마다 장을 직접 담가 먹었다. 그중 간장은 한국의 맛을 내는 핵심 조미료다. 국이나 찌개, 나물무침 등 어느 하나 간장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은 없다. 조선간장이라는 것은 우리나라 전통적 방식으로 만든 간장을 이르는 말이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일본식 간장에 상대되는 표현이다. 유네스코가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음식으로서는 김장문화에 이어 두 번째며 우리나라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는 23번째다. 우리나라는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을 시작으로 판소리, 강강술래, 탈춤까지 다양한 무형문화재가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됐다. 장 담그기 문화의 등재는 김장문화에 이어 K-푸드의 세계화를 알리는 신호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유네스코 유산위원회가 한국의 장 담그기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하면서 콩을 사용해 만든 장의 효능만 아니라 재료를 직접 준비해서 장을 만드는 전 과정을 인류문화 유산 가치로 보았다는 것은 의미있는 평가다. 특히 장 담그기 문화가 “가족의 정체성을 반영하며 가족 구성원간의 연대를 촉진한다”고 밝힌 것은 한국만의 독특한 장 문화를 인정한 것이어서 한국 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만하다. 이제 조선간장의 세계화를 기대해 보자. /우정구(논설위원)

2024-12-08

무병장수의 꿈

우정구 논설위원 무병장수는 인류의 오래된 꿈이다. 2000여 년 전에 진시황제가 불로초를 구하러 신하를 멀리 이국땅까지 보냈다는 얘기가 전해져 오는 것을 보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장수는 인류의 꿈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83.5세로 전년보다 0.8세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수명이란 0세 출생아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수명이다. 연령별 사망률 통계를 기준으로 산출하는 것으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전세계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해방되던 해인 1945년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40세를 겨우 넘겼다. 당시에는 60세를 넘기기가 어려워 부모가 60세가 되면 자식이 동네 주민들을 초대해 회갑연 잔치를 벌였다. 불과 80년 만에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두배 수준으로 늘었다. 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2100년까지 일본과 마카오를 제치고 전세계 2위의 장수국가가 된다고 한다. 또 2140년 이후 세계 최장수 국가에 오르며 2500년에는 한국인의 수명이 무려 154세 이른다고도 했다. 믿어지지 않으나 과학과 의술이 발달한다면 전혀 가능성이 없는 얘기도 아닌 것 같다. 세계적으로 보면 사망률이 줄고 인간의 수명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나라마다 그 격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은 것이 문제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한 인간의 욕망은 언제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다. 병들거나 아프지 않는 단계의 건강수명과 기대수명의 격차를 줄이는 것 또한 숙제다. 2022년 기준 우리의 건강수명은 65.8세. 기대수명과 15년 정도 차가 있다. 무병장수를 위한 인류의 도전은 그래서 지금도 진행형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