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구 논설위원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 10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기보다 11.1%나 올랐다. 41년에 물가가 이렇게 많이 오른 것은 처음이라 한다.물가가 오른 만큼 서민층의 살림살이는 예전에 보기 드물게 팍팍해졌다. 소비 성향도 알뜰 소비쪽으로 바뀌고 있다. 쇼핑할 때 가격을 중점적으로 고려한다는 소비자가 많아졌고, 다소 흠이 있어도 값이 싼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사람도 늘어났다고 한다.경제고통지수는 미국의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을 가늠하기 위해 고안한 지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해 산출한 수치로, 지수가 높을수록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임을 의미한다.우리나라는 올들어 21년만에 국민의 경제고통지수가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고 석유 등 국제 원자재값 등이 폭등한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물가도 전년보다 최고 6%대까지 치솟아 서민들의 가계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특히 외식비 등이 많이 올라 편의점 등에서 값싼 점심으로 한끼를 때우는 직장인이 늘었다고 한다.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 상반기 기준으로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를 산출한 결과, 10∼20대 청년들의 체감경제고통지수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주로 청년층이 많이 소비하는 음식, 숙박, 교통비 등의 품목에서 물가가 많이 올랐고, 코로나로 인한 취업난까지 가세돼 고통받는 우리시대 젊은이의 아픔이 그대로 노출됐다.나라의 미래를 이끌 젊은이의 경제적 고통을 해소할 정치권의 민생 대책이 무엇보다 아쉬운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1-17
홍석봉 정치에디터 17일은 대입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날이다. 통상 수능 날에는 한파가 온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수능 한파’라는 이름이 붙었다. 본고사 때는 ‘입시 한파’가 있다.하지만 지금까지 29차례 치러진 수능시험 중 수능 한파가 온 것은 8차례뿐이다. 이중 지난 1998년 수능 당시 서울 기온이 영하 5.3도로 떨어져 역대 수능 중 가장 추운 날로 기록되고 있다.그러면 ‘수능 한파’는 속설에 불과한 것일까? 수능시험 날에 추워지는 것이 아니라, 추워지는 시기에 수능 시험일이 잡힌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다. 수능 시기는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환절기다. 추워지는 시기에 수능이 잡히니, 수능 날도 추울 확률이 당연히 높다. 실제로 1년 중 수능 직전의 열흘 남짓한 기간에 기온이 가장 빨리 떨어진다.수능시험 날은 또 아침 일찍 시험장에 가야 한다. 새벽 시간은 하루 중 가장 추운 시간이다. 평상시 출근 및 등교 시간보다 이른 새벽 6시쯤 집을 나서야 하니 추위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수험생과 가족은 긴장하기 마련이다. 긴장하면 신경도 더욱 예민해진다. 수험생의 긴장도 수능 한파에 한몫했을 터이다. 그리고 특별한 날의 기억은 사람의 뇌리에 깊이 남는다. 수험생들이 수능 날 느꼈던 단 한 차례의 추위 기억이 평생 간직되기 때문이다. 각인 효과다. 이런 연유로 수능 날의 추위가 특별하게 느껴지고 ‘수능 한파’라는 관형어로 굳어진 듯하다.17일 수능 날에는 한파가 없을 전망이다. 기상대는 수능 날 아침 최저 기온이 대구 4도, 포항 7도, 구미 3도, 안동 1도 등으로 평년 수준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수험생 여러분 편안하게 시험 치세요./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1-16
우정구 논설위원 최근 3년 동안 도로를 건너다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은 야생동물이 무려 4만 마리가 넘는다는 충격적 보고서가 나왔다.국립생태원 생태적응팀이 2019∼2021년 사이 발생한 로드킬을 집계해 보니 해마다 1만마리가 훨씬 넘는 야생동물이 도로에서 죽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종류별로는 고라니가 2만9천여마리로 가장 많았고 너구리, 노루 등의 순으로 밝혀졌다고 한다.국내서도 로드킬로 죽는 야생동물이 늘면서 2018년 환경부와 교통부 등이 ‘동물 찻길 사고조사 및 관리지침’을 만들어 야생동물 보호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야생동물이 도로에서 죽어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2020년 미국 유타주 야생동물자원부는 야생동물용 고가도로를 별도 건설해 야생동물이 고가도로 위를 오가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언론에 공개했다.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당국의 노력이 주민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국내서 한해 수만마리의 야생동물이 로드킬로 죽어간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특히 국제적으로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된 고라니의 희생 수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국내에 고라니가 유난히 많은 것은 호랑이, 표범, 늑대 등이 멸종단계에 이르면서 고라니 개체 수가 크게 증가한 탓으로 보고 있다.어쨌든 야생동물의 로드킬을 막는 것은 다급한 문제다. 야생동물의 지리적, 생태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사람이 편리하고자 무분별하게 만든 도로에서 수많은 야생동물이 죽어가는 것은 옳지 않다. 일부 로드킬을 경험한 운전자들이 뜻밖의 사고로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더 세심한 로드킬 예방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1-15
홍석봉정치에디터 흉년만큼 힘든 풍년이다. 풍년에 농부의 소득이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인 이른바 ‘풍년의 역설’ 때문이다. 국내산 과일의 가격이 전년보다 뚝 떨어졌다. 소비자들은 미소 짓는 반면 농부들은 한숨만 내쉰다. 과일은 풍작인데 값은 오히려 전년보다 못하다. 각종 자재 및 농약 등과 인건비는 올랐는데도 과일값에 반영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반면 수입산 과일은 원가 상승에 따라 고공행진 중이다.올해 사과와 배 등 과일이 풍작을 이뤘다. 예년에 비해 태풍 피해가 크지 않았고 수확기에 일조량이 좋았던 덕분이다. 과일은 잘 익었고 병충해 발생도 적었다. 과일의 당도가 높고 맛이 뛰어나지만 가격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졌다. 이른 추석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많이 남은 물량도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올해 생산된 사과와 배 저장량이 전년 대비 각각 2%, 21%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물량이 늘면 값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단감은 생산량과 출하량이 전년 대비 각각 12%, 6% 늘면서 도매가격이 전년보다 20~30%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샤인머스켓도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샤인머스켓은 재배 면적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쌀은 ‘풍년의 역설’을 해마다 반복하고 있다. 풍년이 쌀값 폭락으로 이어져 농심을 멍들게 한다. 정부는 시장격리와 공공비축미를 늘리는 대책을 내놓았다. 농민 살리려다가 국가 재정이 구멍날 판이다.배추와 양파, 마늘 등 농작물은 걸핏하면 풍작과 가격폭락을 되풀이한다. 수급조절을 못한 농정과 농민 탓이 크다. 올해는 특히 작황이 좋은 과일이 풍년의 역설을 피해가지 못했다. 농민은 절망한다. 농부의 마음은 풍년을 반기지 못한채 타들어가고 있다./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1-14
우정구 논설위원 경산시 와촌면에 위치한 갓바위 부처는 간절히 바라는 것은 무엇이든 한번은 들어준다는 부처님으로 소문나 있다.팔공산 남쪽 관봉(冠峰)의 정상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암벽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좌불상인 이 부처님의 정식 명칭은 관봉석조여래좌상(冠峰石造如來坐像)이다.그러나 세칭 갓바위 부처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통일 신라시대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60년대초 학술지에 소개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1965년 보물 제431호로 지정되었다. 이후 체계적인 보존 관리를 위해 국보 승격을 문화재청에 건의했지만 가치가 다소 떨어진다는 이유로 유보된 바 있다.갓바위란 이름은 불상의 머리에 마치 갓을 쓴 듯한 넓적한 돌이 올려져 있어 유래했다.갓은 본래 팔각형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나 오랜 세월 속에 훼손되는 바람에 지금의 모양으로 남은 것으로 본다.석굴암 본존불상처럼 후덕하고 무뚝뚝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문화재청은 갓바위의 모습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얼굴은 둥글고 풍만하여 탄력이 있지만 눈꼬리가 약간 치켜 올라가 있다. 귀는 어깨까지 길게 내려오고 굵고 짧은 목에 3중의 주름인 삼도(三道)가 표시돼 있다.”갓바위 부처는 해발 850m 산정상에 있다. 그럼에도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특히 입시철에는 자녀의 대학진학을 소원하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부처님의 시선이 부산, 경남쪽을 향하고 있다하여 그 지역 신도들의 방문도 잦다.대학수학능력시험이 코앞에 닥쳤다. 소원성취 갓바위 부처님의 영험함이 모든 이에게 골고루 전해졌으면 좋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1-13
우정구 논설위원 월급쟁이한테 억대 연봉은 로망이다. 경제발전으로 국민의 소득이 크게 늘어났어도 개인 소득이 억대에 달하는 인구는 전체 월급쟁이의 3∼4% 수준에 불과하다. 수십년을 봉급생활하면서 억대 연봉을 못받고 퇴직한 월급 근로자가 대부분이다.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억대 수입을 올린다면 남다른 면모가 분명 있을 것이다. 부농(富農)의 기준이라고 특별한 게 있지 않으나 보통 부농이라하면 연 수입 1억원을 기준으로 한다.올해 경북 성주군에서 참외 농사를 지으면서 1억원대 수입을 올린 농가가 1천713호에 달했다고 한다. 작년보다 억대 농가가 101호가 더 늘었다.성주에서 생산되는 성주참외는 참외 가운데 전국 최고 브랜드다. 육질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다. 저장성도 뛰어나 신선도를 따라올 다른 참외가 별로 없다. 경북 성주하면 참외를 떠올린다. 올해 성주군 참외는 조수입이 5천763억원에 달했다. 4년 연속 5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면서 내년에는 6천억원대 돌파를 꿈꾼다고 한다.성주참외가 전국에서 독보적인 것은 고품질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데 있다. 이는 가야산을 배경으로 한 맑은물과 좋은 토양, 최고의 일조량 등 천혜적인 재배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과 더불어 70년 이상 축적된 재배기술이 더해진 탓이다.특히 성주 참외농들의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전략적 유통망 개척, 생산자와 유통단체 등의 단합된 노력의 결과다.부농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한 여론조사에 부농의 성공비결을 조사했더니 꼼꼼한 영농활동과 근면, 성실 등이 최고로 손꼽혔다 한다. 경북 성주에서 억대 부농이 많이 배출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은 아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11-10
홍석봉정치에디터 이태원 참사 사상자와 가족들의 후유증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장 목격자와 구호활동자 등의 심리상담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참혹한 현장을 목격한 충격으로 인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다.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한 데다 SNS 등에서 여과 없는 정보가 전달된 탓이 크다. 의료계에서는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의료계는 또 ‘이태원 참사’를 ‘10·29 참사’로 명칭 변경을 건의하고 있다. 특정 지명이 들어간 표현이 불안과 공포를 가중시켜 트라우마를 더 자극할 수 있고, 낙인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봉화의 광산 매몰사고 생환 광부들도 마찬가지로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생환한 두 사람은 매일 밤 깊이 잠들지 못한 채 소리를 지르거나 경련을 일으킨다고 한다.잇따르는 각종 재난과 사고로 전 국민이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트라우마’는 프로이드의 심리학 이론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개인의 심리적 외상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인간의 정신상태를 드러내는 단어가 됐다. 전쟁 및 재난에서부터, 성폭행과 학대 같은 개인의 삶이 자존감과 자신감을 잃게 만드는 것까지, 다양한 형태의 트라우마가 우리의 생활 속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정부는 2018년 국가트라우마센터를 개소, 재난이나 사고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이들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 적응을 돕고 있다.재난과 사고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재난 당사자는 물론 가족과 지인 등도 충격과 상실, 스트레스를 받는다.재난과 사고로 심적 고통을 겪는 이들의 회복을 돕는 치료는 필수적이다. 그 보다는 재난과 사고가 없는 사회가 우선돼야 한다. 안전사회는 희망에 불과할까./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1-09
우정구 논설위원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혼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선거 승패를 가를 핵심쟁점으로 ‘경제문제’가 떠올랐다고 한다. 미국 언론 여론조사에서 투표에 미치는 영향의 요인으로 응답자의 81%가 ‘경제’를 꼽았고, 78%는 ‘인플레이션’이라 응답했다고 한다.정치가 자당의 이해득실을 따져 온갖 음모술수로 정치적 이슈를 쟁점화하려도 국민의 눈에는 경제만큼 중요한 이슈가 없다는 해석이다.“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는 빌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구호로 유명하다. 1992년 미국 대선에서 걸프전 승리로 인기 절정에 있던 현직 대통령인 조지 부시를 누르고 승리한 빌 클린턴은 당시 미국의 경제난을 국민에게 부각시킨 덕에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의외의 결과에 미국 정치계도 놀랐던 일이다. 국민의 관심은 그 어떤 것보다 경제문제 해결에 더 많음이 확인된 것이다. 이번 미 중간선거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우리나라도 아마 비슷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경제는 사면초가 상황이다. 경제 3요소인 생산, 소비, 투자가 트리플 감소하고 물가는 다락같이 올라 서민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 팍팍해졌다.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영끌족과 빚투족은 물론 서민층까지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밤잠을 설치는 지금이다.2천조원에 달하는 사상 초유의 가계부채가 폭발할지도 모르는 위급한 상황에 그 어떤 정치적 이슈가 경제를 누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의 근본은 백성을 잘 살게 하는 데 있다는 선현의 말이 새삼 와 닿는다. 민심이 경제다.정쟁에 중독된 듯 싸움판으로 변질돼 가는 우리 정치에 국민은 더 이상 관심이 없다. 경제문제를 푸는 정치가 바로 이기는 정치가 되는 길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11-08
홍석봉정치에디터 경북 봉화의 매몰된 광산에서 광부 2명이 221시간 만에 기적의 생환을 했다. 두 광부의 생환에는 작업 투입 때 챙겼던 커피믹스 30봉지가 양식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믹스커피는 칼로리가 높고 다양한 영양소가 포함돼 있다.최초의 인스턴트 커피는 미국의 남북전쟁 중에 탄생했다. 1차 대전 때는 인스턴트 분말 커피가 개발됐다. 2차 대전 중에 수혈을 쉽게 할 수 있는 혈장 동결 건조 기술이 개발됐다. 전쟁이 끝나고 이 기술이 커피에 적용됐다.세계 최초의 커피믹스는 1976년 12월 동서식품이 개발했다. 커피와 설탕, 프림을 일정 비율로 섞어 커피를 타는 고민을 없앴다. 커피믹스는 1980년대까지는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당시 사무실에 커피를 타는 직원이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1997년 IMF 외환위기가 전환점이 됐다. 구조조정으로 일손이 부족해진 사무실에서 커피는 각자 타 마시는 것이 원칙이 됐다.이후 커피믹스는 한국인의 애호식품이 됐다. 커피믹스는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인기다. 귀국때 가장 많이 사가는 상품이 됐다. 지난 2016년 한 여행사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가장 맛있는 한국 차’를 조사한 결과 커피믹스가 식혜, 수정과, 매실차 등을 큰 차이로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특허청의 ‘우리나라를 빛낸 발명품’ 투표에서도 커피믹스가 훈민정음, 거북선, 금속활자, 온돌에 이어 당당히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커피믹스는 해외에서도 인기다. 편리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 뛰어난 맛 때문이다. 한류 열풍은 커피믹스 수요를 크게 늘리고 있다. 1봉지에 100원에 불과한 커피믹스가 사람 생명을 구했다. 커피믹스가 이제 ‘비상식량’ 필수품이 됐다./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1-07
우정구 논설위원 징비록(懲毖錄)은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과 군무를 총괄하는 도체찰사 직위에 있었던 서애 류성룡이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와 쓴 책이다. 국정과 군무의 최고 책임자였기에 7년에 걸친 임진왜란의 원인과 전황, 조선과 일본·명나라와의 외교관계, 전투성과, 백성의 생활상 등에 대해 비교적 상세한 기록을 남겼다.특히 그는 전쟁 전의 배경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술해 전쟁을 미리 막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의 메시지도 책에 담았다. 또 책은 임진왜란을 자국 중심으로 바라보았던 중국과 일본의 왜곡된 역사관을 바로잡는데도 크게 기여했다. 그는 “난중의 일은 부끄러울 따름이다”라고 적어 스스로 반성한다는 뜻을 책에서 밝혔다.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으나 그 속에서 우리가 건질 수 있는 것은 교훈을 얻는 데 있다. 징비록을 쓴 류성룡은 비록 남인이라는 정파의 일원이었지만 임란의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비교적 객관적으로 기술했다.역사학자 토인비는 “지난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그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해 당할 것”이라 말했다.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의 위기감이 점증하는 분위기다. 한미 국방장관이 만나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국에 적시적으로 전개할 것”을 밝혔으나 북한의 비상식적 도발 행위로 보아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 의지를 얼마나 억제할지는 미지수다.징비는 “잘못을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하자”는 뜻이다. 임진왜란은 우리 민족이 기억하는 가장 참혹한 재앙의 역사적 사건이다. 징비록이 남긴 역사적 교훈을 반면교사 삼아 안보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 재난을 한번 당하고도 대비하지 않는 어리석음은 없어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11-06
우정구 논설위원 마애(磨崖)란 자연암반이나 절벽에 부조나 선각 등으로 새긴 그림이나 글씨를 말한다. 다양한 마애조각 중 불상이나 보살상 등을 주제로 조각한 것을 마애불상이라 부른다.마애불상은 기원전 인도 석굴사원 조영에서 시작한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이후 서역을 거쳐 중국으로 전파됐고, 우리나라에는 6∼7세기경 백제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충남 태안군 동문리에 있는 백제시대 마애삼존불 입상이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오래된 마애불로 전해지고 있다.마애불상으로 등록된 문화재(2020년)는 국보 6점, 보물 20점, 시도지정 문화재 50점 등이 있다.‘5센티의 기적’으로 잘 알려진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을 바로 세우기 위한 고불식이 지난달 31일 마애불 현장에서 있었다.2007년 5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열암곡 석불좌상 보수를 위해 작업하던 중 엎어진 채 발견된 이 불상은 약 600여 년전 지진으로 넘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이 불상은 지진으로 넘어질 때 암반과 불과 5센티 간격을 두고도 부딪치지 않아 얼굴 등이 온전히 보존돼 ‘5센티의 기적’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오뚝한 콧날과 이지적인 부처님 모습이 신라시대를 대표할 부처님 상이라 한다.그동안 마애불을 바로 세우기 위해 불교계와 문화재청 등이 여러 번 논의를 벌였으나 무게가 80t에 이르고 산비탈에 있어 원형 손상 없이 바로 세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지금껏 발견 상태로 보존해 왔다.지진과 오랜 세월의 풍파에도 원형이 잘 보존돼 국보급은 된다는 이 불상은 발견부터 많은 스토리를 품어 더 흥미를 준다. 원형 복구의 기대감이 크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1-03
홍석봉정치에디터 심폐소생술(CPR)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이태원 참사가 계기다. 사고 현장에서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건진 이들이 많았던 때문이다. 참사 당시 현장에 CPR 방법을 아는 사람이 많았더라면 희생자를 줄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에 CPR 방법을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사고 당일 서울 이태원의 참사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에 빠진 환자 수십 명이 도로 위에서 CPR 조치를 받았다. 다급한 상황 속에 한 명이라도 더 살려보려고 안간힘을 쓴 시민들의 사연이 SNS로 전해졌다. 사고를 목격한 의대생과 간호대생이 사고 현장에서 밤새 CPR을 했다는 글도 있다.이후 SNS와 인터넷에는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법과 CPR 방법 게시물이 속속 게시됐다. 응급처치 강습 기관에도 시민 문의가 부쩍 늘었다.현재 초·중·고 학생은 학교에서 CPR을 포함한 응급처치 교육을 배운다. 군과 민방위교육, 산업현장 등에도 단골 프로그램이 됐다.심장마비 환자의 경우 목격자가 즉시 CPR을 하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3배 이상 높다고 한다. CPR은 사람의 생명줄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심폐소생술은 심폐 기능이 정지하거나 호흡이 멎었을 때 사용하는 응급처치다.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숨이 멎지 않도록 지연시킨다. 심정지가 발생하면 늦어도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 병원 치료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 그래야 환자를 살릴 수 있다. 일부 논란도 있다. 여성에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가 ‘성추행범’으로 몰릴 수 있다. 하지만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서 이뤄진 심폐소생술은 긴급 처치만으로는 강제추행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국민 모두가 심폐소생술을 배워야 할 때다./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1-02
우정구 논설위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자 영국 정부는 장례식이 있는 날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고 애도와 관련한 지침을 발표했다.“행사 및 스포츠 경기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것을 고려할 수는 있지만 의무 사항은 아니다. 개별조직의 재량에 달렸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단체가 애도지침을 수용하고 여왕의 국가공헌을 기리고 존경의 뜻을 표시했다. 영국의 가장 전통있는 백화점 중 하나는 그날 매장을 닫았다.또 노동계는 파업을 중단하고, 일부 금융기관은 금리 인상을 일주일 연기하는 결정도 했다.국가애도기간은 사회에서 존경받는 사람이 사망했거나 많은 희생자를 낸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국가가 그들을 애도하고 추도하기 위해 정한 날이다.우리나라는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46명의 용사가 순직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들의 애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애도기간을 정한 바 있다.155명의 희생자와 152명의 부상자를 낸 이태원 핼로윈 참사와 관련해 정부는 오는 5일까지 애도기간으로 정했다. 이 기간 동안 관공서는 조기를 게양하고 공무원은 근조리본을 달고 근무하며 그들의 희생을 애도한다.우리 역시 강제된 요구는 없다. 그럼에도 각종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 내지 연기되었다. 방송의 주말 연예프로그램도 결방하고 연예인의 팬미팅조차도 연기가 되는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애도기간 동안 국민 모두는 숙연한 마음가짐으로 그들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의 시간을 갖는 것이 올바른 태도다.특히 꽃다운 젊은이의 목숨을 지켜주지 못한 기성세대는 그 책임을 통감하고 통렬한 반성의 시간을 갖는 기간이어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1-01
홍석봉 정치에디터 대한민국이 충격에 빠졌다. 국민들은 비통하고 참담함에 말을 잊었다. 채 꽃 피워보지도 못한 젊음이 거리에서 스러졌다. 즐거운 핼러윈 축제가 비극이 됐다. 희생자들이 전하는 사연마다 아픔이 절절히 배어 있다. 어떻게 이런 비극이 자꾸 되풀이 되는가.정부는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했다.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두 번째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청춘이 짓밟혀도 국가는 없었다. 안전과 보호는 오간데 없었다.참사 현장에 헌화와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고 위로하는 시민들의 가슴 아픈 애도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헌화와 추모글이 줄을 잇는다.헌화는 죽은 자에 대한 추모 의식이다. 동서양이 모두 비슷하다. 기원은 분명하지 않다. 고대의 종교 의식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죽은 자를 위해 꽃이나 풀을 부적으로 사용했다.고대 로마인들은 묘지 주변에 장미를 심어 영원한 봄을 기원했다. 장미 헌화는 중세까지 이어져왔다.동양에서는 국화를 헌화에 사용한다. 국화는 조의의 꽃말을 가졌다. 흰 국화는 서양에서 죽음을 의미한다. 개화기 때 들어온 헌화 풍습은 흰색을 선호하는 우리의 관례에서 비롯됐다. 장례식이나 추모행사 때 흰 국화를 사용하는 것은 망자의 안식과 영생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우리나라에서 국화는 청순, 정조, 절개, 고결함을 상징한다. 국화의 고고한 기품과 절개를 높이 기렸다. 서리가 내린 가을에 홀로 피는 국화를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고 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문화는 차이가 있지만 고인을 추모하는 염원은 동서양이 같다. 그래서 시들지 않은 생화를 사용한다. 국화의 계절에 흰 국화를 그대들에게 바치는 이 안타까움을 그대들은 아는가./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0-31
우정구 논설위원 UAM(Urban Air Mobility·도심항공교통)이란 항공기를 이용하여 사람과 화물운송을 담당하는 교통수단을 말한다. 기존의 여객기가 국가와 국가를 잇는 주로 장거리 중심이라면 UAM은 복잡한 도심내에서 이뤄지는 에어택시 기능의 항공교통 수단이라는 점이 다르다.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도 많다. 고층빌딩이 많은 도심 상공을 오가는 교통이어서 활주로 없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야 한다. 안전성과 경제성도 담보돼야 한다.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는 만화나 영화 속에서나 상상했던 일이다. 그러던 것이 현실로 곧 등장할 것 같다는 소식이다. 2019년 미국의 보잉사가 자율주행 방식으로 운행하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 시험비행에 성공하면서 세계 각국이 에어택시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전문가들은 빠르면 2024년 이후 하늘을 나는 택시가 상용화될 것이라 하고, 우리나라도 2026년쯤에는 상공을 나는 에어택시를 구경할 수 있을 거라 전망한다.대구시가 지자체로서 처음으로 미국의 항공우주분야 전문기업인 벨 텍스트론과 첨단항공 모빌리티산업 육성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2030년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개항에 맞춰 도심항공교통 인프라 확장을 위한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생각이다. 대구 도심에서 군위 신공항까지 에어택시가 운행되는 상상에 머물던 일이 머지않아 현실화된다는 것이다. 택시보다 6배 빠르면서 요금은 두배정도 비싼 에어택시의 등장은 상상만으로도 흥미롭다.에어택시 등장은 도심교통의 대혁명뿐 아니라 부동산 입지의 패러다임도 바꾸게 될거라 하니 모빌리티 산업이 지역에 미칠 파장에 촉각이 곤두선다. 통합 신공항 효과가 벌써부터 그 조짐을 보인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10-30
우정구 논설위원 대구 수성유원지는 대구 12경의 하나로 소개되는 곳이다. 대구시민이 가족과 함께 즐겨찾는 장소이자 대구시민의 정서가 담겨 있는 유서 깊은 장소다.일제 강점기인 1924년 수성못 일대 농민들은 신천을 농업용수로 사용했으나 신천이 상수도로 사용되면서 농업용수 부족을 겪게 되자 일본인 미즈사키 린타로와 함께 저수량 70만t의 수성못을 축조하기에 이른다. 당시 축조에 공로가 컸던 미즈사키 린타로는 그의 유언에 따라 그의 묘가 수성못 부근에 조성돼 있다.수성유원지보다 수성못으로 더 알려진 이곳의 명물로 수성관광호텔(현재 호텔수성)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대구 최초의 관광호텔로 고 박정희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유명하다. 박 대통령이 대구에 오면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에 머물러 박정희 별장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지금도 그가 머물던 방이 남아 있어 관광용 객실로 팔려나간다 한다.1980년대까지만 해도 수성못 둘레에는 100개가 넘는 포장마차가 성행, 불야성을 이뤘으나 1991년 수성못 일대 정비가 시작되면서 모두 사라졌다.수성못 한쪽 편에는 대구에서 태어난 독립운동가이자 문학 시인인 이상화를 기념하기 위한 상화동산이 조성돼 있고 그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비도 세워져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곳에서 시장 출마를 선언해 당선이 됐다.대구 대표 명소인 수성못의 소유권을 한국농어촌공사에서 대구시나 수성구청으로 무상 이양하자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다고 한다. 농업용수 기능이 사실상 폐지된 저수지를 지방자치단체로 넘겨 효용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수성못이 명소에 걸맞는 변신을 거듭할지도 주목된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0-27
홍석봉정치에디터 포항 송도해수욕장 산책길 위에 위치한 ‘추억의 소식통’이 이용객이 없어 흉물로 전락했다는 소식이다. 이 우체통은 지난 2016년 10월 송도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가 500만원을 들여 설치했다.과거 해맞이 관광명소로서 이름 높았던 해수욕장의 풍경을 되새기고 이곳을 방문한 시민과 관광객들이 추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편지지와 필기구를 갖춰 누구나 이용토록 했다. 우편물은 무료 발송해주었다. 카드나 편지를 부치면 작성일 기준 6개월 후 포항우체국을 통해 받아볼 수 있었다.이 우체통도 세월의 무게는 이기지 못했다. 해풍에 녹슬고 관리부실이 겹쳐 이용객이 뚝 끊겼다. 붉은색 페인트는 벗겨지고 녹슬어 상처 투성이가 됐다. 부스 안은 편지 대신 뿌연 먼지만 쌓였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의 장소로 기억될 우체통이 관리부실로 흉물이 되고 말았다.김천의 소리길에는 지역출신 트로트 가수 김호중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트바로티 우체통’이 설치돼 있다. 서울 용산공원에는 윤석열 정부가 국민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경청 우체통’도 있다. 구미의 ‘희망우체통’, 울산 간절곶의 ‘소망우체통’, 광주의 ‘듣는다우체통’, 현충원의 ‘하늘나라우체통’, 한때 관광지마다 설치돼 사연을 전달하던 ‘느린 우체통’ 등등….이색적인 이름의 ‘우체통’이 우리 주변에 하나 둘 등장해 관심을 끈다. 이용만큼 관리가 중요하다. 1년에 편지 한 통 쓰지 않는 요즘 세태다. 편지는 어느새 우리에게 추억의 하나로만 남아 있다. 편지를 대신하던 카카오톡의 먹통 사태가 편지에 대한 추억들이 새록새록 돋아나게 한다. 이색 우체통들이 편지로 사연을 전하던 설레임의 감성을 채워주고 있다./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0-26
우정구 논설위원 한때 ‘이태백’이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말의 줄인 것으로 우리사회 청년의 취업난을 빗댄 표현이다.비슷한 뜻의 N포세대가 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세대라는 뜻이다. 원래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여기에 취업과 내집 마련이 추가되면서 ‘오포세대’로 변했고, 지금은 꿈과 희망까지 모든 것을 포기한 N포세대로 바뀐 것이다.중국도 젊은층 사이에 이와 비슷한 탕핑주의라는 말이 유행했다. “일할 것 없이 그냥 누워있는 게 낫다”는 젊은이의 자포자기식 사고를 꼬집은 표현이다. 이 말이 유행하자 급기야 중국 정부는 이를 금기어로 지정했다.일본에서 유행했던 ‘사토리세대’도 유사하다. 돈 버는 일은 물론 출세에도 관심이 없는 일본 젊은이의 사고를 빗댄 표현이다. 나라마다 젊은이의 생활 태도와 생각의 단면을 콕 찍어 만든 유행어가 생산되고 있으나 공교롭게도 모두가 비슷하다. 첨단과학이 발달하고 생활이 풍요로워져도 세상살기가 만만치 않다는 현실 세태를 반영한 결과다.2020년 국제노동기구는 코로나19로 ‘락다운(봉쇄)세대’의 출현을 예고했다. 코로나가 청년의 고용과 교육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면서 한창 미래를 준비해야 할 젊은이의 모든 것을 앗아갈 거란 예고다.한 경제단체가 대학졸업예정자 등을 대상으로 취업인식 조사를 해봤더니 응답자의 66%가 “구직을 단념했다”고 답했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로 취업의 문이 좁아진 탓도 있으나 코로나 파고를 넘지 못한 젊은이의 상실감이 쌓여 나타난 결과일까 걱정이 된다.청년 위기의 시대다. 확실한 청년실업 대책부터 세워 청년이 사회로부터 봉쇄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급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0-25
여객선을 타고 울릉도 관문인 도동항에 도착하면 산 중턱에 위풍당당한 향나무가 주민과 관광객을 반긴다. 도동항 동편 기암괴석 위에 우뚝 솟아 있는 이 향나무는 울릉도의 상징이자 문지기였다. 척박한 암벽에 뿌리내린 채 2천년 이상 세월 동안 울릉도를 묵묵히 지켜왔다. 뿌리 부분의 둘레가 4.3m, 높이 9.5m로 웅자가 남다른 향나무다. 그런데 울릉도의 상징인 이 향나무가 지난달 6일 울릉도를 덮친 태풍 힌남노에 의해 뿌리째 뽑혔다. 볼성 사납게 된 이 향나무는 그 고귀함은 뒤로한 채 자칫 낙석 등 또 다른 위험을 안게 됐다. 이에 울릉군국유림관리소와 울릉산악구조대가 지난 20일 밧줄과 앵커 등을 이용해 뽑힌 향나무를 바위에 결박하는 조치를 했다. 구조대는 이와 함께 향나무 위 부위를 잘라 남부산림청에 제공했다. 산림청은 이를 후계목 조성 및 생태 연구 등에 사용키로 했다. 울릉도 대표 향나무의 수난은 이뿐만 아니다. 수령 2천300년으로 조사된 우리나라 최고령 향나무가 또 있다. 도동 마을에서 바라보이는 이 향나무도 지난 1985년 10월 태풍 브랜다로 한쪽 가지가 꺾여나갔다. 울릉군이 긴급 보수해 현재 두 가닥 쇠줄에 의지한 채 가까스로 몸을 지탱하고 있다. 울릉도 대표 향나무의 잇단 수난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번에 뿌리가 뽑힌 향나무는 일제강점기 시절 도동항 사진에도 나온다. 울릉도 주민들은 섬사람들의 개척정신을 대변해 주는 향나무라며 자랑스럽게 여겨왔다. 이제 이 향나무의 기품 높은 풍광은 다시 보기 어려워졌다. 울릉도의 상징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재생이 어렵다면 고목이라도 원형 복원해 재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울릉도 향나무는 상징 이상의 가치가 있다. 또 피해목 주위에 비슷한 수령의 향나무가 여럿 남아 있다고 한다. 남은 향나무의 보존과 관리에도 더욱 신경써야 할 터이다. /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0-24
우정구 논설위원 아편전쟁은 1840년과 1856년 두 차례 걸쳐 영국과 중국 사이 무역분쟁으로 인해 일어난 전쟁이다.청나라로 유출되는 은화(銀貨)를 회수하기 위해 영국이 청에 아편을 살포한 것이 원인이 됐지만 전쟁에서 패배한 중국은 그 대가로 홍콩을 내주게 된다. 1841년부터 156년동안 홍콩은 영국의 지배를 받는다.중국 역사에 가장 치욕스런 전쟁으로 남아 있기에 지금도 중국은 마약과 관련한 범죄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강경 일변도다. 2014년 마약과 관련한 한국인이 체포되자 한국의 신변양도 요청에도 사형을 집행한 적도 있다.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마약을 공공의 적으로 선포하면서 마약과의 전쟁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이후 미국의 모든 대통령이 마약에 관한한 강경책을 폈으나 결과적으로 마약 이용자를 줄이는 데는 실패했다. 단순히 금지된 마약을 사용했을 뿐인데 많은 사람이 마약 전과자로 낙인되면서 오히려 직장을 구하지 못해 빈곤층이 더 늘어나는 역효과가 생긴 것이다.마약 청정국으로 알려진 우리나라도 마약관련 사범이 급증하고 있다. 경찰 발표에 의하면 2017년 이후 5년동안 마약밀수단속량이 무려 18.4배가 늘었다. 특히 연예인 등 일부 계층 중심으로 사용되던 것이 이젠 젊은층까지 광범위하게 번져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이 경찰의 날 행사에 참석해 마약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 마약의 우리 사회침투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마약은 중독성이 강해 한번 중독되면 빠져나오기 힘들어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 한다. 마약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각심부터 높아져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