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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축약어 시대

영어 브런치(Brunch)는 아침식사와 점심식사 그 사이에 먹는 식사를 말한다. 미국에서는 브런치를 먹는 가정이 많아 자연스레 생긴 단어라 한다. 우리나라도 언제부턴가 이를 아점이란 말로 부르기 시작했다. 국립국어원에서 어울참으로 사용할 것을 권했지만 아점으로 그냥 굳어져 가고 있다.긴 단어나 말을 줄여 부르는 현상이 어느 듯 우리의 일상에서 신조어라는 이름을 달고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소확행이나 버스카드 충전을 가리키는 버카충, 생일파티의 생파 등은 그래도 점잖은 표현이다. 낄낄빠빠(낄때 끼고 빠질때 빠져)나 안물안궁(안물어 봤고 안궁금함), 걸조(걸어다니는 조각상) 등은 설명을 듣지 않으면 내용 파악이 쉽지 않은 축약어다.법률분야에서도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과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과 같이 줄여 부르는 일들이 다반사로 행해지고 있다. 축약 언어의 사용은 세태 반영과 더불어 언어 관습의 변화란 관점에서 유의 있게 볼만한 일이다. 일부 전문가는 한국인의 축약어 사용은 민족의 조급성을 반영한 것이란 설명도 하고 있으나 더 자세한 것은 연구가 있어야 할 일이다.긴말을 줄여 부르는 것이 꼭 언어의 왜곡으로만 볼 수 없다.영어에도 축약어가 많이 있다. see you를 CU, First를 1st 등으로 부르는 것 등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축약된 언어가 무질서하게 난무한다면 언어 정화 차원에서 재고의 여지는 있다.최근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젊은층 사이에 영끌이란 말이 유행이다. “영혼까지 끌어 모은다”는 말의 줄임이나 작고 사소한 것까지 탈탈 털어 모은다는 뜻이다. 기성세대에 실망한 젊은층이 지어낸 축약어라서 씁쓸한 뒷맛이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9-10

‘거북목 증후군’ 주의보

코로나19 재확산사태로 비대면 온라인수업이 크게 늘면서 많은 시간을 모니터앞에서 보내는 학생들에게 ‘거북목증후군’주의보가 내렸다. 거북목증후군은 C자형의 정상 목뼈가 잘못된 자세로 인해 일자목으로 변형되고, 더 악화되면 거북이의 목처럼 앞으로 나오고, 이로 인해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주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생긴다. 대표적인 증상은 목이 뻣뻣해지면서 아프고, 어깨주위까지 통증이 번진다. 팔 저림, 두통, 어지럼증 등도 따를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오래 지속될 경우 목디스크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전문의를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증상이 경미한 환자의 경우 물리치료, 약물치료, 도수치료, 주사치료 등 비수술치료만으로도 좋아진다. 하지만 이미 목디스크로 진행된 환자의 경우 통증부위에 약물을 투입해 염증을 치료하는 시술을 고려할 수 있다. 시술은 경막외신경성형술, 풍선확장술, 고주파수핵성형술, 신경차단술 등이 있다.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목디스크가 심한 경우에는 수술을 해야한다. 수술에는 경추 전방유합술, 양방향 내시경 하후방 경유 신경감압술 및 추간판 제거술이 있다. 특히 목디스크를 그냥 방치할 경우 하반신 또는 전신마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거북목증후군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컴퓨터 모니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눈높이에 맞춰 사용하고, 어깨와 가슴을 바로 펴고 턱을 가슴쪽으로 당긴 바른 자세로 앉아야 한다. 또 1시간 이상 장시간 앉아있는 경우 중간중간에 목과 어깨의 긴장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또 다른 병마에 어린 학생들이 병들지 않도록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한 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9-09

공평무사(公平無私)

춘추시대 진나라 평공(平公)이 기황양이라는 대신에게 물었다. “남양현을 다스릴 사람으로 누가 적당한지를 추천하라”고 했다. 그러자 기황양은 그 자리에서 바로 “해호가 가장 적임자 입니다”고 말했다.두 사람 사이를 잘 아는 평공은 깜짝 놀라 “내가 알기로 두 사람 사이가 원수지간인데 어찌 그 사람을 추천하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그는 “전하께서 남양현을 잘 다스릴 사람을 물으셨지 나하고 관계를 물은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대답했다. 공평하여 사사로움이 없다는 뜻의 대공무사(大公無私)란 말의 유래에서 나온 이야기다.삼국지의 제갈량은 군기를 바로세우고 공정한 법 집행을 위해 그의 친구 동생인 마속의 목을 벤다. 눈물을 흘리며 마속의 목을 베었다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은 신상필벌을 엄정하게 집행할 때 쓰는 표현이다.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정의의 여신’은 눈을 가리고 있다. 또 한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손에는 칼을 쥐고 있다. 저울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겠다는 것이며 칼은 사회질서를 파괴 하는 자에 대한 제재를 의미한다. 눈을 가린 것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공평무사함을 견지하겠다는 의지의 뜻이다.공정한 사회란 자유경쟁이 허용되고, 출발과 과정에서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부패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마땅히 있어야 하는 사회를 말한다.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휴가 특혜 의혹을 둘러싼 여야간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이젠 사실에 입각한 진실 규명만이 문제를 풀 해법으로 보인다.야당의 특임검사 요청으로 실체 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도 지금부터가 주목거리다. 그러나 이 사건의 핵심 포인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공평무사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9-08

캘리포니아 홍역

캘리포니아 홍역은 백신접종 등 전염병예방을 위한 지침준수를 개인의 판단에 맡겼다가 집단감염을 통제할 수 없게 된 대표적인 사례로, 2014년 캘리포니아주 디즈니랜드를 방문했던 9명의 아이들이 홍역에 감염된 것을 시작으로, 미 전역 7개주에서 140명이 넘는 홍역 환자가 발생한 것을 가리킨다. 홍역은 95%가 예방접종을 하면 집단면역이 형성돼 퇴치할 수 있다. 집단면역은 집단의 대부분이 감염병에 대한 면역성을 가졌을 때, 감염병의 확산이 느려지거나 멈추게 됨으로써 면역성이 없는 개체가 간접적인 보호를 받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문제는 그 당시 캘리포니아주는 개인의 종교적인 신념 등을 이유로 예방접종을 거부할 수 있었다. 특히 예방접종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의학논문이 부모들 사이에 반향을 일으키면서 접종 반대운동이 일어났다. 과학자들이 예방접종은 안전하다고 설득했지만 한번 자리잡은 대중의 믿음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고학력자들이 백신 반대운동을 주도했다. 그 결과 캘리포니아주는 예방접종 비율이 떨어져 집단면역이 붕괴되는 바람에 말 그대로 홍역을 앓았다. 그 직후 캘리포니아주는 백신의무화법을 제정, 시행중이다.역사적으로 고대 지중해의 초기 기독교는 이교도들이 병자들을 팽개치고 도망가는 와중에도 서로 도움을 줘서 교세를 확장하는 성공을 누렸다. 이후 1천여년이 넘은 현대에 이르러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는 정부가 자제를 촉구했음에도 8월15일 반정부집회를 갖고, 국가의 방역정책과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에 정면도전함으로써 이 나라의 방역체계를 위협,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법원이 7일 전광훈 목사에 대한 보석취소 결정으로 140일만에 재수감토록 한 것은 자업자득, 인과응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9-07

민족 이동의 딜레마

추석은 설날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이다. 이 날은 전국에서 흩어져 있는 가족들이 고향을 방문해 부모·형제들과 함께 명절 연휴를 보낸다. 그 해 추수한 햅쌀로 밥을 지어먹고 햇곡식으로 송편도 만든다. 사과, 밤 등 햇과일로 준비한 차례상을 차리고 조상의 산소를 찾아 성묘도 한다. 모처럼 떨어져 지내던 가족이 만나 즐거움을 나누는 날이다.추석은 삼국시대 이래 내려온 우리 고유의 전통 명절이다. 연휴기간 고향을 찾는 귀성객만 어림잡아 수천만명에 이른다. 추석 당일 이동객만 700만∼800만명 정도로 보고 있다. 이른바 민족의 대이동이 추석연휴 기간 동안 이뤄지는 것이다. 전국의 고속도로망은 극심한 교통정체 현상을 빚는 게 추석 명절 때의 우리 모습이다.코로나19가 난동을 부리면서 올해 추석 명절의 민족 대이동이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재확산으로 고향으로 갈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금 추석이 문제냐” “조상 모시다 내가 먼저 죽는다” 등 귀성과 관련한 부정적 의견이 다수 나돌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추석절 이동제한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했다.정부도 추석 명절이 코로나 대확산의 분수령이 될까가 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민들에게 “방역을 최우선해 연휴 계획을 세워달라”고 당부했다. 추석절 이동제한이라는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 정말로 벌어질지도 모른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덕담이 무색해질 지경에 놓인 것이다.하루 1천명대 확진자를 기록한 일본은 “추석귀향 자제”를 정부가 당부했다고 한다. 언텍트 시대의 민족 대이동이 딜레마에 빠졌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9-06

각자도생(各自圖生)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했다. 사람은 끊임없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존재한다는 뜻이다. 사람이 동물과는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사회성’을 들 수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은 전쟁에서만 통용되는 말은 아니다. 사람이 사는 사회는 협동과 단결이 난관을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되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은 무거운 짐도 나눠지면 가볍고 기쁨도 함께 하면 더 즐겁고 기운이 난다는 뜻이다.각자도생은 제각기 살아갈 방도를 따로 찾는다는 말이다. 조선시대 대기근이나 전쟁 등 어려운 상황일 때 백성이 스스로 알아서 살아 남아라는 절박함에서 유래했다 한다. 조선시대만 해도 전쟁과 같은 국난이 일어나면 나라에서 백성을 온전히 보호해 줄 방법이 없다. 임금이 백성들에게 불가피하게 각자도생의 길을 찾으라 했다는 것이다. 2019년 직장인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각자도생이었다. 경기불황과 구직의 어려움에 봉착한 직장인에게 각자도생은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으로 보였던 모양이다.각자도생은 각박해지는 세상살이의 세태를 반영한 말로 보아도 좋다. 삶의 무게나 고뇌가 커지고 있음을 달리 표현한 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식의 삶의 방식이 우리생활의 주류로 등장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고 바이러스로부터 내 몸의 안전을 보호받기 위한 집콕과 무대면 방식이 우리를 억누르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사람은 서로 만나 부대길 때 인간적임을 느낄 수 있다. 각자도생의 삶에서 탈출할 날은 언제 올까./우정구(논설위원)

2020-09-03

디지털뉴딜, 데이터댐

정부가 추진중인 한국판 뉴딜 10대 과제 가운데 중앙정부 재정이 가장 많이 투입되는 사업이 바로 ‘데이터 댐’사업이다.데이터댐은 사회 곳곳에 흩어진 공공·민간 데이터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나의 형태로 가공하고, 이렇게 구축된 빅데이터를 분석·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과 5세대(5G) 통신망을 갖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가적인 사업이다.5년간 총 15조5천억원의 국비가 투입될 예정이며, 정부는 이를 통해 38만9천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빅데이터 구축은 관련 업계의 수요는 크지만, 막대한 단순 수작업이 필요해 민간에서는 선뜻 손대지 못하는 영역이었으며, 정부 재정을 동원해 단순 수작업 인력을 대량으로 고용해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경기 활성화까지 노리는 `뉴딜 정책` 취지에 가장 적합한 디지털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다.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일 ‘데이터 댐’ 프로젝트의 7대 핵심사업들을 수행할 주요기업 등의 선정 작업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사업 추진에 나섰다.7대 핵심사업은 과거 미국 대공황 시기의 ‘후버댐’ 건설과 같은 일자리와 경기부양 효과에 우리 미래를 위한 투자와 각 분야의 혁신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해 기획된 AI학습용 데이터 구축, AI 바우처와 AI데이터 가공바우처 사업, AI융합 프로젝트(AI+X), 클라우드 플래그십 프로젝트, 클라우드 이용바우처 사업, 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 구축 등 7개 사업이다.다만 세상이치가 모두 밝은 곳이 있으면 어두운 곳이 있는 법. 데이터댐이 만들어낼 일자리 이면에 일자리를 잃는 기존 산업 종사자의 아픔도 헤아려주길 바랄뿐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9-02

음서제 논란

고려 18대 왕 의종 때 일이다. 문신 한뢰가 유흥놀이 끝에 대장군 이소응의 뺨을 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평소 문신의 권력 놀음에 지쳐있던 정중부 등 무신들이 이 사건을 계기로 정변을 일으킨다. 이것이 무신정변(1170년)이다.고려시대는 문벌 중심의 귀족사회다. 문신이 정치권력을 독점하고 경제적으로는 대토지를 경영하고 심지어 군대를 지휘 통수하는 병권도 장악하고 있었다. 무인은 귀족정권을 보호하는 호위병 수준으로 전락, 불만이 많았던 때다.고려시대 음서제도는 문벌귀족 사회임을 입증하는 대표적 제도다. 5품 이상 관리의 자제는 과거를 보지 않고 관리로 채용되는 제도다. 조상의 음덕으로 자자손손이 벼슬에 올라 떵떵거리며 살 수 있다.당시 음서제는 날로 폐단을 더하여 수혜 범위가 관리의 아들, 손자, 외손자, 사위까지 확대됐다. 전체 관리 중 음서 출신자가 과거급제자보다 많아 나라 살림이 제대로 관리될 리 만무했다. 결국 무신정변으로 문벌귀족사회는 몰락하고 종국적으로는 고려가 망하는 원인이 됐다.예나 지금이나 제도가 공정하지 않으면 민심 이반이 일어나게 마련이었다. 그것이 역사가 가르쳐 준 교훈이다. 조선시대에도 음서제는 이어졌다. 그러나 수혜 폭이 많이 줄어들면서 관리를 희망하는 양반 자제들은 자연 과거 시험으로 몰려들어 벼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워졌다고 한다.정부의 공공의대 설립을 둘러싼 현대판 음서제 논란이 뜨겁다. 청와대 국민 청원판에는 “공공의대 게이트에 대한 진상규명”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국민이 납득할 정부의 명쾌한 답변이 해결책일 것 같다. 국민은 공공의대 설립 목적과 과정이 평등하고 공정한 쪽으로 손을 들어줄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9-01

혁신적인 암치료법, 중입자치료

우리나라에도 머지않아 혁신적인 암치료법인 중입자치료시스템이 도입될 전망이다. 중입자 치료는 암세포 살상능력이 가장 뛰어난 탄소입자를 선형가속기에서 1차 가속하고, 원형가속기에서 2차 가속해서 암세포에 조사해 암세포의 유전자고리를 끊어 파괴하는 방법이다.기존 방사선치료에 사용되는 엑스선이나 감마선은 피부를 뚫고 체내에 들어가면 살상능력이 크게 줄어들어 치료효과가 적고, 정상세포를 파괴하는 부작용이 적지않다. 그러나 중입자치료는 암세포에 정확히 방사선을 투사해 정상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부작용이 적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치료효과도 뛰어나 기존 방사선 치료 시 2~3주에 걸쳐 수십차례 치료해야했으나 중입자 치료는 초기 폐암의 경우 단 1회만으로 치료하는 등 치료횟수가 통상 12회 이내로 줄어들었다. 검사시간은 30분 내외며, 실제 치료시간은 이보다 짧은 3분 내외다. 치료중에도 사회활동을 하며 통원치료가 가능한 첨단 암치료법이다.특히 두경부암과 뇌암과 같이 방사선치료를 받아도 재발이 쉽거나 암치료가 어려운 부위, 폐암, 간암, 췌장암, 재발성 직장암, 골육종 등 주요 고형암에 효과적이다. 중입자 치료 시 폐암 5년 생존율은 15.5%에서 39.8%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고 보고돼있다.중입자치료의 핵심기기인 중입자가속기는 탄소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빔을 암세포에 조사하는 치료기기로, 현재 전 세계에서 단 12개 센터만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2022년 연세의료원에 중입자가속기가 구축될 예정이고, 2024년 말에는 부산 기장에도 중입자치료센타가 운영될 예정이라니 암환자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희소식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8-31

빗나간 일기예보

나비효과란 본래 기상예측 모델 연구에서 유래한 말이다. 1961년 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츠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상변화를 예측하는 과정에서 소수점 이하의 작은 수치가 결과적으로 완전히 다른 기후패턴으로 나타난 것을 두고 이렇게 불렀다고 한다.과학이 발달하기 전 옛날 사람들은 구름이나 동물의 움직임 혹은 피부로 느껴지는 기온의 변화로 내일의 날씨를 점쳤다. 중국 스찬성 대지진 직전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가 대이동했다는 것을 두고 지진의 전조로 보는 것 등이 그런 사례다.우리 속담에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는 말이 있다. 모기나 잠자리 등 곤충들은 습기가 많아지면 날개가 무거워서 낮게 날게 된다. 곤충을 잡아먹는 제비도 자연 낮게 날게 되므로 비올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개구리가 크게 울면 비가 온다”는 속설도 마찬가지다. 공기 중 습도가 많아지면 개구리의 호흡량이 늘어 울음소리가 커진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동물적 본능을 일기와 연관 짓는 것은 흔한 일이다.신라시대에 이미 천문기상 관측소인 첨성대를 세웠던 것이나 세종대왕이 세계 최초의 측우기를 발명한 것 등으로 보아 일기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국민적 중요 관심사임에 틀림이 없다.올여름 내내 폭염이 예상된다던 기상청의 예보가 빗나가면서 기상 불신이 심하다.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빗나간 사례가 한두 번 아니지만 올 여름 유독 기상청은 고개를 들 면목이 없어 보인다. 여름 내내 폭염이라던 예측과 달리 역대급 장마가 이어지고 수해 발생이 빗나간 일기 탓이란 항의가 연일 이어졌기 때문이다. 또 해외 사이트에서 국내 일기를 확인하는 이른바 기상 망명족까지 늘어났다고 하니 기상청의 체면이 말이 아닌 셈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8-30

마스크의 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을 하는 마당에도 미국인들은 마스크 쓰기를 거부한다. 왜 미국 사람들은 마스크 착용에 이런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일부 언론에서는 이에 대해 미국이 가진 문화의 특성으로 해석했다.미국은 집회나 시위에 복면을 착용해 신원 확인을 어렵게 하는 것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이 시행되는 나라다. 우리도 과격시위와 관련 몇 차례 복면금지법이 국회에서 발의 됐으나 표현의 자유와 인권침해 논란으로 법제화 되는데 실패했다.미국에서는 남의 땅에 별 생각없이 마스크 차림으로 들어갔다가 강도로 오인받아 총격사고가 벌어진 일이 종종 있다. 지난 5월에는 미시간주 한 상점의 경비원이 고객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다 총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미국 사람들은 눈 맞춤이나 얼굴 표정을 중시하는 사회적 관념이 있어 마스크 착용은 개인의 자유를 통제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마스크의 역사는 오래됐다. 그리스, 로마시대에 이미 마스크를 쓴 기록이 있다. 14세기에는 유럽 전역에 번진 흑사병에 대응키 위해 새부리 같은 기괴한 마스크를 의사들이 사용한 적도 있다. 1918년 미국 시카코에서 시작해 전 세계에 퍼진 스페인 독감 때도 마스크가 가장 훌륭한 대응 수단으로 동원됐다.코로나19가 또다시 대유행 조짐이다. 학수고대하는 백신 개발은 기약이 없다. 지금 상태에선 마스크가 곧 백신이다. 외신들은 한국의 파주 스타벅스점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나왔음에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했던 직원들은 감염을 면했다는 사실을 보도하며 마스크 착용의 유용성을 부각했다. 의료계는 코로나 백신이 개발된 데도 100%의 보장은 어렵다고 한다. 마스크 위력에 감사해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8-27

혁신금융 디파이

디파이(De-Fi)는 탈중앙화를 뜻하는 ‘decentralize’와 금융을 의미하는 ‘finance’의 합성어로, 탈중앙화된 금융 시스템을 일컫는다. 정부나 기업 등 중앙기관의 통제 없이 인터넷 연결만 가능하면 블록체인 기술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즉,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분산된 네트워크를 통해 정부나 기업 등 중앙기관의 통제를 받지 않는 금융 생태계를 말한다. 디파이는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가 없어도 인터넷 연결만 가능하면 블록체인 기술로 예금은 물론이고 결제, 보험, 투자 등의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디파이는 지난 6월 들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프로젝트의 인기도가 급상승하면서 고이율을 통한 자금유치로 6월에만 TVL(Total Value Locked)은 9억5천만달러에서 16억8천만달러까지 증가했고, 77.6%의 증가폭을 기록했다. TVL은 디파이 프로젝트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제공되는 가상자산 대출 서비스에 예치된 자산을 나타내는 지수다.디파이는 투자자에게 투명성을 제공해 건전한 금융 시스템을 만들고, 금융 서비스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중개인을 제거해 거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반면 보안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책임을 질 주체가 없어 문제다. 실제로 최근 출시 하루만에 4억달러이상의 예치금을 모은 디파이 프로토콜 얌 파이낸스의 경우 치명적인 프로그램 설계오류로 프로젝트 실패를 선언해 159달러까지 올랐던 얌 토큰 가격이 0달러선까지 폭락,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고수익에는 고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8-26

나라빚

아르헨티나, 그리스, 베네수엘라 등이 경제적으로 망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안다. 포퓰리즘 정치가 나라를 망치게 한 사례로 이미 수없이 거론된 나라들이기 때문이다.아르헨티나는 20세기 초반만 해도 경제대국이다. 1차 세계대전 직전 국내 총생산(GDP)은 유럽의 강국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보다 앞섰다. 1946년 페론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과다한 복지비 지출이 국가 재정을 바닥내고 만다. 이 나라는 지금도 대학 교육을 무상으로 실시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의 하나다. 2001년 아르헨티나는 국가부도(모라토리엄)를 선언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수모도 겪었다.정부의 2차 긴급재난지원금이 또다시 화두다.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때와 마찬가지로 정치권 특히 여당이 적극적이다. 이번에는 야당도 지급에 찬성 쪽이다. 단지 정부 살림을 사는 기획재정부쪽 입장은 신중론이다.1차 때도 기획재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주더라도 소득하위 50%이하 가구에만 주자고 했다. 정부 재정과 지원금의 효과를 따져 지급하자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4·15 총선을 앞둔 가운데 정치권의 주장에 밀려 전 국민에게 11조원의 돈이 풀렸다.코로나19가 2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지만 아직 재난지원금을 거론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성급해 보인다. 상반기 중 우리나라 재정적자는 111조원으로 사상 최악이다. 곳간이 텅 비었다는 얘기다.불가피하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빚을 내더라도 해야겠지만 국민의 세금을 남의 호주머니 돈처럼 가볍게 여기는 정치인의 생각부터 먼저 달라져야 한다. 나라 빚은 다음 세대가 짊어질 부채이자 경제망조의 출발점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8-25

킬링타임 전성시대

킬링타임(killing Time)은 무엇이든 할 일이 없을 때 남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을 말하며, ‘시간 때우기’라고도 한다. 하지만 요즘 같으면 코로나19의 팬데믹탓에 전세계가 킬링타임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주말 혹은 쉬는 날에 킬링타임을 한다고 쳤을 때, 가성비가 좋은 것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작품성은 없지만, 아무 생각 없이 보면 그럭저럭 재미있는 영화를 킬링 타임용 영화라고 부른다.이밖에도 실내에서 안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취미생활 용품들도 많다. 특히 ‘구슬꿰기’ ‘십자수’등 각종 취미용품부터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완성해 홈 데코에 활용할 수도 있는 직소퍼즐, 컬러링북 등의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옥션은 최근 한 달을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카테고리별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각종 실내 취미용품의 인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밝혔다.먼저,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실꿰기·구슬꿰기 판매량이 무려 6배 이상(560%) 증가했다. 형형색색의 구슬들을 취향대로 엮어 원하는 모양과 길이로 꿰어 이으면, 팔찌부터 머리끈까지 다양한 액세서리를 만들 수 있다. 십자수 용품은 2배 이상 더 많이 팔렸고, 퀼트용품과 펠트용품도 각각 116%, 78% 씩 증가했다.각종 실내 미술 공예용품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아무 생각없이 색칠하며 정서적인 안정을 주며 성인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컬러링북은 54% 판매가 늘었고, 클레이공예와 점토공예,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조립키트, 직소퍼즐도 날개돋힌 듯 팔린다. 그러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8-24

프리미엄 과일

포도계의 슈퍼스타, ‘망고 포도’라는 별명의 샤인머스켓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한송이 가격이 무려 2만원. 비싼 가격에도 대형마트 등에서는 올 여름 가장 잘 팔리는 과일로 손꼽힌다. 작년 동기보다 무려 200% 이상 매출이 급등했다.샤인머스켓은 일본이 개발한 과일이다. 1988년 일본이 이중 교배하여 만든 청포도의 일종. 당도가 일반포도보다 높고 껍질째로 먹을 수 있다. 포도 껍질 특유의 억센 질감과 시큼함이 없으며 식감이 아삭하고 씹을수록 망고향이 난다.일본은 일본 내 품종 등록은 했지만 해외품종 등록을 미처 하지 못해 우리나라가 재배를 해도 로열티를 물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는 2006년 처음으로 식재를 했고 지금은 일본과 함께 유일하게 샤인머스켓 수출국 위치에 있다. 샤인머스켓은 일반 거봉포도보다 수출가격이 약 3배다. 포도주산지가 많은 경북의 상주, 김천, 영천 등지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으며 재배면적도 매년 는다. 경북지역 농산물의 해외 수출에 샤인머스켓이 견인차 역할까지 한다.6월 말에서 7월 중순 사이 딱 2주간만 맛볼 수 있는 과일이 있다. 신비 복숭아다. 이름 그대로 신비한 맛이 있다. 경북 영천과 경산 일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신비 복숭아는 외양은 천도복숭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천도처럼 시큼하지 않고 달콤하다. 털이 없어 껍질째 먹을 수 있다. 뉴질랜드 출신의 엔비사과는 전세계 10개국에서만 생산되는 사과다. 아시아에선 우리나라가 유일한 생산국이다. 가격은 일반 사과의 2배 수준이다.같은 과일보다 월등히 비싼 프리미엄 과일의 수요가 늘고 있다. 과일 하나를 먹어도 특별한 것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는 탓이다. 가격보다는 맛과 향을 중시하는 소비트렌드가 프리미엄 과일을 양산하고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8-23

화불단행(禍不單行)

설상가상은 본래 “쓸데없는 참견”이란 뜻으로 사용됐다. 눈 내린 곳에 서리가 더 내려봐야 별 차이가 없다는 의미다. 이것이 세월이 흘러 “환란이 거듭된다”는 말로 바뀌게 된다.설상가상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 말을 찾아보면 여러 개 있다. “앓는 중에 또 다른 병이 생긴다”는 병상첨병(病上添病)과 “앞문에서 호랑이를 막고 있으니 뒷문으로 이리가 들어온다”는 전호후랑(前虎後狼)이란 사자성어도 있다.우리 말 속담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과 “갈수록 태산”, “산 넘어 산”, “하품에 딸꾹질” 등이 같은 뜻이다. 또 “재수 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는 속담도 있다. 일본에서는 “밟혔다가 차였다” 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설상가상에 반대되는 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있다. 이때 금은 비단 금(錦)자를 쓴다. 비단은 예나 지금이나 귀한 물건인데 그 위에 꽃을 수놓았으니 좋은 일이 겹친다는 뜻이다.요즘 우리나라가 겪는 상황을 보면 설상가상이란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긴 장마와 500mm의 집중 호우로 전국 곳곳이 물에 잠겨 아직 생채기가 채 가시지도 않은 가운데 폭염이 덮치더니 이번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지난 2월 발생한 코로나19로 이미 우리나라는 큰 쇼크를 입은 마당이라 마치 “솥뚜껑 보고 놀란 가슴처럼” 두려움이 앞선다.그도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사는 수도권에 집중돼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높다.옛말에 “복은 겹쳐 오지 않고 화는 홀로 오지 않는다”(禍不單行)고 했다. 이 말의 뜻은 “재앙이 또 다른 재앙을 부를 수 있으니 매사에 조심하라”는 것이다. 국가적 위기다. 정부와 국민 모두 엄중함이 절실한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8-20

경견완증후군 주의보

가정이나 직장에서 컴퓨터 앞에 긴시간 앉아 있는 일이 많아지면서 경견완증후군 주의보가 내렸다. 경견완증후군은 온종일 컴퓨터 자판을 치는 등 상체를 이용해 반복된 작업을 지속했을 때 나타나는 목, 어깨, 손목의 통증을 가리킨다.흔히 ‘오십견’으로 불리는 유착성 관절낭염, 테니스·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자주 호소하는 팔꿈치 관절 주위의 통증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나는 내외상과염, 잘못된 자세로 오래 자판을 치게 될 경우 겪게 될 수 있는 ‘손목터널증후군’을 가리키는 근막통증증후군과 수근관증후군 등이다. 주로 목, 어깨, 팔꿈치, 손목 등에 무감각, 통증, 뻣뻣함 등을 유발하는데, 1주일 이상 지속하거나 한달에 한 번 이상 이런 증상이 보이면 경견완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특히 경견완증후군은 X선, MRI(자기공명영상)를 촬영해도 원인을 알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주의해야 한다.치료는 스트레칭, 약물, 물리치료를 병행하고, 통증이 심한 경우 주사치료를 하게 된다. 치료가 쉽지않은 경견완증후군을 예방하려면 구부정한 자세를 피하고, 바른 자세를 갖는 게 좋다. 증후군 예방을 위한 올바른 자세는 허리는 곧추 세워 등에 골이 만들어지게 하고, 가슴과 어깨는 활짝 편 채 턱을 당기고, 의자에 앉아 있을 땐 무릎의 위치가 엉덩이보다 높지 않게 하고, 엉덩이와 허리의 각도를 90도로 만든다. 소파처럼 푹신한 곳에 앉을 때는 작은 쿠션을 소파와 허리사이에 받치고,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모니터 중심이 사용자의 코앞에 오도록 조절한다.무엇보다 오랜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일은 피하고, 중간중간 휴식과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어주는 게 긴요하다. 건강한 삶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8-19

민심무상(民心無常)

민심은 말 그대로 백성의 마음이다. 통치자 입장에서 보면 대중의 심리를 이르는 말이다. 통치권자가 법보다 대중의 요구를 중시하게 되면 국가의 통치기능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민심이다.국민정서법도 이런 배경의 용어다. 실정법에는 어긋나지만 국민의 법 감정에 호소하여 법보다 우선하여 판단하는 경우다. 법 경시 풍조를 유발할 소지가 있다. 그럼에도 국민정서법을 무시하지 못하는 것은 민심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예로부터 민심을 천심이라 불렀다. 세상 민심이 곧 하늘의 뜻이란 말이다. 민본주의나 민주주의의 민(民)은 백성을 말한다. 맹자가 민본사상을 주장한 것은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평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민(爲民)정치가 같은 말이다. 오늘날 민주주의도 같은 의미다. 헌법 1조에 표기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의 참뜻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민심무상은 서경(書經)에 나오는 말이다. “백성의 마음은 일정하지 않다(民心無常). 군주가 선정(善政)을 베풀면 사모(思慕)하고 악정(惡政)을 하면 앙심(怏心)을 품는다”고 했다. 불교에서 무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멸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민심무상은 백성의 마음이 혜택을 주는 쪽으로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말이다.민심을 요즘 말로 표현하면 여론이다.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에 줄곧 뒤져왔던 미래통합당 지지율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처음으로 여당을 앞섰다. 100년 집권을 운운하던 여당에 비상이 걸리고 야당은 야당대로 민심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운다.예로부터 민심을 물에 비유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 정치권이 민심무상의 의미를 잘 새겨야 할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8-18

살인진드기병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살인진드기병 주의보가 내렸다. 학술용어로는 중증열성혈소판 감소증후군(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SFTS)으로 불리는 살인진드기병은 제3급 법정감염병으로,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참 진드기가 사람의 피부에 붙어 흡혈할 때 인체 내로 바이러스가 주입되어 발생하는 중증의 인수 공통 감염병이다.2011년 중국에서 최초로 SFTS 원인 바이러스가 확인된 이후 2013년 5월 국내에서도 첫 환자가 보고됐다. 진드기의 활동 시기인 매년 4월부터 11월 사이에 전국적으로 발생한다.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발열이 있고, 피로감, 두통, 근육통 등이 동반하지만 구역감과 구토, 복통, 설사 등의 소화기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70세 이상의 고령이거나 다른 만성질환이나 면역저하 질환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 사망할 확률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아직까지 치료효과가 확인된 항바이러스제나 백신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따라서 병원에 가더라도 보존적인 치료가 주된 치료가 된다. 대부분 보존적인 치료만으로도 회복되지만 약 20%가량은 중증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작은소피참진드기의 활동 시기인 봄철 4월부터 11월 사이에 산이나 들판에 들어갈 때에는 긴 소매, 긴 바지 등을 입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고, 야외 활동 시 약국이나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기피제를 뿌리는 게 좋다. 특히 풀밭 위에 옷을 벗어 놓고 눕거나 잠을 자는 것은 피하고, 야외에서 활동 후에는 즉시 샤워나 목욕을 하고 옷은 세탁하는 것이 좋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8-17

병사의 월급

징병제를 시행하는 나라에서 주는 병사의 월급은 일반 기업의 월급제와는 개념이 다르다. 일한 대가에 대한 보상보다 국가에 대한 국민으로서 가져야 할 의무감의 개념이 앞선다.국민의 4대 의무인 국방 의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월급은 국가가 형편대로 주어도 된다는 것이 병사 월급에 대한 통상적 생각이다. 병사들도 이런 생각에 별다른 이의가 없다. 그래서 과거 병사 월급이라고는 담배 몇 갑이나 자장면 몇 그릇 사먹을 정도가 고작이다.한 자료에 따르면 병장 기준의 월급을 보면 다음과 같다. 1970년도 900원, 1980년도 3천900원, 1990년도 9천400원, 2000년도 1만3천700원, 2010년 9만7천500원이다. 올해 병장 월급은 54만원 정도라 한다. 세월이 흘러 병사 월급도 많이 인상됐지만 아직은 월급이라 하기에는 작은 금액이다.최근 국방부가 국방 중기계획을 발표하면서 2025년에는 병장 월급 100만원 시대를 연다고 밝혔다. 향후 5년간 78%를 인상하겠다는 계획이다. 병사의 월급이 올라 반갑기도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방의무 수행자에게 봉급생활자 개념을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과 “군대를 복지기관 정도로 여기는 것 아니냐” “포퓰리즘적 발상” 등등이다.현재 우리나라 군 사병이 받는 월급이 적정한지는 기준을 잡기가 어려워 판단이 쉽지 않다. 징병제가 실시되고 경제력 등에서 우리와 비슷한 이스라엘의 병사가 50만 원 정도 받고 있다고 하니 참고는 된다.국방부의 계획대로라면 인건비 비용이 1조원이 더 소요된다. 병사월급 인상이 국방력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예측이 쉽지 않다. 그러나 군에서는 전투력 증강이 최고의 가치라는 점을 잊고 예산을 짜서는 안 된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