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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차세대통신기술 6G

5세대 이동통신이 상용화초기단계에 들어서기 무섭게 6세대 이동통신기술이 개발되고 있다.삼성전자가 차세대 6G(6세대) 이동통신 비전을 제시하고 나섰다. 6G에서는 최대 전송속도 1000Gbps, 무선 지연시간 100μsec로, 5G 대비 속도는 50배 빨라지고, 무선 지연시간은 10분의 1로 줄어드는 등 획기적 성능 개선이 예상된다.6G는 모바일 단말기의 제한적인 연산 능력을 극복하기 위한 네트워크 구성 요소들의 최적화 설계가 필수적이다. 네트워크 구성요소들이 실시간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데 AI가 기본 적용되는 ‘네이티브 AI’ 개념이 적용된다.6G는 내년부터 개념 및 기술 요구사항 논의를 시작으로 표준화가 착수되고, 이르면 2028년부터 상용화에 들어가 2030년 본격적인 서비스가 이루어 질 것으로 전망된다. 6G 시대에는 △초실감 확장 현실 △고정밀 모바일 홀로그램 △디지털 복제 등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부터 5G 국제 표준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해, 기술 제안과 표준화 완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5G 상용화에 기여했다. 2019년 4월 대한민국의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이어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 통신사들에 5G 상용화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5세대 이동통신은 최대 속도가 20Gbps인 이동통신 기술로, 4세대 이동통신인 LTE에 비해 속도가 20배 가량 빠르고, 처리 용량은 100배 많다. 특히 CDMA(2세대), WCDMA(3세대), LTE(4세대)가 휴대폰과 연결하는 통신망에 불과했고, 5G는 휴대폰을 넘어 모든 전자 기기를 연결한다. 눈부신 기술의 진보가 인류의 삶을 바꾸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7-15

보신탕보다 삼계탕

보신탕은 개고기로 만든 보양 음식이다. 개고기를 푹 삶아 살은 수육으로 하고, 뼈로 푹 고은 육수에 배추, 시래기, 파, 토란 등과 갖은 양념을 하여 만든 탕이다. 본래 개장국이라 했다. 그러나 1984년 서울시가 올림픽 유치를 앞두고 개장국을 혐오식품으로 지정 판매를 금하자 단속을 피하기 위해 보신탕, 영양탕, 사계절탕으로 이름을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단고기탕이라 부른다.조선 순조 때 문신인 조운종이 우리나라 사계절의 세시풍속을 직접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한 ‘세시기속’에는 “복날이 되면 사람들이 모여 개를 삶아 국을 만들어 먹었으며 중복과 말복에도 마찬가지다”라고 기록하고 있다.이로 봐선 보신탕은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이 즐겨먹었던 음식 중 하나로 보인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개고기가 속되다는 이유로 임금께 올릴 수 없으니 개고기 대신 쇠고기를 넣어 끓여 개장국을 육개장이라 불렀다고도 한다.요즘처럼 몸보신할 음식이 많지 않은 옛 시절에는 개고기가 몸보신에 으뜸 대접을 받았던 모양이다. 특히 삼복더위로 체력 소모가 많은 여름철에는 개고기를 보양식으로 즐겨 먹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우리 속담에 “복날 개 패듯 한다”는 말은 여름철 복날 몸보신용 개가 마구 도살되던 것을 보고 나온 말로 풀이된다.삼복(三伏)은 7∼8월 사이 여름철 중 가장 더운 때를 뜻한다. 지금처럼 냉방시설이 없었던 우리 선조들은 이 시기를 잘 넘기기 위해 여러 노하우를 쌓았다. 그 중 하나가 보신탕 먹기다.불과 수십년 전만해도 즐비하던 보신탕집이 이제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다. 먹거리가 많아지는 등 세태 변화에 따른 현상이다. 16일은 초복이다. 삼계탕으로 몸보신해 보는 것도 좋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7-14

사이토카인 폭풍

전세계가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코로나 중증 환자에서 발견되는 과잉염증 반응의 원인을 밝혀냈다.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때문이란다.사이토카인 폭풍은 바이러스 등 외부 병원체가 인체에 들어왔을 때 체내 면역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돼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면역 과잉반응 현상을 일컫는다. 즉, 인체 내에 외부에서 침투한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사이토카인의 지나친 분비로 대규모 염증 반응이 나타나고, 이 과정에서 정상 세포들의 DNA가 변형되어 일어나 신체 조직을 파괴하는 것이다.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은 경증 질환만을 앓고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으나, 어떤 환자들은 중증 질환으로 발전해 심한 경우 사망하기도 한다. 사이토카인 폭풍 때문에 중증 코로나가 유발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지만 어떤 이유로 과잉 염증반응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어 중증 코로나 환자의 치료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국내 연구진은 중증·경증 코로나 환자로부터 혈액을 얻은 후 면역세포들을 분리하고 ‘단일 세포 유전자발현 분석’이란 기법을 적용해 특성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 환자의 면역세포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종양괴사인자(TNF)와 인터류킨-1(IL-1)이 공통으로 나타났고, 특히 인터페론이라는 사이토카인 반응이 중증 환자에게서만 특징적으로 강하게 나타남을 확인했다.지금까지 인터페론은 항바이러스 작용을 하는, 인체에 유익한 사이토카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연구진은 인터페론 반응이 코로나 환자에서는 오히려 과도한 염증반응을 촉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한시라도 빨리 코로나가 퇴치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7-13

자살에 대해

한국사람의 자살률은 2003년 이래로 OECD회원국 중 줄곧 최고다. 2018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가 26.6명으로 OECD평균 11.3명보다 월등히 많다. 하루 평균 37.5명이 자살로 세상을 떠난다.한햇동안 자살을 시도한 사람의 수가 3만 명을 넘는다. 전국 응급실로 들어온 응급환자를 통해 집계한 수치다. 남성이 여성보다 2∼3배 정도 더 많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세계 1위라 평가 받지만 우리나라 노인층의 자살률은 여전히 세계 1위다. 문제는 한국이 비교적 잘 사는 나라라고 하지만 자살률은 줄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자살에 대한 원인이야 많겠지만 우리의 경우는 사회 양극화문제와 노인층의 빈곤률 등 경제적 문제가 주 요인이다.사회학자 E.뒤르켐은 자살을 세 가지 형태로 분류했다.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붕괴적 자살 등이다. 이기적 자살은 개인과 사회와의 결합력이 약해질 때 생긴다. 이타적 자살은 사회적 의무감이 지나치게 높을 때 일어난다. 민족을 위해 논개처럼 생명을 던지는 것을 말한다. 붕괴적 자살은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제대로 적응못해 일어나는 자살이다.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자살은 또다른 자살을 부르고 자살 자체가 문제의 해결점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유명인의 극단적 선택이 종종 발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신자살이 그러했고 비리와 연관된 정치인과 유명 연예인의 자살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극단적 선택이 문제를 해결해 준 경우는 없다.오히려 가족에게 평생 잊지 못할 크나큰 상처만 안겨주고 사회적으로도 부정적 이미지를 남기게 된다. 어느 누구도 자살을 선택했다면 그것은 동정이나 미화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죄악시하고 우리사회가 경계할 일인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7-12

비대면 사회

2018년 영국 정부가 외로움 담당장관을 임명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언론들은 영국 정부가 고독감으로 고통 받는 인구가 900만 명을 넘어선 사실을 엄중히 받아들인 결과로 해석했다. 영국은 고독을 질병으로 보고 복지정책을 펼치고 있는 나라다.일본에서는 ‘개호(介護)이직’이라는 말이 있다. 나이든 부모의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옮기는 일을 뜻하는 용어다. 일본의 이직자 중 30% 정도가 개호이직이라 한다. 일본 정부는 ‘개호이직 제로’를 경제 정책의 목표로 삼기도 한다.한 조사에 의하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에서 50세 이상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의 비율은 청년층의 3배 이상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 같은 연령층에서 알코올이나 약물 남용에 의한 사망도 교통사고 대비 3배 이상 많았다고 한다.전문가들은 사람이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은 영혼을 갉아먹는 것처럼 매우 부정적 상태의 감정일 때라고 말한다. 나홀로 죽음을 맞는 고독사가 바로 외로움이 낳은 극한적 불행의 결과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비대면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만약 코로나의 2차 대유행이 있다면 향후 우리사회는 비대면 문화가 주도를 할 거란 전망도 나왔다.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에 대비하는 국가적 차원의 움직임도 조금씩 보이고 있다.최근 신일희 계명대총장은 “대면·비대면 차이가 없는 수업방식을 고안해야 할 때”라고 언급했는데, 우리사회 전반에 닥친 비대면 문화의 당면과제를 잘 꼬집은 표현으로 보인다.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은 디지털 문화에 익숙치 않은 계층에겐 또다른 문화적 충격을 줄 수 있다. 노인층의 사회적 고립감을 없앨 비대면 시대의 대책 마련이 급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7-09

부동산P2P 주의보

부동산 P2P(Peer to Peer)상품은 개인이 주로 토스·카카오페이 등의 핀테크앱에 투자를 신청하면 플랫폼업체가 투자자를 모집해 원금과 대출이자를 상환해주는 금융상품이다.흔히 민간이 추진하는 공동주택 개발사업이나 특정지역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데, 연 8%이상의 금리를 제공한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과 더불어 2030세대의 주력투자처로 인기를 모으며, 최근 3~4년 사이에 급속히 성장했다.지난 달 3일 기준 국내P2P금융업체는 241개이며, 누적 대출액은 약 10조3천251억원이다. 문제는 올해들어 코로나19 확산과 부동산 경기침체가 겹쳐 연체율이 15%대까지 크게 올랐다는 점이다. P2P업체 241곳의 연체율은 16.6%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3월말 15.8%에서 0.8% 오른 수치다. 지난 2017년 5.4%에서 작년말 11.4%로 뛰었다. 이처럼 연체율이 급증하자 금융위는 지난 3월 ‘P2P금융’은 고위험·고수익상품이라며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고, 최대 투자한도를 5천만에서 3천만원으로 축소했다.투자손실을 막으려면 소액으로 분산투자해 만기 미상환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으며, 부동산 대출투자시 담보물건, 채권순위, 담보권 행사방식 등 투자조건을 상세히 살펴봐야 한다.아울러 오는 8월 27일 세계 최초로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온라인투자연계금융법(이하 P2P금융법)이 시행될 예정이다.기존 금융업 수준의 건전성과 신뢰성을 갖춘 경우에만 P2P업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영업·재무현황 및 지배구조 등을 분기별로 감독기관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고수익엔 고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다./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2020-07-08

궁즉통

사람들이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흔히 떠올리는 말이 있다. 궁즉통(窮則通)이다. 주역(周易)에서 나온 이 말은 원래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의 줄인 말이다. “궁하면 변할 것이고 변하면 통할 것이고 통하면 오래 갈 것”이라는 뜻이다.세상을 살다보면 어려움에 처할 때가 종종 있다. 이때는 궁즉통의 말처럼 변화를 먼저 구해 보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세상의 일은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최선을 다한다면 돌파구가 있기 마련이다.“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서양 격언이 같은 말이다. 주역에서는 최선을 다했다면 그 결과는 하늘이 도와 이롭게 하며 오랫동안 누릴 수 있게 한다고 했다.궁즉통은 주역의 만물순환 원리 철학이 잘 드러난 표현이다. 그렇다고 시간이 가면 저절로 해결된다고 믿으면 안 된다. 변화를 통해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참뜻이다.공자는 주역의 중요성을 알고 책을 묶어놓은 끈이 끊어질 정도로 열심히 이 책을 탐독했다고 한다. 공자 사후에는 한 때 볼품없는 점술책으로 여겨져 진시황의 분서갱유에 끼지도 못했다는 기록도 있다. 하지만 한나라 이후 그 가치를 인정받아 오경 중 으뜸으로 치고 있는 책이다. 삼라만상을 음양 이원으로 설명하며 철학과 윤리, 정치적 상황에 대한 주석도 달아 놓고 있다.코로나 사태 이후 우리가 접한 상황이 결코 만만치 않다. 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도 포스트 코로나를 극복할 숙제가 산적하다.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고 가는 곳마다 낯선 풍경이 우리를 피곤하게 만들기도 한다. 일종의 스트레스다. 궁즉통이 코로나가 바꿔 놓은 세상에 적응할 방법은 되지 않을까 싶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7-07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한국형 발사체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등이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하는 탑재 중량 1천500kg, 길이 47.2m의 3단형 로켓으로, 1단은 75t급 액체엔진 4개, 2단은 1개, 3단은 7t급 액체엔진으로 구성된다.누리호는 2021년 발사를 목표로 하는데, 누리호에 들어갈 엔진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시험발사체는 2018년 11월 28일 오후 4시 발사됐다.연료는 발열량이 많은 수소 대신 케로신(등유)을 사용한다. 75t 엔진은 총 150회 이상의 연소 시험을 수행했고, 누적 시간도 1만5천초를 넘어섰다.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 2월 한국이 처음으로 독자 개발한 발사체가 우주로 날아오르게 된다.우주로 갈 수 있는 로켓은 한번에 만들어지지 않고, ‘체계개발모델(EM) → 인증모델(QM) → 비행모델(FM)’순으로 개발 단계를 밟는다.체계개발모델은 엔진 없이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하는‘수류시험’을 하기 위한 용도로 제작된다. 점검이 끝나면 엔진을 붙여 지상 연소시험과 발사대 시험까지 진행하는 인증모델을 만든다. 이후 비행용 엔진을 붙여 실제로 발사하는 비행모델을 만들게 된다. 누리호는 현재 1단 체계개발모델을 이용해 수류시험을 하고 있다. 이 작업이 8월까지 완료되면 1단 인증모델에 75톤 엔진 4개를 붙여 올해 하반기에 시험할 예정이다.누리호를 우주로 보낼 발사대에 대한 검증 시험도 준비중이다. 항우연은 지속적인 발사를 통해 신뢰도를 확보하고, 성능 개량을 이어 나가 2030년까지 830kg급 달 탐사선 발사 성능을 확보하는게 목표다.우주로 향하는 길은 멀고도 멀다. 하지만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2020-07-06

착한 소비

자린고비는 지독한 구두쇠나 인색한 사람을 부를 때 쓰는 말이다. 그 어원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중 하나만 소개하면 이렇다.부모 제사에 사용하는 지방을 한번 쓰고 태워버리는 것이 아까워 고비라고 적은 지방을 기름에 절여 해마다 썼다고 하여 절인 고비로 불렀다가 이것이 변하여 자린고비가 됐다는 설이다.자린고비와 관련하여 전승되는 이야기도 지방에 따라 많이 있다. 대개 생선, 간장, 된장 등 사소한 물건을 아껴 쓰는 것을 주제로 하고 부부나 부자간, 시아버지와 며느리 간에 아껴쓰는 방법을 두고 서로 경쟁을 벌이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예컨대 부채를 아끼는 방법으로 부채살을 하나씩 펼쳐 사용한다거나 부채가 아니라 고개를 흔들어 부친다는 이야기 등이 그런 것이다. 근검절약한다는 것은 구두쇠와 같은 맹목적인 인색함과는 다르다. 물건을 사용하되 법식에 맞춰 낭비나 방종에 따른 소비를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절약은 저축이란 결과로 나타난다. 오늘날 이런 저축은 노후생활이나 주택마련과 같은 미래에 대응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과거 전통사회에서 선비들에게 내려온 청빈사상도 이런 근검절약의 정신과 맥을 같이 한다. 우리의 조상은 밥 한톨도 아껴 먹어야하며 물건을 아껴 쓰지 않으면 하늘에서 벌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경제 부흥기였던 1960대 우리사회는 근검절약만이 부를 일굴 수 있다는 생각으로 국민 모두가 내핍을 생활화 했다. 신발이 헤지면 꿰매신고 형에게 옷이며 교과서며 대물림을 받았다. 새 옷, 새 신 한 켤레가 사무치게 그립던 시절이 우리에게 었었다.코로나 사태가 장가화되자 정부가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범국민적 소비촉진 운동에 나서고 있다. 바야흐로 소비가 칭찬받는 시절이 됐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7-05

에마뉘엘 마크롱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정치 철학은 좌파와 우파를 아우른다. 정치·사회적으로는 불평등 해소와 공정한 사회진출과 같은 좌파정책을 표방한다. 그러면서 경제적으로는 전통적인 자유시장 경제주의자로서 친기업적 성향의 우파정책을 주창하는 사람이다.그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좌우파로 대립된 정치게임을 종식한다는 목적 아래 중도성향의 정당을 창당했다. 사회당과 공화당으로 나눠진 프랑스의 오랜 정치구도는 그의 혁명적 노력에 의해 마침내 비주류 정당 출신의 대통령을 탄생시킨다. 프랑스에서는 이를 ‘마크롱 혁명’이라 부른다.2017년 5월 그는 프랑스 제25대 대통령에 당선된다. 그의 나이 38살 때다. 프랑스 최연소 대통령 기록이다. 그에게는 또 하나의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 자신보다 24살이나 나이가 많은 부인을 둔 사실이다. 학창시절 스승이었던 브리지트 마크롱과는 오랜 시간 열애 끝에 결혼에 이른다. 그의 나이 16세 때 자식 셋 달린 유부녀 선생과의 열애는 그의 대통령 당선 후 더 유명해진 일화다.그는 대통령 선거에 나서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기존 정치에 맞서 민주혁명을 일으키겠다. 이것은 프랑스를 위한 우리의 투쟁”이라고 말했다. 정치 신인이었던 그가 프랑스 국민을 향해 외쳤던 말이다.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선주자 지지율 3위에 올라 국민을 어리둥절케 했다. 이와 관련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검찰총장이 무슨 대선후보냐”며 선을 그으며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같은 인물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얼마 전 그는 백종원 외식사업가처럼 누구나 호감이 가는 인물을 대통령감으로 거론했다. 마크롱이나 백종원 같은 인물 찾기가 기존 정치권에서 과연 가능할까 궁금한 대목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7-02

홍콩 보안법

홍콩 국가보안법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처리돼 2020년 6월 30일 밤 11시(현지시간)부터 시행된 법안으로,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은 물론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리즘 활동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하는 기관을 수립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중국은 홍콩 반환 23주년 기념일(7월1일) 1시간 전에 법 시행과 동시에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전문을 공개했다.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또 주요 사안의 관할권은 중앙이 가지는데, △외국 세력이 개입했거나 홍콩 특구 정부가 효과적으로 법 집행을 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있는 상황에서는 중앙정부가 설치하는 홍콩 국가안보처(홍콩 주재 국가안보공서)가 관할권을 가진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홍콩의 공직 선거 출마자나 공무원 임용자는 반드시 중화인민공화국에 충성 맹세를 하도록 했으며, 학교와 사회단체·미디어·인터넷 등에 필요한 조치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국가안보 교육도 시행하도록 했다. 홍콩의 법률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에 따라 기본적으로 홍콩 의회인 입법회를 통해 제정되지만, 국방·외교 등 홍콩 정부의 업무 범위 밖의 법률에 대해서는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홍콩 정부와 협의해 추가·삭제할 수 있다. 홍콩보안법 시행은 사실상 중국이 2047년까지 홍콩에 보장해온 일국양제 원칙을 부정하는 것으로, 향후 홍콩이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에 급속히 편입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의 강권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와의 충돌로 이어지니 걱정스러울 따름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7-01

말 말 말

중국 오대십국 시대에 풍도라는 정치가가 있었다. 그는 무려 다섯 왕조에 여덟 성씨, 열한명의 천자를 섬기면서 도탄에 빠진 백성을 건진 이름난 재상이다. 그러나 후대에 와서는 그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렸다. 오로지 자신의 출세를 위해 주인을 수없이 갈아 치운 간신배라는 것과 처세의 달인이자 임금보다 나라와 백성을 먼저 생각한 뛰어난 재상이라는 두가지 평가였다.그가 재상으로서 오랫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함부로 적을 만들지 않는 그의 처세술에 있었다고 한다. 그가 사람의 혀를 가지고 지은 시(詩)가 하나 있어 소개한다. “입은 재앙이 들어오는 문이다. 혀는 제 몸을 베는 칼이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어 두면 가는 곳마다 마음이 편안하다.”혀를 뜻하는 한자의 설(舌)은 입(口)에서 혀가 튀어나온 모양의 글자다. 구설수(口舌數)라는 말은 말을 잘못하여 어려운 일을 겪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수는 운수를 의미한다.말을 잘못해 힘들게 쌓아 올린 공든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래서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동서양의 격언은 수도 없이 많다. 글은 잘못 쓰면 고치면 되지만 말은 한번 뱉고 나면 다시 주워담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말은 그 사람의 생각뿐 아니라 인격을 대변하기도 한다. 품위 있는 표현과 논리정연한 말은 말하는 사람의 지적 수준과 품격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한 나라의 장관이라면 그 말에 권위와 품격이 묻어 나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거친 말이 정치권에서 거듭 논란이다. 추 장관의 주장이 맞는지 여부를 떠나 그의 거친 말만으로 그의 주장은 이미 상당한 설득을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6-30

당근마켓

당근마켓은 요즘 가장 인기를 모으고 있는 중고거래 앱으로,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뜻이다.한때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가 독주하던 중고거래 시장에서 서비스 시작 5년 만에 월간 실 이용자 수(MAU) 800만명을 끌어모아 압도적인 1위를 하고 있다.김용현·김재현 공동대표가 카카오 재직 시절 접한 사내 거래 게시판에서 영감을 얻어 2015년 7월 창업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용인시 수지구에서 시작해 2018년 1월부터 전국 단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본격적인 성장은 지난 해부터였다. 2018년 8월만 해도 100만명 수준이었던 당근마켓 MAU는 1년도 되지 않아 3배로 늘어났고, 올해 4월엔 700만명을 넘겼다.현재 국내 중고거래 앱 중에서는 독보적인 1위, 커머스 앱 중에선 쿠팡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당근마켓의 가장 큰 장점은 ‘동네 기반 직거래’에서 오는 신뢰다. GPS 기반 지역 인증 후 거주지 기준 반경 2~6㎞ 안에서만 거래가 가능하도록 제한한 것이 높은 소비자 신뢰로 돌아왔다.또 당근마켓의 경우 같은 동네에서 당사자 얼굴을 직접 보고 물건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기존 택배거래에서 생길 수 있는 사기의 위험을 방지했다. 소위 ‘업자’라고 불리는 전국 단위 전문판매업자 거래를 공지능(AI)을 활용해 걸러낸 것도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당근마켓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동네생활’에선, 동네 숨은 맛집이나 믿을 만한 병원, 맛있는 반찬가게 등을 소소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당근마켓이 가까운 이웃 간 유용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동네 생활 플랫폼으로 성장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6-29

삼국유사의 고장

경북 군위군 고로면 화북리에는 천년고찰 인각사(麟角寺)가 있다. 신라 선덕여왕 11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경내에는 보물 428호인 보국국사탑과 비가 있다. 이 사찰이 더 유명한 것은 고려시대 승려 일연이 생애 마지막 5년을 이곳에서 보내며 삼국유사를 집필 완성했다는 역사적 사실 때문이다.승려 일연은 경북 경산에서 태어났다. 어린 나이로 출가해 40대에 대선사, 70대에는 국사로 봉해진다. 불교가 국교였던 당시 국가의 스승인 국사로 봉해진 것만으로 그의 종교적 위치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가 저술한 삼국유사는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사기와 더불어 우리나라 현존의 고대사 책으로서는 최고의 가치가 있다.삼국사기가 신라, 고구려, 백제의 정사(正史)를 기록했다면 삼국유사는 3국의 야사(野史)를 수록한 서적으로 우리나라 고대사를 이해하는데 두 서적은 쌍벽을 이룬다. 특히 삼국유사에는 한국의 고대신화와 설화, 향가 등이 집대성돼 고대 민간역사를 이해하는 소중한 자료다.최근 군위군은 인각사가 위치한 고로면을 삼국유사면으로 명칭을 바꾸기로 했다. 삼국유사의 산실이자 삼국유사의 고장임을 더 널리 알리자는 의도다. 한 고장의 이름을 바꾸는 것이 행정 절차상 쉽지 않으나 군은 주민투표를 거쳐 압도적 찬성으로 면의 고유명칭을 변경키로 한 것이다. 주로 방향과 위치 등을 따져 붙이는 우리나라 읍면동 명칭 명명에 비해 용기 있는 결정이라 하겠다. 북면, 서면 등과 비교하면 훨씬 유래 있고 진취적 방식이다.국내서는 방랑시인 김삿갓의 묘가 있는 강원도 영월군이 2009년 김삿갓면으로 개명한 사례가 있다. 삼국유사면처럼 내 고장의 역사를 담은 마을 명칭이 더 많이 생겨나면 우리 고장 역사를 아는데 큰 도움이 되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6-28

소탐대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트로이 목마는 역사 속 사실 여부를 떠나 한 나라가 망했던 비극적 운명의 스토리로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고 있다. 약 10년 동안 적의 공격으로부터 지켜왔던 성곽이 트로이 목마 속에 숨겨졌던 군사에 의해 성문이 열리고 급기야 나라가 망하게 되는 트로이 비극과 유사한 고사가 중국에도 있다.전국시대 진(秦)나라 혜왕이 촉(蜀)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욕심 많은 촉왕의 심리를 이용했다는 내용이다. 혜왕은 그의 신하로 하여금 소를 조각하여 그 속에 황금과 비단을 채워 넣고 ‘보석의 소’라 명명했다. 그리고 이를 촉왕에게 우호의 예물로 바칠 것이란 소문을 퍼뜨렸다, 이 소문을 들은 촉왕은 신하들의 간언에도 불구하고 보석의 소를 맞이하기 위해 백성을 동원해 길을 만들었다. 보석의 소가 온다는 날 그는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직접 마중까지 나왔다. 보석의 소와 함께 숨어온 수만명의 진나라 병사에 의해 촉왕은 사로잡히게 된다.중국고사 소탐대실(小貪大失)은 보석의 소에서 유래했다. 무릇 작은 것에 현혹되어 큰 것을 놓치게 된다는 교훈의 뜻이다.세상의 일은 세옹지마(塞翁之馬)여서 사람이 미처 예측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현실에 부닥친 일을 현명하게 판단하고 바르게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군위군과 의성군이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지를 둘러싸고 양보 없는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미 주민투표를 끝낸 상황에서 더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는 의성군과 군민의 뜻이 아니라는 군위군의 주장이 맞붙어 신공항 사업이 자칫 물 건너갈 판이다. 통합신공항은 대구경북을 위한 대의적 사업이다. 지역의 명분만을 쫓다가 사업 자체가 무산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소탐대실하는 것 아닐까 싶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6-25

피싱주의보

피싱(phishing)은 컴퓨터에서 전자우편 또는 메신저를 사용해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또는 기업이 보낸 메시지인 것처럼 가장해 비밀번호 및 신용카드 정보와 같이 기밀을 요하는 정보를 부정하게 얻으려는 행위를 말한다.피싱(phishing)이란 용어는 사적 정보(private data)와 낚시(fishing)의 합성어다. 보이스피싱은 2000년대 초반에 대만에서 시작돼 중국, 일본, 한국, 싱가포르 등 지역으로 확산됐다.보이스피싱은 본부와 콜센터, 인출 팀, 환전·송금 팀, 계좌모집 팀 등의 네트워크를 이루어 움직이는 조직형·지능형 범죄다.사기수법이 날로 진화해 연령, 직업, 계층과 상관없이 광범위하게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사기범이 미리 확보한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언급하거나, 정보유출, 해킹사고 등 사회적 이슈를 내세우며 치밀하게 접근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SNS)의 발달에 따라 전화 대신 메신저를 이용한 메신저피싱도 나타났다.메신저피싱은 다른 사람의 인터넷 메신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로그인한 후 이미 등록돼 있던 가족, 친구 등 지인에게 1:1 대화 또는 쪽지 등을 보내 치료비, 교통사고 합의금 등 긴급 자금을 요청하고, 이에 피해자가 속아 송금하면 이를 가로채는 사기 수법이다.가족이나 지인이 메신저로 급하게 송금을 요구할 경우 반드시 전화를 걸어 송금사실을 추가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 가족과 지인외의 타인 계좌로 송금하지 말고, 출처가 불분명한 이메일과 문자, URL주소는 삭제해야 한다. 메신저 비밀번호도 정기적으로 변경해 스스로 사기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6-24

삐라 갈등

우리말 사전에 삐라는 전단과 같은 의미이나 북한어라 설명하고 있다. 우리말로 쓰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라 밝히고 있다.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으나 전단 또는 광고용 포스터라는 뜻의 영어 표현인 빌(bill)에서 나왔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빌이 일본식 발언인 삐라로 변형돼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삐라는 전단의 성격이지만 주로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될 때 부르는 표현이다. 상업용 전단지와는 어감부터 다르다.삐라 살포의 시초는 16세기 종교개혁 중 교황을 고발하는 그림이 뿌려진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때는 심리전 목적으로 전선에 뿌려져 적의 심리를 교란한다 하여 종이폭탄이라는 별명도 붙었다.우리나라도 해방 후 남북이 극심한 이념대립을 하면서 삐라가 많이 활용됐다. 특히 6·25전쟁 중에는 남북이 심리전의 매개로 사용하면서 엄청난 양의 삐라가 뿌려졌다. 체제의 우월성, 전쟁의 당위성 등을 주 내용으로 삼았다. 남북은 같은 민족이어서 언어나 문화적 장벽이 거의 없다. 그래서 당시 뿌려진 삐라는 약발은 잘 받았다. 6·25전쟁 기간 중 남한과 유엔은 25억장, 북한과 중국은 5억장 정도의 삐라를 뿌렸다고 한다. 전쟁 후에도 남북은 더 많은 삐라를 뿌렸고 삐라를 보고 월북 혹은 탈북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정부가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고 있는데도 북한이 되레 대남전단 살포를 예고하고 있어 남북 간 삐라 갈등이 심각하다. 특히 북한이 문 대통령을 조롱하는 사진을 담은 삐라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통일부가 유감을 표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삐라의 역사를 보면 삐라는 남북간 갈등의 선봉에 늘 서 있었다. 최근 삐라 갈등도 남북관계가 범상치 않음을 말해준 일례라 하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6-23

편리미엄

편리함과 프리미엄을 결합한 용어로, 편리함이 중요 소비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소비자들이 가격이나 품질 등 가성비를 넘어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는 편리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호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예컨대 외식업계에서는 이미 손질된 음식 재료를 받아 데우기만 하는 간편식이나 즉석조리식품(RTC·Ready to Cook) 등이 부상하고 있으며, 가전업계에서는 적은 노동력으로 가사 부담을 덜어주는 의류건조기나 식기세척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또한 뷰티업계에서는 다기능성 제품인 올인원 에센스와 머리 감는 시간을 줄여주는 드라이 샴푸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맨처음 가사 노동의 강도를 줄이고자 가전제품에서 시작한 ‘편리미엄’이 식품 업계에도 나타나 가정간편식과 레토르트 식품 시장이 성장했다.환자의 식단도 편하게 섭취할 수 있고 더욱 전문적으로 영양 성분이 설계된 케어푸드로 변화하고 있다. 영양 성분에 맞춰 따로 식사를 준비해야 하고 외출할 경우 도시락을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케어푸드를 통해 해결됐다. 케어푸드는 영유아나 노인, 환자 등 맞춤형 식사가 필요한 이들이 균형 있는 영양 성분을 섭취하고 소화하기 편하게 만들어진 식품이다.최근 고령자와 환자뿐 아니라 바쁜 일상 때문에 식사를 챙기기 어려운 이들에게 식사대용식으로도 주목받고있다. 최근에는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과일 상품이 인기를 얻자 1~2인 가구의 니즈(Needs)를 반영해 잘라서 소분한 ‘조각 과일’과 일반 과일보다 크기가 작은 ‘소과종 과일’ 등이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구를 누를 수 있는 시장은 없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6-22

부국강병책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연속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부국강병(富國强兵)은 나라 살림을 살찌우고 군사력을 튼튼하게 하는 국가 안위와 관련한 주요 정책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치자들이 일관되게 추진해온 정책이라 말할 수 있다.지금도 부국강병책은 국가 안보전략의 핵심적 위치에 있다. 인류의 모든 역사가 전쟁의 결과에 따라 그 줄기를 이어갔던 것을 나라마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수백 개의 제후국에서 전국 7웅으로 재편되고, 다시 진(秦)나라로 천하가 통일됐던 춘추전국시대는 전쟁으로 날이 새던 시절이었다. 전쟁을 통해 나라가 이합집산하고 결국은 힘이 센 나라가 천하를 얻게 된다는 것을 역사적으로 보여준 시대였다.오늘날도 국가의 안위를 보전하는 방법은 예전이나 다름없다. 나라의 힘이 세야 국가를 지키고 국민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춘추전국시대에 등장한 수많은 고사성어 중에 전쟁과 관련한 것이 유독 많았던 것은 전쟁만큼 인간에게 혹독한 교훈을 주는 것도 별로 없기 때문일 것이다.전쟁은 자국의 이익과 번영을 위한 무력 수단이다. 힘으로 다른 나라를 침범해 주권과 재산 심지어 생명까지 빼앗는다. 춘추좌씨전에서는 거안사위 유비무환(居安思危 有備無患)이라 가르치고 있다. 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고 미리 대비하라는 뜻이다.북한이 온갖 위협을 일삼고 있다.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폭파 후 “이것은 처음 시작에 불과하다”고 엄포까지 놓고 있다. 북한의 추후 도발이 무엇이 될지 모르나 국민을 불안케 하기에 충분히 고조된 분위기다. 국민의 불안감을 다독여 줄 정부의 확고한 응징의지가 필요하다. 부국강병의 안보관이 절실한 지금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6-21

조삼모사 정책

중국 고사에 나오는 조삼모사(朝三暮四)는 송나라 때 원숭이를 키우는 저공(狙公)의 이야기에서 유래됐다. 원숭이 키우는 것을 워낙 좋아했던 저공은 원숭이와 소통은 물론 원숭이의 눈빛만 보아도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그러나 원숭이 숫자가 불어나면서 먹이 문제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가족의 식량을 줄여 나눠주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이번에는 원숭이를 불러 모아 이렇게 설명했다.“앞으로 너희들한테 아침에 도토리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 괜찮으냐”고 물었더니 원숭이들이 심하게 반발을 했다. 그러자 저공은 그러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고 하니 원숭이들이 좋아했다고 한다. 조삼모사에 얽힌 유래다.당장의 차이에 신경을 쓰지만 매한가지라는 의미다. 또는 잔꾀로 남을 농락하는 것을 말할 때도 쓰는 말이다.조삼모사와 비슷한 말로 조령모개(朝令暮改)와 조변석개(朝變夕改)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법을 자주 고쳐 일관성이 없고 갈팡질팡한다는 뜻이다. 우리 속담에 변덕이 죽 끓듯 한다고 할 때 비유해 쓰는 말이다.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17일 또 다시 발표됐다. 이번 정부 들어 21번째 부동산 규제 정책이라 한다. 그동안 20번이나 규제책을 발표하고도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서울에서는 강남지역 집값을 잡으려다 서울 전체 집값만 올렸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한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30여 차례 부동산 규제책을 발표하고도 집값을 잡지 못했던 경우가 재차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매번 헛발만 짚어 왔다는 비난을 보면서 조삼모사 고사가 새삼 생각난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