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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부부 일심동체

남편을 위해 정성을 다해 살아가는 아내를 열녀(烈女)라 불렀다. 옛날에는 열녀를 기리는 비(碑)를 세워 그녀의 공덕을 찬양하고 널리 알렸다.유교에서 중요시하는 덕목으로 효(孝)와 열(烈)이 있다. 효는 자식이 부모를 섬기는 것이며, 열은 아내가 남편을 섬기는 것이다. 여필종부(女必從夫)의 개념이다. 여성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한 봉건적 발상에서 비롯된 잘못된 역사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조선시대는 남편이 죽으면 아내가 재혼을 할 수 없도록 아예 법제화했다. 법으로 재혼을 못하게 했을 뿐 아니라 개가(改嫁) 자체가 죄악시 되는 사회였다. 지금 생각하면 남존여비 사상의 병폐가 얼마나 극심했을까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요즘 젊은이들은 절반 정도가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하는 성인의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남학생보다 여학생일수록 더 그렇다.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그래서 그들이 바라보는 부부란 서로의 인격이 존중받고 공동체의 삶을 살아가는 동반자적 관계이지 어느 한쪽 우월적 개념은 아니다. 부부가 뜻이 잘 맞아 일심동체(一心同體)가 된다면 좋지만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할 이유는 없다. 다만 일심동체를 위해 서로 노력하자는 데는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요즘 젊은이의 사고다.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코로나 와중에 요트 구입 차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응답이 절반 정도 나왔다. 다소 의외지만 법률적 문제가 없다면 개인의 자유개념이 존중돼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강 장관은 “남편의 해외여행을 억지로 막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부부 일심동체’라는 말이 더 이상 우리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된듯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10-11

하르츠 개혁

하르츠 개혁은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때인 2002년 2월에 구성된 노동시장 개혁위원회가 제시한 4단계 노동시장 개혁 방안을 말한다. 설립 당시 폭스바겐의 담당 이사였던 피터 하르츠가 위원장을 맡아‘하르츠위원회’로 불리게 됐다. 하르츠위원회가 내놓은 4단계 노동시장 개혁 방안은 당시 독일 정부의 사회복지 및 노동 정책인 ‘어젠다 2010’의 하나로 2003년 1월부터 시행됐다. 주요 내용은 △노동시장 서비스와 노동정책의 능률 및 실효성 제고 △실업자들의 노동시장 재유입 유도 △노동시장 탈규제로 고용 수요 제고 등에 초점을 맞췄다. 슈뢰더 전 총리는 실업률을 줄이기 위해 임시직 고용을 늘리고, 저소득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식의 하르츠 개혁을 통해 독일을 성장 정체의 수렁에서 건져내고 경제 호황을 구가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다만 하르츠 개혁이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급여와 사회보장 및 복지를 대폭 축소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점에서 대중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최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화두로 던진 노동법 개정이 독일의 ‘하르츠 개혁’을 염두에 둔 것이란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노동개혁 카드를 제시한 것이 상법· 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공정경제 3법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즉, 재계와 국민의힘 내부에서 공정경제 3법에 불만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 공정경제 3법에 부정적인 재계를 다독이면서, 당내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라는 설명이다. 어쨌든 코로나19에다 경기침체로 쪼그라든 호주머니 사정에 시름만 깊어진 서민들은 나라살림을 살찌울 수 있는 혜안을 가진 지도자의 출현을 고대하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0-07

알권리

1971년의 일이다. 미 정부는 베트남전쟁 비밀문서를 폭로한 언론(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에 대해 게재 중지를 법원에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국민의 알권리라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뒷날 이 판결은 알권리의 사회적 권위를 확립시킨 결정적 판결로 평가를 받는다.이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2017년 ‘더 포스트’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자유로운 보도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켜내는지를 그렸다. 또 언론의 역할과 진정한 저널리즘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기도 했다.미국 신문사 경영자이며 퓰리처상을 만든 조셉 퓰리처(1847∼1911년)는 사실 보도에만 충실했던 당시의 뉴스 정형을 센세이셔널하게 바꾸면서 신문사 경영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인물이다. 상업성과 정론언론의 영역을 넘나든 경영은 그를 현대 저널리즘의 창시자라 부르게 했다. 그는 신문은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가르치는 도덕 교사라고 말할 만큼 언론은 부당함과 부패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한 인물이다. 그의 기금으로 만들어진 퓰리처상은 언론계의 노벨상이라 불릴 만큼 세계적 권위를 가지고 지금도 운영되고 있다.정부가 언론보도에 대해 징벌적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려고 하자 언론단체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헌법상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는 것이 반발 이유다. 가짜뉴스나 악의적 보도를 막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징벌적 제도로 합리화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진실에 대한 접근은 언제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언론보도는 더욱 그러하다.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다. 이 제도가 악의적 보도 등에 대한 근절효과보다 언론의 활동을 위축 시키는 결과로 나타난다면 이를 발상한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을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10-06

불법사금융 ‘대리입금’ 주의보

불법사금융이자 고금리불법사채의 한 형식인 대리입금은 콘서트 티켓이나 게임 비용 등이 필요한 청소년을 유인해 소액을 단기로 빌려준 뒤 고액 이자를 챙기는 방식이다. 대리입금 업자들은 SNS 등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접근해 1만~30만원 내외의 소액을 2~7일간 단기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다.친근한 지인 간의 거래처럼 보이게 하려고‘이자’라는 말 대신 ‘수고비’나 ‘사례비’라는 용어를 쓰고, ‘연체료’라는 단어 대신 ‘지각비’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업자들은 수고비로 대출금의 20~50%를 요구하고, 약정기간을 넘기면 시간당 1천~1만원의 지각비를 부과한다.현재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에는 법정 최고금리가 각각 연 27.9%, 연 25%로 명시돼 있지만, 시행령에서 최고금리가 모두 연 24%를 넘지 못하도록 돼 있어 법정 최고 이자율 상한은 연 24%이며, 이보다 높은 이자를 받으면 불법이다. 대리입금의 수고비와 지각비를 이자율로 계산했을 경우 약 20~50% 수준이며, 빌리는 돈이 소액이라 체감하기 어려울 뿐 실질적으로는 연 1천%에 달하는 곳도 있다.대리입금 피해 사례를 보면, 청소년 B군은 3일 동안 10만원을 빌리고 14만원을 상환했는데도 36시간 연체에 대한 지각비 5만원(시간당 1500원)을 내라는 협박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이들 업자들은 신분 확인을 빌미로 가족이나 친구의 연락처 등을 요구하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 불법 추심 등 2차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대리입금은 코로나19로 호주머니가 텅 빈 가정의 청소년들을 유혹해 경제파탄에 이르게 하는 색깔 고운 독버섯이니 절대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0-05

LID 증후군

어느 때보다도 조용한 추석명절을 보냈다. 추캉스라 하여 제주도 등 일부 관광지는 추석 연휴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몹시 붐볐으나 보통의 가정은 쓸쓸할 만큼 조용한 추석명절이었다. 특히 정부가 코로나19 대유행을 우려, 언텍트 추석을 권하면서 노인들의 추석연휴 뒤끝은 여운이 남는다. 1년에 겨우 명절 두 번 정도 집으로 찾아오는 자식과 손자소녀를 이번 추석에는 만나보지 못함이 마음을 영 편치 않게 했다는 것이다.코로나19로 “올해 추석은 집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막상 명절을 보내고 나니 그 허전함이 크다.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면 마음의 병이 될까봐 두렵다.LID 증후군은 핵가족화에 따른 노인의 고독병을 일컫는다. 자녀가 분가해 떠나고 주위에 의지를 했던 사람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면서 생기는 손실감(Loss), 자녀와 떨어져 대화될 상대를 잃은 소외감(Isolation), 또 이런 상태가 오래 동안 지속되면서 생기는 우울증(Depression) 등의 표현을 줄여서 한 말이다.전문가들은 LID 증후군이 오래 지속되면 무기력, 방황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삶의 질은 자연 떨어지게 된다고 한다. 이런 부정적 정서가 기억력, 언어 등 인지능력 저하로 이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노인들은 비록 1년에 두 번이지만 명절 때 자식과 손자손녀와의 만남을 삶의 공백을 메우는 기회로 여긴다.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갑작스레 바꿔진 명절 분위기로 어쩔 수 없다고치자. 하지만 노인들의 속내는 섭섭하기 짝이 없는 명절이었다. 비대면 추석을 보낸 젊은 세대는 부모세대의 섭섭함과는 달리 다수가 해방감으로 보냈다고 반응했다고 하니 세대 간의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0-04

뇌 먹는 아메바

아메바는 몸 전체가 한 개의 세포로 돼있고, 크기는 1mm를 넘는 것도 있지만 대개 0.02~0.5mm 정도의 원생동물을 가리킨다. 겉모습이 변하며, 세포의 일부에 위족이란 돌기를 만들어 늘렸다가 줄였다 하면서 움직인다. 최근 미국 텍사스주 한 도시의 수돗물에서 뇌를 파먹는 아메바로 알려진 ‘네글레리아 파울러리’가 검출돼 비상이 걸렸다.6살 소년이 뇌 먹는 아메바에 감염돼 입원하자 수돗물을 검사했고,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검사 결과 11개 샘플 가운데 3개에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것. CDC에 따르면 뇌 먹는 아메바 감염은 매우 드물지만, 치사율이 굉장히 높아 감염된지 4~5일만에 대부분 사망한다. 1962∼2018년 미국에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감염된 사람은 모두 145명이며, 이 가운데 4명만 생존했을 정도다.‘뇌 먹는 아메바’는 수영하는 사람의 콧구멍에 들어가 후각신경조직을 거쳐 뇌에 도달하고, 이로 인해 아메바뇌척수막염이라는 뇌질환을 일으킨다. 이 뇌질환은 사람간에 전염되지는 않는다. 날씨가 더워져 수온이 오르는 6~8월에 많이 발생한다. 초기증세는 두통·열·구토 등으로 나타나며,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이어 균형감각 상실·마비·환시 등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죽음에 이른다.뿌옇거나 초록빛이 도는 호수나 강에서 물놀이할 때 코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특히 잠수를 피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감염사례가 없으나 대만, 파키스탄, 타이완, 일본 등 주변국에서 감염사례가 보고돼 조심해야 한다. 예방법은 수온이 높은 민물에서의 수영을 피하고, 부득이 수영할 때는 코를 막는 제품을 사용하는 게 좋겠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9-28

‘미스터 트롯’ 방식

민영방송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미스터 트롯’은 신개념의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시청자를 통한 철저한 공개 검증과정과 서바이블을 겸한 불꽃 튀는 출연자의 경연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은 시청률을 이끌어 냈다.1만5천여 명의 도전자가 참가한 이 오디션 프로그램은 본선 진출자 101명의 경쟁과정이 방송에 그대로 중계되었다. 매번 탈락자가 발생하고 승자의 다음 기회 진출, 또다시 반복되는 경쟁과정은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미스터 트롯’ 경연방식이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것은 이와 같은 공개 오디션을 배경으로 제공한 풍부한 볼거리에 있었다. 종래의 오디션과는 달리 출연자 한 사람의 재능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참가자간 팀워크를 평가하고 팀 플레이를 통한 개인별 역량도 평가에 반영함으로써 흥미 요소를 더욱 풍부하게 했다. 단순히 트롯이라는 음악의 한 장르에 머물지 않았다.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재능이 겨누면서 남녀노소 누구나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그런 분위기 속에 스타의 대중성은 자연스럽게 수직 상승한 것이다.선풍적 인기를 모았던 ‘미스터 트롯’의 경연 방식에 정치권이 관심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각종 선거에 나설 공직후보자 결정 방법을 민영방송에서 대성공을 거둔 공개 오디션 방식을 본보기로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미스터 트롯’ 방식이다.철저한 공개 검증이 핵심이므로 기존 공천 방법에 익숙한 기성 정치인에게는 불리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향후 선거에서 필승을 노려야 하는 야당의 입장에서는 그 어떤 방식도 선택지가 된다. 하지만 정치는 국민의 믿음이 밑바탕이다. 정당이 믿음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그 어떤 방식도 성공하기가 어렵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9-27

긁어 부스럼

부스럼은 피부에 나는 종기다. 종기라고 하지만 괴롭고 귀찮고, 더럽기도 한 고약한 병이다. 특히 옛날에는 더 그랬다. 많은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간 무서운 병이었다.뾰족하게 부어오른 작은 부스럼은 뾰루지, 목뒤 머리털이 난 가장 자리에 생기는 부스럼은 발찌, 풍열 때문에 볼 아래에 생기는 것은 볼거리라 부르는 등 종기는 생기는 부위마다 이름도 제각각이다.우리의 선조는 이런 종기가 생겨나지 않게 정월 대보름날에는 새벽부터 일어나 부럼을 깼다. 밤, 잣, 땅콩 같은 것을 까먹고 깍지를 버리면 한 해 동안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었다. 종기가 얼마나 사람을 괴롭혔으면 이런 풍습이 생겼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현대의학이 발달한 요즘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치병이 있으니 그 옛날에야 종기와 같은 질병이 준 고초가 얼마나 컸을까 짐작이 간다. “긁어 부스럼 만든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아무렇지도 않은 일을 공연히 건드려서 걱정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가만있으면 중간은 한다”는 말과 뜻이 통하는 속담이다. 사용하기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사서 고생한다”는 우리말도 일맥상통하는 표현이다.사람이 살다보면 실수도 하는 법이고 잘하겠다고 했던 일이 어긋나 손해를 보는 일도 있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이라는 말은 어설프게 알아서 걱정거리가 된다는 말이다. 우리 속담에 “아는 것이 병”이라는 말과 비슷하다.정부 정책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막중해 신중해야 한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전 국민에게 2만원의 통신비를 지급하려다 선별지급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유야 어쨌던 기대했던 일부 국민의 불평이 터져 나왔다. 사려 깊지 못한 정책을 밀다가 긁어 부스럼 낸 꼴이 됐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9-24

추석발 스미싱 주의보

올 추석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족과 지인 간 문자메시지나 메신저 등으로 안부 인사를 전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추석발 스미싱 주의보가 내렸다.안랩에 따르면 최근 아들·딸 등 가족 구성원을 사칭하거나 안부 인사로 위장한 메시지로 악성 앱 설치나 금융정보 탈취를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녀를 사칭한 문자 메시지로 개인정보와 금융정보, 문화상품권 구매 후 핀번호 등을 요구하거나 스마트폰 원격 조종 등 악성 앱 설치까지 유도하는 것. 가족이나 친지의 문자라도 문자메시지로 앱 설치를 유도하거나 금전거래를 요구할 경우, 직접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스마트폰 전용 백신을 사용하는 게 좋다.고향 방문 대신 선물을 보내는 상황을 노리거나 사회적 이슈를 악용한 보안위협도 이어지고 있다. 해커가 택배 알림으로 위장한 스미싱 문자나 메일로 악성코드를 유포하거나 유명 국제 배송업체의 송장 확인 메일을 위장해 악성코드를 유포하는 사례다. 심지어 정부가 소상공인 등 코로나 2차 재난지원금 대상자에게 문자메시지 안내를 보낸다고 예고하자‘2차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위장한 스미싱 문자메시지도 발견된다. 피해 예방을 위해선 출처가 불분명한 문자메시지 및 메일의 URL, 첨부파일은 실행을 하지 않는게 중요하다. 사용하고 있는 프로그램과 앱을 항상 최신으로 유지하고, PC와 스마트폰에 백신을 설치하는 등 보안 수칙을 실천해야 한다. 추석 연휴에는 PC나 스마트 기기로 영화, 게임, 인기 동영상 등의 콘텐츠를 즐기는 사용자가 많아 이를 노린 해커들의 공격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은 코로나와 스미싱 위험을 피해 조용히 지내는게 좋겠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9-23

언택트 추석

올 초 시작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세상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비대면 언택트(Untact) 문화가 지금 우리시대를 주도한다.“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하더니 요즘 우리 사회는 모든 길이 언택트로 통한다. 가급적 사람을 만나지 않고 볼일을 볼 수 있다면 그것이 최상이다. 집콕이나 재택근무가 오히려 권장되고 있는 세상이다.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하며, 식사 중에는 가급적 대화를 삼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전시나 공연은 온라인으로 즐겨야하고 직접대면 회의는 화상으로 대체된다. 이러다가는 정녕 사람 만날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사람은 본래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사람을 사회적 동물이라 했다. 그런데 요즘 우리사회는 모든 대면행위가 통제되고 비대면이 마치 선(善)인양 대접 받는다.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추석에는 언택트 문화가 우리의 명절 관습마저 바꿀 것 같다. 코로나 유행을 걱정한 정부는 “우리 조상도 역병이 돌 때는 제사를 모시지 않았다”며 이번 명절에는 가급적 이동을 말라고 조른다. 성묘는 온라인으로 하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에게는 마음의 정성으로 대신하란다.한국교통연구원은 이번 추석에는 평년보다 30% 정도의 교통량 감소를 예측했다. 그만큼 고향을 찾는 자녀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부모인들 역병이 창궐한다는데 위험을 무릅쓰고 고향에 오길 바라지는 않는다.하지만 코로나19 창궐로 만들어진 언택트 문화가 가족의 만남을 막고 명절 분위기를 삭막하게 하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악마 같은 코로나가 빨리 지구를 떠나 내년 명절에는 가족이 한자리에 앉아 이야기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9-22

추석선물 트렌드

코로나19 사태로 추석에 고향을 방문하는 대신 선물만 보내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추석 선물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이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19일까지의 판매 데이터 전체를 분석한 결과 올 추석 선물 트렌드 키워드는 명절 선물 가격대가 지난해보다 높아지고(Flex), 건강과 위생(Anti-Virus)을 고려한 상품이 인기였으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선물만 원격(Remote)으로 보내는 현상이 두드러져‘F.A.R’로 꼽혔다고 21일 밝혔다.우선 판매된 선물세트의 평균 가격대가 지난해 추석보다 15% 이상 상승했다.특히 선물세트에서 10~20만원대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배 이상 늘었다.코로나19로 귀성을 자제하면서 선물에 신경을 쓰는 소비자가 많아졌고, 올해 추석 기간 공직자 등에게 허용되는 농·수·축산물 선물 상한액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역대 명절 중 처음으로 핸드워시 선물 세트가 인기 품목 10위 안에 드는 등 위생 관련 제품이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건강기능식품 중 홍삼만 인기를 끌었지만, 올해는 유산균, 루테인, 비타민 등 다양한 건강식품이 인기 순위 20위 내에 올랐다.또 선물하는 방식도 달라져 휴대폰 번호만 알면 손쉽게 선물을 보낼 수 있는‘선물하기’서비스 이용이 크게 늘었다.이는 직접 만나 선물을 전하는 대신 휴대폰 문자를 통해 손쉽게 선물을 보내는 고객이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받는 사람의 주소를 정확히 알지 못하더라도 선물할 수 있는 점 역시 장점이다. 코로나19가 명절 선물 트렌드까지 크게 바꾸는 모양새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9-21

퍼펙션 포인트

남자 100m 달리기 경기에서 10초의 벽이 깨진 것은 1968년 멕시코 올림픽 경기 때다. 미국의 짐 하인즈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100m를 9초95로 돌파했다. 이후 9초86(칼 루이스), 9초74(포웰)로 신기록이 갱신되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경기에 와서는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에 의해 9초7의 벽이 깨진다.0.1초의 벽을 깨기 위한 스포츠계의 도전은 늘 흥밋거리다. 인간의 한계가 만들어내는 최고의 기록을 ‘퍼펙션 포인트’라 한다. 인간이 넘어설 수 없지만 끈질기게 도전하고 가까이 갈 수 있는 최고의 기록을 말한다. 이런 기록에 대한 도전과 좌절은 스포츠를 관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흥미와 매력을 선물한다.1982년 조난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미국 MIT공대 휴허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로봇의족을 차고 71m 암벽등반에 성공한다. 일반인으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한계에 대한 도전이다.히말라야 8천m급 16좌를 세계 최초로 완등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지난해 대한민국 스포츠 영웅으로 선정됐다. 대한체육회는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그의 인생철학이 국민 모두에게 희망을 준 점 등이 스포츠 영웅 선정 이유라 했다.이처럼 인간은 한계를 알면서도 한계에 도전한다. 그들의 도전이 비록 0.1초의 한계 극복에 그칠지라도 인류가 함께 느끼는 한계 극복의 통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스웨덴의 아르망 뒤플랑티스가 18일 이탈리아서 열린 세계대회에서 남자 장대높이뛰기 결선에서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외신에 따르면 그가 세운 기록은 종전보다 1cm가 더 높은 6m15다. 1cm의 한계를 뛰어넘는데 무려 26년의 세월이 걸렸다. 인간의 도전정신에서 묻어나는 신선함이 느껴진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9-20

軍의 명예

명예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만은 특별히 명예를 소중히 하는 집단을 손꼽으라 하면 군인 집단만 한 데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군인의 임무는 전시와 평시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전시에는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고, 평시에는 전쟁을 억제하고 전쟁에 대비하여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재산을 보호하는 군의 임무와 직결되는 역할이라 하겠다.그래서 보통 군인 정신에는 애국심, 충성심, 희생정신, 임전무퇴의 기상 등과 같은 온갖 성스럽고 거룩한 요소들이 많이 포함된다고 한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언제든지 목숨을 내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군의 기본정신이다.목숨을 건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존엄한 명예를 지키는 것과 같다. 서구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출발은 귀족층의 희생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로마시대 귀족층이 서민층보다 존경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솔선수범한 전쟁참여 정신에 있다.남보다 먼저 내 목숨을 내놓겠다는 프랑스 칼레시의 시민정신도 남을 위한 나의 희생에 있었고, 영국 이튼칼리지가 귀족학교지만 일반시민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학교가 솔선해 보인 희생정신 때문이다. 이튼칼리지의 학생들은 1, 2차 세계대전에 자발적 참여로 2천명이 넘는 이가 목숨을 잃었다.군은 명예를 잃으면 국가와 민족을 위해 내던질 목숨이 없는 것과 같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특혜와 관련해 여당 정치인이 추 장관을 감싸기 위해 군의 기강을 무너뜨리는 경솔한 발언을 일삼아 걱정스럽다. 국가를 위해 정치적으로 목숨을 한번이라도 내던져 본적이 없는 정치인이 목숨과 같은 군의 명예를 짓밟을까 두렵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9-17

지역화폐 논란

지역화폐는 특정 지역에서 자체 발행해 특정 지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화폐로, 일명 ‘고향사랑 상품권’으로도 불린다. 형태에 따라 지류형(종이상품권)·모바일형(QR코드 결제 방식)·카드형(선불·충전형)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때 30여개의 지역화폐가 도입됐다. 지역화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보통 시·군별로 백화점,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사행성 업소를 제외한 전통시장이나 영세상점 등으로 사용처가 제한된다. 올해는 서울·경기·세종 등 229개 지자체가 서울사랑상품권, 경기지역화폐, 인천e음, 여민전 등으로 연간 9조원 규모로 발행하고 있다. 소비자는 10% 할인된 금액으로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를 구입하고, 8%는 중앙정부 국고보조금으로, 나머지 2%는 지자체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다.지역화폐의 유효성 논란은 최근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지역화폐 발행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관측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로 촉발됐다. 연구진은 통계청 통계빅데이터센터(SBDC)를 통해 2010~2018년 3천200만개 전국 사업체의 전수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역내총생산(GRDP) 1% 규모로 지역화폐를 발행할 경우 동네마트·식료품점 매출만 기존 매출 대비 15% 증가했을 뿐 나머지 업종의 매출 증가는 0%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권유력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자신이 지역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도입해 전국적으로 확산시킨 지역화폐에 대한 평가절하라며 발끈했다. 이걸 계기로 지역화폐 정책이 힘겨운 서민의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지길 기대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9-16

망국병

망국병이라 함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를 말한다. 그 고질병을 콕 꼬집어 말하라고 하면 “이거다” 하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이유가 매우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조선말 단재 신채호는 조선이 망한 이유로 유교문화를 손꼽았다. 그가 주장한 유교망국론에 대해 당시 많은 지식인이 동조했다. 유교문화에서 비롯된 사대주의 사상과 당파 싸움, 허례허식과 같은 잘못된 문화가 결국 조선을 멸망의 길로 이끌었다는 것이다.한나라가 융성하고 쇠락하는 것은 외적 요인보다 내적요인에 의한 것이 더 많다. 내적 요인이란 그 사회와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지도자나 국민을 말한다. 국민이 똑똑하거나 뛰어난 지도자가 나와 국가를 잘 경영한다면 나라가 망할 이유는 없다. 특히 과거처럼 전쟁과 무력으로 한 국가를 점령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간 것이다.인도의 간디는 나라가 망할 때 나타나는 일곱 가지 병폐를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성 없는 상업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종교 등이다.틀릴 데가 없는 말이다. 사회정의는 반드시 원칙이 있어야 세워지고, 부를 축적하려면 땀과 노력이 필수여야 한다. 종교가 희생이 없다면 종교로서 의미를 상실한 거나 같다.정부의 2차 재난지원금이 국회 문턱을 넘기도 전에 여권 내부에서 내년초 3차 지원금 얘기가 흘리고 있다. 국민이 곤경에 빠졌다면 정부가 할 일은 마땅히 해야겠지만 나랏빚이 산더미인데 국민 세금을 선심 쓰듯 하겠다는 집권여당의 생각이 지극히 실망스럽다. 포퓰리즘으로 망한 나라는 얼마든지 있다. 포퓰리즘적 발생이 잦으면 그것도 망국병이 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9-15

‘단지 셰어링’서비스

세대별로 갑자기 필요한 물품이나 부탁할 일이 있을 때 서로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마을공동체 문화를 되살리는‘단지셰어링’서비스가 새롭게 소개돼 관심을 끌고있다.예를 들면 컴퓨터가 갑자기 말썽을 일으켜 쓸 수 없게 됐을 때 “노트북 한나절만 빌려주실 분 찾습니다”라고 올리면, 주민 가운데 그날 하루 컴퓨터 쓸 일이 없는 사람이 “제가 빌려드릴게요”라고 댓글로 응답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급하게 외출해야 할 일이 생겨 아이를 잠깐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거나 집들이를 해야 하는데 큰 상이나 그릇이 필요한 경우에도 이런 앱을 이용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골프 강사나 아이 미술·음악·운동 선생님 등을 찾거나, 유모차·장난감과 어린이용 자전거 등이 필요한데 잠깐 쓸 용도여서 목돈주고 장만하기 애매할 때도 유용하다.단지셰어링 서비스 아이디어는 어린 시절 웬만한 것은 마을 주민끼리 다 해결할 수 있었던 시절의 추억에서 비롯됐다. 아이 학교 육성회비를 내야 하는데 돈이 떨어졌으면 이웃에게 빌렸고, 갑자기 호미나 낫이 필요할 경우 이웃집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급하게 외출을 할 때도 마주치는 동네 주민에게‘우리 애들 밥 좀 챙겨줘’라고 말하면 됐던 시절이었다.이같은 앱서비스를 개발, 제공하고있는 쏘시오리빙은 2018년 설립해 시작한 종합 주거 서비스에 아파트단지 주민끼리 물품과 재능을 공유할 수 있게했다. 이 서비스는 현재 서울 강남의 아크로비스타·신반포자이와 수원시 꿈에그린 등 5개 아파트단지 5600세대를 대상으로 제공되고 있다. 우리 전통의 아름다운 마을공동체 문화가 4차산업혁명 시대에 되살아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9-14

김치의 힘

김치는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이다. 지역과 가정마다 담그는 방법이 다양해 우리나라에는 200종이 넘는 김치가 있다.지역별로 보면 추운 북쪽지방은 고춧가루가 적게 들어간 백김치, 보쌈김치, 동치미 등이 유명하며 영남지방은 짠 김치, 호남지방은 매운 김치가 특색이다.김치에 들어가는 고추에는 비타민이 매우 풍부하고 마늘과 파, 생강 그리고 젓갈류 등이 가미되면서 김치는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한 건강식품이다. 미국의 건강잡지인 ‘헬스’는 세계 5대 식품으로 한국의 김치를 선정했다. 웰빙식품인 김치에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소화를 원활히 하고 암을 예방하는데 유익하다는 것이 선정 이유였다.한방에서도 김치를 음양이 조화된 완전식품으로 설명한다. 성질이 서늘한 배추와 무가 열이 많은 고춧가루, 마늘, 파, 생강 등과 음양의 조화를 잘 맞춘 식품이라 건강에도 좋다고 했다. 조선후기에 만들어진 ‘동국세시기’가 김장 담그기와 장 담그기를 우리 민족의 중요 연례행사로 소개할 정도로 김치는 우리민족과는 뗄 수 없는 관계다.최근 프랑스의 한 연구진이 코로나19 사망자수와 국가별 식습관 차이간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진은 확진자 대비 사망자수가 적은 국가로 한국과 독일을 주목했다.두 나라는 발효된 배추와 양배추를 주된 부식으로 먹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한국의 김치와 독일의 ‘사우어크라우트’다. ‘사우어크라우트’는 양배추를 시큼하게 절여 발효시킨 음식이다.코로나 사태 속에 국내 김치의 수출이 전년보다 무려 44%나 증가했다. 국내 김치업계는 김치가 코로나 면역력 증강에 좋다는 소문이 알려지면서 김치의 해외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놀라운 김치의 힘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9-13

축약어 시대

영어 브런치(Brunch)는 아침식사와 점심식사 그 사이에 먹는 식사를 말한다. 미국에서는 브런치를 먹는 가정이 많아 자연스레 생긴 단어라 한다. 우리나라도 언제부턴가 이를 아점이란 말로 부르기 시작했다. 국립국어원에서 어울참으로 사용할 것을 권했지만 아점으로 그냥 굳어져 가고 있다.긴 단어나 말을 줄여 부르는 현상이 어느 듯 우리의 일상에서 신조어라는 이름을 달고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소확행이나 버스카드 충전을 가리키는 버카충, 생일파티의 생파 등은 그래도 점잖은 표현이다. 낄낄빠빠(낄때 끼고 빠질때 빠져)나 안물안궁(안물어 봤고 안궁금함), 걸조(걸어다니는 조각상) 등은 설명을 듣지 않으면 내용 파악이 쉽지 않은 축약어다.법률분야에서도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과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과 같이 줄여 부르는 일들이 다반사로 행해지고 있다. 축약 언어의 사용은 세태 반영과 더불어 언어 관습의 변화란 관점에서 유의 있게 볼만한 일이다. 일부 전문가는 한국인의 축약어 사용은 민족의 조급성을 반영한 것이란 설명도 하고 있으나 더 자세한 것은 연구가 있어야 할 일이다.긴말을 줄여 부르는 것이 꼭 언어의 왜곡으로만 볼 수 없다.영어에도 축약어가 많이 있다. see you를 CU, First를 1st 등으로 부르는 것 등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축약된 언어가 무질서하게 난무한다면 언어 정화 차원에서 재고의 여지는 있다.최근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젊은층 사이에 영끌이란 말이 유행이다. “영혼까지 끌어 모은다”는 말의 줄임이나 작고 사소한 것까지 탈탈 털어 모은다는 뜻이다. 기성세대에 실망한 젊은층이 지어낸 축약어라서 씁쓸한 뒷맛이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9-10

‘거북목 증후군’ 주의보

코로나19 재확산사태로 비대면 온라인수업이 크게 늘면서 많은 시간을 모니터앞에서 보내는 학생들에게 ‘거북목증후군’주의보가 내렸다. 거북목증후군은 C자형의 정상 목뼈가 잘못된 자세로 인해 일자목으로 변형되고, 더 악화되면 거북이의 목처럼 앞으로 나오고, 이로 인해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주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생긴다. 대표적인 증상은 목이 뻣뻣해지면서 아프고, 어깨주위까지 통증이 번진다. 팔 저림, 두통, 어지럼증 등도 따를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오래 지속될 경우 목디스크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전문의를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증상이 경미한 환자의 경우 물리치료, 약물치료, 도수치료, 주사치료 등 비수술치료만으로도 좋아진다. 하지만 이미 목디스크로 진행된 환자의 경우 통증부위에 약물을 투입해 염증을 치료하는 시술을 고려할 수 있다. 시술은 경막외신경성형술, 풍선확장술, 고주파수핵성형술, 신경차단술 등이 있다.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목디스크가 심한 경우에는 수술을 해야한다. 수술에는 경추 전방유합술, 양방향 내시경 하후방 경유 신경감압술 및 추간판 제거술이 있다. 특히 목디스크를 그냥 방치할 경우 하반신 또는 전신마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거북목증후군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컴퓨터 모니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눈높이에 맞춰 사용하고, 어깨와 가슴을 바로 펴고 턱을 가슴쪽으로 당긴 바른 자세로 앉아야 한다. 또 1시간 이상 장시간 앉아있는 경우 중간중간에 목과 어깨의 긴장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또 다른 병마에 어린 학생들이 병들지 않도록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한 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9-09

공평무사(公平無私)

춘추시대 진나라 평공(平公)이 기황양이라는 대신에게 물었다. “남양현을 다스릴 사람으로 누가 적당한지를 추천하라”고 했다. 그러자 기황양은 그 자리에서 바로 “해호가 가장 적임자 입니다”고 말했다.두 사람 사이를 잘 아는 평공은 깜짝 놀라 “내가 알기로 두 사람 사이가 원수지간인데 어찌 그 사람을 추천하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그는 “전하께서 남양현을 잘 다스릴 사람을 물으셨지 나하고 관계를 물은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대답했다. 공평하여 사사로움이 없다는 뜻의 대공무사(大公無私)란 말의 유래에서 나온 이야기다.삼국지의 제갈량은 군기를 바로세우고 공정한 법 집행을 위해 그의 친구 동생인 마속의 목을 벤다. 눈물을 흘리며 마속의 목을 베었다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은 신상필벌을 엄정하게 집행할 때 쓰는 표현이다.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정의의 여신’은 눈을 가리고 있다. 또 한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손에는 칼을 쥐고 있다. 저울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겠다는 것이며 칼은 사회질서를 파괴 하는 자에 대한 제재를 의미한다. 눈을 가린 것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공평무사함을 견지하겠다는 의지의 뜻이다.공정한 사회란 자유경쟁이 허용되고, 출발과 과정에서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부패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마땅히 있어야 하는 사회를 말한다.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휴가 특혜 의혹을 둘러싼 여야간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이젠 사실에 입각한 진실 규명만이 문제를 풀 해법으로 보인다.야당의 특임검사 요청으로 실체 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도 지금부터가 주목거리다. 그러나 이 사건의 핵심 포인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공평무사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