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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코로나 이후

마치 전쟁 같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다소 진정 국면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200만 명이 넘는 코로나 환자가 발생했고 그로인해 죽은 자가 13만 명에 다다랐다.20세기 들어 이보다 더 인류를 놀라게 한 사건은 없다. 현대 문명의 인간이 받은 충격은 가히 압도적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상을 코로나를 통해 깨달았다. 문제는 인류의 미래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예측이다. 불안감이 엄습한다.세계적 석학 유발 하라리 교수는 파이낸셜 타임지 기고를 통해 “폭풍은 지나갈 것이고 인류는 대부분 살아남을 테지만 그러나 우리는 다른 세상에 살게 될 것”이라고 했다.코로나 이후 우리의 가장 기본적 삶의 방식에 엄청난 변화를 예고한 말이다. 인류가 미래에 대한 새로운 삶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인류의 결속이 이에 대한 대응이 된다고도 말했다.코로나 이후 가장 예상되는 변화 중 하나가 비접촉 생활 패턴이다. 서로 만나 얼굴을 맞대고 가까이하는 모든 행동은 지금부터 서서히 자제된다. 꼭 사람을 만나지 않더라도 같은 공간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그 무언가를 찾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 대안이 온라인의 활성화다. 모든 것이 디지털 세상으로 바뀐다.온라인이 오프라인 유통을 무너뜨리고 서비스나 공정의 자동화가 인간의 일을 빼앗게 된다. 대량의 실업 사태가 생겨날지도 모른다.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전자제품은 더 많이 팔릴 것이고 드라이브 스루 같은 영업장은 더 많은 매출을 올리게 된다. 재택근무, 원격 비대면 진료, 학원 대신 화상영어가 일상화되는 세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예측이 안 되는 일상의 진짜 변화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까 고민할 지금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4-16

오디오북 전성시대

최근 국내 오디오북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오디오북은 눈으로 읽는 대신 귀로 들을 수 있게 제작한 디지털 콘텐츠를 가리킨다. 테이프, CD 등 물리적 저장 매체뿐만 아니라 다운로드가 가능한 MP3 파일 등 디지털 음원이나 인터넷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된다.오디오북이 스마트폰 보급에 따라 스마트폰 앱 형태의 가입형 오디오북이 등장하면서 디지털 음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지난 해부터 직접 고객을 상대하는 B2C(Business-to-Customer) 판매 형태로 신규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가 가장 앞서 있고, 오디오북 플랫폼인 윌라, 팟빵 등이 뒤쫓고 있다.실제로 지난 4월 현재 국내에 판매 중인 오디오북은 2천429종으로, 전년 대비 418% 폭풍 성장했다. 성장률만 놓고 보면 귀로 읽는 책, 오디오북은 이미 전자책을 넘어섰다.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지난해 12월부터 오디오 클립(audioclip.naver.com)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중 하나인 오디오북 구매 가격은 권당 3천~6천원, 대여료는 1천500~3천원이다. 독서 애플리케이션 ‘밀리의 서재’는 지난해 7월부터 오디오북을 선보였고, 월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첫 달은 무료이고, 이후 월 9천900원이다. 오디오북 플랫폼 ‘윌라’의 오디오 북클럽 역시 현재 월 9천900원에 이용 가능하며, 첫 달은 무료다. 명강의를 들을 수 있는 윌라 클래스 멤버스 역시 9천900원이고, 윌라 프리미엄 올패스는 월 1만3천500원에 판매 중이다.새로운 독서매체로 등장한 오디오북은 유튜브에 식상한 고전적 책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틈새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4-15

모사재인 성사재천

사람에게 운(運)이라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지만 영 떼 낼 수도 없는 일이다. “사람의 일은 운이 칠할, 재주나 노력은 삼할이다”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의 논리도 그래서 생겨났다.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는 한계적 영역이 있음을 드러낸 표현이다.불과 100여년전 만해도 길흉화복은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영역으로 생각했다. 지금은 과학과 의술의 발달로 웬만한 병은 쉽게 고치기도 한다. 그 시절은 맹장염조차 손을 못 써 죽는 일이 허다했다. 인명재천(人命在天)이 실감나던 때다. 사람이 정성을 다하여 하늘을 감동시켜야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도 비슷한 말이다.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태생적 한계를 인간 스스로 인정한 말이다.그러나 이런 표현이 어차피 운명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노력을 열심히 해도 소용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어떠한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여야 된다는 것과 동시에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는 뜻으로 풀이하는 것이 옳다.삼국지의 제갈량은 위나라 사마의를 제거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폭발물을 계곡에 설치하고 그를 유인한다. 제갈량의 계략대로 사마의 부대는 곧 죽음을 눈앞에 두게 된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져 계곡에 설치된 폭발물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이 모습을 바라본 제갈량은 하늘을 바라보며 탄식한다. “일은 사람이 꾸미고 그것이 이뤄지는 것은 하늘에 달렸다”(謀事在人 成事在天)고 말했다.21대 총선이 결과만 남겨놓았다. 후보들이 발로 뛴 결과가 오늘밤 늦게 쯤 윤곽을 드러낸다. 그들은 얼마나 민심에 대해 최선을 다했을까. 하늘은 어떤 심판을 준비했는지 궁금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4-14

춘곤증 주의보

춘곤증은 봄철로의 계절 변화에 따라 피로감, 졸음, 의욕없음 등을 경험하는 현상을 말한다. 춘곤증의 원인은 신체의 생리적 불균형 상태를 들 수 있다. 봄이 되어 따뜻해지면 추위에 익숙해있던 인체의 신진대사 기능들이 봄의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약 2~3주 정도 필요한데, 이 기간 쉽게 피로를 느낄 수 있다. 활동량의 변화도 춘곤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봄이 되어 낮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수면 시간은 줄어들고, 저녁 늦게까지 야외 활동량이 많아져 피로를 느낄 수 있다.또한 봄에는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비타민 B1, 비타민 C를 비롯한 무기질 등 영양소의 필요량이 증가한다. 이때 비타민이 결핍되면 춘곤증을 더 느끼게 된다. 스트레스의 증가도 춘곤증의 원인 중 하나다. 학생들에게 봄은 새 학기 학업·교우관계 스트레스가 과중되는 시기다. 직장인들은 인사·승진 발표로 심리적 압박을 느낀다.그렇다고 춘곤증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증가한 활동량과 변화한 주변 환경에 몸과 마음이 적응하게 되면 춘곤증은 저절로 사라진다. 건강한 춘곤증 극복법은 운동·규칙적 수면·식단조절 등이다. 평소에 운동량이 적었던 사람은 천천히 걷는 운동부터 시작해 1주 간격으로 걷는 속도·시간을 늘리는 게 좋다. 또 매일 같은 시간에 잠들고 기상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수면 부족을 느낀다면, 점심시간 휴게실에서 잠시 낮잠을 자는 것도 좋다. 아울러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섭취해 비타민을 보충하면 나른함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요즘처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야외에 나가지 못하고 집안에만 갇혀 지내다보면 춘곤증과 더불어 우울증까지 겹칠 수 있으니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을 세심하게 보살피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4-13

심판대 선 여론조사

1936년 미국은 대공황이란 심각한 경제위기 속에 대선을 치렀다. 주로 서민층이 지지하던 민주당 루스벨트와 부유층 지지의 공화당 랜던 후보간 대결이었다.이때 미국의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라는 잡지사는 1천만명에게 엽서를 보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자기 잡지를 구독하는 자와 자동차 등록부에 기재된 주소가 설문 대상자였다.여론조사 집계는 공화당 후보가 루스벨트를 꺾고 승리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처참하게 틀렸다. 루스벨트의 압승이었다. 당시는 대공황 국면이어서 잡지나 차를 보유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표본 집단의 편향성이 만들어 낸 심각한 오류였다. 조사를 한 잡지사는 이후 망해버렸다고 한다.선거 때마다 여론조사의 편향성이 비판을 받는다. “여론조사는 빈 그릇이다”, “민심을 드러낸다고 하지만 때로는 음험한 공작의 도구로 전락한다”는 등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의 꼬리가 끊이질 않는다.21대 총선도 마찬가지다. 들쑥날쑥한 여론조사가 유권자를 혼란케 한다. 여론조사는 선거가 시작될 시점에 누가 당선될지 하는 궁금증을 풀어주는 방법이다. 여론조사의 정확도는 표본 구성에 달려있다. 표본구성을 조사 목적에 맞게 잘했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구성하는 요소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오악가락 할 수 있다. 표본 구성 요소에는 성별, 나이, 지역, 학력, 소득, 유무선 비율 등 매우 복잡한 오차변수들이 존재한다.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내 여론조사는 여당인 새누리당의 승리를 전망했다. 그러나 당시 결과는 야당의 승리였다. 여론조사기관의 망신살이었다. 선거가 이틀 앞이다. 그동안 조사 발표됐던 내용이 과연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까? 지켜볼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4-12

선거 망국론

어떤 일의 징조로 보는 전조(前兆)현상은 자연의 섭리처럼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다만 사람이 이를 제때 알아채지 못해 사태가 커질 뿐이다. 지진이 일어나기 전 곤충의 이동을 보고 많은 인명을 살린 사례도 있다. 어떤 건물의 붕괴 전에는 이를 예고하는 조짐이 있다는 것은 사후 조사에서 자주 입증된다.질병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병마가 덮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심각한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내 몸 안에는 그 징후가 나타나게 된다. 뇌졸중이면 어지러움이나 언어장애 등이 바로 전조다.21대 총선을 앞두고 우리나라에 덮친 코로나 감염증은 우리 경제에 재앙급 타격을 입혔다. 실업급여 신청자가 무려 19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하루 평균 6천명이 넘는 실업자가 새로 생겨 대기업 하나가 매일 없어지는 것과 같다 하니 걱정이다. 코로나로 인한 비명소리도 연일 끊이질 않는다. 우리 경제성장률이 IMF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거라 한다. 나라 빚이 역대급인 1천700조원을 넘었다. 국민 1인당 몫이 1천410만원이다.나라 경제가 풍전등화의 위기인데도 총선에 나선 정치권은 딴 나라 사람 같다. 나라 빚이야 많든 실업자가 양산되든 안중에 없는 모양새다.오로지 당선만 된다면 세금은 얼마든지 퍼주어도 된다는 식이다. 대표적 케이스가 긴급재난금이다. 코로나 위기를 핑계로 처음에는 국민의 절반만 지원한다더니 지금은 전 국민에게 주겠단다.대개 선거철이 되면 선심정책이 요동을 친다. 이번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 무상급식과 반값 등록금, 무상보육 등이 이른바 선거 전리품이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라 곳간이 텅 비어도 나 몰라라라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은 선거 망국론의 전조 아닌가./우정구(논설위원)

2020-04-09

원격의료 허용논란

원격의료는 대면진료 반대 개념으로, 영상·전화·채팅 등을 통해 진료하거나 의료기기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전송해 의사 소견을 받는 행위를 말한다.원격의료는 의료인 간 원격의료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로 구분되며, 의사와 의사 사이 원격의료는 현재도 합법이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는 원격 모니터링과 원격진료로 나뉜다.원격 모니터링이란 의료인이 환자 질병 상태를 지속 모니터링하고 상담·교육 등 관리를 해주는 것을 말한다. 원격진료는 질병 진단과 처방이 포함되는 개념으로 현재 논란이 되고있다. 현재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정보통신기술(ICT) 선진국들은 원격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료법 제34조에서는 의료인과 의료인 사이의 원격 의료만이 허용된다.원격의료는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의료진 부족으로 대구·경북지역에서 감염자 급증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의료진의 집단감염이 속출하자 원격의료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24일 전화로 의사 진단과 처방을 받는 원격진료를 일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병원은 의사의 판단에 따라 전화 상담으로 진료·처방을 할 수 있게 됐다.진료비는 계좌이체 등 송금으로 결제하고, 처방전은 팩스·이메일로 환자가 희망하는 약국에 전송해주는 식이다. 하지만 원격의료 전면허용은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의료계는 화상·음성·문자 등 제한적 정보만으로 진단·처방을 내릴 경우 오진 가능성이 있어 책임소재 문제가 크다고 반대한다.또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대형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이 심해져 의료전달체계가 붕괴할 거란 우려도 있다. 원격의료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강하는 묘수풀이가 필요한 시점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4-08

선승후전(先勝後戰)

천 번을 읽으면 신의 경지에 도달한다는 손자병법(孫子兵法)은 빌 게이츠가 극찬한 병법서다. 그는 “오늘날 날 있게 한 책”이라 했다. 난중일기에 기록을 남길 정도로 이순신 장군도 즐겨 읽었다 한다.동서고금을 통해 가장 많이 읽힌 병법서로 알려져 있지만 그 내용이 처세의 교과서라 해도 무방할 만큼 세상을 살아가는 요량을 잘 정리한 책으로 평가 받는다.손자병법은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출신의 손무가 지었다. 군사운용의 기본 원칙부터 실전에 응용될 수 있는 전술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내용을 담았다. “적을 알고 나를 알고 싸우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는 말도 이곳에서 나왔다. 세상의 이치를 정확히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현대사회 어느 분야, 어느상황에 적용시켜도 무리가 없을 만큼 인간사회의 근간을 잘 파악하고 있다.특히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 제시로 2천5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인생의 지침서가 된다. 처세의 어려움을 알 나이에 들면 손자병법을 한번쯤 읽어 보라 권하는 이유다.그러나 손자병법은 병법이라 하지만 의외로 전쟁을 적극 권장치는 않는다. 손자가 생각하는 최상의 승리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미리 전략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승리가 확정된 상황에서 싸우라는 뜻이다. 불가피하게 싸워야 할 상황이라도 최대한 빠르고 피해 없는 승리를 거둬야 하는 것이 손자의 핵심 가르침이다.총선 열기가 종반전 들면서 뜨겁다. 선거 전쟁에서 누가 승리할 지는 미지수다. 손자는 선승후전(先勝後戰)이라 가르쳤다. 미리 이겨놓을 만큼 준비해 싸우라 했다. 출마 후보자들은 과연 내가 싸울만큼 준비해 싸우고 있는지 지금쯤은 느낄까./우정구(논설위원)

2020-04-07

사회적 거리두기

사회적거리는 원래 동물의 행동분석에서 무리에서 떨어진 개체가 다시 무리로 되돌아오는 행동상의 한계거리를 말한다. 예를 들어 작은 새 무리는 비교적 많이 흩어져 있으면서 어떤 거리 이상 떨어진 개체는 다시 무리 쪽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에 무리가 흩어지지 않는다. 이처럼 어떤 거리 이상 무리에서 떨어지면 불안을 느끼는 거리가 존재하는 데, 이것을 사회적거리라고 한다.사회적 거리는 이런 개념을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 사이에 생기는 인간감정의 친소도에 적용한 말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R.E.파크가 제창한 개념으로, 공간에서 두 지점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거리의 개념을 친밀감이나 적대감 등의 인간감정에 도입해 친근성의 정도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했다. 예를 들면 친구 사이가 통근·통학시 버스·지하철에서의 인간관계보다 사회적 거리가 가깝다.심리학에서 쓰이던 사회적 거리 개념은 2020년 2월말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인 기모란 교수가 코로나19 전염병의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들 간의 거리를 유지하자는 ‘사회적 거리두기’캠페인을 제안하면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눈이나 비가 오는 날처럼 집에 머무르고, 재택근무나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고, 예배 등의 집단 행사나 모임을 삼가하자는 내용이 골자다.대한의사협회도 2월 28일 대국민권고안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할 것을 제안했고, 권준욱 중앙방역 대책본부 부본부장도 코로나19의 피해와 유행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인 위생과 함께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 사회적 격리(거리 두기)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위해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극 실천하는 정성이 필요하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4-06

참정권

여성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것은 19세기 후반부터다. 17∼18세기 유럽의 시민혁명은 절대주의를 붕괴하고 민주주의를 불러왔다. 하지만 여성에 대한 정치 참여권 부여는 한참 뒤에 이뤄진다. 뿌리 깊은 가부장적 문화가 여성의 참정권을 막았던 것이다.1893년 뉴질랜드가 세계 최초로 여성의 투표권을 인정했다. 이후 1902년 호주, 1906년 핀란드 그리고 미국은 1920년 남녀에게 동등한 투표권을 주었다. 참정권은 모든 국민이 직·간접으로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정신에 기초한 개념이다. 구체적으로 선거권과 피선거권, 국민심사권, 공무담임권 등이 해당한다.봉건사회에서 일부 돈 많은 부유층이 누렸던 참정권은 시민혁명이란 고난의 역사를 뚫고 모든 국민에게 동등하게 돌아 온 권리다. 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다. 그래서 참정권을 정치적 자유권이라고도 부른다. 헌법 제13조는 “모든 국민은 소급 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을 제한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않는다”고 참정권 보장을 선언하고 있다.총선을 10여일 앞둔 가운데 코로나 예방을 이유로 확진자 일부의 투표권이 제한된다는 소식으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코로나로 치료중이거나 자가격리중인자, 해외에서 들어오는 교민과 유학생 등 선거권 제한에 묶인 사람이 줄잡아 1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당국의 무관용 원칙에 따라 그들의 바깥 활동이 일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경솔한 선거권 제한이라며 헌법소원도 냈다. 정부가 민주주의적 가치를 너무 가볍게 본 것 아닌가 하는 비판도 쏟아진다.정부의 졸속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 국민의 참정권을 짓밟은 것이다. 당장이라도 대안을 찾아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4-05

식목일

산소는 사람과 동식물이 활동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물질이다. 공기의 주성분이지만 우리 눈으로 볼 수가 없다. 맛과 빛깔과 냄새도 없다. 사람 몸에 들어가 영양분을 분해하고 생명체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기능을 한다.아마존을 ‘지구의 허파’라 부르는 것은 대규모 수림의 자연적 기능 때문이다. 이곳 밀림에서 생성되는 산소량이 무려 지구 전체의 20%를 차지한다. 아마존 수림 자체가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고 기후변화까지 완화하는 순기능이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자연의 위대함이다.큰 나무 하나가 보통 두 사람이 하루 호흡하는데 필요한 양보다 좀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한다. 나무는 살아 있는 동안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한다. 반대로 죽은 나무는 대사활동이 중단되면서 생전에 품었던 탄소를 뱉어낸다. 죽은 나무 숲은 탄소 포집원이 아니라 배출원이 된다.코로나 바이러스의 직접 사망원인은 호흡곤란 증세다. 급성 호흡곤란증세를 보이는 환자에 대해 인공호흡기를 제때 공급하지 않으면 몇 시간 안에 숨진다. 우리가 평소 편히 숨 쉬는 것이 산소와 밀접한 관계에 있지만 대개 사람들은 그런 고마움에 대해서는 무관심이다.4일은 청명이고 5일은 식목일이다. 청명은 24절기 중 다섯 번째 드는 절기다. 하늘이 이때부터 차츰 맑아진다는 날이다. 농사로 보면 지금부터가 본격 영농철이다.식목일이 이맘 때 정해진 것도 계절적으로 나무심기에 적합한 때문이다.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나무심기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식목행사인들 제대로 이뤄질 것 같지가 않다. 나무 심고 가꾸는 것이 사람 생명 지키는 일과 같다는 사실을 새삼 새겨 봐야 하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4-02

딥페이크 범죄

‘딥페이크’(Deep Fake)란 특정 인물의 얼굴 등을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특정 영상이나 사진에 합성한 편집물을 말한다. 딥페이크 범죄란 바로 이런 기술을 이용해 여성의 사진을 포르노 사이트 등에서 보이는 나체와 합성해 집단 성희롱을 벌이는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가리킨다.특히 최근 조주빈이 운영한 ‘박사방’ 등 온라인 성착취물 공유방에서 딥페이크 범죄가 판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벌어지는 공간은 텔레그램, 트위터, 라인, 카카오톡 등 국내외 메신저를 아우르며, 모든 여성이 표적이 된다. 단체 대화방 속 남성들은 지인, 인스타그램 등에 자신의 사진을 올린 여성뿐 아니라 여동생 등 가족의 사진을 건네기도 한다. 딥페이크 범죄는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누구나 쉽게 사진을 합성할 수 있게 되면서 생겨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딥페이크 범죄가 만연하면서 ‘국회 국민동의 청원 1호 법안’으로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이 지난달 17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오는 6월 25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개정안에 따라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사람의 얼굴, 신체나 음성을 편집·합성·가공·복제한 촬영·영상물 등을 제작하거나 퍼뜨리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영리 목적으로 유포하면 7년 이하 징역으로 가중처벌할 수 있다.딥페이크 범죄는 현행법상 성폭력으로 인지되지 않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음란물 제작 등의 혐의만 적용됐는데, 이를 범죄로 적시해 엄벌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이다. 인격살인에 이르는 딥페이크 범죄는 엄벌로 다스려져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4-01

잃어버린 일상의 행복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상태”를 일반적으로 우리는 행복하다고 한다. 그러나 만족과 기쁨은 극히 추상적인데다 개인적 편차도 커 행복의 무게를 비교해 설명하기 힘들다.행복은 느끼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무게감이 다르다. 그래서 행복을 말할 때는 형이상학적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마음적으로 이해하기가 용이하다.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이 이런 경우다.동서고금을 통틀어 인간이 사는 궁극적 목표가 행복이라는데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인간이 사는 목적은 행복 때문”이라 했으니 행복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영속적으로 추구돼야 할 가치다.일본인 작가 하루키는 그의 수필집에서 작은 행복을 언급했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작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른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의 시작이었다.우리나라도 소확행의 소비 트렌드가 유행한다. 기왕 큰 성취를 못할 바에야 작지만 성취가 쉬운 작은 행복을 추구하자는 소비 트렌드다.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자 SNS상에는 소소한 일상을 그리워하는 글들이 자주 등장,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 구절만 인용해 보자.“잠깐의 나들이가 그리움인걸, 지하철의 북적임이 그리움인걸….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고 마주보고 웃을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이고 행복인 것을 까맣게 잊고 살았네….”그동안 미처 몰랐던 소소한 일상 속의 만남과 나눔이 작은 행복이었음을 깨닫고 그리워하는 글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질질 끌면서 어느새 우리 마음의 아픔도 그만큼 커져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3-31

가정간편식 전성시대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은 완전조리 식품이나 반조리 식품을 집에서 간단히 데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가리킨다. 가정 음식을 대체한다는 의미에서 ‘가정대용식’이라고도 불린다.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HMR 시장규모는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특히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콕족’이 늘면서 소비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집에서 직접 밥을 차려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직접 조리를 늘리겠다는 소비자도 많아 가정간편식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이같은 사실은 CJ제일제당이 2월 28일부터 3월 1일까지 전국의 소비자 1천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식소비 변화 조사’를 진행한 결과 나타났다.개학 연기와 재택근무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집밥’을 먹는 비중은 83%로 전년보다 23.5%포인트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음식을 직접 조리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답한 사람은 84.2%였고, 가정간편식 소비가 늘었다는 응답도 46.4%였다. 이에 따라 가정간편식 품목 가운데 집밥을 대체하면서도 장기 보관이 가능한 즉석밥, 생수, 라면 등과 더불어 국물요리, 상품죽, 냉동만두 등 구입이 늘었다.또 개학 연기로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핫도그와 피자, 돈가스 등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한 가정간편식 구매도 늘었다. 또한 계란, 김, 두부, 콩나물 등 반찬으로 활용하는 식자재에 대한 구매 역시 증가했다. 단백질과 채소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홈 트레이닝 열풍에 따라 간편하게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가정간편식 생선구이 등도 성장할 전망이다.가정간편식 전성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3-30

‘벚꽃엔딩’

2012년 발표된 ‘벚꽃엔딩’은 오랫동안 국내 음원차트 1위를 유지한 곡이다. 이 노래의 제작 배경은 화려하게 펼쳐진 벚꽃의 만개한 풍경이다. 이 노래는 매년 봄만 되면 크리스마스송처럼 이 시절에 등장해 음원차트에 다시 진입 한다. 그래서 ‘벚꽃좀비’라 부른다.봄이 되면 사람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가 벚꽃축제장이다. 벚꽃이 군락을 이뤄 피어있는 모습은 화려하면서 장관이다. 피는 것만큼 떨어지는 모습 또한 꽃비가 내리는 것 같이 아름답다.만개한 벚꽃은 낭만적이며 인상적이다. 그곳은 추억을 남길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매년 피는 꽃이지만 벚꽃의 화사함과 아름다움은 보는 이에게 늘 새봄의 기쁨을 만끽케 한다.벚꽃의 꽃말은 순결과 절세미인이다. 꽃이 주는 느낌을 그대로 담았다. 그러면서 벚꽃의 피고 지는 과정이 너무 순식간이어서 삶의 허무와도 비유한다. 화려한 젊음의 절정기가 순식간에 지나듯 벚꽃의 피고 짐이 삶의 덧없음과 비슷하다는 뜻이다. 올 벚꽃 개화는 평년보다 3∼8일 정도 빨랐다. 봄철의 따뜻한 기온 탓이지만 지구온난화 영향이 봄꽃 개화를 앞당기고 있다.벚꽃의 개화 시기는 기상청 표준목을 기준으로 한다. 표준목 가지에 세 송이 이상 꽃이 펴야 공식적으로 개화다. 첫눈이 기상관측소에 내린 눈을 기준으로 삼는 것과 비슷하다. 서울은 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 왕벚나무가 기준이다. 올해는 99년 만에 가장 빠른 개화였다. 전국의 벚꽃놀이가 코로나19로 망쳐버렸다. 벚꽃축제가 무더기 취소됐다. 축제장 인근에 대한 봉쇄는 물론 벚꽃을 보고자해도 지자체가 방문을 만류한다. 코로나19가 벚꽃을 만끽할 우리의 봄을 빼앗아 가버린 것이다. ‘벚꽃엔딩’의 노래가 왠지 쓸쓸하게 들린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3-29

포퓰리즘

경제학에서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통상적인 상황을 벗어나 1년에 수백% 이상의 물가상승이 일어나는 경우를 말한다. 초인플레이션이다.상상이 잘 안 되지만 2018년도 베네수엘라 물가상승률은 1만%를 상회했다. 정부가 빈민구호책을 쓰기 위해 과도하게 돈을 찍어내기 시작해 한달 새 물가가 50% 이상씩 상승했다. 인플레를 수습하기 위해 화폐 단위를 늘리고 또다시 돈을 찍어냈지만 물가상승분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당시 베네수엘라 근로자가 한 달 열심히 일해 봐야 돼지고기 1kg을 사지 못했다. 미국의 블롬버그는 당시 그곳 노동자가 한 달 일해 번 돈으로 커피 두잔 사먹기 힘들다 했다. 의약품을 못 구해 사망자가 속출하고, 인구의 10%는 해외로 탈출했다. 세계 원유매장량 1위인 남미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는 현실이다. 비극은 1999년 차베스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시작됐다. 그의 빈민정책이 발단이다. 200만 빈민층에게 무상으로 집을 지어주고 그들이 사용할 생필품을 국가가 통제하면서 지원했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됨은 물론이다. 무리한 빈민정책으로 국영석유회사가 망하고 재정은 파탄에 이른다.빈민층 구호라는 차베스의 정책적 선의에 비해 결과는 너무 비참했다. 인기영합에 목적을 둔 포퓰리즘은 대개 경제논리는 뒷전이다. 개혁을 내세우는 정치 지도자의 정치적 편의주의나 기회주의에 매몰되기 때문이다.코로나19 사태가 포퓰리즘을 불러오고 있다. 전국 지자체가 재난수당 지급에 앞다퉈 경쟁이다. 경기도가 불을 붙였다. 명칭도 다르고 재원과 지원대상, 규모 등에서도 중구난방이다. 형평성 논란도 크다. 바이러스를 핑계로 정치꾼의 포퓰리즘이 마치 호기를 만난 것 같다. 걱정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3-26

코로나 블루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을 상징하는 ‘블루’가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나타난 우울증상을 가리킨다.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는 열이 나는 것 같은 느낌, 작은 증상에도 코로나를 의심하는 걱정 등 건강염려증을 포함해 불안, 불면, 기침하는 사람 등이 병을 옮길지 모른다는 염려, 감염되면 격리되거나 비난받을까 하는 걱정, 실제 격리로 인한 우울함과 답답함 등을 동반하며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 통상 스트레스 반응은 충격의 원인이 없어지면 사라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처럼 장기적인 스트레스는 이차적인 정서불안을 유도해 더 심한 신체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인간은 기억과 예측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 상황을 기억하고, 지속되는 위험 속에서 재충격의 두려움, 위험이 가까이 있거나 점점 다가오는 것 같은 불안 등을 더 강하게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이같은 코로나 블루를 예방하려면 자신의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게 좋다. 예를 들면 적극적인 손 씻기, 코와 입에 손대지 않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 감염확률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또 감염 공포를 잊기 위해 규칙적인 수면 및 기상 시간을 비롯, 일상생활의 리듬 유지하기, 좁은 실내공간에서 하는 운동보다는 넓은 공원에서 산책을 하거나 혼자 할 수 있는 야외 운동을 하며 기분 전환하기, 음악·미술·독서·영화감상, 좋은 사람들과의 통화나 소통 등 자신의 취향에 맞춰 좋은 기분을 이끌어낼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코로나19가 자칫 코로나 블루로 바뀌어 우리들의 정신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3-25

이탈리아의 눈물

이탈리아는 유럽 중남부에 위치한 반도국가다. 인구 6천만의 GDP 세계 8위의 경제 강국이다. 수도 로마는 로마제국의 중심지로 고대 유럽문화의 핵심 거점지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스페인 다음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세계적 관광대국으로도 유명하다.그런 이탈리아가 지금 코로나19 사태로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고 한다. 30분에 한 명씩 죽어가는 코로나19 감염자로 이탈리아 전역이 침통, 비탄과 공포에 휩싸여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통행금지와 함께 모든 공장의 폐쇄를 명령했다. 경제난이 가중되는 어려움이 설사 있더라도 일단 인명피해를 줄여보겠다는 의도다.그러나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코로나19는 좀처럼 기세가 잡히질 않고 있다. 오히려 로마 근교 수녀원까지 집단 감염되면서 이 나라 국민을 좌절감에 빠지게 하고 있다.이탈리아 북부의 인구 12만의 베르가모시는 죽음의 도시라 불린다. 이곳 병원 영안실은 밀려오는 시신을 감당치 못해 일부 시신을 성당에다 안치하고 있다. 화장장도 턱없이 모자라 군 트럭을 동원해 일부는 원정화장에 나서고 있다.더욱 심각한 것은 이탈리아인의 코로나19 치사율이다. 한국의 9배에 가까운 9.0%에 달해 충격을 주고 있다. 사람이 죽으면 이를 알리는 그곳 풍습에 따라 지역 일간지에는 연일 10개면이 부고면으로 채워지고 있다고 한다.이탈리아는 지금 제2차 세계대전 후 가장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다. 이탈리아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왜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지를 배운다. 이탈리아의 눈물이 결코 이탈리아 사람만의 눈물이 아니라는 사실에 우리는 더 한층 높은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3-24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Over The Top)는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로, 전파나 케이블이 아닌 범용 인터넷망으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한다.‘Top’은 TV에 연결되는 셋톱박스를 의미하지만, 넓게는 셋톱박스가 있고 없음을 떠나 인터넷 기반의 동영상 서비스를 포괄한다.OTT 서비스가 등장한 배경에는 초고속 인터넷의 발달과 보급이 자리잡고 있다. 인터넷 속도가 보장돼야 동영상 서비스를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OTT 서비스들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구글은 2005년 ‘구글 비디오’를 출시했으며, 2006년에는 유튜브를 인수했다. 넷플릭스는 2007년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고, 애플은 2007년부터 ‘애플TV’를 선보였다.OTT가 기존 방송 환경의 ‘룰’을 바꾸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미국이다. OTT 행렬 선두에 선 사업자는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한 달에 적게는 7.99달러만 내면 영화와 TV 프로그램 같은 영상 콘텐츠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다. 1997년 비디오와 DVD를 우편·택배로 배달하는 서비스로 시작한 넷플릭스는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7년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유료 가입자만 5천700만명에 이르며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최근에는 역사적으로 콘텐츠 맹주로 꼽히는 디즈니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 플러스’를 출시, 3개월만에 가입자 2천860만명을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해 관심을 끌고있다.바야흐로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방증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3-23

심리방역

심리학은 인간 내면의 과정에 의문을 갖고 답을 구하는 학문이다. 마음의 이치를 깨닫는 다소 애매한 학문영역이라는 점에서 19세기 후반에 와서야 ‘정신과학’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고도의 정보화 사회가 발달한 요즘은 인간의 삶과 관련한 문제들이 다양하게 부각되면서 심리학의 적용분야는 갈수록 느는 추세다.심리학을 이야기하다 보면 ‘피그말리온 효과’가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하고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세상의 살아 있는 어떤 여인보다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했다. 피그말리온의 사랑에 감동한 여신 아프로디테는 갈라테이아에게 결국 생명을 불어 넣어주고 말았다는 것이다. 간절히 바라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를 말할 때 피그말리온 효과라 한다. 1968년 미국 하버드대학이 피그말리온 효과를 실험했다. 특정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공부를 잘한다고 칭찬해 준 뒤 8개월 후 그들의 성적을 측정해보니 성적이 올라 피그말리온 효과가 입증됐다고 한다. 심리가 실제로 병세를 호전시키거나 긍정적 상승작용을 하는 사례는 많다. 플라시보 효과(가짜약 효과)도 그런 케이스다. 의사가 준 가짜 약임에도 환자에게는 치료효과가 드러나는 경우다. 마음의 병이라 일컫는 우울증 등에 이런 효과가 있다. 환자의 심리상태가 영향을 받은 탓이다.코로나19가 한달 째 이어지면서 감염병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주로 불안과 공포, 불면증, 무기력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에 시달리는 시민들의 심리 방역까지도 이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코로나19 극복의 길, 넘어야 할 산이 많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