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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권력의 교만

사마천의 사기(史記) 자객열전에 나오는 말 가운데 방약무인(傍若無人)이라는 표현이 있다. “곁에 사람이 없는 것처럼 여긴다”는 뜻이다.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할 때 쓰는 말이다. 비슷한 말로 기고만장(氣高萬丈)이나 안하무인(眼下無人), 오만방자(傲慢放恣) 등을 들 수 있겠다.교만함의 사전적 뜻은 “남을 깔보고 자신을 높게 평가하여 반성함이 없고 우쭐거리는 마음”을 일컫는다. 그래서 교만은 예로부터 군자가 경계해야 할 도리로 여겨졌다. 공자는 “교만한 말과 아첨하는 사람치고 선한 이가 드물다”고 했다.특히 종교적으로 교만은 죄악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성서에서는 교만함은 하나님의 은혜와 도움을 부인하는 최고의 범죄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불교에서도 자기 본성을 보지 못하고 헛것에 매달려 교만에 빠지는 것을 두고 어리석음이라 한다. 어리석음은 탐욕과 성냄과 더불어 삼독(三毒)이라 부른다.사람만 교만한 것이 아니다. 권력도 교만해진다. 권력이 교만한 사례는 정치사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독재자들의 말로 등이 그렇다.권력이 교만해지면 몇 가지 공통적 특징을 보인다. 듣기 좋은 말만 듣는다. 비판의 소리를 외면한다. 자기 독선적으로 바뀐다. 그리고 남 탓으로 돌리는 습성이 생긴다는 것이다.최근 더불어 민주당이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교수를 검찰에 고발했던 것이 교만한 행동의 대표적 사례라 할만하다. 비판의 소리를 거부하다 여론의 역풍을 맞은 정치적 망신이다.코로나19 사태가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정부 여당의 독선적 결정이 국민보건을 망친다는 목소리가 높다. 권력은 민심을 경청하는 겸손함부터 먼저 배워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2-25

코로나 포비아 vs 코리아 포비아

코로나 포비아가 코리아 포비아로 바뀌고 있다.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전파로 정부가 최근 코로나19 대응 위기경보를 최고단계인 심각단계로 격상했기 때문이다.정부가 심각단계를 발령한 것은 지난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사태 이후 11년만이다.위기경보를 심각단계로 올리면 국제사회에서 입국이 거절당하는 등 ‘코로나19오염국가’로 취급받게 된다.실제로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크게 늘자 한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을 막거나 한국인의 입국 절차를 강화하는 국가가 점차 늘고 있다.24일 외교부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응 조치로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을 금지한 국가는 이스라엘, 바레인, 요르단, 키리바시, 사모아, 미국령 사모아 등 6개국이다. 이들 국가는 코로나19 잠복기인 14일 이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코로나19 미발생국에서 14일을 지내고 건강검진을 받은 뒤 입국하도록 하고 있다.이밖에 아프리카의 섬나라 모리셔스도 한국인에 대해 입국보류 조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또 한국에서 입국한 이들을 일정 기간 격리하거나 건강 상태를 관찰하는 등 입국절차를 강화한 국가는 브루나이, 영국,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마카오, 오만, 에티오피아, 우간다, 카타르 등 9개국이다.미국 역시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1단계에서 2단계로 상향조정했고, 대만정부도 한국정부에 대한 여행경보를 ‘1급주의’에서 ‘2급 경계’로 격상했다.코로나19가 코리아 포비아로 확산되지 않도록 온 국민이 힘과 지혜를 한데 모아 대처해나가야 할 때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2-24

역병과 사후약방문

전염 속도가 빠르고 치명적인 전염병을 역병(疫病)이라 한다. 이른바 대유행병이다. 의술이 발달하지 못한 옛날에는 역병이 발생하면 역신(疫神)이 노해 벌을 내린 것으로 여겨 주술이나 기도를 통해 병의 퇴치를 소원했다.세균이 발견되고 역병의 병원이 옳게 알려진 것은 겨우 19세 후반의 일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역병이 돌면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흑사병이 창궐했던 중세 유럽은 전염병으로 수천만이 목숨을 잃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조선왕조동안 역병이라 하여 크게 전염병이 번진 사례만 줄잡아 79차례 된다고 했다. 그로인해 목숨을 잃은 백성이 천만명을 넘었다하니 질병은 오래전부터 인류의 적이다.1821년 순조 때다. 실록에 의하면 중국으로부터 전해진 전염병이 우리나라에 닥치면서 무차별적으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심한 기침과 설사를 동반한 괴질에 한번 걸리면 양반, 평민 가릴 것 없이 열흘도 못가 목숨을 잃었다. 죽은 사람의 수가 10만을 넘었다니 원인을 몰랐던 당시로서는 하늘이 천벌을 내렸다고 믿을 법했다.나라에 괴질이 돌면 임금이 나서 몸을 단정히 해 제사를 올리고 먹을 것을 내준다. 감옥에 갇힌 죄수도 풀어 선정을 통해 괴질의 창궐이 가라앉길 기원했다. 괴질을 붙들어 맬 묘책이 없는 왕으로서는 선정으로 흉흉한 민심을 달래려 온갖 정성을 다했던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확산일로다. 정부의 뒷북대책이 또 비판대에 올랐다. “초기대응 실패” 등 지금이라도 사후약방문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진다. 이 와중에 대통령의 파안대소까지 구설수에 올랐으니 국민 눈에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큰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내놓는 당국의 사후약방문이 이번만은 제발 없었으면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2-23

113년째 맞는 국채보상운동

오늘은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난 지 꼭 113년째 되는 날이다. 1907년 2월 21일 대구의 광문사 사장 김광제와 부사장 서상돈 등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한 인사들이 대한매일신보에 “나라의 빚을 갚아 주권을 회복하자”는 취지의 발기문을 게재한 날이다. 국채보상운동의 시작을 알린 날이자 기념일이다.당시 일본은 조선 경제를 파탄으로 이끌어 한국을 침탈할 목적으로 일본의 차관을 강요했다. 어쩔수 없이 조선이 진 빚이 1천300만원이다. 대구에서 발단한 민간 주도의 주권회복운동은 이날 후 전국 곳곳에서 호응을 얻기 시작해 우리나라 최초의 국난극복 민간운동이라는 신기록을 남기게 된다.특히 이 운동은 민족자본가와 지식층, 여성계, 노동자 등을 총망라한 지지를 받았다. 당시 양반집 부녀자는 물론 최하류층의 기생들까지도 동참함으로써 한국최초의 여성운동이라 불리게 된다.남자는 3개월 동안 담배를 끊어 돈을 모으자 했으며 여성들은 자신이 가진 비녀와 가락지 등 패물을 내놓았다. 1997년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에 몰렸을 때 국민이 금모으기에 동참했던 것과 유사하다. 당시 고종도 이 소식을 듣고 담배를 끊고 국채 갚기에 나섰다고 한다.대구는 국채보상운동의 발원지이며 그 정신이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 오는 곳이다. 독립운동 등 애국의 도시로 자부하는 대구에서 일어난 국채보상운동은 대구시민의 정신적 토양을 제공하고 있다.대구시는 2월 21일부터 28일까지를 ‘대구시민의 날’로 새롭게 정했다. 국채보상운동과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고양하고 시민이 직접 느끼게 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대구시민의 날 행사가 모두 취소됐다. 아쉬움은 크지만 이 날의 의미만은 한번쯤 새겨 보는 것도 좋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2-20

제로금리 시대

제로금리는 단기금리가 사실상 0%에 가깝다는 뜻으로 명목이자율이 아니라 실질이자율이 0%에 가깝다는 의미다. 이같은 초저금리는 국가경쟁력을 높이며 소비촉진을 통해 경기침체 가능성을 줄여준다는 이점이 있다.반면에 노년층 등 이자소득자들의 소득이 불안정해짐에 따라 중·장년층의 소비가 위축될 수 있고, 부동산투기, 주택가격 폭등 등 자산버블이 우려되며, 근로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 제로금리 정책을 시행한 대표적인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1999년부터 공식적으로 제로금리정책을 선언했다. 일본은행의 제로금리정책은 내수자극을 통한 경기회복, 엔화 강세 저지, 기업의 채무부담 경감, 금융회사들의 부실채권 부담 완화 등 여러 효과를 겨냥한 것이다.우리나라에서도 초저금리가 굳어지면서 예적금 상품의 기본금리가 0%대로 떨어지고 있다. 물가상승률과 이자소득의 15.4%를 세금으로 떼어가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다. 실제로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주부터 일부 예금 상품의 금리를 낮췄다. 우리은행은 가입 기간에 따라 0.5~0.9%였던 ‘WON 예금’의 금리를 0.5~0.87%로 내렸다. 12개월 만기 기준 기본금리는 연 0.84%다. 위비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도 연 1.4%에서 연 1.1%로 0.3% 포인트 내렸다. 국민은행도‘국민수퍼정기예금 단위기간금리연동형’상품의 연동단위기간(1~6개월) 금리를 0.7~1.1%에서 0.6~1.0%로 인하했다.한국은행이 2015년 3월 기준금리를 1.75%로 내리면서 처음으로 기준금리 1%대 시대를 열었고, 이후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도 연 1%대가 됐다. 앞으로 은행에 돈을 맡기고 보관료를 내야할 시대가 다가오는 듯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2-19

언론의 자유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뛰어난 문장가로 미국 독립선언문을 기초했으며 역대 대통령 중에도 가장 훌륭한 대통령의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미국역사 초기에 제퍼슨 같은 지도자가 있었다는 사실은 미국의 크나큰 행운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그는 대통령을 지냈지만 그의 묘비에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적시하지 않았다.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둘게 없다는 본인의 뜻이다. 그의 유언대로 묘비에는 독립선언문 기초자, 버지니아 대학의 아버지라는 사실만 기록했다.언론의 자유와 관련, 그는 “나는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유명한 명언을 남겼다. 프랑스 계몽사상가 볼테르는 “나는 당신의 말에 찬성하지 않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할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라면 내 목숨이라도 기꺼이 내놓겠다”는 말을 했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는 두 사람의 생각은 지금도 많은 공감대를 준다.언론의 자유는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을 포함한 개념이다. 언론은 정부가 잘못하는 사실을 여과 없이 비판하란 뜻이다. 그것이 언론의 본분이다. 한 나라의 민주주의가 보장되느냐 아니냐는 언론의 자유 보장 여부가 중요한 잣대다.중국이 코로나19 사태를 키운 것은 언론의 자유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대세적 판단이다. 코로나19를 최초 경고했던 30대 중국인 의사의 죽음은 이제 중국의 언론자유를 부르짖게 만들었다. 언론의 입만 막으면 될 것 같았던 코로나 사태가 이젠 최고 권력자의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여당인 민주당이 자당을 비판한 교수를 검찰에 고발했다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권력에 빠져 오만방자함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언론의 자유를 모른 무지일까 권력에 눈이 멀어 버린 것일까./우정구(논설위원)

2020-02-18

공짜뉴스 사라진다

포털사이트들이 언론사들의 뉴스 콘텐츠를 공짜로 사용하면서도 오히려 큰 소리치는 풍토가 앞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전세계적으로 포털사이트들이 언론사들에게 뉴스 전재료를 지급하는 쪽으로 저작권법이 제정되고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세계 최대 검색 엔진인 구글이 글로벌 언론사들과 뉴스 전재료(轉載料) 지급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구글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언론사들과 뉴스 콘텐츠 사용료 지급과 관련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이번 협상은) 검색 공룡(구글)과 언론사의 관계가 변화하는 분수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구글은 언론사의 기사를 검색 결과로 노출하면서도 직접적인 사용료 지급을 거부해왔다. 구글 검색 결과로 노출된 기사가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에 막대한 트래픽을 제공한다는 이유였다.하지만 지난해 3월 유럽연합(EU)이 ‘인터넷 사이트에 뉴스 콘텐츠가 사용되면, 해당 언론사는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저작권법을 채택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프랑스 언론사 단체는 구글을 상대로 지난해 11월 공정거래 당국에 소송을 냈다. 이처럼 유럽에서 빚은 마찰이 구글의 생각을 바꿔놓은 것으로 보인다. 또 뉴스 사용에 대해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한 구글 경쟁자가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는 것도 계기가 됐다.페이스북은 지난해 10월 새롭게 선보인 뉴스 서비스에 사용되는 기사 콘텐츠에 대해 언론사에 연간 수백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고, 애플도 지난해 다수 언론사와 제휴를 맺고 뉴스앱인 ‘애플 뉴스+’를 선보이면서, 언론사에 콘텐츠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공짜뉴스 사용하는 국내 포털사이트들의 각성이 요구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2-17

“웃음이 보약”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는 5분간 웃으면 면역세포 중 하나인 NK세포(암세포 증식 억제) 활성화 시간이 5시간 늘어난다고 발표했다. 면역세포 중 림프구 생산을 돕는 감마 인터페론이라는 물질이 200배나 더 나와 혈액을 통해 우리 몸의 면역력 증강을 돕는다는 것이다.의학적으로 웃음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보고서는 얼마든지 있다. 노르웨이의 한 연구에서는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은 웃지 않는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조선시대 최고의 의서인 동의보감에도 “웃음이 보약”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웃음은 그야말로 돈 안드는 만평통치약이라 해도 부인할 사람 없다.“한번 웃으면 한번 젊어진다”(一笑一少)나 “웃는 문으로 복이 들어온다”(笑門萬福來)라는 우리의 속담이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서양에서도 “건강은 실제 웃음의 양에 달렸다”는 말을 한다.얼마 전 세계 최고령 인증을 받았던 일본의 나카타현에 거주하는 112세 할아버지한테 장수 비결을 물었더니 “웃는 일”이라고 말해 웃음이 또한번 주목을 받았다.한번 웃을 때마다 우리 몸의 231개의 근육이 운동을 해 1분 동안 웃으면 10분 조깅한 것과 같다고 하니 웃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의학적으로 웃음은 면역력 증강 외에도 심장병을 예방하고, 혈압을 낮추며, 소화를 잘되게 하고, 통증을 경감케 하는 효과 등이 있다. 우리의 뇌는 거짓 웃음조차 웃음과 비슷하게 인지한다고 하니 많이 웃어야 할 일이다.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마땅한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면역력 증진이 최고 방책이라 한다. 건강한 사람은 자가 면역만으로도 치료된다고 하니 더 많이 웃을 일을 찾아봐야겠다. 돈 들 일도 없으니 금상첨화 아닌가./우정구(논설위원)

2020-02-16

혈액난

‘바넘효과’라는 것이 있다. 사람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심리적 특성을 마치 자신만의 것인 냥 착각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의 유명한 서커스단장이었던 ‘피니어스 바넘’은 무작위로 관객을 불러내 성격을 맞추는 신통력을 발휘해 인기를 모았다고 한다.그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때론 이런 면도 있고 때론 이런 면도 있다”는 식으로 성격을 풀이하자 사람들은 자신 성격을 어떻게 잘 아느냐며 신기해했다고 한다. 그의 이름을 딴 것이 바넘효과다.바넘효과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혈액형 성격론’이다. 과학적 근거가 없으면서 우리 일상에서 사람들은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를 믿는 경우가 많다. A형은 “소심하다” B형은 “자기중심적이다” AB형은 “천재가 아니면 바보다”고 하는 것 등이다. 전 세계에서 혈액형 성격론을 믿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뿐이다. 일본은 바넘효과를 이용하여 혈액형별 상품까지 개발한다.의학계는 사람의 성격은 유전자나 뇌의 구조에 의해 만들어지며 혈액 자체는 성격을 좌우할 유전인자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혈액형 성격론은 사실상 의학적 근거가 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는 것이다.혈액은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필수 요소다. 우리 몸의 세포가 필요로 하는 산소 및 영양물질을 공급하며, 세포에서 생성된 노폐물 등도 몸 밖으로 배출시킨다. 기능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를 인위적으로 만들수는 없다. 헌혈 외 마땅한 공급원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코로나19 사태로 혈액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헌혈도중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헌혈자가 급감한 때문이다. 생사를 다투는 긴급환자의 헌혈 호소도 높아졌다. 헌혈 부족 사태에 국민적 호응이 지금 바로 절실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2-13

미니보험

미니보험은 단기·소액인 월 1만원 이하의 저렴한 보험료로 설계사를 만나지 않고도 모바일이나 온라인 등 비대면채널을 통해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보험상품으로, ‘간편보험’이라고도 한다. 불필요한 보장은 줄이고 저렴한 보험료를 앞세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는 2030세대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보험사 수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지만 회사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20~30대 젊은 고객층을 유치하기 위해서 보험사들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국내 보험 시장에 미니보험 열풍은 지난해 1월 처브라이프생명이 20세 여성 기준 월 180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오직 유방암만 생각하는 보험’을 처음 출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도 월 1만원 이하의 저렴한 보험료와 간편한 온라인 가입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미니보험 상품을 출시했다.미니보험의 유행은 인터넷 및 모바일 뱅킹 등 온라인 금융 확산으로 보험 판매 채널이 변화 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2000년 이전만 해도 보험 가입은 가입자와 설계사 간 만남을 통한 대면거래가 중심이었고, 전속설계사 규모가 곧 보험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보험판매 채널이 설계사 중심의 대면 채널에서 비대면 채널로 바뀌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 금융위원회가 소액·단기보험사의 자본금 요건을 개편하고 온라인 전문보험사 설립시 자본금 요건도 완화하면서 온라인을 통한 간편보험 판매가 늘기 시작한 것. 실생활에 필요한 보장 중심으로만 설계돼 보험료가 싼 대신 일반 보험과 비교해 보장 기간이 짧다. 사회변화에 발맞춘 보험상품의 변화가 눈부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2-12

블랙 코미디

블랙코미디는 고통, 잔혹, 가난, 죽음 등 비극적 소재로부터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희극의 한 장르다. 비극은 극이 다루는 개인적 고통의 과정이나 의미를 잘 전달하지만 관객을 웃게 하는 일은 없다.그러나 블랙코미디는 보는 이로 하여금 익살스러움에 웃음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이 비극과 다르다. 익살스럽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극히 현실적이고 현실에 존재할 수 있는 가혹한 내용이 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정치인을 풍자한 유머에서 블랙코미디를 접할 기회가 종종 있다. 여기서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 제목은 ‘모두가 개’.어느 부패 정치인 세 명이 이름난 보신탕 집을 찾았다. 세 명이 모두 자리에 앉자 종업원이 다가와서 그들에게 물었다. “모두가 개요?” 정치인들이 답했다. “네”.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인에 대한 국민적 불만을 그려낸 블랙코미디의 한 부분이다. 이런 풍자를 통해 국민은 정신을 순화하는 일종의 카타르시스적 효과를 얻어낸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말하면 마음의 상처를 털어내는 정신요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대구출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한국사회를 풍자적으로 비판한 블랙코미디 스타일이다. 반지하에 사는 가족과 고급저택에 사는 두 가족의 우연한 만남을 소재로 현대사회의 계급과 계층의 문제를 통렬하게 비판한 작품이다.빈부격차와 양극화로 단절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코믹한 터치로 그려 관객도 부담 없이 즐겼던 영화다.이제 삼류인 우리의 정치만 바뀌면 대한민국은 세계 1등 국가라는 말이 나온다. 블랙코미디의 소재가 될 만한 우리 정치인의 행동, 각성해야 할 때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2-11

5%룰

5%룰은 상장기업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게 된 경우와 보유한 자의 지분이 해당 법인 주식 총수의 1% 이상 변동된 경우, 그 내용을 5일 이내에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등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를 말한다.이는 상장기업의 경영권 안정과 공정성을 위해 2005년 개정된 증권거래법 제200조 2항에 명시된 제도다. 이 제도의 목적은 자본 시장의 개방으로 투기적 펀드에 의한 기업 사냥이나 기업 간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대응책의 일환이다.국민연금은 이같은 5%룰에 막혀 주주권 행사를 자유롭게 하지 못해왔다. 그러던 것이 지난 해 12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바꿔 주식 등의 보유목적 ‘경영권 영향 목적’활동이 아닌 ‘단순투자 목적’일 경우 보고기한 연장 및 약식보고가 허용되도록 했다. 이달 1일부터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배당관련 주주활동이나 단순한 의견표명, 회사및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응하는 해임청구 등은 ‘경영권 영향 목적’활동에서 제외되고, 새로 신설된 ‘일반 투자 목적’으로 분류됐다.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대한항공 등 국내 상장사 56곳에 대한 주식보유목적을 단순투자 목적에서 일반투자 목적으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즉 국민연금이 이들 기업에 대해 배당확대를 요구하거나 위법행위를 한 이사에 대한 해임을 청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쌈지돈인 국민연금으로 확보한 주식으로 기업들의 경영권에 개입하는 것은 ‘연금사회주의’란 비판도 있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격언을 잊지말아야 한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2-10

흔들리는 중국몽

중국몽(中國夢)은 시진핑의 대표적 통치이념이다. 위대한 중화민국의 부흥을 뜻한다. 하지만 내심으로는 봉건왕조 시대 조공질서를 통해 세계의 중심역할을 했던 전통 중국의 영광을 21세기에 되살리겠다는 뜻으로 보는 해석이 정통이다.중국의 G-2 부상으로 서방국가는 중국을 경계의 눈으로 살피고 있다. 특히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 경계의 선봉장에 서있는 인물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달 17일 발행될 주간지 표지에 마스크를 쓴 시진핑 주석의 일러스트를 게재한다고 밝혔다. 커버스토리는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은 ‘중국의 세기’를 만들고 싶어한 시진핑의 꿈을 깨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지금 중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량 확산으로 최대 위기에 봉착해 있다. 중국 공산당의 치밀한 통제에도 소셜미디어에선 교묘히 시주석을 비난하는 글들까지 나돈다. 뉴욕타임스는 기고가 글을 통해 “중국 소셜미디어는 강력한 검열에도 온갖 화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 중국은 현재 공식적으로 3만명이 넘는 신종 코로나 감염환자가 발생했으며 사망자는 700명을 넘었다.중국내 불안감은 극에 달해 있다. 최근 우한 폐렴의 내부 고발자였던 젊은 의사 리원량의 죽음으로 중국인의 분노가 점차 시진핑을 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중국 공산당의 불투명하고 권위적인 통치가 신종 코로나 사태를 키웠다는 것에 대한 원성이다.시진핑 주석은 미중 무역전쟁과 홍콩의 반정부 시위에 이어 또 한번의 시련에 봉착했다. 신종 코로나는 사태 수습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떤 것보다 불안한 정치적 변수다. 신종 코로나가 올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4%가까이 떨어뜨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시진핑의 중국몽이 온전치 않아 보인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2-09

달집태우기와 바이러스

8일은 정월대보름날이다. 우리 조상은 이날을 설명절만큼 큰 비중을 둔다.‘한국의 세시풍속’자료에는 12달 동안 한국의 세시풍속은 모두 189건에 달한다고 했다. 그중 정월 한달 이뤄지는 세배, 설빔 등과 같은 세시풍속이 78건으로 한해의 절반 가깝다.그러나 정월 78건 가운데서도 대보름날 하루와 관련되는 세시풍속이 무려 40여 건이 된다고 했다. 세시풍속만 본다면 정월 대보름은 우리의 가장 큰 명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는 달의 움직임을 표준으로 삼는 농경사회에서 우리의 조상은 그 어떤 날 보다도 정월 대보름날을 가장 소중한 날로 삼았다는 반증이다. 중국에서는 정월 대보름을 상원(上元)이라하고 천관(天官)이 복을 내리는 날이라 했다. 중국 역시 정월 대보름을 중요 날로 섬겼다.정월 대보름날 행해지는 세시풍속을 살펴보면 그 사정을 더 잘 짐작할 수 있다. 오곡밥, 약밥, 묵은 나물, 부럼, 귀밝이 술 등 먹는 것부터 지신밟기, 별신굿, 쥐불놀이, 줄다리기, 달집태우기 등 온갖 행사가 이날 축제로 벌어진다.한해가 시작되는 달에 첫 번째 뜨는 보름달은 우리 조상에게는 풍요와 모든 부정을 살라버리는 정화의 상징이다. 따라서 이날은 지신 밟고 달집 태우며 가능한 많은 정성을 들여 한해 농사의 풍요로움과 가족의 안녕을 달에게 빈다.특히 달이 떠오를 때 생솔가지 등을 쌓아놓고 불을 질러 노는 달집태우기는 질병도 태우고 근심도 태워 한해의 밝음을 소망하는 행사다. 지금도 그 전통이 매년 대보름날 이어진다.그러나 올해는 ‘신종 코로나’로 대보름 행사 일체가 중단됐다. 질병을 막아보자는 염원의 민족 전통이 공교롭게도 바이러스에 의해 중단됐다. 서운한 마음이 없을 수 없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2-06

디지털 보험사

보험업계에도 디지털 바람이 불고있다. 우리나라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에 이어 카카오페이와 삼성화재가 2호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보험업체와 ICT기업의 합작인 ‘디지털 보험사’는 보험 데이터와 ICT를 결합해 고객이 합리적이고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신개념 손해보험사다. 현재 세계적인 4차산업 및 핀테크 혁신 추세에 따라 보험업계의 디지털 혁신 기술 활용은 세계적인 금융산업 트렌드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우리나라에서는 한화손해보험, SKT, 현대자동차 등이 손잡고 설립한 국내 최초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보가 최근 영업을 개시했다. 캐롯손보는 고객 라이프 스타일에 따른 생활밀착형 보험상품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첫 상품으로 ‘스마트온(ON) 펫산책보험’과 ‘스마트온 해외여행보험’ 2종을 선보인 데 이어 최근에는 월 보험료가 990원인 ‘캐롯 990 운전자보험’을 출시했다. 1분기 내로는 실제로 운행한 거리만큼만 보험료를 내는 자동차보험 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다.또 카카오의 금융플랫폼 계열사인 카카오페이와 삼성화재가 이르면 3월 초 금융위원회에 합작사 예비인가를 신청한다. 본인가까지 순조롭게 진행되면 합작사는 내년 상반기 국내 두 번째 디지털 손보사로 출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손보사들이 디지털 손보사 설립에 나선 데는 지속적인 실적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서다.시장 포화로 인해 대면 채널을 통한 보험 가입은 정체된 반면, 온라인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 계층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보사들이 디지털 전환을 통해 경영위기를 타개하려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며, 시대변화를 반영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2-05

골든타임

심폐소생술의 골든타임은 4∼5분 정도다. 심정지 상태가 시작되고 4∼5분이 지나면 뇌에 혈액공급이 끊기면서 뇌손상이 급격히 진행된다. 혈액공급이 차단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뇌손상은 심각해지고 급기야 사망에 이른다.골든타임은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긴박한 시간대를 가리키는 의학 용어에서 시작했으나 지금은 어떤 일을 하는데 가장 적합한 시간을 지칭하는 말로도 자주 사용된다.예컨대 항공기나 선박사고가 났을 때 탈출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시간대도 골든타임이라 부른다.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면 대개 생명을 잃게 되거나 사고가 커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모든 일에는 완급이 있는 동시에 사태를 수습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간대가 있기 마련이다. 골든타임은 놓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절묘한 타이밍을 찾는 일이 문제 해결의 키포인트다. 골든타임을 기적의 시간이라 부르는 이유다.방송계의 골든타임은 의료 등 긴급재난에 사용하는 골든타임과는 의미가 다르게 사용된다. 우리말로 황금시간대를 말한다. 시청률이 가장 치솟는 시간을 가리킨다. 우리나라는 밤 8시∼11시 사이가 골든타임이다. 영어로는 프라임타임, 골든아워라고도 한다. 광고비가 가장 비싼 시간대다.어쨌거나 골든타임은 이를 사용하는 모두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대를 뜻한다. 이것이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면 다수의 대중에게 돌아가는 영향력은 또한 대단한 것이다. 한국의협이 우한 폐렴의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전역을 입국금지 대상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당국에 주문했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며 이를 놓치면 메르스와 같은 실패가 반복될 수 있음을 경고한 거와 같다. 정부 당국이 지금을 골든타임으로 볼 것인지가 주목되는 대목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2-04

디지털 아이디시대

디지털 아이디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원 인증 시스템으로, 사용자가 이름·나이 등 자신의 개인 정보를 직접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이 특징이다.우리가 실제 주민등록증을 자기 지갑에 넣어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것처럼 디지털 아이디는 개인 블록체인 지갑에 내 정보를 담아놓고 필요할 때마다 개인 키(비밀번호)를 입력해 자신의 정보를 활용한다. 특정 사이트에 가입할 때마다 내 주민등록번호 앞자리, 휴대폰 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를 해당 사이트에 일괄 제출하는 것과는 반대다. 일련의 복잡한 본인 확인 과정을 간소화하는 일명‘디지털 아이디’로 불리는 분산 아이디(DID, 탈중앙화된 신원식별 시스템)가 머지 않아 공인인증서와 주민등록증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특히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입한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을 경우 결국 ‘아이디 찾기’를 눌러 휴대전화 인증을 거쳐 아이디를 찾아야 하고, 같은 과정을 반복해 비밀번호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 개인마다 가입한 사이트가 100개가 넘는 현실을 감안하면 매번 다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리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아이디는 향후 인감증명서와 졸업증명서를 대체하는 신원인증시스템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최근 대학들은 DID를 활용해 출석 체크를 하거나 학생증을 발급하려는 시도를 하고있고, 자동차 산업에서는 차량 소유주 인증에 DID를 활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DID는 위·변조가 어려워 보안성이 높고 사용자가 간편하게 본인인증을 할 수 있어 차세대 신분증으로 각광받고 있다. 디지털시대에 단일화한 디지털 아이디가 가져올 긍정적 변화를 기대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2-03

몬도가네 음식문화

혐오성 식품을 먹는 비정상적인 식생활을 두고 ‘몬도가네’식이라 한다. 1962년 전세계의 엽기적 풍습을 소개한 이탈리아 다큐 영화 몬도카네(Mondo Cane)에서 따온 말이다. 이 영화는 현대 문명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잔혹한 살상행위와 엽기적 음식문화 등을 소개해 세계인에게 충격을 주었다.15억 명의 인구와 56개 소수민족이 함께 어울려 사는 중국은 음식요리에 관한한 천국이다. 넓은 면적 곳곳에서 만들어지는 희귀한 음식뿐 아니라 그들이 가진 음식문화에 대한 특별한 생각이 버무려져 수많은 요리들을 개발했다. 그들은 요리를 끼니의 해결 차원이 아니라 예술의 한 장르로 생각하는 전통이 있다.중국식 요리의 재료가 다양한 것은 이런 전통적 음식문화에 기인한다. “중국 사람은 책걸상 빼고는 다 먹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식재료의 폭은 일반의 상상을 뛰어 넘는다. 문제는 전갈, 도룡뇽, 곰발바닥, 모기 눈알, 악어, 뱀 등 그들이 선택하는 재료의 엽기적 행태가 늘 화제라는 것이다. 중국의 전통을 모르는 외국인에게는 그야말로 몬도가네가 따로 없다.우한 폐렴의 진원지로 알려진 우한 수산시장에서도 박쥐, 오소리, 여우, 사향고양이, 악어 등의 야생동물이 산채로 거래되었다고 한다. 특히 박쥐는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숙주로 지목돼 중국의 독특한 음식문화가 다시한번 도마에 올랐다.사스 때도 박쥐를 잡아먹은 사향 고양이가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고 메르스 때도 박쥐를 통한 낙타가 중간 숙주 역할을 했다.음습한 곳에서 생활하는 박쥐의 몸에는 200개나 되는 각종 바이러스가 기생한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 사태는 박쥐까지 잡아먹겠다는 몬도가네식 인간의 식문화가 자초한 불행이라 하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2-02

‘팬데믹’ 경고

팬데믹(Pandemic)은 국경을 넘어 광범위한 지역으로 번지는 전염병을 일컫는다. 우리말로 범유행전염병이라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전염병 경고단계를 6단계로 나누고 그중 최고 경고등급을 팬데믹이라 한다.역사적으로 팬데믹으로 지칭된 사례는 여럿 있다. 6세기경 이집트에서 시작한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은 최악일 때 도시인구가 40%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동로마제국의 확장을 멈추게 한 배경이라는 설도 있다. 정확한 병의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페스트 계열로 짐작하고 있다.14세기 유럽 전역을 휩쓴 페스트도 팬데믹의 사례다. 페스트는 사람의 피부가 검은색으로 변해 썩는다하여 흑사병이라고도 부른다. 지금까지 발견된 전염병 중 가장 단시간에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병이다. 당시 유럽에서는 이 병으로 1억명 가량이 목숨을 잃었다니 놀랍다.1918년 유행한 스페인 독감도 2년 동안 5천만명의 목숨을 뺏어간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이다. 당시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15만명 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세계보건기구는 범유행전염병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는 질병으로 2009년 멕시코에서 시작해 세계로 번진 신종플루와 사스, 아프리카 전역에서 유행한 AIDS 등을 손꼽고 있다. 특히 중국 우한에서 이번에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도 팬데믹의 일종으로 본다.우한 폐렴으로 전세계가 긴장감에 빠져 있다. 발생지인 중국에서는 연일 감염자가 늘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 당국의 조치가 거의 속수무책처럼 보여 안타깝다. 빌게이츠는 2017년 뮌헨 안보 콘퍼런스에서 “전염병이 핵폭탄이나 기후 변화보다 훨씬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해 주목을 받았다. 그의 발언이 실감 나는 지금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1-30

다크넛지 마케팅

‘다크 넛지’마케팅은 소비자가 비합리적인 구매를 하도록 유도해 기업이 이익을 취하는 행태를 말한다.넛지(nudge)는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으로 강요에 의하지 않고 유연하게 개입함으로써 선택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반면 ‘다크 넛지’는 선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결과로 유도하는 것으로, 소비자들이 번복하기 귀찮아하는 점을 노려 비합리적인 소비를 하도록 유도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최저가를 찾아 결제하려고 하면 추가 비용이 생기는 것, 디지털 음원 할인행사 후에 이용권이 자동으로 결제되는 것 등이 대표적인 다크 넛지의 예이다. 온라인에서 자동 결제나 서비스 해지 방해 등도 포함된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구독 결제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50개를 임의로 조사한 결과, 무료 서비스 기간 경과 후 유료로 전환하는 앱 26개 중 유료 전환 3일 전 ‘결제 예정’을 고지한 앱이 2개(넷플릭스, 유튜브뮤직)에 불과했다. 이용약관에 ‘매월 일정 시기에 정기 결제 내역을 고지한다’고 명시한 곳은 한 곳밖에 없었다. 모바일로 계약했는데도 전화로만 해지 신청이 가능한 곳도 있었다. 모두 다크 넛지 마케팅을 의식한 공급자의 횡포다.온라인 결제에 익숙치 않은 기성세대에게 다크 넛지 마케팅은 소비자의 눈을 속이는 불쾌한 마케팅 기법이다. ‘눈 감으면 코베어가는’세태를 그냥 둬선 안 된다. 한국소비자원이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사업자에게 자율 시정을 권고하고 유료 전환 시점이 가까워져 오면 소비자에게 고지하도록 ‘콘텐츠 이용자 보호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고 관계부처에 건의한다니 모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