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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장미꽃 등교

불가리아 카잔루크에서는 매년 5월말∼6월초에 걸쳐 장미축제가 열린다. 1903년 지역축제로 출발한 이 축제는 지금은 전세계인이 즐겨 찾는 장미축제로 성장했다. 불가리아 대통령이 참석하는 최고의 축제이자 최고의 관광자원이기도 하다.이곳의 장미 생산량은 세계의 80%를 차지한다. 행사장에 마련된 1만5천종의 장미 전시회는 놀라운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전통적 방법으로 추출한 세계 최고 수준의 장미오일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장미꽃으로 기획한 다양한 이벤트가 장미축제의 화려함을 더 빛내주는 행사다.계절의 여왕 5월은 장미의 계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맘때쯤이면 전국 각지에서 장미축제가 열린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전국 장미축제 대부분이 취소돼 많은 사람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5∼6월에 피는 장미는 야생종만 200여종에 이른다. 원예종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장미의 아름다움 때문인지 장미만큼 꽃말이 많은 꽃도 없다. 색깔과 개수에 따라 꽃말도 서로 다르다.붉은 장미는 열정적 사랑, 흰색 장미는 순결, 분홍색 장미는 우아함, 검은색 장미는 이별 등의 꽃말을 가지고 있다. 장미 한 송이에도 의미를 따로 붙였다. 붉은장미 한 송이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한다”는 뜻이고 노란색 장미 한 송이는 “당신을 향한 나의 감정은 순수하다”는 뜻이다. 만약 붉은장미 여섯 송이를 누군가에 주었다면 “나는 당신과 사랑에 빠졌다”는 뜻이라 한다.코로나19로 80일 만에 등교하는 학생들의 장미꽃 등교에 온 국민의 시선이 쏠렸다. 그러나 등교 첫날 32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학생들의 등굣길이 마치 살얼음판 같아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다. 학생들의 안전한 등교, 온 국민의 바람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5-21

코로나19와 공유경제

코로나19가 공유경제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생활수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비대면접촉이 ‘함께 나누는’공유경제에는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실제로 미국의 3대 공유경제 업체로 유명한 위워크, 우버, 에어비앤비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위워크는 사무실 공유업체로 세계 여러나라에 120개 이상 도시에 진출해 800여개 이상의 대형 건물을 빌려서 수만개 스타트업체에 재임대하는 공유사업을 펼쳐왔다. 이 사업이 코로나19의 만연으로 큰 어려움에 처했다. 공유공간에 대한 불안감이 사무실 공유에 대한 거부감으로 나타나면서 공유시장환경이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우버는 차량공유업체로 기존 택시시장의 장벽을 허물고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이 역시 코로나19가 다른 사람과의 차량공유를 꺼리게 만들면서 사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최근 이용횟수가 70~80%까지 감소해 위기를 맞고있다. 이미 우버는 직원 14%에 해당하는 3천700명을 해고했다. 에어비앤비는 숙박시설 공유업체로 미국과 유렵에서 인기를 끌면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 여러나라에서 감염자와 함께 적지않은 사망자를 내면서 타격을 입고 있다.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들이 입국금지조치를 내리는 바람에 항공산업과 함께 매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역시 직원 25%인 1천900명을 해고했다. 문제는 코로나가 물러간 이후 공유경제가 다시 살아날 것인가다. 대답은 회의적이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바이러스가 비대면접촉을 강조하는 한 공유경제의 미래에는 어두운 먹구름이 드리울 수 밖에 없어 보인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5-20

신라왕경

왕경(王京)은 임금이 거주하는 수도다. 현대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 표현이다. 역사적 용어라 하겠다. 삼국사기에는 신라의 수도인 서라벌을 왕경이라 했고, 고려사에는 개경을, 조선왕조실록에는 한양을 왕경으로 지칭했다.경주는 신라의 왕경으로 역사적으로는 서라벌 혹은 금성으로 불렸다. 삼국사기 기준으로 보면 약 991년 동안 신라의 수도로 존속했다. 한 나라의 수도가 1천년 가까이 한 곳에 유지된 사례는 세계사적으로도 흔치 않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유적지라는 점에서 경주는 역사문화 도시로서 가치가 특별한 곳이다.삼국을 통일한 신라는 8세기경 최고 번성기를 누렸다. 그 당시 경주에 거주한 가구가 17만9천호에 달했고 인구만 100만 명에 가까웠다고 한다. 비잔틴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이나 당나라 수도 장안성 등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도시였다.그러나 불행하게도 천년동안 간직했던 신라왕경의 옛 모습은 남아 있지 않다. 13세기 몽골군의 침입으로 신라왕경은 완전히 불타버렸다. 지금은 주춧돌 등을 제외하면 당시의 왕경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우여곡절 끝에 신라왕경 발굴복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당시의 모습을 잘 재현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왕경의 발굴복원 사업으로 경주의 문화유물적 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풍부해 질거란 기대감은 고무적이다. (재)경주문화엑스포가 경주엑스포공원 경주타워 1층에 설치된 신라왕경 모형을 13년 만에 리뉴얼해 공개했다. 역사문화적 고증까지 거쳤다. 신라시대 유적지와 유물,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볼 수 있는 자료공간이라는 점에서 신선한 감흥이 기대된다. 상상 속에 머물렀던 도시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만으로 관광도시의 흥미는 더 높아질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5-19

저무는 공인인증서 시대

공인인증서는 인터넷상에서 신원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자정보로, 국가에서 지정한 공인인증기관이 발급한다. 1999년 시행된 ‘전자서명법’에 기반해 도입됐다. 금융결제원·코스콤 등 국가에서 지정한 공인인증기관(CA)에서 실명 확인을 토대로 발급하며, 은행·증권사·우체국 등의 등록대행기관에서도 발급 신청이 가능하다. 사용범위는 인터넷 뱅킹·온라인 증권거래·보험 가입 등의 금융 서비스, 기업 간 전자 입찰·계약·세금계산서 발행 등의 전자상거래 관련, 세금 납부·전자송달·증명서 발급·등기 업무·실적 신고·수출입통관·예비군 등의 정부 민원, 전자문서 전달·전자출원·전자처방전·인터넷 청약 등 다양하다.도입 초기에는 전자상거래 활성화 등에 기여했으나 시장독점을 초래하고, 까다로운 발급절차로 전자서명 기술과 서비스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2018년 9월 정부가 공인인증제도를 폐지하고 다양한 전자서명 수단을 활성화하는 내용의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인인증서 폐지를 골자로 한 전자서명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는 20일 열리는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상정, 처리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정하는 공인인증기관과 공인인증기관에서 발급하는 공인인증서 개념을 삭제하고, 공인·사설 인증서를 모두 전자서명으로 통합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공인인증서가 도입된 지 21년만에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면 향후 인증플랫폼 시장의 급성장이 전망된다. 생체정보,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다양한 전자서명 기술 경쟁을 활성화해 국민의 생활이 더욱 편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규제는 하루라도 빨리 개선돼야 마땅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5-18

두꺼비 대이동

두꺼비는 개구리목의 두꺼비과로 분류되는 개구리와 비슷한 양서류다. 몸길이 80∼120㎜정도로 개구리 중에는 가장 크다. 주둥이는 둥글고 둥에는 불규칙한 돌기가 많이 나 있다.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몽골 등지에 주로 분포돼 있다. 저산지대의 밭이나 초원에 서식하는 동물이다. 요즘 같이 도시화한 곳에는 이제 보기 드문 동물이 됐다.두꺼비는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개구리와 두꺼비가 뱀을 먹는 사건이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어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 선조들은 신령스런 동물로 여겼다. 두꺼비와 연관된 설화나 민담도 많다. 민가에서는 집지킴이 혹은 재복의 상징으로 삼았다.크고 튼실하게 생긴 갓난 아이를 “떡두꺼비 같다”고 한다거나 금두꺼비를 만들어 가정에 재물이 들어오길 바라는 민가의 풍속이 이런데서 유래한 것이라 할 수 있다.올해도 대구 수성구 망월지에서 새끼 두꺼비의 대이동이 시작됐다는 소식이다. 욱수동 망월지에서 산란을 거쳐 성장한 새끼 두꺼비 수백만 마리가 서식지로 돌아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새끼 두꺼비의 대이동은 자연생태계의 모습을 그대로 실감나게 보여줄 수 있을뿐 아니라 생태 가치 측면에서도 보존할 만한 일이다.매년 2월 성체 두꺼비 수백 마리가 욱수산에서 망월지로 내려와 산란을 하고 돌아간 지 60∼70일 만에 나타나는 이 모습은 매년 전국적 화제를 뿌리고 있다. 2010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꼭 지켜야 할 우리 유산으로 선정하기도 했다.그러나 이곳도 망월지를 메우자는 일부 지주의 법정소송으로 개발과 보존의 문제로 진통 중이다. 두꺼비의 대이동 내년에 또 볼 수 있을까. /우정구(논설위원)

2020-05-17

청출어람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교권을 존중하고 스승을 공경하자는 뜻에서 지정된 기념일이다. 때마침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으로 선생님과 대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스승의 날을 맞는 마음이 편치가 않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제간의 만남조차도 갈라놓은 듯해 고약하다는 생각도 든다.청출어람(靑出於藍)은 “푸른색은 쪽빛에서 나왔으나 쪽빛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나음을 비유한 말이다. 성악설을 주창한 순자의 권학편에서 유래했다. 순자는 학문을 계속하면 스승을 능가하는 제자가 나올 수 있다며 학문은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그 사례로 북위(北魏)의 이말과 공번의 관계를 들었다. 원래 이말은 어려서 공번을 스승으로 삼아 공부를 했다. 그의 학문 발전속도가 빨라 몇 년이 지나 스승의 학문을 능가하게 되었다. 공번은 이제 그에게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도리어 그를 스승으로 삼기를 청했다고 한다. 그러자 친구들이 훌륭한 제자를 두었다 하여 이를 청출어람이라 불렀다.우리 속담에 “나중에 난 뿔이 우뚝하다”는 것과 비슷한 뜻이다. 논어에 나오는 후생가외(後生可畏)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후배는 장래성이 있으니 가히 두려운 존재”라는 뜻이다. 세상의 일은 반드시 순서대로 정해진 것은 없다. 노력하면 선생님이나 선배를 언제든지 뛰어 넘을 수 있다. 그것이 허물이 되는 것도 아니다. 청출어람이 가지는 본뜻은 스승보다 나은 제자가 많이 나오길 기대하는 데 있다.철학자 니체는 “제자로만 남으면 스승에게 누를 끼친다”고 말했다. 예나 지금이나 스승의 마음은 다를 바 없다. 스승의 날을 맞아 청출어람의 뜻과 스승의 은혜를 한번 새겼으면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5-14

그림자금융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system)은 정부의 통제를 넘어 고위험 채권에 투자해 고수익을 얻는 유사 금융을 일컫는다. 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많이 활용된다.그림자(shadow)라는 말은 그림자 금융이 금융의 본래 모습과 유사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붙은 말로,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투자은행·헤지펀드·구조화투자회사(SIV) 등의 금융기관과 머니마켓펀드(MMF), 환매조건부채권(RP), 신용파생상품,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의 금융상품,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헤지펀드 등이 이에 해당한다.그림자금융은 비은행 금융기관의 중요한 자금 조달 역할을 수행해 은행의 기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그러나 투명성이 낮아 손실의 정확한 파악이 어렵고 자금중개 경로가 복잡해 금융기관 간 위험이 상호 전이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림자금융은 투기를 조장하고 자산 거품을 키우는 주범으로 꼽히는데,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촉발시켰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를 기초로 한 신용파생상품이 대표적인 그림자 금융이다.한국도 그림자 금융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자본시장 위험 분석보고서’에서 280조원 규모로 성장한 부동산 그림자금융을 자본시장 위험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동산 국내 자본시장의 부동산 그림자금융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281조2천억원으로, 2017년 말(230조6천억원)과 비교해 21.9%나 증가했다.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이 없어야겠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5-13

여름 마스크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마스크 생활이 일상화된 지 꽤 되면서 마스크에도 패션이 등장했다. 중국과 홍콩 등지에서는 이미 마스크 패션쇼가 열렸고 국내서도 착용감과 색깔 등이 뛰어난 마스크를 찾는 수요가 차츰 늘고 있다고 한다.아직 마스크 패션이 대중화되지는 않았지만 마스크 착용이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 속에 인터넷 등을 통해 다양한 마스크의 등장이 예고되고 있다.특히 최근 기온이 올라가면서 마스크 착용의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자 통풍력이 좋은 여름용 마스크의 등장도 예상되고 있다고 한다.전문가들은 마스크 착용이 체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은 마스크가 열 반사를 방해하고 입김에 의해 열기가 유지되면서 체온이 올라간다고 호소한다.등교를 앞둔 학부모 사이에서는 자녀들이 더위 때문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바깥활동을 할까 봐 걱정하는 이도 많다고 한다.어쨌거나 여름철에 마스크를 쓰는 일은 애물단지와 같은 일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을 수도 없고 착용하자니 더위로 진땀을 흘려야 할 판이다.그렇지만 마스크 사용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스크 착용을 주장한 한국과 대만, 중국에 비해 마스크를 쓰지 않은 미국과 유럽에서 더 많은 감염병이 유행을 했다. 처음에는 마스크 사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던 미국도 이젠 마스크 사용의 효과를 인정하는 분위기다.무더운 여름철을 맞아 마스크 쓰기가 또 한차례 논란을 일으킬 것 같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잡는 백신 개발이 없는 한 이 논란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없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5-12

코로나19와 얀테의 법칙

코로나19가 진정되는가 싶은 순간 이태원클럽 집단감염사태가 터져 방역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31번 확진자가 벌인 집단감염사태의 재연이다. 이런 일들이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자기자신을 다른 사람보다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는 이들이 문제다. 이와 반대되는 사회적규범이 바로 얀테의 법칙(Law of Jante)이다. 이 법칙은 노르딕(북유럽의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다섯나라) 국가에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행동 지침으로, 평범함에서 벗어나려는 행동을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이 용어는 덴마크계 노르웨이인 작가 악셀 산데모세가 풍자소설 ‘도망자’(1933)에서 가상의 마을 얀테에서 통용되는 사회규범으로 처음 썼다. 산데모세는 10가지 규칙을 언급했다.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들만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들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모든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남들을 비웃지 마라. 누군가 당신을 걱정할거라 생각하지 마라. 남들에게 뭐든 가르칠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마라. 이 불문율을 깨려는 자는 마을 공동체의 조화를 깨는 적으로 간주된다.규칙은 산데모세의 창작이 아니며, 덴마크나 노르웨이인들의 정신세계에 수세기동안 박혀있는 것들을 명시한 것이다. 그들은 비슷하게 입고, 비슷하게 생긴 차를 타며, 집집마다 비슷한 물건들을 놓고 산다. 타인과의 경쟁을 부추기는 한국사회에 ‘얀테의 법칙’은 평등과 겸손, 절제의 미덕에 대한 답을 가르쳐준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5-11

‘젊으니까 괜찮다’는 생각

코로나19 확진자는 의외로 젊은층에 많다. 국내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20∼29세 연령 사이가 27.4%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다. 30∼39세 사이 10.8%를 포함한 2030세대의 확진 비율은 전체의 38%나 됐다.그러나 코로나로 인한 사망률은 거꾸로다. 사망자는 70∼80대가 35.8%로 가장 많다. 29세 이하는 단 한 명도 없다. 30대는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치명률은 80대가 25%, 70대 10.8%다. 30대 0.17%와 40대 0.21%에 비교하면 고연령층의 치사율은 무서울 만큼 높다.전문가들은 젊은층의 감염률이 높은 것은 자유분방한 사회활동과 느슨한 경계심을 원인으로 본다. 실제로 젊은층은 코로나에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심하지 않아 해열제를 먹고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전파자 역할을 한다.“젊으니까 괜찮다”는 젊은 사람의 생각이 가정으로 돌아가 부모나 조부모에게 2차 감염을 일으키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WHO 사무총장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젊은이에게 특별한 당부를 했다. “당신은 천하무적이 아니다. 당신의 선택이 다른 사람의 삶과 죽음을 가를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코로나19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는한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니다. 가을 이후 대유행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생활방역으로 돌아선지 이틀만에 이태원 클럽 발 집단감염 발생으로 온통 비상이 걸렸다. 전국적 2차 감염 파동도 점쳐진다. 신천지 신도에 이어 클러버(클럽 애호가)가 슈퍼 감염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잠시의 방심도 허용 않는다. 공든 탑이 일시에 허물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순간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5-10

한국의 食문화

조선시대 때는 양반들이 먹고 남은 잔 밥은 그 집 하인이나 노비들이 물려받아 먹었다. 이를 물림상이라 했다. 왕궁에서도 임금님 수라상에 차려진 음식이 남으면 물림상이라 하여 궁궐 내 하인이나 관리들이 가져간 것으로 기록에 남아 있다. 특히 임금님이 드신 음식을 가져간다는 것은 그만큼 왕의 신임을 받는 사람으로 통했다고 한다.우리 조상들은 음식을 나눠 먹는 자체를 믿음과 정(情)의 표현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상차림도 상이 휘도록 했다. 위생적 측면의 고려는 없다. 밥상 한가운데 반찬을 두고 여러 사람이 젓가락질을 하며 식사하는 것은 오랜 우리의 전통문화다.특히 찌개는 밥상 가운데 놓아두고 여러 사람이 자기가 먹던 숟가락으로 휘저어가며 먹는다. 외국인의 눈에는 이런 식문화가 비위생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개인별로 밥과 반찬을 따로 주는 일본의 식문화와 비교하면 상차림에서 먹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식문화는 독특하다 할만하다.코로나19 사태 이후 나타난 새로운 변화를 우리는 뉴노멀이라 부른다. 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을 지칭하는 말이다. 향후 우리의 일상에서 많은 변화를 예고한 용어라 하겠다.우리의 식문화도 변화 중 하나로 꼽힌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극복할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는 한 비위생적 식문화의 개선은 불가피하게 고쳐야 할 관습이다.보건당국은 코로나19가 공기 중 비말뿐 아니라 식사 중에도 전염이 가능해 음식을 각자 접시에 덜어 먹도록 권장하고 있다. 상당수 직장과 요리 집에서도 각자가 반찬을 덜어먹는 방식을 채택하는 곳이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종래와 같은 방식의 식문화가 주류다. 우리의 식문화 다시 생각할 때가 됐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5-07

뉴노멀(New Normal) 시대

코로나19로 인해 가정에서부터 일터, 사회, 국가단위에 많은 변화가 일고 있으며, 이같은 변화는 코로나19 창궐 이후의 삶에도 계속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새로운 표준이란 뜻에서 뉴노멀(New Normal)이라고 불린다.경제학에서 뉴노멀이란 용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세계 최대 채권운용회사 핌코의 최고경영자 모하마드 엘 에리언이 저서‘새로운 부의 탄생’(2008)에서 저성장, 규제 강화, 소비 위축, 미국 시장의 영향력 감소 등을 위기 이후의 ‘뉴 노멀’로 지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최근 언론에서 거론되는 뉴노멀로 지칭되는 현상은 경제학적 용어보다는 주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변화를 가리킨다. 언택트 문화, 온라인 시장의 확대, 홈콘텐츠의 부상 등이 특징이다.코로나19로 기업의 비대면 업무와 협업 기회가 늘면서 기업의 재택근무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학교도 온라인 개학을 실시하고, 웹세미나가 열리기도 했다. 주택분양시장도 유튜브 라이브로 공개되고, 청약 시스템도 온라인에서 가능해졌다. 소비도 온라인으로 대체돼 외식은 줄어들었고, 옥션, 11번가 등의 온라인 판매가 전년에 비해 300% 이상 늘었다.‘집콕’ 시간이 늘어나자 집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넷플릭스는 트래픽 폭증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접속장애를 일으킬 정도였다.프로야구 KBO리그 2020시즌이 개막된 5일, 관중석이 텅빈 서울 잠실구장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등 수도권 구장엔 십수명의 외신기자들이 개막전 준비상황과 경기진행 모습을 세계 각국에 전했다.포스트 코로나 시대 세계의 뉴노멀이 대한민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방증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5-06

“부모님 모시기”

심청은 눈먼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고픈 마음에 쌀 삼백석에 몸을 판다. 끝내 인당수에 몸을 던졌지만 그의 지극한 효심에 감복한 용왕은 그녀를 사람으로 다시 환생케 한다. 효를 주제로 한 우리나라 대표적 고전소설인 심청전의 한 토막이다.부모를 위한 자녀의 효심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르지 않다. 부모에 대한 효도는 부모가 살아 계실 때 하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으로 부모님의 날이 별도 정해져 있다.각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어버이날, 어머니날, 아버지날 등이 지정돼 있다. 이날만큼은 부모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그 정신을 기리자는 뜻이다.미국은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어머니날로 정했다. 아버지날은 6월 세번째 일요일로 따라 정하고 있다. 특히 어머니날은 전 세계 100군데가 넘는 나라에서 여러 가지 형식으로 기념일을 보내고 있다.우리나라도 1956년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했다가 아버지날을 정하자는 여론이 나오면서 1973년부터 어버이날로 변경 운영되고 있다. 이날은 어버이 은혜에 감사하고 경로효친의 전통적 미덕을 기리는 날이다.산업화, 도시화, 핵가족화 등으로 고전적 가족 분위기가 많이 퇴색돼 가고 있다. 그렇다고 부모를 섬기고 존경하는 미덕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다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부모님을 자식이 꼭 모시고 살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는 변화가 생긴 것 같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부모를 모실 책임이 자녀에게 있다”는 물음에 반대가 찬성보다 월등히 많았다. 부모가 나이가 들면 자녀가 모셔야 한다는 전통적 가치관이 바뀌고 있다는 반증이다.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것이 효의 기준인 시대는 이미 끝났다. 어버이날에 즈음해 생각해 본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5-05

보복소비

‘보복소비’라는 다소 거친 용어가 등장했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사태의 진정세를 틈타 한꺼번에 분출되는 현상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왜 보복이라는 부정적 표현을 했는지는 그 어원을 알 수 없다. 코로나 발상지인 중국에서 나왔다는 설만 있다. 우리말로는 보상소비라는 말이 적합한 표현이다.억눌렸던 소비가 일시에 터져 나오기 때문에 보복소비의 구매력은 대략 폭발적이다. 지난 4월 중국 광저우에서는 에르메스 명품매장이 대박을 터뜨렸다고 한다. 지난 1월 코로나 사태로 문 닫은 지 석 달 만에 매장을 다시 오픈하자 소비자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대거 몰려와 하루 판매액이 무려 270만 달러(한화 약 32억 원)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중국에는 지금 곳곳에서 이런 보복소비가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코로나 사태로 참았던 소비자의 구매심리가 봇물 터뜨린 것이다. 그러나 초점은 보복소비가 침체된 시장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여부다. 중국은 보복소비 현상이 침체된 소비시장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긍정 평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4조위안의 자금을 풀어 경기부양 효과를 본 바 있다. 코로나 이후도 중국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한 준비에 나설 거라 한다.5월 황금연휴를 맞아 국내서도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국 관광지마다 사람이 넘치고 고속도로는 도시를 벗어나려는 차량으로 꼬리를 물었다. 도심의 공원과 카페 등도 모처럼만에 사람들로 활기를 찾았다.코로나19로 풀이 꺾였던 시장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하지만 침체된 국내 경기에 보복소비가 과연 위력을 발휘할지는 알 수 없다. 시장변화의 단초가 되길 바랄 뿐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5-03

코로나19 백신

인류의 수명이 늘어난 것은 각종 질병에 대응하는 백신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 부터다. 수세기 전까지 만해도 아이가 태어나 10살이 되기 전에 보통 3분 1정도는 질병으로 인해 사망했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래야 30살 남짓했다. 콜레라, 장티푸스, 페스트 등 전염성 질병으로 사람들의 수명은 그야말로 하늘의 뜻에 맡겨야 했던 시절이다.세계보건기구(WHO)는 1980년 천연두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보고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유행성 질환 중 하나가 완전 박멸됐다는 뜻이다. 두창이라 불리는 천연두가 수세기 동안 인류에게 끼친 폐해는 이루다 말할 수 없다. 치사율이 30%다. 어린아이에게는 더 높은 치사율을 보였다. 18세기 유럽에서는 매년 천연두로 40만 명이 사망했다.그러다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에 의해 백신이 개발되면서 천연두의 퇴치는 시작됐다. 또 장티푸스, 콜레라, 페스트 등도 잇따라 백신이 개발되면서 인류는 질병과의 전쟁에서 점차 승기를 잡는다. 그때가 19세기다.WHO의 설립 목적은 세계 모든 사람이 가능한 한 최고의 건강수준에 도달하게 하는 것이다. 인류의 행복은 인류의 건강에서 시작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사람이 예로부터 즐겨 써온 오복 중에도 수(壽)와 강녕(康寧)은 건강의 덕목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처럼 건강은 사람이 추구하는 최상의 가치다.코로나19 퇴치를 위한 백신개발이 전 세계적으로 한창이다고 한다. “병원체가 규명되고 1년만에 개발된 백신은 없었다”는 의학계의 지적에 비쳐볼 때 코로나 백신의 개발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그러나 세계적 권위의 의학연구소들이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뜻밖의 결과가 인류를 기쁘게 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4-30

북한의 폐쇄성

철의 장막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소련을 중심으로 떨어져 나간 공산국가진영의 폐쇄성을 풍자한 표현이다.1946년 영국 윈스턴 처질 총리가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양극단 체제로 인한 냉전시대를 빗대어 철의 장막이란 표현을 쓰면서 더 유명해진 말이다. 실제로 종전 후 독일은 동독과 서독으로 갈라졌고, 헝가리와 오스트리아도 국경을 장벽으로 서로가 막아섰다.1989년까지 세계는 공산주의와 자유주의로 나누어져 팽팽한 긴장과 대립관계를 견지했다.중국을 죽의 장막으로 표현한 시절이 있었다. 중국 공산주의의 폐쇄성을 중국 명산물인 대나무와 비유해 쓴 표현이다. 90년대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대외적으로 내세울 때까지 중국은 죽의 장막에 가려진 나라였다. 그 이후 중국은 경제 개방정책에 힘입어 지금은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지난 40년 동안 중국은 국내 총생산이 155배가 증가했고, 8억 명이 넘는 사람이 빈곤에서 탈출했다.공산주의 국가로서는 유일하게 장막 속에 가려진 나라를 치면 북한을 손꼽을 수 있다. 북한은 그 오랜 폐쇄성으로 권력세습을 통한 체제의 유지가 가능했다. 70년 동안 3대에 걸친 세습은 지구상에서 유일하다. 하지만 폐쇄성으로 인해 정보와 사람이 오가지 못해 경제적으로는 여전히 빈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둘러싼 건강 이상설이 2주째 난무하고 있다. 지난 15일 태양절(김일성주석 생일)에 금수산 태양궁전 참배에 불참한 이후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해 억측도 가지가지다. 사망설에서 뇌사상태, 식물인간, 중국의료진의 진료설과 건재하다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체제의 폐쇄성이 보여준 북한의 또다른 진면목이라 하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4-28

코로나의 역설

전세계를 감염병 공포에 몰아넣은 코로나19가 인간에게 재앙으로 다가오지만 인간에게 피폐해진 지구에겐 코로나가 백신이 되고 있다. 이를 ‘코로나의 역설’이라 부른다. 코로나19라는 치명적인 감염병이 인간문명앞에 가려져 있던 자연의 본래모습을 되찾아주고 있다는 것이다.가장 두드러진 건 깨끗해진 공기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본격적인 측정에 나선 이래로 지난달 미 북동부 지역의 이산화질소 농도는 가장 낮았다. 중국의 대기중 이산화질소 농도 역시 2월에 30% 감소했다. 베이징하늘은 ‘베이징 블루’를 되찾았다. 이산화질소는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이다.3월이탈리아에선 40~50% 하락했다. 한국에서도 재택근무, 개학연기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한 3월 초미세먼지 농도가 지난해보다 46% 줄었다.세계 최악의 미세먼지로 뿌연 대기에 휩싸였던 인도에서 맨눈으로 히말라야를 볼 수 있게 됐다.공기만 맑아진 게 아니다. 세계적 관광지인 이탈리아 베네치아 운하가 맑아졌다. 강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녹색에 가까웠던 강물이 투명해져 작은 물고기떼까지 볼 수 있게 됐다. 베네치아 운하는 연간 2천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곳인 데, 지난 달 17일 이탈리아 전 지역 봉쇄령이 내려진 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호주 애들레이드에선 캥거루가 길거리를 뛰어다니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선 코요태가 금문교 인근을 거니는 장면이 목격됐다. 칠레 산티아고에서는 퓨마가 도심을 활보하고, 웨일스의 휴양도시 란디드노에서는 난데없이 산양무리가 나타나 도로를 가로지른다.코로나19는 어쩌면 지구가 잠시 쉬자며 지르는 비명일 수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4-27

코로나 2차 대유행 경고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의 원인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아직 그 기원에 대해 제대로 밝혀진 것은 없다. 그해 초여름 미국의 한 병영캠프에서 독감환자가 발생하면서 시작했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 별 주목을 끌지 못하다 그해 8월 첫 사망자가 나오면서 세상의 이목을 모았다고 한다.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본국으로 귀환하던 미국 병사의 병영캠프가 전염원이 됐을 것으로 본다. 캠프에 모여 각지로 귀향한 병사가 전파자 되어 전 세계로 번졌을 것이란 짐작이다. 이 독감은 다음해까지 창궐하면서 2년 동안 적게는 2천500만 명에서 많게는 5천만 명의 목숨을 앗았을 것으로 본다. 당시 1차 세계대전 전사자가 900만 명이었던 사실과 비교해 보면 독감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인류 최대 재앙이다. 내용으로 보면 미국독감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그러나 당시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던 스페인의 언론이 독감에 대해 대서특필하면서 스페인 독감이란 별명이 붙여졌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무오년 독감으로 기록이 남아 있다. 조선총독부 통계에는 당시 조선인 인구의 거의 절반인 742만 명이 감염됐고 13만9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중국에 거주한 김구 주석도 이 독감에 걸려 간신히 회복했던 것으로 전해진다.미국 식품안전국(FDA)은 코로나19가 오는 11월쯤 다시 발생해 내년 3월까지 유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국 정부도 2차 대유행에 대비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4월 현재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20만 명을 육박한다. 엄청난 인명피해로 전세계는 충격에 빠져 있다.의료계의 2차 대유행 경고가 예사롭지 않다. 2년에 걸쳐 대유행한 스페인 독감을 떠올리게 한다. 상상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4-26

무관중 스포츠

스포츠 경기에서 무관중 경기는 관중석을 폐쇄해 관객 없이 치르는 경기를 말한다. 극히 비정상적이다. 보통은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킨 구단에 대한 징계로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2018년 10월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의 크로아티아 홈경기 2개가 무관중 경기로 진행됐다. 2015년 6월 열린 UEFA 유로 예선 홈경기에서 크로아티아 관객이 인종차별적 행동을 한 것이 문제가 돼 무관중 징계가 내려진 것이다. 2005년 4월 평양에서 열린 독일월드컵 최종 예선전에서 북한이 이란에게 패하자 관중이 이란 선수단 차량을 가로막는 소동을 벌였다. 북한은 다음번 일본과의 홈경기 개최권이 박탈당했다. 태국에서는 무관중 경기를 치러야했다. 2019년 10월 평양서 개최된 2022년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전은 29년 만에 남북 대결이 성사됐으나 생중계는 물론 관중도 없이 치러졌다. 이는 징계에 의한 것이 아니고 북한이 자발적으로 결정한 무관중 경기였다.선수와 관중은 서비스 산업에서의 판매와 소비 이상의 끈끈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스포츠가 단순한 운동경기를 넘어 문화의 한 영역으로 또는 삶의 일부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중 없는 경기는 안하겠다는 어느 유명선수의 말처럼 선수와 관중은 떼놓을 수 없는 하나의 공동운명체다.미국의 스포츠 매체 ‘이에스피앤’은 코로나19로 올해 전 세계 스포츠 행사의 47%가 취소됐으며 피해액이 67조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우리나라 프로야구가 5월 5일 무관중 개막을 한다. 개막 초반 안전한 리그 운영을 통해 단계적으로 관중 입장을 허용할 거라 한다. 프로축구 K리그도 5월 중 개막이 예상되나 무관중 경기일 가능성이 높다.코로나가 스포츠의 판세를 바꾸고 있다. 끔찍한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4-23

펫코노미(petconomy)

펫코노미는 반려동물과 관련한 시장 또는 산업을 일컫는 신조어로 반려동물을 뜻하는 영단어 펫(Pet)과 경제(Economy)를 결합한 말로, 반려동물 관련 시장을 가리킨다.펫코노미의 성장배경은 저출산의 심화와 1~2인 가구의 급증과 같은 사회적 변화에 따른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자녀에게 투자하듯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않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펫팸족(Pet+Family)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약 1천만명이 반려동물을 키워 관련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펫코노미 시장규모는 2012년 9천억원에서 2015년에는 두 배 증가한 1조8천억원을 기록했으며, 2020년에는 6조원으로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규모 6조원은 2016년 아웃도어시장, 주얼리 시장, 의료기기 시장과 맞먹는 규모다. 가장 시장규모가 큰 펫푸드 분야에서는 CJ제일제당이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오프레시’를, 서울우유 협동조합은 유당분해를 돕는 ‘아이팻밀크’를 내놨고, 풀무원은 반려동물 전용 다이어트 식품까지 선보였다. 유통업계에는 정용진 부회장이 내놓은 애완토털 솔루션 전문점 ‘몰리스펫샵’이 최대 2천500개의 반려동물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롯데는 반려동물 전문 컨설팅 스토어 ‘집사(ZIPSA)’를, CJ몰은 반려동물 전용관 ‘올펫클럽’을 선보였다. 이밖에 펫 택시, 유치원, 장례서비스, IT 결합상품 등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다. 또 반려동물의 병원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펫보험이 각광받고 있으며, 주인이 사후에 홀로 남겨질 반려동물을 위한 신탁상품까지 나왔다. 바야흐로 반려동물 전성시대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