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DNA 검사다. 수사 과학화의 힘이 범죄 검거율을 높인다는 것을 보여준 모범 사례의 하나다. 첨단과학이 발달하고 인구가 늘면서 범죄도 지능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범죄가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화성사건은 당시의 검증 기술로는 풀 수 없었던 것이 과학적 기법이 새롭게 개발되면서 30여 년 전의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잡아내는 쾌거를 올린 것이다.과학수사의 혁명이라 할만하다. 더 흥미로운 것은 수사의 과학화가 진전되면서 그동안 풀지 못했던 강력범죄의 미스테리가 다시 풀릴까 하는 기대감이다.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등 현재 밝혀내지 못한 강력 미제사건은 제법 많은 수를 기록하고 있다. NCIS(미 해군범죄수사대)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드라마에서 지능범죄를 소탕하는 과학수사팀의 활약을 조금은 이해하고 있으나 정말로 과학수사가 범죄의 증가율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올 5월 비무장 지대내 화살고지에서 발견된 군인 유해의 신원이 DNA 검사를 통해 밝혀진바 있다. 비록 60여 년의 세월이 지났으나 다행히 유족의 한을 푸는 데 작게나마 일조한 것은 과학의 힘 때문이다. 사람 몸은 100조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다. DNA는 세포마다 존재한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의 DNA는 서로 다르고 돌연변이가 없는 한 죽는 날까지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DNA가 유전자 물질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은 20세기 들어서다. 과학의 힘이 질병의 예측과 치료는 물론 범죄 예방으로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된다는 사실에 새삼 감탄할 뿐이다. 화성사건을 계기로 과학수사의 맹활약으로 범죄가 줄어든 세상이 온다면 모두가 반길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10-06
항공전문매체 ‘플라이트 글로벌’은 미국이 전 세계에 운용되는 군용기 5만3천대 가운데 25%인 1만3천여 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2위인 러시아 4천78대, 3위 중국 3천187대와 비교하면 압도적 격차다.군사력이란 한 국가가 가진 병력 등 전장에 투입되는 무기와 정보능력, 군수지원이 가능한 경제력, 외교력 등 전쟁 수행이 가능한 능력을 종합평가한 것이다. 미국의 군사력은 막대한 예산과 더불어 전 세계에서 불변의 1위다.2019년 미국 GFP(Global Force Power) 발표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군사력은 미국 1위, 러시아 2위, 중국 3위다. 한국은 일본 다음으로 7위다. 북한은 18위로 평가됐다.발표대로라면 한국의 군사력도 꽤 높다. 북한과 비교해서도 월등하다. 그러나 실제로 북한보다 나을지는 미심쩍은 데가 있다. 북한 핵무기 보유가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할 일이 아니다. 또 북한의 경제력이 허약하다고 군사력을 저평가했다면 그것도 잘못 짚은 것이다. 북한은 경제력에 비해 전투 능력이나 도발의지가 세계 최강이다. 일부에선 북한은 핵무기를 포함하면 군사력이 중국에 이어 4위라는 평가다.올 국군의 날을 맞아 국방부는 북한이 가장 걸끄럽게 여기는 F-35A 스텔스 전투기를 처음 공개했다. 레이더에 걸리지 않고 평양 상공에 접근해 김정은위원장이 사는 주석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무기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북한은 11번째 탄도 미사일을 쐈다. 스텔스기 공개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국군의 날을 보내며 우리 군의 군사력이 새삼 궁금하다. 군사력만 믿다가 큰 코 다치는 건 아닌지 걱정도 있다. 허술해진 안보의식부터 다잡아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19-10-03
사기를 당해 재산을 날린 남자가 있습니다. 회삿돈을 가로채 부도를 일으킨 원수 같은 놈이 밤마다 꿈에 나타납니다. 결국, 노숙자로 전락합니다. 하도 배가 고파 화장실에서 물로 배를 채우는 일도 이제 그만하고 싶습니다. 용산역 출구로 나가 배회하다가 뒷골목 국숫집 하나를 발견하지요. “여기 국수 곱빼기!” 호기롭게 주문합니다.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이 남자는 국수를 폭풍 흡입합니다. 할머니는 이 남자가 한 그릇을 비우기 무섭게 그릇을 뺏어 가더니 한 그릇을 더 퍼옵니다. “천천히 드시우. 체할라….” 며칠을 굶은 뱃속이 이제서야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할머니! 여기 한 그릇만 더요!” 세 그릇을 다 비운 남자는 잠깐 할머니가 주방에 들어간 사이 냅다 도망을 칩니다. 할머니가 남자 등 뒤에 대고 크게 외칩니다. “그냥 가! 뛰지 말고. 넘어지면 다쳐!! 천천히 가!!”남자는 한참을 달린 후 숨을 헐떡이며 멈춰 섭니다. 눈물이 한없이 터져 흐릅니다. 울화와 비통함, 분노가 흐르는 눈물에 씻겨 내립니다.15년이 흐릅니다. 할머니 국숫집이 모 방송국에 맛집으로 방송을 탄 후 전화 한 통이 울립니다. 중남미 파라과이에서 한 중년 남자가 국제전화를 한 겁니다. 남자는 TV를 보면서, 그 할머니가 15년 전 노숙자였던 그에게 국수를 세 그릇이나 먹이고 도망치던 자신에게 따스하게 용서의 말을 던져주었던 바로 그 할머니였음을 깨닫습니다. 할머니의 한 마디가 자신을 살렸노라, 방송국 PD에게 몇 번이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다음에 귀국하면 꼭 할머니를 찾아뵙고 인사드리겠다고 다짐하면서요.그는 할머니의 한 마디에 세상에 대한 증오를 다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한국을 떠나 이역만리 파라과이에서 새로 사업을 일으켜 큰 성공을 일구었다고 하지요.(계속)/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2019-10-01
무항산은 일정한 재산이나 생업이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맹자 편에 나오는 말로 “백성은 먹고사는 문제가 안정돼야 정치를 우러러 본다”고 한 것이다. 정치를 잘한다는 것은 백성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뜻이다.맹자는 무항산을 통해 무항심(無恒心)을 가르쳤다. 일정한 수입이 없으면 일정한 마음도 없다는 것이다. 무항심 상태가 되면 “방탕, 괴벽, 부정, 탈선 등 모든 악을 저지르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 속담에 ‘곳간이 차야 예절을 안다’는 것과 비슷한 의미다.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이 있다. 먹고 살기 어려워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죄를 지어 포도청에 잡혀가게 된다는 말이다. 먹고살기 위해선 해선 안 될 일도 할 수밖에 없는 딱한 처지를 뜻한다.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선 빌 글린턴은 경제 문제를 꼬집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It’s the economy. stupid)란 캐치프레이즈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을 이기고 42대 대통령에 당선된다. 선거에서도 경제 문제는 국민에게 가장 호소력 있는 이슈란 것이 확인된 사례다.사실 국민에게 잘 먹고 잘 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인간이 문명을 발달시키면서 경제는 더욱 중요해졌다. 경제적으로 윤택하다면 누가 정치를 해도 별로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주류를 이루는 요즘이다. 백성에겐 으뜸의 가치로 인식되는 우리나라 경제가 극도로 혼란한 정치적 게임 때문에 내팽개쳐진 느낌이다. 경제계가 우리의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날로 높아가고 있으나 정부여당은 우이독경식으로 듣는 모양이다. 이러다가 정말 한국의 경제는 폭망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맹자의 무항산의 교훈을 되돌아 볼 시간이 필요하다./우정구(논설위원)
온 산이 단풍으로 물드는 계절, 등산에 나서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산에는 자칫하면 다치거나 건강에 해로울 갖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산에서 만나는 버섯은 아예 손을 안 대는 게 좋다. 식용 버섯과 비슷하게 생긴 개나리광대버섯, 화경버섯 등은 맹독을 갖고 있다. 성묘하다 보면 뱀과 마주칠 수 있는데 독사에 물리면 뛰지말고 상처를 묶어 혈액 순환을 억제한 뒤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벌초를 하다 만나는 말벌도 위험하다. 말벌은 화려한 색상보다 어두운 색상에 공격성을 보이는 만큼 옷차림에 유의하고 말벌집을 건드렸을 경우 뒷머리를 감싸고 반경 15m를 빨리 벗어나는 게 좋다.꽃가루가 날리는 식물도 주의해야 한다. 보통 꽃가루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은 대개 봄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름이 지난 뒤 날씨가 선선해지는 9월과 10월에 알레르기를 본격적으로 유발하는 식물도 있다. 대표적인 게 환삼덩굴이다. 잎이 쑥잎과 비슷한 돼지풀도 꽃가루의 주범이다. 단풍잎돼지풀도 강한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풀이 가득한 숲속을 헤치고 가는 일을 최대한 줄이는 게 바람직하고, 지정된 탐방로를 이용해야 한다. 숲속 습한 곳에서 자라는 쐐기풀류도 주의해야 한다. 몸 전체에 돋아난 작은 가시털이 문제인데, 무심코 만졌다간 피부에 큰 고통을 느끼게 된다. 가시털에 독성 물질 ‘포름산’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연하게라도 스치지 않도록 긴 소매옷을 입는 게 상책이다.태풍에 때이르게 낙과한 밤송이도 주의해야 한다. 등산이나 나들이 때 무심코 앉거나 손을 짚었다 밤가시에 찔리면 피부 표면에 있던 포도상구균이나 사슬알균이 피부 깊숙이 침투하여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가을 산, 운치는 좋지만 다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9-30
전라도 화순군 어느 마을의 이름이 ‘중장터’다. 그 이유는 옛날 승려들의 물물교환이 이뤄지던 장터였다는 데서 유래돼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 승시는 승려들이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기 위해 사찰에서 생산한 물자를 유통시킨 장소다. 승려들이 만나 생필품과 불교용품 등을 물물교환 형식으로 거래했던 곳이다. 불교문화가 찬란했던 고려시대에는 전국 곳곳에서 이 같은 형태의 승시가 성행했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시대 들면서 숭유억불 정책에 따라 승려들의 도성 출입이 제한되고 덩달아 생필품 구입이 어려워지면서 그들만의 장터가 산중에서 열리게 된다. 이것이 산중 승시의 출발이다.팔공산 동화사와 부인사 등지에 열렸던 승시는 규모도 컸지만 가장 늦게까지 장이 선 곳이다. 동화사 총림이 승시를 재현한 축제를 열게 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올해 10번째 승시 축제가 팔공산 동화사 일원에서 다음달 3일부터 나흘간 열린다. 대덕스님의 법문을 시작으로 개최되는 승시 축제에는 승시재현 마당을 비롯 사찰음식 강연, 음악회,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로 진행될 예정이다. 승시 축제가 해를 거듭하면서 팔공산에 남아 있는 역사와 문화자산의 재발견이라는 의미에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에 흥미가 간다. 승시를 통해 사찰문화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한편으로는 대구의 유명 관광자원화되고 있다는 것은 축제의 의미를 더 뜻 깊게 한다. 승시 축제를 주관하는 동화사 주지 효광 스님은 “승시의 근원적 의미는 의식주에 기반하는 삶의 모습”이라 했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고 우리사회 공동체적 선을 추구해보자는 그의 말은 승시의 현대적 의미의 정신이라 하겠다. 단풍이 물드는 가을날 산 중에서 보는 승시 축제는 혼탁한 세상 일을 잊게 할만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9-29
삼겹살은 한국인이 즐겨 찾는 대표 요리다. 돼지 갈비 부근에 붙은 부위로 살과 비계가 세겹으로 겹쳐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삼겹살이 우리 국민의 대중적 요리로 자리를 잡은 것이 언제인지는 정확지 않다. 돼지고기를 구워먹는 문화는 고구려 때부터 있었지만 돼지고기 구이는 양념구이지 삼겹살처럼 생고기를 불판에 굽는 형태는 아니었다. 조선시대 때도 고기를 삶거나 찌거나 국으로 끓이는 형태가 보통이었다. 굽는 요리는 한참 뒤다.언론에서 삽겹살을 처음 언급한 것은 1934년 서울 모 일간지에서다. 삼겹살이 우리 국민의 대표 음식인 반면에 등장 시기는 그리 오래전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속설에 따르면 1980년대 강원도 탄광촌 광부가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으면 목의 먼지를 씻겨낸다고 하여 시작했다는 설도 있으나 근거는 없다. 요리업계는 1970년대 중반 우리경제 발전과 더불어 육류소비가 늘면서 삼겹살이 널리 보급됐다고 본다. 특히 휴대용 가스레인지 보급이 확대되면서 삼겹살을 구워먹는 문화가 전국화됐다고 한다.삼겹살은 서민의 단백질 공급원으로서는 이만큼 좋은 음식도 없다. 풍부한 지방 덕에 맛도 뛰어나다. 값이 비교적 저렴하고 영양학적으로도 알맞다. 돼지고기에 있는 필수아미노산과 비타민 B₁은 쇠고기보다 10배나 많다. 지친 피로를 풀고 몸의 활력을 돕는 데 최고다.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확산되면서 삼겹살 애호가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돼지열병에 걸리면 무조건 폐사하는데 돼지 열병이 진정될 기미가 안보여서다. 북한에서는 돼지열병으로 일부 지방에서는 돼지가 전멸한 상태라 한다. 이러다 삼겹살을 영 못 먹는 건 아닌지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서민 요리 삼겹살이 위기에 빠졌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9-26
1% 초중반으로 낮아진 은행 예금금리가 앞으로 0%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저금리시대가 닥쳤다. 이에 따라 이자를 받아 생활하는 고령층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7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중은행도 연 1% 중후반이던 주요 수신상품 금리를 1% 초중반으로 내렸다. 한은이 내년 1분기까지 기준금리를 현 1.50%에서 1.0%로 내린다면 예금금리 연 0%대 상품도 잇따라 나올 전망이다.뚝뚝 떨어지는 금리에 이자생활자의 고민은 깊어졌다. 2억원을 신용협동조합의 연 2% 후반대 정기예금에 묻어두고 1년에 500만원 가량의 이자를 받아 쓰는 사람들의 경우 금리가 내려 이자소득이 반토막 난다는 소식에 마음이 불편하다. 금리가 더 내려가도 주식을 잘 모르는 어르신들은 예금에 묶어둘 수밖에 없다.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지만 그만한 돈이 없고, 고금리 상품은 원금 손실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가 심화할수록 금융 자산가는 해외투자 상품으로, 자산 규모가 작은 이들은 부동산 리츠 등 중위험 상품으로 옮겨가는 양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정부가 최근 서민들을 대상으로 고정금리형 안심전환대출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29일 자정까지 신청하면 주택가격 9억원 이하 낮은 가격의 주택대출에 대해 우선지원한다. 하지만 저금리시대를 맞아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고정금리 대출을 유도하는 격이라는 비판이 있다. 지난 2015년 안심전환대출을 추진했을 때도 정부 말만 믿었다가 손해를 본 차주가 많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무턱대고 신청했다가는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다. 저금리시대, 자금운용은 돌다리를 두들겨보듯 조심스러워야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9-25
빙하는 눈이 오랫동안 쌓여 다져져 육지의 일부를 덮고 있는 얼음층이다. 매년 겨울에 내리는 눈의 양이 여름에 녹는 양보다 많다면 눈은 계속 누적돼 엄청난 두께층을 형성하게 된다.지구상에서 빙하가 차지하는 면적이 지구 면적의 약 10%다. 지구 담수의 68%가 빙하 형태고, 약 30%는 지하수다. 우리가 보는 호수나 강은 담수량의 겨우 0.3%라 한다.빙하는 넓이에 따라 대륙빙하와 산악빙하로 나뉜다. 대륙빙하는 면적이 100㎢가 넘고 두께가 3천m를 넘어 대륙 전체를 하나로 덮는다. 남극과 그린란드가 이에 해당한다. 산악빙하는 산위에서 눈이 쌓이기 쉬운 골짜기나 오목한 지형에 발달한 것으로 알프스, 히말라야 등이 이런 케이스다.지난 22일 스위스 북동부 알프스산맥 기슭에서는 상복 차림의 사람이 모여 빙하 장례를 치렀다는 외신보도가 있었다. 해발고도 2천700m에서 치러진 이날 장례식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사라져 가는 빙하였다. 이곳 피졸산 빙하는 2006년 이후 원래 크기의 80∼90%를 잃어 사실상 수명을 다했다 한다. 취리히 대학의 한 빙하학자는 스위스에서 1850년 이후 빙하 500개 이상이 사라졌다고 했다. 지구 온난화로 지구 곳곳이 홍수와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전해진 빙하 장례 소식은 인간의 무모한 자연 파괴에 대한 준엄한 경고로 들린다.지난달 아이슬란드 서부 오크화산지대에서도 700년 동안 존재했던 빙하가 사라진 것을 아쉬워하는 추모비가 세워졌다. 고도 5천895m의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1912년 이후 80%가 사라졌다는 소식도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빙하를 보고 장례를 치르는 인간의 모습에서 우리는 또 다른 두려움을 느낀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9-24
저녁 노을이 지면서 하늘이 붉어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대낮에 붉은 하늘이 펼쳐지는 기현상이 지구촌에 발생했다. 붉은 하늘현상은 최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잠비주 무아로잠비군의 여러 마을에서 발생했다. 사진과 영상을 보면 통상적인 노을처럼 하늘만 붉은 것이 아니라 주변 사물이 모두 붉게 보여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인도네시아 기상기후지질청(BMKG)은 주민들이 불안해하자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붉은 하늘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했다. BMKG에 따르면 잠비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373.9㎍/㎥으로 매우 나빴으며, 붉은 하늘은 미세먼지 입자 크기가 태양의 가시광선 파장과 비슷해‘미산란’(Mie scattering)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는 것. 미산란은 빛의 파장과 거의 같은 크기의 입자에 의한 빛의 산란을 뜻하며, 실제 자연에서 나타나는 ‘빛의 산란’의 대표적인 예다.구름을 형성하는 응집제 혹은 입자 역할을 하는 먼지, 꽃가루, 연기 및 미세한 물방울, 얼음 입자들도 미산란의 원인 물질이 된다. 미산란은 독일의 물리학자 구스타프 미(Gustav Mie)에 의하여 제시됐고, 1908년 그의 저명한 논문에서 콜로이드 금 입자를 이용한 색깔 효과(color effect)가 나타나는 것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산란 현상을 증명했다.인도네시아는 매년 건기가 되면 수익성이 높은 팜나무 등을 심으려고 천연림에 산불을 내는 데, 특히 식물 잔해가 퇴적된 이탄지에 불이 붙으면 유기물이 타면서 몇 달씩 연기를 뿜어내 미산란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기상이변이 인간에 의한 산불로 빚어졌다는 설명은 묘한 기시감을 불러온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9-23
작년 9월 중국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히딩크(73) 감독이 취임 1년 만에 경질됐다. 중국축구협회는 “올림픽 예선 준비가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공식 의견을 내놓았다. 이달 초 중국 올림픽 대표팀이 베트남에 0-2로 완패한 것도 경질의 결정적 이유가 됐다. 거스 히딩크는 축구감독으로서 세계적 명장이다. 특히 한국 사람은 그의 성공적 신화를 잘 기억한다.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으면서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 신화를 이룩하고 한국 사람에게 “꿈은 이뤄진다”는 희망 메시지를 안겨준 감독이다.한국팀 감독 이후에도 그는 첼시와 FA컵 우승, 레알 마드리드와 발렌시아 등 유럽 명문구단 감독을 맡아 그의 축구 용병술을 마음껏 펼쳤다. 러시아 대표팀 감독에서 밀려난 뒤 내리막길을 걸었던 그에게 중국이 대표팀 감독을 제안한 것. 그는 중국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고 치른 12경기 중 단 4경기만 승리하는데 그쳤다. 한국에서와 같은 성적을 올리지 못한데 대한 중국내 여론이 나빴다. 이유야 어쨌든 그의 경질을 두고 불명예 퇴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가 또다시 새로운 곳에서 옛 명성을 회복할지 모른다. 그러나 고령이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인생에 있어 나아갈 때와 물러갈 때를 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물러나라는 법 또한 없다. 진퇴(進退)를 잘하는 것이야말로 현명한 삶을 사는 지혜다. 누구나 알지만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히딩크는 선수시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감독을 맡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드라마틱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세상은 그를 영웅시했다. 중국으로부터 불명예 퇴짜를 맞은 그도 물러설 때를 몰랐던 것일까./우정구(논설위원)
2019-09-22
중국 고사에 잘 등장하는 충신으로는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를 들 수 있다. 주나라 무왕이 은나라를 토벌하자 “천자를 공격한 신하는 섬길 수 없다”며 두 사람은 수양산으로 들어가 고사리만 먹다 굶어 죽는다. 굶어 죽어도 신하된 도리는 다해야 하는 것이 충신이다.역사 속의 충신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바른말을 할 줄 안다. 임금이 올바른 정치를 하지 못할 때는 목숨을 걸고 바른 말을 하여 정사가 옳게 돌아가게 한다. 자신의 안위는 물론 돌보지 않는다.특히 충신은 한 나라가 망할 때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 절개를 지킨다. 고려 말 정몽주가 대표적이다. 또 충신은 검소하고 청렴하다. 조선조의 최장수 재상인 황희 정승은 소신과 원칙을 견지한 인물로도 유명하지만 청백리로서도 더 잘 알려져 있다. 양녕대군의 세자 폐위를 끝까지 반대하다 유배를 당했지만 그는 오히려 세종으로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으며 24년간 재상의 자리를 유지한다. 그의 탁월한 식견과 사리분별력 있는 충언 그리고 청렴성 등이 그를 명재상으로 있게 했다.충신과 간신(奸臣)은 항상 대립적 관계다. 한쪽은 국가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지만 한쪽은 자신의 이익이 먼저다. 공자는 마음이 음험하고 혜택만 누리는 사람 등 간신의 유형을 다섯 가지 언급했는데, 예나 지금이나 시각이 비슷하다. 중요한 것은 충신을 등용한 임금은 성군(聖君)으로 이름을 날렸다는 역사적 사실이다. 지금의 대통령은 옛날의 임금과 같다. 대통령이 올바르게 국사를 하도록 목숨을 걸고 충언하는 신하가 많아야 나라가 잘 된다. 조국 장관 임명으로 바깥 민심이 소란한데도 대통령의 귀를 열어 줄 충신은 없는지 궁금하다. 몸에 좋은 약은 원래 쓴 법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9-19
공보준칙은 공적으로 보도하는 것에 대한 기준이 되는 규칙을 말한다. 조국 장관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피의사실 공표가 논란을 불러일으킴에 따라 공보준칙 개정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새 공보준칙인‘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안)’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을 계기로 2010년 마련된‘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공보 준칙’을 대체하는 새로운 법무부 훈령이다. 이는 피의자에게 불리한 일방적 혐의사실 등이 언론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포돼 피의자가 재판도 받기 전에 수사과정에서 이미 범죄자로 확정되고마는 폐해를 근절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다만 새 훈령은 국민의 알권리보다 무죄추정의 원칙 등에 기반해 공소제기 전 수사상황이나 혐의사실 등 피의사실 공표를 최대한 금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검찰도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 엄격하게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울산지검이 울산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 2명을 피의사실 공표죄로 입건한 바 있다. 당시 울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약사면허증 위조 혐의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수사 결과를 보도 자료로 언론에 배포했는데, 검찰이 이를 두고 재판에 넘기기에 앞서 피의사실을 알렸다며 문제삼은 것이다. 경찰이 사건을 마무리하고 송치하는 단계에서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보도 자료를 배포하던 일반 관행에 제동을 건 셈이다.문제는 이로 인해 일반에 알려야 예방 가능한 보이스피싱·이웃간 범죄·부동산 사기·인터넷 물품 사기 등 생활밀착형 범죄 정보마저 묻힐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새 공보준칙이 인권을 보호한다니 부작용을 없애는 방향으로 바뀌면 좋겠다. 또 누군가에게 특혜가 되지도 않는다니 반대할 일도 아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9-18
설거지는 표기 방법부터 헷갈릴 때가 많다. ‘설거지’가 맞는지 ‘설겆이’가 맞는지 아리송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음식을 먹고 난 뒤의 그릇을 씻어 정리하는 일로 ‘설거지’라 표기하고 있다.설거지의 어원은 ‘설겆다’ 라는 동사에서 나온 것이지만 설거지로 표현한다고 한다. 1988년 이전까지는 설겆이가 표준어였다.우리의 전통적 관습으로 볼 때 설거지는 아랫사람이 맡아 하는 일이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맡기에 적합하다. 빨래 빨기와 비슷하다. 이런 이미지 때문에 설거지는 여성이 하는 험한 일로 여겨져 왔다. 사회 관습적 용어에서도 “설거지 한다”는 말은 아랫사람이 나서서 수습한다는 말로도 통용된다. 군 생활과 같이 단체가 생활할 때는 반드시 식기를 치우는 설거지 당번을 별도로 정하는데, 이도 하찮은 일로서 서로 기피하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추석 명절날 돌아오는 설거지는 항상 개운치 않은 뒷맛을 많이 남겼다. 전통적 유교방식에 의해 지내는 명절문화 속에 설거지는 늘 며느리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남의 집 제사에 며느리가 왜 이런 덤터기를 써야 하는지 그녀들의 불만이 명절의 뒤끝을 늘 씁쓸하게 해주었다. 명절 후유증의 하나다.경북도가 “명절 설거지는 남자가”라는 릴레이 캠페인을 벌였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제안으로 시작된 설거지 릴레이 캠페인은 이강덕 포항시장, 윤종진 경북도 부지사, 이상길 대구시 부시장 등으로 이어지면서 1천여명에게 전파되었다고 한다.설거지가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가족 공동체가 함께하는 일이라는 인식을 심기 위한 의도다. 이 지사는 “남자의 설거지가 비록 작은 일에 불과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작은 변화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달았다. 세상은 바뀌어 가고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9-17
탈코는‘탈코르셋’의 준말이다. 코르셋은 흉부를 압박하는 보정 속옷을 뜻하는데, 탈(脫)코르셋은 남의 시선을 의식해 억지로‘예쁘게’ 혹은‘여성스럽게’ 꾸미는 것을 거부하는 여성주의 운동을 말한다. 2015년을 전후해 메갈리아·미투운동 등 20대 여성 위주의 2세대 여성운동이 활발해지면서‘탈코운동’이라는 말이 널리 알려졌다.특히 탈코세대의 등장으로 화장품·헤어샵·성형외과 등‘꾸밈’과 관련된 업종에서 소비성향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통계청 빅데이터센터가 제공한 ‘현대카드 매출기록’분석 결과에 따르면 화장품·헤어샵·성형외과 등 ‘꾸밈’과 관련된 업종에서 20대 여성의 매출이 꾸준히 줄고 있는 반면, 그 대신 자동차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20대 여성의 소비 변화에서 ‘탈코’의 경향이 나타난 것으로, 기존의 여성상을 탈피하고 독립적인 삶을 추구함에 따라 점차 남성과의 연인·결혼 관계에서도 벗어나는 모습이다. 의류 등 배달이 가능한 제품 뿐 아니라 배달이 불가능한 여성 미용실 등에서도 거의 대부분 품목에서 일관된 소비 감소세가 보이고 있고, 또 성형·피부과 병원 등 미용 관련 의료 서비스 소비도 일관되게 감소했다는 점은 탈코세대의 특징적인 경향이 뚜렷하다.심지어 대학교 교실에서 탈코운동에 합류하는 여학생들이 늘면서 누군지 못 알아볼만큼 차림새가 바뀐 학생들이 많아졌다. 이런 경향은 지난해 ‘여성성을 강조하는 소비품을 하루라도 사지 말자’는 취지의 ‘여성 소비자 총파업 운동’이 있은 후부터 더욱 짙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탈코운동은 여성주의 운동에 실용적인 면이 접목되는 변화로도 해석될 수 있을 듯 싶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9-16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 100세의 삶이 실현돼 이목을 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일본의 100세 이상 노인인구가 7만명을 넘어섰다고 했다. 통계 시점은 다르나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00세 이상 인구 3천908명인 것에 비하면 놀라운 숫자다.일본은 1963년부터 100세 이상 초고령자 통계를 잡아 왔으나 첫해 153명이던 것이 1998년 1만명을 넘어섰고 이후 줄곧 증가세라 한다. 현재 7만명의 100세 이상 노인 중 여성 비율은 88%다. 남성을 압도한다.유엔은 2009년 세계인구 고령화 보고서에서 ‘호모 헌드레드’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100세의 삶이 보편화되는 시대라는 말이다. 당시 유엔 보고서에서는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는 국가가 2000년 6개국에서 2020년에는 31개국으로 급증할 것을 전망했다.사람의 수명은 18세기 항생제가 개발되면서 크게 늘어난다. 그 이전만 해도 35세를 넘기기가 어려웠다. 의학의 발달로 늘어난 인간의 수명은 이제 일본처럼 100세 문턱을 넘보고 있다.2015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수명이 1970년보다 무려 20살이 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과 40년 동안 20살이 늘어난 것은 기적적 변화다. 지금 선진국에서는 평균 10년에 2.5년, 1년에 3달, 하루에 6시간 수명이 는다고 한다. 인간의 수명이 의학술과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장차 얼마나 더 늘지 알 수 없으나 호모 헌드레드 시대가 열리고 있음에는 틀림 없다.호모 헌드레드는 인간이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을 뜻한다. 우리에게 닥친 100세 시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고민거리다. 인생의 노후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9-15
사실상 만신창이가 된 조국 후보자를 반대 여론이 우세한데도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에 기용했다. 조국 사태는 일시적 소강국면에 들어선듯하지만 지금부터 또다른 국면에 돌입할 것이다. 이것이 정국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아무도 모른다. 중국 고사를 통해 조국 사태의 의미를 한번 짚어 보았다.첫 번째 읍참마속(泣斬馬謖)이다. 읍참마속은 울면서 마속의 목을 벴다는 뜻이다. 공정한 업무 처리와 법적용을 위해 사사로운 정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촉나라 승상 제갈량이 가장 가까운 친구의 동생인 마속을 군령 위반죄를 물어 참수형에 처한 것을 두고 나온 일화다. 더 큰 전쟁에 이기기 위해 불가피했던 결단이었다. 머리가 비상하고 군략에도 능한 젊은 장수의 목을 베면서 제갈량도 뒤돌아 눈물을 훔쳤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문 대통령도 조국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두고 밤새 노심초사했다는 후문이다. 그가 고심 끝에 내린 선택이 향후 정국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제갈량의 선택과는 달랐다는 점이 눈에 띈다.두 번째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고사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말이다. 서로가 의지하고 있어 한쪽이 사라지면 다른 한쪽도 안전을 확보하기 어려운 관계를 뜻한다. 조국과의 돈독한 관계이기 때문에 이번 결단이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면 대통령에게도 역풍이 몰려 올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마지막은 권토중래(捲土重來)다. 항우가 유방과 패권을 다투다 패하여 자살한 것을 두고 당나라 시인 두목이 항우가 좌절을 딛고 훗날 새롭게 도모하지 못하였음을 아쉬워한 시에서 나온 고사다. 조국 장관의 검찰개혁이 만약 성공한다면 이 고사는 조국 장관의 성공을 뒷받침할 고사가 될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9-10
드라마·영화나 K-팝 같은 콘텐츠로 인한 한류열풍 만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게 ‘K-푸드’ 열풍. 한국음식에 대한 폭발적인 인기를 가리키는 말로, 주로 미국시장에서 불고 있다.과거 미국에 알려진 우리 음식은 불고기와 김치 정도였고, 한국인 이민자들의 주요 정착지인 하와이나 로스앤젤레스(LA) 코리아타운에서나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빵, 라면, 만두 등으로 상징되는 한국 대표 브랜드를 미국 어느 지역에서나 만날 수 있다. 이제 한국의 맛이 미국을 물들이고 있다.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브랜드는 CJ제일제당의 만두 ‘비비고’다. 비비고 만두는 미국 코스트코에서 중국 만두 ‘링링’을 제치고 만두부문 판매 1위에 올라섰다. 링링은 미국 만두시장을 25년간 독식해 온 브랜드인 데, 미국판 비비고 만두는 돼지고기 대신 소고기를 부추 대신 고수를 넣은 현지화 전략으로 미국인들 입맛을 사로잡았다. 라면 중 매운 맛 브랜드도 인기다. 신라면, 육개장사발면 등 농심의 라면 브랜드들은 미국의 면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베이커리업계에서도 한국 맛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 대표 프랜차이즈로 꼽히는 SPC는 파리바게뜨 브랜드로 미국을 공략 중이다. 2005년 LA 코리아타운에 미국 1호점(웨스턴점) 오픈을 시작으로 맨해튼 핵심상권, 캘리포니아 주의 대표적인 주택가 등에 진출했다. 풀무원은 국내에서 생산한 김치를 미국 전역 대형 매장부터 슈퍼마켓까지 1만 개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달 29일‘꼬북칩’(미국명 터틀칩스 ‘TURTLE CHIPS’)을 미국 코스트코에 입점, 본격적으로 미주시장 공략에 나서게 됐다. K-푸드의 한류열풍 합류는 세계를 한 울타리로 만드는 호재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9-09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하마는 지난 3일 허리케인 도리안의 상륙으로 온 나라가 초토화됐다. CNN은 “바하마에서 태풍으로 유례없는 규모의 파괴가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아바코와 그랜드 바하마에서는 전체 가옥의 절반인 1만3천 채가 파괴됐다. 주민은 섬 전체가 물에 잠길 것 같은 공포를 겪었다고 했다.가을 태풍은 대체로 역대급이 많다. 2013년 11월 필리핀에 상륙한 태풍 하이옌은 430만명의 이재민을 내고 사망자만 1만2천명을 발생케 했다.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105m로 태풍사상 가장 강력했다. 1970년 11월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태풍은 3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바람의 세기가 하이옌만 못했으나 방글라데시의 취약한 사회기반으로 희생자는 더 많았다.우리나라도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낸 태풍은 가을 태풍이다. 2002년 9월 태풍 루사는 246명의 인명 피해를 냈다. 당시 재산피해가 5조원이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는 131명의 인명 피해를 냈다. 849명의 목숨을 앗아간 1959년 태풍 사라도 추석 직전인 9월에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8월 중 태풍이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피해는 9월 발생 태풍이 더 크다. 이처럼 가을 태풍이 강력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전문가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손꼽고 있다. 그것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라 해도 바람 세기와 비의 양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는다.지난 100년 동안 해수면은 20㎝ 상승했다. 세계기상기구는 20세기 지구의 평균 기온이 1.8도 올랐다고 했다. 기온이 1도 오를 때 강수량은 5∼10%씩 상승한다. 점차 아열대기후로 바뀌어 가는 한국에도 겨울에 태풍이 찾아 올거란 예측이 나온다. 인간이 자초한 지구온난화의 대가가 가히 두렵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9-08
벌초는 우리의 미풍양속이다. 후손이 조상의 묘에 자란 풀을 제거하고 묘 주위를 정리하는 풍속이다. 대개 음력으로 팔월이 되면 일가들이 모여 벌초에 나선다.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는 처서를 기준으로 우리 최대 민속명절인 추석 전까지는 벌초를 모두 끝낸다. 벌 쏘임 사고는 벌초가 집중되는 9월에 가장 빈번하게 일어난다.올해도 벌초를 하던 사람이 벌에 쏘여 숨진 사고가 몇 차례 있었다. 추석을 앞두고 전국에서 벌어지는 벌초 행렬은 한편으로는 벌과의 전쟁을 방불케 한다.대수롭잖게 생각한 벌에 대한 방심이 소중한 목숨을 잃게 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방청에 의하면 지난 2년 동안 벌 쏘임으로 119구급 활동에 의해 이송된 환자만 무려 1만3천여명에 달한다. 연평균 6천800명 꼴이다.지난 2년 동안 벌 쏘임으로 사망한 사람도 22명이나 된다. 단순한 벌 쏘임의 문제가 아니라 부주의로 인한 치명적 인명 사고다.벌은 곤충 중 가장 큰 무리다. 전 세계에 10만종이 넘는 벌들이 분포해 있다. 특히 말벌은 한 마리가 꿀벌 550마리의 독성을 갖고 있다.쏘이면 즉시 심한 통증을 느끼고 쏘인 부위가 부어 오르고 전신에 두드러기가 생긴다.2005년 중국 산시성에서는 대황봉(大黃蜂)이라는 맹독성 말벌의 공격으로 715명이 다치고 36명이 목숨을 잃었다.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벌들의 공격성이다.벌 쏘임 사고가 특히 8∼9월에 많이 발생하는 것은 이때가 벌의 산란기이기 때문이다. 가장 활동이 왕성하고 예민한 시기여서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 대한 공격성이 더 커진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벌초가 한창이다. 벌 쏘임이 인명을 다투는 문제로 인식할 때 사고도 줄일 수 있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9-05